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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1화

Author: 무가
허사연의 장난기 어린 시선을 보자 허윤진은 언니가 전혀 이해하지 못했음을 직감했다.

언니는 자기를 완전히 오해하고 있었다.

허윤진과 진서준 사이는 아무런 특별한 것도 없이 깔끔했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허윤진은 단 한 번도 넘은 적이 없었다.

지난번 온천 사건도 그저 우연일 뿐이었다.

허사연은 흥미로운 미소를 띤 채 아침 식사를 들고 진서준 쪽으로 걸어갔다.

“아까 어땠어? 기분 좋았어?”

허사연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뭐가 좋았다는 거야?”

진서준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모르는 척은. 윤진이 셔츠를 빨러 갔던데 너희 둘이 아까 화장실에서 뭐 했던 거 아니야?”

허사연의 눈에서 야릇한 빛이 반짝였다.

진서준은 그 말에 피를 토할 뻔했다.

“그게 아니야. 내가 목이 말라서 윤진에게 물을 부탁했는데, 그 애가 가져오다가 실수로 자기 몸에 쏟은 거야.”

진서준은 급히 해명했다.

만약 무슨 일을 정말로 저질렀다면 허사연의 말을 반박하지 않았겠지만 문제는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윤진은 지금 마스터 급인데 그런 애가 물 한 잔도 제대로 들지 못할 것 같아?”

허사연은 진서준을 째려보며 말했다.

“거짓말을 하더라도 좀 더 그럴듯한 이유를 대야지?”

“정말 거짓말이 아니야...”

진서준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됐어, 나도 내 친동생한테 질투하진 않을 거니까.”

허사연은 두유와 삶은 달걀을 꺼내며 말했다.

“단백질 보충 좀 해. 아까 그렇게 많이 소모했잖아.”

허사연의 말이 점점 더 이상해지자 진서준은 황급히 외쳤다.

“그만, 그만하라고!”

“푸흡...”

허사연은 그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

“넌 왜 자꾸 날 여자 변태로 만드는 거야?”

진서준은 속으로 투덜댔다.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할 수 있나?'

물론 이 말을 입 밖에 내진 않았다.

만약 말했다간 한 달 동안 허사연과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게 뻔할 것이다.

...

대한민국에서는 해가 막 떠오른 시간이었지만 서반구에 있는 초아국에서는 밝은 달이 하늘을 비추고 있었다.

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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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정범의 옆에 있는 이 노인은 주석철이라고 하는데 어젯밤 전화를 걸어 급히 초대한 사람이었다.서남쪽의 은세 대종사인 주석철은 육급 정상에 가까운 칠급 수준의 대종사였다.오랫동안 은둔하며 세속과 멀리해 국안부의 기록에는 없었다.주석철이 이번에 도와주는 이유는 몇 년 전 장정범에게 도움을 받은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그래서 이번 기회에 장정범에게 진 빚을 갚는 셈이었다.“유씨 가문에는 고수들이 많다는데 네 부하들로는 실력이 부족할 거야.”주석철이 미간을 찌푸리며 팩트를 날렸다.주석철은 은둔 생활을 택했지만 무인 세계와 명문대가의 소문 정도는 꽤 잘 알고 있었다.서남쪽 대종사 일인자가 유씨 가문에 있는 것 외에도 유씨 가문은 많은 대종사를 보유하고 있었다.1만 명은 많아 보이지만 대종사 앞에서는 그저 벌레에 불과했다.“주 어르신, 우리는 유씨 가문과 전쟁하려는 게 아니잖아요. 제 부하들이 앞장서 유씨 가문의 모든 주의를 끌게 하고 어르신은 그 틈을 타 유기명의 딸만 납치하면 됩니다.”장정범이 자기 계획을 털어놨다.유정을 잡는 게 장정범의 최종 목표였다.“그 여자의 사진은 있어?”주석철이 묻자 장정범이 사진을 꺼내 주석철에게 보여주었다.“여기 있습니다.”주석철은 두 눈으로 사진을 꼼꼼히 살피고 유정의 얼굴을 머릿속에 저장했다.“좋아, 오늘 밤 내가 이 난리를 함께 치러 줄게.”한편, 유씨 가문의 유기명도 심상치 않은 소식을 받았다.“건실 그룹 사람들이 자꾸 동원되고 다 장정범 별장으로 가고 있다고? 장정범 그놈, 대체 뭘 하려고 그러지? 우리랑 정면으로 싸우려는 건가?”유기명이 미간을 찌푸리며 식지로 테이블을 탁탁 두드렸다.허사연의 휠체어를 밀어 햇볕을 쬐러 나가려던 진서준은 유기명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자 의아해하며 물었다.“유 삼촌, 무슨 일 있어요?”“서준아, 방금 내 부하에게 보고를 받았어. 장정범이 자기 부하들을 전부 자기 별장에 모였대. 뭔가 큰일을 벌일 것 같아.”유기명이 심상치 않은 소식을 전달했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628화

    “그러죠.”이장로는 고개를 끄덕였다.이 사람들이 떠난다는 소식을 듣다 허윤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제야 유씨 가문이 좀 조용해질 것 같았다.앞으로는 진서준과 함께 있어도 굳이 숨길 필요도 없었고 몰래 만날 필요도 없을 것이다.“김평안 씨, 언제 숭산에 가세요?”조슬기의 질문에 진서준이 답했다.“4대 종문 대회 시작 며칠 전에 갈 겁니다.”“좋아요, 김평안 씨가 도착하시면 언제든 저에게 연락하세요. 저희 곤륜은 언제든지 김평안 씨를 환영합니다.”다들 깊은 밤까지 대화를 나눈 후, 각자 방으로 돌아가 취침했다.같은 시각, 장씨 가문 저택에서 장정범은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아무리 생각해도 이 난관을 돌파할 방법이 없었다.유일한 방법이라면 유씨 가문과 정면으로 붙는 것뿐이었다.아니면 유정을 납치해서 유씨 가문이 국색천향을 장씨 가문으로 넘기도록 강요하는 방법도 있었다.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유씨 가문과 대형 전쟁을 선전포고하는 거나 다름없었다.더군다나 성약당과 유씨 가문의 관계도 상당히 깊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렇게 되면 장씨 가문은 두 세력의 협공을 받게 될 터였다.“아버지. 은행장들이 내일 아버지를 만나고 싶답니다.”장우림이 방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그 말을 듣자 장정범은 어두운 표정으로 방에서 나왔다.“그놈들 제정신이야? 감히 날 보고 빚 독촉을 해?”장정범은 분노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지금까지 돈을 빌려줄지언정 빚 독촉을 당한 적이 없었는데 이런 일을 당하니 기가 찼다.“들리는 말로는 은행장 열 명 이상이 연합해서 내일 직접 찾아온다고 합니다. 게다가 대한민국 정부 쪽에서도 사람이 온다고 하네요.”장우림이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은행장이야 무서울 게 없지만 정부의 사람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어떤 세력이든 나라를 적으로 돌린다면 절대 좋은 결말을 맞이할 수 없었다.지금은 장씨 가문이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한민국이 마음먹고 장씨 가문을 쳐내기로 결심한다면 장씨 가문은 버틸 힘조차 없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627화

    장정범이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위층에서는 이미 발표회가 성공적으로 끝나고 있었다.유씨 가문의 국색천향은 금도에서 완전히 명성을 떨쳤고 부자들이 줄지어 주문을 넣기 시작했다.시장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기 위해 유정은 발표회에서 몇 가지 규정을 발표했다.국색천향을 구매하려면 실명 등록을 해야 하고 한 번에 최대 세 알까지 구매할 수 있으며 구매 간격은 3개월로 제한된다.즉, 한 달에 한 알씩만 먹을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다.게다가 국색천향에는 일반 포장과 프리미엄 포장 두 가지 등급이 있었다.일반 포장은 일반 한약재를 사용했지만 효능은 회연단에 전혀 뒤지지 않았다.반면, 프리미엄 포장은 최상급 인삼을 약재로 사용해 효과가 더욱 뛰어났다.유씨 가문은 자체 판매 채널과 공식 웹사이트, 온라인 거래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어 별도의 대리점이 필요하지 않았다.반나절의 홍보만으로도 온라인 사전 예약 수량이 백만 개를 돌파했다.게다가 이건 프리미엄 국색천향 기준이었다.일반 국색천향의 경우, 예약 수량이 이미 천만 개를 넘겼다.그리고 이 숫자는 지금도 분당 미친 듯이 증가하고 있었다.반면, 장씨 가문의 회연단은 거들떠보는 사람조차 없었다.박진용은 그야말로 망연자실한 얼굴이었다.박진용은 장씨 가문의 회연단을 사는 데 2000억을 쏟아부었다.그런데 지금 반값으로 떨이로 팔아도 사는 사람이 없었다.국색천향 같은 명약이 있는데 회연단 같은 쓰레기를 살 사람이 있을 수 없었다.더군다나 이 두 보약은 구별하기도 쉬웠다.회연단은 하얀색인데 국색천향은 짙은 녹색에 은은한 한약 향까지 났다.박진용이 교묘한 속임수를 써서 몰래 섞어 판다고 해도 절대 통할 리 없었다.그날 저녁, 유씨 가문은 저택에서 축하 연회를 열었다.“유정아, 이번에 역전승을 거둔 건 네 공이 커.”유기명은 딸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어떤 부모라도 자식이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자식이 성과를 내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이 있을 수 없었다.“아빠, 이건 전부 김평안 씨 덕분이에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626화

    진지한 얼굴로 대꾸하는 진서준을 보자 노인은 그 순간 완전히 얼어붙었다.사실 노인은 무도 바닥에서 전해 내려오는 작은 속임수를 썼는데 그 속임수를 쓰면 심장 박동과 맥박은 물론 호흡도 완전히 멈출 수 있었다.30분 동안 숨을 죽이면 누구나 다 노인이 죽었다고 믿게 된다.이 속임수를 이용해서 노인과 아들은 꽤 많은 돈을 뜯어냈는데 이번엔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인 진서준을 잘못 건드린 것이었다.“지금부터 널 절단해서 다시 조립해야겠어.”진서준이 톱을 들고 휙휙 허공을 가르며 말하자 노인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소리쳤다.“나 진짜 아무 병도 없어, 날 놔줘!”“아니야, 넌 병이 있다니까?”“진짜 없어! 방금 그건 전부 연기였어. 너희를 모함하려고 일부러 그런 거라고.”이 말이 떨어지자 현장은 곧바로 발칵 뒤집혔다.“뭐? 국색천향을 모함하려고 그런 거라고? 저 영감 왜 그런 짓을 했지?”“이 늙다리가 내 선한 마음을 이용했다니.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어!”“이런 놈은 진짜 토막을 내야 돼. 그냥 놔주면 또 저런 꾐수로 돈을 뜯어낼 거야.”조금 전까지 동정하던 사람들도 다 등을 돌려 노인을 비난하기 시작했다.노인은 절망적인 상황에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노인은 단지 돈 받고 연기한 것뿐인데 이렇게 최악의 상황에 몰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자기 속임수를 간파당한 것도 모자라 이렇게까지 얻어맞고 사람들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누가 시켜서 우리를 모함하게 한 거야?”진서준이 차가운 눈빛으로 추궁하자 노인은 잔뜩 쫄아서 말했다.“나도 몰라, 우린 그냥 돈 받고 한 거야.”진서준이 머리를 돌려 청년을 바라보자 청년 역시 기겁하며 바로 소리쳤다.“우린 진짜 몰라. 누가 시켰는지 모른다니까.”“도대체 모르는 거야? 아니면 감히 말하지 못하겠다는 거야?”진서준이 싸늘하게 웃으며 추측했다.“장씨 가문 가주 장정범이 너희를 보낸 게 맞아?”그 순간, 현장 사람들도 뭔가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오늘은 마침 장씨 가문의 회연단 발표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625화

    “헐? 방금 저 노인 손이 움직인 거 같은데, 내 착각인가?”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이 술렁이기 시작했다.“나도 봤어. 그냥 눈이 피곤해 환각을 본 줄 알았는데?”“설마 저 녀석이 진짜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거야?”“말도 안 돼, 성 신의가 직접 확인하고 가망 없다고 했잖아.”순식간에 온갖 말들이 쏟아졌다.하지만 진서준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느긋하게 노인에게 속삭였다.“이봐, 영감, 숨 참는 기술은 꽤 쓸 만하네? 하지만 아쉽게도 넌 횡련 무인이 아니야. 조금만 더 참아봐. 이제부터는 더 아플 거거든.”진서준의 말에 노인의 눈꺼풀이 다시 한번 미세하게 떨렸다.진서준은 손바닥을 더욱 세게 휘둘러 따귀를 날리기 시작했다.찰싹! 찰싹!매서운 따귀 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졌고 그 섬뜩한 소리에 구경꾼들의 머리카락이 곤두설 정도였다.이건 사람을 살리는 게 아니라 그냥 죽이는 거 아닌가?청년은 화가 치밀어 올라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계속 이러다간 죽은 척 연기하는 아버지가 진짜 죽어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따귀를 날리던 진서준이 갑자기 손을 멈췄다.“생각보다 더 잘 버티는데?”“비켜! 이 미친놈아! 우리 아버지 시체를 이렇게 두들겨 놓고도 부족해?”청년이 분노하며 달려들었지만 진서준은 주먹 한 방으로 청년을 다시 바닥에 때려눕혔다.“뭐가 그렇게 급해? 따귀로 안 깨면 다른 방법을 써야지.”진서준이 천천히 돌아서서 유씨 가문의 경호원들에게 말했다.“톱 하나 가져와 봐. 사지를 잘라낸 다음 다시 조립하면 무조건 살릴 수 있어.”이 말이 떨어지자 구경꾼들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사람을 잘라낸 후에 다시 조립한다고?대체 어느 미친놈이 그런 미친 짓을 한단 말인가?노인은 이미 바닥에서 식은땀을 쏟고 있었다.방금 따귀를 날리던 이놈 성격이라면 정말 그럴지도 몰랐다.“오빠, 그건 제가 난생처음 듣는 치료법인데요?”유정이 의아해하며 묻자 진서준이 웃으며 되물었다.“정말 이 영감이 죽었다고 여기는 거야?”“네? 설마..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624화

    “살릴 수 있는지 없는지는 직접 보면 되잖아.”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못 살려내면 네가 원하는 대로 하도록 하지. 그리고 직접 외쳐줄게. 이 약은 독약이라고 말이야.”이 소동은 결국 성동석까지 불러들이게 했다.성동석이 급히 달려와 진서준에게 물었다.“김평안 씨, 무슨 일이죠?”“별일 아니에요. 이 사람 아버지가 국색천향을 먹고 중독돼 죽었다고 주장하더라고요.”진서준이 간단하게 설명했다.“말도 안 돼!”성동석은 단번에 부정했다.“국색천향은 나도 직접 먹어봤고 연구도 했어. 이 약의 성분은 대부분 온화한 약재라서 절대 독성이 있을 리가 없어.”“하지만 우리 아버지는 너희 약을 먹고 죽었어. 팩트 앞에서는 변명이 통하지 않아!”청년은 국색천향 때문이라는 주장에 집착했다.청년의 흥분한 모습을 본 성동석은 아무 말 없이 앉아 노인의 맥을 짚었다.약 30초 후, 성동석은 일그러진 얼굴로 말했다.“맥상으로 보면... 확실히 살 가망이 없어.”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맙소사! 성 신의님도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이 노인은 정말 국색천향을 먹고 죽은 게 틀림없어.”“망했다... 나도 방금 한 알 먹었는데 이제 나도 죽는 거 아냐?”“유씨 가문이 돈에 눈이 멀어서 반쯤 완성된 약을 내놓은 거야.”분노의 소용돌이가 빠르게 퍼져갔다.현장에 있던 박진용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내 회연단... 이거 팔아야 해 말아야 해?’한편, 목적을 달성했다고 판단한 청년은 노인을 업고 떠나려 했다.그때였다.“거기 서, 아직 네 아버지를 살려내지 못했어.”진서준이 길을 막아섰다.“꺼져! 우리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어. 네가 뭐로 살린다는 거야?”청년은 다시 버럭 화를 냈다.‘이놈 머리에 문제 있는 거 아냐? 사람이 이미 죽었다는데 아직도 신선인 척하면서 헛소리하네?’“살릴 수 있는지 없는지 곧 알게 될 거야.”진서준은 대꾸도 없이 청년의 어깨에서 노인을 빼앗아 바닥에 던졌다.쾅!둔탁한 소리와 함께 뼈가 바닥에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623화

    주최자로서 유정은 국색천향을 먹고 사람이 죽었다는 말을 듣자마자 바로 다가갔다.“당신 말대로라면 당신 아버지가 우리 약을 먹고 문제가 생겼다는 건가요?” 유정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당연하지!”청년은 유정을 노려보며 큰 소리로 외쳤는데 딱 봐도 감정이 격앙된 모습이었다.“너희 가문에서 불량 약품을 팔아서 우리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거잖아!”“일단 진정하세요.”유정이 달래듯 말했다.“우리 약은 각 부서의 검사를 거쳤기 때문에 절대 문제가 있을 리 없습니다.”이 말은 현장에 모인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만약 사람들이 청년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버린다면 이번 발표회는 완전한 실패로 끝날 게 뻔했고 그렇게 되면 제일 기뻐할 사람은 장씨 가문일 것이다.“헛소리 마! 어쩌면 너희도 그 부패 관리들과 한패일지도 모르지.”청년은 전혀 믿지 않는 태도로 소리쳤다.“정말 약에 문제가 없다면 우리 아버지가 왜 죽었겠어?”“정말 숨이 끊어진 게 맞는지는 좀 더 확인해 봐야겠네요.”유정은 미간을 찌푸린 채 말을 이어갔다.아무리 독약이라고 해도 독이 퍼지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고작 몇 분 만에 노인이 숨을 거둘 수 있을까?“우리 아버지는 이미 숨도 쉬지 않아. 이래도 돌아가신 게 아니라고? 혹시라도 불에 태워서 뼛가루로 만들어야 죽었다고 인정할 거야?”청년이 분노에 차서 고래고래 소리쳤다.“여러분! 절대 이 집 약을 사지 마세요. 정말 사람 죽이는 약입니다. 우리 아버지는 매일 8층까지 가쁜 숨도 안 쉬고 오르내리셨는데, 그런 건강한 몸도 이 약에 중독돼 돌아가셨어요. 난 지금 딱 하나만 묻고 싶어. 도대체 너희들이 파는 게 보약이야? 아니면 독약이야?”손님들 사이에서도 수군거리는 소리가 퍼졌다.“이거 가짜처럼 보이지 않는데? 설마 진짜 약에 문제가 있는 거야?”“내가 듣기로는 장씨 가문에서 발표한 회연단이 본래 유씨 가문 거였대. 그런데 장씨 가문이 훔쳐 가서 유씨 가문이 급하게 새로운 약을 만들어서 내놓은 거래.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622화

    “설마 우리 발표회 때문에 너희 귀빈들이 전부 이쪽으로 온 건 아니겠지?”말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처럼 장정범의 가슴을 찔렀다.‘이년, 말하는 거 진짜 독하네.’“유정, 너희 가문은 성 신의를 앞세워 가짜 약을 내놓고 있는데, 성 신의가 이 사실을 알면 너희 가문과 관계를 끊겠다고 하지 않겠어?”장정범의 얼굴이 새파래졌다.성동석이라는 이름은 장정범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그야말로 신출귀몰하는 명성이 자자한 명의였는데 서남 최고의 유씨 가문이라 해도 그런 인물을 함부로 불러들일 수 없을 것이다.“무슨 말이야? 저기 앉아 계신 분이 바로 성 신의님이야.”유정은 자신만만하게 무대 위의 성동석을 가리켰다.성동석의 얼굴을 확인한 장정범의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졌다.“못 믿겠으면 가서 직접 인사라도 해봐. 본인이 맞는지 확인해 보면 되잖아.”유정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제아무리 성 신의라 해도 고작 사흘 만에 회연단보다 더 나은 보약을 만들 수 있을 리 없어.”장정범이 이를 악물었다.“그걸 판단하는 건 우리가 아니라 이 자리의 손님들이 아니겠어?”유정이 여유롭게 웃었다.바로 이때, 유명 인사 한 명이 다가왔다.“유정 씨, 유씨 가문의 국색천향은 정말 대단하더군요. 몇 년 동안 없애지 못한 다크서클이 한 알 먹고 싹 사라졌어요. 피부 미용뿐만 아니라 신장 강화에도 효과가 있대요. 저는 지금 무릎도 안 아프고 허리도 안 뻐근해 계단 열 층도 단숨에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래층의 회연단이랑 비교하면 완전히 하늘과 땅 차이죠. 어라? 장정범 씨, 여기 계셨네요?”이 사람은 장정범을 보자마자 흠칫 놀라더니 황급히 몸을 돌려 달아났다.장정범의 면전에서 이 정도로 회연단을 까는 건 솔직히 좀 심했다.무엇보다 장정범은 본래 지하 세계 출신이었다.괜히 장정범을 기분 나쁘게 했다가는 이후의 삶이 순탄할 리가 없었다.“장정범, 사람들의 반응을 똑똑히 들었어?”유정이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아니면 직접 한 알 먹어볼래?”“필요 없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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