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민혁은 떠나가면서도 은아와 하현이 잘 지내길 바라지 않았다. 그는 두 사람의 관계에 분쟁을 일으키고 싶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하현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이간질 해봐야 우리한텐 소용없어. 만약 네가 정말 그렇게 내가 미우면 네가 나한테 복수할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래.”민혁은 이를 악물고 기개를 갖추려 했지만 결국 땅바닥에 떨어진 돈을 주워 담으며 하현의 냉담한 눈빛 속에 허둥지둥 자리를 떠났다. ……설씨 별장에 돌아왔다. 설씨 어르신은 이때 이미 텅 비어져 있는 별장을 보며 정신이 얼떨떨했다. 왜냐하면 오늘이 지나면 그는 이곳을 떠나야 한다. 지금 설씨 집안은 나무가 쓰러져 원숭이들이 흩어진 꼴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었다. 민혁은 안고 있던 돈을 챙기고는 설씨 어르신을 깊이 쳐다보았고 곧 떠날 준비를 하였다. 지연도 마찬가지였다.하지만 이때 설씨 어르신이 갑자기 차갑게 말했다.“너희 둘은 가지 마! 우리 설씨 집안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지 없을지, 마지막 희망은 너희들에게 달려 있어!”“뭐요!?”민혁은 놀람과 기쁨의 얼굴로 다시 돌아섰다.“할아버지, 설마 우리에게 무슨 다른 후수가 있을까요?”지연도 기쁜 기색을 띠었다. “할아버지, 다른 방법이 있나요? 설은아 이 년에게 복수할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하겠어요.”설씨 어르신은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말했다.“이건 우리 설씨 집안의 가장 큰 비밀이자 마지막 비장의 카드야.”“너희 둘, 대구 정씨 집안에 대해 들어본 적 있어?”민혁과 지연은 서로 마주보며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오히려 설씨 어르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너희들은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지. 우리 설씨 집안의 등급이 너무 낮아서 아직 그 범위에 도달할 자격이 없었기 때문에 그래.” 말을 마친 설씨 어르신의 눈동자에는 추억의 빛이 떠올랐고, 잠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대구 정가는 대하 10대 최고 가문들
대모산 리조트 프로젝트 현장. 설은아는 눈앞의 공사장을 바라보며 수심에 잠겼다. 리조트 프로젝트 현장은 대도 경수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문제가 없었다. 누구도 소란을 피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원자재에 문제가 생겨 작업을 중단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은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비서를 불렀다.“4천만 원을 인출해서 보너스로 한 사람당 20만 원씩 나눠줘. 당분간 며칠 쉬게 하고 내 연락을 기다렸다가 다시 출근하라고 해.”비서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면서도 걱정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 “회장님, 곧 겨울이 와요.”“강남 쪽은 겨울이 되면 북풍이 불어와서 노동자들의 작업 속도가 느려져요.”“그래서 가을에 전체적인 구조를 완성하지 못하면 프로젝트가 엉망이 될 것 같은데요.”은아가 눈썹을 비비며 말했다.“알아. 건축자재 쪽에 문제가 생겨서 우리 사정이 급하다고 해도 가지고 올 수가 없어.”“네가 노동자들과 시공업체를 잘 다독여줘. 나는 며칠 동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네!”비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 떠났다. 스마트 밸리로 돌아왔을 때 희정은 진작에 그 보석들과 별장 부동산 증명서를 가지고 떠나고 없었다. 은아도 이런 일을 관리할 마음이 없는 게 사실이다. 그녀는 소파에 앉아 지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현이 다가와 은아에게 손에 있던 주식 양도 합의서를 건넨 뒤 웃으며 말했다.“회장이 된 걸 축하해. 이제부터 이 회사는 네가 회사 지분의 49%를 소유하게 됐어. 거기다 네가 회사의 회장이라 앞으로 회사에 대한 최종 발언권은 네가 가지게 됐으니 아무도 너를 힘들게 하지 않을 거야.” 은아는 합의서를 펼치며 맥없이 말했다.“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없다고 누가 그래?”“그럼 설마 천일그룹이 그러겠어?”하현은 의아해 했다. 자기가 있는데 누가 감히 은아네 회사를 어렵게 만들겠는가? 은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 나랑
오전 내내 공사 현장에 머물다가 은아는 시내로 돌아와 공급업체와 만나기로 한 식당에 왔다. 그곳에 도착했지만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상대방이 일부러 거드름을 피우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설은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주문한 뒤 조용히 기다렸다. 점심부터 저녁이 될 때까지 4시간을 기다린 뒤에야 공급업체 사장이 이 사람들과 함께 뒤늦게 왔다. 룸에 들어 올 때 보니 그들은 아주 친밀한 사이였다. “설 회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가 좀 늦었네요!”“요즘 저희 업무가 너무 바빠서요. 아시다시피 현재 시장에서 건축 자재 원료의 가격이 계속 치솟고 있고 우리와 합작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빠져 나오기가 힘듭니다!”“아이고, 손에 쥐고 있는 게 고작 얼마 안 되는 물건인데, 이 집도 원하고 어느 집도 원하고 하니 우리는 지금 누구에게 줘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정말 난감하네요!”룸에 들어선 몇 사람은 전부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 이 사람들은 모두 뒤룩뒤룩 살이 쪄 딱 봐도 쉬운 사람들이 아니었다. 게다가 옆에는 피부도 하얗고 미모도 예쁜 키다리 미녀가 있었는데 소위 성공한 사람들인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이때 한 사람의 핸드폰이 울렸고 전화를 받고는 귀찮아 하며 말했다. “체면이고 뭐고 나한테 말하지 마!”“나한테는 돈이 가장 큰 체면이야! 그 상대방한테 전해.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물건은 조금도 손에 넣을 생각하지 말라고!”“여기 나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들도 그에게는 물건 안 팔 거야!”“나는 말했다!”말을 마치고 이 사장은 노발대발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난 후 은아에게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 사장님, 죄송합니다. 어떤 회장들은 뭐가 옳고 그른지를 몰라요. 여기가 무슨 시장인 줄 알고 흥정을 하는데, 욕을 안 하면 지들이 무슨 인물이라도 되는 줄 알아요!”“허허허______”다른 사람들이 이때 깔깔거리며 큰 소리로 웃었다. 은아의 얼굴색이 조금 안 좋아졌다. 분
“하하하, 그럼 설 회장님은 우리를 고소하실 건가요?”황보 얼굴엔 웃음기가 가득했다.“여기서 내가 좋은 마음으로 한 가지 상기 시켜드리지요. 변호사를 고용하는 데는 돈이 얼마 안 들더라고요.”“게다가 이런 민사 다툼은 조정 위주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빨리 판결이 나는 건 드물어요.”“우리가 원한다면 이런 소송은 8년이고 10년이고 끌 수 있어요. 어찌됐든 우리는 아무 상관 없습니다. 귀사가 시간을 소모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황보는 득의양양했다. 분명 그가 오기 전에는 모든 것이 괜찮았어도, 오늘 그가 나타난 이상 설은아를 잡아먹겠다는 뜻이었다. 다른 몇몇 사장들도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그들은 모두 이익공동체였다. 이런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는 당연히 단체로 모여야 한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는데 굳이 고생해서 돈을 버는 멍청한 사람은 없다. 은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황 사장님, 처음 우리 설씨 회사가 공급업체를 찾기 시작했을 때 당신들이 먼저 우리를 찾아왔고 게다가 당신들 공장이 파산 직전에 있다고 했었어요.”“당신들이 우리에게 가장 좋은 가격으로 물건을 공급해 준다고 자청했었습니다.”“그리고 저도 제때에 꼬박꼬박 돈을 보내드렸고, 한 푼도 밀린 적이 없습니다.”“당신들이 비즈니스 신용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도 은혜를 아는 건 중요합니다.”“만약 제가 애초에 여러분과 계약을 하지 않았다면 몇 분은 지금 파산하셨겠죠?”설은아가 당당하고 차분하게 말하는 것을 듣고 한 두 명의 공급업체 사장은 마음이 좀 찔렸다. 당시 그들은 정말 설은아를 찾았었다. 근데 문제는 그때와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들은 지금 부자가 되었고, 하나같이 욕심이 커졌다. 황보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은혜? 설 회장님, 제가 듣기론 당신도 상업계에서 몇 년 동안 그럭저럭 지낸 인물이라고 들었습니다.”“설마 우리 상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게 돈이라는 걸 모르세요?”“돈이 있으면 일하기
은아는 이 말을 듣자 안색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그녀는 협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러 왔을 뿐인데 어떻게 이런 수모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황 사장님, 우리 회사는 사람을 진심으로 대합니다. 정중하게 대해 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그것이 저희 쌍방 모두에게 좋습니다. 관계를 완전히 끊으면 안 좋지 않겠어요?”“이번엔 그만 둡시다. 다음에도 나를 모욕하면 내 변호사에게 연락을 받게 될 겁니다!”“변호사 연락? 모욕?”황보는 웃더니 이때 차갑게 말했다. “설은아, 너 정말 네가 무슨 양갓집 규수라도 되는 줄 알아?”“내가 경고하는데 오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너네 회사와 합작하지 않으면 우리 같은 사람들이 살 길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내가 경고하는데 지금 수 많은 회사들이 앞다투어 우리와 협력하고 있어!”“우리 원자재는 아직 충분하지 않아!“황보, 당신 정말 그날 내가 도와줬던 옛정은 잊어버렸구나!? 은아는 차디찬 목소리로 말했다. 황보는 가볍게 웃으며 두 손으로 팔짱을 낀 채로 입을 열었다. “설은아씨, 이번 일은 아무래도 접어 둡시다! 다들 장사꾼이라 자기 이익만 챙기니!”“대모산 리조트 프로젝트는 하루만 중단돼도 손해가 크죠?”“가장 관건이 만약 기한 내에 준공할 방법이 없으면 천일그룹에는 어떻게 해명할 겁니까?”“이 상황에서 적은 돈이 뭐 그리 별거라도 됩니까?”은아는 인상을 썼다. 사실 한번 가격을 인상해도 회사는 그 돈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상업 전쟁터에서 한 발 양보하면 상대방은 반드시 한발 앞서 나간다는 것을 은아는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오늘 50% 증가하면 내일은 아마도 60%, 70%, 심지어 배로 증가할 수도 있다! 상대방은 네 목숨이 걸려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자연히 계속해서 받아 내려고 독촉할 것이다. 은아를 보니 이때 너무 가여운 모습이라 황보는 순간 온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설은아는 요괴급 미녀로 벌써 하 세자까지 청혼을 했
황보는 이미 사악한 생각으로 머릿속을 채웠고, 머릿속에는 오직 그 생각밖에는 없었다. 이때 그는 괴상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설은아, 오늘 밤 우리 남원 호텔로 갑시다. 안심해요. 나 거기 회원이니까 틀림없이 프레지던스 스위트 룸에 갈 수 있어요. 당신이 만족하리라 보장합니다!”“그만 둬. 이 손 놓지 않으면 정말 신고할 거야!”은아는 몸부림을 치며 핸드폰을 꺼냈다.이 모습을 본 황보는 냉소하며 오른손으로 은아를 땅바닥으로 내리쳤다.“이 여자가! 정말 자기가 무슨 재주라도 있는 줄 아나? 나한테 깨끗한 척을 하다니?”“내 말 잘 들어. 너는 결국 내 침대위로 올라 가게 될 거야!”“내가 지시하지 않으면 남원에서는 아무도 너한테 원자재를 주지 않을 거야!”은아는 핸드폰을 손에 쥐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황보, 너 잘난 척 하지 마.”“나는 돈이 있어도 물건을 살 수 없다는 말은 믿지 않아! 그때 가서 부디 후회하지 않기를!”은아의 말에 황보는 깔깔 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그가 이번에 이렇게 광기를 부리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의 뒤에는 강남 부동산 업계의 우두머리, 일류 가문 소씨 집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씨 집안이 뒷받침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황보는 남원 원자재 시장의 왕이 되었고 그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그 몰래 은아에게 원자재를 팔겠다면 그것은 바로 죽으려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이때 황보는 이런 것들을 입밖에 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은아를 위아래로 훑어본 후에야 비웃으며 말했다. “설은아, 너 가서 한번 해봐.”“언제든지 납득이 되고 생각이 확실해지면 나 찾아오는 거 잊지마.”“사실, 상황은 어렵지 않아. 돈을 주던지 아니면 두 다리를 주던지.”“또 내가 너한테 선택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도 아니야.”황보는 날뛰고 광기를 부리며 웃었다. 은아는 화가 나서 온몸을 떨며 차갑게 말했다.“황보, 너 후회하지 마. 내가 널
집에 돌아온 설은아는 소파에 자신을 내던지고 어두운 얼굴로 아예 말을 하지 않았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설유아는 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녀는 자기 언니를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이런 표정을 보니 분명 엄청나게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것을 알았다. 곧 이어 그녀는 재빨리 하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아는 자기 형부가 절대 언니를 억울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전화를 받은 지 30분도 안 돼서 하현이 나타났다.왜냐하면 그에게 있어서는 어떤 일도 은아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은아야,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한테 말해 줄 수 있어?”하현은 유아에게 위에 올라가 있으라고 눈짓을 하고 나서야 우유 한 잔을 들고 소파로 걸어갔다.은아는 우유를 받고 화가 난 채로 마시다가 오늘 당한 억울한 일이 떠올라 갑자기 울고 싶어졌다. 거기다 황보 그 뻔뻔한 녀석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 당겨 그녀는 지금도 머리가 아팠다. “황보, 이 배은망덕한 놈. 대모산 리조트 프로젝트가 세워졌을 때 그 사람은 파산 직전이었는데 내가 좋은 마음으로 도와서 다시 숨통을 트이게 해줬거든. 근데 지금 부자가 되고 나서 돌변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게다가…… 거기다……”은아는 말을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그녀는 필경 여자아이라 어떤 일들은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하현의 눈빛이 순간 얼음장같이 차가워졌다.“그 사람이 또 무슨 짓을 한 거야?”은아는 심호흡을 하고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됐어. 이미 지나갔어.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아!”“지금 나는 원자재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돼.”“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오늘 밤은 푹 쉬어. 내일 자고 일어나면 문제가 쉽게 풀릴지도 모르잖아?”하현이 위로하며 말했다. 은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이런 일이 발생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녀는 정말 너무 지쳤다. 우유를 다 마신 후 은아는 소파에서 그대로 깊이 잠이
변백범은 입을 열지 않았고 손에 들려 있는 시가가 반도 타지 않은 것만 보고 있었다. 두 부하가 처리를 했으니, 이제 다음이 더 중요했다. 시가를 다 피운 후에야 변백범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황보, 너 같은 하찮은 인간은 내 눈에는 아무것도 아니야.”“그래서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을 수 없어.”“너 최근에 무슨 짓을 했는지, 누구에게 미움을 샀는지, 네가 나보다 더 잘 알잖아?”“아니에요! 전 누구에게도 미움을 사지 않았어요. 전 규칙대로 장사하는 사람이에요!”“그래? 그럼 내가 네 대신 잘 기억해볼게!”변백범은 말을 하면서 발로 황보의 얼굴을 걷어찼다.“퍽______”황보는 룸 벽에 몸이 부딪혀 입에서 이 몇 개를 직접 뱉어냈지만 그 순간 오히려 정신을 차렸다. 그는 생각이 떠올랐다! 기어코 누군가에게 미움을 샀다고 하면 설은아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만약 설은아가 변백범 같은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면 어떻게 자기에게 협박을 당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건 전혀 상식에 맞지 않다!“범 형님, 아니, 범 어르신, 틀림없이 분명 오해일 거예요. 사람을 잘못 찾으신 게 분명해요!”황보는 마늘을 찧듯 이마가 땅에 닿도록 계속 절을 했다. 그는 정말 무서웠다. 변백범 부하들이 사람을 불구가 될 정도로 때리지는 않았지만 아파 죽을 지경이었다. 그는 줄곧 높은 지위에서 부유한 생활을 누리며 살았는데 어떻게 견딜 수 있었겠는가? “그럼 네가 황보가 아니야?”변백범은 자기가 정말 사람을 잘못 찾을 줄 알고 궁금해했다.“맞아요!”“건축 원자재 하는 거지?”“네!”“그럼 맞네! 데려가!”변백범은 담담하게 말했다. “범 형님, 저를 데려 가실 수 없어요. 제 뒤에도 사람이 있거든요!”황보는 만약 변백범에게 끌려가면 자신의 결말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이 때 입을 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 네가 빽이 있구나. 말해 봐. 혹시 내가 그 집안 사람을 몰라 봤을지도
”나한테 사과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엄도훈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여기서 끝낼 수 있을지 없을지는 하현 형님에게 달렸지요.”“하현?”“하현 형님?”고명원은 이미 사건이 발생한 경위를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그는 사건의 근본 원흉인 작자가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모습을 보며 병원에서 고통에 울부짖는 자신의 아들의 모습을 떠올렸다.순간 그의 눈에서 음흉한 빛을 뿜어져 나왔다.그러나 그도 인물은 인물이었다.그는 겉으로는 조금도 그런 내색은 하지 않은 채 미소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하현, 안녕하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모든 것이 우리가 제대로 키우지 못한 죄입니다. 우리가 눈치를 채지 못했어요.”“그러니 대인께서 관대하게 여기시어 너그러이 봐주십시오!”“성양이한테는 우리가 제대로 잘 타이르겠습니다!”말을 하면서 고명원은 허리를 굽혔다.그의 모습에선 수조원 자산가의 위상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그리고 그는 얼른 수표 한 장을 꺼내 하현 앞에 공손히 놓았다.열 자리 숫자, 이십억이었다!이를 바라본 정홍매의 눈동자엔 한기가 가득했다.엄도훈이 현장에 있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하현의 뺨을 때리고도 남았을 것이다.그들 장청 캐피털은 확실히 엄도훈에게는 굽신거려야 하지만 하현의 신원을 알아낸 그들에게 하현은 그저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대구 정 씨 가문 아홉 번째 집안 데릴사위일 뿐인데 뭐가 그리 대단하단 말인가?게다가 하현과 엄도훈이 사이가 좋게 된 이유가 풍수지리 때문이라는데 그것도 하현이 엄도훈을 속인 게 아닌가 하고 두 부부는 의심하고 있었다.간단히 말해서 정홍매의 눈에 하현은 그저 사기꾼일 뿐이었다.지금은 엄도훈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하현에게 굽신거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그녀는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의를 숨기지 않고 하현을 매섭게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고 사장님, 고맙지만 이 일은 엄 회장이 다 처리한 일이니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나 사장님, 설은아 좀 데려다주세요.”출구에 다다랐을 때 하현은 얼굴이 창백하기 이를 데 없는 나박하를 향해 손뼉을 치며 불러 세웠다.“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전화주세요.”“네, 알겠습니다. 형수님 잘 모셔다드리겠습니다!”하현의 말을 들은 나박하는 믿음직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그는 전화를 걸어 임시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어쨌든 지금 이 상황을 가볍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설은아도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할 만큼 멍청하지 않았다.하현이 엄도훈과 함께 일을 처리할 거라는 걸 알고 그녀는 바로 스포츠카로 향했다.그러나 운전석 문을 열면서 설은아는 하현을 쳐다보며 한마디했다.“하현, 얼른 돌아와!”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인 후 설은아를 떠나보냈다....30분 후.소항 회관 프레지던트 룸.엄도훈은 고성양의 일을 처리한 후 가장 호화로운 룸 파티를 열어 하현을 초대했다.값비싼 음식은 물론이고 82년산 라피트 두 병을 준비해 하현을 대하는 그의 성의를 보여주었다.하현은 엄도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가 다시 그의 핸드폰 안의 사진을 들여다보았다.이곳은 새로 인테리어한 신사 상인 연합회 사무실이었다.팔괘경은 이미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풍수지리사를 불러 가구 배치도 다르게 했다.하현은 쓱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사무실이 이전에 비해 훨씬 괜찮아졌다는 것을 알았다.그러나 엄도훈의 몸에는 여전히 불운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고 미간도 검게 변해 있었다.요 며칠 동안 엄도훈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들으며 하현은 가까스로 살아남은 그의 질긴 생명력에 새삼 감탄했다.재수가 없는 사람을 만났더라면 아마 이미 열두 번은 더 죽었을 것이다.하현이 엄도훈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살피려고 했을 때 엄도훈의 전화기가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전화를 받으며 하현을 향해 옅은 미소를 보였다.“형님, 정말 죄송합니다.”“고명원이 형님한테 직접 사과를
엄도훈의 말에 고성양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는 자신의 아버지인 장청 캐피털 고명원의 이름이 엄도훈 앞에서 조금도 먹히지 않을 줄은 몰랐다.하지만 엄도훈의 말이 맞았다.장청 캐피털이 고리대금을 풀어 소시민들을 괴롭히더라도 엄도훈 같은 독한 사람을 만나면 당장 무릎을 꿇어야 했다.심지어 배후에 있는 은둔의 왕 씨 가문의 그림자가 없었더라면 장청 캐피털은 이런 일로 몇 번이나 짓밟혔을지 모를 일이었다.얼굴이 일그러진 고성양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엄도훈은 시선을 돌려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았다.“이런 놈 체면을 세워 주려고 당신들은 여기 이러고 있는 거야?”진서기 일행은 하나같이 머리를 숙이고 있었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뭔가 틈을 찾아 따지고 싶었지만 엄도훈의 시선이 너무 무서웠다.이때 이미 고성양은 모든 게 절망적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하지만 엄도훈은 하현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여기서 멈출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그는 차가운 눈빛과 말투로 입을 열었다.“하현 형님은 마음이 착하고 사람들을 괴롭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하지만 나 엄도훈은 달라. 인과응보. 잘못을 한 상대가 있으면 응당 되돌려줘야지!”“오늘 밤 하현 형님을 괴롭혔거나 형수님의 심기를 건드린 사람은 자진해서 나와.”“나와서 한 손씩 잘라. 그러면 이 일은 없던 일로 해주지!”“아무것도 못 들은 척, 아무것도 못 본 척,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다가 나한테 걸리면 죽는 거야!”엄도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말속에는 살의가 가득했다.이 광경을 본 하현은 웃으며 설은아의 손을 잡고 룸을 나서면서 나박하에게 자신을 따라나오라는 듯 손짓을 했다.진서기와 임민아는 벌벌 떨며 입을 열었다.“은아, 살려줘!”설은아는 발걸음을 떼었다가 멈칫했지만 하현은 마음 약해질 틈을 주지 않고 얼른 그녀를 끌고 룸을 빠져나왔다.“풀썩!”진서기와 임민아 두 사람은 좀 전의 악독한 얼굴은 온데
”이제야 만나게 되었다고?”하현은 차를 마시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엄 사장, 내가 당신 체면을 세워 주지 않은 게 아니야.”“못 간 거야.”“지금 봐! 고성양이라나 뭐라나 하는 사람 말이야!”“내 아내를 괴롭히는 것도 모자라 때리기까지 하려고 했어.”“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가 말하길 신사 상인 연합회가 그의 뒷배이고 그 사람들이 날 짓밟아 죽일 거라고 하잖아!”“이런 데도 내가 당신한테 갈 수 있었겠어?”“당신 체면을 봐서라도 얼마든지 갈 수 있었지만, 내가 가면 내 아내는 어떻게 해?”“고성양한테서 계속 괴롭힘 당할 텐데?”“그래서 내가 부득이하게 가지 못했던 거야.”하현은 가벼운 무용담처럼 말했지만 그의 말에는 고성양을 향한 가시가 가득 들어 있었다.“신사 상인 연합회를 뒷배로 뒀다구요?”엄도훈은 눈빛이 싸늘해졌고 살기를 머금은 얼굴로 고성양을 노려보았다.“당신 누구야?”그러자 고성양은 바들바들 떨며 입을 열었다.“엄 회장, 나 고성양이야...”“난 당신을 모르겠는데.”엄도훈이 어이없다는 듯 단칼에 잘라 말했다.“신사 상인 연합회는 당신의 뒷배가 아니야. 당신 때문에 하현 형님과 맞서는 일은 절대 없어!”“당신 뒤에 누가 있든 오늘 이 일은 반드시 제대로 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그리고 잘 들어. 하현은 신사 상인 연합회의 귀인이며, 나 엄도훈과는 호형호제하는 사이야!”“감히 우리 형님을 못살게 굴었다니! 그것은 나 엄도훈한테 대든 거나 마찬가지야! 신사 상인 연합회에게 도전한 거라고!”엄도훈은 이를 악물고 살기등등하게 말했다.마치 고성양을 잡아죽일 듯 포효했다.엄도훈은 자신의 목숨을 좀 살려달라고 하현을 찾아왔는데 생각지도 못한 고성양이라는 인물이 신사 상인 연합회라는 이름을 들먹이며 하현에게 맞서고 있는 것이었다.이것은 바로 눈앞에서 엄도훈을 엿 먹이는 짓이었다.엄도훈의 말을 들은 진서기 일행은 모두 어안이 벙벙한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원래 하현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 사장은 감히 고성양에게 대꾸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무릎을 풀썩 꿇은 그녀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어떻게 이럴 수 있어?”진서기와 임민아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눈앞의 장면이 믿기 힘든지 눈 밑에는 쉴 새 없이 경련이 일었다.멀쩡한 이 사장이 왜 무릎을 꿇는 거야?그것도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것 같은 하현 앞에서?설은아와 나박하는 더욱 놀란 얼굴이 되었다.도무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난폭하게 들이대던 이 사장이 왜 갑자기 이렇게 무릎을 꿇었을까?“쾅!”바로 그때 룸의 문이 벌컥 열렸다.문은 여러 번의 발길질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순식간에 부서졌다.곧이어 수십 명의 남자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양복 차림의 남자들은 사나운 기운을 뿜어내며 고성양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경호원들을 발로 걷어차 버렸다.감히 누구도 대항할 수 없는 거센 기운이었다!문 앞에 모여 있던 구경꾼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온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소항 회관 직원들, 경호원들도 이 광경을 보고 모두 숨을 죽였다.그때 머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 한 쪽 다리에 깁스를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평소 모습과는 달랐지만 직원들과 경호원들은 모두 그를 알아보았다.바로 신사 상인 연합회 회장 엄도훈이었다!이곳은 누가 뭐래도 엄도훈의 영향력 아래 있는 곳이었으니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면 간첩이나 마찬가지였다!“형님, 형님! 드디어 이렇게 뵙게 되었네요!”무릎을 꿇고 있던 이 사장은 엄도훈이 빠른 걸음으로 뛰어오는 것을 보았다.엄도훈은 의자에 앉아 있던 하현을 보자마자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 눈을 반짝거렸다.이제야 자신이 살았다는 듯한 안도의 눈빛이었다.그는 오늘 길에 적어도 세 번의 교통사고 위기를 모면했다.올라오다가는 개한테 물릴 뻔도 했다.이 상황에서 그는 하현의 말이라면 무조건 굳게 믿을 것이다.엄도훈은 거의 매달리는 모습으로 말했다.“형님, 옆에 좀 앉아도
”야! 내 앞에서 센 척하지 마!”땅바닥에 주저앉아 경련을 일으키던 고성양은 이를 악물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넌 이제 끝났어!”“나하네 미움을 사고 이 사장한테도 미움을 사고 신사 상인 연합회에도 미움을 산 거야!”“네놈 목숨이 열 개라도 모자랄 걸!”“하물며 목숨이 한 개뿐인 너 같은 놈은 볼 것도 없어!”진서기와 임민아는 고성양의 말을 듣고 회심의 미소를 떠올렸다.이제 하현이 무릎 꿇는 일만 기다리면 될 것 같았다.“휙!”하현은 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우고 바로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누른 뒤 의미심장한 미소로 이 사장에게 던졌다.“당신이 여자인 걸 봐서 내가 상황 파악할 시간 1분 주겠어.”“그러고 나서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사과할 것인지 아니면 나와 끝까지 싸울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이 사장은 하현의 핸드폰을 잡고 헛기침을 했다.“음흠! 센 척하기는!”“허세 부리는 게 그렇게 재미있어?”하현은 의자를 하나 당겨 앉았고 천천히 차를 한 잔 따라 마신 후 무덤덤하게 말했다.“50초 남았어.”하현의 모습에 이 사장과 고성양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다.이 녀석은 도대체 정체가 뭘까?말투나 자세로 보아 하니 보통 놈은 아닌 듯한데...하지만 하현의 행태를 보고 진서기와 임민아는 모두 냉소를 금치 못했다.허세를 부리는 하현의 모습이 해도 해도 너무 어이가 없다고 여긴 것이다.하현에게 잠시 시선을 머물고 있던 이 사장은 조금 머뭇거리다가 결국 통화버튼을 눌렀다.“뚜뚜뚜!”“형님! 접니다. 무슨 분부라도 있으십니까?”맞은편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에 이 사장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얼굴은 공포에 질려 새하얗게 변했다.자신의 강력한 뒷배라고 믿었던 사람이 하현을 형님이라 부르다니!그것도 이렇게 공손한 말투로!하현의 신분이 상상도 하지 못할 신분인 것인가?!엄도훈은 하현 앞에서는 고개를 들지 못하는 신세였지만 사실 그는 서남 천문채를
설은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럴 때 하현이 자신을 위해 나섰으니 그녀는 분명 그와 함께 할 것이다.그 후에 무슨 큰 문제가 생기면 그녀와 하현이 함께 감당하면 된다!“또각또각!”바로 그때 입구에서 하이힐 소리가 들려왔다.곧이어 요염하게 화장을 한 여자가 십여 명의 경호원들을 가득 이끌고 들어왔다.이 여자의 몸에는 여우 같은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사람이 들어오기도 전에 룸 안에는 이미 향수 냄새가 먼저 몰려왔다.“어머, 고성양 아니야?”“왜 그래?”“어느 개자식이 감히 당신을 이렇게 만든 거야?”이 여자는 소항 회관 책임자, 이 사장이었다.그녀는 금정 억양으로 한껏 교태를 부린 뒤 시선을 돌려 칼을 씹어 먹은 표정으로 룸 안을 훑어보았다.“어느 개자식이 감히 우리 고성양을 이렇게 만들었어? 왜? 겁이 나서 못 나서겠어? 어서 나오지 못해!”말을 하면서 그녀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하현에게로 옮겨졌다.알면서 일부러 호통을 친 것이다.그녀는 하현이 잘못을 인정하길 기다리는 눈치였다.하현은 고개를 들어 눈을 가늘게 뜨고 이 사장이라는 여자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기세가 대단한 걸 보니 아마도 당신은 신사 상인 연합회 사람인가 보지?”“정확히는 아니지만 뭐 비슷해.”“내가 여기 책임자야. 모두가 날 이 사장이라고 불러.”“이 바닥 사람들은 웬만해선 내가 신사 상인 연합회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걸 알아!”“일반 사람이건 어둠의 사람들이건 남녀노소 불문하고 내가 있는 이곳에선 싸움을 해서는 안 돼!”“간단히 말해서 당신이 지금 내 구역에서 이렇게 소란을 피운 건 큰 사고를 친 거나 마찬가지지!”“그것도 어마어마하게 큰 사고!”하현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오늘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옳고 그름을 따져볼 생각도 하지 않는 거야?”“누가 먼저 때렸는지 물어보지도 않냐고?!”이 사장은 옅은 미소를 떠올리며 약간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말했다.“어이, 젊은이. 내가 발로 생각해
찬 바람이 몰아치는 것 같은 오싹함이 룸 안을 가득 메운 가운데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한 마디도 내뱉지 못했다.고성양만이 이를 부득부득 갈며 입을 열었다.“야! 너 도대체 어느 길바닥에서 굴러먹다 온 놈이야?!”“이렇게 날뛰다니! 뒷감당할 수 있겠어?”“어디서 손을 함부로 놀려?!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신사 상인 연합회에서도 널 죽이려 들 거야!”“신사 상인 연합회?”하현은 옅은 미소를 떠올렸다.“재미있군.”“딱 봐도 외지인 놈이구만!”“이곳이 어디라고 함부로 행패를 부려?”“이곳의 사장인 이 사장은 신사 상인 연합회 엄 회장과 각별한 사이라고!”“여기서 이런 소란을 피우는 건 이 사장 얼굴을 짓밟는 짓이야!”“이 사장 체면을 건드렸다는 건 바로 엄 회장 체면을 건드렸다는 얘기야!”“당신들 모두 이제 끝났어! 아마 죽어도 편히 묻힐 땅 한 평이 없을 거야!”고성양은 이를 갈며 하현과 설은아 일행을 노려보았다.그의 입에서 신사 상인 연합회라는 말이 나오자 주위 사람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장청 캐피털이 큰소리 떵떵 치는 것은 그들이 가진 자산, 즉 돈 때문이었다.하지만 신사 상인 연합회는 달랐다.신사 상인 연합회는 차원이 다른 건달 조직이었다.다만 많이 순화되었을 뿐이다.장청 캐피털한테만 미움을 샀다면 그래도 살아날 길은 있다.하지만 신사 상인 연합회의 미움을 샀다면 그건 말하자면 더 이상 살 길이 없다는 얘기였다.순간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하현의 얼굴을 사정없이 갈기고 싶었다.개자식!여기가 신사 상인 연합회의 영향력이 상당한 곳이라는 걸 모르는 거야?여기서 소란을 피우면 모두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걸 몰라?“하현, 당신 너무 막무가내군!”“사소한 일 가지고 이렇게 소란을 피우면 나중에 어떻게 수습하겠다는 거야?”진서기가 참다못해 한심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마치 공정과 정의를 위해 나선 사도 같았다.“똑똑
”퍽!”순식간에 하현은 손바닥을 들어 고성양의 얼굴을 때렸다.얼마나 빠르고 갑작스러웠던지 고성양은 고통에 몸서리치던 비명을 뚝 멈추었다.고성양이 몇 미터나 나뒹굴다가 그의 부하 몇 명과 부딪혔다.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들로 고성양의 오른손은 꽈배기처럼 돌아가 소리도 지를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 그를 삼켰다.결국 그의 입가에서는 핏물이 뚝뚝 떨어졌다.하현의 동작은 너무 빠르고 거침이 없었다.반응하려야 할 수도 없는 속도였다.지금 이 순간에도 현장에는 수십 개의 눈이 하현을 보고 있었지만 도대체 이 모든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진서기와 임민아 두 사람은 입을 가린 채 공포에 질린 비명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고 있었다.그녀들은 자신들에게 불똥이 튀기라도 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하현은 휴지를 꺼내 손가락을 하나하나 닦으며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고성양 앞으로 걸어갔다.하현은 오른발을 들어 고성양의 종아리를 지그시 밟으며 옅은 미소를 떠올렸다.“어서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 그렇지 않으면 이 다리마저 부러뜨릴 거야!”“아!”“이 개자식!”“감히 날 건드려?!”“내가 누군지 알아?”“난 장청 캐피털의 고성양이야!”“날 건드리면 넌 죽어서도 묻힐 곳 하나 없는 신세가 될 거야!”고성양은 처참한 비명을 지르면서도 상대를 향해 사나운 발톱을 드러내며 위협했다.역시 얼굴도 본 적 없는 낯선 이에게 쉽게 패배를 인정할 고성양이 아니었다.“그래?”“아이고 무서워라!”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보이며 사방에서 놀란 눈으로 그를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고성양의 종아리를 단번에 부러뜨렸다.“차칵!”“앗!”고성양은 눈알에서 피가 튀어나올 정도로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하현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성양의 다른 한쪽 다리를 마저 밟았다.“아! 어떻게...”진서기와 임민아는 눈앞의 광경을 보고 놀라서 입이 쩍 벌어졌다.이런 일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