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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9화

Author: 일설연우
봉구안은 갑옷을 입고 나타났다. 소욱은 그녀를 보자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게 무슨 짓이냐? 내가 너한테 상처부터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던 거 기억 못 하느냐.”

봉구안은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제 상처는 별일 아닙니다. 계속 여기 안에만 있으면 오히려 몸이 더 불편합니다.”

“적군을 몰아내는 게 급선무입니다. 게다가 양연삭도 그들 편에 있으니, 그들을 빨리 처치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소욱은 단호히 고개를 저으며 그녀를 가로막았다. 그의 눈빛은 결연했다.

“안 된다. 네 상처가 아직 다 낫지 않았으니 또 다치게 할 수는 없다.”

봉구안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제 몸을 잘 지킬 수 있습니다.”

“구안아, 너…”

소욱은 그녀를 더 설득하려 했지만, 그 순간 밖에서 보고가 들어왔다.

“폐하, 적군이 소환을 내놓지 않으면 당장 전쟁을 시작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동부 변경

조유관 성벽 바깥. 적군이 검은 물결처럼 밀려들었다. 붉은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며 전장을 압도했다.

양측이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북연군의 진 장군은 기세등등했다.

그의 뒤에는 ‘화룡’과 새롭게 개발된 죽화총이 줄지어 있었다.

남제에 있는 것은 북연에도 있었고, 남제에 없는 것조차 북연은 가지고 있었다.

전력 차는 명확했다.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공격하는 데 이유가 필요 없었다. 그러나 큰 나라끼리의 전쟁이라면 명분이 필요했다.

북연군은 소환이라는 대마두를 내놓지 않으면 ‘화룡’을 발사해 강공하겠다고 협박했다.

오랜 기다림에도 남제 측은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점차 북연군은 참을성이 바닥났다.

많은 병사가 소리쳤다.

“공격하라!”

“공격하라!”

그들에게는 장거리용 화룡과 근접전을 위한 죽화총이 있었다.

남제 따위는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

반면, 남제군은 화룡을 보자 심장이 내려앉았다.

그 위력을 익히 들어온 터였다.

그러나 소환은 맹 소장군이란 신분이자 미래에 황후가 될 자였다.

그런 그녀를 적군에게 넘길 수는 없었다.

장군들은 성벽 위에 서서 북연의 대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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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주에 도착한 봉구안은 역관에 머물렀다.야전에서 장막 생활을 하던 때보다 훨씬 나았다.군영을 순찰한 뒤 돌아온 것은 자시 무렵이었다.그런데 역관의 문 앞에 장순이 앉아 있었다.그녀가 다가가자 장순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인사했다.“황후마마.”봉구안은 피곤한 기색을 감추지 않은 채 담담히 물었다.“이 늦은 밤에 무슨 일이냐?”장순은 옷자락을 꼭 쥔 채 머뭇거렸다.그러다 어렵게 입을 열었다.“황후마마… 어머니가 보고 싶습니다.”늘 의젓하던 아이였지만, 본디 그는 아직 어린 소년이었다.봉구안은 더 묻지 않았다.“은이, 장순을 집으로 돌려보내라.”한쪽에서 강아지풀을 입에 문 채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던 은이가 장순을 흘겨보았다.봉구안이 멀어지자, 그는 장순의 옷깃을 잡아챘다.“야, 솔직히 말해라. 혹시 전쟁이 무서워 도망치려는 건 아니겠지?”장순은 얼굴을 붉히며 발끈했다.“아닙니다! 대장부가 어찌 겁을 먹고 도망치겠습니까! 저는 전쟁이 두렵지 않습니다!”그는 지난 전투 동안 군사들과 함께 움직이며 자신을 하나의 병사라 여겼다.조유관 전투에서 백성들을 무사히 대피시킨 봉구안의 결단력에 감탄했고, 그녀를 믿고 끝까지 함께 싸우고 싶었다.그러나 그는 여전히 어린아이였다.그리고 그에겐 병든 어머니가 있었다.감주의 백성들은 봉구안과 장수들이 지키고 있었다.하지만 황성에 홀로 남은 어머니는 오직 그만을 의지하고 있었다.동쪽 국경이 함락된 지금, 백성들은 불안 속에 어디로든 도망치려 할 터였다.불안한 민심 속에서, 그의 어머니는 안전할까?그는 며칠째 악몽을 꾸었다.한 번이라도 다녀오지 않으면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방 안에는 싸늘한 공기가 감돌았다.12월의 밤, 날씨는 몹시 추웠다.긴 하루를 보낸 봉구안은 녹초가 되었지만, 잠들기 전에 소욱이 보낸 편지를 펼쳐 들었다.내용은 대부분 그녀의 안부를 염려하는 말들이었다.봉구안은 손으로 뺨을 괴고, 다른 한 손으로 편지를 눌렀다.그러다 점점 졸음이 밀려왔고, 모르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01화

    조유관은 이미 무인지경이었다.화살에 꿰뚫린 것은 모두 허수아비였다. 가짜 병사들이었다!단춘의 귓가엔 웅웅거리는 소리가 맴돌았다.길게 쥔 창을 쥔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배었고, 분노와 억울함이 차오르며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그는 또다시 남제 놈들에게 농락당한 것이다!그러나 아무도 없을 리가 없었다.조유관은 남제 동부 국경의 중요한 방어선이었다.단춘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남제 놈들은 도대체 무슨 속셈이란 말인가?정찰병의 보고를 믿을 수 없었던 그는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조유관의 성문이 병사들에 의해 열렸다.단춘은 말을 타고 가볍게 성안으로 들어섰다.그러나 성 안은 텅 비어 있었다.진지도 없었고, 주둔 병사도 없었다.그는 서둘러 성루로 올라갔다.결국 정찰병의 말이 사실이었다.성루에 줄지어 서 있는 남제 병사들은 모두 갑옷을 입은 허수아비였다!수많은 병사들이 목이 터져라 외치며 성루까지 올라왔건만, 지금은 서로 멍하니 바라보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필사적인 혈투를 각오했건만, 적은 이미 도망가 버렸다.한동안 성벽 위는 기이할 정도로 고요했다."빌어먹을!"단춘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칼을 뽑아 허수아비를 마구 난도질했다."활이며 병력을 이렇게 허비하게 만들다니! 남제 놈들, 간사하기가 끝이 없구나! 정찰병! 당장 적군이 어디로 숨었는지 알아내라!"부장은 뒤에서 숨을 죽이며 감히 말 한마디 하지 못했다.누가 이런 황당한 공성계를 펼칠 거라 예상이나 했겠는가.다시 보니, 성을 점령하려 했던 이쪽 병사들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어떤 병사는 성벽을 오르다 떨어져 목숨을 잃었고, 또 어떤 병사는 먼저 올라가려다 헛디뎌 짓밟히고 말았다.꼴사납기 짝이 없었다.빈 성 하나를 차지하는 데 얼마나 많은 화살과 병력을 낭비한 것인가!억울하고 분통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때, 한 병사가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장군님! 남제 놈들이 뭔가를 남기고 갔습니다!"단춘은 소리가 난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그곳에는 커다란 천 뭉치가 있었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00화

    대하 황제는 단춘의 서신을 받은 뒤 즉각 명령을 내려 추가 병력을 조유관으로 보내게 했다.한 달 후, 네 나라의 증원군이 조유관 외곽에 집결하였다. 병력은 기존의 두 배에 달했다.20만 대군이 성문 앞에 모여드는 모습은 검은 물결처럼 보였고, 그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군대를 이끄는 단춘의 눈빛은 차갑고 매서웠다.그는 오래도록 자신들을 비웃어 온 남제인들을 반드시 꺾어버리겠다는 일념에 사로잡혀 있었다."활과 석궁을 준비하라!"석궁을 담당한 병사들이 앞으로 나와 무기를 거치하고, 조유관 성벽을 겨냥했다.석궁은 일반 활에 비해 사거리가 길고 명중률이 높았으며, 나무 지렛대를 이용해 줄을 당기고 발사하기 때문에 조작이 간편했다.그러나 석궁 제작 과정은 상당히 까다로웠다.부품의 평탄도, 탄성 조절, 조준 장치, 발사 장치 등 모든 부분에서 숙련된 기술이 요구되었다.석궁 한 자루를 만드는 것은 쉬울지 몰라도, 화살이 빗나가지 않도록 정교하게 만드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특히 전장에 투입되는 석궁은 더욱더 정밀하고 견고해야 했다.대하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석궁 장인들을 보유한 유일한 나라였다.다른 나라들은 석궁의 장점을 잘 알고 있었지만, 모든 병사에게 석궁을 익히게 할 만큼의 인내와 비용을 감당하지 못했다.이로 인해 대하의 석궁 전법은 독보적인 것으로 평가받았다.단춘의 명령만 떨어지면 성벽 위 남제 병사들은 벌집이 될 것이 분명했다.부장이 두 손을 모아 단춘에게 외쳤다."장군! 석궁 대열 준비 완료! 언제든 공격 가능합니다!"양쪽에는 일반 석궁이 배치되었고, 중앙에는 대형 석궁이 자리 잡았다.이 대형 석궁은 60명이 힘을 합쳐 축을 돌려야 하는 거대한 무기였다.단춘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그는 손을 휘둘러 단호히 외쳤다."공격하라!"순간 석궁에서 화살이 한꺼번에 발사되었다.그 화살비는 일반 활에서 쏜 것보다 훨씬 거대하고 위협적이었다.마치 새 떼가 하늘을 뒤덮은 듯, 혹은 메뚜기 떼가 들판을 덮은 듯, 검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99화

    대하 사국 연합군은 조유관을 이미 손에 넣은 것처럼 자신만만하게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단춘은 통쾌한 듯 술 한 사발을 마시고는 노래를 불렀다."조유관, 조유관, 만 리 장풍이 슬픈 손님을 보내는구나! 곧 이곳은 대하의 조유관이 될 것이다!"그날 밤, 단춘은 황제에게 상세한 전황을 보고하며 동방 공격 준비가 완료되었음을 알리고 추가 병력을 요청했다.다른 세 나라도 본국에 추가 병력을 요청하며 이번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남제의 화룡탄이 떨어졌으니 이제 겁날 것이 없었다.아무리 봉구안이 뛰어난 무예를 가졌다 해도 병력이 부족하면, 솥에 쌀이 없듯 능력이 무의미할 뿐이었다.단춘의 눈에는 승리에 대한 갈망이 가득했다."활과 석궁을 준비하라!""예, 장군!"그때, 한 다른 나라의 장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단 장군, 북연이 먼저 남제를 공격하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먼저 조유관을 공격하는 것이 너무 성급한 건 아닙니까?"단춘은 크게 웃으며 결정을 내렸다."북연이 이미 유리한 고지를 점했고, 남제를 무너뜨리는 것은 시간 문제다.""남제의 병력 배치를 이미 파악했으니, 동방 병력이 부족할 때 행동하는 것이 맞다.""그들이 대군을 파견하거나 화룡탄을 다시 생산하기 전에 움직이지 않는다면, 조유관을 공격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단춘의 결단에 장군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상황에 맞게 전략을 변경하는 것은 타당한 선택이라는 데 반대 의견은 없었다.하지만 일부 장군들은 계속 기다리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그 이유는 바로 동방에 주둔한 사령관 봉구안 때문이었다.그녀는 여성이자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을 지휘하는 천재적인 능력을 지닌 인물이었다.수많은 전투에서 소수의 병력으로 다수의 적을 물리친 기록이 많았고, 양 나라와 북연 모두 그녀의 손에 큰 타격을 입은 경험이 있었다.특히 양나라는 그녀에게 철저히 패배해 남제의 속국으로 전락한 상태였다.이런 상대를 과소평가했다가는 큰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98화

    봉구안이 동방으로 간 이후, 소욱은 매일같이 편지를 보냈다.하지만 그녀는 며칠에 한 번씩만 답장을 보냈다.그럼에도 소욱은 그녀를 탓하지 않았다.동방에서 적군과 싸우느라 제대로 된 식사나 목욕도 하지 못할 정도로 바쁠 텐데, 그런 와중에 답장을 보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다.하지만 진한길이 전갈이 없다고 보고할 때마다, 소욱의 마음 한구석에는 어쩔 수 없는 서운함이 남았다.그는 단지 그녀의 편지를 받고 싶었고, 그녀의 근황을 알고 싶었다.소욱은 이마를 손으로 짚으며 쓰린 눈가를 문질렀다.쉰 목소리로 물었다.“동방세의 상황은 어떤가?”그와 봉구안은 계획을 세워두었다.사방의 적군을 잠시나마 안정시켜 동방세가 거미줄을 개량할 시간을 벌어주려 한 것이다.이를 위해 그는 동방세에 많은 인원을 지원했다.진한길이 공손히 대답했다.“현재 절반 이상 완료된 것으로 보입니다.”소욱은 턱을 약간 들며 명령했다.“서둘러 끝내라고 전하라.”이번 전쟁은 남제의 존망이 걸린 일이었다.소욱은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었다.진한길은 머리를 숙이며 물러났다.……북방.북연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은 남제를 여러 차례 공격했지만, 서녀국이 동맹을 깨고 배신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북연 황제는 분노를 터뜨리며 앞에 있던 음식을 발로 걷어찼다.그의 눈은 분노로 가득 찼다.“서녀국이 감히 배신을 하다니! 남제를 정복한 후, 다음은 서녀국을 정복할 것이다! 나를 배신한 자는 절대 살려두지 않겠다!”다른 나라 장군들도 맞장구쳤다.“서녀국, 정말 간사한 자들입니다!”“정말 간교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런 자들은 오래전부터 망했어야 했습니다!”“황제 폐하의 명령을 따르겠습니다!”북연 황제의 눈은 차갑게 빛났다.“동방과 남방의 상황은 어떤가?”그는 다른 나라들도 서녀국처럼 배신하지 않을까 염려했다.“폐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대하와 수화부는 결코 동맹을 깨지 않을 것입니다!”한 장군이 비꼬듯 말했다.“깨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싸우지도 않더군요.”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97화

    모용란이 천룡회와 결탁해 조묘에서 반란을 시도한 이후, 모용가는 황제의 미움을 사게 되었다.태황태후는 옥양산에 유폐되었고, 모용가는 더 이상 황제 앞에서 발언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그나마 성은이 하늘과 같아, 태황태후가 있는 옥양산을 방문하는 것만은 허락되었다.하지만 태황태후는 모용가의 후손들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았다.젊어서부터 모용가를 위해 헌신했건만, 나이가 들어서도 그들은 그녀를 가만히 놔주지 않았다.이날 옥양산을 찾은 사람은 이미 세상을 떠난 조카 모용 대인의 정실 안씨와 몇몇 방계 후손들이었다.창백한 얼굴로 서 있는 젊은 후손들을 바라보며, 태황태후는 이번에는 단호하게 말했다.“내가 모용란에게 해를 입어 이렇게 되었는데, 아직도 나를 통해 뭘 얻으려 하는가?”“앞으로 더는 이 옥양산에 오지 말거라!”태황태후는 그저 조용히 불공을 드리며 평온하게 지내고 싶을 뿐이었다.안씨는 물러서지 않고 공손히 솜옷을 내밀며 말했다.“고모님, 조카 며느리는 그저 돌아가신 남편을 대신해 효를 다하려는 것뿐입니다.”“고모님께서 이 옥양산에 계신 모습이 너무 가엾어 솜옷을 지어 왔습니다.”“날씨가 추우니 부디 건강을 잘 챙기십시오.”“고모님께서 원하지 않으신다면, 앞으로는 감히 다시 찾아오지 않겠습니다.”태황태후는 솜옷을 흘깃 보며 냉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안씨조차 그녀를 신경 쓰고 있는데, 정작 황제는 그녀의 생사조차 관심 두지 않았다.지금껏 황제는 그녀에게 사람을 보내거나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다.그녀가 저지른 잘못이란 단지 모용란을 잘못 믿은 것뿐인데, 그것이 그렇게나 큰 죄란 말인가?피는 물보다 진하다 했거늘, 황제는 그녀에게 무심하기 그지 없었다.“네 마음이 그리하다니, 물건은 두고 가거라.”밤이 되었다.모용가.안씨가 집으로 돌아오자, 몸종이 다급히 다가와 말했다.“부인, 모용욱 나리의 하인이 부인을 찾아왔습니다.”모용욱은 그녀의 남편 모용렴의 사촌 동생이었다.안씨는 큰 가문을 혼자서 지키며 많은 어려움을 겪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96화

    황성의 백성들은 언제나 소문에 민감했다.최근 황후가 동방으로 떠나 대하 사국 연합군을 10리나 후퇴시켰다는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졌다.비록 조정이 공식적으로 개선을 축하하지 않았지만, 백성들은 이미 기쁨에 겨워 있었다.골목과 찻집마다 이야기꾼들이 황후의 업적을 열심히 떠들어대며 분위기를 띄웠다."사국 연합군들이 남제를 공격한다니 처음엔 겁이 났었지만, 알고 보니 다 허세였잖아!""지금까지도 우리 국경을 뚫지 못하다니, 정말 우스운 일이야!""북쪽에는 용맹한 북영군이 있고, 양국이 우리 남제의 국경을 지키고 있잖아.""남쪽엔 서왕의 지원군, 서쪽엔 남산왕의 군대가 버티고 있어.""그리고 이제 동쪽은 황후 마마께서 굳건히 지키고 계시지!""전설적인 북대영의 장군이셨다고 하더라! 이 정도면 어느 나라도 우리 남제를 넘보는 건 꿈도 못 꾸지!""황후 마마께서 경관을 쌓아 적군을 위협했다고 들었어.""대하 사국 연합군이 조유관 근처에도 못 오고 쫓겨났대. 정말 통쾌하지 않아?""역시 황후마마는 사내들보다도 더 용맹하시네!""우리 남제에 이런 황후가 있다니, 참으로 큰 복이지!"좋은 소식은 끊임없이 전해졌다.그러던 중, 한 남자가 급히 달려와 큰 소리로 외쳤다."여러분, 큰일 났습니다! 서녀국이 배신했다고 합니다!"사람들은 깜짝 놀라 몰려들며 물었다."뭐라고요? 서녀국이 어떻게 했다는 건가요?"남자는 탁자 위로 올라가 목소리를 높였다."남제 서쪽에는 서녀국, 소주국, 정국 이렇게 세 나라가 있습니다.""며칠 전에 서녀국이 후방에서 기습을 감행해, 우리 남제 서방군과 함께 소주국과 정국을 앞뒤로 협공했다고 합니다.""알고 보니, 서녀국이 남제와 동맹을 맺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겁니다!""이제 서쪽 방어는 안심해도 됩니다!"사람들은 밝은 표정으로 이 말을 들었지만, 한 할머니가 그 남자의 옷자락을 붙잡고 의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젊은이, 그 말이 정말인가? 우리 남제가 정말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것이야?"사람들이 서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95화

    봉구안은 군의를 처형한 뒤, 그와 체격이 비슷한 사람을 골라 군의로 위장시켰다. 며칠이 지나자 예상대로 적국의 첩자가 나타났다.그 첩자는 군의를 찾아와 봉구안에게 독이 든 약을 먹이려 했지만, 미리 잠복해 있던 은위들에게 현장에서 체포되었다.그가 입 안에 숨겨둔 독낭까지 제거해 스스로 목숨을 끊지 못하게 한 뒤, 곧바로 봉구안 앞으로 끌려왔다.왜소한 체구에 평범한 외모를 가진 이 첩자는 보기에 매우 볼품이 없었다. 그러나 눈빛만큼은 남달랐다.비록 체포된 상황에서도 그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침착하게 바닥만 응시한 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봉구안은 그를 잠시 살펴보더니 차갑게 명령했다.“조유관 밖으로 내쫓아라.”심문도, 고문도 없이 그냥 풀어주라는 뜻이었다.은삼을 비롯한 은위들은 어리둥절했다.심지어 첩자조차도 잠시 흔들리는 눈빛으로 봉구안을 바라보았다.그는 그녀가 정말 자신을 무사히 풀어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다.그는 이 사실을 차마 믿을 수 없었다.결국 전쟁 중에 적국의 첩자를 풀어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발각된 첩자는 죽음을 면할 수 없는 것이 보통이었다.그러나 봉구안은 더 이상 그를 쳐다보지 않고, 다시 병법도가 그려진 모래판을 바라보며 말했다.“단 장군에게 내 말을 똑똑히 전해야할 것이다. 이런 허튼 수작을 부릴 바엔 차라리 대하로 숨어버리라고 전하거라.”첩자는 잠시 머뭇거리다 손을 꽉 쥐고 답했다.“알겠습니다.”은삼은 여전히 그 첩자를 풀어주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는 은이를 바라보며 뭔가 말을 해달라는 눈빛을 보냈다.하지만 은이는 개꼬리풀 하나를 입에 문 채 태연히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결국 은삼은 황후의 명령에 따라 첩자를 조유관 밖으로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이를 마친 뒤, 은삼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마마, 어째서 호랑이를 다시 산으로 돌려보내시는 겁니까?”그는 황후를 따른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냉혹하고 결단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은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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