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주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바라보았다.똑똑한 인해민은 곧바로 대답을 유추할 수 있었다.“알겠다! 드디어 알겠어요! 오빠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복수하려고 이곳에 온 거군요!”인해민은 중얼거리면서 눈을 깜빡이며 침대 위 혼수상태인 소채은을 바라보았다..“솔직히 얘기해서 제가 오늘 여기 온 건 오빠가 저희 백화궁에 한 번 와줬으면 해서예요. 같이 가주실래요?”인해민이 갑자기 고개를 들며 아름다운 눈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미안하지만 그럴 시간 없어.”윤구주는 단호히 거절했다.“그렇게 급히 거절할 필요는 없어요, 첫 번째로 오빠는 처음 서남에 왔으니까 여기가 익숙하지 않을 거잖아요. 그 점은 우리 백화궁이 도와줄 수 있어요. 그리고 오빠는 군형 5대 가족을 상대할 거라고 했잖아요. 마침 저희 백화궁이 5대 가족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 두 점만 봐도 오빠가 거절할 필요는 없어요. 우리 백화궁 사람들은 오빠에게 아주 고마워하고 또 오빠를 아주 존경해요. 다들 오빠를 한 번 만나고 싶어 해요. 혼자서 설씨 일가를 멸족시킨 대단한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다들 궁금한가 봐요.”인해민은 미소 띤 얼굴로 설명했고 윤구주는 침묵했다.백화궁에 가야 할까?사실 그는 가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자신이 갔다가 그 여자가 또 슬퍼할까 걱정돼서 망설여졌다.그러나 인해민은 윤구주의 이러한 상황을 몰랐다.그녀는 윤구주가 망설인다고 생각하고 말을 이어갔다.“오빠, 한 번만 부탁할게요. 같이 가요. 우리 백화궁 사람들은 다들 오빠를 만나고 싶어 해요. 그리고 저희 백화궁의 궁주께서도 출관하셨어요. 저희 궁주는 최고의 미녀예요. 절 믿어주세요. 과거 화진의 왕이었던 구주왕 들어봤죠? 구주왕 같은 대단한 영웅이자 전설 같은 사람도 저희 궁주에게 홀릴 뻔했다니까요. 저희 궁주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상상이 가죠?”“하하하하!”인해민의 말을 들은 윤구주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응? 왜 웃어요?”인해민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면 시간 끌지 말고 지금 당장 출발하죠!”인해민이 기쁜 얼굴로 말했다.“아니, 난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나한테 주소를 알려주면 저녁에 갈게.”윤구주가 말했다.“알겠어요. 그러면 저녁 8시에 와요. 전 백화궁에서 오빠가 오기를 기다릴게요!”인해민은 기쁘게 말하면서 서둘러 백화궁 본거지 주소를 적었다.인해민은 주소를 남긴 뒤 말했다.“그러면 멋진 오빠, 난 먼저 가볼게요! 우리 저녁에 봐요!”“그래.”인해민은 문 앞까지 걸어갔다가 갑자기 멈춰 서서 고개를 돌려 말했다.“참, 오빠를 알게 된 지도 꽤 됐는데 아직도 오빠 이름을 모르네요. 저한테 이름 좀 알려줄래요?”“내 성은 윤씨야.”윤구주는 자신의 성만 알려줫다.“어머, 그렇군요! 그러면 우리 저녁에 봐요!”그렇게 요염한 여자는 떠났다.인해민이 떠난 뒤 윤구주는 그제야 웃었다.그리고 인해민이 떠나자 백경재가 빠르게 달려왔다.“저하, 조금 전 그 여자 백화궁 사람이죠?”그는 말하면서 조금 전 떠난 인해민의 뒷모습을 가리키며 말했다.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백화궁에서 왜 갑자기 저하를 찾아온 걸까요? 설마 시비를 걸려는 건 아니겠죠?”백경재가 궁금한 듯 물었다.“아니, 그냥 내가 그들의 본거지에 한 번 가주길 바라서 그러는 거야. 내친김에 그들의 궁주도 보고 말이야.”윤구주는 덤덤히 말했다.‘뭐?’“백화궁 궁주를 만난다고요? 전 백화궁 궁주가 엄청난 사람이라고 알고 있어요. 외모도 실력도 화진에서 아주 높은 수준이라고 하던데, 그런 분이 저하를 만나고 싶어 할 줄은 몰랐어요!”백경재는 잠깐 고민하다가 물었다.“저하, 가실 건가요?”“그래, 당연히 가야지! 나도 오랫동안 그녀를 만나지 못했으니 말이야.”윤구주가 중얼거렸다.백경재는 그의 말을 듣더니 살짝 당황했다. 그는 조금 전 윤구주가 말한 그녀가 누군지 알지 못했다.그러가 감히 묻지는 못했다.인해민이 떠난 뒤 윤구주는 계속 호텔에 머무르면서 책상다리를 하고 소채은을 치료했다.곧 저녁 7시가
백화궁에 소비하러 온 손님들이라면 다 아는 이치가 있었다.절대 백화궁의 여자들과 누가 더 돈이 많은지 겨뤄서는 안 됐다. 서빙하는 여자도 자리에 앉아 있는 사장 여럿을 합친 것보다 더 돈이 많을 수 있었다.그래서 백화궁에 오는 손님들은 모두 소양이 있었고 절대 돈으로 여자들에게 뭔가를 강요하지 않았다.휘황찬란한 백화궁 대문 앞에는 엄청난 미녀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그들은 몸매든 외모든 모두 최고였다.희고 아름다운 다리가 가득하고 몸매 좋은 여자들도 가득했다.그런 여자들이 몰려 있으니 그야말로 장관이었다.그들은 귀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문 앞에 서 있었고 심지어 대문 앞에는 오늘 휴무라는 글도 쓰여 있었다.그래서 놀러 왔던 손님들은 휴무라는 글을 보고 실망하며 돌아갔다.“벌써 7:30인데 그 말로만 듣던 잘생기고 실력도 뛰어난 멋진 오빠는 왜 아직도 안 온 거지?”와인색 머리에 엄청난 몸매를 가진 여자는 얇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아주 요염했다. 그녀는 고개 숙여 손목에 찬 금시계를 보았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얼굴도 매혹적이지만 눈도 아주 아름다웠다.그래서 많은 남자들이 그녀에게 한눈에 반했다.“나주희, 설마 그 오빠가 마음에 든 거야?”옆에 있던 흰 치마를 입은 여자가 흥미롭다는 얼굴로 말했다.“마음에 들었다면? 연희 언니 말 들어보니까 얼굴도 엄청 잘생겼고 실력도 말도 안 되게 강하대. 그런 남자를 어떤 여자가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나주희라고 불린 여자가 머리를 넘기며 말했다.“맞는 말이긴 해. 나도 그 잘생긴 오빠를 한 번 보고 싶네.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혼자서 설씨 일가의 짐승만도 못한 놈들을 멸족시킨 건지 궁금해!”다른 여자도 말했다.“맞아, 맞아. 오늘 밤 그 오빠와의 만남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거야!”“휴, 안타깝지만 아무리 잘생겨도 우리 차례는 오지 않을 거야. 해민 언니가 그 오빠를 마음에 들어 하잖아. 심지어 그 오빠가 해민 언니 옷도 벗겼다고 하던데
백화궁의 가장 안쪽은 사적인 공간이었기에 인해민 같은 급이 아니면 안으로 들어올 수 없었다.인해민은 안으로 들어온 뒤 세 할매 중 한 명인 홍할매를 보았다. 그녀는 굳게 닫힌 방문 밖에서 보초를 서고 있었다.“아주머니, 궁주님은요?”인해민은 가까이 다가간 뒤 홍할매에게 물었다.“궁주님은 안에서 제사를 지내고 계셔!”제사를 지낸다는 말에 인해민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서남에는 오래된 규칙이 하나 있었다.미망인은 매일 7, 8시쯤 죽은 남편, 죽은 아내의 제사를 지낸다.이런 풍습은 죽은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는 것이었다.인해민은 그 말을 듣고 한숨을 쉬더니 굳게 닫힌 방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아주머니, 저희 궁주께서는 아직도 구주왕을 잊지 못한 걸까요?”“잊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홍할매는 한숨을 쉬었다.“아주머니, 전 항상 궁금했어요. 그 구주왕이란 사람 대체 어떤 인물이었어요? 죽은 지 반년도 넘었는데 왜 우리 궁주께서는 매일 눈물로 밤을 지새우며 매일 제사를 지내는 걸까요?”인해민이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그녀가 보기에 궁주처럼 엄청난 미녀는 세상 그 어떤 남자라도 쉽게 얻을 수 있었다.그런데 그녀는 왜 오직 윤구주만을 사랑하고 또 그 때문에 이렇게 아파하는 걸까?“넌 평생 모를 거야. 구주왕처럼 전설적인 인물은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존재야.”홍할매가 말했다.“네? 그게 정말이에요? 그렇게 강하다고요?”인해민은 깜짝 놀랐다.“그가 얼마나 강한지는 언어로 설명할 수 없어. 그를 형용할 수 있는 건 아마 전설뿐일 거야! 그렇지 않으면 구주왕이 어떻게 화진의 천하방, 천방과 지방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겠어? 그리고 화진에서 유일하게 인정하는 왕이 바로 구주왕이야. 그는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홀로 군대를 이끌고 10국을 도살했어. 10국은 그의 이름만 들어도 겁을 먹고 물러났었다고.”그 말에 인해민은 넋이 나갔다.그녀는 비록 전설 속 구주왕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다들 구주왕의
“음? 윤씨 성을 가졌다고요? 홍할매, 혹시 구주왕의 성이 윤씨인가요?”인해민은 뒤늦게 반응하더니 눈을 빛내며 말했다.“윤씨가 왜?”홍할매가 물었다.“홍할매, 저희가 오늘 밤 초대한, 설씨 일가를 멸족시킨 그 잘생긴 오빠도 성이 윤씨예요!”인해민은 갑자기 떠올랐다.홍할매는 차갑게 웃었다.“너도 참, 바보 같구나. 화진에는 다양한 성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또 같은 성씨를 가진 사람도 많아. 윤씨 성을 가진 사람도 많겠지. 너 설마 네가 알게 된 그 무명의 남자가 과거 화진의 왕이었던 구주왕이라고 할 생각은 아니지?”홍할매의 말을 듣자 인해민은 서둘러 부정했다.“아뇨, 그 사람을 어떻게 과거 화진의 왕이었던 구주왕과 비교해요?”“그러면 됐어.”홍할매가 중얼거렸다.인해민은 입을 다물었다.그녀는 그저 우연일 뿐이라고 생각했다.한때 화진의 왕이었던 전설 속 인물은 이미 반년 전 죽었기 때문이다.그런 생각이 들자 인해민은 서둘러 고개를 저으며 터무니없는 생각을 떨치려 했다.시간은 일분일초 흘렀고 인해민과 홍할매는 굳게 닫힌 방문 앞에서 기다렸다.안에서는 그들의 궁주가 사랑했던 사람의 제사를 지내고 있었다.그동안은 아무도 방해할 수 없었다.8시가 다 돼서야 굳게 닫혔던 방문이 끼익 소리를 내면서 열렸다.문이 열리자 홍할매가 입을 열었다.“궁주님께서 제사를 다 지내셨나 보네! 해민아, 이젠 들어가도 돼!”인해민은 시선을 들어 열린 방문을 바라보더니 짧게 말했다.“네!”그리고 그녀는 안으로 들어갔다.커다란 방 안은 썰렁했다.인해민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앞에서 전해지는 향냄새를 맡았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백화궁의 궁주 연규비가 보였다.흰옷을 입은 그녀는 마치 선녀 같았다.그녀는 맨발인 채로 책상다리를 하고 위패 앞에 앉아있었다.그 위패는 화진의 왕 구주왕의 위패였다.그러나 그 위에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적혀 있었다.“궁주님!”인해민은 안으로 들어온 뒤 그녀를 불렀다.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는 연규비는 그녀의 말
백경재가 소리를 지르자, 윤구주도 백화궁 앞에 줄지어 선 긴 다리의 미녀들을 보았다.확실히 눈 정화가 되었고 아주 아름다웠다.두 사람이 차에서 내리자 백화궁 앞에 서 있던 미녀들도 윤구주와 백경재를 보았다.“어머, 얘들아. 저기 봐. 저 노인 뒤에 서 있는 남자 정말 너무 멋진데?”긴 머리의 여자가 윤구주의 잘생긴 얼굴을 보고 흥분해서 말했다.“어머, 확실히 잘생겼어. 게다가 분위기도 좋아!”“설마 저 사람이 오늘 우리가 기다리던 잘생긴 오빠인 걸까?”미녀들이 재잘대며 말하고 있을 때 윤구주는 백경재를 데리고 백화궁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안녕하세요, 여러분.”백경재가 음흉한 얼굴로 눈앞의 200명쯤 되는 미녀들을 바라보며 인사를 건넸다.안타깝게도 그들은 백경재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전부 윤구주만 쳐다보고 있었다. 백경재는 풀이 죽었다.“두 분은 어쩐 일로 오셨어요?”제일 앞에 서 있던 단발머리 미녀가 물었다.“궁주님을 만나러 오겠다고 약속했거든요.”윤구주가 덤덤히 말했다.윤구주의 말을 들은 단발머리 미녀는 흥분해서 펄쩍 뛰었다..“설마 해민 언니가 말한 그 남자가 바로 당신인가요?”윤구주는 싱긋 웃었다.“세상에, 정말 당신이었군요! 정말 잘생기셨어요! 해민 언니가 한눈에 반한 이유가 있었네요!”단발머리 미녀는 윤구주를 힐끔 보았다. 마치 아주 귀한 보물을 보듯 말이다.뒤에 있던 미녀들도 전부 윤구주만 바라보고 있었다.“잘생겼어!”“진짜 잘생겼어!”“게다가 분위기도 있어. 정말 최곤데!”백화궁 여자들이 잘생긴 윤구주의 얼굴에 넋을 놓고 있을 때 갑자기 목소리 하나가 백화궁 안쪽에서 들려왔다.“이 계집애들, 다 뭐 하는 거야?”들려오는 목소리에 여자들은 서둘러 고개를 돌렸고 안에서 걸어 나오는 잔혹한 나찰 인해민을 보았다.“해민 언니, 우리 잘생긴 오빠 환영하고 있었어요!”고개를 든 인해민은 윤구주가 문 앞에 서 있자 기쁜 얼굴로 달려갔다.“어머, 오빠. 벌써 도착했어요? 전 오빠가 절 속이고 오늘 오지
인해민에게 내쫓긴 뒤 200명쯤 되는 긴 다리의 여자들은 미련 가득한 얼굴로 나갔다.여자들이 전부 떠난 걸 확인하고 나서야 인해민은 고개를 돌려 윤구주에게 말했다.“오빠, 미안해요. 못 볼 꼴을 보였네요.”윤구주는 손을 저었다.“괜찮아. 궁주는?”윤구주는 안으로 들어온 뒤 물었다.“궁주님은 지금 내전에 계세요.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요. 제가 지금 당장 궁주님께 얘기하러 갈게요!”인해민은 말을 마친 뒤 서둘러 안쪽으로 백화궁 궁주를 부르러 갔다.커다란 대전 안에는 윤구주와 백경재 두 사람만 남았다.“저하, 백화궁 으리으리한데요! 이것 좀 봐요! 궁전이 얼마나 커요! 밖에 있는 여자들도 다 연예인이나 모델 같아요!”백경재는 눈을 껌뻑이면서 주위를 둘러보며 감탄했다.윤구주는 그의 말에 대꾸해 주기 귀찮았다.그는 주위를 둘러본 뒤 중얼거렸다.“그녀를 만날 때도 되었지.”말을 마친 뒤 윤구주는 곧장 인해민이 향했던 내전 방향으로 걸어갔다.“어? 저하, 어디 가십니까?”백경재는 윤구주가 갑자기 내전으로 들어가자 답답한 마음에 그를 불렀다.“난 상관하지 마. 백 선생은 여기 남아있어.”윤구주는 한마디 한 뒤 고개도 돌리지 않고 내전 쪽으로 걸어갔다.백화궁 내전은 금지 구역이었다.일반적인 상황에서는 홍할매, 노할매, 남할매와 잔혹한 나찰 인해민을 제외하면 아무도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백화궁 여자들도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그런데 윤구주가 정정당당하게 안쪽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내전.안으로 들어간 윤구주는 옅은 향기를 맡았다.너무도 익숙한 향기였다.윤구주가 내전 쪽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 갑자기 차가운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누가 감히 백화궁 금지 구역에 멋대로 쳐들어온 것이지?”호통 소리와 함께 붉은 도포를 입은 홍할매가 광풍처럼 윤구주를 향해 달려들었다.연규비의 곁에는 그녀를 지키는 세 명의 할매가 있었다. 홍할매의 실력은 대가 5픔 이상이었다.그녀는 두 손을 움직이면서 윤구주를 할퀴려 했다.그녀의 손이
인해민이 그렇게 말하자 홍할매는 윤구주를 화가 난 눈빛으로 보았다.인해민은 홍할매에게 그렇게 말한 뒤 곧바로 고개를 돌려 윤구주에게 말했다.“제가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잖아요. 왜 안으로 들어온 거예요? 저희 궁주님 아직 안에 계신다고요!”“난 연규비를 만나는 걸 기다릴 필요가 없어.”윤구주가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말에 인해민은 어이가 없었다.그녀는 아무리 잘생기고 실력이 좋아도 이렇게 건방져서는 안 된다고 속으로 생각했다.인해민이 말을 이어가려고 준비하는데 갑자기 굳게 닫힌 방문 안쪽에서 천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오라고 해.”그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백화궁의 궁주 연규비였다.그 목소리에 인해민은 그제야 윤구주를 바라보고 말했다.“가요. 궁주님이 들어오라고 하네요.”윤구주는 별말 없이 인해민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방 안에서는 은은한 향기가 맴돌았다.윤구주는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방 중앙에 위패가 있는 걸 발견했다.그 위패는 그의 것이었다.그 위에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 구주왕을 기린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그걸 본 순간 윤구주는 탄식했다.위패 앞에는 흰옷을 입은 여자가 조용히 앉아 있었다.그녀는 윤구주를 등지고 앉아 있었다.그래서 그녀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그녀가 바로 백화궁의 궁주 연규비였다.“궁주님, 데려왔습니다.”인해민은 윤구주를 안으로 데려온 뒤 연규비에게 보고했다.“멋진 오빠, 얼른 궁주님께 인사해야죠!”인해민이 고개를 돌려 윤구주에게 말했다.윤구주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연규비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갑자기 그녀를 불렀다.“규비야.”그 목소리에 위패 앞에 앉아 있던 백화궁의 궁주는 흠칫했다.잔혹한 나찰 인해민도 당황했다.“오빠... 미쳤어요? 어떻게 감히 우리 궁주님 이름을 부를 수가 있어요?”인해민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릴 때 윤구주가 다시 한번 말했다.“규비야, 오랜만이다.”그의 말에 연규비는 다시 한번 흠칫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윤구주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