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의 감춰진 말에 왕화천의 얼굴에 번진 미소가 살짝 굳어졌다. 하현 이 놈은 정말 어이가 없다고 밖에는 달리 말할 수 있는 게 없다! 여지원은 이때 무거운 기색으로 하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비록 서로 여러 번 만나보았지만 그녀는 여전히 하현의 깊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평상복 차림의 도인은 옆에서 실눈으로 하현을 쳐다보더니 잠시 후 눈동자에 경멸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하현은 이때도 왕화천에게 계속 입을 열 기회를 주지 않았고 실눈을 뜨고 말했다. “자, 왕 부회장님 잡담은 이제 그만하시죠.”“한밤중에 야식이나 먹자고 불러내신 건 아니겠죠?”“일이 있으면 단도직입적으로 말씀을 하세요!”“일이 없으면 저는 가볼게요. 당신 딸이 우리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서요.”하현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올 때부터 이미 왕화천의 목적을 잘 알고 있었다. 이때 그는 계속해서 왕화천을 자극했다. 이 생각이 깊은 부회장이 얼마나 기량이 있는지 보고 싶었을 뿐이다. 왕화천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뒷말은 무시한 뒤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하 도령이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을 하니 그럼 나도 솔직하게 말하도록 하지.”“처음에 김애선의 문제를 한 눈에 알아봤다고 들었어. 그리고 올해 병이 도지면 온몸이 굳어져 식물인간이 된다고 단정했다면서.”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맞아요. 증상이 뚜렷해요. 대구의 전문의들은 말할 것도 없고 장북산 선생님을 모셔온다고 해도 김애선을 구할 수 없을 거예요.”왕화천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 “김애선은 병에 걸린 게 아니라 무술을 연마하다가 잘못된 기를 흡수했기 때문에 그래요. 전문 용어로 말하자면 주화입마라고 해요.”왕화천의 말투는 더욱 다급해졌다. “그럼 네가 이 소위 주화입마라는 증상을 해결할 방법이 있는 거야?”“있지요. 심지어 아주 간단해요.”하현은 담담한 기색이었다.“내가 손을 쓰면 30분만에 그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그리고 저는 그녀가 앞으로 발병하지
“그래서 김애선 문제를 해결하는데 얼마를 요구하는 지를 묻는다면 제가 명쾌하게 대답해드리죠.”“돈을 얼마나 많이 주든 나는 손대지 않을 거야.”“그녀가 나에게 미움을 산 것 외에도 가장 중요한 건 그녀가 주아에게 해명을 하고 공정하게 처리해야 하는 거야!”“내가 나서기를 원해? 그녀가 그럴 자격이 있어?”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왕주아라는 세 글자를 말할 때 그는 그 수수한 옷차림의 도인의 눈매가 싸늘해지는 것을 발견했다. “하 도령, 너도 나도 모두 어른이야!”“어른은 이익만 따져.”“게다가 원수 맺는 것 보다는 푸는 게 좋잖아!”“네가 나 왕화천을 안중에 두지 않는다고 해도, 10대 최고 가문 중의 하나인 금정 김씨 집안은 네가 중요하게 여길 만한 가치가 있지 않아?”“네가 나를 도와주기만 하면 나는 너에게 돈을 줄 뿐만 아니라 우리 쌍방의 원한도 모두 없애겠다고 약속할게!”“네가 원한다면 나는 용문 대구 지회에 네 자리를 하나 마련해 줄게. 하 장로님이라는 호칭이면 만족하겠지?”“심지어 나는 너를 나와 대등하게 부회장이 되게 할 수도 있어. 내가 몇십 년 후에 지회장 자리도 너에게 줄게. 어때?”권세, 힘, 지위, 돈. 지금 하현을 굴복시키기 위해 왕화천이 꺼낼 수 있는 것들은 다 꺼냈다. 하현은 이때 아랑곳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담담하게 말했다. “돈은 상관없어.” “원한을 푸는 일도 나한테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용문 대구 지회 부회장 자리는 더더욱 관심 없어. 지회장도 별로 하고 싶지 않고.”“더구나 당신은 지금 부회장일 뿐인데 용문 대구 지회에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이 지금 이런 조건들을 제시하는 건 나한테 머리를 숙여서가 아니라 잠시 굴욕을 참는 것일 뿐이라는 걸 나는 잘 알고 있어.”“내가 너희 문제를 해결해주고 나면 너희들이 안심하고 나에게 복수할 수 있지 않겠어? 그렇지 않아?”“그러니 나는
“촤악!”하현은 이번에 왕화천의 얼굴에 차를 끼얹으며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하지만 권하는 술만 안 먹는 게 아니라 벌주도 마시지 않을 거예요.”“퍽!”“이 못난 놈!”“건방지게!”하현이 왕화천에게 찻물을 끼얹는 것을 보고 계속 침묵하고 있던 수수한 옷차림의 도사는 책상을 내리쳤다. ‘탁’하는 소리와 함께 순간 탁자가 부러지더니 냄비와 그릇이 쨍그랑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하현은 반 걸음 뒤로 물러 서 먼지 하나도 묻지 않았다. 왕화천은 동작이 느렸고 약간 낙담하는 기색이었다. 수수한 옷차림의 도사는 난처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지만 재빨리 자신의 감정을 감추고 나서 하현을 향해 기세등등하게 입을 열었다. “젊은이!”“내가 오랫동안 보면서!”“계속해서 참았어!”“너 정말 세상 물정을 모르는 구나!”“네가 도대체 무슨 자신감이 생겨서 왕 부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 지 모르겠네!”“근데 네가 해결을 할 수 있든 없든 왕 회장은 이미 너에게 이런 조건을 내걸고 너를 극진하게 대했는데 네가 감히 거절을 해?”“너 대구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왕 회장님과 왕 부인께 빌붙으려고 하는지 알아야 해!” “네가 이런 영광을 얻고도 감히 겸허하게 굴지 않고 여전히 여기서 거드름을 피우고 있는 거야?”“법치사회가 아니었다면 가난했던 나의 젊었을 때의 성격으로는 벌써 너를 한방에 죽였을 거야!” “세발 고양이 솜씨를 가지고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하는 거야?”“네가 믿거나 말거나 한 손으로 너를 일어나지도 못하게 만들어 주겠어!”지금 이 수수한 옷차림의 도사는 하현을 향한 분노로 가득 찼다. 속세를 벗어난 명인의 자태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의 눈에 하현은 대역무도한 죄인으로 그에게 아무렇게나 짓밟혀 죽어야 했다. 게다가 그가 여기에 나타난 목적은 아주 간단했다. 그것은 하현을 제압하는 것이었다. 왕화천은 그가 하현을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는 그가 실력
하현의 표정을 보고 청허 도장은 이 녀석이 스스로 겁을 먹은 것 같았다. 이때 그는 도도한 자세로 차갑게 말했다. “빈도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지?”“내가 분명히 말하는 데 만약 빈도가 기분이 언짢아 사종국을 돌아오게 하면 넌 언제든 길가에서 죽게 될 거야!”“정용이 이미 그의 심복 양성호를 보내 너를 처리할 테니까.”“살고 싶으면 왕 회장의 조건을 들어줘야 할 거야!”“오, 그럼 먼저 도장님의 18대 조상님께 감사를 드려야겠네요.”하현은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난 후 그는 흥미롭게 입을 열었다. “도장님은 주아의 스승님이시고, 지금 식물인간이 된 주아의 어머니는 당신의 후배네요.” “그렇다면 당신들 관계는 분명 좋을 거 같은데요?”“그럼 내가 지금 주아 대신 나서서 정당한 권리를 얻기 위해 싸우고, 주아와 주아 어머니에게 해명을 해주려고 하는데.”“당신은 왜 막으려고 하는 거예요?”“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는데 도장님께서 설명해 주시겠어요?”청허 도장은 콧방귀를 뀌며 세상을 다 꿰뚫어 본다는 듯한 태도로 차갑게 말했다. “주아는 내 조카니 당연히 주아를 아끼지!”“주아를 아끼기 때문에 나는 주아가 어디서 튀어 나온 지도 모르는 말만 잘하고 실속 없는 놈들에게 속아 사리 분별도 못하고 자기 아버지에게 까지 반항하게 되는 걸 원치 않는 거야!”“만약 네가 주아를 해치지 않고 보호해 준다면 나도 반드시 너를 도와줄 거야.”“네가 주아를 대신해서 마땅한 권리를 위해 싸워 준다면 나도 너에게 감사할 거야!”“하지만 네가 이렇게 탐욕을 부리고 이렇게 오만 방자하게 굴면서 돈만 요구하는 게 아니라 왕씨 그룹의 회장 자리까지 요구한다면 해명을 요구할 거야! 이건 완전 막무가내로 구는 거야!” “빈도는 절대 동의할 수 없어!”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돈은 관심 없어. 나도 받을 마음 없어.”“회장 자리는 주아에게 주라는 거야. 당연히 주아를 상석에 앉혀야지!”“주아의 어머니가 건강한 사람이었
이때 청허도장은 정의롭고 늠름한 표정을 지었다. 대구 3분의 1의 땅에서 그의 지위로 볼 때 모든 사람들은 당연히 그에게 경의를 표하고 그에 따른 대우를 해줘야 한다. 그가 법이라고 한 말은 좀 과장되긴 했지만 보통 사람들을 만나서 이런 일을 결정 할 때는 정말 아무 문제가 없었다. 청허 도장은 오늘 왜 이 일을 방해하러 왔는지 설명할 마음이 없었다. 어쨌든 그를 산 밖으로 나오도록 왕화천이 2천억의 대가를 치렀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돈을 주고 문제를 해결한다는 의미에서 볼 때 왕화천도 잘못한 게 없었다. 왕화천은 이때 득의양양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는 어쨌든 인물이라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말했다. “도장님, 정의를 세워 주셔서 감사합니다.”“대구에는 도장님이 계시니 국민들에게는 복이고 관청에는 행복입니다!”왕화천이 치켜세우는 말을 듣고 청허 도장은 순간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하현은 여기서 서로를 치켜세우기 시작한 두 사람을 보며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왕 부회장님.”하현은 여전이 이 ‘부’자에 힘을 주어 말했고, 왕화천은 눈가가 저절로 부들부들 떨렸다. “오늘 보니 지난 번 나한테 밥을 사줄 때보다 더 열정적이네.” “그런데 성의가 없고 여전히 형식적이야!”“그러니 김애선은 안심하고 식물인간으로 살아.”“주아의 것은 누구도 가져 가지 못해!”“그리고 주아가 결혼을 하든 안 하든 아무도 결정할 수 없어!”“잘 있어.”말을 마치고 하현은 일어나 떠나려고 했다. “날뛰네!”청허 도장은 이때 벌떡 일어섰다. “믿거나 말거나 나는 지금 사종국보고 돌아오라고 할 거야.”“너는 내일 길거리에 나뒹굴게 될 거야!”이것은 그의 비장의 카드였다. 그는 하현을 겁줘서 죽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결국 하현은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개 같은 놈!”하현이 날뛰는 모습을 보고 청허 도장은 크게 움직이며 한 걸음을 내디뎠고 동시에 그의 손에 먼지를 쓸어내며 공
향산 별장 1호. 하현은 국수 몇 그릇을 들고 돌아왔다. 왕주아와 사람들에게 야식을 가져다 준 셈이었다. 국수를 먹고 있던 사종국은 하현이 여유롭게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듣고 순간 너무 놀라 국수를 한 입도 먹을 수가 없었다. 그는 하현이 자신에게 전수하기로 한 이 방법이 이렇게 끔찍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무렇게나 뺨을 한 대 때려 자신의 사부인 청허 도장까지도 날려 버리다니. 고수다! 절대적인 고수다! 자신은 이 사람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셈이다! 사종국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현에게 겁을 먹었다면 지금은 정말 진심으로 굴복했다. 가슴 깊은 곳에 숨어 있던 달갑지 않은 마음과 다른 생각들은 이 순간 사라져 버렸다. 청허 도장이 전화를 걸어와도 그는 감추거나 숨길 마음이 전혀 없었고, 하현 앞에서 몇 마디 건성으로 대꾸했다. 그리고 난 후 웃으며 말했다. “하 도련님, 저희 사부님이 저보고 잠시 떠나지 말라고 하셨어요. 책임감 있게 도련님을 감시하면서 도련님에게 무슨 움직임이 있나 보라고요.”“제가 추측하기로 그는 앞으로 계속 왕 회장님과 같이 있을 거예요. 어쨌든 이번에 왕 회장님이 그를 초청해 산 밖으로 나오게 할 수 있었던 건 분명 적지 않은 대가를 치렀기 때문일 겁니다. “단지 도련님께 김애선을 치료하라고 윽박지르려고 한 건 아닐 거예요.”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용문 대구 지회의 일을 위해서 그랬던 것뿐일 거야.”“용문 대구 지회에서 상석에 오르려면 뭐니 뭐니 해도 결국은 말솜씨로 되는 게 아니라 진정한 실력이 있어야 해.”“진주희, 조남헌과의 3일 간의 약속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왕화천은 분명 한 수를 더 준비했을 거야.”하현이 여유롭고 가볍게 하는 말을 듣고 사종국은 약간 의아한 얼굴로 별장 밖을 지키고 있는 용문의 자제들을 보았다. 만약 그의 기억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방금 진주희가 하현에게 대하는 태도는 매우 공손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럼 하현은
하현은 담담한 기색이었다. 왕화천은 자신이 용문 대구 지회의 부회장이라 생각하고, 또 뒤에서 지원해주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 하현을 여러 번 제압하려고 했다. 이번에 심지어 청허 도장까지 초청했는데 목적은 간단했다. 하현을 완전히 제압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하현도 이제 왕화천을 넘어뜨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용문 대구 지회의 일에 대해서는 평생 생각할 필요가 없다. 하현이 아직 자리에 오르지 않은 이유는 한편으로 용문 대구 지회장 자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력들이 얼마나 많은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최소한의 대가를 치르고 용문 대구 지회가 완전히 분열되지 않도록 하는 전제하에 이 일을 해결하려고 한 것이다.그렇지 않다면 지금 왕화천은 진작에 하현에게 뺨을 맞고 죽었을 것이다. 어디 그렇게 많은 일들이 있을 수 있었겠는가?왕주아는 하현의 생각을 모르고 이때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하현, 나는 네가 한 말이 다 사실이라고 믿어.”“하지만 문제는 나는 아버지와 김애선 두 사람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거야!”“이 두 사람은 진 것을 절대 쉽게 인정하는 사람들이 아니야.”“개도 급하면 담을 뛰어 넘는다는데, 그 두 사람은 급해서 무슨 일을 저지를 지도 몰라.”왕주아는 정말 걱정이 되었다. 그녀는 하현과 만난 지 며칠 만에 이미 하현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이 생겼다. 그러나 문제는 하현이 아무리 대단해도 강을 건너온 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소위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못 뺀다는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금정 김씨 집안은 말할 것도 없고 단순히 대구 왕가만 해도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라 대구에서는 최고 가문이라 뿌리가 깊고 세력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하현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이러 가문과 상대하는 데는 승산이 크지 않았다. 대구 3분의 1의 땅에서 어떤 사람들은 그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기도 했다. 심지어 거리의 거지 한 명도 그들 사람일 가능성이 있었다. 이런
“이 개자식, 사람을 너무 깔보네!”“죽여버리겠어!”“내가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지금 이 순간 대구 보배 병원 귀빈 병동에는 김애선이 상체를 약간 움직이며 물을 마시고 있었다. 왕화천이 말한 모든 과정을 듣고 난 후 그녀는 화가 나서 물컵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하씨 새끼, 도대체 어디서 그런 배짱이 나오는 거야?”“진상을 밝히고 싶다고? 해명을 하라고?”“그리고 난 다음 주아를 상석에 앉히라고?”“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왜 주아를 우리 집안의 주인으로 삼는 게 낫겠다고 말하지 않았을까?”“왕 어르신, 분명히 말하는 데 이 모든 건 당신의 그 귀한 딸이 사주한 게 틀림없어요!”“그렇지 않았으면 외지인이 어디 이런 방법을 생각했겠어요!”“그리고 주아는 지금 반드시 가법으로 처리해야 해요!”“그리고 관청, 병부, 길바닥의 모든 힘을 동원해서 하현 그 새끼를 없애 버려요!”“만약 왕씨 집안이 할 수 없다면, 왕 회장님이 할 수 없다면, 내가 김씨 집안을 동원할 거예요!”“내가 평생 병상에 눕게 된다 하더라도 나는 이렇게라도 화풀이를 하고 싶어요!”이때 김애선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왕화천과 결혼한 후부터 그녀는 안주인이 되어 기고만장했었다.그녀는 왕주아에게 고의적으로 애를 먹였고, 비굴하게 아첨을 떨게 했다. 그런데 지금 이 계집애가 외지인의 힘을 빌려 그녀의 머리까지 기어오르다니?도도한 김애선으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김애선이 분노하는 것에 비해 왕화천은 훨씬 냉정했다. 그는 이때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 “선아, 너무 흥분하지마. 교수님이 이 약이 일시적으로 활동능력을 회복시켜 주긴 하지만 흥분하면 상황이 더 심해질 거라고 했어.”“내가 지금 이미 청허 도장을 통해서 고대 무술계에서 이런 증상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지 알아보고 있어.”“사람을 찾으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모시고 올 거야.”“일단 당신 문제가 해결이 되면 우리는
요염한 여인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완연결 선생 뒤에 누가 있는지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야.”“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완연결 선생을 상대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순진하기는!”“내 말은 그러니까,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란 거야. 발버둥치지 말고. 왜냐?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으니까.”“당신을 도와줄 동료들이 지금 옆에 없는 걸 탓할 필요도 없어. 왜냐하면 간민효가 여기 있었다면 그녀도 무릎을 꿇었을 테니까.”말을 하면서 여자는 쭈그리고 앉아 엄도훈에게 주사를 놓으려고 했다.“꿈도 꾸지 마!”엄도훈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순간 바닥에 흩어져 있던 유리 파편을 얼른 집어 자신의 목을 향했다.다른 사람의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훨씬 낫다!“퍽!”여자는 긴 다리를 휘둘러 유리 파편을 들고 있던 엄도훈의 손을 발로 차서 날려 버렸다.그런 다음 한 발을 엄도훈의 가슴에 짓누르며 주사기를 엄도훈의 몸에 찌르려고 했다.“아이 참...”그때 어디선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하현은 두 손을 뒷짐지고 유유히 걸어 나왔다.이 일은 원래 그와 무관했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에 이 일이 간민효와 장생전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로서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쨌든 그가 금정에 있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이기도 했다.하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요염한 여자와 그녀의 일행들은 눈살을 찌푸리다 이내 굳어졌다.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런 흉가에 누군가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 분명했다.순간 그들은 총과 칼, 쇠몽둥이들을 들어 올려 하현을 겨냥했다.요염한 여인이 입을 열었다.“당신 누구야?”여자가 말을 하는 동안 그녀의 일행들은 빠르게 흩어져 하현의 퇴로를 막아서며 잡아먹을 듯 사나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엄도훈은 그제야 누가 왔는지 알아보았다.그도 처음에는 구원자가 나타난 줄 알고 기뻐했으나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형님, 어서 도망가세요! 이놈들은 보통 놈들
”생화학 무기?”이것을 보자마자 엄도훈은 숨을 헐떡이며 꿈틀거리는 것의 정체를 알아차렸다.“당신들이 미국과 한통속이 되어 이렇게 역겨운 짓까지 할 줄은 몰랐어!”“그러나 당신들이 이런 물건을 들이댄다고 해서 내가 눈 하나 깜빡할 줄 알아?”“당신들이 내 몸을 갈기갈기 찢고 뼈를 가루로 만든다고 해도 난 절대 두희랑을 배신하지 않을 거야!”“어서 단번에 날 죽여!”“그렇지 않으면 당신들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만약 내가 살아 돌아간다면 당신들 하나하나 갈기갈기 찢어 버릴 테니까!”“오호! 그 당찬 기개 정말 마음에 들어!”요염한 눈매의 여자가 메이크업 파우치를 닫고 나서 주사기를 꺼내 집게손가락으로 툭툭 털었다.“다만 그런 당찬 기개도 우리 앞에선 아무 소용이 없어.”“당신은 이게 뭔지 잘 알 거야. 우리가 이걸 당신 몸에 넣기만 하면 1분 안에 아무리 기개가 강철 같은 사람도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게 될 거야!”“그렇게 되면 당신은 우리 말에 절대 복종하게 될 거야!”이 말을 듣고 엄도훈의 안색이 크게 일그러졌고 그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이 바닥에 오랫동안 굴러먹은 그는 분명 주사기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임에 틀림없다.미국인들이 개발한 생화학 무기는 사람을 해치는 가장 사악한 술법인 묘강고술의 특성과도 깊이 결합되었다.일단 몸에 들어가면 사람이 절대 자신의 의지력으로 살아갈 수 없고 완전히 통제력을 잃게 된다.순간 엄도훈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뻔뻔스러운 놈들!”요염한 여인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여섯 은둔가들 사이에 균열을 만들어 두희랑을 죽이게 된다면 서남 천문채의 금정 지부는 수장이 없는 꼴이 돼.”“우리가 조금 비열하고 뻔뻔스럽다고 해서 그게 뭐 어때서?”엄도훈은 치를 떨며 내뱉었다.“그 당시 당신들을 내쫓은 사람은 금정 간 씨 가문 간민효였어!”“당신들은 사람도 아니야! 짐승만도 못한 것들이야! 지금 와서 두희랑에게 그 분풀이를 하려고 하다니!
회사 입구를 나온 하현은 아우디 A8 안으로 들어가 나박하에게 시동을 걸라고 손짓을 했다.나박하는 방금 그 장면을 목격했고 무슨 말을 하려다가 결국 입을 다물었다.지금 하현은 나박하의 눈앞에서 흉악한 발톱을 드러낸 셈이었다.이를 통해 나박하는 모든 것을 알아차렸다.하현이 결코 밥이나 축내는 데릴사위가 아니라는 것, 그렇게 쉬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완전히 깨달았다.시동을 건 후 나박하는 백미러를 보며 물었다.“하현, 어디로 갈까요?”“엄도훈과 자금산에서 만나기로 하지 않았어요?”“그를 만나야죠.”“만나서 확실하게 얘기해야죠. 그가 이천억을 받아온다면 우린 한 푼도 가지지 않을 거라고.”“이천억. 그들 신사 상인 연합회가 십 년 동안 보호비를 걷어도 이렇게 많지는 않을 거예요.”“아마 그는 열심히 돈을 받아오려고 할 거예요.”하현은 의자에 기대어 앉아 찻잔을 들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그는 김탁우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다.김탁우의 천성으로 봐서 그는 절대 이 돈을 갚지 않을 것이다.더군다나 오늘 금정 간 씨 가문 간소민이 함께 있었으니 김탁우는 이 사람 앞에서 절대 체면을 구길 수 없을 것이다.김준영을 몰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서남 천문채을 공범으로 만들어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것이다.여섯 은둔가 중 두 씨 가문이 이 일을 가장 좋아할 것이다.30분 후 나박하의 차는 짓다 말아 흉가가 된 별장 근처에 멈춰 섰다.이곳은 그들이 엄도훈과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였다.하현은 이 기회를 틈타 엄도훈 뒤에 있는 서남 천문채 수장을 만나고 싶었다.그러나 눈앞을 보니 엄도훈의 차 이외에도 여러 대의 지프가 나타나 있었다.이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엄도훈의 개조된 차량을 들이받았고 현장에는 칼자국과 탄환 자국이 흩어져 있었다.짐작컨대 이곳에서 방금 치열한 혈투가 벌어진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차 문을 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박하, 차를 구석으로 몰아요. 시동 끌지
”게다가 당신은 방금 모든 것이 공평하고 공명정대해야 한다고 했는데 왜 이제 와서 좋은 말할 때 그만하라는 거야?”“내가 오늘 고의로 이런 문제를 일으켰더라도 분명히 해야 해!”“어제 김탁우가 내 집복당을 봉쇄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더라면 오늘 이런 일도 없었을 거야!”“상대가 놀자고 하는데 놀아 줘야지!”“지면 인정하고 혼쭐이 나야지. 그래야 정신을 차리지!”하현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간소민은 기세를 수그리며 말했다.“하현,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김탁우는 점잖고 교양 있는 사람이야. 당신이 말한 그런 사람이 아니야!”김탁우도 차갑게 얼굴이 가라앉았다.속으로 짚이는 데가 있다고 해서 함부로 발설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하현, 함부로 남을 헐뜯지 마! 증거 있어?!”김나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이처럼 기세 좋게 대드는 것을 보고 아직 이홍파 측이 하현에게 손을 쓰지 않은 모양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녀는 조만간 있을 대역전극을 볼 기대로 차올랐던 것이다.하지만 이홍파는 이미 하현에게 손을 썼을 뿐만 아니라 무참히 짓밟힌 후였다.의기양양하게 하현을 찾아갔지만 결국 하현은 아무 일 없이 끝났고 오히려 이홍파와 황택호 두 사람은 단번에 고개를 숙였다.“김탁우, 함부로 남을 헐뜯는 사람인지 아닌지, 증거가 있는지 없는지는 당신이 이미 잘 알고 있을 거야.”“지금 이런 얘기하는 게 의미가 있어?”하현은 당당한 얼굴로 김탁우를 바라보았다.“설은아의 체면을 봐서 특별히 천억에 합의해 주는 거야. 내일 밤 어두워지기 전에 수표를 가져와야 할 거야.”하현이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밀어붙이자 간소민은 버럭 화를 냈다.“하 씨!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당신이 금정에서 이렇게 함부로 날뛰는 건 우리 간 씨 가문 여자를 등에 업었기 때문이잖아!”“내 말 똑똑히 들어! 이 일은 여기서 끝내야 할 거야!”“그렇지 않으면 내가 간민
”비슷한 물건들이 항성과 도성 경매장에서 대략 이천억에 팔렸어!”“나도 방금 형 씨 가문에서 이천억에 샀어.”“봐. 여기 가격표가 있잖아?!”하현은 비닐봉지를 열어 바닥에 파편을 쏟으며 영수증을 한 장 꺼냈다.“내 아내한테 결혼기념일 선물로 주려고 산 거였어!”“그런데 어떻게 되었는지 잘 봐!”“당신 차에 부딪혀 완전히 부서졌어!”“이천억의 가치가 있는 물건들인데 당신들이 이천만 원을 준다고 해서 이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해?”“지금 나 놀리는 거야?”“물론 당신들은 믿고 싶지 않겠지. 그렇다면 감정 요청을 해 봐! 그럼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어!”이천억?!김 씨 남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가 이내 파랗게 질려 버렸다.두 경찰도 어안이 벙벙한 채 하현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었다.하현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이 일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가?하현은 확실히 정당하게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에게 양보하는 것이 도로교통법이었다.하현은 골동품 도자기 영수증도 가지고 있었다.완벽했다.간단히 말해서 이 사건의 모든 증거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하현이 사람을 함정에 빠뜨리려고 일부러 이런 일을 꾸민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긴 했지만 두 경찰은 반발할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방금까지 의기양양해하던 간소민은 순식간에 눈이 휘둥그레지고 얼굴이 굳어졌다.하현이 너무 터무니없는 말을 쏟아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이천억이라니!김탁우가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액수였다!만약 김탁우가 죽는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돈을 내놓을 수 있겠는가?“저희는 사고의 책임 소지만 밟힐 수 있습니다. 그 후 어떻게 처리할지는 양측이 서로 협의해야 합니다!”“협의가 안 되면 법정에서 해결하시면 됩니다!”두 경찰은 골치 아픈 일에 엮일까 봐 얼른 책임 소지를 밝힌 책임 인정서만 발급하고 줄행랑을 쳤다.이것은 도저히 자신들이 건드릴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김탁
”김탁우. 미안하지만 이번 사고를 전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모든 책임은 당신한테 있습니다.”김탁우가 백일몽을 꾸고 있을 때 대머리 경찰이 현장을 자세히 살핀 후 침착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도로법에 따라 당신은 하현에게 모든 손해 배상을 해야 합니다.”김탁우의 득의양양한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분명 생각지도 못한 결과임에 틀림없었다.그는 하현이 경찰서 사람들과 내통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 경찰들은 순찰 중 무작위로 파견되었기 때문에 전혀 이해관계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가 쓸데없는 말을 내뱉기라도 한다면 자신의 처지가 더욱 곤란해질 것이 뻔했다.순간 그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어갔다.별 볼 일 없는 사람 한 명 짓밟는 일이 이렇게 번거로울 줄은 몰랐다.“아니, 지금 뭐라고 하는 거예요?”“잘 들어요! 이 일은 우리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에요! 우리가 책임질 일이 아니라고요!”김나나는 화가 나서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이 사람은 그저 무책임한 인간일 뿐이에요. 여기저기 사기나 치고 다니는 인간이라고요! 경찰이라면 이런 사람을 잡아가서 취조를 해야지 우리한테 책임을 전가하다니요?”“당신들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아니면 머리가 아주 나쁜 거예요?”김나나가 강경한 얼굴로 몰아붙이자 경찰은 침착한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횡단보도에선 보행자에게 양보하는 것이 도로교통법입니다.”“불복한다면 소송을 하십시오.”“하지만 우리가 보기엔 전적으로 당신들 잘못입니다!”김나나는 이를 악물고 버럭 소리쳤다.“우리가 지나가는데 갑자기 나타났으니 당연히 이 사람 책임이죠!”경찰은 점잖고 예의 바르게 말했다.“우리가 CCTV를 확인했는데 사고 당시 차를 몰던 김탁우가 옆에 앉은 분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분명히 전방 주시 의무를 소홀히 했어요.”“그래서 당신들 잘못이라고 하는 겁니다. 이건 어딜 가도 바뀌지 않아요.”또 다른 경찰이 영상을 꺼내 김 씨 남매에게 보여 주었다.방
의기양양한 김탁우를 보며 하현은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이건 사기를 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당신이 나한테 손해 배상을 해야 하는 일이야.”김탁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손해 배상? 하현. 당신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김나나는 핸드폰을 꺼내들고 말했다.“아주 막무가내로 나오겠다 이거지?!”“좋아. 내가 지금 바로 경찰에 신고해서 처리하도록 하겠어!”“경찰들이 와서 어떻게 수습하는지 똑똑히 볼 거야!”“사기죄가 얼마나 무거운지 당해 봐야 알지!”말을 하면서 김나나는 흥분된 표정으로 전화를 걸었다.이 기회에 꼴사나운 데릴사위를 보내 버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관청에 신고하려면 얼른 해!”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횡단보도에서 사람을 쳤으면 책임을 져야지. 당신들이 나한테 모든 손해를 배상해야 해. 그것이 교통법규니까.”“이따가 경찰서 사람들이 오면 잘 가르쳐 주실 거라 믿어.”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을 했지만 강인한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어서 그의 말을 듣는 김탁우의 눈 밑이 딱딱하게 굳어지고 호흡이 가빠왔다.마치 유람선에서 만난 그날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하지만 김탁우는 얼른 정신을 다잡았다.하현은 그저 여자한테 빌붙어 허세나 부리는 얼간이일 뿐이다.겉보기에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 여자 덕에 먹고사는 한량이나 다름없는데 자신이 그를 두려워할 이유가 뭐 있겠는가?하현이 김탁우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뜻밖에도 김탁우와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보고 간소민은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렸다.“하현, 망신살 뻗치는 일 좀 그만해!”“유람선에서 있었던 일도 아직 당신한테 되돌려 주지 못했어!”“오늘 우린 다른 일이 있어서 당신과 이런 말싸움하기도 귀찮아!”“우리가 정말로 당신을 상대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당신 절대 감당하지 못할 거야!”“그러니 그냥 썩 꺼져! 얼른!”“여기서 꺼지지 않으면 우린 정말로 경찰을 불러 처리할 수밖에 없어!”“그렇게
안타깝게도 지금 자신을 만났으니 이 일은 실패로 끝날 것이다.“아, 데릴사위? 당신이었어!”김나나도 분명 하현을 알아보았고 얼굴 가득 비아냥거림이 떠올랐다.“내가 방금 말했잖아? 요즘 사기치는 사람들은 정말 수법이 후지다니까!”“아유, 당신 같은 쓰레기가 뭘 알겠어. 우리도 다 이해해!”“하지만 잘 들어! 이런 후진 수법 우리한텐 안 통해!”“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 같은 무능력자가 우리를 상대로 사기를 치려고 했다는 거야! 후환이 두렵지도 않아?”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오늘 당신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려고 했는지 아닌지는 제쳐두고, 아니 설령 그렇다고 쳐도 당신들이 날 어떻게 할 건지 보고 싶군그래.”“뭐?”김나나는 흰자위를 가득 드러내며 씩씩거렸다.화가 나서 그 자리에서 하현을 씹어 버리고 싶었다.이때까지 입을 열지 않던 김탁우는 흥미로운 시선으로 하현을 바라보다가 심드렁하게 내뱉었다.“하현? 참 공교롭군! 이런 데서 만나다니!”“왜? 내가 당신 아내한테 손을 댄다는 걸 알고 많이 불쾌했어? 그래서 날 찾아와 귀찮게 하고 싶었던 거야?”“안타깝게도 설은아는 단지 당신의 전 부인일 뿐이야.”“그리고 난 최근에 설은아에게 많은 사업을 소개해 줬어. 그래서 그녀는 나에게 감사함을 전했을 뿐이야. 아주 헌신적으로 말이지.”“왜? 말리고 싶어?”“말릴 수 있겠어? 당신이?”“아니 이런 유치한 수법이 나한테 먹힐 거라고 생각했어?”“다음에 날 상대할 때는 좀 더 세련된 방법으로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는 게 좋겠어.”“그렇지 않다면 거액으로 보상해야 할 거야!”“오늘은 당신이 너무 쫄아서 새파랗게 질린 것 같으니 이번 한 번은 용서해 주지.”“그렇지 않으면 피를 팔아서라도 갚아야 할 거야.”말을 마치며 김탁우는 원망 섞인 눈빛에 경멸 가득한 미소를 녹여 하현을 바라보았다.사실 김탁우는 오늘 간소민을 설은아에게 소개하는 일에 바빠서 이런 쓰레기 같은 사람을 상대할 시간이 없
왕인걸이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하현, 이 개자식이 요즘 형수님과 아주 가깝게 지낸다고 들었는데 내가 가서 거세라도 할까?”고명원은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가서 그놈을 아무도 모르는 곳에 묻어버리는 게 낫겠어!”“당신들은 제대로 해내지 못할 거야!”하현은 한숨을 내쉬었다.“안타깝지만 난 비열한 소인배들이 쓰는 파렴치하고 비겁한 방법은 쓰고 싶지 않아.”“그를 잡으려면 공명정대하게 해야 해.”“아무도 반발할 구실이나 이유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그러니 이 일은 내가 나서는 게 나아.”여기까지 말하고 하현은 형나운에게 전화를 걸어 담담하게 말했다.“형나운, 내가 사고 싶은 물건이 있어. 내 수중에 마침 이천억이 있으니 좀 부탁해...”“아, 그리고 영수증 발급하는 거 잊지 말고.”...오후 6시 정각.대구 정 씨 가문 아홉 번째 집안 SL그룹 입구.이미 러시아워에 돌입한 시간이니만큼 고급차들의 왕래가 끊임없이 이어졌다.하현은 길가에 기대어 손에 삼색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얼핏 보면 거리의 넝마주이와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그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눈앞에 있는 횡단보도를 바라보며 침묵에 빠졌다.약 10분 후, 하현의 시야에 마세라티 한 대가 나타났다.바람을 가르는 마세라티는 고급스러운 우아함의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바로 김탁우의 차였다.김탁우가 직접 차를 몰고 있었고 그의 여동생 김나나와 다소 낯익은 모습이 앉아 있었다.이때 김탁우가 마침 고개를 옆으로 돌려 조수석에 앉은 여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이미 눈에서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노란 신호등임에도 김탁우는 신경 쓰지 않고 거리낌 없이 가속 페달을 밟았다.바로 그때 하현이 천천히 횡단보도에 발을 올려놓았다.“퉁!”그 순간 미처 브레이크를 밟지 못한 마세라티 차랑이 하현을 바로 덮쳐 쓰러뜨렸다.다만 그는 몸에 힘을 빼고 있었기 때문에 바닥에 주저앉았을 뿐 조금도 다친 곳은 없었다.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