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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8화

Author: 진헤이
소은지는 낮은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들고 있었다.

그녀 맞은편에는 엔데스 운빈의 아내이자 엔데스 가문의 넷째 며느리인 송연미가 앉아 있었다.

조금 전만 해도 여자의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가 있었고 모든 사람들은 그녀와 소은지가 가족 만찬 이후 매우 친밀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화실 문이 닫히는 순간 실내의 공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이제 다 알았지?”

송연미는 우아하게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녀의 모든 몸짓에는 품격이 배어났다.

하지만 말투는 너무나 차갑고 냉랭했다.

소은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의 말에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지금은 그와 만나지 않는 게 좋겠어.”

소은지는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 본론을 꺼냈다.

어쨌든 송연미와 지현우의 관계는 조만간 누군가 악용할 게 뻔했다.

더군다나 벌써 그들의 관계를 이용해 엔데스 현우를 깎아내리는 자들이 있었다.

소은지의 말이 끝나자 맞은편에 앉은 여자는 잠시 놀란 듯 그녀를 바라봤다.

이런 상황에서도 소은지가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 것이 의외였던 모양이다.

‘대체 뭐지?’

송연미는 점점 더 적대적인 눈빛으로 소은지를 쏘아보았고 소은지 역시 차가운 눈길로 송연미를 응시했다.

소은지의 말은 얼음처럼 차갑고 날카로웠다.

“정말 그 사람을 위한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할 텐데.”

그녀의 이지적이고 예리한 모습에 송연미의 눈은 더욱 가라앉았다.

한참 뒤 송연미는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지금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러는 거지?”

소은지가 차갑게 말했다.

“어떻게 부르길 바라는 거야? 사모님 아니면 형님?”

두 단어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녔다.

송연미의 눈빛이 흔들렸다.

소은지는 그런 그녀를 보며 더욱 진하게 미소 지었다.

이런 똑똑함과 냉철함이라니.

송연미는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질투심까지 불쑥 치밀어 올랐다.

그래 질투였다.

소은지와 지현우는 이젠 정식 부부였다.

송연미는 질투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지금 하는 짓이 쇼라고 해도 소은지를 편하게 둘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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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의 파리는 날씨가 좋지 않았고 눈이 내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작은 눈송이들이 흩날렸고 지금은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였다.“쾅!”소은지는 차에서 내려 차 문을 닫고 돌아서는 순간, 여진우의 시선과 마주쳤다.온몸에 전율이 흘렀다.여진우는 소은지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 억눌렸던 기억이 떠올랐다가 다시 순식간에 사라졌다.어둑한 눈 속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익숙함이 느껴졌고 마음속이 세차게 흔들렸다.여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익숙함 때문에 여진우의 시선은 강이한에게 고정되었다.소은지는 여진우의 시선에 불편함을 느꼈고 눈살을 찌푸리며 앞으로 나아가며 물었다.“유영이는 돌아왔어?”“유영이를 찾는 거야?”여진우의 목소리도 익숙했다.소은지와의 접촉은 많지 않았고 특히 이렇게 어두운 공간에서는 더욱 그랬다. 소은지는 주로 이유영과 함께 있었고 여진우와 마주친 적은 몇 번 없었다.소은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정 선생님을 찾아왔어.”소은지의 얼굴에는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그녀의 눈빛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여진우는 한눈에 소은지가 이 시점에 정국진을 찾아온 이유를 알았다.소은지는 지금 현우의 아내였고 엔데스 가문은 중요한 시기에 있었다.그러니 소은지의 목적은 분명했다.“들어갈 필요 없어. 그는 너를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소은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 말을 듣자, 소은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차가운 외모 아래, 누구도 그녀의 마음속에 어떤 감정이 끓어오르는지 알 수 없었다.지금 소은지에게는 정국진이 최선의 선택이었다.“만나봐야 알지 않을까?”소은지는 말하며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하지만 발을 내딛는 순간, 여진우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소은지는 눈살을 찌푸리며 여진우의 차가운 옆모습을 바라봤다.말할 것도 없이, 키를 제외하고는 여진우는 이유영과 닮았다. 마치 복사본처럼 똑같았다.그 순간 소은지는 생각했다.만약 강이한과 박연준이 서주에서 여진우를 만났다면 이유영은 존재하지 않았을까?혹은 여진우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15화

    서재 안에는 편안함 대신 긴장감이 가득했고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며 앉아 있었다.정국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다 알아봤어?”“네.”“그 엔데스 가문...”정국진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엔데스 가문의 깊은 속셈은 아무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제 정국진은 박연준이 이유영을 파리로 데려오기 전에 우천시에서 이유영과 결혼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사실 모두가 알고 있었다.엔데스 가문에서 일이 벌어지는 동안, 이유영 곁에 강이한과 박연준이 있었기에 그들은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하지만 엔데스 가문은 오랜 세월 동안 쌓아온 권력 때문에 결국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고 송씨 가문은 이미 그 사건에 휘말리고 말았다.“너는 용성시로 가.”정국진은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여진우에게 말했다.여진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용성시에 가라고요?”“유영이에게 연락해야 해. 지금은 중요한 때야.”결국 남자는 여자가 분노에 차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유영은 지금 박연준과 강이한에게 분노로 차 있었고 그녀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을 것이다.연서는 이유영의 마지막 선이었다. 연서가 나타나면서 이유영은 자신과 강이한의 감정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깨뜨렸다.그런 깨진 감정 속에서 이유영과 엔데스 명우의 과거를 생각하니 정국진은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네, 알았어요.”여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이유영은 정말 골칫거리였다. 강이한에 대한 이유영의 분노는 대단했고 서주에서 벌어진 일만 봐도 알 수 있었다.“어찌 됐든 이번에 유영이는 엔데스 가문과 아무런 관계가 없어야 해.”정국진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정국진은 엔데스 가문 때문에 과거에 쓴맛을 본 적이 있었기에 그는 파리에 살면서도 엔데스 가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관여하지 않았다.심지어 엔데스 가문과 친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때로는 가족이 어떠한 친분보다 소중했다. 과거에는 가족이 없었기에 고려할 것이 없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가족이 있는 사람은 고려해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14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정국진은 임소미를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은 정말...”정국진은 지금 임소미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비록 말투는 단호했지만 여린 마음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사실 그들은 강이한이 이유영의 눈을 위해 그런 결정을 내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고 그저 수술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예상과 달리 강이한이 나선 것이다.여진우가 돌아왔을 때, 정국진과 임소미는 무거운 표정을 서로 마주 보았고 결국 정국진은 임소미에게 말했다.“제가 진우랑 서재에서 얘기할게요.”“그래요.”임소미는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던 임소미의 표정은 여전히 무거웠다. 누구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정국진과 여진우가 위층으로 올라갔고 때마침 월이가 밖에서 놀다가 들어왔다.“할머니.”작은 아이는 부드러운 몸으로 임소미에게 안겼다.임소미는 아이를 꼭 껴안고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왜 이렇게 빨리 뛰어다녀. 여자아이는 넘어져서 흉터가 생기면 안 돼.”흉터라는 말이 나오자 임소미는 이유영의 온몸에 있는 상처들을 떠올렸다. 그 상처들은 모두 강이한이 이유영에게 남긴 상처였고 그녀를 얼마나 아프게 했는지의 증거였다.그렇게 생각하니 임소미는 강이한이 각막 수술에 대해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그래, 그건 강이한이 이유영에게 빚진 것이다.그들의 관계에서 누가 누구를 이용했든, 감정은 결국 그들만의 것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유영은 항상 강이한을 믿었지만 강이한은 결국 그녀의 믿음을 저버렸다.그래서 그들은 지금 이런 사이가 되어 버린 것이다.“할머니.”“응?”“엄마는 언제 돌아와요?”작은 아이는 임소미를 애처롭게 바라봤다.임소미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엄마가 보고 싶어?”“네, 너무 보고 싶어요.”강이한에 대한 감정과 달리 아이는 이유영을 매우 좋아했는데 석 달을 보지 못했으니 너무 보고 싶어 하고 있었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13화

    비행기가 구름을 뚫고 하늘로 치솟는 순간, 이유영이 박연준에게 물었다.“우리 파리로 돌아가는 거야?”박연준은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걱정 마, 널 어디에 넘기려는 건 아니니까.”이유영은 눈살을 찌푸렸다.이 비행기가 파리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이유영은 찌푸렸던 미간이 더욱 깊어졌고 불쾌함이 스멀스멀 올라왔다.“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수술하러 가는 거야.”“...”수술?파리로 돌아온 이후, 이유영은 피부든 눈이든, 끊임없이 수술이라는 단어와 마주해야 했다.그러나 막상 수술이 현실이 되자, 그녀의 마음속은 누구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복잡했다.공기는 정적에 휩싸였다.이유영은 손에 들고 있던 빨대 컵을 힘껏 들이켜고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있어?”그녀는 각막에 관해 묻고 있었다.어둠 속에서 살아본 사람만이 그 희망이 얼마나 희박한지, 세상에 정상적인 시력을 가진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그 시력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히 깨닫는다.세상에는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이 다시 눈을 뜨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까?아버지는 여러 번 이유영에게 수술을 제안했지만 이유영은 매번 거절했다. 그녀는 자신의 신분 때문에 특별 대우를 받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고 가장 평범한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싶었다.기다리는 것, 그것이 그녀의 유일한 기준이었다.“응.”박연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이유영은 박연준의 목소리에서 묵직한 기운을 감지하고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살아 있는 사람의 장기를 이식받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그건 알고 있지?”“알아.”박연준은 이유영의 신분이 어떻게 변하든 그녀의 입장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강이한과의 감정 외에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그럼...”이유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두 사람 사이에는 긴 침묵이 흘렀고 박연준은 이유영의 텅 비어 있는 눈을 보며 그녀의 감정을 읽기 어려웠다.박연준은 이유영을 한참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12화

    우천시의 추위는 뼛속까지 스며들었고 이유영은 몸을 움츠리며 떨었다.박연준은 이유영의 작은 몸짓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았다.언제부터 이유영의 작은 변화에도 이렇게 민감해졌을까? 누군가를 깊이 관심하게 되면 다 이렇게 되는 걸까?박연준은 누군가에게 마음이 흔들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그 감정은 예상보다 훨씬 견디기 어려웠다.연서를 향했던 감정보다 더 깊고 복잡했다. 분노와 좌절은 전혀 다른 감정이었고 그가 이유영에게 느끼는 것은 오직 좌절과 안타까움뿐이었다.박연준은 목에 두르고 있던 회색 목도리를 풀어 이유영의 목에 감아주었다.그 목도리는 옥색 전통 복장과 어우러져 한층 더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박연준의 온기가 스며들자 이유영이 느끼던 추위도 서서히 사그라졌다.박연준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조금은 따뜻해졌어?”“이러지 않아도 돼.”“...”이유영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다. 예전 같았으면 이유영의 이런 차가운 태도에 상처를 받았겠지만 지금은 이미 익숙해진 듯했다.이건 그와 강이한이 이유영에게 빚진 것이니 어떤 태도로 그들을 대해도 당연한 일이었다.“지금은 춥지 않은 것 같네.”박연준의 목소리에는 씁쓸함이 묻어났다.“...”청석판 길은 매끈하지 않았고 휠체어를 밀 때마다 돌출된 부분이 울퉁불퉁하게 전해졌다. 마치 공예품처럼 정교하게 만들어진 돌이었지만 이유영은 불편함을 느꼈다.청석판에서는 특유의 은은한 향이 풍겼다.“여기서 사는 사람들은 행복할 것 같아.”“왜 그렇게 생각해?”“여기가 도심 한가운데잖아? 그런데도 자연의 향기가 가득해.”이유영은 이곳의 향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박연준은 말없이 이유영을 바라보았고 눈빛에는 씁쓸함이 더욱 짙어졌다.냄새에 대한 감각이 더욱 예민해졌고 눈이 보이는 사람조차도 쉽게 느낄 수 없는 감각이 있었다.이유영은 어둠 속에서 세상을 특별한 방식으로 인지하고 있었다.“유영아, 더 이상 애쓰지 마. 응?”박연준의 목소리에는 깊은 슬픔이 묻어났다.이유영이 애써 괜찮은 척할수록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11화

    연서가 없었다면 그때 일어났던 모든 일은 그녀가 스스로 감당해야 할 상처였을 것이다. 그러나 연서가 있었기에 모든 것이 달랐다.결국, 그녀는 연서로 인해 박연준과 강이한 사이에 휘말렸고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용서할 수 없었다.“내 인생을 엉망으로 만든 게 누구인데, 이제 와서 나 자신을 용서하라고?”“...”“그게 그렇게 말처럼 쉬워?”자신을 용서하고 모든 걸 내려놓으라는 건 이유영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일이었다.그들의 단순한 생각이 너무 우스웠고 증오스러웠다.“...”이미 창백했던 박연준의 얼굴이 한층 더 창백해졌다.이유영과 강이한, 두 사람 모두 자신을 용서하고 모든 걸 놓아버리기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기다림은 언제나 잔인한 법이었다.박연준은 이유영에게 파리로 돌아가겠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고 대신 꼬박 이틀 동안 강이한의 연락만을 기다렸다.하지만 강이한은 아무런 소식이 없었고 한참 후에야 박연준은 문자를 받게 되었다.[예약한 병원으로 데려와.]전에 서재에서 박연준과 함께 예약한 병원이었다.결국 이런 결정을 내렸단 말인가?휴대전화를 들고 있던 박연준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문기원이 방으로 들어왔고 그가 본 박연준은 검은색 긴 코트에 회색 머플러를 두르고 여전히 깔끔하고 고고한 기품을 풍겼지만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상실감은 감취지지가 않았다.그동안 벌어진 일들이 박연준의 마음에 이토록 많은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선생님.”박연준은 정신을 차리고 문기원을 바라보았다.그의 눈동자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서려 있었다.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입술을 떼었음에도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박연준도 아마 느꼈을 것이다. 그와 이유영 사이에 벌어진 일들이 이제는 영원히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그렇기에 그는 자신을 모든 것을 이유영에게 주기로 한 것이다.“기원아.”박연준이 한동안 침묵하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네.”“용성시로 갈 준비해.”“...”용성시로 가다니, 결국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오고 만 것인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10화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인지 몰랐다고는 해도, 그래도 이유영의 딸이었다. 그런데도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었을까?박연준이 침묵하자 이유영은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내뱉었다.“너와 그 사람, 둘 다 내 인생에서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야!”이미 숨 막힐 듯한 답답함이 가득한 가슴에 이유영의 말은 더욱 깊은 상처를 남겼다. 사람은 감정에 휩쓸릴 때 가장 위험한 존재가 된다. 과거 연서 사건으로 분노했던 것처럼 지금은 이유영 앞에서 속수무책이 되었다.“사실 네가 가장 증오해야 할 사람은 나야.”박연준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가장 증오해야 할 사람이 박연준이라고? 그는 자신이 증오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사실 박연준은 강이한과 마찬가지로 증오스러운 존재였다.“날 알프산에 데려갔을 때, 네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해?”“유영아.”“지금 와서 착한 척하며 모든 잘못을 뒤집어쓰려고 하네.”이유영의 말에는 냉소가 섞여 있었고 박연준은 그 냉소를 느끼며 가슴이 더욱 아팠다.“넌 그저 한지음을 그 사람 곁에 보냈을 뿐이라고 하며 누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그 사람의 마음의 저울이 결정할 거라고 했어.”답답했던 가슴은 이유영의 말에 더욱 아픔으로 퍼져 나갔다.맞다. 박연준은 한지음을 강이한 곁에 보냈을 뿐이었다. 강이한이 왜 한지음을 이유영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심지어 한지음의 딸을 이유영보다 더 소중하게 여겼는지, 박연준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박연준도 이유영도 강이한의 마음속에서 한지음이 가장 중요한 존재라고 믿었다.“박연준.”“응?”“네가 아버지라면, 과연 누가 네 아이보다 더 소중할까?”박연준은 말이 없었다.누가 자기 자식보다 더 중요할까? 마음속에는 단 하나의 답만 존재했다. 누구도 자기 자식을 능가할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이유영에게 그 말을 할 수 없었다. 이유영은 이미 화가 난 상태였고 그러니 그녀를…“유영아, 너도 한 번쯤은 스스로를 용서해 줘. 응?”“이온유는 아직도 그 사람 곁에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09화

    어둠 속에서 박연준은 담배를 연거푸 피웠지만 가슴속 답답함이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휴대폰 화면에 강이한의 번호가 떠올랐다. 곧 신호음이 울리더니 전화가 연결되었다.“여보세요.”“시간이 됐어.”“언제 돌아올 거야?”두 사람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평온했다.참으로 아이러니했다.지난 몇 년 동안, 박연준과 강이한 사이엔 언제나 칼날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고 두 사람 사이에 평화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모든 것은 연서 때문에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이유영 때문에 잠잠해졌다.하지만 그 평온함은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했다.“네가 와서 데려가.”박연준의 말이 끝나자, 공기는 순간 얼어붙었고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무겁게 울려 퍼졌다.강이한에게 이유영을 데려가라고? 박연준은 무슨 일을 꾸미는 걸까?“수술은 내가 할게.”박연준은 전화 너머의 강이한에게 말했다.강이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공기는 다시 정적에 휩싸였고 박연준은 그 말을 하는 데 온 힘을 다 쓴 듯 강이한이 대답하기도 전에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어둠 속에서 박연준은 차갑고 외로운 기운을 내뿜었다.그는 모든 것을 잘못했다. 단 한 가지, 서주에 대한 인식만은 옳았다.서주는 마치 늪과 같았다. 하지만 그 늪은 결국 그와 강이한을 삼켜버렸고 그는 이유영까지 그 늪으로 끌어들였다.만약 빚을 따진다면… 그와 강이한 중, 더 큰 죄를 지은 사람은 박연준이었다.만약 그 음모와 계략이 없었다면 이유영과 강이한은 원래대로 행복했을 거지만 결국 박연준이 상황을 이렇게까지 몰아넣은 것이다그날 밤, 누구도 쉽게 잠들지 못했다.다음 날 아침.아침 식탁에는 이유영을 떨리게 했던 쓴 약이 사라졌다.“내가 먹여줄게.”“싫어.”“유영아, 나에게 그렇게 냉정하지 마.”이유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연준의 감정은 분명히 이상했지만 어디가 이상한지는 이유영도 알 수 없었다.박연준이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이유영은 아직 어둠에 익숙하지 않았다.그때 박연준은 이유영을 도와주려고 했고 이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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