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7화

작가: 유애
노부인은 발을 동동 굴렀다.

“모두 가져가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앞으로 장군부는 내 약조차도 살 수 없게 되었다.”

전북망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어머니를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걱정 마세요. 남강 전장은 나와 이방이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는 다시 공을 세워 돌아올 것입니다.”

노부인은 목이 터져라 울며 말했다.

“어떻게 이렇게 무정할 수 있느냐? 평처가 어떻다고 용납할 수 없다는 거냐? 고아 주제에 자신을 귀족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전북망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국공부의 적녀이니, 당연히 귀족이었다.

“가문이 전멸한 건 자업자득이다, 자업자득!”

노부인이 화를 내며 말했다.

서경 첩자들에게 몰살당한 송씨 가문에 대해 전북망도 이상하게 여겼다.

서경 첩자들이 왜 그 노약자들을 죽였을까?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송씨 가문은 그와 이제 상관이 없었다. 그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송석석은 반드시 후회할 것이다.

사실 이 일을 알고 그는 그녀를 도와 조사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그 기회를 거부한 것이었다.

송씨 가문 사람들이 값비싼 가구를 모두 가져가는 것을 본 노부인은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던 중 복도에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광경을 지켜보는 큰 며느리 민씨가 보였다.

노부인은 화가 치밀어 올라 말했다.

“너는 왜 막지 않았느냐?”

민씨는 담담하게 말했다.

“저는 그런 뻔뻔한 짓을 할 수 없습니다.”

노부인은 더욱 화가 났다.

“무례하다! 너도 나를 거역하려는 거냐?”

그런 노부인을 보며 민씨는 송석석이 시집온 후의 일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지금의 사악하고 독한 시어머니의 모습에 마음이 차가워졌다.

“무례라. 송석석은 효도했지만, 얻은 게 뭐가 있는 지요? 곧 시집올 이방도 그녀처럼 효도하길 바라시는 건 아니겠지요?”

“반드시 그럴 것이다!”

노부인은 악에 받쳐 말했다.

“그 년의 이름을 다시는 꺼내지 마라. 그 애가 정말 효도했다면 내 약을 끊지 않았을 것이다.”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댓글 (6)
goodnovel comment avatar
Sun Jae
잘 보고 있어요!!!
goodnovel comment avatar
Sun Jae
잘 읽고 있어요, 송석석 짱!!!
goodnovel comment avatar
J.y Jung
나쁜놈이지 세상에 반드시 후회할것이다
댓글 모두 보기

관련 챕터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38화

    송세안은 사람들을 거느리고 예단을 모두 진국공부로 옮겼다. 송석석이 감사 인사를 하며 모두를 안으로 들어와 차를 마시라고 청했다.그러나 송세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차는 다음에 마시겠다. 지금은 다른 중요한 일이 있어서. 아, 그리고 전북망이 너에게 후회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하더구나.”송석석은 시선을 떨구었다. “그에게 전할 말은 없습니다. 숙부님께서 바쁘시니 강제로 붙잡지는 않겠습니다.”송세안은 그녀의 대답에 매우 만족했다. 송씨 가무은 모든 것을 잃어도 이런 기개만큼은 잃어서는 안 되었다. 그는 사람들을 이끌고 떠났다. 차를 마시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진국공부가 아직 정리되지 않았고, 새로 온 사람들이 아직 익숙치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 혼자라면 괜찮았겠지만, 다른 집안 자제들도 데리고 있었다. 사람이 많으면 말이 많은 법.자칫 부족한 점이 드러나면 좋지 않은 소문이 퍼질 수 있었다. 지금 진국공부는 사소한 루머도 견딜 수 없었다.영롱각으로 돌아온 송석석은 서신을 보내 사문에 빨리 전달하게 했다. 내용은 서경과 상국의 성릉관에서 치른 전투에 대해 조사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짐작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확신할 수 없어 조사하고 증거를 얻어야 했다.외조부 소 대장군과 셋째 삼촌, 일곱째 삼촌은 성릉관(成凌關)을 지키고 있었다. 작년 말, 성릉관은 남강 전장을 지원하기 위해 10만 명의 병력을 빌려주었고, 그로 인해 서경과 성릉관이 전투를 벌였을 때 외조부는 조정에 지원군을 요청해야 했다. 이때 전북망과 이방은 지원군으로 갔던 것이다.그러나 이 전투의 실제 상황이 어땠는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외조부와 삼촌들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녀의 의심이 사실이라면 외조부는 원수로서 큰 죄를 짓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그 후 한 달 동안, 송석석은 문을 닫고 손님을 만나지 않았다. 별로 찾아오는 이도 없었다. 송씨 가문은 중요한 일이 아니면 그녀를 방해하지 않았다. 집 안은 거의 정리되었고, 그녀를 시중드는 몇 명의 하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39화

    문제는 아무도 그녀에게 병사들이 올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의 머릿수는 백여 명이나 되었고 많은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에, 청첩장을 받고 온 손님들이 앉을 자리가 없었다. 이들은 모두 체면을 중시하는 문무 관리들이며, 조정의 고위 인사들이었다. 이들과 관계를 잘 유지하면 전북망이 관직 생활에 큰 도움이 될 텐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모두 매서운 바람에 떨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정말로 안타까울 뿐이었다.노부인은 급히 민씨에게 달려가 빨리 해결책을 찾으라고 했다. 당황한 민씨도 어쩔 줄을 몰라 했다.아무도 그녀에게 병사들이 올 것이라고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손님 명단에 따라 자리를 배치했었다.매우 당황한 손님들은 그저 막무가내로 와서 자리를 차지하고 먹고 마시는 병사들을 보며 어리둥절해했다.게다가 신부와 장난치며 웃고 떠드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그들 중에는 황제의 체면을 보고 온 명문가의 귀족들도 이런 광경은 처음이다.비록 명문가는 아니지만 여러 세대에 걸쳐 내려온 가문인데 황제가 주관하는 결혼식에서 이런 혼란을 가져온 장군부의 처사가 이해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주인집의 안내를 기다리며 서 있었지만, 아무도 자리를 마련해주지 않자, 상황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누구도 아무 말 않고, 전북망에게 조용히 다가가 집에 급한 일이 있어 떠난다고만 했다. 전북망은 완전히 당황했다. 그도 병사들이 올 줄은 전혀 몰랐다. 손님들이 가족과 함께 떠나는 것을 보며 그는 마치 뺨을 한 대씩 맞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너무 부끄러웠고 화가 치밀기 시작했다.그는 아직 자리에 앉아 있는 손님들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이방을 끌어당겼다. “나랑 얘기 좀 해야겠소.”이방은 일어서며 병사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먼저 마시고들 있어. 금방 돌아올게.”“장군님이 무지 급했나 봅니다? 하하하!”“장군님, 빨리 끊내야 합니다. 이제 곧 술도 따라야 하잖습니까”“하하하, 맞습니다. 부대 오두막이 아니라는 것만 명심하십시오.”이런 노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40화

    이방은 그의 비난이 전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며 냉소했다. “오늘 막 시집온 날인데 이렇게 큰 소리로 나를 꾸짖다니, 앞으로는 어떨지 겁이 납니다. 그리고 이 병사들도 당신과 함께 생사를 함께했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을 연회에 초대한 것을 미리 말하지 않은 잘못이긴 하지만, 이렇게 큰 경사를 치르면서 여분의 자리도 준비하지 않는 가문이 대체 어디 있단 말입니까? 그들이 진영을 이탈했다는 것은 당신이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유 장군은 그렇게 비합리적인 사람이 아니니까요.”이방이 기세를 올리자, 전북망은 약해졌다. 결혼식 날 그녀와 불화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던 그는 그저 재차 확인할 뿐이었다.“그럼, 그들이 진영을 떠난 것은 유장군의 허락을 받은 거요?”이방은 유 장군에게 묻지 않았고 명령을 내려 반드시 참석하게 했다. 유 장군은 이야기가 잘 통하는 사람이라 그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녀는 자연스럽게 이 문제를 건너뛰었다. “이건 준비가 부족한 것입니다. 혼인식을 크게 하는 가문이 여분의 자리도 준비하지 않다니요? 저는 이 혼인식을 누가 준비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체면을 구기게 하고, 어떻게 저를 탓할 수 있는 지요?”전북망은 조금 자신이 없어졌다. 일반적인 대가족에서 경사를 치를 때, 초대받은 손님들 외에도 이웃들에게 음식을 돌린다고 알고 있었다. 만약 어머니와 형수가 외부에 음식을 돌렸다면 병사들이 왔을 때 최소한 앉을 자리가 있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손님의 자리를 빼앗지 않았을 것이다.그는 분노를 큰형수 민씨에게 돌렸다. 결혼식의 모든 일은 그녀가 준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굴이 붉어진 이방이 조금 전 병사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친밀하게 행동하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편치 않았다. “술을 그만 마시고 방으로 돌아가오.”손님들이 모두 떠난 것을 본 이방은 이제 병사들과 함께 있어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그녀의 특별함을 알아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41화

    손님들은 모두 떠나고, 무례한 병사들만 남아 노부인은 화가 나 심장병이 도질 뻔했다. 장군부의 다른 사람들도 당혹스러워하며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이렇게 큰 경사가 이런 식으로 치러진 적은 없었고, 더군다나 황제가 주선한 결혼식이 이 모양이 될 줄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이 소식이 퍼지면 장군부는 경성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민씨를 찾아간 전북망은 더 이상 분노를 억제할 수 없었다. 그는 탁자를 내리치며 말했다. “형수, 만약 내 혼인식을 제대로 준비하고 싶지 않았다면, 미리 말씀해 주시지 그러셨습니까? 이제 혼인식은 웃음거리가 되었고, 손님들이 모조리 떠났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조정에서 관직 생활을 하란 겁니까?”민씨는 억울함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사람 수대로 준비했을 뿐인데, 갑자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올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이게 제 잘못입니까? 그리고 원래 집안을 관리하던 사람은 제가 아니었습니다. 예전에는 모든 경사나 다과 모임을 송석석이 준비했지요. 저도 이런 일은 처음인지라 송석석이 하던대로 해봤으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올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그 이 얘기는 하지 마세요!”전북망은 혼란스러웠다. “이전에는 이런 일을 책임지지 않았다고 해도 혼인 같은 큰 잔치에서는 여분의 자리를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저도 두 상정도는 여분으로 남겨놓았습니다.”민씨는 남편 전북경(戰北卿)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못 미더우면 큰형에게 물어보세요. 큰형이 두 상을 더 준비하면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부른 손님들이 모두 부유하고 귀한 사람들이라 잔치상은 제일 좋은 식자재들로 준비했고 그중 6가지는 산해진미…”말하자면, 손에 쥔 돈이 한정되어 있었다는 것이다.전북경은 아내가 동생에게 질책받는 것을 보고 화가 나서 말했다. “형수를 그렇게 몰아세울 거 없다. 이 혼인식은 이미 충분히 성대하게 치러졌다. 갑자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지 않았더라면 아무 문제도 없었을 일이다.”전북망은 말했다. “그러나 여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42화

    잠시 침묵하던 그는 방을 나서며 하인에게 청소하라고 명령했다. 이 여자는 그가 공으로 얻은 여자였다. 오늘의 결혼식은 엉망이었고 누구의 잘못이든지 간에 그녀는 충분히 서운했을 것이다. 그는 참기로 했다.그는 후회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자신이 아니라 송석석이 후회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송석석이 자신과 이방의 결혼식이 이렇게 엉망으로 치러졌다는 것을 알게 되면, 분명히 속으로 비웃을 것 같았다.같은 시각, 진국공부.무술 훈련을 하고 땀을 흘린 송석석은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고 보주에게 복숭아꽃 술 한 병 가져오라고 했다. 그녀는 홀로 술을 마셨다. 한 달 동안, 그녀는 거의 이와 같이 지냈다. 낮에는 책을 읽고, 밤에는 훈련을 했다. 장군부에서 1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하던 그녀는 한 번도 무술을 연습하지 못했다. 실력이 녹슬지는 않았지만, 몇몇 기술은 예전과 같지 않았다.그녀는 예전의 실력을 되찾아야 했다. 그녀는 오늘이 전북망과 이방의 결혼식 날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황마마와 양마마는 하인들을 엄격하게 단속해 장군부와 관련된 일은 일절 논의하지 못하게 했다.술에 조금 취했을 때, 보주가 문을 열고 들어와 손에 든 쪽지를 건넸다.“아가씨, 소식이 왔습니다.”송석석은 술잔과 병법서를 내려놓고 일어나서 쪽지를 받아 펼쳐 보았다. 내용을 읽고 난 그녀는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아가씨, 무슨 일입니까?”보주는 급히 물었다.송석석은 의자에 앉아 오랫동안 멍하니 있었다. “보주, 소주 한 병을 가져와라.”보주는 놀라며 말했다. “아가씨,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보주는 항상 그녀의 곁을 지켰다. 본가에서 사문(師門)으로, 사문에서 진성으로, 장군부로 시집가서 지금까지, 그녀가 술을 마신 것은 단 두 번이었다.첫 번째는 만종문에서 돌아왔을 때, 어르신과 장군들이 모두 남강 전장에서 전사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였고 두 번째는 후부가 처참하게 당했을 때였다.큰일이 발생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녀가 소주를 마시겠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43화

    그녀는 외조부가 보내온 전투 보고서를 볼 수 없었다. 그 보고서는 먼저 병부로 갔고 그들이 사본을 작성한 후 원본을 황제에게 제출했을 것이다. 따라서 병부에는 외조부가 보낸 전투 보고서와 승전 보고서가 있을 것이다. 그녀는 병부에 몰래 들어가야 했다.병부에는 밤에 사람이 거의 없지만, 육부 관청(六部衙門)은 천보가(千步街)양쪽에 위치해 있고, 황궁과 인접해 있었다. 금군은 천보가를 순찰하지 않지만, 순방영(巡防營)의 사람들이 그쪽을 순찰할 것이다. 하지만 전투 보고서와 외조부가 제출한 전후 보고서를 반드시 봐야 했다. 외조부가 이방의 공을 인정했기에 병부도 인정한 것이 분명했다.서경 사람들은 반드시 복수한다. 이방이 항복한 마을을 학살했기 때문에 어떤 이유로 항복했든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가장 큰 가능성은 그들이 사국과 동맹을 맺고 남강 전장에 나타나는 것이다.그녀는 지도를 찾아보았다. 서경 사람들이 상국을 거치지 않고 남강 전장에 나타나려면 사국에 먼저 도착한 후 다시 남강으로 가야 한다. 이 과정은 약 석 달이 걸린다. 현재 남강을 반드시 차지하려는 사국은 북명왕(北冥王)이 그곳을 지키고 있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투는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서경 사람들이 합류하면 북명왕은 패배할 것이다. 북명왕은 이 변수를 전혀 알지 못해 미리 대비할 방법이 없다. 미리 알더라도 지원군이 없으면 역시 패배할 수밖에 없다.서경 사람들은 복수를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 이 점은 그들이 경성에 있는 모든 첩자를 동원해 후부를 몰살시킨 것으로 알 수 있다.남강 전투는 이미 너무 오래 끌었다. 병사들은 지치고, 군사도 부족해 북명왕의 상황은 매우 어려워졌다. 만약 그녀의 추측이 맞다면, 조정은 즉시 남강으로 지원군을 보내야 한다. 진성이나 회주 위소(淮州衛所)에서 남강으로 병력을 보내려면 최소 한 달, 심지어 더 오래 걸릴 것이다. 더는 지체할 수 없다.하지만 서경이 사국으로 병력을 이동하고 있다는 증거가 없으니 큰 오라버니의 소식을 기다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44화

    별이 빛나는 밤, 송석석은 병부 문서 방에 무사히 잠입했다.힘들게 찾을 필요도 없이, 성릉관 전투의 모든 당보는 선반의 왼쪽 상단에 있었다. 그녀는 가지고 온 야명주(夜明珠)를 가볍게 천으로 감싸 빛을 가리고, 구석에 숨어 하나씩 읽었다. 그녀는 온몸이 얼어붙었고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렀다.전북망과 이방은 지원군으로 갔다. 성릉관에 도착한 후 그들은 전투에 참여했으나, 전장 경험이 많지 않았던 그들을 구하던 중 셋째 삼촌이 팔 한쪽을 잃었다. 일곱째 삼촌은 지원군이 도착하기 전에 이미 전사했다. 그녀의 기억 속에서 의기양양했던 소년은 전장에서 희생되었다. 외할아버지도 지원군이 도착하기 전에 이미 화살에 맞아 부상을 입었기 때문에, 마지막 전투는 거의 전북망이 주도했다.마지막에 대승리를 거둔 것은 전북망과 이방이었다. 그들은 병력을 이끌고 서경의 녹분성에 쳐들어간 후, 전북망은 서경의 군수창과 식량을 불태웠고, 이방은 병사 몇 명과 일부 병사를 포로로 잡았다. 이 소장들이 포로가 되면서 서경은 항복을 선언했고, 녹분성(鹿奔兒城)에서 조약을 체결했다. 조약 체결 후 이방은 부대를 이끌고 성릉관으로 돌아와서야 포로들을 풀어주었다.당보에는 마을을 학살하고 항복한 병사를 죽였다는 내용이 전혀 적혀 있지 않았다. 외할아버지가 숨겼거나, 전혀 몰랐을 것이다. 그가 알고 있었든 아니든, 사실이 밝혀지면 주장으로서 그는 반드시 처벌받을 것이다.송석석은 당보(塘報)와 상소(奏本)를 제자리에 돌려놓고 병부를 떠났다.영롱각으로 돌아오니, 보주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녀가 야행복을 입고 돌아오는 것을 본 보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쪽지를 건넸다. “이건 사제분의 전서구가 가져온 것입니다.”즉시 받아 펼쳐본 송석석은 숨이 멎을 뻔했다. 그녀의 추측이 맞았다.언니는 서경의 30만 병력이 이미 사국으로 통하는 길을 따라 남강 전장으로 향하고 있으며, 식량을 가득 지녔다고 말했다.사국과 서경이 정말 동맹을 맺었거나, 아니면 복수 하기 위해 그리고 남강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45화

    서재.숙청제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송석석을 바라보았다.그녀는 흰색의 허리띠를 한 옷을 입고, 파란색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머리는 지난번 궁에 들어왔을 때의 부인 머리 모양이 아니라, 높은 포니테일로 묶고 흰색 비단 끈으로 단단히 묶었다.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가에 약간 붉은 기운이 돌았으며, 눈 밑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제대로 눈을 붙이지 못한 듯하다.미세하게 굽어진 그녀의 속눈썹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그 모습은 눈물을 머금은 배꽃처럼 아름다웠지만, 측은한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굳건함이 담겨 있었다.“신녀(臣女)가 폐하께 문안드리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쉰 소리였다. 어젯밤 보주가 떠난 후, 그녀는 이불속에서 오랫동안 흐느껴 울었다.“울었느냐?” 눈살을 찌푸린 숙청제는 잘생긴 얼굴에 불쾌함을 드러냈다.“전북망과 이방의 혼례 때문이더냐?”송석석이 고개를 저었다.그녀가 대답하려 했으나, 숙청제가 계속 말을 이었다. “이혼 조서(旨意)는 네가 궁에 들어와 청한 것이다. 이미 이혼했으니,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인데, 어찌하여 옛일에 집착하는가? 만약 잊지 못한다면 처음부터 나에게 이혼 조서를 청하지 말았어야 했다.”온화하게 하게 들리는 목소리였지만 짜증이 한가득 섞여 있었다.송석석은 황제가 말을 끊지 않도록 빠르게 말했다. “신녀가 울었던 것은 전북망 때문이 아니옵니다. 이미 이혼했으니 감정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신녀가 슬픈 이유는 사저의 서신을 받고 신녀의 칠촌이 희생되었고, 숙부님이 한 팔을 잃었으며, 외조부가 화살에 맞아 아직 완쾌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옵니다.”병부에 잠입해 당보를 훔쳐본 것은 당연히 말하지 않았다.순간 멈칫하던 숙청제는 천천히 한숨을 쉬었다. “네 가족이 반년 전에 몰살당했기 때문에 이 일을 너에게 숨겼다. 네 칠촌은 나라를 위해 희생했으니, 그 자는 상국의 영웅이다. 나는 이미 그를 영웅 신장(神將)으로 추서하였으니 너무 슬퍼하지 말고 몸을 돌보거라.”눈에는 눈물

최신 챕터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90화

    밖으로 나온 황후가 이 광경을 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어두운 빛이 가득했고, 무슨 감정인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녀는 대신들이 모두 모인 자리로 걸어가서 말했다. "대황자가 오늘 실패한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 아이는 오늘 아침부터 복통이 심하고 몸이 무기력해 태의를 불러 약을 처방받았습니다."숙청제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태의가 뭐라고 했소?""배탈이 났는데, 지금은 약을 먹은 덕분에 조금 나아지셨다고 합니다." 황후가 급히 대답했다.숙청제는 담담하게 말했다. "황후가 잘 돌봐주도록 하시오.""예!" 황후는 다른 사람들의 표정을 살짝 엿보았지만, 아무도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황제마저도 별로 화를 내지 않는 것 같았기에, 이 일은 자연스럽게 지나간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멧돼지를 잡은 것을 축하하려고 했다. 그 때, 황제가 다시 말했다. "오늘의 실패는 그의 몸 상태와 무관하오. 잡지 못했으면 잡지 못한 대로 나중에 열심히 연습하면 되는 것이니. 하지만 잡지 못했다고 울며불며 하는 것은 무슨 꼴인가?"황후의 미소가 바로 굳어졌다.‘폐하께서 대황자를 숲에서 쫓아낸 이유가 단지 그가 울었기 때문인가? 오늘은 그들을 시험해보려고 특별히 불러와 겨루게 한 것이 아니었나?’제황후는 잠시 멍해졌다. 황제가 자신을 믿지 않는 것 같아, 몸을 돌려 대황자를 부축해 나오라고 지시했다.대황자는 서우와 란주 상궁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나왔고, 서우는 대황자가 몸이 안 좋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왔다. 서우는 대황자의 학업 동료로, 비록 둘 사이에 불편한 일이 있긴 했었지만 최근 함께 지낸 덕분에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대황자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얼굴이 창백하고 무기력했다. 그는 황제를 보자 마음속에 여전히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러나 숙모와 외조모의 말을 떠올리며 갑자기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가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었다."아바마마, 제가 게으름을 피우고 궁술 연습을 소홀히 해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89화

    사실 황실의 일은 누구도 깊이 생각하려 하지 않았다.특히 대황자는 아직 어리니 오늘의 실패 또한 별일이 아니었다. 어쨌든 중궁에서 나온 자식이니 앞으로 존엄한 위치에 서게 될 텐데, 어찌 한 가지 작은 일로 승패를 가리겠는가?대황자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자, 모두가 무슨 약이라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떤 이는 대황자의 배를 문질러 주라며 가지고 있던 약유를 꺼내어 건넸다.심지어 수빈과 덕비도 들어와 문안을 드렸다. 황자와 공주를 데리고 나온 것인 만큼, 그들은 모두 비상약을 준비해왔었다. 대황자가 고통스러워하자 모두가 그 약을 내놓았다.그러나 황후는 당연히 그 약들을 쓰지 않았다. 그녀의 목적은 그들이 대황자의 상태를 본 후, 돌아가서 각자 집안 어른들에게 말하도록 하는 데에 있었다.어쨌든 오늘의 실패에는 설명이 필요했다. 모든 이들로 하여금 그가 무능한 것이 아니라 몸이 안 좋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해야 했다.모두가 문안을 드리고 돌아갔고, 오직 제대부인만이 남아 직접 대황자를 돌보려 했다. 그러나 황후는 그녀 또한 내보냈다.란주 상궁은 대황자의 배를 문질러 주었는데, 더욱 마음이 아파져 다른 한 손으로는 눈물을 닦았다.대황자에게 주었던 그 물에는 약간의 독가루가 들어 있었다.이 독가루는 원래 모기와 독충을 쫓기 위한 것이었기에 과량을 복용하면 굉장히 치명적이었다. 그러나 적은 양이라면 복통과 구토만 일으킬 뿐이었다. 금태의는 이를 알아차릴 것이 분명했지만, 그는 이 많고 탐욕스러우니 말하지 않을 것이었다.이것은 황후가 급히 생각해 낸 방법이었다."조금 있으면 괜찮아질 거다." 황후는 복잡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아들이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란주 상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대황자의 배를 잠시 문지른 후 약을 만들러 갔다.해가 서산에 걸렸을 때, 사냥을 나간 대열이 흥겹게 돌아왔다.북명왕이 가장 많은 사냥감을 잡을 것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그는 빈손으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88화

    잠시 뒤, 오진이 대황자를 찾으러 왔는데, 송대감이 대황자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나서야 그는 안심하며 말했다. "송대감, 황후마마께서 걱정하실 테니 대황자를 빨리 돌려보내야 합니다. 이미 사람을 보내 찾고 계시지만, 그 환관들은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밖에서 소리만 지르고 있습니다."대황자는 분명한 거부감을 보이며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았다.송석석이 말했다. "어마마마께서 너를 아끼시니 많이 걱정하실 거야. 돌아가자."대황자는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그 분은 저를 호되게 꾸짖었어요. 저를 진짜로 아끼는 게 아닌 것이 분명해요. 그 분은 아주 나쁜 사람이에요."송석석은 조금 의아해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황후는 그를 아끼고 심지어 총애하기까지 했다. 사실 그는 그 사랑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제 겨우 두 마디 꾸지람을 들었다고 해서 나쁜 사람이 되었다니?하지만 자신이 만종문에 있을 때를 떠올리니 이해가 가기도 했다.만종문에 있을 때, 사숙이 아무리 그녀를 꾸짖고 벌을 주어도 그녀는 원망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부가 그녀에게 단 두 마디 심한 말을 하면 그녀도 나쁜 사람이라며 억울해했었다.사숙은 당시 가소롭게 웃으며 고소하다는 듯 사부에게 말했다.“이게 바로 작은 은혜는 큰 원한으로 돌아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나치게 애지중지하면 결국 자신의 지위와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지요."다만 다른 점은, 사부가 그녀에게 베푼 애정과 황후가 대황자에게 베푼 애정이 다르다는 것이었다.사부는 그녀를 아무리 아껴도 공부를 해야 할 때는 공부를 시키고, 무술을 연습해야 할 때는 연습을 시켰다. 마음이 아파도 단호하게 대할 줄 알았다.하지만 황후는….송석석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황후가 어릴 적 공부하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었기 때문에, 지금 황후의 지위에 오르고 대황자가 황적장자의 신분을 얻었으니, 대황자에게 자신이 겪었던 고생을 다시 겪게 하지 않으려는 것일지도 모른다.사람들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어린 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87화

    덕비는 수빈에 비해 더 사근사근하고 너그러우며, 또한 친절했기 때문에 비록 가족들과 함께 있었지만 끊임없이 사람들이 그녀에게 인사를 하러 오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모두에게 친절하게 대했고, 가끔 귀족 여성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어 모두를 기쁘게 했다.황후 쪽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녀는 여전히 중궁마마로서 높고 존귀한 지위를 가졌기 때문이다. 황후는 자신이 중심에 있는 달이라고 생각하기에, 방금 전의 불쾌함은 잠시 마음속 깊이 넣어두고 사람들과 다시 활발히 이야기를 나누었다.이런 자리에서는 모두가 이 드문 기회를 빌려 관계를 맺으려 하거나 가문의 사내들을 위해 귀족 여성들을 눈여겨보곤 했다. 황후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오늘 많은 상을 준비해 귀족 여성들에게 하사하며 친절하고 어진 황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금군이 와서 황제가 멧돼지를 잡았다고 보고했다. 좋은 시작이었다. 황후는 특히 기뻐하였고, 이 기회를 빌려 또 한 번 상을 내렸다.란주 상궁이 웃으며 말했다. "북명왕이 먼저 사냥감을 잡을 줄 알았는데, 폐하께서 신무하셔서 첫 번째로 잡으셨네요."모두가 아첨하는 말을 하여 분위기는 잠시 활기차졌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으로는 알고 있었다. 첫 번째 사냥감은 당연히 황제가 먼저 잡아야 했고, 그 후에야 다른 이들이 활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멧돼지 같은 큰 사냥감을 잡은 것은 정말 기쁜 일이었다. 이전에 황제가 병들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지금 이렇게 보니 많이 나아진 모양이었다.황후는 기뻐하면서도 대황자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이 걱정되어 사람을 보내 다시 찾아보게 했다.송석석은 순찰 중에 대황자를 발견했다. 그는 허리를 굽혀 울타리를 넘어 다시 사냥터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송석석에게 딱 걸려 버리고 말았다.숲 안팎은 구분되어 있었고, 울타리 밖도 꽤나 위험했다. 이 곳에서는 독사가 출몰할 수 있었지만,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그곳에야말로 진짜 사냥감이 있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86화

    황후는 또다시 꾸지람을 듣자 참을 수 없이 짜증이 났다."그럼 어마마마께서도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지금 해야 할 일은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하느냐는 겁니다. 지금 폐하께서 그를 숲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셨고, 오늘 덕비의 아들이 완전히 빛을 발했습니다. 이제 만족하셨나요? 방법이 있다면 말씀하십시오. 만약 그저 그를 달래는 말 몇 마디 하러 온 것뿐이라면 필요 없습니다."그녀는 여전히 친정에 대한 원한이 있었다.제대부인이 대황자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네 아바마마께서 사냥에서 돌아오면 문무백관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그에게 가서 말하렴. 네가 총명하지 않고 평소에도 게으름을 피웠지만, 이번 실패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고 말이다. 이제부터는 태도를 바르게 하여 태부와 황숙께 열심히 배우겠다고 하거라. 황조모와 아바마마의 가르침을 저버리지 않겠다고, 그리고 아바마마와 대신들에게 너를 감시해 달라고 부탁 드리렴."황후는 눈알이 툭 튀어나올 듯이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미쳤습니까? 폐하와 문무백관 앞에서 자신이 총명하지 않으며 게으름을 피웠다고 인정하라고요? 그가 아직 부끄러움을 덜 느꼈다고 생각하십니까? 또 한 번 더 망신을 당하게 하시려고요?"제대부인은 여전히 평온함을 유지했다. "귀를 막고 방울을 훔치는 짓은 소용없습니다. 그가 어떤 수준과 자질을 갖고 있는지는 모두가 보았습니다. 그 대신들이 보지 못했겠습니까? 다들 눈치가 빠릅니다. 감추고 숨기기보다는 솔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고쳐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게 오히려 좋은 인상을 줄 겁니다.""아니요, 가르칠 필요 없습니다!" 황후는 짜증스럽게 손을 저으며 말했다."나가십시오."제대부인은 뭔가 더 말하려 했지만, 황후는 냉정하게 말했다. "아까 하셨던 말을 빌려 말하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는 도와주지 않고, 지금 와서 이런 애매한 말을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필요 없습니다. 가세요."제대부인은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갔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85화

    황후는 이 말을 듣고 순간 마음이 엄청 무거워졌다. 뒤를 돌아보았더니 여러 명부들과 관리 가족들이 의문과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기에, 그녀는 얼굴에 굳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황자의 몸이 안 좋다고 하네요. 내년에 다시 참여하도록 하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란주 상궁에게 눈짓을 보내어 무슨 일인지 알아보게 했다. 그리고 대황자의 손을 잡고 천막 안으로 들어가 달래려 했다. 그러나 대황자는 오로지 억울함에 울기만 했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황후는 대황자로부터 그저 모두가 자신을 괴롭혔고, 아바마마마저 자신을 괴롭혔다고 하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란주 상궁이 상황을 알아보고 돌아와 자세히 보고했다. 황후는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었다. 눈이 부어오를 정도로 울고 있는 대황자를 바라보며, 그녀는 처음으로 안타까움보다는 한심함을 느꼈다.그 어떤 모친도 자신의 아들이 멍청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단지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뿐이고, 최악의 경우에도 그저 본래 똑똑한데 게으를 뿐이라고 말할 뿐일 것이었다. 노력하기만 하면 반드시 따라잡을 수 있다고 믿기 마련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지금 그녀는 정말로 자신이 멍청한 아이를 낳은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고, 목소리에도 화가 섞여 나왔다. "그렇게 오래 연습했는데 어떻게 네 동생보다도 못하느냐? 그는 너보다 세 살이나 어리지 않느냐? 그는 활을 당겨 산쥐를 맞혔는데, 너는 화살을 땅에 떨어뜨렸다고? 어떻게 이렇게 멍청할 수가 있니? 어?"대황자는 어머니마저 자신을 나무라자 더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또 울지! 몇 살인데 계속 울기만 하느냐? 이번에 너를 겨우 데리고 나왔는데, 네가 이 어미의 체면을 다 구겨 버리는구나!" 황후는 그의 울음소리에 마음이 어지러워져 참지 못하고 그의 엉덩이를 두 대나 때렸다."마마, 소리를 낮추십시오! 밖에 사람들이 많습니다." 란주 상궁 또한 급히 말렸다.황후는 화가 나서 대황자를 밀쳐냈다. 비록 목소리는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84화

    단신의의 치료법은 정말로 효과가 있었다. 짧은 보름 만에 숙청제의 얼굴색이 좀 더 붉어졌고, 이전처럼 창백하고 누렇지 않았다. 몸에도 힘이 돌아왔으며 가끔 느껴지는 통증만 없다면 완전히 나은 것 같다고 느낄 정도였다.오늘은 단신의가 오지 않았지만 태병원에서 몇 명이 왔다. 사람이 많으니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단신의가 오지 않은 이유는 당연히 관리들과 그 가족들이 황제가 단신의 없이 지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대황자와 이황자는 금군의 보호를 받으며 말 위에 앉았다. 작은 몸에 활을 메고 있으니 꽤 그럴듯해 보였다. 삼황자는 제방에게 안긴 채로 말 위에 올랐다. 빨간색의 얇은 옷을 입고 흥분으로 볼이 붉어진 모양새가 매우 귀여워 보였다.숙청제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백 마리의 말이 달리기 시작했고, 사내들 또한 서둘러 산으로 사냥을 떠났다. 만림산은 말발굽 소리로 떠들썩했고, 새들은 놀라 하늘로 날아올랐다. 송석석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 필명과 함께 말을 타고 따라갔다. 그녀는 부친을 따라 만림산에 온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어려서 호수 근처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앉아 있었다. 이 숲은 그녀가 처음 들어가는 곳이었다.이런 황실 사냥터는 위험성이 높지 않았고, 사나운 맹수는 있을리가 없었다. 오늘의 주인공은 단연 황제였지만, 황제는 대황자와 이황자가 주인공이 되기를 원했다. 그래서 숲에 들어간 후 잠시 멈춰 대황자와 이황자에게 가까운 곳에 갇혀 있는 산쥐를 향해 활을 쏘라고 지시했다.대황자는 활을 당기긴 했지만, 긴장한 나머지 화살이 말 위에서 미끄러져 떨어졌고, 성공하지 못했다. 두세 번 반복했지만 오히려 더 당황하였다. 게다가 황제와 대신들이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보자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숙청제의 얼굴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궁에서 마지막으로 궁술을 연습했을 때, 그는 활을 당겨 화살을 쏠 수 있었다. 비록 힘은 부족했지만 그의 황숙이 특별히 추가 훈련을 시켰기에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83화

    숙청제도 비록 무예를 익힌 적이 있지만, 그 부분에서는 사여묵만큼 세심하지 못해 이황자가 이미 기본기를 다져 놓은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는 단지 이황자의 태도가 진지하고 엄격하며, 진전이 빠르다는 것만 보아냈다. 이 아이는 천재적이고 영리했다. 황후의 배에서 태어나지 못한 것이 정말 아쉬울 정도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고민할 필요 없이 그를 바로 태자로 선택했을 것이었다.봄 사냥 전날, 숙청제는 사여묵을 어서방으로 불러들여 물었다. "짐의 세 황자가 어떠한지 보았느냐?"사여은 곧이곧대로 대답했다. "대황자는 무술을 좋아하지 않고 재능도 매우 부족하며, 태도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며칠이 지났는데도 활 쏘는 자세가 여전히 틀렸고, 매번 교정해 주지만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합니다. 이황자는 힘이 좋고 자세도 능숙하며, 궁술에 대한 태도도 진지합니다. 기본기가 있어서 서우와 거의 비슷한 수준입니다. 삼황자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저 놀러 온 것이지요."숙청제는 잠깐 놀라 다시 물었다. "기본기가 있다고? 그가 원래 연습을 했단 말인가?""신이 그의 팔을 잡아보고 뼈대를 만져보니, 그는 확실히 무술을 익혔습니다. 특히 궁술을 전문적으로 연습한 흔적이 있습니다."숙청제는 눈살을 약간 펴며 말했다. "재능도 있고 부지런한 아이로군. 가르칠 만하구나."하지만 안타깝게도, 만약 재능으로 태자가 될 수 있었다면 지금쯤 황제 자리는 사여묵이 차지했을 것이었다. 사여묵은 그보다 훨씬 뛰어났다. 숙청제가 적장자를 고집하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적장자 신분을 지키기 위한 것일지도 몰랐다. 그는 사여묵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선황제께서 자신을 태자로 세운 것을 후회하신 적이 있을까? 특히 사여묵이 두각을 나타내고 재능을 발휘했을 때, 그렇게 뛰어난 아들을 보며 아쉬움을 느끼셨을까?’하지만 이제는 역할이 바뀌어 그가 결정을 내리는 입장이 되자, 태자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봄 사냥 당일, 광대한 마차들이 끝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82화

    소부 사여묵은 봄 사냥 전에 궁에 들어가 세 황자에게 궁술을 가르쳤다. 사실 대황자는 이미 배워야 할 시기가 지나긴 했지만, 황후의 손에서 자라며 극진한 사랑을 받아왔기에 고된 일은 절대 하지 않았었다. 태후의 궁에 들어가서는 태후가 문무를 배치했지만, 그는 정말로 둔하고 게을러서 매일 학업을 따라가기에도 벅찼다. 겨우 겨우 한 과목을 보충할 수 있었으며 두 과목을 보충하기는 어려웠다. 재능이 부족한 데다 노력으로 따라잡으려 하지도 않았고, 종종 꾀를 부려 게으름을 피웠다. 요즘 그나마 가장 큰 진전은 매일 서방에 가서 울부짖지 않는다는 것과, 학습 태도가 간신히 바르다는 정도였다.그래서 무예 사부의 존재는 서우에게 유리했다. 서우는 그에게 기본기를 배웠지만 너무 열심히 연습하지는 않았다. 단신의가 그에게 다리를 다시 다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며 서서히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사여묵이 그들에게 궁술을 가르칠 때, 서우는 이미 기본기가 있었기에 며칠만 연습했는데도 꽤 좋은 성과를 보였다. 대황자는 활을 당기는 것조차 힘들어했고, 조금 연습하면 여기저기 아프다며 연습하기를 싫어했다. 사여묵의 엄격한 태도 덕분에 도망가지 않고 계속 활을 당겼지만, 태도는 매우 대충이었다.이황자도 이틀 동안 활을 당기는 연습을 했고, 셋째 날에는 활을 쏘기 시작했다. 비록 과녁에 맞히지는 못했지만 힘이 있었고 태도도 매우 진지했으며, 힘들다고 전혀 불평하지 않았다. 사여묵은 그를 며칠 지켜보며 진전이 있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아이의 실력이 사여묵을 속일 수 있을 리 없었다. 이황자는 이미 궁술을 할 줄 알았고, 힘도 이미 단련된 상태였다. 그의 팔을 잡아보면 알 수 있었다.세 살 난 삼황자는 그냥 숫자 채우기에 불과했다. 그는 활을 당길 힘도 없었고, 화살을 하나씩 던지기만 할 뿐이었으며 그 마저도 멀리 던지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굉장히 재미있어 했다. 화살을 하나 던질 때면 깔깔거리며 웃었고, 매우 즐겁게 놀았다. 사여묵 또한 당연히 그에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