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무슨 말씀이세요? 당신 형수님 자매분이 이윤미 씨랑 많이 닮았다니요? 혹시 그 형수님께서 과거에 헤어진 자매라도 있는 거 아니에요?”“우리 형수님은 하예진 누나 한 명만 있다는 것을 제가 확신해요. 친자매는 아니지만 사촌 여동생이 한 분 계신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분은 하예진 누나와 닮지 않았어요.”전호영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도 너무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서로 모르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닮아서 지금 고 대표에게 물어보는 바입니다. 혹시 몇십 년 전에 이씨 가문에서 밖에 떠돌아다니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알고 계시는가 해서요.”“저희 큰형수 자매가 이씨 가문의 밖으로 떠돌고 있는 자식일 리가 없어요. 우리 큰형수님 집안일은 제가 잘 알고 있거든요.”“그런데 우리 형수님의 돌아가신 어머님께서 고아라는 사실을 들은 것 같긴 한데. 아마 겨우 몇 살 되던 해에 형수님 어머님이 고아원에 보내졌다가 입양됐다고 들었어요. 게다가 운이 안 좋아서 양부모가 자기 아이를 갖게 되자 다른 집으로 보내졌대요. 그 뒤로 계속 다른 집으로 몇 번이고 입양되었다고 하던데.”“이경혜 씨가 수십 년이란 세월 동안 힘들게 여동생을 찾아다녔어요. 그러다가 우빈을 만난 후에야 우리 형수님 자매를 찾게 되었거든요. 우빈이는 우리 형수님의 조카예요. 하예진 누나와 엄청 닮았거든요.”고현이 되물었다.“그럼 형수님의 어머니가 이씨 가문... 이씨 가문의 전임 가주라고 의심하시는 겁니까? 지금의 이씨 가문 가주의 맏언니의 두 딸이 수십 년 전에 실종됐다는 소식은 들었어요.”전호영은 그 말을 듣자마자 무언가 사연이 있음을 알아채고 고현에게 급히 물었다.고현도 숨기지 않고 그녀가 알고 있는 이씨 가문의 역사를 모두 전호영에게 알려주었다.전호영이 그 사연을 듣자마자 휴대전화를 꺼내 바로 어머니한테 전화를 걸었고 어머니가 전화를 받자 이내 물었다.“엄마, 이경혜가 성씨가 강성의 이 씨 맞죠? ”“강성의 이 씨? 갑자기 그건 왜 물어?
“고현 씨는 참 좋겠어요. 고현 씨 부모님은 당신의 혼인에 너무 관여하시지 않으시잖아요. 재촉하시지도 않고요.”고현은 입을 오므리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현의 부모님은 결혼 재촉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결혼 재촉할 수가 없었다.고현이 남장하고 다녔기 때문에 만약 고현의 부모님께서 맞선 자리에 고현을 내보낸다면 상대방이 무척 놀라워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고현에게 빠져있는 분들은 모두 여자들이었다.고현과 결혼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따라서 고현의 부모도 어쩔 수 없었다.동생 고빈을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고빈도도 부모님의 재촉을 마음에 두지도 않았다. 매번 재촉할 때면 고빈은 항상 흘려듣고는 집을 나서면 이내 까먹곤 했다.고현의 부모는 두 남매에게 두손 두발을 다 들었다.“이경혜 씨의 성씨가 강성의 성씨이고 우리 큰형의 장모님도 이경혜의 동생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강성 이씨 성일 거예요.”“이윤미와 하예진이 이토록 닮은 것으로 보면 제 생각에는 이경혜 씨가 지금 이씨 가문 가주의 외 조카딸일 가능성이 커요.”“그런데 나이가 안 맞는 것 같아요.”고현이 되물었다.“이경혜 씨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죠?”“이 대표가 올해 70세죠. 그 당시 이 대표가 18세 때 그의 첫 조카가 태어났기 때문에 올해 아마 52세 일 겁니다.”전호영이 말을 이었다.“저도 그분 실제 나이가 몇 살인지 잘 몰라요. 그분은 우리 부모님 나이와 비슷해요. 이경혜 씨의 장남도 벌써 30대인 것으로 보아 이경혜 씨도 60세 가까이 되셨을 겁니다.”“그분도 성씨 그룹에서 출근하셨고 지금의 남편과 시아버지가 마음에 들어 하셔서 성씨 가문에 시집갈 수 있었던 거죠.”“하지만 강성 이씨 성은 보기 드물고 또 이경혜 자매가 마침 이 씨 성이잖아요. 부모님 모두 돌아가시고 가족 모두 없었기에 고아원에 보내진 거고요. 하지만 이경혜 씨는 그의 여동생보다 훨씬 대단해요.”“여동생이 죽은 지 10년이 넘었지만 저의 큰 형수가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말하는 것을
전호영은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대답했다.“물론 되죠. 하지만 조심해야 해요.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이 소식을 이씨 가문 사람들에게 알려야 해요. 직접 가서 알려준다면 그 집안의 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거든요.”“현임 이 가주는 나이가 많으시지만 몸은 여전히 튼튼해요. 젊었을 때부터 마음이 모질고 악랄하여 건드리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전호영은 또 히죽거리면서 농담했다.“이씨 가문의 진짜 딸과 가짜 딸 모두 당신을 좋아하더군요.”고현이 말을 이었다.“이윤미 씨는 단지 저를 마음에 들어 했을 뿐이에요. 저도 분명히 그분에게 말씀드렸어요. 이윤미 씨와 제가 결과가 없을 것이라고 했더니 그녀도 흔쾌히 마음을 접더군요.”자신이 고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이씨 가문의 이윤정에 대해 고현은 예전부터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더 말할 나위도 없었다.고현은 지금은 여자의 몸이지만 설령 남자라고 해도 그녀는 이윤정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고현 씨, 이 일에 끼어들지 마세요. 제가 사람을 보내 말을 전할게요.”전호영은 자신의 미래의 아내가 이씨 가문의 싸움에 휘말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현은 전호영을 몇 번이고 쳐다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누가 그 사실을 알려주든지 상관없다고 봐요.”전호영은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고현도 말썽을 일으키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벌써 퇴근 시간이다.고현이 좋아하든 말든 전호영은 기어코 고현에게 밥을 사주겠다고 매달렸다.점심에 식사 약속이 없었기 때문에 고현은 어쩔 수 없이 전호영이 밥을 사게 내버려 두었다.하지만 식사 후 고현은 전호영이 자신의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절대 회사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전호영은 또 한 번 고씨 그룹 문 앞을 가로막았다.고현은 전호영에게 경고했다.“당신이 또 한 번 스피커를 이용해 소음을 만든다면 제가 반드시 경찰에 신고할 겁니다. 매번 소리 낼 때마다 신고할 거니까 그렇게 아세요!”전호영은 생글
고현이 말을 이었다.“전씨 할머니, 저와 전호영 씨의 일을 다 알고 계신 거예요?”“알죠. 요즘 인터넷이 발달했잖아요. 당신네 강성에서 일어난 일을 인터넷만 접속하면 우리 A 시에서도 볼 수 있으니깐요.”고현은 문득 오늘에 전화하여 고자질하려는 일이 또 실패할 것으로 예상했다.전씨 할머니도 알고 계셨고 전호영의 어머니도 알고 계셨다.하지만 전씨 가문의 중심을 잡고 계시는 전씨 할머니께서 이 사실을 아시면서도 반응이 없는 걸 보니 전호영의 일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이 틀림없었다.고자질해도 무슨 소용 있으랴!아무런 소용도 없을 것이 틀림없었다.결과는 전태윤이 말한 것처럼 전호영이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누구에게 구애하든 상관없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할머니, 저는 남자입니다.”고현은 목소리를 깔면서 말했다.“저는 게이가 아닙니다. 전호영 씨가 자꾸 저를 마음에 담아둔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없을 겁니다. 저는 오히려 전호영 씨가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할머니께서 정해주신 아내가 싫어서 반항하는 중이라고 생각해요”“할머니께서 손주들의 아내를 정해줬다는 얘기를 저도 다 들었어요.”전씨 할머니는 웃으면서 되물었다.“호영이가 고현 씨에게 제대로 말 안 하셨어요?”전호영 그 녀석이 고현한테 구애하면서도 고현에게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던 것이다. 고현이가 바로 할머니께서 고르신 아내라는 사실을 말이다.고현은 할머니 말의 요점을 알아듣고 물었다.“전호영 씨가 저에게 제대로 말 안 해줬어요. 할머니, 전호영 씨가 저에게 구애하고 있는 행동이 혹시 따로 이유가 있는 거예요? ”“고현 씨, 호영에게 가서 물어보세요. 당신 둘의 일입니다. 저는 늙어서 귀가 어둡고 눈이 침침해서 지팡이도 짚으며 다녀요. 젊은이들의 일에 신경 쓸 여력이 없어요.”말을 마친 전씨 할머니는 마음이 찔리기라도 한 듯 하예정에게 다시 휴대전화를 돌려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예정아, 네 미래 동서야. 네가 처리해 줘.”하예정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고현에게 말을 건
전호영은 웃으면서 차에서 내렸다.“좋아요.”고진호는 전호영이 사 온 수많은 물건을 보며 말했다.“호영아, 앞으로 우리 집으로 올 때 이렇게 많은 물건을 살 필요 없어. 우리 집에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아. 부족한 것이 있다면 두 사람이 부족하지. 우리 두 아이가 아직 혼자거든.”전호영은 씩 웃으며 대답했다.“고 아저씨와 고 아주머니께서 괜찮으시다면 제가 그중 빈자리 하나를 채워드릴 수 있어요.”“채워줄 수 있어? 가족들이 동의할 거로 생각해?”“제 일은 제가 알아서 잘해요.”고진호는 안심했다.고진호 부부는 전호영이 무척 마음에 들어 전호영이 사위로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딸이 말하기를 전호영이 정해진 아내가 있다고 했다. 따라서 고진호 부부의 태도가 냉랭해졌다. 그러다가 놀랍게도 전호영이 딸에게 열정 있게 구애하였고 매일 꽃도 주고 선물도 준다고 들었다.물론 고작 이틀째 구애하고 있지만 말이다.그러나 고씨 가족에게는 전호영이 고현을 추구하는 이틀이라는 시간이 2년처럼 길게 느껴졌다.“고 아저씨, 고 아주머니 안 계세요?”고 대표가 혼자 문을 나섰기 때문에 전호영이 이렇게 물어본 것이다.미래의 처가 부모님의 감정도 아주 좋으셨다. 한 분이 집을 나서면 나머지 한 분도 집에 계시지 않았다.“고 아주머니 친구분이 오늘 생일이셔서 함께 생일 파티에 가셨어. 모두 여성분들만 모였기에 난 따라가지 않았거든. 고 아주머니도 내가 따라가는 것을 싫어하셔.”“젊은 시절의 자매들 사이 모임이라 수다를 많이 떨고 싶다고 말이야.”고 대표는 전호영 준비해 온 선물들을 건네받으며 전호영에게 다시는 이렇게 물건을 많이 사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다. 그렇지 않으면 전호영을 집에 들여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농담했다.두 사람은 같이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고진호는 전호영의 곁에 앉아 나지막이 말했다.“호영아, 난 네 고 아주머니가 파티에 가서 우리 남편의 뒷말을 하는 것 같아. 남편이 모두 따라가지 않았거든. 평소 같으면 남편이 곁에 있어 주는 걸 가장
고진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고진호는 인정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전호영은 고진호가 침묵하는 모습을 보며 자기 생각이 맞는다고 진일보 확신했다.“너 게이 아니었어?”고 대표는 일부러 전호영에게 물었다.전호영은 씩 웃으면서 대답했다.“고현 씨가 진짜 남자라면 전 게이로 되죠. 제가 게이인지 아닌지는 고현 씨에게 달렸는걸요.”고진호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고진호는 전호영이 고씨 집안의 ‘장남'이 여자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묻고 싶었다.그러나 되물어보는 것은 딸 여자의 신분을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되였기 때문에 고현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분명 화를 낼 것이다.“젊은이들의 일은 스스로 알아서 처리해. 우리는는 젊은이들의 사적인 일에 관여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해.”고진호는 아무 핑계나 둘러대면서 전호영의 물음을 피했다.전호영은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고 아저씨와 아주머니 모두 저의 부모님처럼 매우 현명한 가장이세요. 앞으로 날 잡아서 고 아저씨와 아주머니를 우리 서원 리조트로 초대할게요. 우리 아버지랑 어머니와 분명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겁니다.”고진호 두 사람은 계속해서 밖으로 걸어 나갔다.“소정남 이사님 결혼식에서 본 후로 호영이 부모님을 뵌 지도 오래되었지. 다음에 찾아뵙도록 하자.”고진호는 여전히 불안해하면서 물었다.“호영아, 네가 우리 현이를 따르는 것을 나와 네 아주머니는 간섭 안 해. 너희 젊은이들의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아무런 의견도 없거든. 그런데 너의 할머니가 너에게 아내를 지정해 주신 거 아니었어?”“네가 정말 할머니를 설득할 수 있겠어?”전씨 할머니가 전씨 가문에서의 지위가 매우 높았다. 전씨 가문의 가주인 전태윤마저도 전씨 할머니 앞에서 함부로 행동하지 못했다. 그렇지 않으면 전씨 할머니의 요구하에 하예정과 결혼하지도 않았을 것이다.지금은 그 젊은 부부의 사이가 좋아졌기 때문에 전태윤도 그 당시 할머니의 결정이 맞는다고 느꼈을 것이다.전태윤 부부의 사이가
고진호는 전호영과 함께 낚시하러 갔다. 온 오후 낚시하고 있었다.저녁 무렵, 두 사람은 물통 두 개를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고진호의 물통에는 작은 물고기가 10여 마리 있었지만 전호영의 물통에는 수십 마리의 작은 물고기가 들어있었다.“호영아, 너 정말 낚시를 잘하는구나. 같은 낚싯대에 같은 미끼인데 왜 물고기들은 항상 너에게 달려가는지 이해가 안 돼. 나 오늘 낚시하기 좋아한 후로부터 물고기들을 가장 적게 잡았어.”고진호는 걸어가면서 전호영의 낚시 기술을 칭찬했다.전호영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고 아저씨, 저는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그 물고기들도 제가 멋있게 생겼다고 저의 미끼를 물었나 봐요.”고진호도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그래. 네가 젊고 잘생겨서 물고기까지 너한테 반한 모양이야. 넌 또 무엇을 할 줄 알아?”“저에게 제가 무엇을 할 줄 모르냐고 물어보시는 것이 좋을 거에요. 우리 형제들 모두 다재다능하거든요. 우리 할머니께서 말씀하시기를 기술을 많이 배우면 배울수록 좋다고 하셨어요.”“그래서 우리도 배우고 싶은 모든 것을 배웠어요. 물론 배우기 싫은 것도 배웠지만요.”“그림, 악기, 바둑 두기 등 모두 할 줄 알아요. 매우 능통한 것은 아니지만요.”고진호도 말을 이었다.“네 할머니께서 자식을 잘 키우기로 유명하셔. 네 아버지뻘과 너의 형제들 모두 네 할머니 손에서 자라서 모두 얼마나 훌륭해.”“과찬이세요. 고 아저씨. 고 아저씨와 아주머니 자식들도 얼마나 우수해요! 강성의 어르신들께서도 부러워하지 않으실 수 없을걸요.”전호영의 칭찬에 고진호는 너무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진호는 전호영에게 물었다.“이 물고기들을 모두 구워 먹을 거야? 그럼 내가 집사에게 부탁해서 식자재를 좀 준비하라고 부탁할게. 우리 오늘 저녁에 바비큐를 해 먹자.”“내가 고현이와 고빈, 그리고 네 아주머니에게 전화할게. 사람도 많으면 시끌벅적한 게 얼마나 좋아.”고진호는 말을 마치고 고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현이 막 퇴근하려고 할 때
고현은 화가 났지만 동생에게 전화해서 함께 집으로 돌아가서 밥 먹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아빠가 밥 먹으러 집으로 오라 했다고? 좋은 일이라도 생긴 거야?”고빈이가 물었다. 고현 남매는 평소 각자 명의로 된 별장에서 지내다가 명절 때만 부모님 집으로 식사하러 가곤 했다.“전 대표가 우리 집으로 가서 오후 내내 아버지를 모시고 낚시했대. 물고기를 반 통이나 잡았다고 전 대표가 생선구이 요리를 해준다나 뭐라나. 아빠가 우리 보고 전 대표 요리 솜씨를 맛보라고 하셔.”고현은 원망으로 가득 찬 어조로 말했다.전호영의 말재주는 아주 뛰어났다. 고현의 아버지는 분명 전호영과 함께한 지 3초도 안 되어 전호영에게 넘어갈 것이 뻔했다. 정말이지 고현의 일을 모두 털어놓을 수도 있었다.고현의 어머니는 더 말할 나위도 없었다.고빈은 웃었다.“전 대표가 정말 아빠를 기쁘게 해주는 재주가 있어. 형, 아빠가 이왕 집으로 돌아가서 밥 먹으라고 하신 김에 우리도 같이 가자. 나도 아빠와 함께 술 한잔한 지도 꽤 오래됐어. 나도 오늘 밤 아빠랑 술 마시고 싶어.”고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오늘 저녁에 식사 약속이 잡혔는데 아빠가 기어코 돌아가라고 하셔.”고빈은 고소하게 생각하면서 말했다.“우리 엄마 아빠한테는 사업에 관한 일은 작은 일이야. 형 결혼에 관한 일이야말로 큰일로 생각할걸.”“내가 결혼하면 다음 차례는 너야. 고소해 하지 마. 난 너보다 고작 10분 먼저 태어났을 뿐이야.”고빈이 말을 이었다.“그럼 형이 좀 더 시간을 끌면 되겠네. 전 대표를 너무 빨리 받아들이지 마. 난 2년 정도 더 놀다가 서른에 결혼할 계획이거든.”지금 고빈은 겨우 28살이다. 2년은 더 놀고 싶었다.고현은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었다.결혼이라...고현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전호영의 등장이 고현의 평온한 생활을 뒤집어 놓았다.아버지의 요구로 고현은 할 수 없이 고씨 저택으로 돌아갔다.고현은 마침 전호영에게 물어보려던 참이었다.
고현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을 이었다.“같이 자라서 가정도 깊고 하니 단번에 연락을 끊을 수 없었을 거예요.”“알고 있어요.”정일범 형제의 눈에는 이윤미라는 친여동생이 침입자이고, 그들 남매간의 정을 파괴하는 나쁜 사람일 것이다.이윤미가 나타남으로 인해 이윤정의 지위가 급격히 떨어졌다.처음에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이은화가 늘 이윤정을 편애했으니까.모두는 이윤미가 이씨 가문의 모든 재산을 이어받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고, 이윤미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혐오감을 느꼈다.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이씨 가문에 사고가 생기고 나서 가문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진정한 이씨 가문의 친딸 이윤미였다.따라서 이윤정은 이씨 가문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가짜 딸로 현재 패가망신하고 이씨 가문에서 쫓겨나 아무것도 남은 게 없었다.인생을 즐기던 이윤정은 여운별과 마찬가지로 돈이 없으면 그녀의 세 오빠에게 연락해 돈을 달라고 했다.많지는 않지만 수십만 원 정도는 거뜬히 받을 수 있었고 그 돈으로 며칠 동안 잘 잘 지낼 수 있었다.여운별은 한 번도 출근한 적이 없고 업무 경험도 없으며 일자리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하지만 이윤정은 이씨 그룹의 부대표로 일하면서 실력이 특별히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자리를 찾아 자신을 먹여 살릴만한 능력은 충분히 갖추었다.이윤정은 단지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기는 데 익숙해져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상황을 일시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리고 이윤정은 양어머니인 이은화를 만나 양어머니의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이은화가 그녀를 용서해 준다면 그녀는 이씨 가문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더라도 적어도 양어머니가 예전에 그녀에게 선물한 상가들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그녀도 이 땅에 정착할 수 있고 수입도 생겨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비록 여운별의 상가들 사업이 매우 좋지 않았고 많은 상가가 상가를 내놓은 뒤로 아직 임대주지 않았지만, 그 상가들을 팔기만 해도 적잖은 수입이 될 것이다.집도 팔고, 차와 가게도 팔
고현이 이윤미에게 차를 대접했다.이윤미도 사양하지 않고 찻잔을 들어 가볍게 차를 한 모금 마셨다.“좋은 차네요.”고현이 말을 이었다.“여기 있는 건 다 좋은 거예요. 호영 씨가 보낸 물건에는 후진 것 하나도 없어요.”하지만 이 차는 고현이 준비한 것이지, 전호영이 보내온 것이 아니다.“지난번에 우리가 이야기했던 일은 정말 여지가 없는 걸까요?”이윤미는 찻잔을 내려놓고 고현에게 부드럽게 물었다.고현은 깊은 눈빛으로 이윤미와 잠시 눈을 마주치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저는 윤미 씨와만 협력할 거예요. 이씨 그룹과 협력하지 않을 거란 뜻이죠. 이씨 가문의 사업에 관한 일이라면 저는 협력할 마음이 없어요.”그녀가 중시하는 것은 이윤미란 사람이지 이씨 가문의 이윤미가 아니었다.이윤미가 웃으며 말했다.“고 대표님께서 저를 좋게 봐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오늘 밤, 제가 고 대표님께 음식을 대접하겠습니다.”이윤미의 다른 신분으로 말이다.이윤미가 계속해서 물었다.“혹시 호영 씨와 약속이 있어요?”고현 숨김없이 사실대로 대답했다.“같이 밥 먹고 영화 보러 가기로 했어요.”두 사람은 스스럼없이 데이트할 수 있게 되었다.이윤미는 부러워하며 물었다.“그렇군요. 그럼 언제쯤 시간이 있으세요?”“최근 반달 동안 시간을 낼 수 없을 것 같아요. 내일 회사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반달 동안 휴가를 냈거든요. 호영 씨와 함께 기분 전환할 겸 여행 가기로 했거든요.”고현은 고씨 그룹을 여러 해 동안 관리했지만, 고현은 제대로 쉬어본 적 없었다. 설날에도 그녀는 여러 접대를 해야 했기에 아무런 일에도 관여하지 않는 그런 휴가를 즐겨보지 못했다.다행히 전호영이 고빈을 단단히 휘어잡아 고빈이 어쩔 수 없이 고씨 그룹의 일을 도맡았다.하여 고빈도 드디어 반달 동안 휴가를 낼 수 있었다.때때로 너무 피곤하면 고현도 마음이 지치고 무척 쉬고 싶어졌다.역시 전호영은 고빈을 무척 잘 알고 있었다.어쩐지 고현이 아는 남성이 많을 텐데 유독 전호영만 사
심효진이 편히 지내는 것을 알고 하예정도 매우 기뻤다.강성.이윤미의 차가 고씨 그룹으로 들어갔다.이씨 그룹이 고씨 그룹과 협력하려는 생각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이씨 그룹의 임시 결정권자로서 이윤미는 종종 고씨 그룹에 나타났기에 고씨 그룹 직원들도 이에 매우 익숙해졌다.고현은 이윤미에게 매우 정중히 대했고 체면도 세워주었다.하여 이윤미는 사전 예약 없이도 프런트 데스크에서 고현의 비서에게 전화를 걸면 바로 위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몇 분 후, 이윤미가 대표 사무실에 나타났다.여전히 멋진 고현의 모습에 이윤미가 감탄하며 말했다.“고 대표님, 자꾸 이런 모습으로 나타나면 여자들의 마음이 산산조각이 날 수도 있어요. 만약 고 대표님께서 우리처럼 여자 옷을 입는다면 그녀들도 곧 현실을 받아들일걸요. 여전히 남자 모습으로 다닌다면 고 대표님을 짝사랑했던 여자들의 마음이 찢어질걸요.”고현이 진짜 남자라면 고현의 연모자들 중 누군가는 반드시 강성에서 가장 뛰어난 이 남자의 마음을 움직일 기회가 있을 것이다.고현은 잠시 일을 멈추고 일어나 책상을 에돌며 이윤미에게 소파 앞에 앉으라고 했다.이윤미와 함께 들어온 비서는 고급 차와 간식을 가져와서 탁자 위를 가득 채웠다.예전에 고현의 사무실에는 비싼 손님을 대접하는 과일이 조금 있었지만, 간식은 없었다.전호영이 고현을 공개적으로 구애하고 나서부터 고현 사무실에 어떤 것이 나타나도 놀라울 일이 아니다.전호영은 무엇이든 고현의 사무실로 옮겨왔고 고현은 처음에 화를 내고, 버리다가 결국 받아들이게 되었다.이제 모두가 이해했다.전호영이 동성애자가 아닌 정상적인 남자였다!전씨 가문도 이미 진실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모두가 전호영이 아까워 전씨 가문 어른들에게 몇 번이나 이 일을 언급하여 전호영을 애초부터 막으라고 권했다.그러나 전씨 가문의 어르신들은 그들의 사상이 매우 개방적이라고, 자식들이 좋아하고 즐겁게 지내면 된다면서 전호영이 남자를 좋아하든 여자를 좋아하든 그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말
하예정은 비록 여운별이 극도로 미워하는 사람이지만 사실 두 사람이 만나는 횟수는 매우 적은 편이다. 하여 하예정은 그녀를 쉽게 알아볼 수 없을 것이다.여운별이 “꽃필 무렵”에 가는 것을 본 전씨 가문의 경호원은 돌아가서 하예정에게 알려주었다.여운별이 여운초를 찾으러 꽃 가게에 갔다는 사실을 접하자 하예정은 심효진에게 말을 건넸다.“설마 정말 나와 운초 씨가 생각이 많았나? 그 여자분이 운별 씨가 분장한 것이 아니었나?”심효진은 여운별이 분장한 용씨 사모님에 대해 깊은 별로 인상을 받지 못했다. 그녀는 젊고 아름다운 젊은 여성으로 옷차림이 화려하고 비싼 보석들을 착용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여운별과 전혀 달랐다.가장 큰 문제점은 여운별은 지금 경호원을 고용할 돈이 없다.“아닐 수도 있지. 운별 씨가 왜 다른 사람으로 분장하고 왔겠어? 너와 운초 씨를 얼마나 미워하는데. 네가 싫다고 직접 입 밖으로 말을 내뱉은 사람인데 왜 신분을 바꾸려고 하겠어? 두 사람의 몸매와 목소리만 비슷할 뿐이지 얼굴은 전혀 달라. 만약 운별 씨가 경호원을 고용할 능력이 있다면 고급 외제 차를 타고 화려하게 입고 다닐 거야. 여기에 와서 이렇게 돈 달라고 하지 않을 거고. 운별 씨 물건들이 아직 여씨 가문의 저택에 많이 남아있다고 하지 않았어?”여운초는 여운별에 옷 몇 벌만 가져가게 했다. 설령 그 옷들을 다시 판다고 해도 많이 벌지는 못할 것이다.“연습 책을 사러 온 사모님이 탄 차는 무슨 차였어요?”심효진은 자신의 경호원에게 물었다.“마이바흐를 타고 오셨어요. 그 사노님께서 들고 계신 가방도 에르메스 한정판 가방으로 우리 가문의 사모님 댁에서 본 가방과 똑같았어요.”심효진은 또 하예정에게 말을 건넸다.“예정아, 같은 사람 아닐 거야. 의심하지 마. 임신 중에는 너무 걱정하지 말고 좋은 기분을 유지해야 아이가 순하다고 했어.”하예정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알았어. 생각 안 할게. 저녁에 가서 태윤 씨에게 물어봐야겠네.”“맞아.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여씨 가문의 재산은 누구 거야? 네 부모님께서 강점한 거 아니야? 당신들이 운초 시 재산을 가로챘으면서 뭐? 당신 재산이라고? 뻔뻔스럽긴.”“여운별 씨, 난 운초가 아니야. 너의 뻔뻔함을 포용하지 않을 거야! 운초 씨가 만약 당신이 친동생인 것을 고려하지 않았더라면 당신은 지금 진작 일전 한 푼도 없이 길거리에 나앉았을 거야.”“빨리 꺼져. 난 널 보고 싶지 않아.”여운초는 마음이 모질었지만 그래도 동생들에게는 조금이나마 정이 남아있었다.그렇지 않으면 여운별을 쥐어 죽이는 것은 지금의 여운초로 놓고 말하면 개미 한 마리를 죽이는 것처럼 쉬운 일이다.“누가 당신이 보고 싶은 줄 알아? 너 아니었다면 내가 감옥에 들어가지 않았을 거고 우리 부모님도 지금 무사했을 거야. 다 너 때문이야! 내가 지금 초라하지만…. 나중에는 네가 하느님이 네 편에 서 있기를 기도해야 할 거야. 언젠가 내가 지금 받은 것만큼 전부 배로 갚아줄 테니까.”여운별도 숨김없이 하예정에 대한 미움과 원망을 전부 털어놓았다.이 또한 여운별의 성격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그녀는 용씨 사모님 신분으로 나타나야 할 때면 단아하고 부드러운 귀부인 기품으로 나타나야 했다.용태호는 여운별에 예절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초청해 주어 그녀가 자격 있는 귀부인이 되도록 했다.하지만 그건 그녀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다.여운별은 지금처럼 화가 나면 화를 내고 큰소리로 욕을 하면서 누군가를 미워해도 참지 않고 자신의 증오심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했다.“운별 씨가 그렇게 말씀하시니 내가 너무 두렵네. 엄청 무서워... 내일부터 교회에 다니면서 운별 씨가 세력을 얻지 못하고 우리에게 복수 못 하게 해달라고 빌어야겠네? 나도 우리 국민의 안전을 생각해줘야지.”여운별의 얼굴이 파랗게 변했다.하예정은 천하의 백성 안전까지 걱정했다.여운별은 하예정을 몇 번 매섭게 노려보았지만, 몇 번 노려보는 것 외에는 감히 하예정에게 어떻게 할 수 없었다.전씨 가문의 경호원들은 여운별을 유심히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
“하예정! 여운초는 어디 갔어? 얼른 나오라고 해! 운초가 당신의 가게에 있다는 것을 난 알고 있어. 꽃 가게에게 가보았는데 여기에 있다고 했어. 어쩜 그렇게 모질 수 있대? 잔돈 한 주머니만 주다니! 전부 1000원, 5000원짜리잖아!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친여동생인데 어떻게 이렇게 무정할 수 있어? 나는 밥 먹을 돈도 없어서 돈을 조금 달라고 했는데 전부 잔돈만 주다니! 내가 거지야?”여운별은 잔돈이 가득 들어있는 봉지를 떠올리더니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하예정과 심효진도 방금 여운초에게 이 일을 들었다.지금 이 시각, 여운별이 찾아와 돈을 달라고 아우성치는 바람에 하예정은 여운별과 그 연습 집을 사러 온 젊은 여성을 한 사람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하예정이 차갑게 말했다.“너무 안 됐네. 운초 씨는 이미 가셨어. 길에서 못 만났어?”여운별이 말을 이었다.“여운초가 고급 차로 움직이고 나는 주유할 돈도 없어서 버스를 타고 왔는데 내가 정말 길에서 마주칠 수 있다고 생각해?”하예정은 여전히 냉담한 태도를 유지하며 말했다.“그럼 버스를 타고 다시 꽃집에 가서 찾던가. 지금 여기 없어.”여운별은 가게를 둘러보더니 안에서 여운초의 모습을 찾지 못했다. 오만했던 기세가 약해진 여운별은 뻔뻔스럽게 하예정에게 말했다.“돈을 좀 줘. 난 지금 밥 먹을 돈도 없고 집세 낼 돈도 없어. 임대도 못 해서 지금 싸구려 여관에 묵고 있어. 천우가 한 달에 200만 원의 생활비를 준다고 했을 때 여운초가 그렇게 많은 돈을 주지 말라고 했어. 여운초는 우리 집 재산을 빼앗고 나를 밖에서 떠돌아다니게 해서 고생시키고 있어. 난 지금 춥고 배고프고... 여운초는 지금 천우가 나에게 주는 생활비조자도 관여하고 있어. 나를 굶겨 죽이려고 하나 봐. 나도 알아. 여운초는 내가 자기 재산을 앗아갈까 봐 날 굶겨 죽이려 한다는 걸. 그러면 우리 가문의 모든 재산을 모두 독차지할 수 있으니까. 천우 그 멍청한 자식! 내가 그렇게 믿었는데... 나중에 우리 부모님 재
“배웅할 필요 없어요. 빨리 가게로 돌아가세요. 밖이 너무 추워요.”“도착하면 우리에게 무사히 가게에 돌아갔다고 문자 주세요.”하예정이 한마디 당부했다.여운초는 웃으며 말했다.“알았어요. 얼른 들어가세요. 감기에 걸리면 안 돼요.”두 사람은 임산부였다.하예정과 심효진은 여운초가 차에 탔을 때야 비로소 가게로 돌아왔다.두 사람이 가게에 돌아온 지 겨우 30분이 지났을 때 여운별이 가게로 들어왔다.용씨 사모님의 신분이 아닌 여운별의 신분으로, 버스를 타고 왔다.관성에서 가장 큰 버스 정류장이 바로 관성 중학교 입구 맞은편에 있었기 때문에 여운별이 버스를 타고 오는 것이 매우 편리했다.여운별은 자라면서 처음으로 버스를 탔다.용태호가 보내서 다시 돌아오게 된 것이다.용태호는 여운별이 서점에서 여운초를 만난 사실을 들었다. 여운초가 과거에 비록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청력이 민감하기에 같은 어머니를 둔 여운별의 목소리에 가장 익숙했다.용태호는 여운별이 얼굴을 바꿀 수 있지만, 목소리는 단번에 연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여 여운초에게 그들의 계략을 간파당할까 봐 걱정되어 여운별을 길 가던 도중에 차에서 내리게 하고는 여운별의 모습을 되찾아 버스를 타고 다시 서점에 들러 여운초를 찾아가게 했다.이렇게 하면 설령 여운초 일행이 의심하더라도 여운별의 등장으로 인해 의혹이 감소할 것이다.용태호는 전태윤이 사람을 시켜 여운별을 감시하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여운별이 용씨 사모님의 나타나지 않는 한, 그녀의 행방은 모두 외부에 노출되어 전태윤의 사람들이 그녀의 행방을 알 수 있었다.하지만 여운별은 용씨 사모님의 신분으로 나타날 때면 전태윤의 사람들이 여운별을 보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소씨 가문의 사람들조차 한동안 찾지 못할 것이다.용태호가 여운별에게 큰소리친 것이 아니라, 그들 용씨 가문은 정말로 전씨 가문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소씨 가문도 그들은 단지 적을 추가하고 싶지 않을 뿐, 소씨 가문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었다.“여운초!
여운초가 말했다.하예정은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저녁에 태윤 씨가 돌아오면 한 번 언급해 보세요. 그런데 만약 정말 여운별이라면... 누군가와 협력하고 있다는 뜻일 텐데... 무슨 재앙이 들이닥칠지 걱정돼서 그래요. 어쨌든 조심해야 해요.”하예정은 여운초에게 조심하라고 알려주었다.하예정 본인도 조심해야 할 것이다.다행히 하예정의 생활이 매우 편안하지만, 그녀도 감히 소홀히 하지 못하고 항상 경계심을 품고 있었다.이는 강성의 이씨 가문과 관련이 있다.이은화가 자신을 키워준 맏언니조차 해쳤는데 어렵게 얻어온 이씨 가문의 가주 자리를 쉽게 맏언니의 후손에게 돌려주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예정이 외출할 때 경호원들이 따라다녀야 한다. 그녀가 스스로 방어할 줄 안다고 해도 배속의 작은 전태윤이 부딪히면 사고가 나기 쉬울 것이다.여운초는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조심할게요. 운별이가 감옥에서 나온 뒤로 저도 늘 조심하고 있어요. 비가 그쳤으니 저도 꽃 가게로 돌아가겠어요.”“우리와 함께 식사하고 가요.”여운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니에요. 두 분 모두 임신하셨는데 저에게 밥을 짓게 하면 안 되죠. 저도 밥을 해드리고 싶지만, 실력이 형편없어서... 돌아가서 배달시켜 먹으면 돼요.”여운초는 눈이 멀기 전에는 요리할 줄 알았다. 추미자와 여운별의 괴롭힘을 당하는 바람에 진작 요리할 줄 알았다. 그러나 눈이 먼 뒤로 요리 솜씨도 이미 서툴러졌다.그러나 지금 그녀가 요리하고 싶어도 전이진이 동의하지 않았다.전이진은 전씨 가문 아홉 명의 도련님 중에서 요리 솜씨가 가장 뛰어난 사람이다. 한가할 때는 전이진이 요리를 하고 여운초는 단지 먹는 것만 담당했다.심효진도 웃으며 말을 건넸다.“우리는 음식을 가리지도 않아요. 저희야말로 운초 씨가 우리가 한 요리를 좋아하지 않을까 봐 걱정이에요. 이진 씨 요리 솜씨도 엄청 좋은데, 운초 씨는 참 복을 타고났네요. 처음 운초 씨를 만났을 때 매우 날씬해 보이더니
여운초는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왠지 저의 여동생 여운별 같았어요. 몸매나 목소리도 너무 비슷한데 얼굴만 닮지 않았거든요... 운별이가 어제 리조트에 가서 우리 시어머니를 찾아 제가 너무 음흉하고 독해서 자신을 굶어 죽게 한다면서 돈을 달라고 한참을 떠들어댔거든요. 그 뒤로 저와 이진 씨가 돌아갔는데 어머님께서 1000원짜리 푼돈을 한 주머니를 가득 담고 맨 위에 5만 원 몇 장만 놓고 줬거든요. 아마 5만 원짜리 돈이 한 주머니라고 착각했을 거예요.”여운초가 의심 가는 사람의 이름을 말하자 하예정이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맞아요. 맞아요. 여운별 씨 같았어요. 말씀하시니까 생각나네요. 어제 우리 가게에 왔을 때부터 몸매가 매우 낯익다고 느꼈었는데. 운초 씨, 그 여자가 정말 운초 씨 동생 맞을까요? 변장한 건 아닐까요?”여운초가 한참을 생각하더니 대답했다.“운별이는 지금 돈이 없어서 경호원을 고용할 수 없어요. 그분의 경호원도 그분을 사모님이라고 불렀거든요. 운별이가 남자 친구도 없는데 결혼은 더 말할 나위도 없죠. 게다가 분장할 이유도 없잖아요. 여운별의 성격으로 우리를 찾아오고 싶었으면 분장하지 않고 직접 찾아왔을 거예요.”여운별은 매우 오만한 사람이다. 바로 이런 오만함 때문에 큰 실수를 저질렀고 전태윤 일행을 건드리게 된 것이다. 그 후로 추미자 일행도 따라서 잘못을 저지르게 되어 감옥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여운초가 그 틈을 타 모든 것을 되찾았다.여운초가 오늘의 행복이 있을 수 있었던 건 모두 여운별의 오만함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하예정은 여운별을 본 횟수가 많지 않지만 여운별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하예정이 입을 열었다.“그렇긴 해요. 여운별 씨가 지금 돈도 없고 남자 친구도 없는 것도 그 오만하고 나대는 성격 때문이죠. 분장하여 낯선 사람 신분으로 오지는 않을 거예요. 다음에 만날 기회가 있으면 시댁이 누구인지 한 번 돌려서 물어봐야겠어요. 정말로 시댁이 있는지...”심효진도 끼어들어 말했다.“예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