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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화

가까이 앉은 탓에 유남준은 풍겨오는 박민정의 체취를 맡으며 가슴이 간질거림을 느꼈다.

"응."

유남준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요즘 들어 박민정과의 일들을 꿈으로 자주 꿨는데 그 속에서는 둘의 진한 스킨십도 등장했기에 지금 기분이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나 못 믿는 거야?"

유남준의 반응을 보니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아 박민정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게 아니고 눈도 안 보이는데 피아노도 치고 악보도 수정해주고 참 대단한 것 같아서요."

머뭇거리며 어딘가 슬프게 들리는 말투에서 유남준은 아까 박민정이 울던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난 그래야만 했으니까."

박민정은 고개를 들어 유남준을 바라보았다.

"요즘 꿈을 자주 꿔. 꿈속에서 나는 유씨 집안에서 온갖 사교육이란 사교육은 다 받았어. 그리고 매일 유앤케이 후계자로서의 덕목을 갖춰야 한다고 요구받아 왔고."

"그리고 지금은 내가 그렇게 훌륭하지 않으면 어떻게 너랑 뱃속의 우리 아기를 지키겠어?"

유남준의 말을 듣고 있던 박민정이 뭐라 해야 할지 몰라 대답을 망설이자 유남준이 박민정을 품에 안으며 말했다.

"민정아, 우리 다시 시작하자. 나 너 사랑해. 많이 사랑해."

기억을 잃지 않았다면 유남준은 평생 하지 않을 말이었다.

어릴 때부터 모든 이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온 유남준에게 제일 부족하지 않은 게 사랑이었고 그래서 누군가를 굳이 좋아하지도 않았다. 어차피 받게 될 사랑이니까. 그리고 좋아한다고 해도 그 성격상 그걸 말할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 유남준에게서 지금 박민정이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박민정은 깜짝 놀란 나머지 유남준을 밀어내지도 않고 있자 유남준은 그녀를 더 세게 끌어안으며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추려 했다.

"엄마, 남준 아저씨..."

그때 앳된 목소리가 들려오자 정신을 차린 박민정이 유남준을 밀어내고 일어서며 말했다.

"예찬이 왔어?"

가방을 메고 올라가던 박예찬은 앞뒤로 나란히 내려오는 엄마와 유남준을 보며 어딘가 낯설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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