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3화

작가: 류한나
이를 본 윤정이 술을 받으며 말했다.

“이 대표님, 온 비서님은 술 안 마십니다. 제가 대신 마실게요.”

하지만 그 대표는 별로 탐탁지 않은 듯한 눈빛이었다.

“이러면 재미없는데.”

윤정은 난감해졌다. 사회 초년생이라 일 처리가 그렇게 매끄럽지 못했고 혹시나 실수해 일을 그르칠까 봐 무서워했다.

“온 비서님, 본인이 마셔야 할 술을 부하한테 미루는 건 아니지 않나요?”

지유와 윤정은 다 여자였기에 이 대표는 점점 더 눈에 보이는 게 없었고 말투도 매우 거칠었다.

“여 대표님을 대신해서 왔다면서요. 여 대표님도 이 자리에 나오면 술을 마다하지 않는데 온 비서님은 더더욱 안되죠. 왔으면 하나가 돼야지. 그래야 재밌지.”

“자, 내가 한 잔 쭈욱 따를 테니 마음 놓고 마셔봐요.”

다른 대표들도 맞장구를 쳤다.

“온 비서님, 좋은 말로 할 때 마셔요. 이 대표님이 마시라면 마셔야지, 핑계 찾지 말고.”

“흐름 깨지 마요. 여 대표님이 이러는 거 알면 엄청 혼낼걸?”

지유는 이런 장소가 싫었다. 이현이 술을 마신다고 해도 핍박에 의해서 마시지는 않았을 것이다. 허리를 굽신거려도 모자랄 판에 이현이 싫어할 짓을 할 리가 없었다. 결국엔 지유가 여자라서 어떻게든 해보려는 것이다.

지유는 업무를 하면서 불공평한 상황을 많이 참아왔지만 이런 모욕을 참기는 싫었다.

이 대표는 와인잔을 지유의 입가에 갖다 대며 이렇게 말했다.

“온 비서님, 마셔요.”

윤정은 그들이 지유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온 비서님.”

지유는 고개를 돌리며 이 대표의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

“제가 말했을 텐데요. 술 안 마신다고.”

이 대표는 표정이 변하더니 와인잔을 테이블에 쾅 하고 내려놓았다. 힘을 너무 세게 줘서 그런지 와인잔이 깨졌고 빨간 와인이 테이블을 적시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에 윤정이 화들짝 놀랐다.

“온 비서님, 왜 이렇게 주제를 모르실까? 우리 앞에서 도도한 척이라도 하는 거예요?”

알코올의 작용하에 이 대표는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발악했다.

“여 대표님이 얼마나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54화

    그의 손놀림에 지유는 너무 역겨워 더는 견딜 수가 없어 그를 밀쳐냈다.“대표님, 예의 갖추시죠.”“예의는 무슨. 당신은 그냥 여 대표 노리개일 뿐이야. 침대에 얼마나 기어올랐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술 마실 기회를 주는 것도 당신 체면 살려준 거야. 좋은 말로 할 때 마셔.”이 대표는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다. 지유가 여러 번 거절하자 실성한 듯 다가가 지유를 끌어안았다.“여 대표가 주는 거 나도 줄 수 있어. 내가 별장 하나 줄까? 앞으로 아무 걱정 없이 내 애인 하는 거야. 여 대표를 따라다니는 것보다 더 좋은 조건 아닌가…”“이거 놔요!”인내심이 바닥난 지유는 힘껏 이 대표의 귀싸대기를 갈겼다.“내 몸에 손대지 마요.”귀뺨을 맞은 이 대표는 두 눈이 빨개서는 지유를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빌어먹을 년. 감히 나를 때려? 내가 오늘 너 죽이고 만다.”윤정은 너무 무서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지유도 그런 윤정이 다칠까봐 걱정이었다.마침 윤정은 문과 가까운 위치에 서 있었기에 지유는 일단 윤정을 밀어내며 이렇게 말했다.“여기는 위험해요. 얼른 가요.”윤정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그럼 온 비서님은 어쩌고요?”지유도 무서워서 손이 떨렸지만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나가야 했다.“나가서 누구든 불러와요. 내 말 들어요. 얼른!”무서움이 많은 윤정이었지만 지유 말은 참 잘 들었다.“가? 가긴 어디를 가? 빌어먹을 년.”이 대표가 미친 듯이 달려오더니 지유의 머리채를 잡았다. 곱게 얹은 지유의 머리가 순간 헝클어졌다. 두피가 지끈거리는데 반응할 새도 없이 싸대기가 날라왔다.싸대기를 정면으로 맞은 지유는 얼굴이 너무 화끈거렸고 방향을 잘 분간할 수 없었다.그렇게 잠깐 정신을 잃었다가 눈을 떠보니 이 대표가 남산만 한 배로 지유의 허리를 누르고 있었다. 초밀착 상태라 이 대표의 입에서 나는 더러운 술 냄새까지 풍겨왔다.너무 역겨워 토하고 싶었지만 이 대표가 두려웠다. 지유는 이내 마음을 다잡고는 발버둥 쳤다.“이거 놔요. 내 털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55화

    이현은 마치 지유를 품속에 녹여버릴 듯이 꽉 끌어안았다. 그녀가 더는 상처받지 않게 말이다.그는 턱을 그녀의 머리에 올려놓고 깊이 자책했다.“괜찮아, 지유야, 이제 괜찮아. 내가 왔으니 괜찮아.”지유는 이현의 품에 기댄 채 온몸을 부르르 떨며 치를 떨었다.“왜 이제야 온 거예요? 하마터면, 정말 하마터면 당신 못 보게 될 수도 있었다고요.”이현이 핏기를 잃고 창백해진 지유의 입술을 보더니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눈동자에 분노가 가득 차올랐지만 지유를 인내심 있게 다독이며 안전감을 주려고 노력했다.“미안해. 내가 늦었어.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앞으로 다시는 너 혼자 두지 않을게.”지유가 걱정돼서 나와봤는데 그래도 늦은 것이다.지유는 멘탈이 완전 나가서는 흐느꼈다. 그 속에는 그녀의 불안과 두려움과 그에 대한 원망이 들어 있었다.지유는 솜방망이 같은 주먹으로 이현의 가슴을 두드렸다.“아니에요. 당신은 나 버릴 거예요. 언젠가는 나 버릴 거예요. 전에도 그랬잖아요. 지금도 그렇고.”지금까지 지유는 수도 없이 버림을 받았다. 몇 번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지만 그렇게 버려질 때마다 남은 건 실망뿐이었다.이현은 지유를 품에 꼭 끌어안더니 슈트로 그녀를 꽁꽁 감쌌다.“앞으로 절대 그럴 일 없어. 한 번만 믿어줘. 지유야, 앞으로 너 버리지 않는다고 약속할게.”지유는 소리 없이 흐느꼈고 이현의 가슴을 두드리던 손도 힘없이 옆으로 축 늘어졌다. 아직도 두려움이 가시지 않는지 지유는 이현의 품에 안겨 사시나무 떨듯 떨기만 했다. 될 수만 있다면 영원히 단단한 이현의 품에 숨어있고 싶었다. 이현은 인내심 있게 그녀를 다독이며 이마를 천천히 쓰다듬었다.지유의 정서가 어느 정도 가라앉고 몸에서 전해지는 떨림도 살짝 약해지자 이현은 허리를 숙여 지유를 소파에 올려주고 데려온 사람에게 보살피라고 했다.이현은 느긋하게 소매를 걷어 올리더니 매서운 눈빛으로 바닥에 누워 비몽사몽한 이 대표를 쏘아봤다.물 한 바가지가 이 대표의 얼굴에 쏟아졌다.꿈에서 깬 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56화

    이현이 나가고 나서도 안에서는 처참한 비명이 끊임없이 들려왔다.지유는 길고 긴 꿈을 꿨다. 꿈에서 어떤 악마가 그녀를 쫓아오고 있었다.달리고 싶었지만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고 그로 인한 거대한 공포에 숨이 턱 막혀 죽을 것만 같았다.지유는 울먹이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를 본 이현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려고 했다.지유는 지금 고열을 앓고 있었다.윤정은 옆에서 계속 울기만 했다.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으러 나가는데 문 앞에서 마침 이현을 만나게 되었다. 다행히 이현이 제때 도착해 지유를 구해줬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정말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른다.윤정은 울면서 이렇게 말했다.“대표님,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온 비서님 잘 못 챙겼어요. 온 비서님 지금 열나고 있으니 병원에 데려갈까요?”이현은 지금 차가운 얼음처럼 전혀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아니에요. 배 비서, 온 비서 집으로 가요.”이현은 이렇게 말하며 지유를 안고 차에 올랐다.윤정은 아직도 자책하며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그만 울어요. 어서 집에 돌아가요. 대표님이 있으니 온 비서님 괜찮을 거예요.”진호가 이렇게 타일렀다.윤정은 다리까지 부들부들 떨며 흐느꼈다.“온 비서님 이렇게 되니까 대표님 마치 딴사람이 된 것 같았어요. 그렇게 살기등등한 모습은 처음이에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두 사람이 어떤 사이인지 진호는 말해줄 수 없었다. 예전 같았으면 진호도 이를 이상하게 여겼을 테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진호는 윤정에게 당부했다.“지금은 상황이 정리됐잖아요. 그래도 앞으로 조심해야 해요. 온 비서님 대표님께 특별한 존재예요.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고요.”윤정은 약간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일단은 고개를 끄덕였다.…어두운 침실, 지유가 꿈속에서 놀라 깨어났다.“안돼!”잠에서 덜 깬 상태였지만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아직 시야가 또렷해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누군가 자기를 만지는 걸 강력하게 거부했다.“이거 놔!”“나야, 지유야.”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57화

    욕실 문을 열자 지유가 욕조에 앉은 채 온 힘을 다해 몸을 벅벅 문질렀다. 혹시나 이현이 들을까 봐 그러는지 소리조차 내지 않았다.“지유야, 그만해!”이현은 얼른 그쪽으로 다가가 자기 몸에 상처를 내고 있는 손을 낚아챘다.지유는 눈시울이 빨개서는 이현의 손을 뿌리치며 발버둥 쳤다.“건드리지 마요. 나 더러워요…”“너 안 더러워.”이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 두 손으로 지유의 몸을 끌어안으며 더는 상처를 내지 못하게 막았다.“너 아주 향긋해.”지유의 머릿속엔 온통 이 대표의 배에 단단히 눌려있는 장면이 떠올라 속이 메슥거렸다. 이현이 살짝 건드려도 지유는 자기가 더럽다고 생각해 고개를 저었다.“위로하지 마요. 나 더러워진 거 맞아요. 내가 생각해도 역겨워요.”지유는 이미 빨갛게 달아오른 몸을 마구 비벼댔다.“온지유.”이현이 어떻게 부르든 지유는 들리지 않았다. 몸 곳곳을 벅벅 문지르며 계속 중얼거렸다.“나 더럽혀졌어. 씻어야 해.”“나…”지유가 같은 말을 반복하려다 멈췄다. 떨리는 입술로 경악을 금치 못하며 촉촉한 눈빛으로 이현을 바라봤다. 이현이 고개를 숙여 그녀의 목에 키스한 것이다.“지유야, 너 안 더러워. 깨끗해. 더러운 건 다른 사람이야.”이현의 차가운 목소리는 마치 따스한 햇살처럼 그녀를 어둠에서 끌어냈다. 목소리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행동도 바로 보였다.이현의 입술은 지유가 벅벅 긁어서 빨갛게 달아오른 자리에 놓였고 이 대표가 만졌던 곳에 놓였다. 그는 마치 보물을 대하듯 부드럽게 그녀의 몸 곳곳에 키스하며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여기도 내가 소독했어. 여기도. 그리고 앞으로 절대 너를 괴롭힐 사람은 없을 거야.”이현은 아까 있었던 일로 지유를 역겨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상처에 키스하는 것으로 모든 흔적을 지워주려 했다.지유의 눈동자엔 눈물이 가득 차올랐고 발버둥 치던 것도 멈추었다. 힘을 주며 버티던 손도 스르르 풀렸고 흐느끼는 말투로 이현을 불렀다.“이현 씨.”“응?”이현이 고개를 들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58화

    지유는 이현의 목을 휘감으며 이렇게 말했다.“옆에 있어 줘요.”“여기 있을게. 아무 데도 안 가.”이현이 지유의 머리를 매만지며 말했다.“몸이 빨갛게 달아올랐어. 잘 때 얌전하게 자야 상처가 덧나지 않는 거 알지?”지유는 그제야 승아가 왜 이현에게만 늘 그렇게 약하게 굴었는지 알 것 같았다. 아픈 손가락에 눈길이 더 가기 마련이니까.살짝만 약하게 나가도 이현은 정말 너무 부드러워졌다.“네.”지유는 아쉬움을 감추며 두 손을 풀었다.이현은 지유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침대 가에 앉았다.“추워?”지유가 고개를 저었다.“춥지는 않아요.”“너 약간 미열이 있어.”이현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젖은 수건 좀 가져올게.”“고마워요, 남편이 제일이네.”지유는 제일 진실한 속마음을 털어놓았다.이현이 웃으며 지유의 코를 꼬집었다. 지유도 피하지 않고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이현을 바라봤다. 잠깐이지만 이런 모습을 마음속에 영원히 새기고 싶었다.하지만 이현이 이렇게 말했다.“지유 님, 사람은 함부로 믿는 게 아니에요.”이현이 수건으로 얼음을 감싸더니 지유의 이마에 놓아주며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없을 때 누가 잘해준다고 바로 따라가면 안 돼.”이를 들은 지유는 찡해 나는 코끝에 입을 앙다물고 억지로 웃으며 강한 척했다.“그럴 리가요.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쉽게 안 속아요.”“내 생각엔 잘 넘어갈 것 같은데, 그 우석이라는 남자한테 홀라당 반한 거 아니야?”이현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 지유가 멈칫하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에 이현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그 남자 어떤 사람인지 물어본 적도 없네. 어떤 남자길래 지금까지 잊지 못하는 거야?”지유가 시선을 돌리며 먹먹한 목소리로 말했다.“이현 씨랑 닮았어요. 근데 더 부드럽죠.”이현은 물어본 게 살짝 후회될 정도였다. 기분이 이상했다. 우석이라는 남자보다 못하다는 소리로 들렸다.“얼른 자.”이현은 더 물어보기 싫었다. 지유도 사실 이 얘기를 꺼내는 게 싫었다.제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59화

    윤정이 이렇게 말했다.“아니에요. 찾을 새가 없었어요. 나가자마자 마침 식당으로 부랴부랴 건너오는 대표님을 만났어요. 온 비서님, 대표님 혹시 점쟁이 아니에요? 온 비서님을 진짜 많이 걱정하는 것 같더라고요.”윤정은 아직도 그날 일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온 비서님은 아마 모를 거예요. 대표님이 도착했을 때 얼마나 무서웠는지.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니까요. 이 대표님을 아예 아작낼 듯한 기세였어요. 그리고 몇몇 선동자까지 같이 처단했고요. 대표님은 많이 화났는지 온 비서님을 품에 안고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게 했어요.”윤정의 말에 지유가 멈칫하더니 옆에 놓인 컵을 들어 물을 마셨다.“온 비서님, 대표님이 원래 부하를 이렇게 아끼나요? 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요. 만약 다친 사람이 나라도 그렇게 신경 쓰셨을까요?”윤정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눈을 데굴데굴 굴리더니 이렇게 중얼거렸다.“아무리 대표님 곁을 오래 지켰다 해도 이렇게 긴장할 필요는 없잖아요. 온 비서님, 대표님 혹시 온 비서님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켁켁켁…”물을 한 모금 마시는데 윤정이 이렇게 말하자 바로 사레가 걸렸다.윤정이 지유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온 비서님, 왜 물 마시는데도 사레가 걸리는 거예요?”켕기는 게 있는 지유는 얼른 부정했다.“아니에요. 대표님이 어떻게 저를!”윤정이 의아해하며 계속 토론을 이어갔다.“다른 사람들은 대표님이 노승아 씨를 좋아한다 그러던데요. 그 가수 있잖아요. 노승아 씨 웃는 거 보려고 돈을 억 단위로 쏟아붓는대요. 노승아 씨 대표님 첫사랑이라는 소문이 있는데 이제 돌아왔으니 다시 대표님과 사귀겠죠?”“온 비서님이 더 잘 알고 아니에요?”윤정은 지유가 몇 년간 이현의 곁을 지키면서 수행 비서로 있었으니 개인적인 일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지유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저도 몰라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아니다, 아니다.”윤정은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였다.“이게 만약 진짜라면 증거가 안 나올 리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60화

    “에이, 다들 몰라도 너무 모른다. 온 비서님이 신분 상승을 위해서 일부러 꼬신거라던데요? 대표님 비서까지는 올라갔지만 대표님 와이프 자리는 넘볼 수 없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봤겠죠. 예쁜 얼굴을 무기 삼아 이 대표님 애인이라도 해볼까 했는데 그것도 안 될 것 같으니까 이 대표님이 성폭행했다고 적반하장으로 나오기까지 하고. 이 대표님 지금 너무 불쌍하더라고요. 감옥살이 해야 된다던데?”“평소에 온 비서님 얼마나 서글서글해요. 근데 뒤에서는 이렇게 약삭빠른 줄 몰랐네요. 그러니까 대표님 옆에 지금까지 남아 있을 수 있었던 거죠. 얼마나 더러운 수단을 썼을까요?”“흥, 온 비서님 대단한 거 이제 알았어요? 전 진작에 알아봤는데. 막말해서 우리 회사에 온 비서님보다 실력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하필 온 비서님이 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까. 그게 다 얼굴 믿고 저러는 거 아니겠어요? 그 여우 같은 얼굴로 대표님 꼬드긴 거예요. 그러다 제대로 걸린 거죠. 똑같은 방법으로 이 대표님 꼬시려다가 성폭행이나 당하고…”쾅 하는 소리와 함께 지유가 화장실 문을 걷어차고 나와 그들 뒤에 자리하고 섰다.화장을 고치던 여사원들은 지유를 보고 너무 놀라 립스틱까지 삐뚤게 그렸다.“온, 온 비서님…”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만 있던 몇몇 여사원이 공손하게 지유를 불렀다. 하지만 유언비어를 퍼트린 그 사원은 머리를 빳빳이 든 채 지유를 힐끔 쳐다보고는 불만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진예림의 부하 고세리였다.집안 관계로 여진그룹에 들어온 고세리는 갓 사회에 나온 애송이였다.바닥부터 천천히 위로 올라온 진예림은 당연히 뭐가 더 수지가 맞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고세리에게 꽤 잘해줬다.지유의 얼굴에는 별로 표정이 없었다. 고세리를 욕하지도 않고 그저 옆에서 손만 열심히 씻었다.그들은 지유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 불안했다. 하지만 유독 고세리만 지유가 겁먹었다고 생각하고는 앞으로 팔짱을 낀 채 우쭐거렸다.“어떤 사람은 참 낯짝이 두껍다니까요. 그러게 소문이 나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61화

    고세리는 반항할 기회가 없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종래로 이런 수모를 겪은 적이 없었기에 화가나 미칠 지경이었다.지유가 차갑게 말했다.“안 때리면? 앞으로 여진그룹에서 어떻게 지내야 할지도 모르는 사람인데.”“온 비서님. 왜 제 사람을 때리고 그러세요?”큰 소동이 일자 사람들이 달려와 구경했다.진예림은 그들이 여기 있다는 소식을 알고 달려왔다가 고세리가 맞는 장면읗 목격하고는 두 눈이 휘둥그레서 얼른 두 사람을 뜯어말렸다.진예림의 사람을 때렸다는 건 진예림을 때린 거나 마찬가지였다.고세리는 자기를 구해줄 사람이 나타나자 얼른 울먹거리며 이렇게 말했다.“예림 언니!”고세리는 얼굴을 부여잡고 진예림 곁으로 달려가더니 이렇게 말했다.“온 비서님이 저 때렸어요.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진예림은 고세리를 등 뒤로 빼더니 성질을 내기 시작했다.“온 비서님, 미쳤어요?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에요? 정말 여진그룹이 온 비서님 거라도 되나 봐요? 모든 사람이 온 비서님 말을 들어야 되는 것도 모자라 제는 사람까지 때리고. 저는 이제 안중에도 없다 이거죠?”지유는 아까 귀싸대기를 너무 심하게 갈겨 얼얼해진 손을 툭툭 털더니 이렇게 말했다.“진예림 씨 사람이라니 잘됐네요. 앞으로 부하 관리 철저히 하세요. 이런 헛소리나 퍼트리고 다니게 하지 말고. 진예림 씨가 해야 하는 일을 내가 직접 했을 뿐이에요.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내가 때릴 이유도 없겠죠?”“헛소리는 누가 헛소리를 했다고 그래요? 다 사살이고만. 당신이 저지른 일 회사에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진예림이 거만하게 말했다.“그런 수단으로 올라간 거 아니에요?”“아, 고세리 씨가 왜 헛소리하나 했더니 다 진예림 씨가 가르친 거군요?”어떤 상사가 있으면 어떤 부하가 있기 마련이다.진예림이 이렇게 헛소리를 늘어놓는 것도 지유의 명성에 금이 갔으면 해서였다.처음은 아니었지만 전에는 직접적으로 지유의 생활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기에 그냥 흘러 넘겼다. 하지

최신 챕터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35화

    젊은 남자가 먼저 달려들었다.인명진이 넋을 놓고 있을 때 예상치 못한 기습을 한 것이다.몽둥이가 그대로 등에 내리꽂혔다.무겁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짧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은서우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당황한 그녀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인명진을 부축했다.“원장님, 괜찮으세요? 왜 저 대신 맞으신 거예요!”몸을 곧게 세운 인명진은 그 와중에도 덤덤히 답했다.“은 선생님 대신 맞은 게 아니라 원래부터 저를 향해 오던 거였어요.”고개를 돌려 자신의 등을 확인한 인명진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충격이 상당했지만 그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과거 법로의 약인 이었던 그는 이런 고통에 익숙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화가 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그는 천천히 자신을 공격한 남자를 바라보며 차갑고 서늘한 시선으로 상대를 짓눌렀다.젊은 남자는 그 눈빛에 움찔했지만 순간뿐이었다.“다 너 같은 돌팔이 의사 때문에 내 동생이 죽었어! 겨우 열아홉 살이었어! 네가 아니었으면, 너만 아니었다면 내 동생은 지금도 멀쩡했을 거라고! 돌팔이 의사! 더러운 병원도 다 망해버려야 해!”은서우는 그 말에 화가 치밀어 올라 나섰다.“당신은 어떻게 우리 병원의 잘못이라고 확신해요? 사람을 살리려고 한 게 잘못인가요?”남자는 주먹을 꽉 쥐고 은서우를 노려보았고 그의 어머니가 눈물을 닦으며 입을 열었다.“당신들이 아니면 또 누가 있지? 간이식이 필요하다고 해서 보름 후로 수술을 잡았어. 하지만 병세가 악화해서 수술을 앞당겼지.”인명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여자의 말을 들었다.은서우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인명진을 바라봤다.그녀는 인명진이 그런 사람이 아닐 것이라고, 분명 뭔가 오해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우린 친척들에게 돈을 빌리고 또 빌려서 수술비를 마련해서 딸을 수술실로 보냈어.”은서우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수술실에 들어갔다면 잘 된 거 아닌가요? 병세가 악화했다면 이식을 빨리 진행하는 게 맞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환자는 죽었을 거예요.”눈이 붉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34화

    “모르겠어요. 본인 말로는 집에 급한 일이 생겨서 더 이상 머물 수 없었다면서 급히 떠났어요.”은서우는 무거운 마음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자신이 함정에 빠진 것만 같았다.‘세상에 이렇게 우연이 반복될 수 있나?’오히려 그 인턴은 들통날 걸 알고 단서를 끊어 그들이 더는 추궁할 수 없도록 미리 도망친 것처럼 보였다.은서우의 무거운 분위기와 달리 인명진은 담담했다. 그는 애초에 이럴 줄 알았다는 듯이 말했다.“고마워요. 수고했어요.”그는 곧 은서우를 잠시 바라보고는 뒤돌았고 은서우도 그를 따라 몸을 돌렸다.그때 간호사가 참지 못하고 은서우를 불러 세웠다.“은 선생님, 언제부터 원장님이랑 그렇게 친했어요? 그리고 요즘 다들 원장님이 선생님을 차기 부원장으로 키우려고 한다던데 진짜예요?”은서우는 순간 당황했다.인명진이 그런 말을 한 적은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도 없는 일을 떠벌일 순 없었다.“저도 잘 모르겠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간호사가 다른 질문을 이을까 봐 급히 자리를 떠났다.복도로 나왔을 때 인명진은 하얀 가운을 입고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아직 그 자리에 있었다.주위엔 많은 사람들이 오갔지만 아무도 감히 그에게 말을 걸지 못했다. 인명진은 마치 그녀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었다.은서우의 심장이 천천히 뛰었다.조용히 그에게 다가갔지만 차마 방해할 수 없어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인명진이 먼저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며 차분하게 말했다.“나중에 다시 확인해 보면 돼요. 이름이랑 신분이 가짜일 리는 없잖아요.”그가 인턴을 두고 한 말이라는 걸 깨달은 은서우는 잠시 멍하니 있다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갑자기 뒤에서 거친 외침이 들려왔다.“엉터리 의사, 거기 서!”깜짝 놀란 은서우가 뒤를 돌아보니 며칠 전 병원에서 소란을 피운 환자의 가족들이었다.한 쌍의 부부와 젊은 남성이 함께였는데 그들의 손에는 벽돌이나 나무 몽둥이가 들려 있었다.은서우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33화

    가녀린 팔다리를 지녀 살짝 밀기만 해도 쓰러질 것처럼 보이는 은서우였지만 그녀가 얼마나 강인한 사람인지 인명진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다른 사람들보다 몇 배는 더 노력했다.인명진도 수술이 늦게 끝나 자정을 넘길 때가 많았는데 병원을 나설 때 늘 남아 있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바로 은서우였다.그녀는 늦은 시간까지 홀로 남아 의료 관련 논문을 읽으며 밤을 새웠다.그렇기에 그녀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기회를 주고 싶었다.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그는 은서우가 우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소씨 가문이 끝없이 돈을 요구할 때도 그녀는 울지 않았고 소태훈이 협박할 때도 울지 않았다.하지만 자신을 도와줬던 인명진 앞에서는 감정을 쉽게 다스리지 못했다.“제가 원장님을 실망하게 한 거 알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내일 바로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 사직서 낼게요. 직접 신고하지 않으셔도 자수하겠습니다.”그 말을 듣자 인명진은 미간을 깊이 찌푸렸다.“누가 나가라고 했나요?”그 말에 두 사람 모두 순간 얼어붙었다.은서우는 예상치 못한 반응에 멍해졌고 인명진 역시 자신이 그렇게 말했다는 사실에 놀랐다.하지만 곧 깨달았다.그녀는 공범이 아니라 단순히 속아 넘어간 어찌 보면 불쌍한 희생양이었다.인명진은 손가락으로 미간을 누르며 피곤한 듯 한숨을 쉬었다.“내쫓을 생각은 없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전문 지식 배경이 탄탄하다는 건 알겠어요. 지금 저한테는 조수가 필요합니다. 병원에서 은 선생님을 대신할 사람은 없어요.”은서우는 눈을 깜빡였다.갑자기 하늘에서 커다란 떡이 떨어진 것만 같았다.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하니 있었고 인명진은 담담히 말을 이어갔다.“그러니까 더 이상 자책하지 마세요. 은 선생님 잘못이 아니에요. 지금 중요한 건 그 인턴을 찾는 거예요.”그 말에 은서우는 즉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상처 부위가 당겨져 갑작스러운 통증에 숨을 들이마셨다.그녀는 머리를 부딪친 것 외에도 팔꿈치와 무릎에 멍이 들었다.내상은 심하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32화

    그때 은서우가 큰 소리로 외쳤다.“말할게요!”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고 손가락을 꼬아 쥔 채 눈을 자주 깜빡였다. 모든 몸짓과 표정이 지금 극도로 망설이고 긴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인명진은 그녀를 재촉하지 않고 묵묵히 그녀가 말을 이어가길 기다렸다.은서우는 숨을 깊이 들이마신 후 자신이 몰래 사진 촬영을 했다는 사실까지 포함하여지난 며칠 동안 있었던 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털어놓았다.모든 걸 말하고 나니 마치 무거운 돌덩이를 내려놓은 듯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었다.반면 인명진은 그녀가 말하는 내내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그의 반응을 알아차린 은서우는 너무 일찍 안도한 자신을 한탄했다.“죄송합니다. 고소하고 싶으시다고 해도 할 말이 없습니다.”솔직하게 모든 걸 털어놓은 건 자신의 앞날을 지키고 싶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더 이상 인명진을 속이고 싶지 않다는 이유가 더 컸다.한 번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란 불가능하겠지만 최소한 계속해서 자신의 양심을 속이고 싶진 않았다.이제 그녀의 운명은 인명진의 손에 달려 있다.인명진은 처음엔 정말 화가 났다.누구라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몰래 사진을 찍혔다면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평범한 용도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다른 용도로 사용된다면 문제가 심각했다.하지만 죄책감에 가득 찬 은서우를 보고 있자니 더 이상 따질 수가 없었다.결국 수없이 맴돌던 말들은 삼켜지고 전혀 다른 말이 나왔다.“그 인턴은 어디 있죠?”“네?”은서우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인명진은 다시 한번 천천히 물었다.“은 선생님한테 명령한 그 인턴 누구냐고요. 은 선생님이 주범이 아니라면 주범을 찾아서 직접 물어봐야겠죠.”그냥 묻힐 문제가 아니었다.어떤 의도로 몰래 촬영된 건지도 모르는데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은서우가 카카오톡을 추가한 인턴이 당사자임을 설명했다.“민지아라는 인턴이었어요. 얼마 전에 온 인턴인데 원장님은 기억 못 하실 수도 있어요.”그런데 예상과 달리 인명진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31화

    환자의 가족이 갑자기 달려들어 은서우를 밀쳐 넘어뜨렸다.그녀는 바닥에 넘어지며 이마가 복도에 있는 의자에 부딪혔고 순간적으로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흐릿해졌다.인명진은 은서우를 부축하고 이마에 남은 선명한 붉은 자국을 보고 가족들을 노려보았다.“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가족들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뭐 하는 거냐고? 너 같은 엉터리 의사가 물을 자격이나 있어? 너만 아니었으면 내 딸은 적어도 몇 년은 더 살았을 거야! 내 딸이 죽은 건 다 네 탓이야!”인명진도 놀랐지만 품에 안긴 은서우의 고통스러워하는 신음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사람들이 다가오기 전에 은서우를 들어 올렸다.간호사들의 비명 속에서 그는 가족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을 차갑게 쳐다보며 지나갔다.“시위하는 것도 정도가 있습니다. 사람이 죽는 걸 보고 싶지 않으면 비키세요.”싸늘한 인명진의 시선에 그들은 움찔하며 결국 길을 열어주었다.인명진은 빠르게 은서우를 진료실로 옮겼다.그때 은서우가 깨어나면서 속눈썹을 파르르 떨더니 힘겹게 눈을 떴다. 목소리는 여전히 약하고 가냘팠다.“원장님, 정말 아니에요. 저 믿어 주세요.”그녀의 창백하면서도 고집스러운 얼굴을 보자 인명진은 알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지금 이 상황에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있어요?”“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미간을 찌푸린 인명진은 복잡한 감정이 일었다.처음에는 은서우가 강인한 사람이라 좋은 후배로 키울 만한 인재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그녀가 자신에게 약을 탄 걸 알고 실망했다. 그 후 한동안 그녀를 믿을 수 없겠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런 실망도 사라지고 그저 착잡한 마음과 걱정스러운 마음만이 남아 있었다.특히 은서우가 아까 자신을 지키려 앞서갔을 때 그는 더욱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분노가 가득한 가족들을 마주하면서도 자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은 건가?’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안명진은 찡그린 얼굴을 풀고 부드러우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말투로 말했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30화

    인명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은서우를 안아 들어 방으로 조심스럽게 옮겨 침대에 눕혔다.그는 빠르게 수건을 찾아 차가운 물에 적셔 은서우의 이마에 살며시 얹으며 그녀의 체온을 내리려 했다.아픈 은서우의 모습에 인명진의 마음은 복잡하게 얽혔다.침대 옆에 앉아 은서우를 지켜보는 그의 마음에는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그는 평소 은서우가 병원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가끔 신비로운 느낌을 주긴 했지만 환자에게 보이는 그 집중력과 책임감은 가짜일 리 없었다.그는 또 두 사람이 함께 수술실에서 협력했던 장면을 회상했다. 그때 은서우는 침착하고 전문적이었는데 지금의 그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그는 은서우가 정말 나쁜 사람일지 아니면 숨겨진 사정이 있어 그런 행동을 하게 된 것인지 의문스러웠다.은서우는 고열에 혼미한 상태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돌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그녀는 입술을 달싹이며 중얼거렸다.“원장님, 죄송해요. 저도... 저도 원하지 않았어요.”인명진은 그녀의 중얼거림을 듣고 조용히 물었다.“그럼 왜 그런 거죠? 도대체 무슨 사정이 있는 건가요?”하지만 은서우는 반쯤 잠든 상태로 계속 사과하는 말만 반복할 뿐 구체적인 대답은 하지 않았다.시간이 흐르고 인명진의 세심한 보살핌 덕분에 은서우의 체온도 조금 내려갔다.좁혀졌던 미간이 펴지고 호흡도 고르게 되자 인명진은 조바심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다.그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은서우의 상태가 점차 안정되는 걸 보며 결국 몸과 마음의 피로에 못 이겨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잠들었다.다음 날 아침 햇살이 창문 틈으로 비쳐 들어왔다.자연스럽게 깨어난 인명진은 먼저 은서우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고 얼굴이 아직 피곤해 보이긴 했지만 어젯밤처럼 아프고 걱정스러운 모습은 아니었다.그는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일어나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혼자 교류회에 참석한다는 메모를 남기고 조용히 방을 나섰다.문이 닫히고 나서 은서우는 천천히 눈을 떴다.머리가 아직 어지러웠던 탓에 그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29화

    인명진은 손을 들어 은서우의 이마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넘겼다.그의 손끝이 그녀의 뺨을 스치자 미묘한 분위기가 흘렀다.은서우의 얼굴은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놀라움과 쑥스러움이 교차하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은 선생님, 오늘 좀 이상하신 것 같아요.”낮고 부드러운 인명진의 목소리는 사람을 홀리는 주문처럼 그녀의 귓가를 간질였다.은서우는 떨리는 입술로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말에 두서가 없었다.“저... 원장님, 저는...”그러나 그녀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인명진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그는 그녀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았다.예상치 못한 강한 힘에 은서우는 가늘게 비명을 질렀다.“이제야 당신이 품고 있는 속셈을 알겠네요. 제 물컵에 약 탄 걸 제가 모를 줄 아셨습니까?”그의 음성에는 분노와 실망이 섞여 있었다.은서우는 그가 알아챘다는 사실에 숨이 턱 막혔다.“원장님, 아니에요. 저도 사정이 있어서 그랬어요. 제발 제 얘기를 들어주세요.”은서우가 그렁그렁한 눈으로 애원했지만 인명진은 콧방귀를 뀌었다.“사정? 무슨 사정이 있어서 약까지 타려고 했죠? 은서우 씨, 제가 당신을 잘못 봤나 보네요.”“원장님, 정말 그게 아니에요. 제 말 좀 들어주세요.”참을 수 없는 역겨움이 몰려온 인명진은 그녀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그는 약인으로서 각종 약에 대한 감지 능력과 면역력이 뛰어났다.처음 물이 입술에 닿았을 때 그는 바로 이질감을 느꼈다.눈치채지 못한 척 조용히 뱉어냈지만 그는 은서우의 행동에 깊은 배신감을 느꼈다.“제가 그렇게 믿었는데 저한테 약을 탔네요. 정말 양심이라는 게 있긴 한 건가요?”인명진은 은서우를 싸늘하게 노려보며 거침없이 그녀의 팔을 잡아끌었다.은서우는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인명진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원장님, 제발 제 말 좀 들어주세요.”인명진은 그녀의 말을 듣지도 않고 문을 열어 그대로 은서우를 방에서 쫓아냈다.그는 차가운 바닥에 쓰러진 그녀를 뒤로한 채 단호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28화

    은서우는 깜짝 놀라며 급히 말했다.“원장님, 제가 알아볼 테니 먼저 가서 쉬세요.”그러나 인명진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은 선생님 먼저 쉬세요. 오늘 하루 종일 이동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제가 알아서 할 게요.”은서우는 두 개의 침대가 놓인 객실을 바라보며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인명진의 배려가 고맙기도 했지만 동시에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한 죄책감과 두려움이 그녀를 짓눌렀다.그녀는 침대 모서리에 앉아 두 손으로 옷자락을 꽉 쥐었다.머릿속은 온통 뒤엉킨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다.잠시 후 돌아온 인명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근처 호텔에도 빈방이 없어서 방법이 없네요. 오늘 밤은 그냥 이렇게 지내야 할 것 같아요.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그냥 특수한 상황이라고 생각해요.”은서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원장님.”인명진이 씻으러 들어가자 은서우의 시선은 탁자 위의 주전자에 멈췄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주머니로 가져가 약봉지를 만졌다.심장이 요동치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다.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었다.그녀는 약봉지를 손안에 단단히 움켜쥐었다.너무 세게 힘을 주어 손가락 마디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였다.갈등 속에서 은서우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아무렇지 않은 척 주전자 쪽으로 다가갔다.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약을 컵에 넣고 재빨리 물을 부었다.그 후 약이 빠르게 녹도록 조심스럽게 저었다.모든 것을 완성하고 물컵을 원래 자리에 돌려놓는 순간 인명진이 욕실에서 나왔다.그는 느슨한 가운 하나만 걸친 채였다.젖은 머리칼 몇 가닥이 이마에 흩어져 있었고 물방울이 그의 단단한 턱선을 따라 흘러내려 쇄골을 타고 가운 속으로 사라졌다.은서우는 무심코 그 장면을 바라보다가 순간적으로 심장이 멎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오른 그녀는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하지만 그녀는 다시 한번 그를 힐끔 쳐다보았다.인명진은 그녀의 반응을 눈치채지 못한 듯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은서우에게 다가왔다.목소리는 방금 샤워를 마친 사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27화

    이렇게 드문 해외 교류 기회를 얻는 것은 그녀의 전문 능력을 크게 인정받은 것이며 또한 시야를 넓히고 자신을 성장시킬 절호의 기회였다.하지만 그 인턴은 이 소식을 듣고 다른 속셈을 품게 되었다.그녀는 은서우를 찾아가 몰래 약봉지를 건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은 선생님, 이번에 원장님과 함께 가시죠? 기회를 봐서 이 약을 물에 타세요. 일이 끝나면 2천만 원 드릴게요.”은서우는 눈을 크게 뜨고 놀란 채로 연신 고개를 저었다.“안 돼요. 이건 불법이에요. 절대 할 수 없어요.”인턴 민지아는 어두워진 얼굴로 싸늘하게 협박했다.“전에 제 돈을 받고 제 부탁 들어주신 거 잊지 마세요. 안 하면 당신이 돈을 받고 원장님의 사진을 몰래 찍은 사실을 폭로해 버릴 거예요. 그러면 당신은 완전히 끝장나는 거죠. 그리고 소씨 가문 사람들이 가만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망쳐버리면 더 난리 칠걸요?”은서우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는 흰 종이처럼 순식간에 창백해졌다.그녀는 자신이 이 자리까지 오기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떠올렸다.‘이 선택 때문에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하지만 민지아의 요구대로 하면 내 양심은 어떡하지? 원장님의 신뢰는 어떻게 보답하지?’민지아는 그녀가 망설이는 것을 보고 다시 유혹하듯 말했다.“그냥 약을 타기만 하면 돼요. 원장님은 전혀 눈치채지 못할 거예요. 잠들면 사진 몇 장만 찍으세요. 어렵지 않잖아요? 이것만 끝내면 우리 둘은 완전히 정리되는 거예요.”은서우는 피가 배어 나올 정도로 입술을 꽉 깨물었다.고뇌 속에서 결국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민지아는 목적을 달성하자 만족스러운 냉소를 지으며 장난치지 말라는 경고를 남긴 뒤 급히 자리를 떠났다.은서우는 손에 약봉지를 꽉 쥔 채 혼자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출발일이 다가왔다.은서우는 무거운 짐을 끌고 인명진과 함께 공항으로 향했다.가는 길 내내 인명진은 그녀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이번 교류와 관련된 의학적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