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은 고작 대 여섯 명 정도밖에 수용을 못하는 크기였는데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들이닥쳤으니 얼마나 비좁을까.기골이 장대한 남자들은 몸에 문신을 하고 있어 엄청난 위압감을 조성했다.또한 그들은 바닥에 쓰러진 네 명과는 달리 유상혁의 부하들로서 격투에 능한 고수들이었다.서태훈은 순간 얼굴이 창백해져 두 다리를 벌벌 떨며 애원했다.“성 대표님! 제 아들 좀 살려주세요! 모두 제 잘못입니다! 제가...”“꺼져!”성민은 서태훈과 서현우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시선은 어둠 속에서 서현우의 앞을 막고 서있는 홍성에게 향했다. 싸늘하고 음험한 눈빛으로 자신을 죽일 뻔한 여자를 노려보았다.“너는 서현우의 여자친구야?”성민이 입술을 핥더니 히죽 웃으며 말했다.“쟤가 도망자 신세인 건 알아? 너한테 기회를 줄게. 지금 꿇고 사과하면 방금 있었던 일은 없던 걸로 해주지. 앞으로 날 따라.”“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주제 파악을 못하는 꼴이란.”서현우가 담담한 눈빛으로 말했다.“처리해.”“하하하...”그의 말에 성민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올해 들었던 얘기 중에 제일 웃기는군! 서현우, 너는 예전의 서 도련님이 아냐. 아직도 허세를 부려? 군복을 입으니 세상 다 가진 것 같아?”성민은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 주머니에서 시가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이고 깊게 한 모금 빨아들이고 연기를 뱉으며 말을 이었다.“너한테도 기회를 줄게. 무릎 꿇고 나한테 빌어. 그럼 목숨만은 살려줄게. 아니면...”성민은 한껏 음산해진 목소리로 말했다.“내년의 오늘이 너와 네 아비의 기일이 될 거야!”“닥쳐!”홍성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위협했다.“이분이 누군 줄 알고 감히 모욕해? 너...”서현우가 홍성의 어깨를 툭툭 치며 그녀의 말을 잘랐다.그는 굳이 신분을 숨기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서태훈이 있는 자리에서 밝히고 싶지는 않았다.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술에 찌들어 살았던 탓에 이 지경이 되어버린 무책임한 아버지가 만약 그가 남강의 총사령관이라는 사실을 알면 서현우의
노래방 룸 밖에서 홍성이 바른 자세로 서있었다.열 명이 넘는 부하들은 바닥에 널브러져 기절한 것 같았지만 사실 모든 이들은 심장이 터져 목숨을 잃었다.서현우는 성민의 옷깃을 잡고 밖으로 나와서 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을 힐끗 보고는 신경 쓰지 않았다.모두가 더러운 돈으로 목숨을 연명하는 처지였기 때문에 그들 목숨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서태훈은 더 이상 홍성의 실력에 놀라지 않았다. 그들 역시 룸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죽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그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이 떨렸다.이번에 그는 철저히 유상혁의 미움을 사버렸다.유상혁! 중연시 어둠의 세력의 왕인 유상혁을 말이다!아무리 4대 가문이라고 해도 체면을 차려야 하는 인물이 아닌가.서씨 일가가 아무리 잘나가는 시절이라고 해도 서태훈은 감히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존재였다.“내가 좋은 아버지가 아니란 건 잘 알지만 이번에는 내 말 좀 들으면 안 돼? 내가 나영이 구할 테니까 넌 어서 중연시를 떠나. 이번 생에 다시는 돌아오지 마! 현우야, 우리 서씨 가문의 대가 여기서 끊기길 바라는 거야? 이렇게 부탁하마.”서현우는 아버지의 애걸복걸을 들으며 기절한 성민을 홍성에게 던지면서 말했다.“아버지가 나영이를 구한다고요? 지금 나영이가 어떤 상황인지 알기나 해요? 병원에 누워있어요! 내가 오지 않았다면 진작 죽었을 거라고요! 아버지는 나영이가 어떤 괴롭힘을 당했는지 알기나 해요?”“뭐?”서태훈이 급히 물었다.“나영이가 구출됐어? 어느 병원이야?”“구출? 허.”서현우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구출된 게 아니에요. 고문을 당하다 지키는 사람이 한눈을 판 사이 마지막 힘을 짜내 5층에서 투신한 거라고요! 오장 육부가 파열되어 얼굴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어요! 목숨이 붙어있긴 하지만 죽은 것과 다름이 없는 상태에요. 이게 바로 제 동생이고 당신 딸이에요! 서태훈 당신은 정말 좋은 아버지네요.”심호흡을 한 서현우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가세요. 중연시를 떠나요. 내가 나영이
서씨 저택에 불이 밝았다.고대 건축 스타일의 별장은 중연시 교외의 춘산 별장 구역의 뒤쪽에 위치했다.서씨 저택이라는 글자가 적혔던 저택 대문의 팻말은 주씨 저택이라고 바뀌었다.팻말의 금빛 테두리가 서태훈의 눈을 찔렀다.“서태훈 씨, 여긴 왜 오셨습니까?”경비가 서태훈의 앞길을 막았다.“나... 주지현 찾으러 왔어요.”서태훈이 이를 악물고 물었다.“말 좀 해줄래요?”본인 집도 마음대로 드나들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동의를 받아야만 한다니 비통함은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기다려요.”경비가 안으로 들어가고 주먹을 쥔 서태훈의 손바닥은 땀범벅이 되었다.그는 분통하고 걱정이 되었다.주지현이 그를 보려고 하지 않는다면 어떡하지?만약 가능하다면 서태훈은 평생 그 여자를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서씨 가문은 그녀에게 모든 것을 빼앗겼다.모든 서씨 가문의 산업이 그녀의 명의가 되었고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이미 자신의 집에서 쫓겨나고 말았다.그날 서태훈이 받은 충격은 조강지처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을 때와 견줄 수 있었다.그는 자신이 보는 눈이 없음을 원망하고 자신이 멍청하게 유혹에 넘어간 것을 원망했으며 서씨 가업을 망친 것을 원망하며 다리에서 뛰어내려 삶을 마감하고 싶었다.만약 그에게 딸이 없었다면 진작 자결했을 것이다.지금 서태훈의 눈앞에는 주마등처럼 옛일이 떠올랐고 그는 비통함에 잠겼다.“저기요.”서태훈은 누군가에게 밀쳐 뒤로 휘청거리다 겨우 서서 눈앞의 방금 자신을 가로막았던 경비를 바라보았다. 경비는 성가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뭘 넋 놓고 있어요? 주 대표님 안 보고 싶어요? 얼른 따라와요.”“네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서태훈은 터덜터덜 경비의 뒤를 따르며 마당을 건너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거실에는 온화한 조명이 비쳤고 부드러운 소파에는 실크 잠옷을 입은 서른이 넘은 여자가 나른하게 누워있었다.예쁜 얼굴에 관리가 잘 된 몸매, 거기에 서른이 넘은 나이의 성숙함이 더해지니 그녀의 농염한 자태는 보는
밤 열 두시.먹구름이 중연시 하늘을 가득 메웠고 결국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거리 위 행인들은 비를 피했고 각양각색의 우산이 마치 아름다움을 다투는 꽃처럼 밤하늘 아래 피어났다.으슥한 길목에서 서태훈은 얼굴에 퍼렇게 멍이 든 채 비틀거리고 있었다.그는 빗물에 푹 젖어있었다. 뺨을 따라 흘러내린 빗물이 턱에 잠깐 맺혔다가 바닥으로 떨어져 흩어졌다.그건 빗물일까, 아니면 눈물일까?그는 마치 좀비처럼 공허하면서 무감각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호되게 얻어맞은 뒤 밖으로 내쫓긴 그는 통증이 너무 심해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마음은 끝없는 심연으로 추락했다.주지현이 그를 때려죽이지 않은 이유는 그가 자신의 두 눈으로 딸과 아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길 바랐기 때문이다.부모가 자식을 떠나보내는 건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일이었고 주지현은 그에게 이러한 고통을 안겨줄 생각이었다.악마의 목소리처럼 귀에 거슬리는 주지현의 광포한 웃음소리가 서태훈의 귓가에서 끊임없이 반복됐다.서태훈의 입가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는 결국 빗속에서 쿵 쓰러지더니 악마라는 말을 끊임없이 중얼거리다가 정신을 잃었다.그리고 곧이어 검은색 우산을 쓴 사람이 성큼성큼 그에게로 걸어왔다.검은 우산을 든 이천용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병원으로 옮겨서 서나영이 있는 병실에 보내. 왕 신의에게 잘 봐달라고 부탁해.”“알겠습니다.”...엔뉴 호텔, 네온사인이 빗속에서 홀로 환히 빛나고 있었다.호텔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로비는 깔끔하고 깨끗했다.조금 전까지 이곳에 35구의 시체가 피바다 속에 누워있었다는 건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502호의 문이 홍성에 의해 열렸다.불빛이 들어오는 순간, 상처투성이인 서현우의 마음이 격렬히 요동쳤다.방안 곳곳에 튄 핏방울은 이미 말라붙었고 벽에는 손톱으로 긁은 듯한 핏자국이 남아있었다. 서현우는 피범벅이 된 손가락으로 미친 듯이 벽을 할퀸 여동생의 모습을 쉬이 상상할 수 있었다.고문에 사용되는 형구들은 여전히 방 안
중연시 도심의 5성급 호텔 스위트룸 안.유혜린은 전화를 내려놓은 뒤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주워 입기 시작했다.남자의 팔이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가 물었다.“그 같잖은 놈이 돌아온 거야?”점잖지 못한 손길에 유혜린은 자꾸만 몸에서 힘이 빠졌다. 그녀가 몽롱한 눈빛으로 옷을 벗으려고 할 때 두 손이 멀어졌다.매혹적인 외모를 가진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6년간 숨어 있더니 죽으려고 돌아왔나 보네. 잘 됐어. 세 식구, 아니 네 식구가 전부 모이게 해야지.”유혜린은 옷을 입으며 물었다.“민식 오빠, 난 사실 잘 모르겠어요. 오빠랑 지현 이모는 왜 서씨 집안사람들을 그렇게 미워해요?”남자는 유혜린의 턱을 쥐고 입을 맞췄다.“예쁜아, 묻지 말아야 할 건 묻지 마. 아는 게 많다고 해서 마냥 좋은 건 아니니까.”남자의 이름은 주민식이었다. 그는 주지현의 친아들로 서현우와 동갑이었다.주지현이 꾸민 일 때문에 서현우와 중연시 4대 가문 중 하나인 진씨 집안의 진아람은 황당하게도 함께 하룻밤을 보냈고 그로 인해 진씨 집안은 크게 노여워했다.당시 서현우가 잡혔다면 그는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다.그리고 그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서현우는 남강의 변방으로 도망쳤다.서현우가 도망치자 서씨 집안의 상속권은 서나영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서나영은 여자였고 성격도 서씨 집안의 가업을 이을 성격이 아니었다.당시 서태훈도 무척 화가 났고 엄청난 대가를 치러 겨우 진씨 집안의 화를 달랠 수 있었다. 그는 서현우에게 완전히 실망했고 주민식을 후계자로 점찍어 그를 서씨 집안의 가업에 참여하게 했다.주지현과 주민식은 그때부터 서씨 집안의 가업을 하나둘 삼키기 시작했다.서태훈이 눈치챘을 때 서씨 집안 조상님이 물려준 저택마저 더는 그의 것이 아니었다.그렇게 서씨 집안의 가주가 쫓겨났다.두 사람은 깔끔한 차림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들은 스포츠카를 끌고 엔뉴 호텔로 향했다.약 30분 뒤, 차는 엔뉴 호텔 앞에 멈춰 섰다.유혜린은 주민식
“아아아!”엔뉴 호텔 502호에서 유혜린의 귀청을 찢을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서나영이 당했던 고문을 유혜린이 똑같이 당하고 있었다.허리를 조르고, 손끝을 바늘로 찌르고, 채찍질한 뒤 소금물을 바르고, 오물을 먹이고, 다리를 찢고...주민식은 구석에 웅크린 채 덜덜 떨고 있었다. 그는 두려움에 가득 찬 얼굴로 감히 도망칠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는 단단히 겁을 먹었다. 심지어 유혜린의 비참한 모습에 속이 메슥거려 토했다.유혜린의 비명에 주민식은 자신이 했던 무력한 위협이 떠올랐다. 얼마나 우습고 가련한가?유혜린은 그제야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낫다는 게 어떤 감각인지 이해했다.“살... 려줘... 살...”조금 전까지 그들을 위협하던 유혜린은 애원하고 있었다.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던 그녀는 이제 울고 있었다.“살려 달라고...”서현우는 눈에 핏발이 서서 눈이 벌겠다. 주먹을 너무 세게 쥐는 바람에 손톱이 손바닥을 깊이 파고들어 갔다.윤혜린을 괴롭혀도 마음이 전혀 편해지지 않았다.대신 당시 동생이 얼마나 괴로웠을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내 동생도 빌었겠지.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했을 거야.”서현우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서 네가 걔를 놔줬어? 아니. 내 동생은 차라리 죽는 게 나을 만큼 너한테 괴롭힘을 당했어. 그런데 넌 걔를 놔줄 생각이 전혀 없었지.”홍성은 전혀 봐주지 않고 주먹으로 유혜린의 얼굴을 힘껏 가격했다. 유혜린은 얼굴 곳곳이 터져서 피범벅이 되었고 원래 어떤 모습이었는지 기억도 안 날 만큼 엉망이 되었다.유혜린은 결국 바닥에 쓰러졌고 내쉬는 숨이 많은 데 비해 들이마시는 숨이 적었다.이는 유혜린이 서나영만큼 강인하지 못하다는 걸 의미했다.고문이 끝났을 때는 새벽 한 시였다.서현우는 창문을 가리키며 말했다.“던져.”두 손은 피범벅이 되었지만 홍성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유혜린을 끌고 창가로 향했다.“싫어! 싫어... 살려줘... 난... 죽고 싶지 않아...”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있다.죽
날이 밝았지만 서현우의 눈동자에 비친 건 어둠뿐이었다.이 세상에는 불공평한 일, 어쩔 수 없는 일, 비통함과 괴로움이 넘쳐났다.어떤 이들은 견딜 수밖에 없고 어떤 이들은 반항할 권리가 있을 뿐이다.서현우는 창가에 선 채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았다.그의 등 뒤에서는 홍성이 유상혁을 조사한 자료를 읊고 있었다.그리고 마지막에 홍성은 분노에 찬 음성으로 죽어야 마땅한 사람이라고 말했다.죽어야 마땅하다!유상혁은 삼중문을 이용해 중연시에서 수십 년 동안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그가 한 모든 일에서 짙은 피비린내가 났다.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의 손아귀에서 발버둥 치며 애원했을까?유상혁은 똑똑하게도 전혀 의심받지 않았다. 중연시 총독 천우성은 최선을 다했음에도 그의 약점을 잡지 못했고 매번 잔챙이들만 잡아들였다. 겉으로는 중연시 시민들의 문제를 해결해준 것 같지만 사실상 유상혁은 여전히 법의 제재를 받지 않았다.그는 높은 자리에 앉아 사람들을 내려다보면서 자신을 신이라고 여겼다.서현우는 손을 들어 눈 부신 빛을 막았다. 햇빛이 손가락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그의 차가운 눈동자를 비췄다.서현우는 직접 그 하늘을 찢을 생각이었다.어차피 더는 잃을 수 있는 게 없었다.서현우는 고개를 돌렸다.“홍성.”홍성은 진지한 표정이었다.“네.”“낭연을 피우도록 해.”홍성의 동공이 확 수축했다가 커졌다.그녀는 대경실색했다.“총사령관님!”서현우는 평온한 얼굴로 다시 한번 말했다.“낭연을 피워.”홍성은 온몸이 떨렸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괴로움과 분노가 가득했다. 홍성은 서서히 손을 들어 신성한 군례를 했다.“네!”휴대폰을 꺼낸 뒤 홍성은 재빨리 화면을 클릭했고 이내 휴대폰 화면이 검게 물들었다.그 어둠 속에서 카드 한 장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 카드 위에는 한 번도 불을 붙여본 적 없는 금빛의 횃불이 있었고 횃불에는 용무늬가 그려져 있었다.홍성은 왼손으로 휴대폰을 들고 오른손을 들어 검지를 내밀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중연시에서 낭연을 알 자격이 있는 건 중연시 총독 천우성과 금용 감찰사 이천용 두 명뿐이었다.일곱 번의 종소리가 멈춘 뒤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 듯했다.중연시에서 생활하는 사천만 명 시민은 여전히 삶을 위해 바삐 돌아치고 있었다.10만 중연시 수비군은 이미 집결되기 시작했고 공항, 고속철도, 정류장, 선착장 등 중연시를 떠날 수 있는 모든 통로가 동시에 봉쇄에 들어갔다.이 사건은 거대한 영향을 미쳤다. 중연시는 1급 전투준비태세에 들어갔지만 대외적으로는 적국이 투항을 거절해 이제 곧 전투가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중연시는 서남쪽에 위치했고 남강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았기에 반드시 전력을 다해 적국의 스파이를 잡아들여야 한다고 했다.조금 소란스러워졌지만 사람들은 모두 이해하고 지지했다.적국이 쳐들어와서 10년 동안 전쟁이 이어졌고 그간 중연시의 수많은 젊은이가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고 돌아오지 못했다.이것은 나라의 원수다.나라의 원수 앞에서 모든 걸 양보해야 했다....중연시 교외, 서씨 집안의 조상님이 물려준 저택.차가 빠른 속도로 달렸다.주민식은 창백한 얼굴로 비틀거렸다. 그는 독기에 가득 찬 눈빛으로 다급히 안으로 들어갔다.“엄마! 엄마!”그는 거실에 앉아서 소리를 지르더니 컵에 물을 따른 뒤 벌컥벌컥 마셨다. 하지만 여전히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발이 떨리며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곧이어 슬립을 입은 주지현이 계단 어구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아치형 계단을 따라 우아하게 내려오며 불만스럽게 말했다.“아침부터 왜 땍땍거려?”“엄마, 큰일 났어요! 큰일 났어요!”주민식은 주지현을 보는 순간 펄쩍 뛰며 말했다.“서현우! 서현우 그 잡놈이 유혜린을 괴롭혀서 죽였어요!”“뭐라고?”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주지현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빛이 멍해졌다. 그녀는 다급히 아래층으로 내려와 말했다.“얼른 말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어젯밤에 저랑 유혜린이 같이 있었는데...”주민식은 이를 악물고 전 과정을 묘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