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효진은 하예정이 큰이모를 잘못 찾았다고 착각했다.“우리 엄마와 큰이모는 친자매야. 지금 호영이가 강성에서 딸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큰 가문을 알게 됐어. 그 가문의 전임 가주가 여동생에게 해를 입어 시댁 식구들까지도 비명횡사했는데, 겉으로는 사고사로 알려져 있어.”“그 가주에게 두 딸이 있었어. 그런데 두 딸이 수십 년 전 실종되었고 생사는 불명확해. 그 가문은 이씨 성을 가졌고 우리 엄마의 원래 성씨도 이씨였어. 그래서 전태윤은 우리 엄마가 그 가문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의심하고 있어.”심효진은 눈을 크게 뜨며 놀라서 말했다.“대박. 정말 복잡한 일이었구나.”친구의 엄마는 참 불쌍한 분이라고 할 수 있다.만약 정말로 이씨 가문의 사람이라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뜻이지만, 그 호화로운 삶을 누릴 운이 없어 어린 나이에 온 가족을 잃었다는 것이다.친자매와 함께 고아원에 들어가서 나중에 입양되었으나 안정된 삶을 살지 못하고, 여러 양부모에게 수차례 전전하다가 7~8살에 홍씨 가문에 의해 거두어 자랐다.이후 하씨 가문에 시집가서 두 딸을 낳았지만 편애하는 시부모를 만나게 되었다. 다행히 남편이 그녀에게 매우 잘해줬고 딸들도 효도해주었다. 이런 작은 행복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도 일종의 행복이었다.그런데 다시 불운이 닥쳐 부부가 교통사고로 모두 사망하고, 배상금도 시댁의 양모 가족에게 대부분 빼앗기고 말았다.친구 엄마의 불운은 두 딸까지 고생시키며 십여 년을 이어졌다.하예정 역시 엄마의 운명이 이렇게나 복잡할 줄은 몰랐다.하예정은 핸드폰을 집어들고 친구에게 말했다.“효진아, 가게 좀 봐줘. 나 지금 큰이모 집에 가야 돼.”“그래. 천천히 운전해. 사실이든 아니든 천천히 알아보고 조사하면 돼. 전태윤도 소정남한테 도움을 청할 거야.”“사실이라 해도 전태윤의 말대로 이 일은 큰이모에게 맡기는 게 좋아. 큰이모가 본인이 겪은 일을 잘 해결할 수 있을 거야.”성씨 가문 사모님의 젊었을 적 이야기는 심효진도 여러 번 들었다.만약 성씨 가문
하예정은 이해심 있게 웃으며 말했다. “효진이도 그렇게 말했어요.”“소현 언니, 큰이모 집에 계세요?”하예정은 선물을 들고 성소현과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우리 엄마 집에 있어.”성소현이 대답하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엄마가 요즘 좀 조용해지셨어. 그래도 내가 준하랑 사귀는 걸 아직 잘 받아들이지 않으셔. 예정아, 기회가 있을 때 우리 엄마 앞에서 준하에 대해 좋은 말 좀 많이 해줘.”“우리가 아무리 말해봤자 우리 엄마는 듣지 않을 거야. 너랑 예진 언니가 말하는 건 엄마가 좀 들어주실 거야.”하예정은 흔쾌히 응답하고 이어서 물었다.“큰이모가 조용해지셨다고요? 내가 모르는 일이 생긴 거예요?”“이따가 얘기해줄게. 너한테만 말할게. 비밀 지켜줘야 해. 효진한테도 말하지 마. 걔가 알면 난리 날 거야.”선효진은 지금 소지훈의 동서인데 만약 소지훈이 요즘 계속 몰래 소현에게 선물을 보내는 걸 알면 선효진은 틀림없이 소정남에게 말할 거고, 소정남은 그의 큰아버지에게 말할 것이다. 그러면 소씨 가문 전체가 알게 될 것이다.소씨 가문의 가주는 지금 아들을 구할 수 있는 여자를 찾는 데 가장 열광인데 만약 소지훈의 행동을 알게 되면, 어쩌면 바로 혼담을 꺼내러 올지도 모른다.성씨 가문 사모님은 딸을 광성 본지 남자와 결혼시키고 싶어 하지만 소지훈 같은 가문은 시집보내고 싶어하지 않는다.주로 소지훈이 성소현을 볼때 조금의 애정도 없고 아주 평온하다.소지훈이 그렇게 하는 것은 틀림없이 숨겨진 목적이 있다.소지훈과 비교되면서 성씨 가문 사모님은 준하의 장점을 보게 되었고 그래서 요즘 조용해졌으며 준하가 방문했을 때 태도가 조금 좋아졌다.성소현의 말을 들은 하예정은 자신이 여행 중일 때 두 친구가 싸웠을까 봐 걱정되어 물었다.“효진이 알면 안 돼요? 둘이 싸웠어요?”“아니, 안 싸웠어. 결혼 문제야. 들어가서 말할게. 엄마가 들을까 봐.”성소현은 주제를 바꾸었다.하예정의 호기심은 성소현에 의해 자극되었지만, 성소현이 말하고 싶어 하지
우빈은 하예진을 닮았고 하예진은 그녀의 친엄마를 닮았다. 성씨 가문 사모님은 큰조카딸과 그녀의 아들을 보면서 항상 여동생을 보는 것 같았다.“기뻐서 눈물도 없이 일찍 일어나서 유치원 복장을 갈아입고, 스스로 작은 책가방을 들고 즐겁게 유치원에 갔어요. 오히려 저와 제 언니가 익숙하지 않았어요.”아이들이 첫날 유치원에 가면 아이들이 더 빨리 적응하고 부모가 오히려 익숙하지 않아 유치원에 있는 아이들을 자꾸 생각하고 하교 시간이 빨리 오기를 바랐다.성씨 가문 사모님이 웃으며 말했다.“첫날 유치원은 신기해서 재미있다고 생각하지만, 하루 종일 유치원에 있어야 한다는 걸 몰라. 많은 아이들이 이틀, 사흘 후에야 울고불고하며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해.”성씨 가문 사모님은 자신의 딸을 보며 딸이 어렸을 때의 창피한 일을 이야기했다.“소현이 어렸을 때 유치원에 갔을 때도 그랬어. 첫날, 이튿날은 즐겁게 갔는데 셋째 날부터는 일어나지 않으려고 했어. 일어나라고 하면 자고 싶다고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했어.”“일주일 후에는 울고불고하는 소현을 차에 태워 유치원에 보내야 했어. 유치원에 도착해서도 몇 명의 선생님이 울고 있는 소현을 붙잡아 교실로 데려갔지.”성소현은 얼굴이 빨개졌다.“엄마, 정말 나 맞아? 기억이 잘 안 나. 내 기억으로는 나는 정말 착한 아이였는데.”유치원에 가려면 부모가 자신을 차에 태우고 내렸다고 상상하니 성소현은 믿을 수가 없었다.절대 자신일 리가 없었다!둘째 오빠겠지. 둘째 오빠가 가능하지. 이렇게 귀여운 여자아이가 그런 창피한 일을 했을 리가 없다.“엄마의 기억력 좋거든. 바로 너야. 너희 아버지와 오빠들이 너를 너무 귀여워해서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하면 바로 퇴학시킬 생각을 했었어. 엄마가 아니었으면 너는 아마 유치원 생활을 경험하지 못했을 거야.”“엄마가 너 유치원에 보내야 한다고 고집하자 너희 아버지와 오빠들이 할 수 없이 매일 아침 억지로 너를 차에 태웠지. 아버지가 너를 안고 오빠 둘이 너의 다리를 각각 한 쪽씩 잡아서
“강성의 이씨 가문?”성씨 가문 사모님은 멍하니 말했다.“들어본 적은 있지만 그 가문과는 교류가 없어. 왜?”“큰이모, 이씨 성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아요. 강성의 이씨 가문은 다른 가문과 달라요. 그 가문은 딸을 존중하고, 가주는 항상 딸에게 물려줘요.”성씨 가문 사모님은 하예정을 바라보며 물었다.“예정아, 네가 보기엔 이모가 이씨 가문과 관련이 있고 이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건가?"하예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전태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서 이 일을 저에게 말해줬어요. 그래서 제가 이모에게 물어보러 온 거예요.”“큰이모, 집이 어디였는지 기억하세요?”성씨 가문 사모님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회상에 잠겼다.겨우 8살이였을 때 여동생과 함께 고아원에 보내졌다. 비록 어느 정도 철이 있긴 했지만 아직 어린아이였기에 많은 일을 알지 못했다.부모님과 가족이 모두 사라진 후, 자신과 여동생이 고아가 되었다는 것만 알았다. 한 가정부가 그들을 집에서 데리고 나와 여러 곳을 돌아다닌 후, 마침내 관성에 있는 고아원에 들어갔다.나이가 너무 어렸기 때문에 기억력이 좋았어도 자신의 집이 어디였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다만 어릴 때 집이 잘 살았고 사람들이 그녀를 아가씨라고 불렀다는 것만 기억했다.엄마는 매우 바빴고 주로 아빠가 곁에 있었다.부모님은 그들을 매우 사랑해 주셨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그들이 여자아이들이라는 이유로 싫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자아이들이라서 더 좋다고 생각하셨다.어느 날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부모님, 할아버지와 할머니, 삼촌과 작은고모 등 가족이 외출하고 나서 돌아오지 않았다. 나중에 어른들이 그들에게 부모님과 가족이 모두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알려주었다.그 이후로는 성씨 가문 사모님과 여동생만 남게 되었다.여동생은 나이가 너무 어려 죽음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고 그녀도 사실 잘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부모님과 가족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만 알았다.그 후, 그들은 그 집을 떠나 계속 차를 타고 걷고, 차
이씨 가문 현임 가주는 현재 70세이다. 언니가 첫째를 낳을 때 그녀는 18살이였다. 성씨 가문 사모님이 바로 이씨 가문 현임 가주의 큰조카딸이며 올해는 52세이다.하예정은 자신의 큰이모가 52세 이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큰이모는 성씨 그룹에서 시아버지의 호감을 얻어 남편이랑 사랑하고 결혼하며 자식을 낳았다. 장자 성기현은 올해 32세이다. 큰이모가 이씨 가문 현임 가주의 장녀라면, 20살 때 장자를 낳았다는 말인가?40~50년 전에는 결혼이 일찍 이루어졌지만 20살에 아이를 낳는 것은 너무 이른 것 같다.“큰이모, 이씨 가문 현임 가주의 큰조카딸은 올해 52세가 되어야 하는데 나이가 맞지 않는 것 같아요.”성씨 가문 사모님이 말했다.“지금 사용하는 나이가 나의 실제 나이보다 8살이 많아. 전에 신분증을 만들 때 많은 사람들이 나이를 조금 더 먹은 척해서 성인이 되어 일하고 돈을 벌 수 있게 했어.”하예정과 성소현은 말이 막혔다.“...”“엄마, 엄마의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8살이나 많다니!”성소현은 엄마의 진짜 나이를 몰랐다.성씨 가문 사모님이 말했다.“지금은 모두 신분증 나이를 기준으로 하니까, 하예정이 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나도 이야기하지 않았을 거야.”성씨 가문 사모님은 십 대 초반에 일을 하러 나왔다.성기현을 낳을 때 20세가 되지 않았다.그 시절에는 많은 사람들이 17세나 18세 때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성씨 가문 사모님은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었다.“나이가 맞다면 큰이모와 제 엄마는 아마도 이씨 가문 현임 가주의 두 조카딸일 것 같아요.”하예정이 말했다.성씨 가문 사모님은 옛일을 떠올리며 하예정의 이야기와 연결했다.“예정아, 이것은 나와 너희 엄마의 출신 문제에 관련된 일이니까 내가 조사하고 밝혀낼 거야.”“큰이모께서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저한테나 전태윤에게 말씀하세요. 제가 크게 도울 수는 없지만, 전태윤이 도울 수 있어요. 호영도 아직 강성에 있으니까 이씨 가문의 과거는 호영이가 고현한테 알아낸 거예요.”
이 일이 큰이모의 기분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중요성을 인지하고 다정하게 말했다.“좀 쉬세요, 큰이모. 저와 소현언니 먼저 나갈게요.”성씨 가문 사모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딸에게 말했다.“소현아, 예정이랑 나가서 놀아라. 엄마 걱정하지 말고. 엄마가 지금까지 많은 일을 겪어봤으니 괜찮아.”성씨 가문 사모님은 정말로 이씨 가문 출신이었고 전임 가주의 딸이었다. 부모와 가족들은 모두 둘째 이모에게 해를 입었다. 이모가 법의 심판을 받게 하려면 오랜 시간 증거를 수집해야 했다. 하지만 수십 년이나 지났는데 아직 증거를 찾을 수 있을까?성씨 가문 사모님은 자신을 진정시켰다. 진정한 후에 자신이 이씨 가문 출신임이 확인되면 그때 가서 계획을 세울 것이다.“큰이모, 저희 나갈게요.”하예정은 일어나 소현에게 같이 나가자고 손짓했다.성소현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엄마를 바라보았다.“소현아, 엄마 걱정하지 마.”성씨 가문 사모님은 다시 딸을 안심시키며 딸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성소현은 엄마가 항상 강하고 독립적인 사람임을 알고 있었다. 이번 일은 엄마에게 큰 충격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만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만약 엄마가 정말로 큰 원한을 품고 있다면 부모와 가족을 위해 복수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우리는 자녀로서 엄마를 지지해야 한다.“엄마, 저와 예정이는 정원에 있을게요. 필요하다면 부르세요.”성씨 가문 사모님은 미소를 지었다.“알았다. 나가서 놀아라. 엄마가 잠시 진정할게.”성소현과 하예정은 나갔다.집안에서 나오자 성소현은 휴대폰을 꺼내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예정에게 아버지를 원말했다.“우리 아빠는 요즘 낚시에 빠졌어. 매일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때나 밤에야 돌아오셔. 엄마 곁에 같이 있어 주지도 않아.”성문철은 곧 딸의 전화를 받아 조용히 말했다.“소현아, 무슨 일이니? 아빠 낚시 중이야. 너무 크게 말하지 마, 물고기가 도망가면 낚이지 않으니까. 오늘 잡은 물고기를 저녁에 엄마한테 구워줄 거라고 말했어."“생선구이를 먹고 싶으
“엄마 친정이 강성의 이씨 가문인 것 같아요. 그리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는 지금 이씨 가문 가주에게 살해당한 것 같고요. 만일 엄마가 정말로 이씨 가문 사람이라면 지금 이씨 가문 가주가 바로 둘째 이모이고 그 사람이 바로 엄마의 부모를 죽인 원수예요.”성소현은 아버지에게 간단하게 설명했다. 성문철이 듣더니 큰일이다 싶어 바로 성소현에게 말했다.“알았어. 아빠 지금 바로 집에 갈게. 아빠가 집에 있기 싫어서 나온 거 아니고 엄마가 바로 낚시해서 잡은 물고기를 구워 먹으면 더 맛있다고 해서 날마다 낚시하러 나오는 거야.”성문철이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아내인데 어찌 아내를 집에 홀로 남겨놓고 자기만의 행복을 누릴 수 있겠는가?요즘 성문철이 매일 낚시하러 가는 이유가 바로 아내의 한마디 말 때문이었다.“아빠, 운전 조심해서 돌아와요.”“알았어.”바삐 전화를 끊은 성문철은 바로 낚싯대를 정리해서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성문철이 전화를 끊고 난 뒤 성소현이 하예정에게 말했다.“또 한 번 우리 아빠의 사랑꾼 모습에 놀랐어. 나는 아빠가 매일 낚시 가길래 아빠가 변한 줄 알았어. 그런데 그건 엄마가 낚시로 갓 잡은 물고기를 구워 먹으면 더 맛있다고 해서 매일 낚시하러 가신 거야.”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이모부와 큰이모가 워낙 금슬이 좋잖아요. 젊을 때는 부부이고 나이 들면 친구라고 하잖아요. 이런 부부가 제일 부러워요.”가정이 화목하고 자식이 효도하는 큰이모의 생활이 자기 엄마보다 훨씬 행복하고 행운이었다. 하예정이 자신의 부모님을 떠올렸다. 부모님이 만약 아직 살아 계신다면 두 사람도 금슬이 좋은 부부일 것이고 자기와 언니도 부모님에게 엄청나게 효도했을 것으로 생각했다.하지만 하예정 자매가 이제 어른이 되어 부모님을 공경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자 부모님은 돌아가셨다.부모님에게 효도하고 싶어도 이젠 기회가 없었다.“부러워할 것 없어. 태윤 씨가 널 많이 사랑하잖아. 너희 부부도 이제 아주 행복할 거야. 넌 항상 부러움의 대상이잖아.”“
하예정이 눈을 깜짝이며 애써 눈물을 참았다.“작은이모가 하늘에서 너와 예진 언니가 잘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아주 뿌듯해하실 거야.”하예정이 연신 머리를 끄덕이었다. 부모님이 하늘에서 두 자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 시름을 놓을 것이다.이때 대문 벨 소리가 울려왔다.하예정과 성소현이 마당에서 산보하던 중 대문 앞에 사람이 서 있는 것을 보고 하인이 문 열어주기 전에 누구인지 확인하고는 문을 열어주었다.하예정도 따라갔다.별장 단지 내의 경비원이었다.경비원은 한 손으로는 꽃다발을 한 아름 안고 다른 손으로는 쇼핑백을 여러 개 들고 있었다. 얼핏 보니 옷인 것 같았다. “성소현 씨. 먼젓번 그 남자분이 저보고 전해주라고 했어요.”경비원은 꽃다발과 쇼핑백을 성소현에게 넘겨주었다.성소현은 받을 생각을 하지 않고 경비원에게 물었다.“그 사람 갔어요?”“네. 저에게 이걸 전해주고는 바로 차 타고 갔어요.”성소현이 입술을 깨물면서 생각했다.‘돌려주기 힘들겠네.’성소현은 할 수 없이 꽃다발과 쇼핑백을 받으면서 경비원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니 경비원은 괜찮다면서 바로 자리를 떴다.하예정이 그걸 보더니 바로 호기심이 생겨 성소현에게 물었다.“언니, 또 어떤 남자가 언니한테 반했어요? 준하 씨가 보낸 거 아니죠?”아까 경비원의 말대로라면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 같았다. 성소현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반한 거 아니야. 뭐라고 설명할지 모르지만 반한 건 절대 아니야. 안 그래도 너에게 말해주려고 했어. 그런데 절대 효진 씨 알게 하면 안 돼.”“저기 정자에 가서 앉아서 얘기해. 하지만 예정이 너 비밀 지켜야 해. 절대 효진 씨한테 말하면 안 돼. 효진 씨가 알게 되면 정남 씨도 알게 되고 그러면 피곤해져.”하예정이 말했다.“비밀 지킬 테니 걱정하지 마요. 중요한 일인 것 같은데 절대 효진이한테 말하지 않을게요.”두 사람이 말하면서 정자를 향해 걸어갔다.정자에 들어서더니 성소현이 내부 전화로 집사에게 전화를 걸어 과일과 간식을 준비하게 했다.
“아버지, 만약 윤정이가 끝내 떠나지 않겠다고 하면 어쩌죠?”거의 삼십 년을 이윤정과 남매로 지내왔기에 정일범은 그녀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는 이윤정이 쉽게 떠나지 않을 것이라 짐작했다. 그럴 만도 한 게 그녀는 아직도 어머니의 용서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지금 이윤정에게는 수입원이 없었다. 그런데 그녀더러 강성을 떠나라고 한다면 어떻게 살아가란 말인가?물론 이윤정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평생 안락한 환경에서 자라며 콧대를 높여왔다. 그런 그녀가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잠시 침묵하던 정군호가 입을 열었다.“더 이상 강성에 머물게 하지 말고 최대한 설득해서 보내도록 해.”“알겠습니다. 사람을 보내서 윤정이를 찾아보고, 찾으면 몰래 돈을 쥐여주고 강성을 떠나게 하죠.”“아버지, 이젠 좀 쉬세요. 저도 좀 피곤해서 잠깐 쉬려고요.”정일범이 말했다.“그래, 밖의 소파에서 눈 좀 붙이렴.”정군호는 그래도 아들을 생각하는 듯했다. 정군호는 아들의 피곤한 얼굴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거실 소파에서 편히 쉬라고 권했다.그리고 정군호도 곧 잠에 빠져들었다.관성은 어느덧 오후 세 시 반이 되었다. 하예정이 심효진에게 말했다.“효진아, 나 우빈이 데리러 유치원 좀 갔다 올게.”심효진이 가볍게 답했다.“그래, 다녀와. 우빈이 데리고 바로 집에 가. 여기서는 사람들이 도와줄 거니까 굳이 다시 오지 않아도 돼.”심효진은 친구가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는 게 마음에 걸렸다.하예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응, 우빈이 데리고 큰이모 집에 들를 거야. 아기도 보고.”겸사겸사 아기도 볼 수 있었다.우빈은 아기 보는 걸 참 좋아했다.매번 아기를 보고 나면, 그 작은 생명은 언제 나와서 자신과 함께 놀 수 있을지 묻곤 했다.그러면서 자신의 많은 장난감들을 아기한테 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하예정은 두 명의 경호원과 함께 서점을 나섰다. 떠나기 전, 심
비록 하예진과 고현이 위층에 올라가지 않았다고 해도 전호영이 위층에 올라갔기 때문에 분명 그 일을 그녀들에게 알려주었을 것이다.정군호가 입을 열었다.“하예진은 네 큰이모의 후손이야. 분명 가주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돌아온 사람이지. 하예진은 반드시 우리 이씨 가문의 이런 일들을 남에게 알려줄 거야. 우리 가문을 망신시켜 경쟁자를 하나라도 줄이려고. 윤정은 비록 내 친딸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우리 집에서 자라온 아이야. 2년 전, 윤정이가 우리 가문의 친딸이 아니라는 것을 몰랐을 때만 해도 20여 년 동안의 감정도 있고 하니 네 엄마가 윤정이를 가주 자리에 앉혀 놓을 기회가 있었을 텐데. 지금 와서 보니 그런 기회가 이제 없을 것 같아.”정일범이 말을 건넸다.“아빠, 우리 형제들에게도 기회가 있을까요? 우리가 바람을 피우다 발견된 후로 엄마는 윤미를 더욱 중히 여기세요. 이제 윤미 곁에 방 비서가 배정되었으니 방 비서의 도움으로 윤미가 이씨 가문에서 자리를 잘 잡고 있어요. 하여 우리도 중심 세력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고요. 윤미는 우리에게 잘해주지 않거든요. 윤미의 마음속에서 저의 지위는 아마 매우 낮을걸요. 저도 윤미를 동생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해요. 윤미가 정말로 가주 자리에 앉게 된다면 우리는 더 잘 지내지 못할 거예요.”정군호가 말을 이었다.“윤미가 가주 자리에 앉게 되는 것이 하예진이 그룹을 이어받는 것보다는 나아. 하예진은 네 큰이모의 후손이야. 사람들이 네 엄마가 큰이모를 죽였다고 말하고 있어. 하예진이 이번에 강성으로 온 이유도 가주 자리를 빼앗으려는 것 외에도 진실을 조사하고 복수하려고 왔을 거야. 그런데 윤미는 너의 친동생이잖아. 너희들이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여기에서 무사히 살아갈 수는 있을걸.”정군호는 한숨을 쉬며 계속해서 말했다.“이씨 가문의 규정이라 어쩔 수도 없어. 이씨 가문을 아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아닌 딸에게 물려주는 규정이 대대로 지켜왔거든. 너희들이 엄마 뱃속에서 이씨 가문의 아들로 태어났으니
정군호는 이윤미를 바라보며 말했다.“윤미야, 일범도 왔으니 얼른 가봐. 요즘 네 엄마가 기분이 안 좋으셔서 회사에 돌아가지도 않으시고 집안일도 신경 쓰지 않으셨어. 너도 힘들 테니 얼른 가서 쉬어.”정일범도 맞장구쳤다.“그래, 윤미야. 내가 여기서 아빠랑 같이 있으면 돼.”이윤미도 더는 이곳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정군호와 부녀간의 정이 없었다.이윤미가 만약 정군호의 친딸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이 늙은 영감을 만나기도 싫었을 것이다.“오빠, 그럼 난 가볼게. 무슨 일 있으면 다시 전화 줘.”“알았어. 차 조심하고.”정일범은 한 마디 당부하면서 이윤미와 방윤림을 배웅했다.두 사람이 멀리 떠난 뒤에야 정일범은 몸을 돌려 정군호에게 말했다.“아빠, 윤미와 방 비서가 돌아갔어요.”정군호가 다시 말을 건넸다.“2분 후에 다시 한번 둘러봐.”정일범은 정군호가 이윤정에 관해 묻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아채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몇 분 후, 정일범은 밖으로 나가 병실 근처를 모두 둘러본 후, 이윤미와 방윤림이 모두 떠났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병실로 돌아왔다.“아빠, 정말 갔어요. 몸은 좀 어때요? 엄마가 뭘 하셨는데요?”정일범은 문을 열고 병실로 들어가면서 정군호에게 말했다.정일범은 병상 앞에 앉으며 계속해서 말했다.“엄마가 아빠에 관해 아무것도 묻지 말라고 해서 우리는 아빠가 다친 것 외 얼마나 심하게 다치셨는지 몰랐어요.”정일범은 정구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지만 어디가 아픈지 전혀 찾지 못했다.팔다리는 멀쩡하고, 얼굴의 손바닥 자국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다만 정신 상태가 조금 나빴을 뿐이다.정군호는 정일범에 자신이 내시가 되었다는 것을 알리지 않고 가벼운 말만 꺼냈다.“내 몸이 좀 불편해서 며칠 입원했는데 회복도 잘 되어서 며칠 후면 퇴원할 수 있을 거야. 네 엄마가 그 당시 너무 화가 나서 나에게 잔인한 행동을 하신 것뿐이야. 내가 다치자 네 엄마도 무척 가슴 아파하셨어. 날 병원에 데려다주고 직접 밥도 먹여 주면서 잘
이윤미에 대한 방윤림의 마음을 이윤미는 전혀 몰랐다.알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윤미가 그를 사랑한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야만 방윤림도 그의 마음을 드러낼 것이다.어릴 때부터 받은 교육 덕분에 방윤림은 어떻게 사랑을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그저 묵묵히 이윤미를 돌보고 지켜줄 수밖에 없었다.만약 이윤미가 나중에 다른 남자랑 결혼한다고 해도, 방윤림은 진심으로 그들의 행복을 축복할 것이고 여전히 이윤미의 가장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특별 비서로 일할 것이다.앞으로 이윤미가 한 아이의 어머니로 되면 방윤림은 그 작은 주인마저 돌봐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이번 생에 그는 이윤미의 사람이었다.그의 생명이 끝날 때까지 이윤미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네.”이윤미는 정일범일 것으로 추측했지만 가서 문을 열어주지 않고 그가 직접 들어오게 했다.문을 밀고 들어온 사람은 역시 정일범이었다.그는 한 손에 꽃다발을 들고 다른 손에 과일 바구니를 들고 들어왔는데 이윤미와 방윤림이 병실 안방이 아닌 거실에 있는 모습을 보더니 그녀에게 물었다.“윤미야, 아빠는?”이윤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침대에서 누워 계시는 데 주무셨을 거예요.”정일범은 방윤림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고는 꽃다발과 과일 바구니를 든 채로 안으로 걸어갔다.이윤미도 따라 들어갔다.정군호는 침대에 누워 휴대전화로 영상을 보고 있었다. 소리가 꽤 크게 켜 놓은 것으로 보면 이윤미와 방윤림의 대화를 듣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들리지도 않았다.이윤미와 방윤림이 말하는 소리가 크지 않았다. 정군호는 결국 70대 노인이었기에 청력에 다소 문제가 있어서 조금 전에 이윤미와 방윤림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들을 수 없었다. 들리지 않을 거면 차라리 동영상 볼륨을 크게 틀어놓고 재미있게 보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정일범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나서야 정군호는 휴대전화 볼륨을 조금 낮추며 아들에게 말했다.“일범아, 진짜로 왔구나.”정일범은 과일 바
이윤미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방윤림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방윤림에게 물었다“방 비서, 혹시 좋아하는 사람 있으세요?”방윤림은 이은화가 이윤미에게 배정해준 사람이었다. 이은화는 이윤미에게 방윤림이 그녀의 곁에 머문 순간부터 방윤림을 믿을 수 있고 그 또한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윤미가 앞으로 이씨 가문의 가주가 되지 못하더라도 방윤림은 그녀와 평생 함께할 것이며 다시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이윤미는 여러 번 방윤림을 시험한 뒤에야 방윤림을 믿기로 했다.역시 방윤림은 특별 비서직을 맡기 위해 특별히 양성된 사람답게 정말 못 하는 것이 없었다.아주 유능한 사람이었다.이윤미는 이씨 그룹이 점점 못해지고 있지만, 선조들이 세운 훈련 기지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훈련 기지의 책임자가 어디서 이렇게 대단한 아이를 찾아 기지로 데려와서 조금씩 유능한 비서로 양성했는지 모른다.문무를 겸비했을 뿐만 아니라 비주얼도 아주 훌륭했다.방윤림은 비록 전씨 가문의 도련님들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잘생긴 남자라고 칭찬받을 만큼 멋지다.이윤미가 이씨 가문에 돌아온 지 2년이나 되었지만, 이씨 가문의 비서를 양성하는 훈련 기지가 어디에 있는지 아직도 알아내지 못했다.그녀는 이은화에게 물었지만, 이은화는 그녀에게 훈련 기지가 어디인지 알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 훈련 기지를 담당하는 사람은 이씨 가문에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사람들이고 가문의 사람들과 사적으로 교류하지 않지만,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만 알면 된다고 했다.전심전력으로 역대 가주들을 위해 최고의 특별 비서를 양성했다.이윤미는 이씨 가문의 재무 보고서를 보았지만, 교육 기지에 돈을 썼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하지만 매년 이씨 가문에서는 큰돈이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었지만, 돈의 행방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누군가가 단 한 번도 의문을 제기한 적 없었다.이윤미는 그 돈이 바로 훈련 기지에서 인재를 양성하는 데 지급되리라 추측했다.훈련 기지도 자급
한참을 울다가 이윤정은 그제야 울음을 그치고 일어섰다. 그녀는 40만 원을 세어보더니 더도 말고 딱 40만 원이었다.과거에는 40만 원은 그녀의 눈에는 돈에 속하지도 않았다.그러나 지금 40만 원이라는 돈은 이윤미의 한 달 숙박비와 식비일 수도 있다.지금의 이윤정은 관성의 여운별도 더 못한 삶을 살고 있었다.여운별은 비록 용태호에게 이용당하고 있었지만 적어도 친동생 여천우가 매달 그녀에게 생활비를 주기 때문에 굶지는 않았다.그러나 이윤정이 더 이상 의지할 곳이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강성을 떠나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이윤정은 돌아가서 그녀의 세 형수에게 복수하리라 다짐했다.정군호 형제는 정군호의 유전자를 이어받아 밖에서 내연녀를 두기 좋아했다.이윤정은 그들의 취향을 잘 알고 있었고 그들의 성질도 잘 알고 있었다. 정일범 형제 또한 이윤정에 대한 정도 깊었기 때문에 그녀가 조금만 꼬드겨도 금세 넘어올 것이다.그들 형제가 전부 이윤정에게 빠져들게 해서 세 형수님이 죽도록 화나게 하고 싶었다.어차피 이윤정의 몸은 이제 깨끗하지 않으니까.이윤정은 이씨 가문의 친자식이 아니기 때문에 정일범 형제와도 혈연관계가 없었다.그들이 이윤정에게 돈을 주고 그녀를 내연녀로 삼기만 하면 그뿐이었다. 그러면 조윤 일행도 기가 막혀 죽을 지경일 것이다.이윤정은 될 대로 되라고 중얼거리면서 병원을 떠났다.고급 병실의 거실 창문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이윤미는 이윤정이 이은화를 쫓아다니며 해명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윤정은 큰 소리로 울며 “엄마”라고 부르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이은화가 경호원에게 이윤정 손에 돈을 좀 쥐여주라고 하고 자리를 떠난 모습을 본 이윤미는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저 모습을 보니 아마 포기하지 않은 모양이에요. 무슨 일을 저지를지도 몰라요.”이윤미 옆에 서 있는 방윤림이 이윤미의 반응을 살피며 조용히 말했다.이윤미는 그를 쳐다보지 않았지만, 그의 말에 동의했다.“윤정이는 지금 유일하게 잡을 수 있는 건 바로 세 오빠일 거
“엄마, 누가 저와 아버지를 해쳤는지 알아요. 세 형수님이에요. 그 술은 큰오빠가 방에서 아버지께 가져다드린 술인데 큰오빠가 그렇게 할 이유가 없잖아요. 분명 형수님들일 거예요. 엄마!”이은화가 차에 올랐다.이윤정이 앞으로 덤벼들었지만 차 문도 만질 수 없었다.운전기사가 차를 몰기 전에 이은화는 창문을 눌러 경호원들에게 이윤정을 풀어주고 이윤정이 가까이 오도록 지시했다.이윤정은 웃음 지으며 경호원을 물리치고 얼른 앞으로 다가갔다.“엄마, 저 믿으시는 거죠? 제가 말한 것은 모두 사실이에요. 엄마는 계속 병원에서 아버지를 돌보느라 아직 조사할 시간이 없으셨겠지만, 집으로 돌아가셔서 조사하기만 하면 금방 진실이 밝혀질 거예요.”이은화는 이윤정을 바라보며 대답했다.“너와 군호 씨가 남의 계략에 빠졌다는 사실을 나도 알아.”이윤정이 더욱 기뻐했다.이은화의 아이큐로 모를 리가 없었으니까.“하지만 뭐? 너희 두 사람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될 수는 없잖아.”이윤정의 희망이 갑자기 사라져버렸다.“엄마.”이윤정의 눈시울이 바로 붉어졌다.그녀는 누구보다도 고통스러웠다.이윤정의 처음은 한 영감탱이에게 빼앗겨버리고 말았다.“넌 내 딸이 아니야. 네 몸에는 우리 이씨 가문의 피가 흐르지도 않고 정씨 집안의 피도 없어. 넌 나와 군호 씨 딸이 아니거든.”“하지만, 저는 엄마와 아빠가 키운 딸인걸요. 한때 저를 소중한 보물로 여기면서 저를 아끼고 사랑해 주셨잖아요.”이은화는 피식 웃었다.“그건 우리가 네 친아버지한테 속았기 때문이야. 원망하려면 네 친아버지를 원망해. 날 원망하면 안 되지. 넌 시종 우리 가문의 딸이 아니었다. 일범이는 내 친아들이고 일범의 아내도 내 며느리야. 너의 형수님들이 널 모함했는데, 그래서 뭐? 나에게는 핏줄이 가장 중요해.”이은화는 이윤정의 창백한 얼굴을 무시하고 경호원에게 분부했다.“얘한테 돈 40만 원 줘서 보내. 얼른 가자!”이은화도 속으로 화가 났지만, 조윤과 이윤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그
정군호는 이윤미가 자신과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걸 눈치채고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말을 이었다.“영화도 좀 보고 쉬어야겠어.”이윤미는 아버지를 눕히고 싶어 했고 방윤림이 그녀의 뜻을 알아듣고 대신 정군호를 눕혀 주었다.“아버지, 저와 방 비서는 거실에 있을게요. 무슨 일이 있으면 불러주세요. 이따가 큰오빠도 오실 거에요.”정군호가 의아해하며 물었다.“네 오빠가 왜 와? 네가 날 이틀 동안 돌보겠다고 하지 않았어? 왜 돌보기 싫어서 그래?”“큰오빠도 아버지 아들인데 아버지께서 입원하셨는데 오빠가 와서 돌보는 게 당연한 거 아니에요? 제가 돌보기 싫은 것과 상관없는 것 같은데요. 아버지는 저 혼자만의 아버지가 아니잖아요.”정군호는 목이 메어 잠시 할 말을 잃었다.“네 오빠는 출근하시잖아.”“저도 출근해야죠. 제가 큰오빠보다 더 바빠요.”정군호가 또 무슨 말을 하려 하자 이윤미는 이은화를 내세우며 계속해서 말했다.“엄마가 저 보고 병원으로 와서 아빠와 좀 이야기도 나누라고 했어요. 한 시간 뒤에 오빠가 오신다고 하셨고요.”정군호는 이은화의 계획이라는 말을 듣고는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정군호는 이윤정의 정황을 묻고 싶었지만 감히 이윤미에게 묻지 못했다.이윤정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그녀는 지금 입원 병동 입구 근처에 숨어 대문을 바라보며 이은화를 기다리고 있었다.드디어 이은화가 나타났다!이은화가 경호원들과 함께 입원 병동을 나서자 이윤정은 재빨리 나타나 쏜살같이 달려갔다.이은화 곁의 경호원들도 만만한 실력이 아니었기에 이윤정이 다가오기도 전에 먼저 발을 내밀었다.다행히 이윤정은 반응이 빨라 경호원이 날린 발차기를 재빨리 피했다.“엄마, 나야. 윤정이.”이윤정은 큰소리로 외쳤다.이윤정이라는 말을 들은 경호원들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지만, 여전히 이윤정을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게 했다.“엄마, 엄마!”이은화의 발걸음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가자 이윤정은 소리를 지르며 따라갔다.“엄마, 제 말 좀 들어주세요. 엄마,
이윤미가 입을 열었다.“삼촌들의 삶은 여전히 행복하게 살고 계세요.”이윤미는 정군호가 정씨 집안의 미래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정씨 집안의 미래를 위해서, 그리고 이은화의 복수 수단을 두려워했던 정군호는 스스로 그 부분을 잘라 혼인 생활을 지키기로 했다. 앞으로 같은 침대에 있더라도 아무 짓도 못 하는 점에 대해 정군호도 받아들였다.조심했어야 했는데.“그럼 됐어. 윤미야, 비록 넌 네 엄마의 이씨 성을 따르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정씨 집안의 피가 흐르고 있거든. 앞으로 정씨 집안에 무슨 일이 생기면 절대로 수수방관해서는 안 돼. 네 삼촌과 고모들도 너에게 잘 대해 주시잖아.”이윤미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그분들도 지금 그들만의 일자리가 있잖아요. 그분들이 열심히 일하고 안전하게 지내시기만 한다면 생활이 나쁘지 않을 거예요. 만약 급한 일이 생기면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도와드려야죠.”만약 이윤미가 도울 수 없는 일이라면 예외가 없을 것이다.정군호도 이윤미의 말뜻을 알아챘다.이윤미는 이은화처럼 매우 냉정하고 정씨 집안 사람들과 감정이 없다는 점도 잘 알고 있었다.정씨 집안에 가장 정이 깊은 사람이 바로 이윤정이였다.이윤정은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정군호는 부드럽게 웃었다.“성실하게 생활을 꾸려나가는 사람들이셔. 그리고 저의 사촌 형제들도 전부 성실한 사람들이지.”성실하거나 말거나 이윤미가 관여할 바는 아니지만, 그들이 이씨 가문의 명목으로 함부로 행동하면 절대로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다.이윤미는 남들이 그녀를 바둑판의 바둑알로 이용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아버지, 저도 알아요.”정군호는 이윤미를 한참 바라보다가 다시 방윤림을 힐끗 쳐다보았다. 정군호는 말을 할까 말까 망설였고 그의 모습을 본 이윤미가 먼저 입을 열었다.“아버지, 하시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세요. 우리가 친부녀 사이인데 못할 말이 어디 있겠어요?”“윤미야, 사실 네 엄마 마음속에도 한 남자가 들어있어. 다만 그 남자가 자취를 감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