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로 문을 열 수 있어. 두 사람이 열고 들어가. 난 들어가기가 좀 그래.”이미 여기까지 왔는데도 이진숙은 들어가지 않으려고 했다.최성운은 테이블 위에 놓은 열쇠를 갖고 바로 문을 열었다. 안에서 더러운 냄새가 확 풍겼다. 최지연이 굉장히 협소한 작은 방 안에서 먹고 자고 싸고를 다 해결했기 때문이다.최지연은 최성운의 모습을 발견하고 의아해하더니 그를 향해 달려왔다.“드디어 오빠를 다시 만났네. 이제야 오빠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서정원은 가볍게 헛기침하며 입을 열었다.“오랜만이네.”서정원은 최지연에게
“나쁜 마음은 품지도 말거라. 그런데도 네가 말을 듣지 않고 계속해서 다른 사람의 한계에 도전하려고 하면서 그때 같은 일을 저지른다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넌 더 이상 이 세상에 살아있을 이유가 없다. 애초에 널 바다에 던져버려야 했어.”최지연은 할아버지의 말을 들으며 점점 더 억울해져 최미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바로 모든 것을 토해냈다.“그때는 저도 이모가 시켜서 그렇게 한 거예요. 제가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 이모가 협박해서 어쩔 수가 없었어요.”할아버지는 시선을 최미자에게 옮겼다.“지연이 말이 사실이냐? 정말 네가
이렇게 된 이상 이들과 더 논쟁할 필요가 없었다.“날 믿는다면 너도 내가 아빠를 해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 거야. 내도 이제 제대로 조사할 거다. 비록 지금은 누가한 짓인지 모르지만 이 일은 정말 나와 아무런 상관도 없어.”최미자는 아주 명확하게 말했다. 그녀도 피해자였고 모든 일을 자기 탓으로 돌릴 생각도 하지 않았다.서정원이 물으려던 것은 이것이 아니었기에 고개를 저었다.“할아버지의 일은 힘들어도 꼭 밝혀낼 거예요. 내가 묻고 싶은 건 다른 일이에요.”서정원은 최미자의 눈을 바라보았다.“무슨 일인데???”“이진숙이
이진숙은 뺨을 맞고 바닥에 쓰러져 분노가 가득 찬 얼굴로 최미자를 바라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왜? 아무 말도 못 해? 이 악랄한 년아 우리 가문의 권력을 등에 업고 우리 가족을 괴롭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우리가 널 쫓아낸 줄 알겠어?”최미자는 단 한 번도 이런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았다.최지연은 이진숙을 일으켜 세워주며 최미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말씀하세요.”이제 모든 사람이 이진숙을 하는 말을 단 한 마디도 믿지 않았다.이진숙은 이제 길을 건너는 생쥐 꼴로 모두의 비난을 받았다.“그
이 모든 것이 서정원에게는 실마리처럼 보였다. 이진숙이 또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나중에 서정원의 아이들을 협박한다면, 누굴 찾아도 소용이 없다. 이진숙은 더 이상 사실을 피해도 소용이 없다고 느꼈다. 그래서 책임을 피하려는 생각도 하지 않고 뒤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계속 묵언수행 하시려고요??"서정원은 밥을 먹고 있었는데 이진숙이 이렇게 굴어서 무슨 소용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진숙은 고개를 저었다.서정원도 세게 나오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진숙을 데리고 근처 가까운 경찰서
최성운은 포기하지 않고 서정원에게 계속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아예 서정원이라는 사람이 사라진 것 같았다. 서정원의 차량 번호를 찾아내서 사람을 불러 조사하라고 했다. 병원장도 옆에서 조급했다.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이면 찾으세요!""그럼, 이진숙이 여기로 돌아오면 연락 좀 해줘요."이진숙의 성격으로는 그렇게 빨리 돌아오지 않을 거다. 게다가 서정원이랑 같이 있었으니, 들통날 가능성이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최성운은 차를 몰고 떠나는 내내 전화해서 서정원의 소식을 물었다. 차량 번호는 이미
서정원은 주위를 살펴보더니 나갈 수 있는 문을 찾지 못했다. 외진 곳인 데다가 휴대폰도 어디 있는지 모른다. 최성운이 자기가 사라진 걸 발견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오직 자신만이 자기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밧줄이 엄청 단단하게 묶여 있었는데, 서정원은 들키지 않게 스스로 풀고 있었다. "지금이야 이런 상황이니 그런 말을 하지. 내가 풀어주면 또 수작 부릴 거잖아. 내가 너를 너무나도 잘 알지. 어르신이 그렇게 나를 속여서 최씨 집안에서 수십 년간 개고생했어. 결국 약속도 지키지 않고 돌아가셨지."이진숙은 수십 년간 최씨
"빈말 말고 운전이나 해. 빨리 회사로 가!"이진숙이 계속 옆에서 재촉해서, 운전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빨간 불에 서정원은 차를 세웠지만, 이진숙이 옆에서 재촉했다. "신호등 기다리지 말고 그냥 거."이진숙은 다른 거에 아예 신경도 쓰지 않는다. "안만 급해도 교통 규칙은 지켜야죠. 휴대폰을 미리 줬으면 이렇게 급하진 않았겠죠. 그러면 도착하면 바로 할 수 있었을 거예요. 지금은 다 당신 시간을 빼앗는 거예요." 서정원은 이진숙과 논쟁할 바에는 차라리 그를 따르는 게 낫다. 이진숙은 서정원의 말을 곰곰이 되새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