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5분 후에야 통화를 마친 진수현이 돌아왔다.심윤아는 태연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은 채 그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진수현이 소파에 앉을 때까지도 심윤아는 그를 쳐다보지도, 소리를 내지도 않고 그저 조용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이 때문에 거실의 분위기가 이상해진 것 같았다.얼마 후, 윤이는 레고를 맞추다가 지쳐 누워버렸고, 곧이어 심윤아의 품에 안겨 잠에 들었다.바깥 온도가 높지 않았기에 담요가 있었어도 감기에 걸리기 쉬웠다.심윤아가 아이를 안아 올리려고 하자 진수현이 성큼성큼 다가와 아이를 안아 들었다.“내가 할게.”상처가 있으니 그냥 제가 하겠다고 말하려 할 때, 진수현은 이미 윤이를 품에 가볍게 안은 뒤였다. 그 여유로운 모습은 마치 작은 물건을 손에 가벼이 든 것처럼 보였다.자기 딸을 이렇게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하지만 방금 진수현의행동이 윤아에게 준 느낌은 이러했다. 너무 가볍고 여유로웠다. 부상을 입은 상태인데도 이런 거면 다치지 않았다면 더 가볍지 않았을까.심윤아는 저도 모르게 진수현의 힘에 감탄했다.뒤따라 자리에서 일어난 심윤아가 훈이에게 일렀다.“엄마는 윤이 이불 좀 덮어주고 올 테니까 먼저 놀고 있어. 금방 올게.”훈이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이후 심윤아는 진수현의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고, 그가 윤이를 침대에 눕히고 조심스럽게 이불을 덮어주는 모습을 바라보았다.심윤아가 참지 못하고 다가가 일러주었다.“겉옷 벗겨줘야지. 불편하잖아.”종래로 아이를 돌본 적이 없는 진수현은 그녀의 말에 갑자기 허둥지둥했다.“겉옷?”“응.”심윤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를 안아 들었고, 윤이는 한번 잠에 들면 업어가도 모르는 아이기에 겉옷을 벗겨주어도 가볍게 두어 번 쌕쌕거리기만 할 뿐 이내 잠에 들었다.심윤아가 겉옷을 벗겨주고 이불을 덮어주니 한결 편안해진 표정이었다. 아이는 두 사람 앞에서 기지개를 켜기까지 했다.심윤아는 이불을 여며 잘 덮어준 다음 무심코 진수현에 물었다.“아기 돌봐본 적 없어?”진수현이 손
두 사람은 복도로 나왔다.조용한 복도에서, 한참 동안 기다렸지만 진수현은 입을 열지 않았다. 결국 심윤아가 고개를 들어 먼저 물었다.“무슨 말 하려고.”고개를 드니 진수현의 눈이 그녀를 응시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칠흑 같은 눈동자는 속내를 알 수 없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그 눈빛에 심윤아는 숨이 막혔다. 그의 눈을 마주하는 것이 조금 두려웠다. 심윤아는 눈을 피하며 조용히 말했다.“계속 말 안 하는 거 보니 아직 마음의 결정이 안 된 것 같네. 나 먼저 훈이 놀아주러 갈 테니까 마음 정리 잘하고 다시...”“그 사람 보고 싶어?”그가 갑자기 심윤아의 말을 끊고 물었다.심윤아가 멈칫하며 귀를 의심했다.진수현이 자신에게 그 사람이 보고 싶냐 묻는다.그녀가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잔뜩 침울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혹시 네가 말하는 그 사람이...”“응. 맞아.”진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 사람이 맞다고 확인사살한 것이었다.심윤아도 그가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진수현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을 줄 몰랐기 때문에 심장이 매우 빠르게 뛰었다.대략 다른 추측이 있었지만 심윤아는 입을 열지 않았다. 진수현이 뒷말을 이어서 할 것 같았다.“만나고 싶으면 오늘 저녁에 바로 돌아가자. 내가 만나게 해줄게.”진수현의 말에 따뜻함이라곤 내비치지 않았다.심윤아가 입술을 오므리고 고개를 떨구었다.“아냐. 됐어.”그 의외의 대답은 진수현의 잃었던 생기를 순식간에 되찾게 했다.“뭐라고?”이 집에 있는 동안 늘 표정이 우울했고 진수현의 전화벨이 울리기만 하면 관심을 가졌다. 누가 봐도 그 사람의 안위를 매우 걱정하는 모습이었다.그런데 안 만나겠다고?진수현은 심윤아가 바로 승낙하고 빨리 만나고 싶어 할 줄 알았다.그는 심지어 이미 심리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심윤아가 승낙한다 해도 실망할 필요가 없다고 스스로에게 말하기도 했다.그녀가 이선우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 하는 이유도 그거 전에 심윤
어쩌면 이선우에겐 잔인한 일일지도 모른다.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심윤아도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 어쩌면 그녀는 정말 이기적인 사람일지도.두 사람의 뜻을 모두 이루어줄 수는 없다. 그저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수밖에.그동안 심윤아는 많이 힘들었다.이대로 세상을 떠나면 이 고통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하지만 이제 깨달았다. 그녀는 살고 싶었다. 그리고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 싶었다. 다른 것에 대해서는... 모두에게 운명이라는 것이 있으므로 마구 관여할 수도 없는 일이다.“걱정하지 마. 이미 너랑 만나기로 했으니 그 사람 보러 가는 일은 없을 거야.”심윤아가 다가와 가볍게 진수현의 손을 잡았다.“하지만 내 감정이 우울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만 당분간은 감정조절이 조금 어려워. 그러니까 너도...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나한테 시간을 좀 줘.”진수현이 고개를 숙였다. 눈에 심윤아의 가냘픈 손이 보여 마음이 약해졌다.그는 입술을 달싹이며 무언가를 자제하는 듯하다가 끝내 자신을 억제하지 못하고 심윤아를 품에 안았다.“신경 안 써. 괜찮아.”심윤아가 그의 곁으로 돌아올 수만 있다면 그는 하늘에 감사할 것이다.게다가 이제 심윤아가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밝히고 싶어 한다. 이것만으로도 진수현은 기쁜 나머지 마음이 넓어졌다. 지금 다시 그를 만나러 가겠다고 해도 그는 개의치 않을 것 같았다.진수현은 그녀의 어깨에 기대며 만족스러운 얼굴로 눈을 감았다.“괜찮아. 그 사람 보러 가도 돼.”품에 안긴 심윤아가 깜짝 놀랐다.“뭐?”“네가 하고 싶은 일 한다고 내가 기분 나빠하진 않아. 어쨌든 내가 둘을 위해 마련하는 자리니까.”심윤아가 눈을 깜빡거렸다.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대답 안 하면 내 말대로 하는 거로 한다?”품에 안긴 심윤아가 꼼지락거리더니 품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진수현을 올려다보았다.“정말 만나도 기분 안 나쁘겠어? 내가 돌아온 다음 만일...”전
“돌아간다고요? 여기서 안 사는 거예요?”“응. 다음에 또 올 거야. 훈이 여기가 좋아?”“네. 좋아요.”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증외할머니랑 증외할아버지께서 우리한테 다 잘해주셔요.”그 말에 심윤아가 참지 못하고 웃었다.“그럼 다음에 또 오자.”“좋아요.”흔쾌히 대답한 훈이가 무언가 떠오른 듯 다시 물었다.“그럼 다음에 올 때 엄마도 같이 와요?”“당연하지. 엄마가 너희들 데리고 와야지. 근데 겨울방학 때 여기서 오래 살 생각이면 같이 못 있을 수도 있어.”말을 마친 심윤아는 핸드폰을 꺼내 훈이가 완성한 레고 사진을 찍었다. 인스타에 올리려다 보니 자신의 계정이 없는 것을 발견했다.이것은 심윤아가 구조된 이후 진수현이 그녀에게 준 핸드폰이었다.새로운 계정이었다. 전의 핸드폰과 계정은 모두 이선우에게 있을 것이다.심윤아는 결국 게시물을 올리는 것을 포기하고 사진만 저장했다. 나중에 진수현더러 핸드폰을 가져다 달라고 할 요량이었다.이때 진수현이 다가왔다.“잠옷은 샀고 곧 가지고 올 거야. 다들 지금 돌아오는 길이래.”심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다음에 올 때 입어야겠네.”“응.”...아이들이 저녁에 곧 돌아간다는 소식을 듣고 이명인은 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그녀는 사실을 확인한 후 슬프게 대답했다.“이렇게 빨리 간다고? 난 그래도 4, 5일은 더 있을 줄 알았는데.”하지만 심윤아도 어쩔 수 없었다. 무엇이나 계획대로 흘러가리라는 법은 없으니까.이명인은 아쉬웠지만 더 이상 아쉬운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나중에 다시 놀러 오라며 나중을 기약할 뿐이었다.이에 심윤아는 그러겠노라 싹싹하게 대답했다.이명인은 말없이 남편에게 반찬들을 모두 싸서 가져가도록 했다.심윤아에게 건네주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다 외할머니가 직접 만드신 거라 다른 집보다 맛이 못할 수도 있고 오래 두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유일한 장점은 농약 같은 화학약품을 쓰지 않았으니 건강에는 좋을게야.”“에이, 할머님. 그렇게 말씀하지
“어머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서운하죠. 우리 다 같이 한 가족인데 갈라놓는다니요!”이선희가 고마운 마음에 심윤아를 꼭 안았다.“네 말이 맞다. 우리 모두 한집안 식구이니 신경 써서 잘 대해주려 노력할 필요 없다. 그냥 다른 차를 타고 몇 시간 따로 갈 뿐인데 걱정하지 말렴. 그럼 돌아가고 밤에 보상으로 내가 두 아이들과 자게 해주려무나.”어머님께서 이리 말하니 심윤아도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결국 이선희가 혼자 따로 차를 타게 되었으므로 넘쳐난 물건들은 그녀의 차에 옮기게 되었다.돌아가는 길에 심윤아는 진수현이 자신과 이선우의 약속 자리를 만들 것이 떠올라 묻고 싶은 말이 많았다.그러나 말이 입가에 맴돌았지만 두 아이가 차에 타고 있었으므로 지금 물어보기엔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 애써 삼켜야 했다.돌아갈 때는 아직 날이 저물지 않았을 때였다. 지난번 왔던 험한 길을 지날 때, 심윤아의 눈에 일꾼들이 보였는데 그들은 마치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았다.자세히 살펴본 후에야 심윤아는 그 사람들이 길을 닦으러 왔을 것이라 추측하게 되었다.지난번 이 길을 지날 때 진수현이 길을 보수해야 한다는 말을 꺼냈었는데, 며칠 만에 일꾼들이 일을 시작하는 것을 보니 그의 일 처리 속도가 정말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그저 지나가며 슬쩍 던진 말이라 생각했었다. 설령 사실이라 하더라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사람을 불러 처리하게 했을 줄이야.“다음에 오면 길이 평탄해져 있을 거야."진수현이 불쑥 말을 건넸다.길 하나를 닦는데에 걸리는 시간이 얼마이려나.심윤아는 잘 알지 못했지만, 인력이 많고 충분한 노동력을 살 돈만 있다면 틀림없이 속도가 빠를 것이다....밤이 되어서야 그들은 집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리며 심윤아는 눈에 익은 건물을 쳐다보았다. 떠난 지 이틀 만에 돌아왔다.차에서 내린 이선희는 얼른 두 아이에게 달려갔다.“자, 오늘 밤 아이들은 나와 잘 거야. 시간이 늦었으니 먼저 데리고 올라가서 물건이나 정리해야겠다.”
하여 윤이는 어머니가 떠난다는 소식에 잠시 당황했다. 또 오랫동안 보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되었다.아무리 기억을 잃었어도 자기 딸이기도 하고, 잠재의식과 아이에 대한 모성애는 여전했으므로 자신의 딸이 이렇게 긴장하며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는 것을 보면 아이가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심윤아는 순간적으로 마음이 약해져 허리를 굽혀 윤이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며칠만 있고 돌아올 거야.”하지만 윤이는 쉽게 속아주지 않았다.“지난번에도 할머니가 며칠 후면 돌아온다고 했는데 계속 안 왔잖아요. 이번엔 얼마나 있다 올 거예요? 하루? 이틀?”윤이가 아예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심윤아가 침묵을 지켰다.윤이는 지난번에 자신이 속았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어머니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결국 정확한 날짜를 알려주어야 안심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러나 그녀 역시 정확한 날짜를 말할 수 없었다. 이번 일은 결국 진수현이 계획한 일이니까.하여 심윤아는 진수현을 보고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옆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진수현이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는 심윤아를 의식하고 아이를 향해 걸어가 허리를 굽혔다.그도 손을 윤이의 머리 위에 얹었다.“빠르면 3일, 늦어도 5일. 어때?”윤이가 눈을 크게 뜨고 순진하게 물었다.“그러니까 5일 안에는 꼭 돌아온단 말이죠?”“맞아.”그러나 윤이는 이대로 쉽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물었다.“정말이죠? 나 속이려는 거 아니죠?”진수현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검지 손가락으로 아이의 코를 콕 찔렀다.“거짓말 안 해. 거짓말이면 아빠가 집 돌아와서 비행기 태워줄게.”그의 말에 곁에 서 있던 심윤아가 의아한 듯 두 눈을 휘둥그레 떴고 뒤에 서 있던 진수현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아마 자기 아들이 손녀를 위해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딸에게 비행기를 태워준다고?이선희는 남편과 이렇게 오래 살아오면서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그러나 그럴 만도 했다. 그들에겐 아
진수현의 말투에 웃음이 가득하다. 심윤아는 그가 놀리는 것을 알면서도 참지 못하고 변명을 늘어놓았다.“안 급하다니까.”진수현이 계속 실실 웃으며 대답했다.“응. 알았어. 안 급해 했어.”심윤아가 대답하지 않았다.정말이지 매를 부르는 반응이었다.심윤아가 보복성으로 힘껏 그의 허릿살을 콕 찔렀다. 물론 상처는 피해서.“윽...”아프진 않았지만 저도 모르게 소리가 새어 나오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진수현의 안색이 돌변하며 손을 뻗어 심윤아의 가냘픈 손목을 움켜쥐었다. 갑자기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하지 마.”깜짝 놀란 심윤아는 자신이 너무 세게 찔러 아픈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표정이나 몸짓이 아픈 것이 아니라... 이상하게...기분이 좋아 보였다? “...”심윤아는 할 말을 잃었다.그냥 허리를 콕 찔렀을 뿐인데 이렇게까지?곰곰이 생각하고 있을 때 진수현이 입을 열었다.“더 건드리면 차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장담할 수 없어.”몇 초 동안 멍하니 있던 심윤아가 손을 떼고 나지막이 욕설을 퍼부었다.“변태.”그녀의 귀가 발갛게 달아오른 것을 보며 진수현은 입꼬리가 올라갔다.“우리가 부부란걸 잊지 마. 내가 아무리 변태 같은 짓을 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거지.”“...”“단지 너의 몸이 약해서 내가 참고 기다려주는 거지.”진수현이 손에 힘을 주어 심윤아를 품에 안고는 귀에 대고 소곤소곤 속삭인 것이었다.심윤아는 자기 귀가 더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다급히 밀쳐내려 했지만 밀쳐지지도 않았다.“몸에 상처나 낫고 말해.”진수현이 문득 무언가 깨달은 듯 얼굴이 환해졌다.“아, 그럼 아직 상처가 있어서 안 되는 거고. 나으면 괜찮다는 말이야?”심윤아가 어처구니없어하며 대꾸했다.“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어?”“어? 아까 그 말이랑 이 말이랑 같은 거 같은데?”“내 말은 상처나 낫고 다른 걸 생각하라는 거고...”설명하면 할수록 말이 이상해지는 것 같자 심윤아는 말을 멈추고 아예 돌아섰다.“
심윤아는 여전히 진수현의 약을 바꾸어주는 임무를 잊지 않았다. 낮에 하루 종일 길을 재촉하느라 몸이 매우 지친 상태였다. 약을 바꾼 후, 진수현은 일 때문에 복도에 나가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10분 정도 지나 방으로 돌아오니 심윤아는 침대 옆에 엎드려 잠에 들어 있었다.호텔 내부의 불빛이 심윤아의 하얀 뺨을 부드럽게 비추었다.이를 본 진수현이 침대에 눕히기 위해 심윤아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안아 들려던 순간, 자신을 꾸짖던 심윤아의 모습이 생각났다.자신의 상처를 힘들게 붕대로 싸매주고, 상처가 벌어질까 봐 노심초사하는 그녀다. 그러므로 그는 스스로 몸을 아껴 걱정하지 않도록 해야 했다.진수현은 그녀를 안아 올리는 것을 포기하고 신발을 벗긴 다음 반쯤 부축하여 침대 위에 올린 뒤 이불을 잘 덮어주었다.“잘 자. 윤아야.”...심윤아의 세심한 치료와 신신당부 덕분에 진수현은 최근 회복 속도가 매우 빨랐다.전엔 자고 일어나면 상처가 아팠지만 오늘 깨어보니 통증이 전보다 많이 사라진 듯 했다.옷깃을 젖히고 상처 부위를 살펴보니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왔다. 매일 그렇게 안정을 취하라고 고집하더라니, 효과가 이렇게 좋을 줄이야.생각하던 중, 심윤아가 몸을 뒤척이다 그를 마주 향해 누웠다. 진수현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고 있을 때, 심윤아가 잠에서 깨 눈을 살짝 떴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잠에 취해있던 심윤아가 무의식적으로 물었다.“상처는 좀 어때? 괜찮아?”깨어나자마자 자신의 상처를 걱정하는 것을 보니 진수현은 마음이 따뜻해졌다.“응. 많이 좋아졌어. 다 네 덕분이야.”좋아졌다는 말에도 심윤아는 불신했다. 심윤아는 그가 자신을 속이는 것 같아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켜 옷을 젖히며 검사하기 시작했다.진수현이 깜짝 놀라 멈칫하더니 입술을 말아 물며 대답했다.“거즈로 싸서 볼 수 없을 텐데.”보이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옷을 헤집고 두 번 들여다본 심윤아가 고개를 들고 물었다.“보이지도 않으면서 좋아졌다는 건 어떻게 알아?”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