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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4장

작가: 감자를 사랑하는 늑대
“죽어라!”

여태껏 한번도 패한 적이 없는 성진호는 순간 눈이 충혈된 채로 앞쪽으로 굽히며 나오더니 동시에 오른쪽 주먹을 날렸다.

무시무시한 살기에 종민우는 자기도 모르게 피하려고 했지만 하현이 담담하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왼쪽으로 반 발자국 옆으로 이동한 다음 오른쪽 주먹을 정면으로 날려!”

간단한 말이 지금 겁에 질린 종민우의 귀에 떨어졌다.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금 몸이 본능적으로 하현의 지휘에 따라 반응했다.

“퍽______”

종민우는 옆으로 움직이며 때마침 성진호의 필살기를 피했고 때마침 한방을 날리며 성진호의 가슴을 강타했다.

“풉!”

성진호는 피를 내뿜으며 비틀거리더니 뒤로 물러섰고 얼굴에는 경악하는 빛이 역력했다.

왕동석과 사람들은 모두 멍하니 쳐다보았다.

종민우가 이런 재주를 가지고 성진호와 같은 고수를 한 주먹에 피를 토하게 할 줄이야?

다른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멍하니 서서 하나같이 손 동작을 멈추고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왜냐하면 이 장면은 사람들을 너무 놀라게 했기 때문이다.

왕동석과 사람들은 여전히 할말을 잃은 느낌이었다.

원래 그들의 계획대로라면 오늘 하현이 현장에서 성진호와 난투극을 벌일 것으로 예상을 했었다. 가장 좋은 것은 죽기 살기로 얻어터져 죽는 것이었다.

오늘 어떻게 갑자기 종민우가 성진호와 난투극을 벌이고 있는 거지?

이건 옳지 않다!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이미 화살이 당겨져 있기에 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람을 바꾸고 싶다고?

하현은 고사하고 이미 눈이 시뻘개진 성진호가 절대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

“종민우, 너 죽었어!”

피를 내뿜어 대는 성진호의 안색은 흉악하기 그지 없었다.

양쪽은 서로 수십 번을 싸웠다. 언제 그가 종민우를 쓰러뜨리지 않은 적이 있겠는가?

그는 여태껏 져본 적이 없었다. 오늘 피를 토할 정도로 맞아서 그의 눈동자는 시뻘겋게 충혈되었다.

이때 성진호는 심호흡을 하더니 순간 포탄처럼 앞으로 돌진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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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은아는 이시운을 데리고 포르쉐에 올라탔고 하현을 조수석에 앉혔다.액셀을 밟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아침에 대출받느라 바빴고 점심때는 직원들 월급 해결하고 회사 일도 다 처리했어. 이제 아무 문제없어.”“자, 이제 아침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한테 말해 봐, 아직도 아무 말 안 할 거야?”하현이 웃으며 말했다.“무슨 일?”“당신과 나천우의 일.”설은아는 호기심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나천우와 아는 사이였다고 해도 그녀가 이해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어차피 하현도 성공한 사람이니 그럴 수 있다.그녀가 이해하지 못하는 건 나천우가 어떻게 그처럼 그를 깍듯하게 모실 수 있냐는 것이다.하현을 위해 나천우는 은행 고위직 두 명을 바로 해고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곧바로 이천억이란 거금을 대출해 주었다.하현은 금정에 온 지 겨우 며칠밖에 되지 않았다.나천우는 은둔가 나 씨 가문 사람인데 어떻게 그가 하현에게 이렇게 극진한 대우를 할 수 있는가?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하현이 나천우를 안다는 말을 듣고 이시운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못마땅한 표정으로 비웃었다.나천우가 설은아의 미모에 흑심을 품고 하현의 체면을 세워 준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그런데 그것도 모르고 하현은 우쭐대고 있는 건가?참, 같잖은 꼴이라니!하현은 설은아가 무엇을 물어보는 것인지 간파한 뒤 입을 열었다.“나천우가 나한테 마침 한 가지 부탁할 일이 있었거든.”“무슨 부탁? 중요한 일이야?”설은아는 호기심에 눈빛이 반짝반짝거렸다.“나천우 같은 사람이 웬만한 일로 부행장과 부장을 해고하지는 않았을 거야.”이 말을 듣고 이시운은 깜짝 놀라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그런 능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그러나 그녀는 점점 더 자신의 추측이 맞다고 확신하게 되었다.단지 데릴사위인 하현이 주제도 모르고 설칠 뿐이라고 생각했다.“날 속일 생각하지 마. 도대체 어떻게 나천우의 신임을 얻게 된 거야

  • 재벌 사위면 될까?   4216장

    ”참, 여기 사인 좀 해 줘.”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나천우는 발걸음을 옮기려던 하한을 붙잡았다.그는 재빨리 옆방으로 가서 서류철을 가져와 하현에게 사인하라고 했다.하현이 서류를 받아들고 힐끔 쳐다보다가 나천우에게 눈길을 돌렸다.“이게 뭐예요?”“작은 거지만 내가 준비했어. 거절하면 안 돼!”말을 하면서 나천우는 직접 하현의 손을 잡고 지장을 찍은 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박수까지 쳤다.하현은 무슨 상황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형님, 도대체 이게 뭐예요?”나천우는 웃으며 말했다.“이건 당신 형수가 우리 집안에 시집오고 나서 일으킨 회사야. 금정개발이라고 집을 짓고 파는 부동산업이지.”“이제 당신 형수는 아이를 낳는 데 전념해야 하니 이 땅과 회사 일에 쏟을 시간이 없어.”“이걸 팔거나 혹은 다른 사람한테 좌지우지하는 것도 보기 불편할 거야. 혼수나 다름없는 거였으니까.”“이제 당신 손에 넘어갔으니 아마 당신 형수도 분명 기뻐할 거야.”“지금부터 당신은 주식을 90% 가진 금정개발 대주주이며 절대적인 지배권을 가진 사람이야!”“나머지 10%는 우리 부부의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셈으로 치자고.”“회사가 크지는 않아. 직원도 100명 남짓이고.”“회사에서 최근 몇 필지를 분양받아 개발하려고 사전 준비 작업을 하고 있어!”“하현, 마음에 드는 땅이 있거나 돈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공과 사는 분명히 구분해야 하니까 이자는 꼬박꼬박 내야 해. 하지만 우대금리로 잘 해줄게.”말을 마치며 나천우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속으로 부자들은 역시 스케일이 다른 건가 잠시 생각할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부동산 개발 회사가 보너스라니!이렇게 되면 자신이 금정 제일 부동산 개발업자가 되는 게 아닌가?만약 최희정이 이 사실을 안다면 피를 토하며 분노를 뿜을 것이다.하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그는 이것이 나천우 부부의 호의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만

  • 재벌 사위면 될까?   4215장

    하현은 나천우에게 담요를 가져와 임단의 몸에 덮어 주라고 일렀다.그다음 그녀를 푹 쉬게 해 두고 조용히 나천우에게 따라나오라고 했다.바깥으로 나온 나천우는 하현을 깍듯이 대하며 옆에 있는 응접실로 데리고 와서 허리를 굽혀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하현, 이제 다 해결된 거죠?”“우리 아이를 극락으로 잘 보내 준 거죠?”그의 얼굴에는 기대와 긴장감이 가득했다.하현은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나천우를 쳐다본 뒤 옅은 미소를 지었다.“나 사장님, 세상에 귀신이 있다고 믿습니까?”나천우는 적잖이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하현, 세상에 귀신이 없다면 방금 그 말은 도대체...”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나 사장님, 아침에 제가 한 말 기억하세요?”“마음의 병은 마음의 약으로 고쳐야 합니다.”“사모님은 사실 건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아이를 잃었다는 상실감 때문에 마음에 응어리가 졌던 것뿐입니다.”“그래서 사모님의 몸은 일종의 가임신 상태에 빠진 거죠.”“이런 상황에서는 두 분이 아무리 노력을 한다고 해도 아이를 가질 수 없습니다.”“하지만 방금 제가 사모님 앞에서 보인 모습 때문에 사모님은 비로소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겁니다. 죽은 아이가 좋은 것으로 갔다는 안도감이 사모님의 마음을 위로한 거죠.”“마지막으로 사모님의 몸에 숨을 불어넣어 사산했을 때 감염되었던 약간의 풍한을 제거했어요.”“이제 사모님은 멀쩡한 사람입니다.”“두 분이 이제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거죠.”하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물론 내가 사장님한테 이렇게 다 털어놓고 말씀드리는 건 사장님이 문화인이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실대로 말씀드리는 거예요.”“하지만 사모님은 여자이기 때문에 이 일은 아마 사장님과 나 사이의 비밀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아이를 무사히 출산한 뒤에 말씀드려도 늦지 않습니다.”“나중에 두 분이 날 너무 사기꾼으로 몰아붙이지나 마세요. 하하.”하현이 이렇게 허심탄회하게

  • 재벌 사위면 될까?   4214장

    말을 마친 후 하현은 얼른 종이와 붓을 꺼내 그 위에다 뭔가를 쭉 쓴 뒤 담담하게 말했다.“나 사장님, 믿을 만한 사람에게 이 물건들을 빨리 준비해 달라고 이르세요.”“이 물건들은 부인의 체내에 음흉한 기운을 모두 뽑아줄 겁니다.”“그렇게 해야 완전히 문제가 해결됩니다.”“음흉한 기운이 다 제거된다면 두 분은 자연스럽게 아이를 가질 수 있을 거예요.”나천우는 종이에 적힌 물건들을 보고 어리둥절해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고맙습니다. 바로 준비하라고 이르겠습니다.”순간 나천우의 마음속엔 하현에 대한 존경심이 솟아올랐다.나천우는 하현이 엄청난 돈이나 물질적인 것을 터무니없이 요구할까 봐 살짝 걱정이 되었었다.그런데 하현이 아무런 조건도 달지 않고 단칼에 승낙할 줄은 몰랐다.그래서 나천우는 하현을 완전히 높이 평가하게 된 것이다.잠시 후 나천우의 측근들은 하현이 지시한 물건을 모두 준비해 왔다.닭 피 한 그릇과 종이돈 한 묶음, 종이돈을 태우는 양동이.이를 본 임단은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하현, 제가 어떻게 하면 되는 거예요?”하현은 테이블을 가리켰다.“부인, 죄송하지만 여기 누우시고 배가 보이게 옷을 살짝 위로 올려 주세요.”하현의 말에 임단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이어 그녀는 코트를 벗은 뒤 셔츠를 살짝 걷어 올려 새하얀 아랫배를 드러낸 채 테이블 위에 누었다.나천우는 이 광경을 보며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가 결국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하현, 이건...”하현이 천천히 나천우에게 설명했다.“부인은 뱃속에서 아이가 죽은 적이 있기 때문에 음흉한 기운이 여기 가득 들어 있습니다.”“예로부터 뱃속에서 죽은 아기는 엄마의 품을 떠나기 싫어 그 영혼이 떠돈다고 합니다.”“그래서 두 분이 아이를 가질 수 없었던 것이죠.”“오늘 저는 죽은 아이의 영혼을 잘 달래서 보내주려는 거고요.”하현의 말을 들은 나천우와 임단은 동시에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벌린 입을

  • 재벌 사위면 될까?   4213장

    하현은 냉랭하게 말했다.“미안하다고 할 필요 없습니다.”“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나한테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만 들으면 됩니다.”“나머진 당신이 알아서 하면 되죠.”“난 아무 이견도 달지 않을 테니까요.”하현의 말은 마치 이 모든 것이 그와 무관한 일처럼 가볍게 들렸다.그러나 가볍게 들리는 그 말속에 숨어 있는 어조는 서늘한 기운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원래 하현이 어떻게 망신을 당하나 구경이나 하려고 했던 사람들은 놀라서 온몸을 부르르 떨며 눈알을 땅바닥으로 떨구었다.결국 그의 어조로 보아하니 그가 가볍게 말하면 말할수록 더욱 화가 난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었다.그리고 우민은과 이국흥 두 사람은 이 일에 대해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나천우는 하현을 향해 빙긋 웃으며 허리를 곧게 펴고 시선을 뒤로 돌렸다.그의 눈빛 속에 찬바람이 가득 휘몰아쳤다.우민은과 이국흥은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 왔고 무릎을 꿇으려 했지만 도저히 말을 듣지 않아 그대로 힘없이 풀썩 주저앉았다.“일어서세요!”나천우는 폭풍 전야의 고요한 태풍의 눈처럼 차분한 목소리였다.단지 손가락을 까닥이며 경호원에게 쇠 파이프를 건네받아 직접 두 사람의 다리를 한쪽씩 부러뜨렸다.그리고 나서 활을 들고 두 사람의 손바닥을 향해 활을 쏘았다.“휙!”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매섭게 울렸다.두 사람이 손바닥이 떨구어지자 나천우는 두 사람을 문 바깥으로 걷어차며 말했다.“잘 들어. 다시는 당신들 두 얼굴을 금정에서 마주하고 싶지 않아.”“감히 이 두 사람을 거두는 자는 나 나천우에게 도전하는 거라 생각할 거야!”“사람들을 교외로 내쫓아 스스로 빌어먹고 살게 해!”...10분 만에 설은아가 그토록 골머리를 앓던 이천억 대출이 순조롭게 실행되었다.무이자일 뿐만 아니라 담보 물건도 없이 진행되었다.다만 각종 수속이 복잡해서 설은아는 VIP실에 남아 서류 처리를 해야 했다.나천우는 하현을 깍듯이 모시고 행

  • 재벌 사위면 될까?   4212장

    ”좋아, 당신이 그렇게 잘난 척을 하니 한 명이라도 어디 해고해 봐!”우민은은 거만하게 팔짱을 끼고 비아냥이 가득한 얼굴로 하현을 차갑게 노려보며 말했다.“자! 어서 해 보라니까!”“퍽!”바로 그때 은행 로비의 문이 누군가의 발길질에 차여 둔탁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곧이어 화려한 옷차림을 한 남녀 열 명이 나타났다.선두에 선 사람은 양복 차림이었는데 그냥 보기에도 부티가 좔좔 흘렀다.그는 바로 금정은행 은행장, 은둔가 나 씨 가문 나천우였다.나천우 일행들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우민은과 이국흥은 모두 화들짝 놀라며 몸을 돌려 굽신거렸다.“행장님!”“여긴 어떻게 오셨습니까?!”우민은과 이국흥은 무릎을 꿇다시피 하며 나천우 앞에서 입이 찢어져라 환한 미소를 보였다.그런데 평소에는 친근하게 그들을 대했던 나천우가 오늘 이렇게 차가운 얼굴로 들이닥칠 줄 누가 알았겠는가?나천우는 그들에겐 눈길도 돌리지 않고 하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고 하현의 손을 잡고 힘껏 흔들었다.“하현, 아까는 정말 죄송했습니다...”“부디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이 말을 듣고 장내의 분위기는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고요해졌다.모두 어안이 벙벙해지다 못해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곳곳에서 심장이 덜컹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잠시 후 예쁘장한 여직원들이 자신의 뺨을 세차게 때리는 소리가 여기저기 들렸다.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었던 것이다.그러나 눈앞의 광경은 잘못 본 것도 아니고 꿈을 꾸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많은 사람들의 시선은 놀라움과 의아함으로 가득 차 있었고 자연스럽게 하현에게 쏠렸다.몇몇 여자 고객들도 눈앞의 광경이 믿기지가 않는지 입을 막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얼어버렸다.우민은은 마치 사지가 마비된 듯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이국흥은 더했다.사지가 그의 통제 영역을 벗어나 쉼 없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이게 무슨 상황인가?그들은 하현

  • 재벌 사위면 될까?   4211장

    이국흥은 염치도 체면도 안중에 없는 사람 같았다.그는 없던 일을 있었던 일처럼 꾸몄다.그의 목적은 단 하나, 우민은이 하현을 혼내 주길 바랐던 것이다.이때 설은아가 얼른 입을 열었다.“부행장님, 그게 아닙니다...”우민은은 이국흥에게 힘을 실어 주러 온 상사였기 때문에 당연히 설은아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감히 우리 은행에서 사람을 때려요?”“간이 배밖에 나왔어요?”“지금부터 당신은 우리 은행 블랙리스트에 오를 거예요!”“이봐! 어서 관청에 신고해!”그녀의 카랑카랑한 말투는 오만하기 그지없었다.그러자 설은아의 안색이 창백해졌다.분명 그녀는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될 줄은 몰랐다.설은아가 이끄는 회사의 자금줄이 빠듯한 건 사실이었다.그런데 결국 이렇게 완전히 파산하게 되었다.자신이 아홉 번째 집안을 맡은지 얼마나 되었는가?이렇게 빨리 파산하게 되었는데 어떻게 훗날 대구 정 씨 가문의 수장이 되겠다는 것인가?그야말로 허황된 꿈이었다!“하하하! 이게 바로 당신의 최후야!”“이제 알겠어?”이국흥은 얼굴에 묻은 피를 닦으며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개자식! 이 개새끼야! 너 방금 정말 미친놈처럼 날 치더라? 정말 대단했지, 안 그래?”“자, 다시 한번 더 해 보시지?!”“당신이 얼마나 대단한지 어디 한번 보자고!”“퍽!”하현은 그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그의 요구에 답하며 앞으로 걸어가다가 또 한 번 손바닥을 휘둘렀다.이국흥은 하현이 감히 자신에게 또 손을 쓸 줄은 몰랐다.뺨을 맞아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난 그는 가까스로 우민은의 몸에 기댄 덕분에 쓰러지지는 않았다.“미친 거야?!”“당신들 여기가 무법천지인 줄 알아?”우민은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이봐, 어서 신고해!”“은행 협회에 통보해서 설은아한테 대출 다 막으라고 해!”이때 하현은 싸늘한 표정으로 우민은과 이국흥을 바라보며 말했다.“두 사람이야말로 내 블랙리

  • 재벌 사위면 될까?   4210장

    하현을 말리는 설은아의 다급한 목소리에 이국흥은 험상궂은 얼굴로 이를 갈며 일어섰다.그는 입가의 피를 닦고 하현을 가리키며 말했다.“개자식! 당신 누구야?!”“당신이 뭔데 감히 이러는 거야?”“날 때려? 감히 날 때렸어?”“내가 뭐?”하현은 앞으로 나서면서 또 손바닥을 올려 이국흥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감히 내 아내한테 그런 모욕감을 주다니! 나한테 누구냐고 물었어?”“내가 누군지 당신 눈엔 안 보여?”“혹시 설 대표가 당신 부인이야?”이국흥은 잠시 넋이 나간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가 뭔가 떠오른 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당신이 그 소문으로만 듣던 그 쓰레기 같은 놈?”“그런데 감히 날 때려?!”“죽여버릴 거야!”하현은 또 그의 얼굴을 때리기 시작했다.“퍽!”“날 업신여기고 무시하는 건 얼마든지 참을 수 있어. 그렇지만 내 여자를 건드리는 놈은...”“절대 용서할 수 없어! 오늘이 당신 제삿날인 줄 알아!”퉁퉁 부은 얼굴을 감싸고 바닥에 주저앉은 이국흥은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벌벌 떨었다.“하현, 그만해! 그만하라고!”설은아는 한사코 하현을 말리며 붙잡았다.“또 때리면 정말 사람이 죽겠어!”그녀는 마음속으로는 그를 고맙고 든든하게 여겼지만 불똥이 그에게 튈까 봐 걱정도 되었다.오래된 도시 금정의 은둔가 가문이 뒷배에 있는 금정은행 부장을 누가 건드릴 수 있겠는가?금정은행의 뒷배인 나 씨 가문은 금정 금융계의 거물이었다.“개자식! 감히 날 때리다니?!”“흥! 넌 이제 죽었어! 내가 반드시 널 죽여버릴 거야!”이국흥은 이를 갈며 말했다.그러나 그는 감히 하현에게 접근하지 못하고 얼굴을 가린 채 입만 떠들썩하게 떠벌렸다.“반드시 관청에 보고해서 감옥에 처넣어 버릴 거야!”“그리고 제멋대로 날뛰는 네놈 때문에!”“이 여자도 상상하기 힘든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블랙리스트에 올라 금융계에선 다시는 일 원 한 푼 빌릴 수 없게 만들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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