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전은 깜짝 놀랐다."뭐라고?"유화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눈짓을 보냈다.이때 천우가 입을 열었다."김구용, 도봉전. 너희들은 이젠 만리 상맹의 사람이 아니기에 여기 프라이빗 클럽에남아있을 자격이 없어. 또한 너희 둘은 한동안 같이 공모하면서 만리 고위층의 지분을 빼앗으려 했고, 그들의 가족까지 납치하려 했기에 그 죗값은 제대로 받아야지. 이번 일은 만리의 규정에 따라 처벌을 내릴거야.” “여봐라!”곧이어 프라이빗 클럽의 무자들이 달려왔다.천우는 명령했다."이 놈들을 형당으로 보내 먼저 열 손가락을 잘라놓고 있어. 그리고 이따가 내가 직접 가서 심문할테니까."그러자 도봉전은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천우, 이건 나랑은 상관 없는 일이야. 이사들의 가족을 납치한거에 대해선 난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고. 이 모든게 다 김구용 이 자식이 혼자서 한거라고.""그래?"천우의 눈빛은 차가워났다."그럼 내가 너한테 기회를 한 번 줄게. 넌 지금부터 모든 자초지종을 제대로 설명해.난 분명히 너한테 말했어. 너한테 주는 마지막 기회야.”괜히 김구용에 말려 누명을 쓰게 된 도봉전은 두렵기 그지 없었다.당장 형당에 갇혀 열 손가락이 잘릴 상황인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가 있겠는가?도봉전은 격동된 말투로 입을 털기 시작했다. "나는 단지 이제 곧 대표를 선거할 때 김구용을 도와서 오른팔이 되주겠다고만 했을 뿐이야... 그리고 기껏해야 몇 명의 이사들의 가족 연락처만 제공한거지, 저 자식이 직접 납치할 줄은 전혀 몰랐다고. 일이 성사되고 나면 나한테 만리의 30%되는 자산을 주겠다고 약속까지 했었어. 근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 자식 아예 날 갖고 논거야.” 이젠 완전 끝장이 난걸 예감한 김구용은 더이상 가만 있을 수 없어,곧바로 따라서 욕을 해댔다."도봉전, 너 이 개자식, 감히 다 저질러 놓고 이제 와서 부정을 해? 여태 다 네가 혼자서 납치한거잖아. 근데 왜 나한테 뒤집어 씌우냐고?” "뭐라고? 너 언제까지 헛소리 할거야? 이 지경까지
그렇게 얼마 뒤, 임건우는 방에서 유유히 걸어나왔고,미야기 겐지는 숨이 멎은 채 쓰러져있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인걸가.미야기 겐지는 일찍이 임건우의 정체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임건우는 영동경의 수정자로서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절대 겐지를 놓아줄리가 없다고.안 그래도 악에 박친 임건우는 야나기타 조직의 이야기를 들은 후 더욱 분노가 차올랐다.그가 다시 프라이빗 클럽으로 돌아왔을 때, 유화도 이미 깔끔하게 상황을 정리하여 사람들로부터 만리 그룹의 신임 대표로 인정받는 듯한 분위기였다.풍연경도 아마 이쯤이면 미야기 겐지와 인사를 나누러 갔을지도 모른다.그럼, 그의 몸에 있던 고독은 누가 풀어준거지?사실 이 답안은 명확했다.영동경 수사였던 미야기 겐지로서는 고충 한 마리를 없애는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그렇게 30분이 흐른 후, 임건우에게 천우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주주들의 가족들을 찾았다는 소식이었다.김구용이 납치를 한 후, 그 외의 다른 지령을 내리지 않아 가족들을 감시하고 있던 부하들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들을 구해내는건 그나마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어떤 이들은 천우와 함께 한 무자들로부터 구출을 받은 후에야 자신이 여태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소식을 듣고 난 주주들은 일일이 달려가 가족들을 맞이했다. ............"만리 상맹의 대표가 된걸 축하해. 오늘부터 이젠 더 이상 강주 지하 세계의 유화 공주가 아닌 명실상부의 유화 여왕이 됐네. 여왕 폐하를 만나뵙게 돼서 영광입니다!"유화는 웃으며 유화에게 말했다.여태 힘들고 괴롭게 이 과정을 보낸 유화를 생각하노라면 마음이 안쓰러워 그렇게라도 장난을 치고 싶었다. 이때 유화는 갑자기 그에게 달려들었다."전 사실 이딴 여왕같은건 되고 싶지 않아요. 단지 사부님의 하녀로만 살고 싶어요. 사부님만이 저의 왕이라고요.” 이렇게 절절한 말을 하자 임건우는 마음이 흔들렸다.곧이어 큰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껴안고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유
그래, 이렇게라도 도망가야겠어.사실 육남수의 부상은 어젯밤 임건우가 이미 축유술로 치료를 하여 하룻밤이 지난 지금은 이미 많이 회복됐을 것이다.육남수는 말했다."도련님, 제가 돌아오는 길에 들은 소식이 있는데, 중해 용등 그룹이 중해 당문에 의해 하룻밤 사이에 전멸되었고, 그로 인해 용등의 대부분 산업은 이미 모두 당문의 것이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이게 무슨 일이에요... 도련님이야말로 강남 상회의 회장인데, 당문이 갑자기 뻔뻔하게 가로채가다니, 정말 어이가 없어서...” "어?"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괜찮아. 용등 그룹이 중해에 있긴 하지만 난 사실 인수할 생각이 없었어. 중해는 모든 경제의 중심지야. 용등을 잡고 나면 괜히 다른 사람들 눈에 찍히게 될거라고.” 육남수는 물었다."하지만 두려울게 뭐가 있어요? 도련님은 종사시잖아요. 30세도 안되는 종사는 여태 존재한 적도 없어요. 다들 금릉 진씨 집안의 진선체가 가장 대단한 천재라고, 35살이 되기 전에 종사가 될 수도 있다고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도련님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죠.”임건우는 웃었다."그래도 좀 겸손하게 굴어. 종사가 뭐 굳이 1위인건 아니잖아.” 육남수는 놀라서 말했다. "종사가 정점이 아니라고요? 그럼 진정한 최고봉은 뭔데요?"임건우는 말했다. "그래서 넌 아직도 시야가 좁다는거야. 네가 이제 종사에 다다르며 알게 될거야. 앞으로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걸! 하지만 안심해, 너가 성심성의껏 나를 위해 일을 하면, 언젠가는 내가 너를 도와 그 경지에 오르게 해줄테니까."육남수는 임건우의 말에 기뻐나 연신 감사를 표했다."마동재가 죽은지 얼마 안됐으니까 요즘엔 네가 남아서 일 좀 도와줘. 난 지금 당장가서 처리할 일이 좀 있어서 내일이 돼야 다시 오게 될거야." 임건우는 육남수에게 당부하며 돌아섰다.임건우는 돌아가 피의 연화를 시험해 보려고 하였다.그 구슬에 도대체 무슨 비밀이 있는지 궁금했다.물론 가장 중요한 원인은 여윤아의 감시망에서 벗어
갑작스레 자신의 손을 덥석 잡은 누군가에 여성은 단단히 화가 났다.그녀는 험악한 얼굴로 임건우를 쳐다보며 힘껏 발버둥쳤지만 임건우의 손은 마치 수갑과도 같이 단단하여 아무리 애를 써도 벗어날 수가 없었다.그러자 그녀는 벌컥 화를 냈다."너 뭐야? 누군데 감히 나한테 손을 대? 당장 이거 놔. 평생 한 손으로만 살고 싶지 않으면.” 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해줄게."바로 그때, 그는 가볍게 힘을 주어,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여성의 손을 거꾸로 부러뜨렸다.“아아아악-"그러자 여자는 발을 구르며 비명을 질렀다."당장 안 놔? 내 손이 부러졌다고!"이를 지켜본 구경꾼들은 깜짝 놀라 멍해졌다.방금 임건우가 여성에게 무작정 달려들 때까지만 해도 저 청년이 어떤 수모를 겪게 될가 걱정까지 했는데, 오히려 무자비하게 여성의 손목을 부러뜨리고 잔인하게 구는 모습을 보자 다들 당황하기 그지 없었다. "너희 둘은 뭐하는거야? 당장 덤벼, 저 자식을 때려 죽여라니까.” 여자는 손목을 끌어안고는 한편으로 경호원에게 미친듯이 소리를 질렀다.그제서야 두 경호원은 정신을 차리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둘은 동시에 달려들어 주먹을 날렸다.그런데 바로 그 순간,임건우가 갑자기 손을 휘두르자 두 녀석은 쿵하는 소리와 함께 옆에 놓여있던 차에 강하게 부딪혀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한편,이 광경을 멍하니 보던 염혜수는 그제서야 비로소 알아챘다.염혜수는 임건우를 똑똑히 보아내고는 울면서 소리쳤다."매형, 아니... 임 대표님!"맞을대로 맞아 머리가 돼지머리마냥 퉁퉁 부은 심수여는 멍하니 임건우를 바라보며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바로 그때, 임건우는 염혜수를 끌어올리며 물었다."대체 어떻게 된 거야?"염혜수는 얼굴을 붉히고는 슬퍼하며 말했다."임 대표님, 전 그냥 아무런 문제 없이 운전하고 있었는데 앞에서 갑자기 아이가 뛰어들어 무단횡단을 하길래 제가 바로 급브레이크를 밟은 바람에 뒤에 있던 저 사람들의 차가 부딪힌거예요! 제가 뭔 말을
"아하!" 임건우는 담담하게 대답했다."그 리액션 뭐야? 너 내 정체를 알고도 아직도 무릎 안 꿇어? 진짜 죽고싶어서 환장한거야? 내가 너랑 네 가족들을 다 죽일 수도 있는데?” 이때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이 여성의 남편이 마동재의 지인이란 사실을 듣고는 하나같이 불편해하는 기색을 드러내며 심지어는 너무 두려워 다들 자리를 피했다. 혹시나 나중에 자신에게 영향을 끼칠가봐... 심수여 또한 마찬가지였다.정말로 나중에 만리 상맹의 마동재가 자신들을 죽이러 올가 봐 두려웠던 그녀는 얼른 임건우를 말리며 말했다."임건우, 만리 상맹은 건드리면 안되는 존재야. 잘못 건드렸다간 우리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얼른 사과나 드려.”여성은 심수여의 말을 듣고는 더욱 의기양양해졌다."훗, 이젠 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겠어?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해. 그리고 너, 나한테서도 몇 대 좀 맞아야겠다. 우리 경호원들을 이렇게 만들었는데 내가 가만 있을 수는 없지.” 하지만 임건우는 여유롭게 웃으며 음산한 눈빛으로 여성을 바라보았다. "너 정말...... 고집 불통이구나! 그래, 전화해 봐. 네 남편 얼굴 좀 보자. 대체 어떤 미친 놈이길래 너같은 여자랑 결혼한거지.” "너... 너가 감히 내 남편을 욕해? 안되겠다, 너 당장 죽을 준비해."여성은 여전히 우월감이 넘쳐났다.여전히 눈치를 채지 못하고는 계속하여 임건우에게 도발을 하였다.곧이어 여성은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 나 어떤 미친 놈한테 맞았어. 내 손까지 부러뜨렸다니까. 얼른 애들 데리고 이리로 와봐. 혹시나... 내 뱃속에 있는 우리 아기가 다칠가봐 불안하단 말이야.” 그녀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를 어리둥절했다.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게 되었다.만약 이 여성이 정말 임신을 한거라면 이건 쉽게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임건우는 어이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지었다.저 여자가 임신이라... 웃기고 자빠졌네.한편 여전히 불안감에 휩싸인 심수여는 조급하기 그지 없었다. 이때
사람들은 자신의 눈 앞에 벌여진 이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장진도는 방금까지만 해도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수십 명의 부하들을 데리고, 심지어 손에는 다들 무기까지 챙기고 있었다. 그리하여 모두들 이젠 임건우가 완전히 끝장 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임건우의 한 마디에 그가 곧바로 무릎을 꿇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이 사람, 만리 상맹의 주주 아니었어?설마 이 총각이 만리 상맹보다 더 큰 조직의 일원인건가?지금 이 순간만큼은,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염혜수도 마찬가지로 크게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전에 경성 클럽에서 일하면서 그녀는 만리의 마동재와 임건우가 모종의 관계가 있어 평소에 마동재가 항상 임건우를 깍듯이 모시고 있었던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대체 서로 어떤 관계인지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그리하여 장진도가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나타난 순간, 그녀는 매우 긴장해 있었다. 그런데 임건우가 자신의 예상보다도 훨씬 강력한 사람일 줄은 몰랐다. 무려 만리의 주주가 직접 무릎 꿇고 사과하다니...이때 한참을 멍하니 있던 장진도의 와이프가 큰 소리로 외쳤다."이 봐 당신, 제 정신이야? 왜 이 자식한테 무릎을 꿇어?"장진도는 여자의 말을 듣고는 안절부절 못했다.다시 한번 임건우의 심기를 건드리면 자신은 곧 죽을 것 같았다. 임 선생은 더욱 말할 것도 없고, 이 일이 만약 유화의 귀에까지 전달되면 자신뿐만아니라 가족들도 끝장 날거라 생각했다.그는 더이상 참다 못해 직접 와이프를 잡아당겨 호되게 때려댔다.안 그래도 더이상 싸울 힘이 없던 여자는 따귀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털썩 주저앉아버렸다.그 와중에 땅에 무릎을 찍은 그녀는 고통스러운 나머지 꺄악 소리를 질렀다.그 순간, 장진도는 계속하여 몇 대의 따귀를 후려치며 노발대발 소리쳤다."아무리 못나도 분수가 있지, 감히 임 선생을 상대로 모욕을 해? 네 까짓게 뭔데 그렇게 나대는거야? 지금 당장 임 선생한테 머리 숙이고 사과 드려. 임
임건우는 직접 그한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네 마누라, 남자라고.....음, 정확히 말하면 인간 요괴야.""뭐라고?"사람들은 모두들 깜짝 놀랐다.다들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장진도 또한 크게 놀라 말했다."임 선생님, 이...이게 말이 돼요? 저 이 여자랑 한두번 같이 잔게 아니라고요. 여태 아무런 이상한 점을 느낀 적이 없는데... 진짜 인간 요괴라면, 저도 분명히 알아봤을 수도 있잖아요."임건우는 웃으며 말했다. "직접 전문기관에서 검사를 하지 않은 이상 넌 알아챌 수가 없어. 이 세상에 성전환 수술이 있다는거 너 몰라? 남자를 여자처럼 만들 수도 있다고. 다만 그 유일한 차이점은 성전환을 거쳐서 여자가 되면 자궁이 없고, 생리도 할 수가 없어서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거지! 심지어 현재의 의술로는 아직 여자의 자궁을 이식할 수도 없고.”장진도는 놀라서 멍해졌다.곰곰이 생각해 보니 자신의 와이프는 정말로 한 번도 생리가 온 적이 없는 것 같았다.그는 제대로 깜짝 놀랐다.옆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의 기이한 눈빛, 심지어 부하들도 당황하여 표정을 숨기는걸 발견한 장진도는,수치스러움에 갑자기 분노가 극에 달했다. 정말 상대가 남자였다면...이건 너무 역겹잖아.그는 갑자기 와이프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흉악하게 말했다."나한테 솔직하게 말해. 너 도대체 남자야, 여자야? 아니면 인간 요괴야? 너 오늘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으면 내가 당장 널 죽여서 개밥으로 만들거야.”그의 와이프는 장진도가 정말로 자신의 말을 지킬거란걸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따로 개들을 모아서 풀어놓은 농장도 있었다. 그 안에는 매우 흉악한 대형견들로만 가득했다. 무슨 마스티프며, 투우사며 등등... 와이프 또한 직접 가서 본 적이 있었다. 전에는 심지어 누군가가 농장에 던져져 갈기갈기 찢긴 적도 있었다.그 장면을 그녀는 평생 잊지 못하고 있었다.그런데 자신 또한 그 곳에 버려질 생각을 하니 그녀는 두려워 나서 온몸을 떨고는 통곡하며 말했다
사실 임건우는 심수여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불쾌했다. 전에는 그녀로부터 수시로 욕을 많이 먹었기 때문이다.그리하여 임건우는 이를 틈 타 그녀가 공짜로 뭔가를 얻어내는 것이 꼴 보기가 싫었다. 포르쉐 한 대만 해도 1, 2백만 원이 필요한데 두 모녀의 치료비에 비하면 훨씬 큰 금액이었다. 임건우가 그렇게 말하자 장진도도 당연히 받아들였다.곧바로 포르쉐 한 대를 남겨놓고는 부하들을 데리고 얼른 도망치듯 떠났다.임건우 앞에만 서있으면 단 1초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던 그는 얼른 자리를 떠나고 싶었다.한편 심수여는 롤스로이스가 점차 자신의 시야에서 멀어지는 것을 보고는 가슴을 치며 안타까워했다. 그녀 또한 어리석지는 않은 편이라 롤스로이스와 포르쉐를 비교하면 어느 것이 더 가치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임건우의 한 마디로 바래왔던 천 만원의 가치는 백 만원으로 단번에 하락해버렸다. 화가 잔뜩 난 그녀는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임건우에게 따지고 싶었다.그러나 결코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심지어 임건우와 눈이 마주치고는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꾸벅 인사를 했다. "임건우, 이번 일은 네 덕분에 잘 해결됐어, 정말 고마워. 너가 아니었다면 우리 둘, 오늘 정말 맞다가 죽었을지도 몰라.”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굳이 고마워 할 필요는 없어요. 얼른 병원이라도 가보세요.” 그러나 심수여는 연신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괜찮아. 이 정도 작은 상처는 집에 돌아가서 며칠 쉬고 있으면 인차 괜찮아질 거야. 병원에 가기는 좀 창피하단 말야!"임건우는 말했다."그럼 그렇게 하세요. 이 포르쉐는 두 분한테 드리는 배상으로 받아가세요. 알아서들한 사람씩 차 한 대씩 몰고 돌아가면 되겠네요. 그럼 전 이만 먼저 가볼게요."그는 아주 쿨한 말투로 다시 택시로 돌아갔다.방금 일은 그에게 있어서 정말로 보잘것 없는 일이었다.임건우가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바로 자리를 뜨려고 하자 염혜수는 다급해났다. 겨우 임건우랑 단 둘이 만난 기회인데, 심
“하지만 이렇게 되면 그 불구자를 잡는 일이 조금 번거로워질지도 몰라...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군.”윤문용은 임건우를 두고 한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자신 같은 신분 높은 사람이 정말로 다음 날 그 불구자를 찾아가겠는가?만약 그런 일이 소문 난다면 사람들에게 얼마나 비웃음을 살지 불 보듯 뻔했다.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밤이 지나갔다.그날 밤, 백의설은 내내 임건우의 방에 머물렀다.두 사람 모두 수련 경지가 높아 며칠 밤을 새운다고 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임건우는 백의설에게 여러 가지를 물었고 그녀의 과거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임우진을 만나기 전, 백의설의 구미호 혈맥은 아직 각성되지 않았고 수련 경지 또한 형편없었다.임우진이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는 천성성의 망나니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그 상황에서 거의 치욕적인 일을 당할 뻔했지만, 다행히도 임우진이 제때 나타나 그녀를 구했다.이 사건이 백의설이 몇몇 가문을 멸문시킨 이유 중 하나였다.그중에는 그녀의 약혼자의 가문도 포함되어 있었다.얼마나 황당한 일인가?자신의 약혼자가 다른 남자들과 함께 백의설을 모욕하려 했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사람도 아닌 짓이었다.시간은 흘러 어느덧 정오가 되었다.하지만 윤씨 가문의 가주는 나타나지 않았고, 심지어 윤서희조차 오지 않았다.백의설은 임건우의 어깨를 가볍게 주무르며 말했다.“건우야, 보아하니 윤문용은 오지 않을 것 같군. 하하, 저 노인은 겁쟁이에 불과해.”“그가 오지 않는 건 겁이 나서가 아니라 우리를 하찮게 여겨서겠죠.”임건우가 대답했다.“그렇다면 내가 직접 찾아가면 되겠군요.”“흥!”백의설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그 늙은이가 뭐라고, 네가 직접 찾아가? 잠시만 기다려. 내가 가서 그자를 묶어서 데려올게!”임건우는 백의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수고 좀 해주셔야겠네요.”“우리 사이는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잠깐 기다려.”“잠깐만!”임건우는 백의설의 손을
“아...!”“독과부?!!”호위 대장은 백의설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온몸이 움찔하며 거의 기절할 뻔했다.“이, 이 여자가 그 악명 높은 독과부라니?”“너, 저 구석으로 가서 자결하라.”백의설이 차가운 목소리로 호위 대장에게 말했다.“내 아이 앞에서 사람 죽이는 건 싫다.”호위 대장은 얼굴이 창백해졌다.죽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독과부 같은 냉혹한 인물 앞에서 만약 그녀의 명령을 거역하면 내일 당장 자기 가족들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었다.그는 부모와 아내, 자식들이 있었다.결국 그는 이빨을 꽉 깨물고 거리 구석으로 달려가 자신의 심장을 찔러 자살했다.죽기 직전,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아, 아가시... 제발... 제 가족만은...”주변의 다른 윤씨 가문 호위들은 입술을 떨며 말을 잃었다.이 일은 그들이 예상한 것과 아주 달랐다.임건우는 구석에서 죽은 호위의 시체를 한 번 훑어보고 남은 호위들에게 말했다.“내일 아침, 당장 나를 만나러 오라고 네 집 가주에게 전해. 그렇지 않으면 후회할 거다.”“아직도 안 가?!”그 말은 백의설이 했다.윤씨 가문의 호위들은 마치 목숨을 구한 듯 급히 꼬리를 내리고 도망쳤다.백의설은 기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그의 향기로운 체취가 임건우의 코에 닿았고 이 각도에서는 조금만 가까워지면 임건우의 입술에 닿을 것 같았다.백의설은 웃으며 말했다.“건우야, 이게 바로 스승님의 풍모지! 윤씨 가문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야. 만약 스승님이 여기 있었다면 한 칼로 윤씨 가문을 완전히 멸했을 거야.”“아버지가 그렇게 대단한 분이었나요?”임건우는 잠시 깜짝 놀랐다.그의 기억 속에서 임우진은 그저 평범한 상인이었을 뿐이었다.나중에 여러 정보를 통해 그의 실력을 알게 되었지만, 종합적으로 봐도 그는 그냥 초고수 정도의 존재일 뿐이었다.하지만 백의설의 말과 표정에서 보니 아버지는 임건우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강력한 인물인 듯했다.“아버지, 도대체 얼마나 많은 걸 숨기고 있는 거
주연우는 얼굴이 창백해졌다.“아가씨, 그가... 그가 내 외조카를 죽였어요. 그런데 왜 나한테 무릎을 꿇으라고 하세요?”백의설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내키지 않으면 내가 강제로 해줄게...”말을 마치기도 전에 주연우는 무릎을 꿇었다.임건우는 이 상황을 보고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사실 임건우는 천성성에 대해 별로 애착이 없었다.이곳 사람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백의설이 자신 아버지의 제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놀랐지만, 아버지의 행방을 알 수 없었고 지금은 그저 딸을 데리고 돌아가 잠깐 쉬고 싶을 뿐이었다.“붕이야!”임건우가 하녀인 붕이를 불렀다.의식을 잃고 있던 붕이는 정신이 번쩍 들어 급히 몸을 일으켰다.“도련님...!”“아, 도련님 괜찮으세요?”붕이는 마치 꿈에서 깬 듯한 표정을 지으며 믿기지 않는 얼굴로 말했다.특히 주연우가 무릎을 꿇은 것을 보고는 더 혼란스러웠다.‘저... 저 사람이 바로 강여진의 작은 이모였던가요? 그녀는 백리 가문에 시집가고 나서 천성성에서 으스대며 살았죠. 그런데 지금, 왜... 공자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죠?’‘대체 무슨 일이죠?!’임건우는 백의설을 향해 말했다.“누나, 저는 먼저 돌아가겠습니다. 당신께서는 굳이 배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붕이만 있으면 충분해요.”주변 사람들이 그들의 대화를 듣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 불구자, 독과부의 동생이라고?!”백의설은 붕이를 잠깐 바라본 뒤,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윤서희의 하녀인가? 하하, 윤씨 가문 사람들은 인정도 없고, 윤서희도 마찬가지겠지. 건우야, 내가 걱정돼서 가만히 둘 수 없겠어. 자, 가자!”백의설은 주연우에게 더는 신경 쓰지 않고, 아기를 안고 임건우의 휠체어를 밀며 두 사람은 취보재를 나섰다.한편 윤씨 가문 가주와 윤서희는 임건우가 묵고 있는 곳에서 기다리며 지루해하고 있었다.윤문용이 말했다.“안 돼, 이렇게 그냥 기다리면 안 돼. 그 놈이 도망쳤다면 이 기회를 놓칠 수 있어. 인생에 그렇게 많은 기회가
“저기...”임건우는 백의설을 바라보며 말했다.“저를 찾으러 온 건 맞습니다. 그리고 사람은 제가 죽였습니다.”백의설은 콧방귀를 뀌며 차갑게 웃었다.“강여진을 죽였다고?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그래? 그 여자는 원래 하찮은 존재였어. 내가 직접 손 좀 봐주려고 했는데 네가 잘했다. 가자, 누나가 직접 너를 위해 복수해줄게.”“제가...”“걱정하지 마. 누나가 있으니까 넌 신경 쓸 거 없어.”“두렵지...”“그래, 이렇게 당당해야지. 좋아!”백의설은 임하나를 품에 안고 임건우의 얼굴에 기습적으로 입을 맞췄다.촉촉한 입술 자국이 임건우의 얼굴에 남아 있었다.그녀는 휠체어를 한 손으로 들고 아래층으로 향했다.1층.아래층에서는 많은 사람이 백리 가문의 부인, 즉 강여진의 이모를 중심으로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범인은 이미 아가씨가 위층으로 끌고 올라갔다던데 지금쯤 이미 죽었겠지?”“독과부가 실험용으로 데려갔다면 정말 끔찍하겠다!”“대체 독과부가 실험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 미치겠네. 뭐, 피를 뽑고 가죽을 벗기는 건가?”“그렇게 궁금하면 너도 실험 대상으로 자원해 보지 그래?”사람들이 떠들고 있을 때 드디어 백의설이 모습을 드러냈다.하지만 이내 모두가 경악했다.“뭐야? 저 녀석이 아직 살아 있어?”“이게 무슨 상황이야? 아가씨가 저 녀석의 딸을 안고 있잖아? 더구나 이 표정, 내가 잘못 본 건가? 너무 다정한데?”“갑자기 부럽다. 나도 휠체어 타고 싶어졌다니까.”백의설은 임건우를 휠체어에 조심스레 내려놓았다.그녀의 동작은 마치 귀중한 청화백자라도 다루는 듯 섬세하고 신중했다.그 뒤 백의설은 차갑게 부인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여기서 뭐가 그리 시끄럽지? 이곳은 백리 가문의 상점이다. 네가 여기 시장이라도 되는 줄 아나?”“아, 아가씨! 어떻게 여기 계십니까?”주연우는 백의설을 보고 움찔하며 긴장했다.하지만 곧 주연우도 백리 가문의 식구라는 점을 떠올리고는 자신감을 되찾았다.주연우는 임건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때 모든 사람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독과부가 이런 명령을 내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백의설은 도대체 무슨 의도가 있는 걸까?모든 이들이 머리를 싸매며 혼란스러워했다.위층에서 임건우는 백의설을 보며 점점 더 궁금해졌다.임건우는 이전에 이 여자가 아버지의 제작한 법기라도 지니고 있는 줄 알았지만, 자세히 보니 그것은 법기가 아니었다.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인가 끌리는 기운이었다.“혹시 백의설과 아버지가... 무슨 말 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었던 걸까?”“백의설이 아버지의 아이를 임신한 건가?”이 모든 상황을 이해하려 애썼지만, 그의 천의도법의 기운을 바라보는 눈으로는 백의설이 임신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네가 임건우라고? 그럼... 임우진을 아는 거야?”백의설은 임건우가 말을 시작하기도 전에 먼저 물었다.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금 복잡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알아요, 그분은 제 아버지입니다.”백의설은 손으로 입을 막으며 얼굴에 감격의 색을 담았다.“정말... 정말이구나! 너무 좋다!”임건우는 백의설을 보며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제가 어머니라고 불러야 하는 건가요?”“어... 어?”백의설은 눈을 크게 뜨며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 후에는 머리를 거세게 흔들며 부정했다.“아니야, 내가 어떻게... 난 백의설이야! 난 네 아버지의 제자지. 그래서... 연배상으로는 네가 나보다 아래야! 그러니까 내가 너에게 제자라고 불러야 해!”“제... 제자라니!”임건우는 대체 무슨 소린지 이해하지 못했다.그 사이, 백의설은 임건우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그녀의 보라색 비단 스카프는 이미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붉은 옷은 굉장히 섹시하게 몸을 감싸고 있었다.무릎 꿇은 자세에서 섹시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고 그녀의 한쪽 다리는 드러나며 임건우의 시선이 본능적으로 그곳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제자야, 네 다리가... 어떻게 된 거야?”“누가, 누가 네 다리를 자른 거야? 그 원수를 내가 대신
왜 붕이가 그렇게 놀란 반응을 보였을까?그 이유는 간단했다.백의설이라는 여자는 백리 가문에서 가장 잔혹하고 독살스러운 여인으로 악명 높았다.백의설의 손에 죽은 사람은 셀 수 없을 정도였고, 천성성에서만도 다섯 개 이상의 가문이 그녀에게 멸문지화를 당했다.그녀는 어린아이조차 남기지 않고 철저히 몰살시키는 잔혹함으로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천성성 사람들 사이에 이런 말이 돌 정도였다.“차라리 염라대왕을 건드려라, 독부인은 건드리지 마라!”이 독부인, 즉 독과부가 바로 백의설이었다.임건우는 계단 끝에서 모습을 드러낸 백의설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모습은 단아하면서도 날카로운 분위기를 풍겼다.그 순간, 임건우의 눈빛이 미묘하게 변했다.임건우는 백의설에게서 아버지 임우진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마치 피로 연결된 것 같은 낯설지만 익숙한 감각이 임건우를 사로잡았다.동시에 백의설도 임건우를 응시하며 눈빛이 뜨거워졌다.그녀의 시선은 단순한 흥미를 넘어선 마치 오래전 잃어버린 가족을 만난 듯한 애틋함을 담고 있었다.그 뜨거운 눈빛은 임건우의 뺨을 데울 만큼 강렬했다.하지만 취보재의 사람들은 이들 사이의 묘한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대장은 백의설에게 급히 고개를 숙이며 상황을 보고했다.“아가씨, 이자가 취보재에서 행패를 부리다 여진 아가씨를 살해했을 뿐만 아니라 저희 경비원까지 죽였습니다. 아가씨께서 위로 돌아가 주시면 이자를 반드시 잡아 처리하겠습니다.”퍽!백의설은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그러자 공중에 떠오른 보이지 않는 손바닥이 대장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꺼져라.”백의설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갑고 날카로웠다.그 말에 모든 이들이 몸을 떨었다.이제 독과부가 분노해 진짜로 화를 내는구나 싶었던 것이다.뺨을 맞은 대장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급히 무릎을 꿇었다.“소인이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처벌을 내려주십시오, 아가씨!”주변의 구경꾼들도 숨을 죽였다.그들은 임건우와 임하나를 바라보며 애처로운 눈빛을 보냈다.취보
“가고 싶다고? 꿈 깨!”“이 여종부터 죽여라!”몇 명의 경비원들이 사나운 기세로 휠체어를 붙잡았다.그중 한 명이 힘껏 주먹을 휘둘러 붕이에게 내리쳤다.이 취보재의 남자 경비원들과 비교하면 붕이의 실력은 그야말로 미미했다.그런 공격 앞에서 붕이는 피할 생각조차 할 겨를도 없이 단지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아!”퍽!하얀빛이 번쩍이 붕이의 눈앞에서 머리가 하늘로 솟구쳤다.피가 붕이의 머리와 얼굴에 튀었다.임건우는 한 손으로 아이를 안고, 다른 손으로 견곤검을 잡았다.휠체어를 움직이지 않았지만, 휠체어는 저절로 앞으로 조금씩 나아갔다.“붕이야,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임건우의 차분한 목소리가 붕이의 귀에 들렸지만, 그 목소리는 마치 공허하게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임건우가 강여진과 취보재의 경비원 한 명을 죽였다는 사실에 그녀는 깜짝 놀랐지만, 그보다 더 크게 느낀 건 두려움이었다.“이제 정말 끝났어!”“완전히 죽었어... 도망친다 한들, 백리 가문은 절대 놓치지 않을 거야. 이 남자, 어떻게 이렇게 충동적일 수 있지?”붕이는 심장이 터질 듯 뛰고 있었다.백리 가문 사람들이 오면 도망칠 수 없을 거라는 걸 확신했다.그런데 임건우는 취보재의 경비원들에게 포위당하고 있었다.붕이는 임건우를 끌고 도망칠 기회조차 없었다.주변에는 구경꾼들이 많이 있었고, 모두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도망가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오히려 몇몇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이 사람, 두 명이나 죽였는데도 이렇게 태연하네. 배경이 있을 거야.”“배경? 다리도 없는 남자, 어린아이까지 안고 있는데 배경이라니. 뒤에 궁녀나 시녀가 따라다닌다든가 그런 게 있을까? 그냥 머리가 핑 돌아서 날뛰는 바보 같은 녀석일 뿐이야.”“강여진은 여섯 번째 부인의 친조카라는 거 알아? 이거... 그냥 끝장이야.”사람들의 속삭임 속에서 임건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임건우는 아버지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그것은 바로 위층에서 온 기운이
임건우는 미간을 찌푸렸다.눈앞의 여자는 이 장신구 가게의 점원임이 분명했다.손님으로 가게에 들어왔는데 이렇게 무례하게 대하다니?임건우의 눈빛이 차가워지며 말했다.“너희 사장은 손님이 왕이라는 걸 안 가르치더냐? 네가 감히 손님한테 빈정거리다니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그 말에 붕이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깜짝 놀랐다.붕이는 급히 임건우의 소매를 잡아당겼다.이 가게는 취보재, 천성성에서 백리 가문의 소유로 유명한 곳이었다.여기는 함부로 소란을 피울 곳이 아니었다.백리 가문은 가주가 단약을 구하러 갔다가 재산의 절반을 약신궁에 빼앗겼지만, 가주가 아직 살아 있었고 그의 영향력은 여전했다.오히려 백리 가문은 쇠락하지 않고 더 번성해졌고 지금은 재력으로 천성성에서 으뜸가는 가문이었다.윤씨 가문과 비교해도 그 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더구나 눈앞의 여자는 단순한 점원이 아니었다.그녀는 백리 가문과 먼 친척 관계에 있는 강여진이라는 여자였다.원래 강여진은 지금처럼 잘나가는 인물이 아니었다.과거에 붕이처럼 윤씨 가문의 하녀였고, 그것도 임시 하녀로 지위는 붕이보다 낮았다.어느 날, 강여진이 윤씨 가문에서 물건을 훔치다 붕이에게 들켰고, 붕이는 그녀를 심하게 꾸짖었다.이 일로 강여진은 붕이를 원수처럼 여기게 되었다.하지만 세상은 아이러니했다.강여진의 고모가 백리 가문의 여섯째 아들과 결혼하면서 그녀도 자연히 신분 상승을 하게 되었고, 천성성에서 어느 정도 지위를 얻게 되었다.그 후로 강여진은 붕이를 볼 때마다 온갖 방법으로 모욕하며 괴롭히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았다.윤서희는 백리 가문과 관계를 악화시키고 싶지 않았기에 붕이가 모욕을 당해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그런 강여진이 지금 분노를 터뜨렸다.그녀는 임건우의 다리, 그것도 다친 다리를 걷어차며 손가락으로 임건우의 코앞을 겨누고 욕설을 퍼부었다.“웃기지 마! 너 같은 불구자가 감히 우리 백리 가문의 취보재에서 행패를 부려? 네가 개똥이라도 먹었냐?”그녀의 발길질로
임건우는 깜짝 놀랐다.‘이렇게 비쌀 수가?’임건우는 윤서희에게 그 대해장단을 줬던 걸 후회했다.‘만약 알았더라면 절대 주지 않았을 텐데...’임건우는 탑을 한 번 바라봤다.사실 큰 관심은 없었다.기혈단은 연금술 약물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 속하는 것이었기에 그 약의 가치는 낮았다.그렇지만 그 약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었다.바로, 수련하지 않은 사람도 복용할 수 있다는 점.그래서 많은 사람이 수련을 시작할 때 기혈단을 먹곤 했다.그때 윤문용과 윤서희가 임건우의 집에 도착했다.두 사람은 모두 검은색 밤옷을 입고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그리고 빠르게 빌라 안으로 들어갔다.그러나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혹시 소식 듣고 도망쳤나?”윤문용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는 임건우가 가지고 있는 보물이 반드시 손에 넣고 싶었다.만약 임건우가 도망쳤다면 그 기회를 놓친 셈이 될 것이다.“그럴 리 없어요! 그가 어디로 도망칠 수 있겠어요?”윤서희는 차분하게 답했다.비록 윤서희는 이런 일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는 사업가였고, 게다가 이미 얼굴에 상처를 입은 상태라 마음이 조금 왜곡되었다.윤서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업, 다른 건 다 부수적이었다.게다가 임건우는 그저 평범한 사람, 윤서희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보물은 아직 남아있어요!”“이건 붕이의 물건이에요. 남겨두었으니 분명 돌아올 거예요.”윤서희가 말했다.“그렇다면 여기서 기다리자. 반드시 돌아올 거야.”임건우는 딸을 안고 붕이와 함께 상업 거리에서 잠시 걸었다.시간이 이미 늦어져 딸은 하품을 연달아 하며 졸고 있었다.임건우는 집으로 돌아가자고 제안했다.다음에 시간이 되면 다시 오자고 했다.그때 임건우는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윙!심장이 잠시 쿵쾅거렸다.“뭐지?”“이 느낌... 익숙해!”“그건... 아버지의 기운이야!”임건우는 자신의 아버지, 임우진의 기운을 감지한 것을 깨달았다.이 사실에 그는 가슴이 뛰었다.그동안 임건우는 아버지가 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