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그렇게 두 사람은 계속해 다른 세 개의 무인 집결지로 향했다.그날 밤은 무인들의 운이 좋지 않던 밤이다.그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이유는 종문의 기를 살려줌과 동시에 서울에서 거만을 떨기 위해서였다.그런데 그날 밤 공수이와 정태웅처럼 말이 통하지 않는 미친놈들을 마주하게 될 줄은 생각지 못했다.오늘 밤 서울의 다른 세 곳에서는 아주 잔혹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죽은 자들은 모두 무인이었고, 그중 무인들이 가장 많았던 집결지에는 무인들의 시체 300구 정도가 발견되었다.시체들은 모두 끔찍한 모습으로 훼손되어 있었고 일부 시체는 머리가 부서졌다.하룻밤 사이에 거의 천여 명쯤 되는 무인들이 죽었다....날이 서서히 밝기 시작했다.윤씨 일가의 저택.“형님, 동쪽과 북쪽에서도 무인들이 살해당했다고 합니다. 저희가 심어둔 사람들이 전한 소식에 따르면 죽은 사람들 모두 전국 각지에서 서울로 모여든 문벌, 세가 사람들이라고 합니다.”거실 안, 윤창현은 소식을 얻은 뒤 곧바로 윤신우에게 보고했다.“누가 죽인 건지 알아냈어?”윤신우는 평온한 목소리로 물었다.“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중3품쯤 되는 초극 절정인 것 같습니다.”윤창현이 말했다.윤신우는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종문 쪽에서는 반응이 있었어?”“아직은 없습니다. 자운각 쪽에서는 오늘 밤 3명의 하급 절정을 잃었다고 합니다.”윤창현이 말했다.“자운각? 6대종문 중에서 가장 먼저 나선 것이 자운각일 줄이야.”윤신우의 입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형님, 안 좋은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윤창현이 갑자기 말했다.“무슨 소식이야?”윤신우가 물었다.“전해지는 데 따르면 전에 형님께서 종문을 공격한 뒤로 6대종문 절정 수준의 늙은 괴물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형님을 상대할 거라고 했답니다!”윤창현은 어두운 얼굴로 얘기했다.“날 상대하겠다고?”윤신우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30년이나 되었으니 몸을 잘 풀
천하제일이라고 적힌 금빛 현판을 본 순간 공수이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대단하네요! 우리 형님의 집안이 이렇게 대단했군요! 하지만 이상하네요. 우리 형님은 집안이 이렇게 대단한데 왜 이곳이 아니라 굳이 그 허름한 집에서 살았던 걸까요?”공수이는 아주 중요한 질문을 했다.“쉿!”공수이가 말을 마치자마자 정태웅은 서둘러 그에게 조용히 하라고 눈치를 줬다.“왜 그래요?”공수이는 황급히 조심스럽게 물었다.“잠시 뒤 안으로 들어가면 말조심해. 우리 저하께서는 아주 오래전 집안 사람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어. 그래서 지금까지도 자신이 윤씨 일가 자제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해. 그러니까 꼭 말조심해야 해.”정태웅은 상황을 설명했다.“그렇군요!”공수이는 그 말을 듣고 머리를 벅벅 긁었다.“휴, 대단한 집안들은 다 이런가 봐. 수이 동생, 잠시 뒤에 말조심해야 한다는 것만 명심해. 윤씨 일가의 가주님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 돼. 절대!”정태웅은 공수이에게 신신당부했다.공수이는 고개를 힘껏 끄덕이면서 대꾸했다.“네, 알겠어요!”두 사람은 밖에서 대화를 나눈 뒤에야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이제 막 날이 밝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정문이 아니라 담을 넘어서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두 사람이 정원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무시무시한 절정 기운을 가진 사람 두 명이 그들을 맞이했다.“어떤 놈이 감히 윤씨 일가에 멋대로 발을 들인 것이냐?”청색 옷을 입은 두 청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태웅이 형님, 조심하세요!”상대방의 실력이 모두 절정 수준이라는 걸 눈치챈 공수이는 빠르게 움직여 가장 앞에 섰다.그의 몸 위로 금빛의 거북이 등껍질이 나타났고 무시무시한 힘을 지닌 두 손바닥을 막아냈다.청색 옷을 입은 두 노인은 공수이가 그들의 일격을 막아내자 살짝 놀라워했다.“이 자식, 내 공격을 막았어? 그래, 그러면 어디 한번 이것도 막아 봐!”그 말과 함께 앞에 있던 건장한 노인이 손을 움직였다. 곧 넘실대는 청색 현기가 거대한 손이 되
두 노인이 떠난 뒤 정태웅은 그제야 서둘러 입을 열었다.“창현 어르신, 저희 형님들께서 이곳에 계신 걸까요?”“그래. 내가 안내해 주마.”윤창현은 말을 마친 뒤 곧바로 그들을 안내해 주었다.이내 두 사람은 윤창현을 뒤따라서 안마당에 도착하게 되었다. 안마당에 도착하자마자 천현수가 보였다.“천현수, 내가 돌아왔어!”정태웅은 기쁘게 말하면서 천현수를 향해 달려갔다.그런데 천현수는 정태웅의 뚱뚱한 엉덩이를 발로 걷어찼다.천현수에게 걷어차인 천현수는 엉덩이를 잡고 억울한 얼굴로 말했다.“젠장, 왜 날 걷어차는 거야?”“왜? 안 돼? 얘기해 봐. 그동안 어딜 갔었던 거야?”천현수는 노기등등해서 물었다.정태웅은 당연히 할 말이 없었다.그에게 잘못이 있었으니 말이다.정태웅은 중얼대며 말했다.“난... 나는... 밖에 나가서 좀 놀았어. 그래도 제때 돌아왔잖아...”“제때 돌아오긴! 두 사람이 떠난 뒤 우리 아군이 하마터면 전멸될 뻔한 거 알아?”천현수는 계속해 그를 욕했다.“그래,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이제 그만 화 풀어. 형님은 괜찮으셔?”정태웅은 뻔뻔한 사림이었기에 천현수에게 욕을 먹고 서둘러 그의 팔을 잡으며 물었다.천현수는 당연히 진심으로 정태웅을 원망하지 않았다.그는 화를 낸 뒤 말했다.“형님은 괜찮으셔.”민규현 등 사람들이 괜찮다는 걸 알게 된 정태웅과 공수이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천현수, 화내지 마. 나랑 수이 동생이 어젯밤 그 빌어먹을 놈들을 단단히 혼쭐내줬어. 우리가 대신 화풀이를 한 거로 생각해 줘.”정태웅은 어젯밤 공수이와 둘이 문벌, 세가 사람들을 죽인 사실을 자랑스럽게 얘기했다.두 사람의 얘기를 들은 윤창현은 흠칫했다.“어젯밤 서쪽, 북쪽에서 무인들을 죽인 사람들이 너희 둘이었어?”“헤헤, 맞습니다!”정태웅은 웃으며 대답했다.두 사람의 대답을 들은 윤창현은 다시 한번 공수이를 힐끔 보았다.어젯밤 전투에서 천여 명의 무인들이 죽었다. 심지어 그들 중 대부분이 세가와 문벌 출신의 절정 강자였
지금 종문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문벌, 세가까지 전부 서울로 모여들었다.“잘 왔네! 감히 우리 구주를 해치려고 한다면 전부 죽여버릴 거야!”윤창현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그래도 어찌 됐든 이번에 서울에 무인들이 굉장히 많이 모였습니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일이 크게 번질까 봐 걱정됩니다!”윤정석이 이때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뭘 두려워해? 그 빌어먹을 놈들이 우리 구주를 노리는데 죽이지 못할 이유라도 있어?”윤창현이 사나운 목소리로 말했다.“전 창현 어르신 말씀에 동의합니다. 젠장, 우리 저하에게 불경을 저지르다니, 다들 죽어 마땅해요!”정태웅이 이때 맞장구를 치면서 말했다.“맞아요. 전부 죽이자고요!”공수이가 이때 끼어들었다.다들 한마디씩 주고받았고 마지막엔 윤신우가 천천히 말했다.“화진의 무인들이 전부 서울에 모인 이유는 그들이 경외하는 종문에서 나섰기 때문이야. 그들의 기를 죽이려면 우선 종문부터 상대해야 해.”윤신우가 말했다.이번에 3대 서열은 전국 각지에서 서울로 모여들었는데 그 이유는 종문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무인들 사이에서 종문의 지위가 가장 높았다.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종문부터 제압해야 했다.“가주님 말씀이 맞습니다. 하지만 종문을 상대하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민규현이 이때 입을 열었다.종문은 아주 강했고 거의 모든 종문에 엄청난 지위를 가진 조상들이 있었다.게다가 그 늙은 괴물들은 마치 살아있는 화석 같았다. 그들은 실력도 엄청났지만 소문에 따르면 무도 성지인 곤륜과도 아주 밀접한 관계라고 한다.그런 생각이 들자 다들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종문을 상대하는 일은 다들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한테 맡겨. 비록 종문의 실력이 대단한 건 사실이지만 우리 윤씨 일가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거든.”이때 윤신우가 패기 넘치게 입을 열었다.“가주님, 대단하십니다!”“가주님, 위엄이 넘치십니다!”정태웅이 옆에서 떠들어댔다.옆에 있
공수이는 상당히 당황스러웠다.그는 서둘러 고개를 돌려 정태웅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했다.“태웅 형님...”정태웅은 마치 공수이가 역병이라도 되는 듯이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나한테 묻지 마. 나는 아무것도 모르니까.”‘뭐?’공수이는 점점 더 이상함을 느꼈다.그는 서둘러 민규현, 천현수 등 사람들을 바라보았다.안타깝게도 그들 역시 공수이가 역병이라도 되는 것처럼 고개를 돌리며 공수이를 무시했다.공수이와 선을 그으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공수이, 얼른 얘기해. 구주의 아내가 대체 누구야? 얘기하지 않는다면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이홍연은 미친 사람처럼 공수이를 위협했다.어쩔 수 없었다.황실 공주인 이홍연은 진심으로 윤구주를 좋아했고, 흑여산맥에서 자신의 모든 처음을 그에게 주었다.그런데 공수이의 말을 들어 보니 윤구주는 강성에 자기 아내를 찾으러 갔다고 한다.진짜로 아내를 찾으러 간 거라면 그녀는 뭐란 말인가?이홍연의 협박에 공수이는 겁에 질렸다.그는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말했다.“아름다운 공주님, 조금 전에는 제가 말실수를 한 거예요. 다시 말하면 안 될까요?”“거짓말하지 마! 오늘 나한테 진실을 얘기하지 않는다면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이홍연은 사람을 잡아먹을 듯이 아름다운 눈을 부릅떴다.이홍연이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자 정태웅이 말했다.“저, 저는 배가 좀 아파서 화장실에 가야 할 것 같아요.”말을 마친 뒤 정태웅은 곧바로 도망쳤다.민규현, 천현수 등 사람들도 이홍연이 화를 내면 그 결과가 무시무시하다는 걸 알았기에 서둘러 말했다.“저희도... 볼일이 있어서 먼저 나가보겠습니다.”그렇게 다들 도망쳤다.심지어 마지막엔 윤신우, 윤창현, 윤정석까지 이홍연이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을 보고 한숨을 쉬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조금 전까지 사람으로 가득 찼던 거실에는 이제 분노 때문에 눈까지 벌게진 이홍연과 협박을 받는 공수이만 남았다.“공수이, 얘기할 거야? 말 거야? 얘기하지 않는다면 이 칼로 찔러서 죽여버릴
“당연하지. 그러게 왜 쓸데없이 입을 놀려?”정태웅이 원망하듯 말했다.“태웅이 형님, 이건 제 잘못이 아니죠! 태웅이 형님이 그러셨잖아요. 강성에 구주 형님의 예쁜 아내가 있다고요.”공수이는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난 너한테 얘기한 거잖아. 그런데 그걸 왜 공주님께 얘기한 거야?”“왜요? 말하면 안 돼요?”“당연하지! 생각해 봐. 우리 저하와 공주님은 어렸을 때부터 죽마고우로 자랐고 공주님은 저하를 굉장히 좋아했어. 그런데 너는 공주님께 저하께서 아내를 찾으러 갔다고 했잖아. 누구라도 그런 말을 들었다면 널 죽이고 싶었을 거야.”정태웅이 말했다.공수이는 그 말을 듣고 머리를 긁적였다.“일리가 있는 것 같네요. 태웅이 형님, 이제 어떡해요?”공수이는 두려운 얼굴로 정태웅에게 물었다.정태웅은 잠깐 고민한 뒤 말했다.“뭐든 근본을 해결해야 해. 이건 저하의 사적인 문제니까 저하께서 해결하시는 게 가장 좋아. 저하께서는 알고 지내는 여자들이 굉장히 많아. 그리고 저하께서는 그들을 전부 성공적으로 설득했어.”공수이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맞아요. 그러면 구주 형님께서 맡겨야겠어요. 구주 형님께서 자초한 일이니까요. 형님께서는 수많은 미녀 누나들의 마음을 훔쳤잖아요. 저한테는 한 명도 남겨주지 않고요!”공수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불만을 토로했다.이홍연은 온종일 화가 난 상태였다.공수이도 찾을 수 없었고, 강성에 윤구주의 아내가 있다는 것이 사실인지 아무도 그녀에게 진실을 얘기해주려고 하지 않았다. 매번 윤구주의 지인들을 찾아갈 때마다 그들은 모른다고 하거나 바로 도망쳤다.이러한 상황을 겪고 나니 이홍연은 윤구주에게 다른 여자가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빌어먹을 놈! 바람둥이! 돌아오면 가만두지 않겠어!”단단히 화가 난 이홍연은 어쩔 수 없이 하미연을 찾으러 갔다.뒷마당에 도착한 이홍연은 곧바로 하미연 앞에서 울면서 호소하기 시작했다.“할머니, 할머니께서는 제 편을 들어주셔야 해요!”이홍연은 그렇게 말하면서 억울한 얼굴로 울
“홍연아, 진정해. 할머니가 이제 구주한테 물어본 뒤에 자세히 얘기해줄게.”하미연은 이홍연을 설득할 수 없는 것 같자 어쩔 수 없이 시간을 끌기로 했다.그러나 이홍연에게 그런 방법은 먹히지 않았다.이홍연은 울면서 말했다.“상관없어요! 전 구주가 직접 제게 설명해 주길 바라요. 대체 어떤 불여우가 구주의 마음을 빼앗은 건지 볼 거예요! 할머니, 솔직히 얘기할게요. 구주는 이미 제 몸을 가졌어요. 저는 이번 생에 오직 구주뿐이에요. 아무도 제게서 구주를 빼앗아 갈 수 없어요!”이홍연은 상황을 전부 얘기했다.하미연은 그 말을 듣고 기가 막혀서 눈을 끔벅이며 이홍연에게 물었다.“그게 정말이니?”이홍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연하죠!”하미연은 그 말을 듣고 기뻐했다.“그래, 그래! 홍연아, 지금부터 마음 놓거라. 그놈이 네 몸을 가졌다면 평생 널 책임져야 해. 만약 걔가 책임지지 않겠다고 한다면 내가 절대 허락하지 않을 거다!”하미연이 그렇게 얘기하자 이홍연은 그제야 눈물을 닦으면서 말했다.“할머니, 꼭 제 편을 들어주셔야 해요!”“그럼, 그럼. 지금부터 넌 우리 윤씨 일가의 며느리야. 할머니는 당연히 네 편이 되어줄 거란다.”하미연이 가슴을 툭툭 치면서 장담했고, 이홍연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서울 상공, 호화로운 전용기가 서울 안으로 들어왔다.호화로운 전용기 안에는 흰옷을 입은 윤구주가 가만히 앉아 있었고 그의 곁에는 백화궁의 연규비, 백경재, 그리고 그가 가장 사랑하는 소채은 세 사람이 있었다.윤구주는 폐황령이 내려졌다는 걸 알게 된 뒤로 서울에 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짐작했다.그래서 그는 반드시 당장 서울로 돌아가야 했다.다만 이번에 윤구주는 사람들을 많이 데려가지 않았다.그는 오직 세 명만 데려왔다.주세호와 박창용 등 사람들은 데려오지 않았다.“저하, 저희 서울에 도착한 것 같습니다. 와, 여기 강성보다 몇 배는 더 화려한 것 같은데요?”백경재는 유리를 통해서 아래의 화려한 도시의 밤경치를 바라보며 감탄했
개인 비행장에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는데 민규현, 정태웅, 천현수, 공수이 등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윤구주가 서울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접한 뒤 그들은 매우 들떴고, 두 시간 전부터 그곳에서 윤구주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만 윤신우는 그곳에 없었고 대신 윤창현과 윤정석 두 사람이 있었다.“태웅이 형님, 구주 형님께서 돌아오시면 우리 둘을 혼내지 않을까요?”공수이는 눈을 깜빡이면서 비행장 상공을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정태웅에게 물었다.“걱정하지 마. 내가 형님들께 미리 얘기했어. 형님들께서는 우리가 몰래 서울을 벗어났다는 얘기를 저하에게 알리지 않을 거야.”정태웅은 웃으면서 말했다.“정말요?”공수이는 그 말을 듣고 매우 기뻐했다.“당연하지. 이 형님은 아주 믿음직스러운 사람이라고!”“하하, 역시 형님은 대단하시네요! 정말 듬직해요!”공수이는 더는 걱정하지 않았다.사람들은 계속 비행장에 서서 윤구주를 기다렸다.얼마 뒤, 호화로운 전용기가 상공에 나타났다.“왔어!”“저하께서 돌아오셨어!”다들 흥분했다.윤창현과 윤정석도 기뻤다.“우리 조카가 드디어 돌아왔어. 하지만 신우 형님은 우리 조카가 돌아오는 모습을 보지 못하네.”윤창현이 탄식하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전 구주가 언젠가는 형님과 화해할 거라고 믿어요.”“휴, 그랬으면 좋겠어.”윤창현이 탄식하며 말했다.하늘에서 호화로운 전용기가 서서히 착륙하자 윤구주의 형제들은 서둘러 맞이했다.전용기 문이 열리면서 흰옷을 입은 멋진 윤구주가 도착했다.윤구주의 뒤에는 아름다운 연규비와 소채은이 있었고 백경재도 있었다.“저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구주 형님, 정말 너무 보고 싶었어요!”“구주야, 돌아왔구나!”다들 윤구주에게 인사를 건넸다.윤구주는 형제들 외에 윤창현과 윤정석도 있을 줄은 몰랐다.그는 웃으면서 그들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그의 뒤에 있던 소채은은 낯선 얼굴들을 보자 저도 모르게 긴장하면서 몸을 살짝 뒤로 물리며 뒤에 섰다.“연규비 씨도 오셨군요!”
희미한 노인의 모습이 투영되었다. “윤구주, 시간이 없으니 간단히 말하겠다! 내가 누군지 묻지 마. 너는 단지 곤륜 구역의 한 대신전에서 구오 지존 대원만 경지의 천신을 보내 너를 막으려 한다는 것만 알면 돼. 그의 목적은 너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단지 상황을 어지럽히려는 것이야. 어떻게 결정할지는 네가 정해. 우리 쪽에서는 이미 너를 위해 많은 것을 얻어냈다. 그렇지 않으면 온 것이 구오 경지가 아니었을 거야.” 투영은 급하게 왔다가 수옥인이 인사할 틈도 없이 빠르게 사라졌다. “신전이 너의 계획을 방해하려 해. 이것은 이미 누군가가 너를 위해 얻어낸 결과야. 원래 그들은 너를 죽이려 했었어. 아마 오려는 자는 극전 신경, 황자였을 거야.” 수옥인은 또다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윤구주의 반응은 평범했다. 그는 수옥인의 겁에 질린 모습을 보며 경멸하는 듯 말했다. “고작 신전 하나에 겁먹었어? 너도 여섯 신전 중 하나에서 나왔다는 걸 잊지 마! 또한, 극전 신경은 하나의 경계고 황자는 또 다른 경계야. 모든 극전 신경이 황자라 불릴 수 있는 것은 아니야.” 이 둘의 관계는 진동왕이 왕이지만 왕이라 불릴 만한 자격이 충분하지 않은 것과 같다. 화전에서 현재 인정받는 왕은 윤구주 단 한 명뿐이다. 국주 임정설은 무계에서의 영향력이 부족해 겨우 절반 정도로 간주된다. “비록 그렇다고 해도 상대는 기세가 등등하니 가볍게 볼 수 없어. 내가 그 사람이었으면 너를 찾지 않고 네 부하 전사들을 노렸을 거야.” 수옥인은 분석했다. 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옥인이 비록 겁이 많지만 머리는 좋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내가 지금 너를 도와 전법을 안정시키고 있다는 것까지 계산했어. 그 천술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고 곤륜 구역의 그 자식이 여길 계속 주시하고 있어. 내가 나가면 그 사람은 전법을 조작할 거야. 그들이 현모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계산했는지는 모르겠네.” 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뜨고 서 있는 현모를 바라보았다. 말이 이 정도까지 나왔는데도
전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윤구주는 의심이 들었다. ‘곤륜 구역이 정말 내 뜻대로 움직인다고? 귀신족을 노예로 여기고 귀신족의 음기를 받드는 ‘신’들이 귀신족이 자신에 의해 멸망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까?’ “왜 그래, 조상님? 문제라도 있어? 왜 그렇게 표정이 심각하신 거야?” 분위기가 이상함을 느낀 수옥인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무 일도 아니야. 너는 저쪽 전장을 잘 지켜보고 어떤 움직임이라도 있으면 즉시 나에게 알려.” 윤구주는 고개를 저으며 정신을 집중해 다시 전법을 수리하기 시작했다. 천옥, 끝없는 산악 지대 깊은 곳에 음침하고 죽음의 기운이 감도는 어두운 산이 있었다. 하늘에서 보면 그 산은 마치 해골처럼 무섭게 보였다. 이 ‘해골' 모양의 산은 바로 귀신족의 대영이었고 이 종족의 마지막 거주지인 귀산이었다. “죽여라!” 산 위에서는 함성이 귀를 찢을 듯했다. 십만 대군이 각기 전장을 이끌며 산을 공격해 귀신족을 상대로 마지막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는 귀신족 수련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인간 전사들이 감히 신계로 들어왔다는 것, 특히 단독 군대가 이렇게나 강한 기세를 보인다는 것이었다. 수옥인의 투영이 바로 이 귀산에 있었다. 그는 수백 미터 상공에 떠서 전장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특히 이 인간 대군이 지닌 군대의 살벌한 기운은 그를 놀라게 했다. “천옥은 비록 곤륜 구역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신계로 간주한다. 이곳은 인간계가 아니다. 신조차도 인간계에 가면 적응하기 어려울 텐데 이들은 어떻게 천지의 영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걸까?” 수옥인은 이곳의 격렬한 천지의 영기가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극도로 불안정한 영기는 쉽게 사람의 정신을 붕괴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도대체 어떤 훈련을 통해 이 군대가 이렇게 무적의 의지를 갖게 된 것일까?’ 수옥인은 이 순간 앞에 진정한 무서운 아수라 지옥이 있다고 해도 이 인간 전사들은 두려움 없이
“할아버지, 이건 제가 자초한 거예요. 설령 오빠가 제가 오빠를 배신한 걸 신경 쓰지 않는다 해도 제가 오빠의 부하 장군과 병사들을 억울하게 해쳤다는 것만으로도 오빠는 저를 용서할 수 없을 거예요. 이런 말은 소용없어요. 지난 일은 지나간 일이에요. 가끔 추억하는 것도 좋지만 그 추억에만 매달려서는 안 돼요. 오빠는 이미 천옥에 들어갔을 거예요. 이제쯤이면 선우진웅을 처단했겠죠. 잘됐네요. 선우진웅이 임세현을 죽였고 윤구주가 선우진웅을 죽였으니 임세현의 원수를 갚은 셈이에요. 이 화진을 어지럽힌 대적을 처단했으니 임세현도 죽어서 눈을 감을 수 있을 거예요.” 문아름의 눈에는 음흉한 눈빛이 번뜩였다. 모든 것이 그녀의 완벽한 계획 속에 있었다. 문창정은 할 말을 잃었다. ‘또 윤구주가 영웅이 되게 했구나.’ “얘야, 지금 귀신족은 진동왕 하나도 막기 힘들어하고 있어. 그 십만 대군은 귀신족을 개죽이듯 죽이고 있지. 설령 곤륜 구역에서 강자를 보낸다 해도 곤륜 구역의 성격상 칼이 목에 닿기 전에는 절대 상황이 얼마나 급박한지 깨닫지 못해. 보낸 사람은 윤구주에게 밥이 될 뿐일 거야.” 문창정이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문아름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제가 다른 계획을 준비했어요. 이미 한 명의 사사를 보냈어요. 이번에는 윤구주를 죽이지 못하더라도 천옥에 가둘 거예요. 일 년만 가두면 오빠가 나왔을 때는 이미 모든 게 늦은 뒤일 거예요.” “오? 만약 가두지 못한다면? 만약 윤구주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온다면?” 문창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 더 좋아요. 나오려면 윤구주는 정원을 희생해야 할 거예요. 한 사람의 힘으로 천재를 이겨내야 하죠. 나와도 거의 폐인이 될 거예요. 그때 제가 다시 계획을 세워 오빠를 천인 오쇠로 만들고 종문 동맹이 나서 오빠를 몰락시키면 되죠! 저는 오빠가 몰락하는 장면을 기록해 모든 화진 사람에게 영웅이 되는 것의 결말이 어떤 건지 보여주겠어요!” 이 말을 들은 문창정은 손녀의 계획을 짐작했다. 윤
화진의 국경에는 광활한 산맥 끝없이 펼쳐져 있다. 추운 겨울이 찾아왔고 눈이 산을 뒤덮었다. 문아름은 산꼭대기에 앉아 고대의 거문고를 어루만졌다. 그녀의 마음은 어느새 옛날로 돌아갔다. 화진 제일의 교활한 여자라 불리며 음흉하고 독한 성격으로 유명한 그녀였지만 지금 그녀의 눈에는 따스함이 가득했다. 문창정이 눈길을 밟으며 다가와 문아름에게 순백의 겉옷을 걸쳐주었다. “날이 추워졌으니 몸을 따뜻하게 해.” 문창정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문아름이 반응이 없자 그녀의 정신이 이곳에 있지 않음을 알았다. 그는 거문고를 한 번 보고는 모든 것을 깨달았다. “또 그 사람을 생각하는구나. 아직도 그 사람을 잊지 못했어.” 문창정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 말을 듣고 문아름은 정신을 차렸다. “이 거문고는 그 사람이 저에게 준 거예요. 그때 저는 국방부 참모로 남부 왜구의 난을 담당했고 국주를 위해 계책을 내놓곤 했죠. 그 사람도 그때 막 중령으로 진급했을 때였어요. 고작 한 명의 단장에 불과했죠. 할아버지가 직접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문씨 가문의 딸을 얻으려면 최소한 장군은 되어야 한다고 말했던 것도 기억나요. 그 후, 그 사람은 혼자 왜적의 대영으로 쳐들어가 화진 남부를 어지럽히던 왜적의 수뇌부를 전멸시켰어요. 그 공로로 소장으로 진급했고 화진에서 가장 젊은 장군이 되었죠. 하지만 할아버지, 그거 알아요? 그 사람이 장군이 된 후에도 국주가 준비한 경축 연회에 참석하지 않고 밤새도록 서울로 날아가 재상부에 잠입해 육도진의 가보인 이 거문고를 훔쳐 와 저를 만났어요.” 이 말을 하며 문아름은 입을 가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육도진은 화가 단단히 났어요. 그 늙은이도 고집이 세서 구주 오빠를 처벌하려고 했어요. 구주 오빠는 어떤 사람인데요. 저를 위해 훔치고 빼앗아도 이치에 맞지 않음을 알면서도 육 우상을 쳐다보지 않았어. 이 일이 너무 커져 결국 국주가 직접 나서서 중재했죠.” 이 말을 듣고 문창정은 고개를 저었다. “국주가 나선 건 겉보
“그래, 내 부하인 네 명의 군신 중에서 현모가 왕실과 가장 가까운 관계야. 임세현 선배가 현모를 구한 것도 예상했던 일이지. 만약 사해에서의 전투에서 내가 정말로 죽었다면 왕실은 다른 세 명의 군신을 움직일 수 없어서 현모를 대장으로 삼아 국주를 보필했을 거야.” 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말하자면 네 부하인 현모는 정말 운이 좋은 놈이야. 행운은 불행을 따라오는 법이지. 임세현이 현모를 가르쳐 구오 지존 경지에 이르게 했고 이 천옥에서 평생의 철학을 전수했어. 그 노인은 자신의 경험과 깨달음까지 전해주어서 현모가 구오 지존 경지에 이를 수 있었던 거야!” 수옥인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말을 나누는 사이에 천옥의 전법 중심에 도착했다. 전법은 수백 개의 법기로 구성되어 있다. 수만 개의 부적이 연결되어 대진을 이루고 있었다. 수옥인은 중심에 앉아 전법을 안정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윤구주는 도착하자마자 진기의 흐름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사악한 기운이 침투한 것이 분명했다. 잠시 관찰한 후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했다. “결국 문씨 가문이 무력으로 전법을 깨뜨려서 전법이 손상된 거로군. 곤륜 구역의 이 자식들, 이렇게 큰 전법을 만들어 놓고는 전법의 비밀을 철저히 감추고 있어. 같은 곤륜 구역 출신인데도 이렇게 경계하는 걸 보니 대체 무슨 비밀이 있는 거지?” 윤구주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조상님, 그런 건 나도 잘 모르겠어. 내 위치에서는 그런 걸 알 자격도 없어. 어쨌든 곤륜 구역은 예전부터 그랬지. 아무도 진정으로 곤륜 구역을 통일할 수 없었어. 잠시 딴소리를 하자면 예전에 일이 너무 커졌었어. 천술을 남용하고 천지의 기운이 혼란에 빠져 모두가 고통받는 것을 막기 위해 봉신방을 만들어 인간계와 신계를 나눈 거야.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이 세상이 얼마나 혼란스러웠을지 상상이 안 가.” 수옥인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윤구주는 이 말을 듣고 더욱 불쾌해졌다. 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 수옥인에
수옥인은 천옥 전법의 핵심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며 농담 식으로 말했다. “조상님, 아까 그 군신은 정말 인재 중의 인재네.” 윤구주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이 감옥 지기 녀석, 나를 빗대어 욕하는 건가?’ 수옥인은 재빨리 손을 저으며 말했다. “조상님을 욕하는 거 아니야. 나는 그저 현모가 몸집은 커서 문신처럼 생겼는데 얼굴은 여자처럼 고와서 정말 이상하다는 뜻이었어.” 윤구주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너희 곤륜 구역 출신들은 온실 속에서 자라 고생을 모르니 세상사에 대해 알 턱이 없지. 현모는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아 쓰레기통에 버려졌다가 착한 사람이 발견해 고아원으로 보냈지. 조금 자라서는 입양을 갔지만 노역을 시키거나 학대를 당하기 일쑤였어. 여러 가정을 전전했지만 어느 집에서도 사람대우를 받지 못했지. 결국 좋은 집에 입양되었는데 그 집은 장사를 해서 재산이 많았고 그를 친자식처럼 대해주었어. 하지만 그 집안은 지역의 문벌에게 모함을 받아 집안이 망했지. 현모는 그 집안의 딸을 데리고 도망쳐 방랑하다가 서로 정이 들었어. 하지만 고통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어. 문벌이 그들을 찾아냈고 그 집안의 아들이 현모의 눈앞에서 그의 유일한 가족을 능욕하고 죽였어. 현모도 폭행을 당하고 폐인이 되어 거리의 거지가 되었지.” 현모가 겪은 이런 고통은 윤구주도 겪어봤기 때문에 그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수옥인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이걸 세속을 벗어난다고 하지. 곤륜 구역에서 신규를 어겨 가장 무거운 벌을 받으면 신격을 깨뜨려 인간으로 강등당하는 거야.” 윤구주는 어이없어했다. ‘정말 말이 통하지 않는구나.’ “그럼 그 후는 어땠어? 거지가 어떻게 부하로 들어가 4대 군신까지 오를 수 있었지?” 현모는 비록 군신 중 가장 서열이 낮지만 우물 속의 용도 용이었다. 꿩이 아무리 귀해도 봉황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윤구주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 어떻게 구주왕의 부하가 되었을까?’ “이런
“현모, 진짜로 잘못이 있다면 그건 내 잘못이야. 내가 처음에 너를 남부로 배정했을 때 군령을 내렸잖아. 누가 무슨 일이 생기든, 하늘이 무너져도 남부에 있어야 한다고.” 윤구주가 말했다. 수옥인은 곁에서 귀를 기울이며 듣고 있었다. 윤구주는 좋은 말로 달래고 있는 것이었다. 그에게는 매우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윤구주가 사람을 달랠 줄도 알다니?’ 하지만 윤구주가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현모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윤구주는 엄격하게 꾸짖었다. “현모, 네 군직을 박탈하고 대장 계급을 빼앗을 테니 공을 세워 죄를 갚아!” 말을 마친 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작은 소리로 물었다. “이렇게 하는 게 어때? 어쨌든 난 네 상관인데 내 체면을 좀 봐줘.” 이 말을 듣고서야 현모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구주왕님, 이렇게 해야만 제가 국사를 내려놓고 구주왕님의 곁에 머물며 전심으로 구주왕님을 위해 일할 수 있습니다.” 군직을 잃고 자유의 몸이 되었으니 이제 무슨 일이 생기면 현모가 윤구주를 해치려는 자들과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이다. “알았어, 내가 너를 모르겠어?” 윤구주는 앞으로 나아가 현모를 토닥였다. 그리고 선우진웅을 가리켰다. “공을 세워 죄를 갚고 싶다면 선우진웅부터 처리해. 저놈의 목은 네게 맡길게. 어휴, 사해 사변으로 너까지 연루되어 억울하게 고생했구나.” 현모의 시선이 선우진웅에게 집중되자 얼음처럼 차가운 엄청난 살기가 느껴졌다. 선우진웅은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겁에 질렸다. “와우, 그런 생각을 했구나. 이 늙은 놈은 화진의 큰 원수야. 선우진웅을 처단한 공은 절대 작지 않을 거야. 이 늙은 놈은 그에게 맡길게. 조상님은 내가 할 일을 좀 찾아줄까?” 수옥인은 윤구주 앞을 떠다니며 약을 올렸다. 윤구주가 말하기 전에 수옥인이 먼저 말했다. “그 천옥 전법에 문제가 생겼어. 천옥에 문제가 생기면 내가 책임을 져야 해. 내가 길을 안내해 준 걸 생각해서 좀
한 마리의 절세 살수가 깨어났다. 살기가 가득 찼고 천상의 이변이 일어났다. 천옥의 창문을 통해 바라본 밖의 하늘은 짙은 먹구름으로 뒤덮였다. 그 먹구름은 네 발 달린 천수의 형상을 이루었고 네 발로 천지를 밟고 있어 꽤 무서웠다. “출관했군.” 윤구주는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 ‘역시나 나를 실망하게 하지 않네.’ 키가 2미터 20센티미터 정도 되는 한 사람이 동굴에서 걸어 나왔다. 온몸이 푸른색이며 폭발적인 근육은 현철처럼 견고하고 부서지지 않을 듯했다. 이 사람은 단지 모습만 봐도 사람을 겁먹게 할 만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다소 청초했다. 그리고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에는 약간의 음기가 느껴졌다. 그 사람은 한 걸음 내디뎌 동굴을 빠져나오더니 ‘쿵’ 소리와 함께 백 미터 절벽에서 떨어졌다. 그는 땅에 부딪혀 수 미터의 큰 구멍을 냈다. 이 정도 높이에서 떨어지면 살아있을 사람이 없다. 하지만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구덩이에서 세 걸음 만에 빠르게 걸어 나왔다. 그가 지나가며 일으킨 비린내 나는 바람과 그 살기는 숨을 쉬기조차 힘들게 했다. 천옥 전법의 핵심에 있던 수옥인도 너무 놀라서 바지에 지릴 뻔했다. “젠장! 윤구주의 부하들은 다 살수야. 윤구주만이 이런 괴물들을 다룰 수 있어.” 수옥인이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쿵!’ 그 사람은 윤구주 앞에 멈추었다. 이 거인과 비교하자면 윤구주는 키나 체형 모두 그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보였고 약해 보였다. 심지어 기세조차 윤구주를 압도했다. 하지만 그렇게 서 있기만 해도 사람을 겁먹게 할 만한 살수가 윤구주를 보자 주저 없이 한쪽 무릎을 꿇어 경의를 표했다. “구주왕님! 현모가 무능하여 왕께서 직접 나서셔야 했습니다. 제가 발목을 잡았어요.” 현모, 윤구주의 부하인 4대 군신. 전에 윤구주가 왕으로 봉해졌을 때 현모는 화진 남부 전역의 부총장으로 승진하여 대장 계급을 달았다. 그리고 남양 제국들을 견제하는 임무를 맡았다. 하지만 윤구주가 사고를 당한 후 현모도 연
“네가 하늘의 뜻을 거슬러 오늘 나를 죽인다면 곤륜 구역이 너를 천옥에서 살려둘 것 같아?” 깨어난 선우진웅은 곤륜 구역과 문씨 가문을 향해 욕을 퍼부었다. “곤륜 구역과 문씨 가문은 네가 욕할 대상이 아니야. 지금 당장 엎드려 반성해!” 윤구주는 손을 내리쳤다. 선우진웅은 전성기 때도 윤구주에게 제압을 당했던 터라 지금 같은 상태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그는 쿵 소리와 함께 땅에 얼굴을 박았다. “날 죽이진 말아줘! 복수를 원하는 거 아니었어? 난 문씨 가문이 무슨 꿍꿍이인지 알고 있어. 저 빌어먹을 문씨 가문이 너를 죽인 후 우리 부성국이 화진에 진출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어. 이제 보니 모두 거짓말이었어! 문아름은 이미 우리 부성국 군사 정권의 절반을 장악했어. 그 여자는 일석이조를 노리고 있지. 너를 죽이고 나를 제거해 우리 부성국의 국운을 빼앗으려는 거야. 내 목숨만 살려줘. 나도 어느 정도 막강한 실력을 갖췄으니 내가 너의 복수를 도울 수 있어.” 선우진웅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윤구주에게 목숨을 구걸했다. 그 말을 듣고 윤구주는 웃음을 터뜨렸다. “너희 부성국은 무사도를 숭상한다며? 항복을 수치로 여기지 않아? 왜 네놈의 의지는 이렇게 약해? 아직 죽이지도 않았는데 벌써 겁을 먹었네? 이미 없는 목숨인 주제에 아직도 죽음을 두려워하다니. 넌 원래부터 겁쟁이였어. 약한 자를 괴롭히고 강한 자를 두려워하지. 자기 자신도 지키지 못하는 것이 바로 너희 부성국의 상류층이다. 게다가 부성국은 백 년 전에 전패한 이후로 국운이 남아있기나 해? 온 세상이 너희 부성국이 어떤 놈들인지 알고 있어. 화진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너희를 용납하지 않을 거야. 한 나라가 이 지경까지 몰려 세상의 멸시를 받는 건 너희 부성국뿐일 거야.” 선우진웅은 치욕스러웠지만 목숨을 걸고 분노를 억눌렀다. 하지만 윤구주가 말을 마치고 검의 기운을 거두며 더 이상 그를 공격하지 않자 그의 표정이 밝아졌다. ‘흥, 말로는 그럴듯하게 하지만 속으로는 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