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요는 송석석을 위해 부탁한 것이기에 혜태비는 자기도 하나 고르겠다고 했다. 중년 여성의 애교는 아무리 높은 자리의 태후라도 거부할 수 없는 법이었다. 그녀는 나인에게 최근에 새로 들어온 보석을 가져오게 했는데, 혜태비가 무려 한꺼번에 일곱 여덟 개를 골라버린 것이었다!하지만 태후는 아끼는 여동생이 소녀처럼 좋아하는 모습에 그래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며 거절하지 않았다. 복구안은 허 어의와 함께 회왕부로 향했다. 허 어의는 늘 태후 곁을 지키던 사람으로, 형인 허어사처럼 고집이 세고 성품이 곧았다. 이런 성격으로는 태의원에서 버티기 힘들지만 다행히 태후가 그를 발탁했고, 심지어는 자신의 딸인 민지 공주를 그의 조카인 허낙천과 혼인시켰다.태후 곁의 복구안이 허 어의와 함께 회왕을 진찰하러 왔다는 소식에 회방비는 깜짝 놀라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맙소사, 맙소사!‘이걸 어쩐담? 왕야는 설전에 이미 나가셨는데. 그저 대외적으로 휴식이 필요하다고 했을 뿐인데 말이야.’회왕부는 그동안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누가 찾아오는 일도 없었다. 설령 누군가 오더라도 병중이라고 하면 쉽게 넘길 수 있었다. 게다가 이 몇 년 동안 회왕부는 존재감이 전혀 없었고 그들이 있는지 없는지와 상관없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었다. 그런데 왜 지금 태후가 어의를 보낸거지? “그게…” 회왕비가 당황해하며 말을 얼버무렸다. “왕야꼐서 이미 다른 의원에게 진찰을 받았는데 큰 문제는 없다고 했으니 허 어의님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여기까지 왔으니 그래도 보는 게 좋겠습니다.” 복구안이 담담하게 말했다. “게다가 이건 태후의 명입니다! 그냥 이대로 돌아간다면 제가 보고할 길이 없지 않겠습니까? 허 어의님도 태후 앞에서 설명하기 어렵게 되실 겁니다.”회왕비는 줏대가 없었다. 그녀는 회왕이 무엇을 하러 나갔는지도 몰랐기에 나간 목적을 알려주지 않았다. 단지 절대 누군가에게 그가 나갔다는 것을 알리지 말라고만 당부만 받았으니 말이다.이젠 어쩐단 말
두꺼운 장막이 바람을 차단했고 방 안에는 네다섯 개의 숯불 그릇이 놓여 있었는데 창문이 살짝 열려 있어 따뜻하면서도 답답하지 않았다.관리는 비단으로 된 사각 쟁반을 두 번째 장막 안으로 옮긴 후 손목을 침대 가장자리에 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허 의원님, 여기 앉으셔서 진맥해 주십시오.”허 의원은 자리에 앉아 왕야의 보기 위해 장막을 열려 했지만 만 관리가 저지했다. “왕야께서 추위를 피해야 합니다.”“맥만 짚을 수는 없소. 안색도 봐야 하오.”허 의원은 미간을 찌푸렸다. ‘대체 왜 이러단 말인가? 병이 있으면 병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은가?’이때 복구안이 앞으로 나아가 장막을 열었는데, 침대 위의 사람은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이건 분명히 회왕이 아니다!한 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만 관리는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여러 가지 대책이 떠오르긴 했지만 모두 소용이 없었다. 그들은 그동안 아무도 회왕부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어 회왕부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어찌 이런 일이…?!” 허 의원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사람을 써서 왕야를 가장하게 하다니?”만 관리는 씁쓸하게 웃을 뿐이었다. “사실 왕야는 농장에서 요양 중인데 왕비가 태후의 호의를 거절할 수 없어서… 그래서 사람을 불러 왕야를 가장하게 했습니다.”“웃기는 소리!” 복구안이 담담하게 말했다. “허 의원님, 그냥 태후께 보고합시다.”허 의원은 알겠다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회왕비, 그럼 이만.”떠나기 전, 그는 누워 있는 사람을 한번 쳐다봤다. 비록 이불 속에 있었지만 거친 옷깃이 보이는 것이 분명히 하인의 모습이었다.태후를 속이기 위해 하인을 왕야의 침대에 올리다니... 앞으로 저곳에서 어떻게 잠을 자려고?복구안이 물었다. “세자께서는 아직 외부에서 여행 중이시지요?”잔뜩 긴장한 회왕비는 복구안의 질문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오래전부터 돌아오시지 않고 계십니다.”복구안은 더는
숙청제는 마음을 가다듬었다.문득 어머니가 왜 갑자기 황숙에게 어의를 보냈는지 궁금해져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 “궁 안에서 사람들 말로는 오늘 혜태비께서 오셨다면서요?”태후는 웃으며 대답했다. “예, 제가 불렀습니다. 사보국에서 새로 들어온 장신구들 중 붉은 금으로 만든 칠색 보요가 있습니다. 황후도 이를 원하고 숙비도 원한다고 하니 고민이 참 많았지요. 황후에게 드리는 것도 좋지만 용종을 잉태한 숙비는 어찌할까요? 그래서 아예 혜태비에게 주었더니 혜태비가 글쎄 날강도가 따로 없었습니다. 보요뿐만 아니라 다른 장신구도 한가득 가져가 버렸어요. 정말 후회스럽습니다.”숙청제는 웃으며 말했다. “혜태비가 즐거우시면 어머님 또한 기쁘시지 않겠습니까?” 그는 이런 재물에 대해서는 별로 아깝지 않았다. 그에겐 어머니를 기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저녁 식사를 마치고 숙청제는 돌아갔고, 태후는 옥춘과 옥하을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이 습관은 수년간 유지되어 왔으며 아무리 추운 날씨라도 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에는 꼭 나가서 걷곤 했다.냉혹한 북풍이 휘몰아쳤고 그녀는 하나하나 끊임없이 이어진 궁의 등불을 올려다보았는데, 멀리 있는 등불일수록 마치 수증기 속에 잠긴 유리처럼 희미하게 보였다.옥춘은 태후가 뭔가 말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꽃밭에 도착할 때까지 태후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저 가끔 하늘을 바라볼 뿐이었다. 심지어 한숨조차 내쉬지 않았다.옥춘은 황제가 북명왕을 의심하게 되어 형제간에 불화가 생길까 두려워하는 태후의 걱정을 잘 알고 있었다. 태후와 황제는 모자 관계로 매우 친밀하지만 전왕조의 일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야 했다. 그녀의 말은 매우 무게감이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해야 했다.…북명황실.태비는 붉은 금으로 만든 칠색 보요를 송석석에게 주었고, 석류 손목띠는 시만자에게 주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자기를 위한 보상으로 매일 화려하게 치장했다. 그녀의 언니가 말하기를, 여성은 언제 어디서든 힘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그는 백보재의 주인장에게 하인을 데려와 하나하나 값을 매기도록 했다. 그렇게 상자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니 어머니가 금괴와 여러 가지 귀한 보석을 숨겨놓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마의 말로는 일부는 어머니의 지참금이고 일부는 그의 할머니가 남긴 것인데 분가하지 않아서 육씨에게 나눠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일부는 송석석이 보낸 것인데 그녀가 이혼할 때 숨겨두었던 것이라며, 다행히도 송석석이 그 보석들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고 했다.전북망은 마마에게 송석석이 보낸 것들을 골라내게 하여 다시 그녀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그러자 마마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사실 돌려줘도 받을 리 없을 것입니다. 차라리 둘째 노부인께 드리는 게 낫지요. 어차피 두 분은 사이도 좋았으니까요.”“송석석이 둘째 노부인에게 주는 것은 그녀의 일이지만 우리는 대신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 전북망은 이렇게 생각했지만 왕청여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 돈과 보석에 욕심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젠 왕부 사람들과는 아무런 연관을 맺고 싶지도 않아 했으니 어차피 송석석이 가져가지 않았으니 팔거나 맡기는 게 낫고 그 수익은 육씨에게 주면 된다고 생각했다.“송석석은 신경 쓰지 않을 것입니다. 형님이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전당 맡긴 것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걸 되찾는 게 송석석에게 돌려주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형수님도 본래 송석석에게 돌려주려 했을 것일 테니.” 전북망이 말했다. 그는 왕청여의 주장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거절했다. “관계를 깔끔히 정리하려 한다면 더욱더 돌려줘야 합니다. 설령 그녀가 버리더라도 그것은 그녀의 결정이지요.”백보재의 사람들이 함께 있었기 때문에 왕청여는 그의 행동에 화가 나더라도 집안의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 않아 결국 그를 끌고 나가서 대화했다.창고 밖에 나가니 전북망이 자연스럽게 자기 망토를 벗어 그녀에게 덮어주었다. 그녀는 아이를 낳고 난 후 몸이 별로 회복되지도 않았고 또 오늘은 날씨도 아주 추웠기
상대는 회왕부의 무상 선생이었지만, 그의 복장이 왕부에 있을 때와 달랐고, 얼굴도 익숙하지 않았다.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손을 모아 인사했다. “장군님, 어머님과 민씨의 일에 대해 들었습니다. 삼가 애도 드립니다.”여전히 낯선 사람인 탓에 전북망은 거리를 두었다. “고맙소. 허는 성함을 밝히지 않으신다면 이만 가보겠소.”무상이 대답했다. “소인은 만씨로 회왕부의 가신입니다. 회왕비께서 위로차 소인을 보냈습니다. 허나 장군님과 송 대감의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서둘러 방문하기 어려웠습니다.”전북망은 회왕부의 사람을 몇 명 보았기에 만씨 성을 가진 관리가 있다는 것은 알고있었고, 눈앞의 그가 바로 그 사람 같았다. 그에게선 학자의 기품이 느껴졌는데 아무리 봐도 관리처럼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왕부의 가신인 만큼 분명 학자의 신분은 틀림없을 것이다.그는 회왕비가 그를 직접 찾아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해 복잡한 감정이 마음속에 교차했다. “회왕비에게 고맙다고 전해주시게. 내 부족함으로 인해 송 부인과 회왕비의 기대를 저버렸으니.”“다과점으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나누면 어떻겠습니까? 회왕비께서 전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고 하십니다.”전북망은 결혼식 날 성릉관에 갔고 그 후 이혼했지만 회왕비는 송석석을 돕지 않았다.그래서 그는 무의식적으로 회왕비에게 호감을 느낀 것이었다. 게다가 회왕부는 진성에서 항상 저자세로 지내왔기에 몇 번의 교류는 문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좋소. 그렇게 하지.” 전북망이 말했다.사방에선 많은 숨겨진 눈들이 그들이 다과점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무상은 전북망을 바라보았다. 사실 이전부터 그는 항상 그의 동태를 살펴보았고 계속해서 사람을 보내 관찰하고 있었다. 한 해가 지나자 전북망은 한층 더 여윈 탓에 얼굴은 각이 졌고, 눈빛도 이전보다 훨씬 침착하고 진지해졌다.하지만 무상은 약간 실망했다. 전북망의 얼굴에선 이전같은 적개심이나 숨겨진 야망의 기미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북망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비록 그가 어전시위령을 맡은 기간이 짧았지만 황제가 어전시위를 독립시키려는 의도는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황제는 북명왕을 두려워하기에 송석석에게 모든 안전을 맡기지 않을 것이다. 그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소. 나는 어머니의 상을 치러야 하니 효는 지킬 것이오.”무상은 미소를 지으며 직접 차를 따르더니 조용히 말했다. “왕야께서 도와주실 수 있습니다.”그 말에 전북망은 약간 놀랐다. ‘회왕은 진성에서 거의 아무와도 교류가 없는데 그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단 말이지?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죄책감 때문인 걸까?’그는 절대 어리석지 않았다. 회왕이 도움을 줄 수 있더라도 그로 인해 자기가 그의 하수인이 될 것을 알았다. “만 관리, 효를 지키는 건 조상 대대로의 규칙이오. 황제가 특별히 명령하지 않는 한, 나는 조정의 핵심 인물도 아니고 국경을 지키는 원수도 아니라는 말이오. 게다가 황제께서 나를 꼭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오.”무상은 웃으며 말했다. “장군님께서는 스스로를 너무 과소평가하십니다. 비록 장군님께서 여러 번 황제를 실망시켰지만 황제께서는 여전히 기회를 주고 싶어 합니다. 그 이유를 아십니까?”전북망은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그게 뭐란 말이오?”“그것은 장군님께서 북명왕에게 원한이 있기 때문입니다.” 무상이 설명했다. “현갑군은 본래 사여묵이 지휘했고 대리사를 맡은 후에도 여전히 지휘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조정의 많은 관료들은 여러 직책을 맡고 있지만 왜 황제가 송 대감을 현갑군 지휘관으로 임명했겠습니까?”전북망은 곰곰이 생각했지만 여전히 명확하게 알지 못해 반문했다. “연유가 무엇이란 말이오?”무상은 그의 경계를 무시한 채 직설적으로 말했다. “현갑군의 수장을 교체하는 것이 불만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 군대는 사여묵이 선발하고 육성한 것이니까요. 만약 사여묵의 지위가 송석석으로 교체된다고 해도 어차피 그들은 부부 관계니까 쉽게 받아들일
그의 깊은 눈 속에서 느껴지는 음모의 기운에 전북망은 소름이 돋았다. ‘장공주의 반란 사건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데 황제 곁에 사람을 심으려 한다니.. 회왕이 겁이 많다는 게 정녕 사실이란 말인가? 그는 도대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는 거지?‘ 전북망은 자신의 주제를 잘 알기에 본인은 절대 두 얼굴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특히 황제 곁에서 그런 역할을 한다는 것은 목숨이 열 개라도 모자랄 일이었다. 그는 즉시 일어나서 말했다. “만 관리, 내가 집안에 급한 일이 있어서 이만 실례하겠네.” 말을 끝낸 그는 바로 돌아서서 떠났다.무상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더니 표정이 점점 진지해졌다. ‘정말로 큰 뜻이 없단 말인가? 어전시위령의 의미를 모르는 걸까?’그 직책은 황제의 심복 친위대보다 더 중요한 것이었가에 전북망은 확실히 야망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에게 접근하기 전, 만 관리는 전북망에 대해 충분히 조사했는데, 장군부의 명예를 되찾고 싶어 하던 전북망이 3년 동안 효를 지키는 것에 만족할 리가 없었다. 혹시 누군가가 먼저 그에게 접근한 것일지도 모른다. 전북망이 효를 지켜야 한다는 걸 아는 사람이 있었으니 먼저 행동에 나서는게 이상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요즘 그를 주시한 바 따르면, 설 연후에 그는 경위부의 훈련장 외에는 별다른 곳에 가지 않았다고 했다. 게다가 집안에 상이 있어 다른 사람을 방문할 수도 없었고 방문하는 사람도 없었다. 평서백부 외에는 말이다.그러면 혹시 평서백부일까? 하지만 그럴 리는 없었다. 왕표는 남강에 있고, 왕준은 쓸모없는 인물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여인일 뿐인데 어찌 그를 도울 수 있겠는가. 무상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어쩌면 전북망은 회왕부의 능력을 믿지 않는 것일 수도 있었다. 어쨌든 수년간 회왕은 그저 움츠러든 거북이에 불과했으니깐. 이렇게 된 이상 다른 방법이 없다. 장공주가 끌어모은 대신들은 이제 모두 물러났으니 그렇다고 연왕부의 신
이틀 후, 심청화는 평무종이 보낸 전갈을 가지고 어두워진 얼굴로 사여묵을 찾아왔다.“서경 황제가 상국에 사자를 보낼 것이니 곧 국서가 도착할 것이다.” 사여묵의 얼굴도 같이 어두워졌고, 결국 올 것은 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월이 지나기도 전에 숙청제는 어전시위의 독립을 발표했다. 이로써 어전시위는 송석석의 관할을 받지 않으며 어전시위령은 여전히 전북망이 맡게 되었다. 전북망은 믿을 수 없어 만 관리와의 만남을 떠올리며 속으로 의심했다. 정말 회왕부가 그를 도와주는 것인지 말이다. 만약 그렇다면 그의 복직은 위험할 수도 있었다. 그는 딱히 상의할 사람이 없어 돌아가서 왕청여에게 말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든 상관없어요. 그저 제자리로 돌아가면 됩니다. 이제 어전시위는 송석석의 관할도 벗어나니 이건 좋은 일이죠.” 하지만 전북망은 심각하게 생각했다. “아니오. 어쩌면 음모가 있을지도 모르오. 폐하께 이 사실을 알리고 싶소.” 왕청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정신이 어떻게 되신 겁니까? 폐하께 말하면 오히려 부군을 파면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평생 자리도 못 잡을 거란 말입니다. 어전시위령은 고사하고 심지어 경위 자리조차 어려워질 겁니다.” 전북망은 침묵했다. 그 역시 그런 걱정이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절대 말하면 안 됩니다. 회왕부가 당신을 도와주려는 것은 송석석과의 이혼 때문이지요. 괜히 부군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그러는 겁니다.” 전북망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닐 것이오. 회왕비가 미안함을 느낀다 해도 송석석에게나 느끼는 것이지, 어찌 나한테 느낀단 말이오? 송석석에게 상처를 준 건 나인데 말이오.” “부군!” 그의 말을 들은 왕청여는 눈을 둥그렇게 뜨며 화를 냈다. “됐습니다.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도와주든 상관없이, 회왕은 야망이 없는 사람이니 반란을 꾀할 리가 없습니다. 그러니 부군을 도와주려는 건 나중에 부군에게 도움을 받기 위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것도 말이 안 되오. 내 자
춘만루는 오늘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가게가 그리 크지 않기도 했고, 다른 손님들도 있었을 뿐만 아니라, 조금 전 낭자가 데리고 오겠다고 했던 검은 복장을 입은 남자들까지 가게 안 나머지 자리를 전부 차지했다.송석석과 시만자 그리고 남자까지 앉을 자리가 없었기에 가게 주인은 급하게 작은 탁자 하나를 펴서 가게 앞에 자리를 마련했다.그렇게 세 사람은 일행들과 떨어져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이때, 남자가 미안한 목소리로 송석석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저자들은 전부 제 일행입니다. 저와 똑같이 이틀 전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거든요. 혹시 불편하시다면 저자들에게 가게 앞에서 기다리라고 하겠습니다. 나중에 저자들에게 호빵이나 하나씩 나눠줘도 충분합니다.”멈칫하던 시만자는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럴 필요 없어요. 편하게 드시고 싶은 거 시키시면 됩니다.”남자가 환하게 웃으며 대꾸했다.“낭자는 정말 얼굴도 예쁘시고 마음도 선하시군요. 그럼 저희 편하게 시키겠습니다.”“그… 그래요.”고개를 끄덕이던 시만자는 가게 안에 앉아있던 사람들을 힐끗 쳐다보았다. 이자들의 옷차림은 꽤 눈에 띄었으며 옷소매에 수놓은 글씨들이 보이기도 했다.하지만 옷이 구겨지고 먼지도 많이 묻었기에 수놓은 글씨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었다.그렇게 한참동안 쳐다본 시만자는 그제야 이자들의 옷에 수놓은 글씨들이 각자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중에서 흑영위나 전광위 등 글씨들이 보이기도 했다.이자들은 예의가 없거나 우악스럽지는 않았다. 각자 자리를 찾은 뒤 자신들에게 밥을 사준 시만자와 송석석에게 일제히 고개를 숙여 감사인사를 했다.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머리가 하얬지만 얼굴은 불그스름한 게 나이가 그렇게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그 중에서 생김새가 매우 추악한 사람들도 몇 명 있었으며 쳐다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송석석과 시만자 그리고 몽동이는 서로를 힐끔 쳐다보다가 왠지 이 식사자리가 자신들의 마음에서 우러러 나온 게 아니라는 기분이 들었다.송석석은 식사를
송석석은 이들을 몇 번이나 아래위로 훑어보다가 순간 마음속으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들의 나이가 쉽게 가늠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외모로 보면 서른 살은 족히 넘는 것 같아 보였지만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활력이나 기운은 최대 스무 살 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았다.송석석은 이들의 눈빛도 함께 살폈는데, 특히 그 남자의 눈빛은 매우 심오하고 진중했으며 나이를 꽤 많이 먹은 늙은 여우와 흡사하게 느껴졌다.송석석 일행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남자가 먼저 한걸음 다가가서 물었다.“여기에 육아당이 생기는 겁니까? 혹시 관아에서 직접 계획한 일인가요?”곁에 서있던 몽동이가 이들을 자세하게 훑어보았다.완벽한 상국 말투를 쓰고 있었기에 성릉관 사람은 확실히 아닌 것 같았다.일단 이자들 태도에서 악의를 발견하지 못했기에 몽동이가 남자의 말에 대답을 했다.“맞습니다. 버려진 아이들을 거두는 곳입니다. 관아에서 직접 설립했고요.”“참 좋은 일이네요.”남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송석석이 한걸음 다가가 물었다.“선생님께서는 진성에서 오셨습니까?”하지만 남자는 그저 송석석을 힐끗 쳐다보기만 할 뿐, 질문에 대답은 하지 않고 되레 그녀에게 되물었다.“혹시 북명왕비이십니까? 성함은 송석석이고요?”경계심이 잔뜩 차오른 송석석이 질문을 하려던 그때, 남자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서경으로 출발하실 예정이시죠? 언제 출발하실 건가요? 혹시 저희도 함께 동행해도 되겠습니까?”송석석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 물론 그들이 서경에 담판하러 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송석석 일행은 사절단 신분으로 가는 것이기에 함부로 아무 사람이나 데리고 갈 수는 없었다.하지만 이 남자가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한 듯 묻는 것이 몹시 수상했다.“선생님들은 왜 서경에 가시려는 겁니까?”송석석의 물음에 남자가 대답했다.“담판하는 과정을 구경하고 싶어서요. 증인도 되어줄 겸 해서요.”송석석은 상대방이 예사롭지 않은 신분을 가진 사람이거나 단순히 헛소리가 습관처럼 나오는 이상한 사람일
진왕은 다음 날 오후가 되어서야 배고픔에 못 이겨 깨어났다. 눈을 뜨고 나니 온몸이 마치 부서진 것처럼 쑤시고 아파왔다. 심지어는 뼛속까지 피곤이 스며들어 손을 들어 올리는 것조차 힘들 정도였다. 그의 곁에서 시중을 드는 사람 중에는 심복인 소환이라는 하인이 있었다. 그가 침상 곁에서 진왕에게 보고했다. "북명왕비께서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며 반나절째 기다리고 계십니다." 진왕은 원래 침상에서 식사를 해결한 뒤 그대로 다시 자려고 했다. 너무 지쳐서 움직이기조차 싫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송석석이 반나절 동안 기다렸다는 말을 듣자, 급히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났다. "옷을 갈아입혀라, 어서!" 이번 여정에서 그는 이미 송석석의 대단함을 목격했다. 여성이지만 단 한 번도 힘들다고 말한 적이 없었고, 그녀의 지휘 아래 여러 차례 위험을 피해갈 수 있었다. 게다가 길에서 많은 사람이 병에 걸려 쓰러졌을 때도 그녀는 황소처럼 튼튼했다. 실력 있는 사람은 소홀히 대할 수 없는 법이었다. 그들은 쓸데없는 대화를 나누려고 찾아오는 법이 없으며, 분명 중요한 일이 있을 것이었다. 배가 너무 고파서 뱃가죽이 달라붙을 지경이었지만, 서둘러 씻고 죽 한 그릇을 들이킨 뒤 송석석을 만나러 갔다. "나를 찾은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 송석석은 육아당 건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진지하게 듣고는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알겠네. 어제 도착하자마자 피곤해서 쓰러져 자긴 했지만, 이 소부의 장식이 간소하고 사용하는 물품도 매우…… 소박한 것을 보았다. 대장군의 일가는 나라에 충성을 바쳤으니, 이렇게 푸대접 받아서는 안 되겠지." 송석석이 입가를 씰룩이며 말했다. "전하, 오해하셨습니다. 그런 뜻이 아닙니다. 소씨 가문은 한 푼도 착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그 아이들을 위한 것이며, 동시에 전하의 선행을 널리 알리기 위함입니다. 이 아이들은 훗날 멀리 진성에 계신 전하를 감사히 여길 것이며, 조정의 문무백관들도 전하의
향을 올린 후, 송석석은 후원으로 돌아왔다. 모두 눈물을 닦고 감정을 추스린 뒤, 송석석을 둘러싸 그녀의 부부 생활에 대해 물었다.그 중에서 가장 많이 물은 질문은 북명왕이 그녀에게 잘 해주는지에 대한 것이었다.가족들은 이렇게 마음속으로는 그녀 스스로의 능력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항상 배우자가 그녀에게 진심으로 잘 해주길 바라는 법이었다.송석석의 사촌 자매들은 많았으며 모두 삼촌들의 딸들이었다. 송석석과 몇 번 못 본 사이였지만, 모두 그녀를 보자 매우 흥분했다.사촌 언니들은 모두 시집을 갔기에 남편과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왔다. 그들은 송석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그녀를 존경하면서도 동정했다.그중 한 명인 소상어는 둘째 외숙모의 장녀로, 소 대장군의 부하인 황신 장군에게 시집을 갔다. 그러나 시집간 지 채 일년도 되지 않아, 황신 장군은 유복자만 남기고 전사하였다.이제 아이는 열두살이 되었다.그녀는 성릉관에서 육아당을 운영하며 버려진 아이들을 거두고 있었다. 현재 서른명이 넘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생활이 매우 어려워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었다.그녀는 송석석이 진성에서 공방을 운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어떻게 하면 잘 운영할 수 있는지 조언을 구하고 싶어 했다.그녀는 부끄러운 듯 말했다. “지금은 전적으로 친정의 도움을 받고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이 밥도 못 먹거든요.”송석석은 그녀가 옷 곳곳에 기운 자국이 있는 헤진 옷을 입고 있으며, 신발도 몇 군데가 찢어져 기워져 있는 것을 보았는데, 생활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단숨에 알 수 있었다.송석석이 말했다. “공방과 육아당은 달라요. 공방에 있는 이들은 모두 자립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 전 그냥 거처를 제공하고, 운명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게 했을 뿐이에요. 하지만 육아당이 거두는 사람은 모두 아기들이라 생계를 꾸릴 능력이 없고, 오로지 먹는 것만 기다리는 존재들이죠.”“맞아요. 그들은 생계를 꾸릴 능력이 없어요.” 소상어는 한숨을 쉬며 고통스러운 표정
서둘러 움직여 벌써 8월 3일이 되었고, 그들은 드디어 성릉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하지만 스무 날 동안 날씨가 매우 더워진 탓에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잇따라 쓰러졌다. 다행히 송은 준비를 충분히 하여 많은 약을 가져왔기에, 금태의도 동행하였기에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친왕 또한 너무나도 지쳐있었다.그가 언제 이런 고생을 해보았겠는가? 길을 떠난 지 열흘째 되던 날, 그는 이미 말을 할 수 없었다. 얼굴과 입술은 항상 창백했으며, 얼굴 가득 피로를 감추지 못했다.성릉관 경계에 도착하자, 군대를 이끌고 마중을 나온 소씨 가문 사람들을 본 그는 그대로 쓰러져 기절해 버렸고,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급히 그를 들어 올려 돌려보냈다.외조부와 삼촌을 어렵게 만난 송석석은 진왕을 돌볼 겨를이 없이, 오직 외조부의 품에 안겨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소 대장군은 손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렸다. 목구멍도 메었다. 본래 진성에서 헤어질 때 다시는 만날 기회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니 감개무량했다.시간이 조금 지나자 소 대장군이 말했다. “이제 그만하면 됐다. 계속 울어서 놀림이나 당할 셈이냐? 그만하고 어서 외삼촌들을 만나러 가라.”송석석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눈물을 닦았다. 그러나 셋째 삼촌의 외삼촌의 까맣게 그을리고 많이 늙은 얼굴과 한쪽 빈 옷소매를 보자 다시금 눈물이 흘렀다.외삼촌이 한쪽 팔을 잃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보니 또 한 번 슬퍼질 수밖에 없었다.소씨 가문의 송희두도 그녀를 보며 그녀의 가족과 어머니를 떠올렸고, 눈가가 붉어졌다.소삼야는 그녀가 자신을 위해 울었다는 것을 알고 즉시 마음의 감정을 다스렸다. 그는 웃으며 소매를 흔들며 말했다. “셋째 삼촌의 실력을 한 번 볼테냐?!”그는 내력을 실어 송석석을 향해 휘둘러, 방심한 송석석은 순간 넘어질 뻔했지만 두 발짝 뒤로 물러나며 겨우 균형을 잡았다.“형님, 석석이를 괴롭히지 마세요.” 그러자 소팔야가 웃으며 다가와 송석석의 어깨를
7월 12일이 되자, 상국 사절단은 대규모로 진성을 떠나 서경으로 향했다.사여묵은 말을 타고 이십 리 길을 배웅하며, 장대성과 염선생이 이제 그만 돌아가도 된다고 할 때까지 그녀를 따라갔다. 송석석은 뒤를 돌아보며 그에게 손을 흔들었고, 꽃처럼 활짝 웃으며 조금도 아쉬워하는 기색이 없었다.사여묵은 그녀를 애틋하게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정말 무정한 사람이야."해는 이미 떠올랐고, 국도는 바람이 불지 않아 무더웠다. 사여묵은 사절단의 끝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로 말 고삐를 돌렸다.송석석은 서경으로 가는 행렬에 현갑군 300명과 몽동이, 시만자 등을 동반했다.두 나라는 전쟁 이후 잠시 평화 상태였지만, 서경 태자의 일이 수란석에 의해 공개되면서 서경의 많은 백성들이 상국에 적의를 품고 있었다. 진왕과 사신들의 안전을 위해 많은 인원을 데려갈 수밖에 없었다.송석석은 진왕과의 교류가 적었다. 더욱 정확히 말하면 진왕 부부와의 교류가 적었다.진왕비는 황후의 사촌동생이었으며, 이름은 제이월이다.그녀는 한때 사온의 생일 연회에서 송석석이 보낸 그림이 위조품이라고 말하며 송석석을 모욕한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그녀는 송석석과의 교류를 줄였고, 최근 몇 년 동안은 더욱 조용했다.그녀는 황실 사람들이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궁중 연회 외에는 보통 참석하지 않았다.두 사람의 관계는 담담하기 그지없었다.진왕 또한 별일이 없으면 북명황실에 잘 오지 않았다.그들이 이렇게 조용했기 때문에 봉지로 떠나지 않고 지금까지 진성에 머무를 수 있었던 것이다. 숙청제는 그를 전혀 위험 요소로 여기지 않았다. 조금도 말이다.외부에서는 진왕이 평범하다고 말했지만, 송석석은 그 진위를 알지 못했다. 그녀는 특별히 조사를 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출발한 지 이틀 만에 시만자가 말했다.“진왕은 아무래도 머리가 문에 끼어 눌린 것 같아. 그래서 평소에 사람들을 잘 만나지 않았나봐.”송석석은 그녀의 말을 듣고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출발 전날 밤, 송석석은 사여묵과 함께 태비께 인사를 올리러 갔다.다음날 아침 일찍 출발해야 했기에, 태비가 일어나지 않았을 시간이라 전날 저녁에 인사를 올리기로 한 것이었다.태비는 그녀가 서경으로 간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상황을 잘 몰라 황제의 지시가 너무 과하다고 생각했다. 먼 길을 떠나야 하는데 정말 그녀가 아니면 안된다는 말인가?하지만 나중에 시만자에게서 이번 여정의 주된 목적이 외가 식구들을 만나기 위함이라는 말을 듣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인생에서 가장 아픈 일은 가족과의 이별이고, 가장 기쁜 일은 오랜만에 가족과 재회하는 것이지."이 말은 시만자에게만 한 것이었기에, 당연히 송석석 앞에서는 말하지 않았다.다른 사람들에게는 감회를 나누는 말일 수 있어도, 송석석에게는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과 같은 말이었기 떄문이다. 그녀는 며느리를 매우 아끼고 있었고, 그녀가 조금이라도 상처받는 것을 원치 않았다.인사를 올리러 온 며느리를 보자 태비는 속으로 감개무량했다. 처음에는 이 혼사를 천 번 만 번 반대했었고, 송석석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재혼한 여자가 어찌 자신의 아들처럼 고귀한 사람과 어울릴 수 있겠는가?하지만 나중에는 이 며느리를 두려워하면서도 감동을 받았다. 그녀는 매서우면서도 태비를 진심으로 보호해주었다.송석석에 대한 감정이 생기고 난 후엔 그저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만 남았다."내가 소 대장군 가족에게 보낼 선물을 준비해 이미 마차에 실어 두었다. 네가 대신하여 그들에게 모두 건강하고 모든 일이 순조로우길 바란다는 안부를 전해주어라."송석석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어머님. 어머님께서도 건강하시길 바랍니다."혜 태비는 그녀를 바라보며 이 며느리가 정말 시만자처럼 말주변이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을 빌어주는 것은 좋지만, 이미 빌어주는 김에 조금 더 빌어주면 좋을 텐데.다른 이들은 좋은 말을 할 때 한가득 늘어놓기 마련인데, 석석은 왜 이렇게 짧게 말하는가?그러나
음력 7월, 서경에서 국서가 도착했다.서경 황제가 양위하여 냉옥 장공주가 제위에 올랐고, 그녀는 국호를 원신으로 바꾸어 조정을 이끌었다. 그녀는 상국에 사신을 파견해 즉위식에 참석하여 국경선 문제를 논의할 것을 요청했다.원신제는 이미 즉위했기 때문에 즉위식 참석은 명분일 뿐이었고 실제로 논의할 것은 국경선 문제였다.당초 서경 사절단이 상국에 온 가장 큰 목적도 국경선 문제였는데, 내란으로 인해 중단되었던 것이 원신제 마음속에도 가장 큰 걱정거리로 남아 있었을 것이었다.그래서 그녀는 즉위를 하자 마자 즉시 협상을 재개한 것이다.조회에서 모두가 일치하게 여긴 것은, 두 나라 간의 원한이 이미 사라졌고, 이제 두 나라가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할 수 있으니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하기 때문이었다.국경선 문제는 단시간 내에 해결되기 어려울 수 있긴 했지만, 전쟁만 일어나지 않도록 하면 되었다.황제는 진왕, 병부 상서 이덕회, 그리고 홍려사경을 사절단으로 파견하기로 결정했다.진왕은 원래 조정에 참여하지 않아 아무것도 모르지만, 친왕 신분이었기에 그를 보내는 것으로 존중을 표했다.송석석도 함께 갔다. 그녀는 현갑군 지휘사로서 호위하는 임무를 맡았다. 사여묵이 그녀를 추천한 것이었다. 서경으로 가는 길에 성릉관을 지나게 되고, 성릉관에서 잠시 머물며 두 나라의 교전 상황과 서경의 현재 상황에 대해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또한 석석은 외조부 가족과 며칠간 재회할 수 있게 되었다.황제의 교지가 내려졌을 때, 송석석은 기뻐 날뛰며 바로 시만자와 신신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 여러가지 물건들을 구입했다.매년 성릉관에 선물을 보냈긴 했었지만, 직접 가져가는 것만큼 좋을 수는 없었다.호위대의 인원은 필명과 오진이 선택하도록 남겨두고, 그녀는 이번 일을 공적인 목적보다는 사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려 했다. 그리고 사제가 그녀를 위해 이 일을 마련해준 것에 감사하려 했다.사실 사여묵이 추천하지 않았더라도 숙청제는 송석석을 파견했을 것이다.서경에서 여제가 즉위했으니,
북명황실에서는 송석석과 신신이 명희와 왕지아에게 무술을 가르치고 있었다. 주로 신신이 명희를 가르쳤고, 송석석과 왕지아는 옆에서 지켜보는 역할이었다.경위부도 사실 바쁜 나날 뿐이었지만, 시간이 갑자기 느려진 듯 마음도 따라 차분해졌다.이런 의심과 시기가 없는 날들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매일 매일을 즐기며 살아가려 했다.그녀가 유일하게 걱정하는 것은 사제의 몸 상태였다. 지금은 점차 나아지고 있었지만, 원기를 크게 손상한 상태라 매일 일찍 나가고 늦게 들어오고, 식사도 불규칙하며 약도 제때 먹지 못하는 고된 일과 탓에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이 그녀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만두가 회랑을 걸어와 송석석 곁에 서서 말했다. "만자가 오늘 밤에 안 돌아올 거래.""응." 송석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말은 하지 않았지만, 송석석은 그녀가 옛 일을 다시 시작한 것을 알았다.이 일에 대해 그들은 사적으로 따로 논의하지 않았다.다만 한 마디는 했었다. 어차피 손에 피를 묻힌 적이 있으니, 악인의 피로 자신의 영혼을 더 붉게 물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이다.그래서 그녀가 관청에 증거를 찾아주러 갔는지, 아니면 증거 부족으로 처벌받지 않은 악인을 직접 처단하러 갔는지에 대해 현갑군 지휘사인 송석석은 묻지 않았다.그들은 더 이상 의협심을 항상 입에 담던 어릴 적처럼 굴지 않았다. 비록 그것이 여전히 그들의 이상이긴 했지만 말이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자신이 하는 일이 과연 의로운 일인지, 흑인지 백인지, 아니면 회색인지 쉽게 정의할 수 없었다. 단지 죄가 있는 자가 응당한 대가를 받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만두가 그녀 곁에 앉아 신신이 명희를 가르치는 모습을 보며 다정하게 웃었다. "명희는 정말 신신 어릴 적 모습을 닮았어. 힘은 장사에 기운도 넘치고.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명희가 신신보다 더 재능이 있어. 명희는 두 번째의 너가 될지도 몰라."송석석이 명희 쪽을 바라보았다. 명희의 손놀림이 매우 빨라 주먹이 마치 환영처럼 가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