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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0화

작가: 동과
나는 잔을 받아 한 모금 마시고 물었다.

“왜요?”

그러자 그가 말했다.

“한 모금 더 마셔 봐.”

시키는 대로 살짝 마시자 그제야 버터처럼 부드러운 크림 향이 샴페인의 톡 쏘는 맛과 어우러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제 입맛에 딱이네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석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조금만 마셔.”

수술한 지 열흘도 채 되지 않아 사실 술은 금물이었다. 그래서 나는 겨우 두 모금만 맛보고 조심스럽게 잔을 그에게 건넸다.

“왜? 입에 안 맞아?”

그의 눈빛에 의아함이 스쳤다.

예전의 석지훈이라면 내가 좋아하는지 묻지도 않았을 텐데, 뭔가 떠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를 건드리지 않는 건 뭔가 꺼리는 게 있는 걸까? 설마 내가 수술받은 걸 아는 건 아니겠지? 분명 비밀로 하라고 지시했는데.’

마음속에 의문이 가득 차 이따 현정우한테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에요. 그냥 마시고 싶지 않아서요.”

어설픈 변명이었지만 내가 싫다고 하니 석지훈도 더 이상 술을 권하지 않았다. 저녁 식사 후, 그는 나를 쇼핑몰로 데려갔다.

석지훈은 와인 두 병을 고르더니 망설임 없이 계산대로 향했다.

“더 안 사도 돼요?”

내가 묻자 남자는 간단히 대답했다.

“됐어.”

그리고는 나한테 물어봤다.

“갖고 싶은 거 있어?”

“없어요.”

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옷이나 화장품, 액세서리는 부족한 적이 없었으니 딱히 갖고 싶은 것도 없었고 이제는 그런 것들에 별로 감흥이 없었다.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건 뭐든 살 수 있었으니까.

내 말에 석지훈은 나의 가는 허리를 감싸 안고 쇼핑몰을 나섰다. 하지만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배에 있는 수술 자국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통증을 참으며 간신히 차에 올라탔다. 창백해진 내 얼굴을 본 석지훈은 손을 뻗어 이마를 짚었다.

“어디 아파?”

“좀 피곤하네요.”

내가 대답했다.

지금 당장 진통제가 먹고 싶었다.

석지훈은 한 씨 저택으로 가지 않고 차를 몰고 곧장 별장으로 데려왔다. 난 궁금해서 물었다.

“어르신을 뵈러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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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스랜드의 눈보라는 점점 더 매서워졌다. 최희연은 몸을 움츠리며 조용히 말했다.“전... 자격이 없어요.”눈앞에 서 있는 이 순수한 남자를, 마치 풍경화에서 걸어 나온 듯한 이 남자를...그녀는 감히 사랑할 자격이 없다고 느꼈다.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나는 열등감이었다. 전에 그가 말했던 한마디로 결코 해결되지 않는 문제였다.“희연 씨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마세요.” 게다가 지금 그녀의 마음속에는 오로지 복수뿐이었다.왕자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더 이상 설득하지 않았다. 단기간에 그녀의 생각을 바꿀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굳이 강요하지 않고 그대로 두기로 했다.어차피 앞으로의 시간은 많았다. 남은 시간은 수십 년이나 되지 않는가.수십 년의 세월이라니, 그는 그것만으로도 왠지 모르게 설레었다.이전처럼 혼자가 아니라 그의 곁에는 아내가 있었다.그와 평생을 함께할 유일한 사람.부인.그는 이 단어를 되뇌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내일 병원에 함께 가서 흉터를 치료하죠.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사들을 초빙했습니다. 희연 씨의 얼굴을 완벽하게 회복시켜 줄 거라고 약속하더군요.”그 말을 듣자 그녀의 어두운 눈동자가 한순간 빛났다.왕자현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기다란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미소를 지었다.“혹시 후회하진 않나요? 그때 저와 함께 운성시를 떠나지 않았던 것, 그리고... 그분을 기다리겠다고 했던 선택을.”5년 전.왕자현은 우연히 운성시에 들렀다가 그녀를 만났다.그때 그는 심한 부상을 입은 채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었고 그를 숨겨주고 돌봐준 사람이 바로 최희연이었다.그리고 그는 그녀에게 약속했다.두 달 동안 함께 지내며 최희연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었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진서준이 살아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왕자현이 떠나던 날, 그는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물었다.“희연 씨, 저랑 함께 아이스랜드에서 살겠어요? 평생을 약속할게요.”그때 그녀는 어떻게 대답했었지?그녀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10화

    “미쳤거나 바보가 됐거나 아니면 사람도 귀신도 아닌 존재가 됐다고 할까요? 저도 모르겠어요. 근데 제가 갖지 못하는 남자가 잘되는 건 절대 못 보죠.”나는 소리쳤다.“미친년.”나는 그녀의 전화를 끊어버리고 곧바로 함승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빠르게 고현성의 행방을 찾아내 병원으로 이송시켰고 나는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병실에 도착했을 때 고현성은 이미 의식을 잃었다.그리고 온몸에는 상처가 가득했다.심지어 얼굴에는 깊게 베인 흉터까지 남아 있었다.나는 병실 밖으로 나와 분노에 차서 물었다.“임지혜는?”“가주님께서 처리하시도록 잡아뒀습니다.”나는 눈이 붉어질 만큼 화가 치밀어 오른 채 이를 악물고 말했다.“데려오세요.”그 순간, 병실 안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고현성이 깨어났다.나는 급히 병실로 들어갔다.그는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나를 보자 몸을 움츠리며 뒷걸음질쳤다.낯선 환경이 불안한 듯 늘 강하던 그가 이토록 나약한 모습을 보였다.나는 화가 났다.아니, 화를 낼 기력조차 없이 가슴이 무너졌다. 그리고 결국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그가 과거에 내게 했던 일들을 떠올리면 우리가 이미 끝난 사이라는 걸 생각하면 분명 난 그에게 아무런 감정을 가져선 안 된다.그런데도 이 순간만큼은 그가 무사하기를 간절히 바랐다.나는 조심스럽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고현성.”그는 멍하니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고현성이... 누구예요?”순간 눈물이 양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네 이름이야”그는 자신을 가리키며 되물었다.“제가... 고현성이에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네가 기억하는 건 뭐야?”그는 흐트러진 머리칼 사이로 불안한 눈빛을 드러냈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나를 가리키며 물었다.“그쪽은 누구예요?”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난... 네 친구 수아야, 연수아.”그렇게 부르는 게 맞겠지.나는 그의 얼굴에 난 상처를 살펴보려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나 그는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09화

    나는 그녀에게 아무런 잘못도 한 적이 없는데 굳이 나와 고현성을 갈라놓으려 했다.겉으로는 유서정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그건 결국 그녀 안에 숨겨진 어두운 인격이 만들어낸 결과일 뿐이었다.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엄마는 조용히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수아야, 이제 너도 성인이 되었으니 더 이상 네게 숨길 필요 없는 이야기들이 있어. 혜원이가 귀국하고 싶어 해. 네 능력이라면 쉬울 것 같은데 좀 도와줄 수 있겠니?”도와줄 수 있겠냐고?절대 안 되지.오혜원을 해외로 내쫓은 사람이 바로 나고, 그녀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도록 막은 것도 나였다.그리고 그녀가 돌아와서 또다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하지만 나는 엄마의 부탁을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지금까지도 오혜원이 저지른 짓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그러나 이제 와서 말해봤자 엄마를 괴롭게 할 뿐이었다.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마침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고현성이었다.나는 급히 엄마에게 말했다.“저, 전화 좀 받고 올게요.”그러고는 급히 저택 밖으로 나가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고현성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걸어왔다.나는 짜증스럽게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대체 뭐 하는 거야?”차마 예상치 못한 한마디였다.“누구세요?”나는 순간 멍해졌다.“뭔 소리야?”전화 너머로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왜 제 핸드폰에 그쪽 번호가 저장된 거예요?”나는 비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고현성, 재미있어? 설마 또 기억을 잃었다는 소릴 하려는 거야? 이미 한 번 속았는데 또 속을 것 같아? 이제 와서 그런 수작 부린다고...”그는 말을 끊더니 나지막이 말했다.“제 이름이... 고현성이에요?”“...?”설마... 진심인가?그 순간, 누군가 핸드폰을 낚아채더니 전화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수아 씨, 저 기억하세요?”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지혜 씨?”“네, 저예요.”나는 순간 충격에 휩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08화

    함승윤이 답장을 보내왔다.[전 그냥 왕재민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얘기한 것뿐입니다. 꽤나 폐쇄적인 사람이라 외부 사람들과 전혀 교류하지 않는 데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전부 가문에서 나서서 해결합니다. 사람들은 왕재민을 본 적도 없을 겁니다. 심지어 석씨 가문도 왕재민의 사진조차 본 적 없습니다.]나는 그에게 답했다.[꽤 신비롭네요.]최희연은 이렇게 신비로운 사람을 어떻게 알게 된 걸까?기회가 되면 그녀에게 한번 물어봐야겠다.그의 이야기에 함승윤은 흥미를 보이며 말했다.[왕씨 가문은 엄청난 재벌가예요. 그런데 석씨 가문은 단 한 번도 왕씨 가문과 사업적으로든, 인간적으로든 관계를 맺은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희연 씨가 사모님이 되었고 가주님은 희연 씨의 절친이다 보니 어쩌면 이 관계를 장기적으로 유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나는 즉시 그의 말뜻을 이해했다.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비록 석씨 가문을 위한 말이었지만 모든 걸 이익만으로 따질 수는 없었다.예를 들면 나랑 희연이 관계처럼.나는 더 이상 그의 메시지에 답하지 않았다. 핸드폰을 내려놓자 갑자기 석지훈이 보고 싶어졌다. 그와 떨어져 있는 매 순간이 고통스러웠다.언제부터 이렇게까지 그에게 의지하게 되었을까?나는 한숨을 내쉬었다.그 모습을 본 김은정은 나를 보며 물었다.“왜 그러니?”나는 대충 둘러대며 말했다.“그냥... 오빠가 보고 싶어서요.”그 말을 들은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분은 잘 계시니?”김은정이 말하는 그분은 나의 친어머니였다.나는 담담하면서도 씁쓸한 목소리로 답했다.“상황이 별로 좋지 않아요.”그녀는 내 곁에 앉더니 마치 어릴 적처럼 다정하게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그때 네게 신장을 기증했을 때 엄마는 그분을 본 적이 없었어. 병원에서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했거든. 너희 아빠와 난 그 분이 너를 한 번도 보러 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원망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기꺼이 신장을 내어준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했어.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07화

    최희연은 자신이 조금 우습게 느껴졌다.겨우 두 번 왔던 아이스랜드를 집이라 부를 수 있을까?그녀는 오두막의 담장 근처에서 알래스카 말라뮤트를 산책시키고 있었다. 거의 그녀와 키가 비슷할 정도로 큰 대형견이었다. 왕자현의 여동생이 아이스랜드에서 키우고 있었다.여동생은 아이스랜드 수도인 레이카비크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아이스랜드를 떠나야 할 일이 있어 임시로 왕자현에게 맡긴 것이었다. 그는 개를 싫어하지도, 그렇다고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다.그는 사람들에게 시켜 알래스카 말라뮤트를 위한 작은 통나무집을 문 앞에 지어주게 했다.그런데 알래스카 말라뮤트는 왕자현이 두려운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 통나무집에 들어간 적이 없었다.눈치를 아주 잘 보는 개였다.산책을 마친 최희연은 개를 작은 통나무집에 묶어두고서야 연수아의 메시지를 확인했다.순간 그녀에게 아이스랜드에 왔다는 말을 미처 하지 못했던 것이 떠올랐다.연수아가 메시지로 진유겸의 이름을 언급하는 순간 그녀는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그를 다시 떠올리는 것조차 너무나도 싫었다.그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너무도 아팠다.그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녀의 마음은 너무나도 모순적이었다.그를 미워하면서도 한편으로 얼마나 사랑했을까?진서준이 세상을 떠난 후로 진유겸은 그녀가 기댈 수 있는 가장 큰 존재였다.하지만 이제 그는 그녀의 삶에서 사라졌다.그것도 아주 잔인한 방식으로.그녀는 생각할수록 서러웠다.“희연 씨, 무슨 생각 하고 있어요?”순간 귓가에 다정하지만 사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눈앞에는 하얀 고풍스러운 옷을 걸친 왕자현이 서 있었다. 소매는 넓었고 끝부분에는 정교한 자수가 새겨져 있었다.원래도 창백한 그의 얼굴은 눈 속에서 더욱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마치 그림에서 막 걸어 나온 듯했다.최희연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며 무심코 입을 열었다.“자현 씨.”왕자현은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며 물었다.“넋이 나갔네요?”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06화

    진유겸은 요즘 주민솔의 일로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 어제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고정재에게서 문자가 왔다. 비록 주민솔이 아직 경찰서에 있지만 진유겸이 이미 윗선에 압력을 넣었다고 했다. 그리고 고정재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버틸 수 있는 건 기껏해야 며칠 정도일 것이라고 했다.며칠이야 아무래도 상관없었다.조금이라도 더 붙잡아 둘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어차피 나는 이제 최희연이 주민솔을 쉽게 놔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주민솔 일은 유겸 씨가 신경 쓸 필요 없어요. 방해만 하지 말아주세요.”진유겸은 갑자기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제가 민솔에게 빚진 게 있어서 반드시 구해야 해요.”나는 순간 멍해졌다.“우리 그렇게 친했나요?”그리고 갑자기 뭔가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저한테 말하는 이유가, 유겸 씨 사정을 희연이한테 전해주길 바라는 건 아니죠?”“...”나는 그에게 다시 물었다.“그럼 유겸 씨는 왜 직접 설명하지 않는 건데요?”사실 지금 와서 설명해 봤자 이미 늦었다.나는 원래 최희연이 이미 결혼했다는 사실을 말해주려 했지만 그녀한테서 직접 듣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어떻게 할지 지켜보는 게 맞는 것 같았다.둘 사이에서 괜한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참 바보 같네요.”진유겸은 한마디를 던지고 전화를 끊어버렸다.나는 입을 삐죽이며 중얼거렸다.“어이없어. 그러니까 희연이를 놓친 거지!”그리고 바로 최희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유겸 씨가 방금 전화해서 네 행방에 대해 묻더라. 난 모른다고 했어. 그리고 네가 결혼했다는 사실도 말하지 않았어.]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그녀의 답장을 받았다.[나 지금 아이스랜드야.]아이스랜드.왕자현이 있는 곳이다.나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 함승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왕자현의 정보에 대해 조사해 줘요. 희연이가 걱정돼요.]얼마 지나지 않아 함승윤이 답장을 보내왔다.[아무 정보도 찾을 수 없습니다.]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잖아!나는 다시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05화

    유모는 웃으며 말했다.“요즘 도련님이 없으니까 아가씨가 많이 얌전해졌어요. 도련님이 보고 싶은가 봐요.”나는 웃으며 말했다.“며칠 뒤면 올 거예요.”나는 유모를 지나쳐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빠는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었다. 나는 아빠 뒤로 가서 아빠의 목을 껴안고 물었다. “엄마는요?”“승아 데리고 정원에서 산책 중이야.”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나가려는데 아빠가 갑자기 물었다.“너랑 지훈이는 애도 있는데 결혼은 언제 할 거냐?”나는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얼마 전에 약혼했잖아요?”아빠는 말했다.“너희 둘 사이에 아이가 없으면 재촉 안 했겠지만 너희는 벌써 두 아이의 부모잖니. 빨리 결혼하는 게 좋아. 너희 마음도 안정되고 아이들한테도 안정감을 주는 거니까. 그리고 지훈이가 그저께 날 뭐라고 불렀는지 알아? 아저씨래. 자기 애들 외할아버지를 아저씨라고 부르는 게 말이 되냐?”이제 보니 아버지는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계셨던 것이다.나는 웃으며 설명했다.“아마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었을 거예요. 근데 지훈 씨는 예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니 아마 적절한지 계속 고민했을 거예요. 우리가 아직 결혼 안 했으니까 일단 아저씨라고 부른 거죠! 아빠,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신경 안 쓰게 생겼냐? 너희 둘 지금 이게 뭐냐? 약혼은 했지만 뭔가 찜찜해. 너희 둘이 혼인신고 하는 걸 봐야 마음이 놓일 것 같다. 그래야 안심하고 내 딸을 시집보낼 수 있지.”아빠는 쓸쓸하게 말했다.“네 결혼식을 보고 싶구나.”석지훈에게는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그러니 우리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혼인신고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그가 언젠가 나에게 모든 것을 설명해 줄 거라고 믿었다. 그건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그저께 밤 그가 했던 말들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했다.그리고 나는 그를 믿었다.나는 아빠를 안심시켰다.“볼 수 있을 거예요. 결혼하면 꼭 아빠 초대할게요! 아빠, 너무 걱정 마세요. 저 엄마한테 갔다 올게요!”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04화

    간호사는 내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환자 치료 중인데 왜 함부로 들어와요?!”김예진은 나인 것을 발견하고 간호사에게 말했다.“내 동생이에요. 걱정돼서 온 거니까 이해해주세요.”그녀는 평소엔 유순해 보여도 중요한 순간엔 단호했다. 나는 간호사를 흘끗 보고 그녀에게 다가갔다.“언니, 어쩌다 이렇게 다치셨어요? 오빠는요?”그날 밤 나는 두 분이 이혼 얘기를 하는 것을 들었지만 모르는 척하며 물었다.“오빠는 왜 같이 안 왔어요?”김예진은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출근했어.”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그런데 어떻게 다치신 거예요?”그러자 그녀는 대충 둘러댔다.“그냥 넘어졌어.”넘어져서 이렇게 다칠 수가 있나?나는 김예진의 앞에서 조민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그녀는 다급하게 말렸다.“수아야, 오빠 일하는 데 방해하지 마.”나는 그녀를 막아서며 말했다.“언니는 오빠의 아내이니 다쳤으면 남편이 옆에 있어야죠. 안 그러면 남편이 왜 필요해요?”김예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조민수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그녀의 팔에 난 상처를 보고 굳은 얼굴로 물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김예진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넘어졌어요.”조민수는 바로 쏘아붙였다.“내가 바보로 보여요?”그녀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수아도 있는데.”나는 그 말을 듣고 서둘러 조민수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난 상주시에 잠깐 볼일이 있어서 왔는데 이제 끝나서 급하게 가 봐야 해. 오빠는 언니 잘 챙겨드려. 나중에 또 봐.”조민수가 말했다.“조심히 가.”나는 김예진에게 웃으며 인사했다.“언니, 갈게요.”나는 서둘러 병원을 나섰다. 운성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조민수에게서 문자가 왔다. [수아야, 전화해 줘서 고맙다. 네가 아니었으면 네 언니는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했을 거야.]나는 답장을 보냈다.[별말씀. 오빠, 언니 잘 챙겨주고 속상하게 하지 마.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언니를 다치게 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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