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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7화

작가: 고능비
“결혼식도 관성 호텔에서 하겠다고 하지, 돈이 얼마나 많이 들겠어? 결혼 비용도 다 우리더러 부담하라고 하니 이게 며느리를 데려오는 건지, 공주마마를 모셔오는 건지...”

하예진은 행주로 식탁을 닦으면서 김은희가 무슨 말을 하든지 한마디도 참견하지 않았다.

전 시어머니가 이러쿵저러쿵 불평하는 이유는 그저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만약 서현주가 예전의 멍청한 그녀처럼 자기 돈으로 신혼집을 꾸미고, 예장도 요구하지 않았다면 전 시어머니는 아마 주형인은 이혼해도 훨씬 더 젊고 예쁜 아내를 얻을 수 있다고 입에 침이 마르게 자랑했을 것이고, 반면 못생기고 뚱뚱한 그녀는 주형인을 떠나면 누구도 원하는 남자가 없을 거라고 비꼬았을 것이다.

“예진아, 돈 아끼느라 너무 적게 먹는 거 아니니? 이 어미가 보기에 너 살이 많이 빠진 것 같구나.”

“전 이미 당신 아들과 이혼했으니 아줌만 이젠 제 어머니가 아니에요. 다시는 제 앞에서 어머니라고 하지 마세요.”

하예진은 김은희가 시어머니라고 자칭하자 더는 참을 수 없었다.

김은희는 멋쩍게 웃었다.

“이미 습관 되어 당분간 말을 바꾸기가 어려울 것 같아. 우리 형인이가 나눠준 돈이면 은행 이자만으로도 푼푼하게 먹고 살 수 있을 테니 너무 아끼느라 하지 말아. 너 살이 빠진 걸 바라, 쯧쯧... 다행이도 우빈이는 살이 좀 올랐네. 이젠 안고 있으면 무거워. 그런데 예진아, 이 가게는 네 이모가 꾸려준 거니? 네 이모는 큰 부자이니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일 거야.”

김은희가 오늘 온 이유는 첫째는 정말 손자가 보고 싶었고, 둘째는 다시 하예진에게 잘 보이고 싶었고, 셋째는 성씨 가문 사모님이 하예진 자매에게 어느 정도까지 도움을 주었는지 알고 싶어서였다. 만약 아들이 하예진과 재혼하면 이득을 볼 수 있을지 알고 싶었다.

주형인은 요즘 누가 계속 뒤에서 그를 헐뜯는 바람에 대표님의 눈 밖에 났다. 그는 거의 매일 혼나고 있어 업무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다고 불평하고 있다. 주형인은 결혼 전에 이직하고 이제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면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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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진아, 나 먼저 간다? 다음에 또 너랑 우빈이 보러 올게.”김은희는 한마디 던지고는 도망치듯 떠났다.주우빈을 안은 하예정은 문밖으로 따라나가 김은희가 택시에 앉아 떠나는 것을 보며 말했다.“예전에는 이렇게 적극적으로 우빈이를 보러 오지도 않더니 지금 와서 무슨 좋은 할머니 행세를 하는 거야?”그녀는 김은희가 떠나기 전에 주우빈에게 준 장난감 차를 손에 들고 아이에게 물었다.“우빈아, 이 차가 마음에 들어?”“아니, 싫어요. 나에겐 장난감 차가 많아요. 진짜 자동차처럼 달릴 수도 있는걸요.”주우빈이 고개를 가로저었다.할머니가 사준 장난감 차는 달릴 수도 없는 장난감이었다.“그럼 버리는 게 어때?”“아니요, 정한 형한테 줄래요.”주우빈는 이 장난감 차를 정한 형에게 주면 그가 다시는 자기의 장난감을 빼앗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우빈아, 앞으로 형은 네 장난감을 뺏지 못할 거야, 네가 버리기 아까우면 다른 친구들한테 줘도 돼. 하지만 임정한한테는 주지 마.”“그럼, 가희 누나한테 줄래요.”조카를 안고 가게로 돌아온 하예정이 언니에게 물었다.“언니, 가희가 누구야? 우빈이가 이 차를 가희 누나한테 주겠대.”“우빈이와 잘 노는 옆집 막내딸이야.”우빈이가 선물 받은 장난감 차를 누구에게 주든지 하예진은 상관하지 않았고 그저 자기 아들의 결정에 맡겼다.주우빈은 집에 장난감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는데, 그를 워낙 예뻐하는 성소현은 올 때마다 장난감을 가득 사다 주곤 한다.하예진은 모두의 이쁨을 받는 주우빈이 혹시나 나쁜 버릇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되어 더 엄하게 다스리고 있다.“언니, 그 늙은이가 뭐 하러 온 거야?”하예정은 김은희가 한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이에 하예진은 웃으며 비꼬았다.“우빈이 보러 왔겠어? 서현주가 결혼 예물로 엄청난 액수의 돈을 요구했을 뿐만 아니라 보석 장신구도 세 개나 사달라고 하고, 이것저것 사는 데 돈이 많이 든다고 흉보러 온 거야. 꼴 보기 좋아, 서씨네가 그 집안의 재산을 다 털어버렸으면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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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예정은 그의 볼을 두 번 더 꼬집고는 바로 손을 거둬들였다. 전태윤은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쳐다보며 나지막이 속삭였다.“내가 머리까지 숙였는데 키스 안 해줄 거야?”하예정은 재빨리 주변을 둘러보고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여기 밖이에요. 오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고요.”버블티 가게에 손님들이 꽤 많았다.하예정은 말만 거침없이 할 뿐 실전에는 겁쟁이나 다름없다.전태윤이 눈웃음을 지으며 되물었다.“그럼 내가 키스해줄까?”하예정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그가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잡고 가까이 다가와 빨간 입술에 키스했다.다만 딥 키스는 아니고 가볍게 입 맞춘 후 바로 놓아주며 다정하게 말했다.“얼른 가서 밥 먹자. 처형 오래 기다리시겠어.”전태윤은 하예정의 손을 잡고 그녀의 차 쪽으로 걸어가 차 키를 가져오며 말했다.“내가 운전할게.”하예정도 아무 의견이 없었다. 두 사람 모두 운전할 줄 알기에 누가 하던 다 똑같으니까.차에 올라탄 후 그녀가 질문을 건넸다.“전씨 그룹 사모님은 아직도 얼굴을 내비치지 않으셨어요?”전태윤이 머리를 갸웃거리며 그녀를 바라보다가 덤덤하게 차를 몰았다.“왜? 우리 대표님 부인분께 관심 있어?”“아니요. 그게 아니라 아까 여기 왔을 때 소현 언니 봤거든요. 언니가 마침 밀크티 가게에 앉아 있었는데 태윤 씨네 회사 건물을 마주하고 있더라고요. 내 생각엔 아직도 태윤 씨네 대표님을 잊지 못한 것 같아요. 그러다가 전씨 그룹에서 몇 대의 차량이 빠져나갔는데 언니도 재빨리 뒤따라갔어요. 그 차가 전씨 그룹 대표님 전용차인지 모르겠어요. 태윤 씨네 대표님은 외출할 때마다 한 무리 경호원을 거느리고 다녀서 포스가 차 넘치잖아요. 대표님 말곤 또 누가 그렇게 전용차를 타고 다니겠어요.”전태윤은 그녀의 말을 들으며 온몸에 식은땀이 쫙 흘렀다.‘내가 늦게 나오길 천만다행이야. 하마터면 소현 씨한테 예정이랑 함께 있는 모습을 들킬 뻔했어.’예준하가 A시로 돌아가기 전에 또다시 전태윤을 보러 온 것도 참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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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웅할 필요 없어요. 빨리 가게로 돌아가세요. 밖이 너무 추워요.”“도착하면 우리에게 무사히 가게에 돌아갔다고 문자 주세요.”하예정이 한마디 당부했다.여운초는 웃으며 말했다.“알았어요. 얼른 들어가세요. 감기에 걸리면 안 돼요.”두 사람은 임산부였다.하예정과 심효진은 여운초가 차에 탔을 때야 비로소 가게로 돌아왔다.두 사람이 가게에 돌아온 지 겨우 30분이 지났을 때 여운별이 가게로 들어왔다.용씨 사모님의 신분이 아닌 여운별의 신분으로, 버스를 타고 왔다.관성에서 가장 큰 버스 정류장이 바로 관성 중학교 입구 맞은편에 있었기 때문에 여운별이 버스를 타고 오는 것이 매우 편리했다.여운별은 자라면서 처음으로 버스를 탔다.용태호가 보내서 다시 돌아오게 된 것이다.용태호는 여운별이 서점에서 여운초를 만난 사실을 들었다. 여운초가 과거에 비록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청력이 민감하기에 같은 어머니를 둔 여운별의 목소리에 가장 익숙했다.용태호는 여운별이 얼굴을 바꿀 수 있지만, 목소리는 단번에 연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여 여운초에게 그들의 계략을 간파당할까 봐 걱정되어 여운별을 길 가던 도중에 차에서 내리게 하고는 여운별의 모습을 되찾아 버스를 타고 다시 서점에 들러 여운초를 찾아가게 했다.이렇게 하면 설령 여운초 일행이 의심하더라도 여운별의 등장으로 인해 의혹이 감소할 것이다.용태호는 전태윤이 사람을 시켜 여운별을 감시하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여운별이 용씨 사모님의 나타나지 않는 한, 그녀의 행방은 모두 외부에 노출되어 전태윤의 사람들이 그녀의 행방을 알 수 있었다.하지만 여운별은 용씨 사모님의 신분으로 나타날 때면 전태윤의 사람들이 여운별을 보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소씨 가문의 사람들조차 한동안 찾지 못할 것이다.용태호가 여운별에게 큰소리친 것이 아니라, 그들 용씨 가문은 정말로 전씨 가문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소씨 가문도 그들은 단지 적을 추가하고 싶지 않을 뿐, 소씨 가문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었다.“여운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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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운초가 말했다.하예정은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저녁에 태윤 씨가 돌아오면 한 번 언급해 보세요. 그런데 만약 정말 여운별이라면... 누군가와 협력하고 있다는 뜻일 텐데... 무슨 재앙이 들이닥칠지 걱정돼서 그래요. 어쨌든 조심해야 해요.”하예정은 여운초에게 조심하라고 알려주었다.하예정 본인도 조심해야 할 것이다.다행히 하예정의 생활이 매우 편안하지만, 그녀도 감히 소홀히 하지 못하고 항상 경계심을 품고 있었다.이는 강성의 이씨 가문과 관련이 있다.이은화가 자신을 키워준 맏언니조차 해쳤는데 어렵게 얻어온 이씨 가문의 가주 자리를 쉽게 맏언니의 후손에게 돌려주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예정이 외출할 때 경호원들이 따라다녀야 한다. 그녀가 스스로 방어할 줄 안다고 해도 배속의 작은 전태윤이 부딪히면 사고가 나기 쉬울 것이다.여운초는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조심할게요. 운별이가 감옥에서 나온 뒤로 저도 늘 조심하고 있어요. 비가 그쳤으니 저도 꽃 가게로 돌아가겠어요.”“우리와 함께 식사하고 가요.”여운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니에요. 두 분 모두 임신하셨는데 저에게 밥을 짓게 하면 안 되죠. 저도 밥을 해드리고 싶지만, 실력이 형편없어서... 돌아가서 배달시켜 먹으면 돼요.”여운초는 눈이 멀기 전에는 요리할 줄 알았다. 추미자와 여운별의 괴롭힘을 당하는 바람에 진작 요리할 줄 알았다. 그러나 눈이 먼 뒤로 요리 솜씨도 이미 서툴러졌다.그러나 지금 그녀가 요리하고 싶어도 전이진이 동의하지 않았다.전이진은 전씨 가문 아홉 명의 도련님 중에서 요리 솜씨가 가장 뛰어난 사람이다. 한가할 때는 전이진이 요리를 하고 여운초는 단지 먹는 것만 담당했다.심효진도 웃으며 말을 건넸다.“우리는 음식을 가리지도 않아요. 저희야말로 운초 씨가 우리가 한 요리를 좋아하지 않을까 봐 걱정이에요. 이진 씨 요리 솜씨도 엄청 좋은데, 운초 씨는 참 복을 타고났네요. 처음 운초 씨를 만났을 때 매우 날씬해 보이더니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927화

    여운초는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왠지 저의 여동생 여운별 같았어요. 몸매나 목소리도 너무 비슷한데 얼굴만 닮지 않았거든요... 운별이가 어제 리조트에 가서 우리 시어머니를 찾아 제가 너무 음흉하고 독해서 자신을 굶어 죽게 한다면서 돈을 달라고 한참을 떠들어댔거든요. 그 뒤로 저와 이진 씨가 돌아갔는데 어머님께서 1000원짜리 푼돈을 한 주머니를 가득 담고 맨 위에 5만 원 몇 장만 놓고 줬거든요. 아마 5만 원짜리 돈이 한 주머니라고 착각했을 거예요.”여운초가 의심 가는 사람의 이름을 말하자 하예정이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맞아요. 맞아요. 여운별 씨 같았어요. 말씀하시니까 생각나네요. 어제 우리 가게에 왔을 때부터 몸매가 매우 낯익다고 느꼈었는데. 운초 씨, 그 여자가 정말 운초 씨 동생 맞을까요? 변장한 건 아닐까요?”여운초가 한참을 생각하더니 대답했다.“운별이는 지금 돈이 없어서 경호원을 고용할 수 없어요. 그분의 경호원도 그분을 사모님이라고 불렀거든요. 운별이가 남자 친구도 없는데 결혼은 더 말할 나위도 없죠. 게다가 분장할 이유도 없잖아요. 여운별의 성격으로 우리를 찾아오고 싶었으면 분장하지 않고 직접 찾아왔을 거예요.”여운별은 매우 오만한 사람이다. 바로 이런 오만함 때문에 큰 실수를 저질렀고 전태윤 일행을 건드리게 된 것이다. 그 후로 추미자 일행도 따라서 잘못을 저지르게 되어 감옥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여운초가 그 틈을 타 모든 것을 되찾았다.여운초가 오늘의 행복이 있을 수 있었던 건 모두 여운별의 오만함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하예정은 여운별을 본 횟수가 많지 않지만 여운별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하예정이 입을 열었다.“그렇긴 해요. 여운별 씨가 지금 돈도 없고 남자 친구도 없는 것도 그 오만하고 나대는 성격 때문이죠. 분장하여 낯선 사람 신분으로 오지는 않을 거예요. 다음에 만날 기회가 있으면 시댁이 누구인지 한 번 돌려서 물어봐야겠어요. 정말로 시댁이 있는지...”심효진도 끼어들어 말했다.“예정아,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926화

    하예정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심효진만 여운별과 접촉하지 못했다. 그녀는 여운별에 대해서 이름만 알고 있을 뿐 사람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아무런 느낌도 받지 못했다.“가게로 돌아가서 말해요. 여기 너무 추워요. 비가 많이 오지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싸늘해요.”하예정은 한쪽 손으로 여운초의 팔짱을 끼고 다른 한 손으로 심효진의 손을 잡고 다시 카운터 앞으로 가서 앉았다.“물 갖다 드릴게요. 아까 호떡 먹었더니 너무 목이 마른 것 같네요. 정씨 아저씨 고향에서 보내온 특산품은 참 맛있어서 자꾸 먹고 싶단 말이죠.”심효진이 물을 따르며 말했다.하예정은 웃으며 여운초를 부축해 앉혔다.여운초가 입을 열었다.“예정 씨, 저 앞을 볼 수 있어요.”예전에는 여운초는 앞을 볼 수 없었지만 익숙한 환경에서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그녀가 익숙한 환경에서만 정상인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전이진은 항상 “꽃필 무렵”에 전화를 걸어 여운초가 전씨 그룹으로 꽃 배달하게 했다.그 당시 여운초는 전이진이 자신을 괴롭히는 줄로만 알았다.전이진은 늘 여운초를 아내로 여기면서, 그녀가 그를 찾아가는 길을 익숙하게 하고 싶었다.이러한 일들도 전이진이 나중에야 그녀에게 알려주었다.그녀가 익숙한 환경에서 정상인처럼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운초 씨가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않았기도 하고 또 제가 운초 씨 지인이자 형수님이거든요. 제가 운초 씨를 잘 돌보지 못하면 이진 도련님께서 저를 찾아와 따질 거예요. 저는 이진 도련님이 제가 운초 씨한테 놀러 가게 하지 못하게는 게 가장 두려워요.”여운초는 화내는 척했다.“감히 그러기나 하겠어요! 만약 정말 그렇게 행동한다면 제가 이진 씨 귀를 힘껏 잡아당길 거에요.”하예정이 웃으며 물었다.“진짜로 귀를 잡아당겨 봤어요?”여운초가 대답했다.“아니요...”하예정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여운초는 전이진 앞에서 부드럽고 대범한 면만 보였을 뿐 냉혹한 면을 거의 보여주지 않았다. 비록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925화

    여운별은 용태호와 몇 마디만 통화하고는 이내 전화를 끊어버렸다.단지 용태호가 그녀에게 어디에 갔고 언제 집에 돌아가냐고 물었을 뿐이다.전화를 끊은 여운별은 더는 서점에 남아 있지 않고 당장 떠나고 싶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카운터 앞에 앉아있는 세 명의 여인과 서 있는 몇몇 경호원들을 바라보았다.여운별은 마음속으로 너무 질투 났다.이 작은 서점에 여섯 명의 경호원이 있었다. 하예정 일행이 각자 두 명의 경호원을 데리고 다녔다.여운별도 지금 외출할 때 두 명의 경호원이 따라다니지만, 그 경호원들은 그녀 앞에서는 공손하게 대하고 뒤에서는 그녀를 통제했다. 그녀의 일거수일투족과 행동은 모두 경호원의 요구에 따라 행동해야 했기에 하예정 일행의 경호원들과는 성질이 달랐다.여운별이 얼굴을 바꾸자 하예정도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여운초는 여운별의 친언니이지만 여운초는 10년 동안 눈이 멀었고 지금은 시력을 되찾았다고 해도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고 들었다. 눈앞의 사물을 잘 볼 수 있을 뿐, 조금만 멀어도 잘 보이지 않았다.아마도 도수 높은 근시 사람들과 마찬가지일 것이다.생각해보니 여운초도 그녀의 현재 모습에 대해 너무 많은 기억이 없을 것이다.여운초가 익숙한 것은 여운별의 목소리뿐이다. 여운별은 이따가 말할 때 일부러 목소리를 바꾸기만 하면 될 일이다.이렇게 생각하며 여운별은 다시 책장으로 돌아가 연습 책 세트를 들고 실수로 한 페이지를 찢은 책을 들고 카운터로 향했다.여운별은 그 책들을 카운터에 올려놓고 며칠 동안 배운 음성 변경 능력으로 일부러 말투를 바꾸며 하예정에게 말했다.“모두 얼마죠?”여운초는 여운별이 다가와 거리가 가까워지자 여운별을 쳐다보았다. 몸매도 목소리도 익숙해서 항상 이 소리가 여운별의 목소리 같다고 느꼈지만, 막상 얼굴을 똑똑히 보니 또 잘못 본 듯했다.여운초는 시력을 되찾은 뒤 여운별과 여러 차례 맞붙어 여운별의 모습을 기억했다.하예정은 가격을 알려주었고 여운별이 결제했다. 그리고 하예정이 그 책들을 주머니에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924화

    그러나 심효진이 남인경보다 더 복이 많아 소정남과 눈이 맞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소씨 가문의 경제적 조건은 김씨 가문보다 훨씬 나았다.심효진은 소씨 가문으로 시집갔을 때 명해은의 눈치도 볼 필요 없이 시댁 식구들은 그녀에게 무척 다정하게 잘해주었다.남인경은 젊었을 때 김씨 가문에 시집갔지만, 시어머니에게 무시당해 많은 고생을 했었다. 그러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비로소 시름 놓고 편히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여운초도 따라 웃었다가 말했다.“이렇게 말해 주니 두렵지 않은 것 같아요.”“두려울 것 없어요. 예전에 갖은 고생 다 하면서도 두려워하지 않았는데 지금 생활에 꽃이 피었고 의지할 곳도 생겼는데 더 두려울 것 없어야죠. 운초 씨, 기억하세요. 운초 씨 배후에는 전씨 가문 전체 사람들이 서 있다는 것을요.”하예정은 큰형수님의 패기를 발휘하여 여운초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운초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적군이 쳐들어오면 장군을 보내어 막고, 홍수가 밀려오면 흙으로 둑을 쌓아 막는다고 두려울 것 하나도 없다.“예정 씨, 이 일은 이진 씨에게 절대로 말씀하시면 안 돼요. 제가 잠시 긴장돼서 그래요. 지금은 많이 나아졌어요.”여운초는 남편에게 사실 좀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그가 알게 되면 더 따라가려고 애를 쓸 것이 분명하니까.전이진을 따라오지 못하게 하면 또 여운초에게 홀로 남겨둔다고 그를 사랑하지 않느냐며 따질 것이다.여운초는 정말 울지도 웃지도 못할 지경이다.사적으로 전이진은 때때로 좀 유치하다.그것 또한 전이진과 부부가 된 후에야 그런 모습을 드러냈다. 예전에는 성숙하고 진지하고 부드럽기만 했는데.“네. 약속드릴게요. 그런데 이진 도련님과 같이 안 가요?”“어머님께서 여자끼리 모이는 모임이라 남자가 거의 없다고 이진 씨에게 따라가지 말라고 하셨어요. 이진 씨는 또 제가 어머님이랑만 놀러 간다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투덜대는데 어찌나 웃기는지.”여운초는 웃음을 터뜨렸다.그녀의 말 속에는 행복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923화

    “지금 우리 가게가 바쁘지 않아서 직접 방문해서 함께 얘기하고 싶어서 왔죠.”여운초가 직접 방문한 것은 주로 동서이자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하예정은 경호원들에게 원래 있었던 몇 개의 화분을 옮겨 내가고 다시 여운초가 가져온 새로운 화분을 교체하라고 지시했다.심효진은 여운초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주며 말했다.“자, 따뜻한 물 한 잔 마셔요. 오늘은 기온이 내려가서 추워요.”그리고 또 경호원들에게도 따듯한 물 한 잔을 따라 마시라고 했다.이 경호원들은 이미 이 서점에 대해 익숙해졌다.그들은 사모님 세 분이 거드름을 피우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여운초는 따뜻한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카운터 위의 호떡을 보았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하지만 하예정은 그녀에게 먹어보라고 제안했다.여운초는 사양하지 않고 하나 들어서 먹어보았다.여운별은 그 호떡이 분명 맛있을 것으로 추측했다.여운초는 맛있다고 말하지 않고 두 명의 친구와 함께 일상적인 얘기를 나누었다.마지막으로 여운초가 이틀 후에 시어머니 명해은과 함께 연회에 참석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여운초가 하예정에게 말을 건넸다.“예정 씨, 만약 예정 씨가 임신하지 않았다면 우리 두 사람이 함께 참석할 수 있었을 텐데. 저의 어머님 앞에서 제가 예의를 갖추어 단아해 보이지만 저 사실 정말 긴장돼요. 저는 연회에 거의 참석해보지 못했거든요.”여운별은 여씨 가문의 큰 딸이다. 그러나 친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고 친어머니가 계모보다 더 혹독한 사람이었다.그녀는 어려서부터 행복하게 지낸 적 없었다. 열여섯 살 때 친어머니에게 처참하게 당해 어둠 속에서 살게 되면서 여씨 가문에서 하인만도 못한 생활을 했다.그런데 연회에 참석할 기회가 어디 있겠는가?친엄마인 추미자는 종종 행사에 참석하고 접대 같은 것도 하지만 보통 여운별을 데리고 세상 물정을 보러 나가곤 했다.여운초가 여씨 가문의 주인으로 되었을 때 눈은 아직 치료되지 않아 연회에 참석하기도 어려웠다.하여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922화

    심효진이 대답했다.“맛있어. 먹자마자 내가 맛있게 느껴지더라고.”“우리 반반씩 나누어 먹자.”하예정은 말하면서 주방으로 들어가 주머니 안에서 호떡을 꺼내 심효진에게 나누어 주었다.심효진도 사양하지 않고 받았다.책장 뒤에 숨어서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여운별은 어안이 벙벙했다.‘두 사람 혹시 평생 호떡을 먹어본 적 없었어? 검은깨가 있는 호떡이 저리도 맛있나? 두 사람이 반반씩 나누어 먹을 정도라니.’여운별은 그 호떡이 얼마나 맛있는지 무척 궁금했다.다만 그녀는 지금 용씨 사모님의 신분으로 나타나 아직 하예정과 친해지지 않아 그녀에게 호떡을 달라고 말하기가 부끄러웠다.“예정 씨, 효진 씨. 안에 계세요?”익숙한 소리가 밖에서 들려오자 책장 뒤에 숨어 있던 여운별은 갑자기 얼굴색이 변했고 문득 긴장해졌다.그 소리는 여운초의 목소리였다!여운초는 막 우산을 쓰고 걸어왔다.그녀 뒤에는 전이진이 그녀를 보호하도록 배정해준 경호원이 따라 들어왔다. 여운초가 전이진과 함께 있지 않은 한, 두 명의 경호원은 항상 그녀를 따라가곤 했다.두 명의 경호원은 손수레를 끌고 있었고 그 위에는 몇 개의 녹색 화분이 놓여 있었다.이것은 하예정이 오늘 아침 서점에 도착한 뒤 여운초에게 전화를 걸어 시간이 날 때 녹색 화분 몇 개를 배달해 달라고 한 것이다.가게의 원래 있었던 화분 몇 개를 교체해 달라고 요청했었다.원래 키우던 녹색 화분들이 무성하게 자라자, 하예정은 그것들을 여운초에게 부탁해 꽃가게로 가져가 가지를 치고 화분에 나누어 달라고 했다.여운초는 가게 직원이 꽃을 가져다주는 것을 기다렸다가 동서들에게 녹색 화분 몇 개를 골라 보내왔다.“운초 씨, 우리 여기 있어요.”하예정이 대답했다.전씨 가문의 두 경호원은 여운초를 보더니 공손하게 인사했다.여운별은 책꽂이에 있는 책을 뒤적이다가 결국 책은 땅에 떨어뜨려 소리를 냈다.“죄송해요.”여운별은 미안한 표정으로 말하면서 서둘러 몸을 웅크리고 그 책들을 주워 책꽂이에 다시 놓았다.그리고 계속해서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921화

    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태아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건 정상이야. 나도 가끔은 느끼기도 해. 하지만 그다지 현실적이지 않아서 착각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어.”말은 이렇게 했지만, 하예정은 손님이 없는 틈을 타 심효진의 배를 만지려 했다.심효진은 카운터로 돌아와 하예정이 만지도록 허락했다. 배 속의 아기는 잠을 자고 있는지 하예정이 어루만졌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아마 자고 있을 거야. 아침에 깨어나면 난 분명하게 아기가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거든. 정남 씨도 만져보더니 놀라움을 금치 못하더라고. 아기와 오랫동안 소통하더니 아기가 피곤했는지 자고 있어.”하예정은 웃으며 손을 거두어들였다.하예정도 곧 태아의 움직임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심효진을 부러워할 필요 없었다.이때 밖에서 하이힐 발소리가 들렸다.곧 한 젊은 여인이 걸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어제 책을 사가던 그 젊은 여인이었다. 즉 얼굴이 바뀐 여운별이었다.여운별이 들어오는 것을 본 하예정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안녕하세요, 연습 책을 더 사려고요?”여운별은 심효진을 쳐다보고는 다시 하예정에게 시선을 돌렸다.“어제 가게에서 산 연습 책들이 시동생이 매우 유용하다고 말하더라고요. 오늘 저에게 한 세트 더 사달라고 친구에게 선물하겠다고 해서 오늘 한 세트 더 사러 왔어요.”하예정은 일어나서 준비된 연습 책을 가지러 가며 말했다.“그럼요. 정말 유용할 거예요. 관성의 많은 중학교 학생들 모두 이 자료를 사용하거든요.”여운별은 하예정을 따라다니다가 하예정의 손에 쥔 호떡 반 조각을 보고는 마음속으로 비방했다.‘전씨 가문의 사모님이라는 사람이 여기서 이런 싸구려 따위 호떡이나 먹고... 쯧쯧.’농촌에서 나온 시골뜨기가 나뭇가지에 올라가도 날지는 못하는 법이다.여운별은 마음속으로 하예정을 경멸하고 싫어했다.하예정은 운이 좋아 전태윤과 결혼하여 갑부의 사모님으로 되었다고 여겼다. 관성에서는 갑부인 전씨 가문의 어르신들 사상이 전부 개방적이라서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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