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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저녁 식사 시간, 김은주는 신씨 가문의 사람들과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화목한 분위기 속, 신경주 한 사람만은 굳은 표정으로 음식을 입에도 대지 않았다.

백소아는 구윤의 차를 타고 그 사람과 함께 떠났다. 모든 것을 깨끗이 정리하고 말이다. 40억 원에 달하는 별장을 포함한 어떤 것도 가져가지 않았다.

“소아는? 왜 아직도 밥 먹으러 안 오는 거니?”

신 회장이 의아한 듯 물었다.

“저희는 이미 이혼하기로 결정했고, 합의서에 이미 사인했습니다.”

신경주가 담담하게 말했다.

“곧 법원에 서류를 제출할 예정입니다.”

“뭐? 이혼? 왜?”

신 회장이 말했다.

“아이고, 여보. 제가 진작에 말했잖아요. 우리 경주랑 소아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두 사람은 어르신께서 억지로 결혼시키신 거잖아요.”

진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 아이는 3년이나 힘들게 참으면서 지냈어요. 이제야 소아가 경주와 이별을 하게 되었는데…… 사실 어찌 보면, 두 사람 모두에게 좋을 수도 있어요. 당신도 알다시피, 경주가 사랑하는 사람은 은주잖아요.”

“경주야, 결혼은 장난이 아니야. 하물며 그 아이는 말이야…….”

“아버지, 이미 이혼 합의서도 다 썼고, 그 사람도 이곳을 떠났어요.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고 맨몸으로 집을 나갔어요.”

신경주는 답답한 듯 얼굴을 찡그렸다.

“허, 그렇게 안 봤는데 꽤 고집 있네?”

신효린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야? 바깥에 가서 우리 신씨 가문이 자신을 푸대접했다고 함부로 말하면 어떡해요?”

신경주는 이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얼굴에는 짜증난 기색이 역력했다.

“경주야, 이번에는 네가 경솔하게 행동한 듯하구나. 할아버지는 아직 입원 중이셔. 이 일을 할아버지께 어떻게 설명할 거야?”

신회장은 이 일로 어르신의 노여움을 살까 봐 초조함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 달에 결혼 소식을 알리고, 은주를 정식으로 제 아내로 맞이할 거예요.”

김은주는 잘생긴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감동 어린 눈빛을 하고 있었다.

“헛소리 그만해. 3년 같이 산 아내와 하루아침에 이혼하는 게 어디 있어? 이 일이 소문이 나면 우리 가문이 호사가들 입에 오르내리게 될 거야.”

“남의 말 따위는 신경 안 써요. 백소아는 제가 원하던 여자가 아니에요.”

신경주의 태도는 단호했다. 그는 이번 일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아저씨, 오빠 대신에 저를 탓하시고, 저를 원망하세요.”

김은주는 신경주의 어깨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오빠 앞에 나타나지 말았어야 했어요. 전 내일 아침 일찍 M 국으로 돌아갈 거예요. 오빠, 오빠도 언니랑 이혼하지 마세요. 전 두 사람을 갈라놓는 죄인이 되고 싶지 않아요.”

“은주야, 이건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신경주는 굳은 표정으로 그녀의 가녀린 손을 잡았다.

“나 백소아랑 완전히 끝났어. 이혼 도장까지 찍었다고…… 너는 나 때문에 3년이나 참았는데 더 이상 너를 힘들게 하지 않을 거야.”*

저녁 바람이 상쾌하게 불어왔다.

구윤은 백소아를 데리고 기분 전환을 위해 월하수로 갔다. 그들은 유람선을 타고 화려한 도시의 야경을 감상했다.

“오빠, 혹시 독심술 할 줄 알아?”

구아람은 답답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이곳은 커플 데이트의 메카잖아. 평소에 이곳에 올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그래? 그럼 그건 네 둘째 오빠 탓이야. 둘째가 저녁 8시 정각에 여기서 불꽃놀이를 한다고 했어.”

구아람은 우아하게 손목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

그때,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자홍색 불꽃이 허공을 가르며 피어올랐다.

모든 커플들은 갑판으로 나왔고, 강기슭에는 점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둘째 오빠의 미적 감각은 참…….”

구아람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투덜댔지만 마음은 흡족 해했다.

“그동안 네가 받았던 기이한 선물들을 생각해 봐. 그거에 비하면 많이 발전한 거야.”

구윤은 구아람의 어깨를 감싸고 살며시 그녀를 품에 안았다.

“오늘 네 선물은 이것뿐만이 아니야. 다들 네 방을 선물로 가득 채웠어.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사랑과 시간을 가치 있는 사람에게 쓰도록 해.”

구아람은 그의 말에 마음이 아려왔다.

이때,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인파 밖에 멈춰 섰다.

신경주는 김은주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렸고, 밤바람이 차갑게 불자 김은주는 그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와, 엄청 예쁜 불꽃놀이야. 오빠도 빨리 와서 봐.”

김은주는 신경주에게 말했다. 그녀의 소녀 같은 순수함은 신경주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다.

반면, 백소아는 무뚝뚝한 성격인지라, 그런 그녀의 성격이 맘에 들지 않았다.

지난 3년 동안, 백소아의 유일한 장점은 순종적이고, 말을 잘 듣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인가? 그녀는 전혀 그가 원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두 사람이 난간으로 다가가자, 갑자기 네 개의 불꽃이 일제히 터지며 공중에서 한 단어를 만들었다.

‘생일 축하해.’

“우와, 누가 생일인가 봐요. 누군진 몰라도 이런 선물을 받다니, 정말 행복하겠어요.”

김은주는 한숨을 쉬며 부러워했다.

그때, 신경주는 가슴이 철렁했다.

오늘은 백소아의 생일인데, 설마 구윤이 그녀에게 서프라이즈로 이 불꽃놀이를 선물한 건가?

어디선가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그의 귀를 자극했다. 분명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였다.

잠시 후, 유람선이 그들 앞을 지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그 유람선 안에는 백소아와 구윤이 있었다.

“어? 언니네요. 그런데 옆에 있는 남자는 누구죠? 어딘가 낯이 익는데……. 뭐 아무튼 사이는 굉장히 좋아 보이네요.”

김은주가 물었다.

신경주는 얼굴이 찌푸려졌다.

아직 두 사람은 정식으로 이혼을 한 상태는 아닌데, 백소아는 다른 남자와 함께 있고 싶어서 안달이 난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이러면서 오후에 그 앞에서 왜 그렇게 울었는가?

유람선은 두 바퀴 돌고 난 후, 부둣가에 멈췄다.

여행객들이 거의 다 흩어졌을 때, 구윤과 백소아가 나란히 내렸다. 구윤은 손으로 백소아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백소아.”

갑작스러운 부름에 소아는 멈칫했다.

그녀는 신경주가 자신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그의 잘생긴 얼굴은 여전히 그녀의 마음을 살짝 흔들었다.

하지만 이제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그녀의 사랑은 결국 이 남자의 손에 의해 파괴되었다. 그녀는 그의 부름에도 전혀 반응을 하지 않았다.

“옆에 누구?”

신경주는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

“대표님 기억력이 안 좋으신가 봐요?”

구윤은 구아람을 꼭 껴안고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백화점에서 만나 악수도 했는데.”

“백소아, 내가 묻잖아요.”

신경주는 구윤의 말을 무시하고 구아람을 다그쳤다.

백소아는 자신이 결혼하기 전 본가에서의 이름인 구아람으로, 이미 구 씨 집안사람으로 돌아왔다.

“저희는 이미 이혼한 사이인데, 이 사람이 누구든지 당신과 무슨 상관이에요?”

구아람은 차갑게 대꾸했다.

그러자 신경주는 깜짝 놀랐다. 그는 여태껏 착하고 순종적이었기 때문에 이런 말투로 그에게 말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직 정식으로 이혼도 안 했는데, 다른 남자랑 같이 있는 겁니까?”

그러자 구윤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그가 한마디 하려하자 구아람이 그를 막았다.

그녀가 다른 남자를 보호하다니? 신경주는 그 모습을 지켜볼 수 없었다.

“맞아요. 저희, 아직 정식으로 이혼하지 않았는데, 당신도 벌써 옆에 다른 여자를 두고 있네요. 그런데 무슨 자격으로 제가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방해하는 거죠?”

구아람은 조롱의 웃음을 터뜨렸다. 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모습이었다.

“왜 당신은 되고, 저는 안 되죠?”

그 말에 김은주는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 그때, 하이힐을 신고 있는 그녀가 그만 발목을 접질려 바닥에 넘어졌다.

“아, 오빠. 발 아파.”

신경주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몸을 돌려 넘어진 김은주를 부축했다.

그가 다시 구아람에게 시선을 돌렸을 때, 두 사람은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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