Share

제794화

Auteur: 김나비
저녁 식재료는 대부분 신맛이 강한 편이었고, 지아는 싫은데도 불구하고 모두 한 입씩 먹어보았다.

다음 날도 신맛 나는 음식이 많아지자 지아는 먹다 토할 뻔한 뒤 강욱을 불렀다.

“흠, 요즘 신 음식이 너무 많아서 좀 질리네요.”

“알겠습니다, 지아 씨. 뭘 좋아하는지 알려주면 기억했다가 주방 사람들에게 만들어 달라고 할게요.”

지아는 강욱의 표정 하나하나를 유심히 관찰했는데, 그의 행동이나 말투가 이도윤과 닮은 점이 전혀 없었다.

이도윤이 아무리 자신을 잘 안다고 해도 모든 것을 뒤로하고 자신의 곁을 지킬 수는 없었다.

게다가 고고하신 대표님께서 언제부터 남의 시중을 들었단 말인가.

지아는 며칠 동안 관찰했지만 별다른 낌새가 없자 그제야 마음을 내려놓고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강욱을 대했다.

바다 위에서의 나날은 확실히 지루했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 일출과 일몰도 오래 보고 있으면 따분했다.

지아는 갑판 위에 앉아 있었다. 저녁노을은 이맘때가 가장 아름다웠다.

저녁 바람은 살랑살랑 불었고, 지아는 모자를 쓰지 않았다. 전혀 자신의 모습에 개의치 않았다. 가끔씩 선원 한두 명을 만나 그들의 시선이 자신의 대머리에 향해도 덤덤히 받아들였다.

그녀의 두피에는 키위처럼 솜털이 잔뜩 자라기 시작했다.

강욱의 시선이 지아의 머리 위로 스치더니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가씨, 저녁 바람이 좀 찬데 모자라도 쓰실래요?”

“아뇨, 괜찮아요.”

지아는 옆자리를 두드렸다.

“나랑 같이 앉아 얘기 좀 해요.”

요즘 유심히 관찰한 결과, 강욱에게 의심스러운 부분은 찾지 못했기에 지아도 한층 편하게 대했다.

“얘기나 해요.”

바다는 너무 지루했고, 며칠을 참다 보니 사람이 상당히 우울해져 있었다.

강욱은 곧바로 다가가 알아서 화제를 찾았다.

“아가씨, 다음 지점이 뭔지 압니까?”

지아는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한 번도 생각 안 해봤네요.”

“이글랜드 해협.”

지아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지리책이나 여러 소셜 플랫폼에서 들어본 적이
Chapitre verrouillé
Continuer la lecture sur GoodNovel
Scanner le code pour télécharger l'application

Related chapter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795화

    강욱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여긴 악마들의 뒷마당 같은 곳입니다. 이 바다에서 마음껏 악행을 일삼고 온갖 짓을 저지르며 사람들을 강탈하고 죽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이 단속되었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완전히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니 미리 대비를 해야 합니다.”지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위험한데 왜 이쪽으로 가요?”“사람들은, 특히 상인들은 도박 심리가 있어요. 해협을 통과하지 않고 우회하면 보름이 더 걸리고, 게다가 다른 항로도 위험해요. 암초에 부딪힐 위험도 있고, 비용 부담도 커지고, 해적들도 몇 년 전부터 덜 나타나고 있어서 다들 마음 놓고 지나가고 있죠.”강욱은 차근차근 설명했지만 지아는 상황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느꼈다.“다른 생각이라도 있으신가요?”“모든 일에는 최악의 상황이 있어요. 특히 악랄한 악당 집단에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강욱은 고개를 돌려 진지함이 가득한 지아의 얼굴을 보고는 곧바로 누그러진 어투로 말했다. “무서워요? 미안해요. 전 그냥 미리 알려주고 싶었어요.”지아는 미소 지었다. “괜찮아요. 우리의 운이 그렇게 나쁘진 않을 거예요. 다른 사람도 안 만났는데 우리만 만나지는 않겠죠.”“걱정하지 마요. 그렇게 불행한 일은 없을 겁니다. 여긴 악마의 해연이고, 극락지경에 대해 들어본 적 있어요?”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건 들어본 적 없는데 말해줘요.”“좋아요, 극락지경은...”어느새 어둠이 깃들고, 지아는 강욱이 가장 지식이 많은 사람은 아닐지 몰라도 통찰력은 가장 넓다는 것을 깨달았다.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설명을 들으며 지아는 마치 자신이 그곳에 있는 것처럼, 이 세상에 이렇게 위협적이면서도 놀라운 곳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이 모든 곳을 다 가봤다고요?”“네, 젊었을 때 돈만 있으면 뭐든지 다 해보느라 여행도 많이 다녔거든요.”강욱은 두 팔을 등 뒤에 가져가 몸을 지탱하며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았다.바다 위 별빛이 예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산업공해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796화

    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조금이라도 조심하는 게 낫죠. 그냥 배에 있을게요.”강욱은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아가씨, 위험을 무릅쓰고 밀입국한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애초에 건강도 좋지 않고, 국내에 가족도 별로 없다고 들었는데 무슨 일로 돌아가는 건가요?”“음, 일이 좀 있어서요.”지아는 입을 꾹 다물고 조금도 드러내지 않았다.강욱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그럼 일찍 쉬세요.”화물선이 정박한 후 보급품을 재보급하고 배를 수리하는 데 반나절이 걸렸지만, 지아는 배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계속해서 방에만 머물렀다.그녀는 달력을 빨간 펜으로 그으며 점점 A시와 가까워지는 날들을 바라보았다.조금만 더 기다리면 곧 두 아이를 볼 수 있다.얼마 지나지 않아 한 선원이 와서 알렸다.“아가씨 죄송해요. 배에 작은 문제가 생겨서 지금 기술자들이 정비 중인데 오늘 안에 출항이 어려울 것 같아요.”“연착은 얼마나 걸리나요?”“빠르면 하루, 늦으면 2, 3일 걸립니다. 현재 수리 때문에 다들 야근을 하고 있는데, 선장님이 특별히 배에서 심심하면 섬을 한 바퀴 돌아도 된다고 저를 여기로 보내 알려드리라고 하셨어요.”“네, 알겠어요.”지아는 섬의 풍경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 터라 덤덤하게 대답했다. “감사하지만 됐어요.”“괜찮습니다. 선장님과 다른 분들은 선술집에 가서 술이나 한잔하고 있으니 아가씨께서는 무슨 일이 생기면 전화로 연락해 주세요.”“네.”항구에 가까워지자 밤은 시끄러운 파도 소리 없이 고요해졌다.지아는 몸을 뒤로 젖히고 갑판에 앉아 별을 바라보는 것이 시간을 보내는 유일한 습관이 되었다.어느새 누군가 그녀를 위해 망토를 씌워주었고 강욱이 그녀의 옆에 앉았다. 전례 없이 그는 맥주 캔을 손에 들고 있었다.“선술집에 가서 한잔하지 그래요? 바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는데 힘들지 않아요?”강욱의 긴 손가락이 펑 소리와 함께 고리를 당기고 두어 모금을 꿀꺽 삼킨 뒤 천천히 대답했다. “내 임무는 당신을 보호하는 건데, 월급을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797화

    남자아이는 여자아이의 두려움을 감지하고 급히 팔을 뻗어 안아주면서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동생아, 무서워하지 마.”남자아이는 동생의 두려움을 최대한 진정시키기 위해 여자아이의 귀를 손으로 가렸다. 어린 소년은 그만큼 용감하지 않았으니까.아버지도 저 고양이처럼 눈앞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여자아이의 얼굴에는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여자아이는 무서웠다. 정말로 두려웠다.이 세상에 아빠와 오빠만 남았는데, 아빠가 죽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바닷바람이 무모하게 춤을 추고 암초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어린 시절부터 바다를 매우 싫어하는 두 남매는 본능적으로 바다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자 여자아이는 감히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입술을 깨물었다.멀지 않은 곳에 거대한 화물선이 정박해 있었고, 파도 소리와 함께 총소리가 들리는 순간 바닥에 누워 있던 사람이 순식간에 일어나 재빨리 펜스 쪽으로 걸어가며 주변 상황을 살폈다.지아도 당연히 그 소리를 들었고, 그렇게 가까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약간의 긴장감이 감돌았다.“무슨 일이에요?”강욱은 진지한 표정을 한 채 서늘한 어투로 말했다.“긴장하지 마요. 우리와는 아무 상관 없으니까. 뭍에서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작은 섬은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아서 가끔 시끄러운 일이 생겨요. 배에서 내리지 않는 한 우리는 안전합니다.”하지만 지아는 상황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배에 이상이 생겨 출항 시간을 늦춰야 했다는 사실은 이미 나쁜 징조였다.이런 곳은 혼란스러웠고, 오래 있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몰랐다.“가서 배는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물어봐요. 언제쯤 떠날 수 있는지.”“알겠어요, 아가씨. 먼저 방으로 들어가서 나오지 말아요. 일이 생기면 내가 먼저 당신을 데리고 여기 떠날게요.”마지막에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그는 고개를 돌려 지아를 바라보았다.“나는 믿어도 돼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798화

    지아는 눈을 번쩍 뜨고 몸을 일으켰다. 막 잠에 든 순간 어쩐 일인지 놀라서 깨어났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침대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다도 크게 출렁거리지 않았고 소리도 없는데 왜 잠에서 깼을까?늦은 시간, 지아가 방문을 열자 멀지 않은 곳에 서서 담배를 피우는 남자의 모습을 얼핏 보았다.함께 지내온 시간 동안 강욱이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는데, 지금 그는 난간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다.복도의 불빛이 너무 어두워서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고 몸은 어둠에 가려져 있었다.눈에 보이는 것은 손끝의 선홍빛 반짝임과 가느다란 손가락뿐이었다.남자의 분위기는 평소와는 정반대로 검은 안개에 가려진 차가운 달처럼 신비롭고 위험한 기운이 스며들어 있었다.지아를 본 순간 남자는 담배를 손가락으로 튕겨내자 붉은빛이 어두운 밤 포물선을 그리며 바닷속으로 떨어졌다.“아가씨, 왜 그래요? 잠이 안 와요?”강욱이 서둘러 다가왔다.어둠에서 빛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잘못 본 게 아닐까 생각할 만큼 무해한 표정이 남아 있었다.“왜 아직 방으로 안 돌아갔어요?”지아는 다소 의아했다. 왜 이 시간에 아직도 저기 나와 있는 걸까. 설마 그동안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묵묵히 자신을 지키고 있었던 걸까.“혹시 몰라서요. 어차피 전 잠도 없고 방에 돌아가도 못 자요. 왜 나왔어요?”“바람 좀 쐬러 나왔어요.”지아는 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마음이 편치 않았다.“걱정 마세요, 선장님께 연락했으니 곧 돌아올 거예요.”강욱은 지아의 표정을 살폈다. 할 말을 망설이는 듯한 모습인데 혹시 조금 전 총소리에 겁먹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아가씨, 무서우시면 제가 방에 들어가서 같이 있어 드릴게요. 제가 있으면 조금 더 마음이 놓이지 않겠어요?”“그래요.”지아는 그의 제안에 동의하고 그를 방으로 들여보냈다.침대에 누웠고, 그녀와 3미터 정도 떨어진 바닥에 앉아있는 강욱 덕분에 마음이 놓였다.이때 어느샌가 술을 마셔 얼굴이 빨개진 선장이 조그만 아이 둘을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799화

    남자아이의 얼굴에는 몇 군데 긁힌 상처가 있었고 곳곳에 흔적이 가득한 열 손가락은 핏자국이 남루해 보는 사람까지 마음이 아팠다.약을 문지르는 동안 이 아이는 눈에서 눈물이 고였지만 울음을 참으며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맹국영은 한참 동안 그 남자아이를 바라보면서 왠지 모르게 어딘가 낯익은, 누군가를 닮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아이들을 씻긴 후 맹국영이 몇 번 더 물었지만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여자아이는 닭이 밥을 쪼아 먹듯 먹고 마시다가 몇 분 만에 잠이 들었고, 남자아이는 졸렸지만 정신을 다잡고 맹국영을 노려보았다.“무서워할 필요 없어, 난 너희를 해치지 않아. 이름이 뭐야? 혹시 엄마 아빠를 잃어버린 거야?”여자아이는 계속해서 말이 없었고, 자신에 대해 조금도 알려주지 않았다.맹국영은 어이가 없었다.“이렇게 경계하는 아이는 처음 보네. 그래, 더 묻지 않을 테니 피곤하면 쉬어. 우린 여기 하루 더 있을 거니까 내일 엄마 아빠 찾아줄게.”그는 두 아이에게 침대를 내주고 자신은 소파 반대편에 누웠다.남자아이는 자정까지 버티다가 잠이 들었다.아침이 밝고 맹국영은 아침 일찍 일어나 아이의 부모를 찾아 돌아다녔다.그가 떠나자마자 어두운 그림자가 창문을 통해 들어왔다.침대에 누워 있던 남자아이는 경계심을 가지고 눈을 번쩍 떴고, 찾아온 사람을 보자 두 눈을 반짝였다.“아빠.”“쉿.”남자가 움직였다.아이는 얌전히 입을 다물었지만 옷에 묻은 피를 보고는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였다.“피.”아무것도 모를 어린 나이임에도 그 피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알았다.“괜찮아.”남자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다른 사람의 피야. 밖은 바람이 세니까 여기 숨자.”남자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의식이 돌아왔을 때부터 남자는 남자아이와 여동생을 데리고 숨어 다녔다.그들이 어느 곳을 가든 며칠 평온한 나날을 보내기 바쁘게 그놈들이 쫓아왔다.원래는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왔는데, 그 고양이도 눈앞에서 죽었다.사람 좋아 보이는 할아버지는 그들을 거두어 줄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800화

    부엌이 이 층에 있는 것도 아니고, 살아있는 생물을 운반하는 배도 아닌데 어떻게 이유 없이 피 냄새가 날 수 있겠나.어젯밤 총격전을 떠올리며 강욱은 조금이라도 지아가 다칠 틈을 놓치지 않기 위해 더욱 주위를 살폈다.지아를 위한 아침 식사를 준비한 강욱은 감시카메라를 확인하면 모든 답이 나올 거라 생각하고 재빨리 감시실로 갔다.감시 카메라를 지켜보는 장원철이 꿀잠에 빠져 있는 사이 강욱은 손쉽게 30분 전의 영상을 훑어볼 수 있었다.그의 손가락이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렸지만, 감시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전혀 추적할 수 없었다.누군가 카메라에 손을 댔다.보아하니 배에 쥐새끼가 침투한 것 같았다.상대방이 지아를 노리고 온 게 아니어도 강욱은 그냥 놔둘 수 없었다.최대한 빨리 쥐새끼를 찾아야 한다.선장 맹국영은 하루 종일 수색에 나섰지만 섬에서 아이를 잃어버린 가족은 아무도 없었다.어떤 평범한 부모가 늦은 밤에 다친 두 아이를 절벽 끝에 내버려둘 수 있겠나.아이에게 부모에 대해 아무리 물어봐도 아무런 언급이 없자 맹국영은 일부러 아이를 버렸을 거라고 짐작했다.“우리 오늘 떠나는데 같이 갈래?”맹국영은 참을성 있게 두 아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 물었다.아이들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가 배에 있었고, 이 배로 남들의 눈을 피해 떠나야 한다는 걸 알았기에 더 이상 거부감이 없었다.여자아이는 소심하게 오빠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불렀다.“오빠.”“말할 줄 아는구나. 이름이 뭐니?”그제야 소년이 입을 열었다.“해경이요.”“소망이요.”맹국영은 눈을 반짝였다.“해경이와 소망이라, 이름 예쁘다. 엄마 아빠는 어디 있니?”“죽었어요.”해경은 차분하게 말했다.맹국영은 한숨을 쉬었다. 대체 어떤 환경에서 자랐으면 이 두 아이가 이렇게 침착할 수 있을까.“다른 친척들은 있니?”“없어요.”아이들이 어려서 더 물어볼 것도 없었다. 두 아이는 모두 맹국영을 따라나서기로 했다.“알았어, 일단 돌아가자.”이 섬은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았기 때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801화

    악마의 바다로 들어가려는 순간, 강욱은 이 떠돌이 잡것을 제거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이쯤 되면 상대방은 다용도실에 몸을 숨기고 있을 것이다.강욱이 미리 알아본 결과, 이곳엔 도구만 가득하고 몇 달 동안 사람들이 오지 않았다고 한다.문이 열리자 불쾌한 냄새가 그를 덮쳤다.퀴퀴한 냄새와 함께 피 냄새도 섞여 있었다.곧 날이 어두워질 무렵이었고, 오늘은 비까지 와서 바다 전체가 어둡고 음침했다. 맨 밑층에 있는 이 방엔 빛 하나 들어오지 않았다.선체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를 제외하면 방은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다.강욱은 앞쪽으로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인간의 직감으로 상대가 지금 방 안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마치 독사가 그림자 속에 숨어 있다가 적절한 순간에 나타나서 물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하늘은 점점 더 흐려지고 있었고, 바닷바람은 거세게 불어왔으며, 문과 창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지아 역시 바람이 어디에서 불어오는지 알 수 없어 정신이 혼미할 정도였다.창밖을 내다보니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며 파도를 일으키고 있었다.심술궂은 악마가 입을 크게 벌리고 지나가는 사람과 배를 삼키려는 듯 전보다 더 잔인해진 악마의 바다에 들어섰다.파도가 배의 선체에 부딪히면서 배는 심하게 흔들렸다.때때로 파도가 몇 미터 높이까지 치솟아 무서웠다.태양 빛이 없는 어두운 바다는 더욱 섬뜩해 보였다.역시나 악마의 해역이었다.지아는 불안한 마음으로 창가에 서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곧 비가 올 것 같았다.비가 오면 바다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앞으로 수십 시간 동안 이런 큰 바다를 항해해야 한다는 생각에 지아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또 한 번 큰 파도가 치고 배가 심하게 흔들렸다.지아는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질 뻔했다.방 안을 몇 번이나 돌아다니며 나가서 강욱을 찾고 싶었다.적어도 강욱이 곁에 있으면 마음이 좀 더 편할 것 같았다. 함께 지내는 동안 무의식적으로 그에게 의존하게 된 것이다.막 문을 열고 복도에 나오기도 전에 돌풍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802화

    이 가면의 주인은 다름 아닌 전효였고, 전효는 눈을 가늘게 뜬 채 눈앞의 키 큰 남자를 바라보았다.어딘지 모르게 이도윤과 닮았지만 이도윤의 몸은 이 남자보다 더 건장했다. 시선이 강욱에게 향하자 그건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밋밋한 얼굴이었다.날 죽이러 온 사람이 아닌가?“날 알아?”맞다, 이 목소리.강욱은 몇 걸음 앞으로 다가가 손을 뻗어 옷깃을 잡아당기며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네가 왜 여기 있어?”전효는 이 남자의 태도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만약 자신을 쫓는 무리였다면 지금쯤 이미 머리를 가격해 죽여버렸겠지, 이런 쓸데없는 질문을 했을까?이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조금 전 강욱은 하필 발로 그의 상처를 가격했고, 벌어진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가 그의 옷을 물들였다.강욱이 더 묻기도 전에 복도에서 울려 퍼지는 선원들의 겁에 질린 목소리가 들렸다.“해적이다! 해적이 왔다!”강욱의 눈에서 살기가 번뜩였다. 진짜 나타난 건가?이 쓰레기 같은 놈들.곧바로 밖은 빠르게 달리는 선원들의 소리로 가득 찼다. 일반 화물선이지만 비상사태를 막기 위해 선내에 물대포와 무기를 장착하고 있었다.오래전 바다가 혼잡할 때 모두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생존의 방법을 찾았지만, 평화로운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오늘 또다시 해적과 마주친 것이다.강욱은 곧바로 전효를 묶어 옆으로 던지며 말했다.“얌전히 있어.”말을 마친 그는 성큼성큼 떠났다. 전효의 목적이 무엇이든 지아를 해치지는 않을 것 같았고, 적어도 해적들보다 덜 위협적이었다.전효는 머릿속엔 두 아이들로 가득했다. 젠장, 왜 하필 이 시점에 해적이 나타나서는.방에서 두 아이와 즐겁게 놀던 맹국영은 두 아이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고 정신적으로 성숙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천재네! 우리 해경이 천재야.”맹국영은 단지 시간을 때울 생각으로 장기를 가르쳐주려고 했는데, 해경이 그렇게 빨리 익히고 배울 줄은 몰랐다. 겨우 며칠이나 됐다고 세 살도 안 된 어

Latest chapter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12화

    소상현은 오랜 세월을 그렇게 살아왔고, 그의 자식들도 자연스럽게 그런 영향을 받아 소지훈 역시 같은 생각을 품게 되었다. 형들보다 뒤처진다는 열등감과 질투심을 마음속 깊이 새기며 말이다. 그래서 소지훈은 연예계로 진출했는데, 스타가 되면 가장 눈부신 존재가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뜨거운 인기를 얻게 된 배경에 소임호의 존재가 있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 당시 소지훈은 일부러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숨기고,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성공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인맥 하나 없는 상태에서 연예계에서 두각을 드러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소임호는 그런 소지훈을 위해 아무 말 없이 훌륭한 매니저를 은밀히 붙여 소지훈이 어떤 부당한 대우나 불합리한 관행에 휘말리지 않도록 철저히 보호했다.게다가 소지훈이 직설적인 성격 탓에 적을 많이 만들어도, 그때마다 소임호가 뒤에서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소임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소지훈에게 맞춤형 성공 전략을 만들어 주었으며, 소지훈이 맡을 작품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고르기도 했다.그 결과, 소지훈은 단번에 톱스타로 떠오를 수 있었고, 스캔들 하나 없이 꾸준히 높은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 소상현 부자의 성공 뒤에는 늘 소임호가 있었다. 하지만 소상현 가족과 달리, 소영수의 셋째 아들인 소재호 일가는 예술을 사랑하며 재산에는 큰 관심이 없었고, 소영수의 넷째 아들인 소윤성은 심예지와 파혼한 뒤 소씨 가문을 떠나 해외로 가서 조용히 지냈다. 즉, 이 집안은 소임호가 없었다면 이미 오래전에 무너졌을 것이었다!소영수가 소임호를 특별히 아낀 이유도 바로 이것이었다. 제멋대로인 다른 아들들에 비해 소임호야말로 소씨 가문을 이끌 적임자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소임호가 소씨 가문을 위해 조용히 헌신해온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심지어 위기가 닥쳤을 때 소상현은 소임호를 도울 생각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그의 아들들을 짓누르며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려 했다. 하지만 부장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11화

    어릴 때부터 소상현은 모든 면에서 소임호보다 못했고, 태어난 그날부터 소임호의 후광 아래 살았다. 소상현이 소임호를 향해 품은 원망과 분노는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었다. ‘비즈니스계의 천재’라는 수식어가 소임호 대신 자신에게 붙었다면 어땠을까, 그런 상상을 수도 없이 해 왔을 정도였다. ‘아버지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소임호도 별 거 아니었을 거야.’ 소임호가 소영수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소상현의 마음은 크게 들떴다. 비록 자신의 능력이 소임호를 따라가지 못한다 해도, 신분만큼은 소임호보다 우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부장경이 이곳에 나타나자, 소상현은 자랑스러웠던 신분마저 산산이 무너지는 듯했다.소상현의 얼굴은 보기 민망할 정도로 일그러졌지만, 이미 주위 사람들은 전부 부장경과 소임호에게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고, 소상현 부자에게 관심을 갖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부장경은 지아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은 채, 다른 식으로 입을 열었다.“형님,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부장경이라고 합니다. 아버지께서 특수한 신분인 탓에 직접 오시지 못해, 제가 대신 왔습니다. 저는 아버지와 같은 핏줄이지만 어머니가 다른, 형님의 동생입니다.”“아버지, 아버지...”소임호의 눈가가 약간 붉어졌다. 사실 소임호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어릴 적 의식을 갖기 시작했을 무렵, 어머니와 단둘이 지내면서도 ‘아버지는 누구일까?’ 하고 궁금해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어머니는 그때마다 다정하게 미소를 지으며 소임호의 머리를 쓰다듬을 뿐이었다. 그러다 소영수를 만난 뒤에는 그분이 바로 아버지라고 말해주었고, 실제로 소영수는 소임호를 친아들처럼 다정히 대했다. 물론 소임호는 소영수가 친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진실을 밝히지 않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라 믿으며 더 이상 묻지 않았다.게다가 소영수는 친아들 이상으로 소임호를 아껴 주었기에, 소임호는 그저 이대로도 좋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이렇게 아버지가 먼저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10화

    부장경은 국내에서 먼 길을 달려왔는데, 오기 전까지만 해도 소씨 가문에 대한 몇몇 영상과 사진을 통해 단편적인 정보만 알고 있었다.부장경은 소씨 가문 사람들과는 달랐다.비록 부장경도 소임호의 이복형제이지만, 부장경은 오래전부터 부남진이 젊은 시절에 사랑했던 여인이 있었고, 그 여인이 부남진에게 평생의 후회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만약 그 여인이 부남진에게 아들이나 딸을 남겨줬다면, 부남진의 후회를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었을 것이었다. 부장경은 지난 삶을 미셸을 사랑하며 보냈지만, 미셸은 결국 가짜 여동생에 불과했다. 만약 비즈니스적으로 뛰어난 형이 있다면, 부장경에게 그것은 하늘이 준 기회와도 같을 것이었다. 같은 혈연으로 맺어진 형제인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와 비즈니스가 결합된다는 점에서 부씨 가문은 더 큰 번영을 가져올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지아가 부남진에게 이 이야기를 전했을 때, 부씨 가문은 이미 대화를 나누며 준비하던 참이었다. 민연주 역시 그 여인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더 이상 따질 것이 없었다. 어차피 그것은 자신이 등장하기 이전의 일이었으니 말이다.게다가 소임호의 능력은 아주 뛰어났다. 그런 양자를 받아들이는 것은 부씨 가문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것과 동시에 큰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선택이었다. 민연주는 손익을 따져보았고, 무엇보다 부남진이 어렵게 찾은 아들을 반대해도 소용없겠다는 결과에 다다랐다. ‘그래, 오히려 통 크게 받아들이는 게 낫겠어.’부남진은 특수한 신분 탓에 떠날 수 없었기에, 대신 부장경이 부씨 가문을 대표해 소임호와 정식으로 인연을 확인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 부장경은 결단력 있는 기운을 풍기며 빠르게 걸어왔다. 회의실을 아주 넓었는데, 부장경과 그의 일행이 들어오자 그들이 내뿜는 살벌한 기운이 전장을 휩쓸 듯 회의실을 가득 메웠다. 부장경의 정체를 모르는 사람들조차 등골이 오싹해졌다. 최근 소씨 가문에는 너무 많은 일이 벌어져서, 지아조차 부씨 가문의 이야기를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09화

    이 말이 나오자마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몸을 움츠렸고, 그들 중에는 한때 소임호의 뒤를 따르던 사람도 적지 않았다. 비행기 사고 소식이 전해지며 소씨 가문이 혼란에 빠지자, 그 사람들은 곧장 새로운 선택을 했다.본래 군자는 좋은 벗을 택하는 법이지 않은가? 소임호가 죽었다고 생각한 그들은, 시후가 병으로 쇠약해지고 있는 모습을 보며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 판단했다. 게다가 다른 형제들도 믿음직하지 못하니, 결국 사람들은 소상현 쪽으로 몰리고 만 것이었다. 하지만 소임호가 죽음을 위장하고, 이렇게 난감한 시점에 돌아올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일명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들’은 즉각 태도를 바꾸었고, 앞다투어 소임호에게 아부하며 말했다. “대표님, 무사하시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저희는 날마다 대표님을 위해 기도드리며...”소임호가 차갑게 그들의 말을 끊었다.“빨리 극락에 가서 뼈도 남지 않길 바랐다고?” “허허, 여전히 유머러스하시네요.” “저희는 대표님께서 하루빨리 돌아오시길 바랐습니다. 대표님께서 부재중인 동안 회사가 이렇게 큰일을 겪었으니까요.” “이쪽으로 오시죠.”방금까지는 시후를 몰아세우며 목소리를 높이던 한 원로가, 소임호를 보자마자 태도를 바꿔 소지훈의 머리를 세게 때렸다.“여긴 너 같은 애송이가 앉을 곳이 아니야! 어서 비켜, 대표님께서 오셨다고!”이 세상에서 진정한 힘은 실력뿐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모두 이 회사가 누구의 손에서 태어났는지, 누구의 피와 땀으로 이뤄진 것인지, 누구의 뿌리이자 삶의 전부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본래 소임호가 없다고 생각하고 산 정상에 꽂힌 깃발을 훔치려 했지만, 고지에 닿기도 전에 장군이 병력을 이끌고 역습을 해온 꼴이었다.상황을 지켜보던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들’은 자연스레 소임호의 편을 들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소상현의 편에 서 있었으나, 소임호가 등장하자마자 모든 사람이 소상현에게 등을 보였다. 이 상황에 소상현도 살짝 당황했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08화

    소상현과 소임호는 원래 이복형제였지만, 어린 시절의 소상현은 아버지에게서 아주 엄격한 대우를 받았다. 그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네 형의 반이라도 닮으렴.”“형은 똑똑하고 재능이 있는데, 넌 왜 그렇게 어리석니?” “이렇게 간단한 보고서도 이해 못 한다니, 네 형이라면...”소상현은 집안의 둘째였기에 형인 소임호와 비교되는 일이 많았다. 소임호의 빛나는 존재감 아래, 소상현은 얼마나 평범해 보였는지 모른다. 소상현은 이미 열심히 노력했지만 노력과 재능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다. 소임호는 단순히 똑똑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노력도 부족함이 없었는데, 천부적인 재능 위에 더해진 노력은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었다.즉, 소상현은 평생을 다 바쳐도 소임호를 따라잡을 수 없을 터. 소임호는 소상현의 평생의 트라우마였다. 그러던 오늘, 드디어 진실이 밝혀졌다.이번 기회에 소상현은 당당히 소임호와 그의 가족을 몰아내고 자신들의 모든 것을 되찾을 참이었다. “시후야, 너도 똑똑한 사람이니 길게 말하진 않으마. 네가 약간의 지분을 샀다고 해도, 우리 손엔 여전히 아버지의 지분이 있어. 결국 너희는 ‘패배’했단 뜻이지! 뭐 하러 사서 고생을 하니? 결국 사람들한테 비웃음이나 살 텐데.” 시월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그 말은 옳지 않아요! 우리 아빠가 할아버지의 친아들이 아니라고 해도, 우리는 한 핏줄로 연결된 가족이에요. 우리 몸에는 할머니의 피도 흐르고 있으니까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그렇게 오랜 세월을 애틋하게 사랑하며 함께 살아오셨는데, 우리한테 상속권이 없다는 게 말이나 돼요?” “게다가 이 회사는 우리 아빠가 맨손으로 일궈낸 거예요. 그런데 이제 와서 이렇게 크게 성장한 회사에 숟가락을 얹겠다니, 세상에 이렇게 구차한 일이 어디 있어요?” 소지훈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아버지, 더는 말싸움할 것도 없어요.” 소지훈은 손뼉을 치며 전문 변호사팀을 불러들였다. 그와 동시에 시후 측의 변호사들도 들어왔는데, 그들은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07화

    도윤은 지아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걱정하지 마, 자기야. 이미 사람들을 보내 조사하고 있는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아.” 도윤의 세력은 대부분 A국에 집중되어 있어서 이곳에서는 섣불리 행동하기 쉽지 않았다. 게다가 심세호는 이날을 위해 오랜 세월 동안 계획을 세웠으니, 심세호를 단번에 찾아내는 것은 당연히 어려운 일이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소임호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고, 소임호가 보낸 사람들마저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져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도윤은 이틀 동안 무릎을 꿇은 탓에 체력이 바닥나 빗속에서 기절할뻔했지만, 소씨 가문 사람들은 조금의 동정도 보이지 않았다.시하가 냉담하게 말했다.“저러다 죽으면 더 좋겠어.” 시언도 맞장구쳤다.“좋은 사람은 오래 못 산다더니, 나쁜 놈은 천년이 가도 안 죽는구나.” 소임호는 그저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당장 끌어내. 내 눈앞에서 치워버리라고!”지아는 그들의 태도에 머리가 아팠다.‘아무래도 가족들이 도윤 씨를 받아들이는 건 단기간에 이루어질 일이 아닌 것 같아.’ 지아는 진봉에게 도윤을 방으로 옮겨 정성껏 간호하라고 지시했다. 소씨 가문에서 도윤에 대해 가장 악의가 적은 사람은 시후였는데, 시후가 천천히 지아의 곁으로 다가왔다.“소시월이 자금을 다 모았어.” “그럼 이제 우리가 연극을 시작할 때네요.” 시월이 밤새 달려와 도착하자, 시후는 일부러 얼굴에 화장하고 아주 쇠약한 모습을 연출했다.“콜록콜록... 월아, 왔구나.” “오빠, 이틀 만에 상태가 왜 이렇게 악화된 거예요? 절대 쓰러지시면 안 돼요.” “걱정하지 마, 월아. 오래된 병이라서 그래. 그나저나 돈은 다 모은 거야?” “네, 오빠, 지금 상황은 좀 어때요?” “내가 있는 한, 무슨 일이 있어도 아버지의 재산을 지켜내려 하겠지만...” 시후는 일부러 기침을 몇 번 더 하며 말했다.“월아, 앞으로 우리 소씨 가문은 너한테 달렸어.” “오빠, 괜찮을 거예요. 그런 말은 하지 마세요.” 시월은 겉으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06화

    어떤 고통은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절대 공감할 수 없는 법이지만, 사실 지아는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이미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 첫째, 지아는 여전히 도윤을 사랑하고 있었다.둘째, 지아와 도윤 사이에는 네 명의 자녀가 있었다.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고, 가족과 재회한 후에야 지아는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복수에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현재를 소중히 여기고 지금 가진 것들을 꼭 붙드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느꼈다. 지아는 누구보다 지금의 평온을 애틋하게 아끼고 있었다.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지아와 같은 마음가짐이 아니었다. 도윤이 예전에 저지른 일들로 인해, 도윤이 백번을 죽는다 해도 소씨 가문은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었다. 도윤은 정원에서 하루 밤낮 동안 무릎을 꿇고 있었다. 지아가 몇 번이고 도윤을 말렸지만, 도윤은 부드럽게 말했다.“자기야, 난 당신이랑 재혼하고 싶어. 당신한테 성대한 결혼식을 선물하고 싶다고. 하지만 부모님의 축복이 없는 결혼은 완벽하지 않은 거잖아.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당신 가족의 용서를 구하고 싶어.”“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지아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모든 일이 이 지경에 이른 건 다 내 잘못이야. 당신이 살아 있고, 나를 받아들일 의향이 있다면 이 정도 고통쯤은 아무것도 아니야.”도윤의 무릎은 이미 감각이 없었지만, 도윤은 등을 곧게 펴고 있었고 눈빛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그리고 내가 겪는 고통은 당신의 만분의 일도 안 될 거야.” 그날 밤, 하늘에서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고, 도윤은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은 상태였다.여자라면 이미 기절했을지도 모르지만, 도윤은 강인한 체력으로 끝까지 버티고 있었다. 한편, 지아는 집 안으로 들어갔는데, 소임호는 어제보다 상태가 훨씬 좋아 보였다. 소임호가 지아를 보자마자 빙그레 웃었다.“우리 지아 왔니? 네가 처방해 준 약이 효과가 정말 좋더구나. 오늘 몸이 한결 가벼워졌어.”소임호의 얼굴에는 약간의 혈색이 돌았지만, 아내를 걱정하며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05화

    도윤이 예전에 지아에게 저지른 일들은 정말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물며 지아의 가족들이 그녀의 과거 고통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가슴 아파하겠는가? 지아가 아무리 ‘다 지나간 일이다’라고 말한다 한들, 깊은 밤 홀로 고통과 싸우며 버틴 지아의 고통은 절대 그렇게 쉽게 잊힐 수 없는 것이었다. 소임호는 도윤을 원수 대하듯 노려보았다. “아빠,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지금은 안정을 취하셔야 해요.”지아가 부드럽게 달래자, 소임호는 가슴을 쓰다듬으며 간신히 감정을 추슬렀다.“딸아, 우리 집안에 어떤 일이 생기든, 나는 절대로 저 자식과 네가 엮이게 두지 않을 거란다.” 소임호는 도윤을 향해 다시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뭘 그렇게 보고만 있어?! 당장 썩 꺼지지 못해? 우리 소씨 가문은 너 같은 놈을 환영하지 않아! 예전에 네가 우리 딸을 어떻게 괴롭혔는지는 벌써 잊은 게야? 그때는 우리가 없어서 네가 설치게 내버려뒀지만, 이제 내 딸한테 가까이 오기만 해 봐! 나는 평생 내 딸을 지킬 거야!” “장인어른, 제가 과거에 저지른 잘못은 씻어낼 수 없는 죄악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잘못을 사죄하고, 가능한 한 보상하고 싶습니다.” “필요 없어! 사과로 모든 게 해결된다면 세상에 경찰이랑 법은 왜 필요하겠나? 진심이든 아니든, 네 사과 따윈 듣고 싶지 않아!” “장인어른.”“그 따위로 부르지 말게. 난 너 같은 사위는 둔 적 없으니까!” “저와 지아는 두 아들과 두 딸, 총 네 아이를 두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저희를...”아이들 이야기가 나오자 소임호는 더욱 격분했다. “빌어먹을 자식 같으니라고! 이제 와서 아이들을 들먹이다니! 예전에 지아가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네가 백채원을 살리겠다고 지아를 유람선에서 밀어 조산하게 했던 건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지? 지아가 목숨 걸고 낳은 아이를 왜 네 입에 들먹여! 그 망할 ‘은혜’ 때문에, 어미로서 자식을 사랑할 권리마저 뺏겠다는 건가?”소임호의 목소리는 격해지며 갈라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04화

    밤하늘 아래, 무무는 조용히 서로를 껴안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이의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 있었고, 두 사람의 애틋한 장면은 영상 통화를 통해 중계되고 있었다.수화기 너머에서 해경의 흥분된 목소리가 들려왔다.[좀 더 가까이 찍어봐! 잘 안 보여!]소망은 지윤의 머리를 밀쳐내며 핀잔을 주었다.[좀 조용히 해. 엄마랑 아빠를 방해하지 말란 말이야! 그리고 그 큰 머리 좀 치워봐! 하나도 안 보이잖아!] [누구 머리가 크다고 그래? 형, 형이 판단 좀 해줘. 우리는 쌍둥이잖아. 내 머리가 크다면, 쟤도 똑같은 거지? 그렇지?]두 아이는 만나기만 하면 다투기 일쑤였지만, 지윤과 무무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비록 무무는 말할 줄 모르지만, 부모가 서로 껴안고 있는 모습을 눈앞에 두고, 남매들이 다투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듯했다. ‘가족은 원래 이런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엄마는 A시로 돌아가면 아빠랑 재혼할 거라고 했어. 그때가 되면 우리는 진정한 가족이 될 수 있을 거야.’ 그날은 금방 올 것 같았고, 그동안 지아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숨어서 가족들을 보살폈다. 소임호는 온화한 눈빛으로 지아를 바라보았다.‘지아가 내 곁에 있으니 마음이 한결 편해진 것 같군.’ 소임호는 오랜 세월이 흘러 마주한 딸을 애틋하게 바라보며, 지아가 걸어온 지난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 지아는 침을 놓으면서 차분히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사실 어릴 때는 큰 고생을 하지 않았어요. 양아버지께서 절 많이 사랑해 주셨거든요. 물질적으로도 부족함이 없었고, 무엇보다 제게 온전한 사랑을 주셨어요.” 소임호는 손을 들어 지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정말 온화한 분이셨던 모양이구나. 너를 이렇게 훌륭하게 키워주셨으니까.” “네, 만약 그분이 살아 계셨다면, 제가 가족을 찾은 걸 정말 기뻐하셨을 거예요. 물론 제 인생에도 어두운 순간들이 있었지만, 그분이 주신 빛이 제 삶의 어둠을 몰아내고, 제가 진흙탕

Scanner le code pour lire sur l'application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