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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이런 폐인 따위가!”

조선미는 울화가 치밀어 장 교수의 멱살을 잡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게 내가 침을 빼지 말랬잖아. 기어코 빼더니 끝내 이 사달을 내! 너 대체 뭐 하는 인간이야?!”

“아니요, 이건 저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저도 최선을 다했다고요.”

장 교수가 고개를 내저으며 책임을 전가하기 시작했다.

“아참, 그 돌팔이 때문이에요. 그 돌팔이가 함부로 침을 놔서 어르신을 해쳤어요!”

“찰싹!”

조선미는 장 교수의 뺨을 한 대 갈겼다.

“X발, 개 같은 놈! 본인이 멍청한 것도 모르고 남 탓하려고 해? 경고하는데 우리 할아버지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너 절대 가만 안 둬! 껍질을 다 발라버릴 거야!”

장 교수는 순간 사색이 되었다.

조씨 일가의 실력으로 그를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무슨 일이죠?”

바로 이때 유진우가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다만 그는 안색이 어둡고 입과 코에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 어르신을 보더니 미간을 확 찌푸렸다.

“침을 빼지 말라고 했잖아요! 왜 말을 안 듣는 건데!”

유진우도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진우 씨, 아까는...”

조선미가 해명하기도 전에 장 교수가 불쑥 앞으로 다가오더니 유진우의 멱살을 잡고 으름장을 놓기 시작했다.

“너였어? 야 이 자식아, 그렇게 침을 놓으면 어떡해! 네가 함부로 치료한 탓에 어르신이 위태로워진 거야, 알아? 네가 어떻게 책임질지 제대로 지켜볼 거야!”

드디어 죄를 뒤집어쓸 자가 나타났으니 장영호는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보아하니 당신이 침을 뺐겠네?”

유진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 나다. 어쩔래?”

“아니야, 아무것도. 그저 당신같이 능력 없고 책임을 회피할 줄밖에 모르는 뻔뻔스러운 인간들이 대체 어떻게 의사가 됐는지 몹시 궁금했거든!”

“너...”

“그 입 닥쳐!”

조선미가 장 교수를 밀치고는 재빨리 유진우를 병상 옆으로 끌고 갔다.

“진우 씨, 지금 상황이 위급해요. 어서 할아버지부터 구해주세요!”

“선미 씨, 이 녀석은 돌팔이라 아무 실력 없어요. 절대 속임수에 넘어가면 안 돼요!”

장 교수가 불만 가득한 얼굴로 입을 나불거렸다.

“그럼 네가 할래?”

조선미가 사납게 쏘아붙였다.

“그게...”

장 교수는 문득 말문이 막혔다.

그에게 방법이 있었다면 진작 치료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기다릴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유진우가 한창 치료하려고 할 때 장 교수가 또다시 한마디 덧붙였다.

“야 이 자식아! 난 미리 경고했어. 조 어르신은 신분이 존귀하여 만에 하나 치료 중에 실수라도 했다간 네 숨통이 끊길 줄 알아!”

“그렇다면 난 치료 안 할게. 당신이 직접 알아서 해봐.”

유진우는 더는 말을 섞고 싶지 않아 밖으로 나가려 했다.

“X발 그 입 안 닥쳐! 입을 확 꿰맬라?!”

조선미가 또다시 장 교수의 뺨을 호되게 내리쳤다.

장 교수는 휘청거리다가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얼굴이 퉁퉁 부은 장 교수를 바라보며 유진우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지만 속으론 쾌재를 불렀다.

“진우 씨, 제발 한 번 구해주세요. 저희 가문은 이 은혜를 평생 잊지 않을 겁니다!”

조선미가 다시 간절한 얼굴로 말했다.

“조금 번거롭게 됐어요. 체내의 독 성분이 자극을 받아 위력이 더 거세졌거든요. 이젠 침술로는 해결하지 못해요. 약인이 될만한 물건들이 필요해요.”

유진우가 대답했다.

“말씀만 하세요. 무엇이든 다 찾아드릴게요.”

조선미가 말했다.

“애벌레 세 냥, 거미 세 냥, 바퀴벌레 세 냥을 구해서 향이 날 정도로 함께 튀긴 후 캔으로 밀봉해요.”

“뭐야... 왜 그런 것들을 구하려고 해요? 역겨워 정말!”

조아영이 그의 말을 듣더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당장 가서 구해와!”

조선미가 날카롭게 째려봤다.

조아영은 어쩔 수 없이 경호원들을 데리고 물건 구하러 떠났다.

30분도 채 안 될 사이에 금빛이 빛나는 곤충 볶음 밀봉 캔 한 병이 병실에 도착했다.

“선미 씨, 제가 침을 다 놓으면 그때 캔 뚜껑을 열어서 할아버지의 코에 갖다 대고 냄새를 맡게 하세요.”

유진우가 당부했다.

“네!”

조선미는 머리를 끄덕였다.

유진우는 다시 침을 꺼내고 깊은 한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단전의 기운을 끌어모아 어르신의 하복부에 침을 한 대 놓았다.

첫 번째 침은 관원혈에 놓았다!

“우웅!”

유진우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침 바늘이 미친 듯이 빙빙 돌기 시작했다.

은은한 은빛 기류가 빠르게 차올라 어르신의 체내에 급속히 주입됐다.

두 번째 침은 기해혈에 놓았다!

유진우는 망설임 없이 바로 침을 더 놓았다.

세 번째 침은 신궐에 놓았다!

네 번째 침은 중완혈에 놓았다!

다섯 번째 침은 거걸혈에 놓았다!

유진우는 또 연이어 침을 세 번 놓았는데 아주 날렵하고 정확했다.

그리고 눈에 띄는 것은 그의 은침은 하복부에서부터 시작해 차츰차츰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침을 하나씩 놓을 때마다 어르신의 피부가 마치 안에 무언가가 들어있는 듯이 움찔거렸다.

“개수작이야!”

장 교수가 하찮은 듯 입을 삐죽거렸다.

“은침으로 혈 자리를 찌르긴 개뿔, 전부 수준 미달의 수단일 뿐이야. 정식으로 인정된 바가 없다고!”

“맞아요! 한의학이 뭐가 대수라고! 우리 서의학보단 한참 뒤처졌어요! 나중에 무슨 망신을 당할지 똑똑히 지켜볼 거예요!”

몇몇 의사들도 구시렁대기 시작했다.

서의학을 전공한 그들은 한의학의 수법을 얕잡아보기 일쑤였다.

“후...”

유진우가 마지막 침까지 다 놓았을 때 이마에 땀방울이 가득 맺혔다.

그가 좀 전에 보여준 침술은 일반 침술이 아니다. 그것은 실전된 지 오래된 기문신침이다.

기문신침은 기사회생의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내공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게다가 소모량이 엄청나서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그는 결코 쉽게 사용하지 않는다.

“선미 씨, 뚜껑 열어요.”

유진우가 말했다.

조선미는 두말없이 바로 캔 뚜껑을 열었다.

순간 기이한 향기가 방 안에 가득 퍼졌다.

그중 대부분은 조 어르신이 흡수했다.

“개수작도 참 많아!”

장 교수가 내키지 않은 듯 코웃음을 쳤다.

“침을 몇 대 대충 놓고 곤충이나 몇 마리 볶아서 뚜껑에 넣으면 기사회생이라도 한대?”

“당신이 못한다고 다른 사람들까진 부정하지 마.”

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흥! 네가 정말 구해내면 저 캔 안의 곤충을 오늘 내가 전부 먹어버릴게!”

장 교수가 으름장을 놓았다.

다만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줄곧 혼미해 있던 어르신이 갑자기 입술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이어 검은색의 다족 충이 향기에 이끌려 입에서 조금씩 기어 나오더니 2초 정도 머뭇거린 후 캔에 들어가 미친 듯이 곤충을 씹어먹기 시작했다.

“지네야! 지네였다니!”

“세상에! 어르신의 체내에 어떻게 지네가 있지?”

“우웩!”

뭇사람들은 순간 사색이 되었다.

조아영은 그 자리에서 구역질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소름 끼칠 노릇이었다!

사람의 입에서 지네 한 마리가 기어 나올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콜록콜록...”

이때 기침 소리와 함께 줄곧 혼미해 있던 어르신이 드디어 눈을 떴다!
Comments (1)
goodnovel comment avatar
kb100 k
미친놈 ....모르면 자기무능함을 인정해야지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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