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많은 총이 자신을 겨누자 깜짝 놀란 천희수가 바닥에 주저 앉았다. 그녀는 지금 상황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소청하는 이 사람들이 전부 윤구주의 부하라는 걸 눈치 챘다."저는 제 사위 윤구주를 보러 왔습니다. 저는 소채은의 아버지이고, 이 사람은 소채은이 엄마입니다."소청하가 얼른 자기 소개를 했지만 암부원들은 소청하 부부를 몰랐기에 그저 큰 소리로 다시 말했다."누가 됐든 오늘 아무도 들이지 말라는 명령이 있었다. 무단침입하는 자는 바로 죽인다."소청하 부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백경재가 사람들 틈에서 나오자, 소청하가 윤구주의 부하인 백경재를 알아 보고는 다급하게 앞으로 다가 갔다."백 대사님, 저는 소채은의 아버지입니다. 딸을 보러 왔는데 어떻게 좀 들여보낼 주실 수 없을까요? 그리고 사위도 만나 보고 싶어요."소청하를 알고 있던 백경재가 고개를 끄덕였다."전하는 지금 별장 안에 있습니다. 들어오시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허락을 받은 소청하 부부가 재빠르게 용인 빌리지 안으로 들어갔다.뒤따라가는 천희수는 무슨 상황인지 전혀 모르고 소청하의 옷깃을 잡은 채 검은 무리의 사람들을 둘러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여보, 저 사람들 다 뭐예요? 왜 총도 가지고 있어요?"소청하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다 우리 사위 부하들이지.""뭐라고요? 윤구주한테 부하가 있어요?"천희수가 깜짝 놀라서 물었다."그럼 당연하지. 이 여편네야. 내가 말하는데 앞으로 구주 앞에서 말 좀 조심해. 우리 사위 보통 사람 아니니까."그 말을 들은 천희수는 순간 멍해졌다. 그녀는 자신이 미워했던 윤구주가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부부가 별장으로 들어선 후 소청하가 빠르게 앞으로 다가갔다."우리 딸! 우리 딸은?"윤구주의 방문 앞을 지키고 있던 민규현과 정태웅 등은 그 소리를 듣고 살기를 풍기며 앞으로 나섰다."어느 미친 새끼가 이렇게 시끄럽게 굴어? 죽고 싶
시간이 흐른 후 방에서 갑자기 윤구주의 소리가 들려왔다."어머님 아버님더러 들어 오시라고 해."그 말을 들은 민규현이 고개를 돌려서 소청하 부부에게 말했다."전하께서 들어가시랍니다.""네네, 감사합니다."말을 마친 소청하가 아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윤구주가 소채은의 옆에 앉아 있었고 침대 위에 누워있는 소채은은 윤구주의 피와 '구양진용결'의 진기를 받은 후 창백했던 혈색이 약간은 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깨어나지는 못한 채였다.방에 들어온 소청하 부부는 침대에 쓰러져 있는 소채은을 발견하고는 소리쳤다."채은아, 우리 딸! 이게 어떻게 된거야?"소청하가 달려오면 소리쳤고 천희수도 그 뒤를 따랐다.하지만 천시고독에 당한 소채은이 아무런 반응도 없자 소청하는 거기에 더 놀라며 목소리를 떨었다. "구주야, 빨리 말해 봐. 채은이... 채은이 대체 어떻게 된거야?""채은이는 천시고독에 당해서 잠시 동안은 깨어날 수 없어요."윤구주가 솔직하게 말했다."뭐 중독?"그 말을 들은 소청하가 깜짝 놀라며 딸꾹질을 했다."왜 우리 딸이 아무런 연고도 없이 갑자기 독에 당해?""대체 어떤 새끼가 우리 딸을 공격한 거야."곁에 있던 천희수가 눈물을 흘리며 소채은을 안고 소리쳤다."채은아 일어나, 일어나봐. 엄마야, 엄마가 너 보러 왔어."두 사람이 눈물을 흘리는 걸 본 윤구주가 그들을 위로했다. "어머님 아버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꼭 채은이를 살릴 거라고 약속 하겠습니다.""살려? 기억을 잃은 자식이 우리 딸을 어떻게 살려? "천희수가 화를 냈다."여보, 우리 당장 딸을 병원에 보내요. 여기서 더 지체했다가 진짜로 위험해 질 수도 있다고."천희수가 눈물을 흘리며 소청하를 다그쳤다."이 여편네가 진짜! 닥쳐 그냥, 구주 말 들어.""말을 들으라고? 당신 미쳤어? 기억을 잃은 놈 말을 들으라고? 당신 내 말 똑바로 들어. 만약 우리 딸이 위험해지기라도 하면 난 당신 평생 용서 안 할 거야."천희수가 노발대발 화를 냈고 두
서울 국방부.이황전.이곳은 문아름의 침궁이었다.금빛의 망포를 입은 그녀는 눈을 감은 채로 대전에 앉아 있었다.그녀의 뒤에는 목석같은 검을 안은 남자 독고명이 서 있었다.이때 누군가 빠르게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저하! 군형 삼마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안으로 달려 들어온 자는 다름 아닌 후방지원부대의 임진형이었다.군형 삼마에게서 연락이 왔다는 말에 문아름의 악랄한 두 눈동자가 천천히 떠졌다.“말해요.”임진형은 곧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저하, 군형 삼마는 계획대로 임무를 완수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소채은이라는 여자의 몸에 군형에서 가장 지독한 천시 고충을 심어뒀다고 합니다. 소문에 따르면 천시 고충은 군형에서 독성이 가장 독한 독충으로 이것을 치료할 방법은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이 고충에 당한 사람은 당장 죽는 것이 아니라 몸이 서서히 썩어 들어가면서 죽음보다도 더한 고통을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하하하하!”임진형의 말에 문아름은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질 정도로 크게 웃었다.“잘했군요!”그렇게 말하더니 문아름은 악랄함이 번뜩이는 눈빛으로 먼 곳을 바라보았다.“윤구주, 이제 너도 괴로워지겠지? 네가 아무리 천하무적이라고 해도, 네가 화진의 왕이었다고 해도 그게 뭐가 중요해? 그래봤자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도 지키지 못하는 무능력한 인간인데 말이야. 하하하하! 딱 기다려, 난 네 여자로 하여금 이 세상에서 가장 지독한 괴로움을 느끼게 해줄 거고, 네가 평생을 후회 속에서 몸부림치게 할 거야!”...시간은 물처럼 빠르게 흘러 곧 이틀이 지났고 마침내 10월 8일이 되었다.이날은 윤구주와 소채은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었다.그리고 온 도시가 윤구주와 소채은의 결혼을 축하하는 날이어야 했다.그러나 지금, 소씨 저택 앞은 더없이 썰렁했다.초대를 받은 친지들이 전부 떠난 뒤 소씨 저택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용인 빌리지는 경비가 아주 삼엄했다.산 아래에는 천하회와 암부 사람들뿐이었다.용인 빌리지
윤구주는 그들을 쓱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다.“나랑 같이 로비로 가지. 할 얘기가 있어.”“네!”곧이어 다들 윤구주를 따라 로비로 향했다.커다란 로비 안, 윤구주는 제일 위쪽에 자리를 잡았고 박창용, 민규현, 원성일, 정태웅 등 사람들은 차례대로 아래쪽에 앉았다.모두 자리에 앉은 뒤에야 윤구주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오늘 자네들을 부른 건 아주 중요한 일을 통보하기 위해서야.”“말씀하십시오, 저하!”사람들이 말했다.윤구주는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쭉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지금부터 다들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도록 해.”‘뭐라고?’그의 말에 사람들은 당황했다.“저하, 저희에게 가라고 하신 겁니까?”정태웅이 가장 처음 말했다.다른 사람들도 답답한 심정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 다들 돌아가. 용인 빌리지를, 강성을 떠나.”“저하, 왜입니까? 저희는 소채은 씨의 복수도 하지 못했고 저하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저희가 어떻게 돌아갈 수 있단 말입니까?”민규현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윤구주가 대답했다.“지금 당장 결혼식을 진행하기는 어려워. 그리고 자네들을 돌려보내려는 이유는, 자네들이 더는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야.”“저하!”“저희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 소채은 씨 복수도 하지 못했지만, 그건 차치하더라도 저하의 곁은 꼭 지켜야겠습니다!”박창용마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윤구주가 말했다.“틀렸어! 난 지금 평범한 사람이니 자네들이 곁을 지켜줄 필요는 없어. 다들 자기 자신이 화진에서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지를 알아야지. 박창용 자네도 그래. 자네는 백만 대군을 호령하는 창용부대의 총사령관이야. 그리고 다른 세 명은 화진 암부의 3대 지휘사지. 자네들이 있다면 화진은 당분간 안전할 거야. 그러나 자네들이 없다면 화진은 혼란에 빠지게 될 거야. 그건 자네들도 잘 알겠지. 자네들을 지켜보는 건 국방부의 문아름뿐만이 아니야... 10국에서도 호시탐탐 자네들을 노리고
윤구주가 모두를 돌려보내자 다들 쓸쓸한 얼굴을 해 보였다.특히 정태웅은 눈시울이 빨개져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저하, 그러면 저하를 언제쯤 다시 만날 수 있는 겁니까?”윤구주는 웃으며 말했다.“곧 만나게 될 거야.”윤구주의 위로에 정태웅은 엉엉 울었다.옆에 있던 민규현 역시 눈이 빨개졌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윤구주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그가 무릎을 꿇자 천현수, 원성일, 주세호 등 화진의 거물들도 잇달아 윤구주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오직 박창용만이 윤구주의 곁으로 걸어가서 감개하며 말했다.“저하! 그렇게 결정하셨으면 저희 모두 저하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저희 80만 창용군은 언제나 저하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저하께서 서울로 돌아와 문씨 가문에 복수할 때까지 말입니다.”윤구주는 박창용을 바라보며 무겁게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그렇게 윤구주는 모두를 돌려보냈다.이별은 언제나 슬픈 법이다.특히 윤구주의 형제들이 그랬다.그들에게 있어 윤구주는 신일 뿐만 아니라 친형과 다름없는 존재였다.그러나 그들은 윤구주가 그들보다 더욱 슬퍼하는 걸 몰랐다.그들은 윤구주에게 있어 형제일 뿐만 아니라 가족이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윤구주는 반드시 멀리 내다봐야 했다.그는 본인의 사리사욕 때문에 화진의 평화를 홀시하고 그들을 이곳에 남겨둘 수 없었다.화진은 그의 나라이자 집이었기 때문이다.형제들과 작별한 뒤 용인 빌리지는 조용해졌다.용인 빌리지에는 백경재, 주세호, 소청하 부부만 남았다.“저하, 민 지휘사님과 박 사령관님, 원성일 씨 모두 떠났습니다...”주세호가 말했다.강성 최고 부자인 주세호는 당연히 강성에 남아있을 생각이었다.“그래요.”윤구주는 형제들이 떠난 방향을 바라보다가 덤덤히 말했다.“저하, 제가 저하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주세호는 똑똑한 사람이었다. 그는 소채은의 중독으로 인해 윤구주가 틀림없이 괴로울 거라는 생각이 들어 물었다.“채은이를 위해 장거리 이동에 적합한 휠체어를 주문해 주세요.
윤구주가 소채은을 데리고 강성을 떠날 생각이라는 말에 천희수는 곧바로 말했다.“내 딸은 지금 혼수상태인 데다가 살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얘까지 데려간단 말이야?”“어머님, 절 믿어주세요! 전부 채은이를 살리기 위해서예요. 그래서 채은이를 데려가려는 거예요.”윤구주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현재 소채은은 의식이 전혀 없어서 죽은 사람과 다를 바가 없었다.오직 윤구주의 소생술, 만이 소채은을 버티게 할 수 있었다.때문에 윤구주는 반드시 언제든 치료할 수 있게 소채은을 옆에 두어야 했다.그러나 천희수는 이런 점들을 몰랐다.그녀가 말했다.“내 딸을 데려갈 거라고? 안 돼... 절대 안 돼! 게다가 내 딸은 지금 혼수상태야. 채은이가 깨어난다고 해도 난 절대 채은이가 너랑 같이 가게 놔두지 않을 거야! 그리고 내 딸을 어디로 데려갈 생각인 거야?”윤구주는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서남쪽을 바라보면서 솔직히 말했다.“전 채은이를 데리고 가서 채은이를 해친 사람들을 죽일 거예요!”“사... 사람을 죽인다고?”천희수는 그 말을 듣더니 깜짝 놀라 안색이 흐려졌다.“맞아요! 전 아주 많은 사람을 죽일 거예요! 그들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해치려고 했으니까요. 그러니까 그들은 죽어 마땅해요!”윤구주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천희수는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오히려 소청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구주야, 난 널 응원한다! 가 봐. 가서 채은이를 죽인 나쁜 놈들을 전부 죽여. 전부 죽여서 채은이를 위해 복수해!”소청하의 말을 들은 천희수는 그를 덥석 잡았다.“미쳤어요? 어떻게 사람을 죽이라고 구주를 부추길 수 있어요?”“그러면 죽이지 말아야 해? 우리 딸은 그놈들 때문에 저 꼴이 됐어. 그 나쁜 놈들은 죽어 마땅하다고!”소청하는 눈이 벌게진 채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천희수는 더 이상 대꾸하지 못했다.“불쌍한 우리 딸은 어릴 때부터 너무 착해서 개미 한 마리 죽이지 못하던 아이였는데. 그 나쁜 놈들이 우리 딸
군형은 화진의 서남쪽에 있다.예로부터 군형은 요술의 기원지라는 전설이 있었다.군형의 모든 이들이 수련한다고 할 수는 없으나 대부분의 사람이 군형의 요술과 고독의 전설에 대해 들어본 적 있었다.현대 사회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요술과 고독에 관한 이야기는 군형 일대에서도 거의 전해지지 않았다.현재 군형에 현지 민족 풍습과 고대 건축물이 많이 남아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일반 도시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게다가 군형은 현재 화진에서 아주 유명한 관광 명소가 되었다.매년 관광으로 낸 수익만 해도 몇십조에 달했다.군형은 이미 완전히 현대화된 대도시라고 할 수 있었다.3일 뒤, 군형 공항. 훤칠한 남자 한 명이 출구 쪽에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휠체어를 밀고 있었고 휠체어 위에는 혼수상태인 아름다운 여자가 앉아 있었다. 하지만 정체를 감추기 위해, 또 감긴 눈을 가리기 위해 여자의 얼굴은 커다란 선글라스로 가려져 있었다. 그 두 사람은 다름 아닌 윤구주와 천시 고독에 당한 소채은이었다.“저하, 저희 드디어 군형에 도착했군요!”등 뒤에서 흥분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윤구주의 등 뒤에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백경재였다.짐을 바리바리 싸고 온 그는 누런색의 도포를 입고 있었다. 도포만 아니었어도 사람들은 그를 건설 노동자로 여겼을 것이다.이번에 윤구주는 군형에 백경재만 데리고 왔다.“그러게. 도착했네.”윤구주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먼 곳에 있는 높은 빌딩들을 바라봤다.이번에 군형에 온 이유는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였다.마땅히 죽여야 할 사람을 죽이고, 복수를 하기 위해서 말이다.이 모든 건 군형 삼마 때문이었다.“저하, 저희 이제 어떡합니까?”백경재는 짐을 바리바리 들고 윤구주의 앞에 섰다.“여기까지 오느라 피곤할 테니 일단 묵을 곳부터 찾아야겠어. 채은이도 너무 힘들면 안 되니까 말이야.”“네, 네!”백경재는 말을 마친 뒤 서둘러 공항 밖으로 나가서 택시를 잡고 호텔을 예약했다.백경재가 일을 처리하러 갔을 때 윤구주는 계속 소채은의 곁
군형 삼마의 두목이 군형 5대 가족 중에 숨어있단 말에 윤구주의 눈동자에서 살기가 번뜩였다.“군형 5대 가족이 감히 그 자식을 감싸주려 한다면 5대 가족까지 죽여버릴 거야!”민규현은 아무 말하지 않았다.그는 윤구주의 광포한 성격을 알고 있었고 그가 한다면 하는 성격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저하, 또 한 가지 일이 있는데 얘기해야 할지 말지 모르겠습니다.”민규현이 갑자기 말했다.“말해, 뭔데?”윤구주가 물었다.“저하, 혹시 전에 저하를 아주 깊이 사랑하던 연규비 씨를 기억하십니까?”갑자기 연규비 얘기가 나오자 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렸다.“백화궁의 연규비 말이야?”“네, 맞습니다! 사실 저하께서 연규비 씨를 거절한 뒤 연규비 씨는 군형으로 갔습니다.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연규비 씨 지금 백화궁 본거지인 서남에 있다고 합니다.”연규비의 백화궁 본거지가 서남에 있다는 얘기에 윤구주는 과거 아름다웠던 그녀를 떠올렸다.백화궁의 주인인 연규비는 최고의 미모를 자랑하던 전설적인 절색 미녀였다.아무도 연규비가 과거 무슨 일을 했었는지, 연규비가 어떻게 유명해졌는지 알지 못했다. 사람들이 아는 것이라고는 그녀의 백화궁이 천하회, 영문, 약왕전과 함께 화진의 4대 문파라고 불린다는 것뿐이다.백화궁은 그 이름처럼 전부 엄청난 미녀들만 모인 곳이었다.그러나 절대 그녀들을 무시해서는 안 됐다.그들은 사람들을 죽이는 수법도 대단하지만 무도 실력도 약하지 않았다.백화궁의 주인인 연규비는 거의 신급에 다다른 강자였다.연규비에 관한 소문은 수도 없이 많았다.누군가는 그녀를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살인마라고 했고, 누군가는 그녀를 아름다운 요괴라고 했으며, 누군가는 그녀가 화진의 왕 윤구주의 첩이라고 했다.소문은 정말 너무 많았다.그러나 연규비가 사실은 윤구주의 아주 친한 친구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아주 적었다.연규비의 무도 중 일부는 윤구주가 가르친 것이었다.윤구주가 없다면 연규비도 없고, 그녀의 백화궁도 없었을 거라고 말할 수도 있
손형재가 차갑게 웃었다.“무슨 일이 있어도 섣불리 움직이면 안 된다고 이 늙은이는 생각합니다. 또한 6대종문이 의논을 거친 후에 움직이라고 회장님께서 저에게 신신당부도 했고요.”구진철의 말에 손형재는 콧방귀를 뀌었다.“또 6대종문. 천 년이나 더 된 우리 종문은 왜 단독으로 일 처리를 못하고 매번 다른 종문들과 논의해야 하는 겁니까?”구진철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갑자기 현문 제자가 뛰어왔다.“도자님, 밖에 도자님을 뵈러 온 분이 계세요.”“누군데?”손형재가 물었다.“문씨 세가의 문아름 씨요.”문아름이라는 말에 손형재의 눈이 순간 번뜩였다.“그녀가 나를 찾아왔다고? 어서 들여보내.”“네!”현문 제자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봉황관을 쓴 절세미인 문아름이 들어왔다.마치 천하를 호령하는 고대의 황후 같았지만,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손형재를 향해 예의를 갖췄다.“아름이 도자님을 뵙습니다.”문아름을 보자마자 손형재는 재빨리 그녀에게 다가갔다.“아름 씨, 너무 예를 차리실 필요 없어요.”“아니에요. 도자님은 하늘이 내리신 현문의 미래니 당연히 예를 갖춰야죠.”문아름이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만하기 짝이 없던 손형재가 이런 말을 들었으니, 입이 귀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아름 씨가 어인 일로 예까지 발걸음하셨는지?”손형재가 물었다.“당연히 그 윤 씨 성을 가진 사람 때문이죠.”문아름은 천천히 말했다.“윤 씨요? 혹시 백성들의 신임을 한 몸에 받은 그 구주왕 말인가요?”손형재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네. 맞아요. 도자님께서도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저와 구주는 혼인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여기까지 말했을 때 그녀는 억울한 듯 눈물을 흘렸다.문아름이 눈물 흘리는 것을 본 현문 도자는 서둘러 그녀를 위로했다.“아름 씨, 어서 그 눈물을 거두세요. 혹시 그가 아름 씨를 괴롭혔나요?”“아니요. 저를 괴롭힌 적은 없지만 구주는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는 데다 고집불통이에요. 평생을 그와 함께하고 싶었지만
“네 말이 틀리지는 않아. 하지만 종문이 우리 편에 서지 않을지도 몰라. 특히 만불종과 서요산 검종.”문창정은 자신의 걱정을 털어놓았다.만불종은 영리하여 주도적으로 전쟁에 개입하는 일이 없었고, 화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서요산 검종은 베일에 싸여있어서 문씨 세가조차도 그들의 신임을 얻지 못했다.문아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할아버지, 안심하세요. 화진에는 6대종문이 있어서 이 두 종문이 아니더라도 4개의 종문이 남아있어요. 특히 역사가 유구한 현문 회장인 창현진인은 이미 백 년 전에 절정 경지에 오른 인물이에요. 그래서 현문을 선봉으로 내세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문아름의 말을 들은 문창정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현문을 인간 방패로 쓰겠다는 말이냐?”“바로 그거예요. 할아버지께서도 현문 도자의 본성을 잘 알잖아요. 그를 최대한 이용해 먹어야죠.”현문 도자에 대해 말할 때 문아름의 얼굴에는 요염한 미소가 번졌다.손녀의 생각을 잘 알고 있던 문창정이 말했다.“한 번 시도해 볼만한 방법이긴 한데 현문에는 지혜로운 사람들이 많아. 특히 구씨 성을 가진 늙은 장로는 문무를 겸비하여 얕잡아보면 안 돼.”“제가 다 알아서 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문아름이 말했다.“그래. 그러면 현문의 일은 너에게 맡길게.”문창정이 결론을 내렸다.…서울에 온 이후로 현문의 사람들은 문씨 세가의 지하 궁전에 머물고 있었다.이 순간, 십여 명 현문의 제자들이 화려한 거실 양쪽에 서 있었고, 가운데 벽화 앞에는 현문 도자인 손형재가 서 있었다.벽화에 그려진 인물은 다름 아닌 절세미인인 문아름이었다.선녀 같은 문아름을 바라보며 이 도자가 혼자서 중얼거렸다.“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인이 여기 있었네.”“콜록콜록.”이때 그의 옆에서 갑자기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형재 씨, 이 늙은이가 할 말이 있는데 말해도 될지 모르겠네요.”말을 꺼낸 사람은 손형재와 함께 산에서 내려온 현문 장로인 구진철이었다.“어서 말해보세요. 구 장로님.”시선을
한참 지나서야 민규현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내 추측이 틀리지 않는다면 종문이 움직인 것은 분명 저하 때문일 거야.”그 말에 천현수도 한마디 했다.“화진의 무도 3대 서열의 실력 차가 분명하다고 해도 어찌 됐든 같은 줄기에서 뻗어져 나온 것이잖아요. 종문이 움직인 것은 저하가 전에 노룡산에서 세가를 학살한 것이 누설되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해요.”“현수야. 3개 종문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 주시하라고 암부에 전해. 무슨 일이 있으면 나한테 먼저 보고하라 하고.”민규현이 지시를 내렸다.“네!”…서울의 어느 숨겨진 지하 궁전, 절세미인인 문아름이 봉황관을 쓴 채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그 사람은 다름 아닌 문창정이었다.“할아버지.”“현문, 만불종, 칠수방 사람들이 모두 서울에 도착했어요. 이제 어떻게 할까요?”문아름이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으로 문창정을 바라보며 물었다.“서두를 것 없어. 6대종문이 모두 모인 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아.”문창정이 차분하게 답했다.“하지만 서요산은 물론 천도궁과 자운각도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요. 이들을 계속 기다려야 한단 말이에요? 제가 알기로는 구주가 설국을 수복한 이후 국주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요. 그리고 육도진도 태산에 갔고요. 아마 곧 큰 일이 터질 것 같아요.”문아름의 말에 문창정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육도진이 태산에 갔다고?”“네.”“무슨 연유로?”문창정이 차가운 목소리로 묻자, 문아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황성 사람들이 비밀로 하고 있어서 무엇 때문에 갔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들 말로는 조만간 국주의 움직임이 있을 거래요. 하지만 그 사람 때문에 국주가 움직인 것은 확실해요.”‘그’라는 말에 문창정의 안색이 아까보다 더 어두워졌다.“할아버지. 만약 국주가 정말로 구주의 편을 든다면 저의 왕위가 온전치 못할 것 같아요.”문아름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놨다.‘하긴 화진의 왕으로서 위대한 업적이 없다면 이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긴 하
은설아는 마음속으로 윤구주를 존경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사모하는 마음이 더 컸다.무예가 출중하다면 윤구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한 그녀가 그와의 실력 차를 줄이기 위해 열심히 수련한 것이었다.붉은 치마를 입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던 재이가 열심히 수련하는 은설아의 모습을 보고는 위로의 말을 건넸다.“설아 씨, 실력이 많이 늘었으니 인제 그만 쉬도록 하세요.”윤설아가 말했다.“괜찮아요. 아직 할만해요.”윤설아의 말에 재이는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저었다.“설아가 열심히도 수련하네. 내가 어렸을 때보다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아.”수련하는 윤설아를 바라보며 용민이 혼자서 중얼거리자, 강철 몸을 가진 철영도 한마디 했다.“사랑 때문에 저 짓거리 하고 있는 거예요.”“뭣이라?”철영이 무심코 내뱉은 말에 용민은 어리둥절했다.한마디만 내뱉고 철영은 정원 밖을 빠져나왔다.“야! 이 자식아. 말하다 말고 어디 가? 사랑 때문이라니?”용민이 그를 뒤쫓아가며 물었다.은설아가 한창 수련하고 있을 때 이번에는 민규현과 천현수가 얘기를 나누며 방 안에서 나왔다.“이놈아, 수이 소식이 아직 없다고?”말을 꺼낸 사람은 민규현이었다.“없어요. 형님.”천현수가 답했다.“수이 때문에 내가 미쳐버릴 것 같아.”민규현이 계속 말했다.“흑여산맥 쪽의 저하 소식은 없고?”“그쪽에서 보내온 소식통에 따르면 저하는 이미 그곳에서 떠났대요.”“그렇다면 서울로 돌아온다는 말이냐?”민규현이 서둘러 묻자, 천현수는 고개를 저었다.“그들의 말로는 서울 아니고 강성으로 갔대요.”“강성?”강성이란 말에 민규현은 어리둥절했다.“형님, 잊으셨어요? 형수님이 강성에 있잖아요.”천현수가 그에게 상기시켜 주자, 민규현은 자기 머리를 툭 치며 말했다.“내가 이렇게 멍청하다니까. 맞아. 저하가 서울에 온 이후로 형수님을 본지가 꽤 되었으니, 강성에 가는 것도 이해는 되지.”“그건 그렇고 형님, 암부가 최근에 이상한 것을 발견했대요.”천현수가 갑자기 화제를 돌
“채은아, 널 보러 왔어.”현관 입구에 있던 윤구주가 웃음 띤 얼굴로 눈물범벅이 된 소채은을 바라보자, 소채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두 손으로 윤구주를 껴안았다.손을 놓으면 그가 사라질 것만 같아서 꽉 잡고 있었다.“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윤구주도 자기 앞에 있는 소채은을 껴안으며 말했다.그가 기억하고 있던 소채은은 순수하고 착해서 나쁜 마음을 가진 적이 없었다.비록 연규비, 이홍연, 그리고 연예인인 은설아와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었지만, 윤구주는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자신이 사랑하는 유일한 사람이 소채은이란 사실이 추호도 변함이 없었다.그들 옆에 있던 까망이가 이 모습을 보더니 마치 윤구주의 귀환을 환영이라도 하듯 ‘멍멍’하며 짖어댔다.“드디어 돌아왔네! 난 또… 네가 다시는 안 올 줄 알았는데.”소채은이 흐느끼며 말했다.그녀도 사랑과 증오, 그리고 걱정과 두려움을 가진 평범한 여자인지라 윤구주의 정체를 알았을 때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였다.윤구주가 너무 훌륭하고 완벽해서 그녀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처지를 원망했었다.“이 등신아. 내가 왜 안 올 거로 생각한 거야? 서울에 일이 너무 많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이제야 오게 된 거야.”윤구주는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며 다정하게 말했다.그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소채은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그나저나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야?”흐르는 눈물을 닦은 소채은이 윤구주를 바라보며 묻자, 윤구주는 미소를 지었다.“여기가 우리 둘이 함께 살았던 곳이잖아.”그 말을 들은 소채은은 방긋 웃었다.‘구주의 마음속에 여전히 내가 있나 보다.’“서울에서 무슨 일을 겪은 거야? 왜 이렇게 몰라보게 변했어?”소채은은 눈을 깜빡이며 눈앞의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내가 변했다고? 어떻게 변했는데?”윤구주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전보다 더 멋있어진 것 같아.”소채은은 솔직하게 답했다.그녀의 말대로 전성기를 되찾은 윤구주
말을 마친 천희수가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소채은에게 전화했지만, 소채은의 휴대폰은 꺼져있었다.“얘가 왜 휴대폰은 끈 거야?”몇 번 전화를 더 해봐도 휴대폰은 여전히 꺼져있었다.천희수가 답답해하자, 그녀 옆에 있던 소청하가 상황 수습에 나섰다.“구주야, 걱정하지 마. 채은이 네가 너무 그리워서 산책하러 나갔나 보다. 아마 곧 돌아올 거야.”소채은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본 윤구주는 조금 서운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강성의 스카이가든, 이곳은 소채은이 소씨 가문에서 쫓겨 난 후 소채은과 윤구주가 함께 살았던 곳이었다.소채은과 그녀의 곁에 고분고분하게 누워있는 까망이가 지금 이곳에 있었다.윤구주가 혼자서 설국을 상대로 싸워 설국 전체를 화진의 속국으로 만들었다는 소식을 박창용한테서 들은 후부터 그녀는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약간 쓸쓸하기도 했다.기뻤던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가 이 세상의 위대한 영웅이라는 사실이었고, 쓸쓸했던 것은 자신이 윤구주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우두커니 소파에 앉아 있던 그녀는 하얀 다리를 껴안은 채 옆에 있던 까망이에게 물었다.“까망아, 그가 이제는 돌아오지 않겠지? 하긴 나같이 평범한 사람이 천하를 뒤흔든 구주왕의 배필로 전혀 어울리지 않긴 해. 사실, 나도 그가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그러면 평생 그와 함께 할 수 있을 텐데…”말하다 말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소채은은 다른 여자들과 달리 부귀영화를 좋아하지 않았다.순수한 마음을 가진 그녀의 바람은 단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오손도손 함께 살아가는 것이었다.그러나 윤구주가 평범한 사람이 아닌지라 당연히 그녀의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았다.그녀가 혼자서 흐느끼며 울고 있을 때 갑자기 ‘똑똑’하는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소채은은 어리둥절했다.그녀의 옆에 있던 까망이도 극도로 흥분하여 문을 향해 멍멍 짖었다.“누구세요?”소채은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이 스카이가든은 그녀만의 사적인 공간이어서 부모를 제외하고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그런
고함과 함께 살기 가득한 눈빛을 한 백경재는 즉시 공격 태세를 갖췄다.“백 선생, 날 죽이려고?”익숙한 목소리가 백경재의 귓가에 들려옴과 동시에 윤구주의 모습이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이 늙은이가 꿈꾸고 있는 건가? 저하?”갑자기 나타난 예구주를 보더니 백경재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윤구주가 미소를 지으며 백경재에게 다가갔다.“뭐야? 고작 반년 못 봤는데 날 잊은 거야?”“제가 어찌 저하를 잊을 수 있겠습니까!”백경재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저하가 정말로 강성으로 돌아왔다고요?”백경재는 여전히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당연하지. 나 윤구주 맞아.”윤구주가 싱긋 웃자, 백경재는 자기 얼굴을 꼬집었다.통증이 느껴지고서야 그는 비로소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맙소사! 저하가 돌아오다니! 저하가 정말로 돌아왔네요!”용인 빌리지의 내부를 향해 백경재는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주 회장님, 채은 씨, 규비 여신님, 어서 나와들 보세요. 저하가 돌아왔어요!”백경재의 말에 서둘러 뛰쳐나온 주세호, 연규비, 소청하 부부, 그리고 박창용은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했다.“저하!”“내 사위가 정말로 돌아왔다고?”“저하가 돌아왔어!”익숙한 사람들을 바라보던 윤구주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그래. 나야. 이 윤구주가 왔어.”윤구주가 이렇게 갑자기 올 줄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우리 사위가 드디어 돌아왔네. 보고 싶어 미치는 줄 알았어.”윤구주를 보자마자 소청하는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다.“네가 너무 보고 싶었어.”천희수도 눈시울이 붉어졌다.물론 다른 사람들도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잠깐, 천후 맞지? 수천도 있네. 너희들이 왜 저하 옆에 있어?”윤구주 뒤에 박천후와 염수천이 있는 것을 박창용은 발견했다.“하하하! 당연히 저하와 함께 창용 씨를 뵈러 왔죠. 그나저나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저하의 소식을 가장 먼저 알았으면서도 왜 우리에게 알리지 않았어요?”박
박창용이 말했다.“저도 잘 몰라요. 북방군과 황성 금위군이 흑여산맥에서 철수했다는 사실 외에 저하에 대해서 저도 아는 것이 없어요. 지금까지 감가 무소식이에요.”대청마루에 있던 모든 사람의 얼굴에 실망이 가득했다.모두 윤구주를 만나고 싶었지만, 박창용처럼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조차도 윤구주의 행방을 모르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어휴. 언제면 저하를 만날 수 있을는지.”백경재가 탄식했다.다른 사람들도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허탈한 표정만큼은 감추지 못했다.…이때, 강성의 숨겨진 공항에 군용 헬기가 천천히 착륙하더니 군인들이 공항 외곽을 철저히 봉쇄하기 시작했다.그리고 공항 활주로에는 수십 명의 중무장한 군인들로 채워졌다.헬기의 문이 열리자, 3명의 영웅인 박천후, 염수천, 그리고 윤구주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박 총사령관님! 염 통령님!”소령으로 보이는 한 장교가 박천후와 염수천이 걸어 내려오는 것을 보더니 즉시 차려 자세를 취했다.하지만, 이 장교는 윤구주를 알아보지 못했다.박천후가 이 장교를 힐끗 쳐다보며 손을 흔들었다.“너희들은 이만 가봐.”“네!”그러자 두 줄의 군인들이 물러났다.“저하, 강성에 도착했어요.”윤구주를 향해 고개를 돌린 박천후가 공손하게 말했다.윤구주는 자리에 멈춰선 후, 강성의 하늘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한 번 했다.“드디어 그녀를 만나게 되는가? 용인 빌리지로 갈 테니 차 준비해.”“네!”차를 준비하라고 박천후가 서둘러 부하들에게 명령했다.박천후와 염수천을 데리고 용인 빌리지로 향하는 도중에 윤구주는 소채은과의 기이한 만남에 대한 에피소드와 강성에서 보냈던 날들을 두 사람에게 말했다.그러자 박천후가 감격에 찬 어조로 말했다.“저하의 얘기를 들어보니 채은 씨는 엄청 착하신 분이네. 그녀를 만난다면 감사 인사를 제대로 드려야겠어.”“그래. 나도 그렇게 해야겠다.”염수천도 찬성했다.윤구주는 창밖의 익숙한 풍경을 바라보며 소채은을 처음 만났던 때를 떠올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알 리 없는 사람들은 박창용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설국의 선대 국주가 갑자기 붕어한 탓에 다른 새 국주를 임명했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새 국주가 여성이라던데.”주세호가 말했다.“주 회장의 말이 맞아. 그렇다면 설국의 젊은 국주가 왜 갑자기 붕어했는지는 알고 있나?”박창용이 또 묻자, 주세호가 이번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주세호는 사업가인지라 국정에 대해 알 리 없었다.“참수당했어!”박창용은 큰 소리로 말했다.“네? 설국의 선대 국주가 참수당했다고요?”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네. 10국의 성원이었던 설국의 야심은 하늘을 찔렀어요. 특히 요 몇 년 동안에 우리 화진의 국경을 밥 먹듯이 침범한 탓에 그 대가를 치른 셈이죠. 이뿐만이 아니에요. 설국은 군신, 광명 신전 등 거물급 인사들까지 잃었어요. 당연히 이 모든 것은 한 화진 사람의 소행이고요.”이 말을 내뱉는 박창용의 목소리는 격앙된 상태였다.“그것이 정녕 사실이란 말인가요? 그렇다면 대체 누구의 소행이에요?”소청하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화진 사람 한 명이 설국을 상대로 싸워 설국의 국주를 참수했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소청하의 질문에 박창용은 오히려 껄껄 웃으며 사람들에게 되물었다.“하하! 누가 이렇게 대단한 능력을 갖췄는지 여러분은 짐작이 가시나요?”“박 사령관님, 혹시 구주를 말씀하시는 건가요?”총명한 연규비가 물었다.“네? 저하라고요?”백경재가 외치자, 소채은은 물론 그 자리에 있던 주세호와 다른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박창용을 바라보았다.“저하를 잘 아는 사람은 역시 규비 여신님밖에 없네요. 맞아요. 설국의 국주를 참수하고 설국을 백 년 동안 우리 화진에게 굴복시키게 한 인물이 바로 저하에요.”박창용이 진실을 말하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홀로 한 나라와 맞선 데다 설국 국주의 목까지 베었다니!”“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가 설국을 백 년 동안 우리 화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