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의 부하가 움직인 것을 보자 겁이 많은 사람들은 눈을 막으면서 이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감히 보지 못했다.성철은 부하를 막지 않았다. 자신이 죽을 거라고 계속 말하던 사람이 어떻게 죽는지 보고 싶었다.하지만 시퍼런 칼이 서준의 팔에 닿으려 할 때 그는 움직였다.서준은 손을 내밀어 두 손가락으로 칼을 잡았는데 아주 안정적이었다.성철의 부하는 덩치도 컸고 키도 190이 넘었다. 몸엔 근육이 단단히 잡혀있었는데 마치 큰 돌덩이 같았다. 그러니 그의 힘은 비리비리한 서준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었다.하지만 지금 서준은 두 손가락으로 그의 목숨을 앗아갈 뻔한 칼을 허공에 멈추게 했다.다들 입을 크게 벌렸고 성철도 제법 놀란 듯했다.젊었을 적 성철이라 해도 두 손가락으로 칼을 잡지는 못했을 것이다.“감히 나한테 칼을 휘두르다니, 죽지 못해서 안달이네요.”서준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가락을 세게 튕겼다.펑!큰 소리 후 칼은 절반으로 갈라졌다.성철의 그 부하는 연이어 뒤로 물러서면서 탁자에 부딪혔다. 그때야 간신히 힘을 빼고 제대로 섰다.그때 그는 자신의 손이 찢기면서 선홍색 피가 용솟는 것을 발견했다.성철의 눈동자는 미세하게 떨렸다. 그는 서늘하게 말했다.“좀 배운 놈이구나. 그러니까 이렇게 날뛰는군.”“하지만 넌 상대를 잘 못 골랐어!”성철이 손을 쓸 거라고 생각한 찰나, 그의 머리 위에 달려 있던 샹들리에가 예고 없이 떨어졌다.이 위기의 순간에 성철의 부하 한 명이 힘껏 그를 밀어냈다.결국 이 부하는 성철 대신 떨어지는 샹들리에에 맞아 핏덩이로 되었다.서준도 샹들리에가 떨어지는 순간 아직 경악 속에서 헤매고 있던 사연을 안고 새처럼 뒤로 몸을 날렸다.성철은 이 장면을 보자 심장이 미세하게 떨렸고 눈동자엔 두려움으로 가득했다.만약 부하가 목숨으로 그를 구하지 않는다면 죽는 건 아마 그였을 거다.원래 성철은 이게 단순히 우연일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조금 있다가 벌어지는 일은 그로 하여금 아까 서준이 했던 말을 믿게 하였다.
성철은 강인한 남자였다. 스스로 팔을 부러뜨리면서 아픈 신음 하나 내지 않았다.손에 들고 있던 막대기를 버린 후 성철은 몸을 돌려 서준을 보았다.“선생님, 마음에 드십니까?”“음, 나쁘지 않군요.”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의 부하더러 붓, 주사 그리고 노란 종이를 가져오라고 해요.”곧 성철은 서준이 원하는 모든 물건들을 가져오게 했다.그는 종이를 탁자에 놓고 붓을 들어 주사를 먹으로 삼고 손을 휘저으며 재난을 막는 부적을 그렸다.“이걸 갖고 다니면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겁니다.”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감사합니다,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성철은 마치 소중한 보물이라도 얻는 것처럼 부적을 옷 주머니에 넣었다.예전엔 성철은 이런 풍수지리를 믿지 않았다. 미신적이라 여겼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 그는 서준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서준은 성철이 이 부적을 손에 넣은 후 그에게 해를 가하는 게 두렵지 않았다. 상대방을 살릴 수 있으면 당연히 그를 다시 끝이 보이지 않는 재난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선생님, 제가 뭘 도와드릴 수 있을까요? 말만 하시면 오늘 이씨 부자의 목숨을 끊을 수 있습니다.”이 말이 끝나자마자 이씨 부자의 안색은 순간 창백해지면서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연회에 참석한 사람들도 놀란 얼굴을 했다.“이렇게 죽이기엔 너무 아까워요. 가끔은 빈털터리로 사는 것도 죽음보다 잔인할 때가 있거든요.”홀의 기온은 서준이 이 말을 한 후 물이 얼어붙을 정도로 차갑게 변했다.지수는 눈앞의 서준을 보았다. 정말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자신이 마음대로 괴롭히던 서준이 이렇게 변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녀는 서준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사람을 구하면서 세상을 어진 마음으로 대하는 의사, 사람을 두렵게 만드는 악마.도대체 뭐가 진정한 너야?’“이지성, 얼마 남지 않은 즐거운 시간을 잘 보내길 바라.”말을 마친 후, 서준은 몸을 돌려 호텔 밖으로 나갔다.서준이 간 후, 성철은 혁진을 차갑게 쏘
희선의 말을 듣자, 서준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제가 전화해 볼게요.”서준은 핸드폰을 꺼내 서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두세 번이 지나도록 받는 사람이 없었다. 불길한 예감이 점점 더 강해졌다.“어머니, 서라가 어디에서 출근해요? 제가 찾으러 갈게요.”“서라는 요즘 명성 호텔에서 출근해. 이 길 따라 남쪽으로 한 3킬로미터 정도 가면 돼.”희선은 창문 밖의 길을 가리키며 말했다.서라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서준은 한시도 지체하지 않았다. 오분도 되지 않았을 때 그는 호텔 입구에 도착했다.이건 사성급 호텔이었는데 아까 서준이 갔던 오션 호텔과 비교할 수 없었다.그렇더라도 일반인이 함부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서준은 빠른 걸음으로 호텔 안에 걸어갔다.호텔 로비에 서 있던 두 직원은 서준을 보자 얼굴에 경멸스러운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여기에서 일 년간 일하면서 서준처럼 두꺼운 낯짝으로 들어오는 가난한 사람은 처음 보았다.“안녕하세요. 여쭙고 싶은 게 있는데요. 진서라가 여기서 일합니까?”서준은 직원 한 명 앞에서 예의 있게 물었다.하지만 직원은 불쾌하다는 듯 코를 막으면서 뒤로 반걸음 물러섰다.“조금 떨어져요. 본인 몸에서 역겨운 냄새가 나는 줄도 몰라요?”오전 동안 바쁘게 다니다 보니까 몸에선 확실히 땀 냄새가 났다. 그러나 심하진 않았다.상대방이 자신을 깔본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원하는 게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그리고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미안합니다. 진서라가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서준이 서라를 물어보는 것을 듣자 여직원의 두 눈엔 경멸로 가득했다.“진서라 취향도 참 독특하다니까. 이런 남자도 눈에 들어오나 보지?”다른 여직원이 이 말을 들은 후 함께 비웃었다.“전엔 그렇게 청순한 척하더니 지금은 자기를 갖고 논 남자가 이렇게 일하는 데까지 찾아오고 말이야.”두 사람이 자신의 동생을 모욕하는 것을 듣자 서준은 순간 화가 났다.가족은 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거였다. 감히 함
십 분 전, 명성 호텔 매니저 사무실 안.“황 매니저님, 절 찾으셨어요?”서라는 긴장된 얼굴로 의자에 앉아있는 중년 남자를 보았다.중년 남자는 황고석, 바로 명성 호텔의 매니저였다.비록 마흔 살 초반이었지만 탈모가 너무 심한 나머지 머리카락이 얼마 붙어있지 않았다. 그리고 신장에 좋다는 보약을 많이 먹어서 평소에 몇 걸음 걷지 않아도 숨을 헐떡인다.하지만 그런 몸 상태를 갖고 있어도 그는 저질적인 눈빛으로 호텔 안의 여직원을 훑고 다녔다.소문에 의하면 호텔 안 얼굴이 반반하게 생긴 여직원들과 다 잤다고 한다.서라는 전부터 황고석의 암시를 받았지만 엄숙하게 거절했다.그 후, 고석은 서라에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월급을 깎았다.만약 집에 진 빚만 아니었어도 일찍이 사직하고 그만뒀을 것이다.오늘 퇴근하기 전, 그는 서라를 사무실에 불렀다.“서라 씨, 최근 서라 씨에 대한 컴플레인이 들어왔어요.”고석은 음탕한 눈빛으로 서라를 훑으며 시도 때도 없이 입술을 핥았다. 서라는 이 장면을 보자 구역질이 났다.“컴플레인이요? 그럴 리가 없어요. 저는 호텔 룰에 따라 일했을 뿐이에요.”서라는 불쾌한 듯 말했다.“그건 전 모르죠. 아무튼 전 컴플레인을 받았어요.”고석은 시선을 거두고 한 쪽 다리를 탁자에 올려놓았다.“손님 한 분이 서라 씨를 곧 사퇴하라고 하던데, 어떡할까요?”서라는 순간 당황했다. 그녀는 얼른 고석에게 빌었다.“매니저님, 제발 절 사퇴하지 말아주세요. 집에 진 빚을 다 갚지 못했단 말이에요.”돈을 갚기 위해 서라는 하루에 알바 세 개를 뛰었다.아침에 일찍 일어나 국밥집에서 일했고 점심 때엔 명성 호텔에 갔다. 저녁에 퇴근한 후,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노래방에서 일하면서 하루에 6시간도 되지 않는 수면시간을 가졌다.그녀도 좋은 일자리를 찾고 싶었다. 하지만 고졸이어서 웨이터 외 다른 직업은 그녀를 원하지 않았다.명성 호텔에서 잘린다면 단시간에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건 괜찮지만 빚을 갚는 시간을 넘어서는 안 됐다.서라가 이
아까 서준에게 맞은 두 여직원도 위층에 올라왔다. 그들은 땅바닥에 널브러져있는 매니저를 보자 재빨리 달아갔다.“어머, 매니저님, 괜찮으세요?”“너희 둘은 눈깔을 어디에 두고 다니는 거니? 이 꼴에 되도록 처맞았는데 괜찮을 리가 있어?”황고석은 두 여직원에게 화를 내며 소리쳤다.여직원은 감히 대꾸하지 못하고 억울함을 서라에게 퍼부었다.“진서라 씨, 당신 남매는 이제 끝이에요! 경비를 쳤을 뿐만 아니라 매니저님도 쳤으니 오늘 반드시 신고해서 당신들 감방에 처넣을 거예요!”여직원의 말을 듣자, 서라도 서준과 재회한 기쁨 속에서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서준이 다시 감방에 들어갈 것을 원하지 않아 연이어 사과했다.“죄송해요, 매니저님께서 제 몸에 손을 대려고 했어요. 그래서 오빠가 때린 거예요.”“뭔 헛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어떻게 너 같은 천한 년 몸에 손댈 수 있어? 분명 네년이 날 꼬신 거잖아!”고석은 큰 소리로 외쳤다.“그러니까요. 저희 매니저님이 얼마나 훌륭하신 분인데요. 어떻게 서라 씨에게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어요?”“지금 당장 신고해요. 절대 이 남매를 봐줘선 안 돼요!”서준은 서늘한 시선을 하며 고석을 향해 걸어갔다.“당... 당신 뭐 하려는 거야?”몸에서 전해지는 통증은 여전히 고석의 대뇌를 자극하고 있었다. 서준을 바라보는 눈길엔 두려움이 가득했다.“내 동생에게 사과해요. 그리고 사실대로 말해요.”서준은 서늘하게 말했다.“사실 같은 소리 하네요. 이 호텔 전부가...”여직원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서준은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쳤다. 순간 그녀는 멀리 날아갔다.“계속 내 동생을 모욕하면 영원히 그 입 닥치게 해줄 거예요!”서준의 몸에서는 살기가 뿜어져 나왔는데 사무실 공기마저 얼어붙을 정도였다.아까 서라와 안을 때 그녀의 맥을 짚어보았다. 서라의 신체 내 여러 기관의 기능이 극도로 약해진 것을 발견했다.이건 너무 오랜 시간 동안 고강도로 일하느라 초래된 증상이었다.이 집을 위해 서라가 너무 많이 희생했다.서
고석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맞은 건 그인데 왜 잘렸는지 말이다.“사장님, 뭔가 잘못된 것 아닙니까? 이년이 먼저 절 꼬셨어요. 그리고 맞은 것도 전데 왜 절 자르세요?”고석은 억울한 표정으로 얼음처럼 차가운 사장을 보며 말했다.“당신을 꼬셨다고요?”연아의 시선은 매우 차갑고 날카로웠다. 이 한눈에 고석은 마치 얼음으로 가득한 구렁텅이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거울 좀 봐요. 당신 꼴이 어떤지.”다른 직원들은 이 말을 듣자 입을 막으면서 간신히 웃음을 참았다.아까 고석의 편을 들던 두 여직원은 서로를 바라보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고석은 마흔 살이 넘었고 머리카락도 몇 가닥 붙어있지 않았으며 얼굴에 잡힌 살은 반사될 지경이었다.호텔 매니저만 아니었어도 직원들이 그와 말을 섞는 일은 없었을 거다.“사장님, 그 말은 좀 아니라고 생각해요.”고석은 살짝 내키지 않았다.“제가 생긴 건 이래도 적어도 호텔 매니저예요! 저에게서 뭔가 얻으려고 꼬신 게 분명하다니까요! 하지만 전 매우 정직한 사람이니 이런 규율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았어요.”고석은 정의가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는데 연기 실력은 현재 젊은 배우를 뛰어넘을 정도였다.하지만 현장에 있는 직원은 잘 알고 있었다. 고석은 직원의 월급을 착취하고 호텔 공금을 빼돌린 뱀파이어라는 것을.해가 서쪽에서 떴다는 것을 믿을지언정 고석이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본분을 지킨다는 개소리를 믿지 않을 것이다.연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이 년 동안 비록 호텔에 와보지는 않았지만 정말 당신이 한 짓을 모를 줄 알았어요?”강한 아우라에 고석의 이마엔 식은땀이 났다.“사장님, 잘못 생각하신 거 아니에요? 전 절대 사장님에게 미안한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이 년 동안 고석은 확실히 호텔의 공금을 많이 탐냈고 만약 연아가 정말 그를 고소한다면 후반생은 족히 감방에서 보낼 수 있었다.“황고석 씨, 당신 동생이 내 아래에서 일을 착실하게 하지만 않았어도 당신은 이미 감방에 들어갔어요.
연아의 비서는 더는 참지 못하고 뒤에 있던 경호원에게 말했다.“어서 이 막말하는 경호원을 내던져요!”경호원이 손을 쓸지 말지 고민하고 있을 때 연아가 입을 열었다.“내 몸에 질병이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이 말이 끝나자마자 비서 이지연과 서라는 깜짝 놀랐다.연아에게 정말 질병이 있다고? 그럴 리가!“당연히 눈으로 보아낸 거죠.”서준은 담담하게 웃었다.“한의학엔 네 가지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바로 환자의 병세를 보고, 듣고, 묻고, 맥을 짚어 보는 것입니다. 당신의 병은 실력 있는 한의사라면 한눈에 보아낼 수 있어요.”서준이 자화자찬하는 것이 아니었다. 연아의 한기는 너무 심했다. 삼 미터 밖에 있는 서준도 선명히 느낄 정도였다.이건 그녀의 차가운 아우라에서 나오는 기운이 아니라 그녀의 몸 내부였다.이 점에 대해 다른 사람은 잘 느껴지지 않겠지만 에너지가 있는 서준은 선명히 느껴졌다.“잘난 척 좀 그만해요.”잠시 멈칫한 후 지연이 화를 내며 말했다.“그쪽 모양새를 보니 대학을 금방 졸업한 것 같은데 학교에서 몇 년 공부 좀 했다고 정말 사람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보죠?”일반적으로 한 사람의 의술의 높고 낮음은 나이를 본다.만약 상대방이 60살이 넘는 어르신이었다면 믿음이 가지만 상대방이 금방 대학을 졸업한 학생이라면 감히 그에게 자신의 병을 맡길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나이가 의술이라는 생각은 이미 사람들 머릿속에 깊이 박혀있었다.그래서 지연이 깔볼 때 서준은 신경 쓰지 않았다.연아도 서준의 의술을 의심했다.그는 연아에게 웃으며 말했다.“사장님은 찬 음식과 찬 맥주를 마시지 못해요, 매번 이런 음식을 먹을 때마다 심장과 위에 통증을 느끼죠. 그리고 내분비가 그렇게 균형되지 못하고 매달 월경 기간 많은 양의 피를 흘리죠.”서준의 말을 듣자 연아의 표정은 급변했다.다 맞는 말이었다.“당신의 체온은 점점 낮아져요. 비록 당신은 잘 느끼지 못하지만 가까이 오는 사람들은 한기를 느끼곤 해요.”이번엔 지연이 놀
얼굴은 아름다웠고 몸은 옥처럼 희고 고왔는데 흠잡을 곳이 없었다.좋은 몸매에 걸쳐진 속옷은 남자의 신경을 자극했다.서준은 잠시 멈칫한 후, 정신을 바로잡고 속으로 장청결을 읊으며 욕구를 떨쳐버렸다.서준은 정상적인 남자였다. 장청결을 수련했지만 연아의 완벽한 몸을 보았을 때 조금의 욕구가 생겼다.하지만 그는 욕구가 활활 타오르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었다.지연은 서준이 이렇게 빨리 마음을 다잡은 것을 보자 조금 놀랐다.여자인 그녀도 연아의 완벽한 몸을 보았을 때 자신의 손을 통제할 수 없었는데 남자인 서준은 덜 할까.서준은 침대에 걸어가 연아의 곁에 섰다. 그는 연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한기가 아까보다 더 심한 것을 발견했다.연아는 눈을 감고 있었는데 속으론 무척 긴장했다. 그래서 몸이 조금 떨렸다.서준은 연아의 허리 부근에서 숨겨진 청색 기운을 발견했다.그건 바로 한기가 모여있는 곳이었다.서준은 소독한 침을 꺼내 연아의 허리 부근에 놓았다.“긴장 풀어요.”서준이 위로해 주었다.경직되었던 그녀의 몸이 점점 풀렸을 때 서준은 계속 침을 놓았다.여섯 바늘이 떨어진 후, 서준은 체내의 에너지를 돌리며 바늘을 통해 연아의 복부에 밀어 넣었다.에너지가 들어가면서 청색 기운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따뜻한 기류를 느끼자 연아는 너무 편한 나머지 참지 못하고 소리를 냈다.“사장님, 왜 그러세요?”곁에 있던 지연이 이 소리를 들은 후 즉시 물었다.“괜... 괜찮아요.”연아의 목소리는 조금 떨렸다.너무 편해서 낸 소리라고 말할 리가 없었다.곧이어 형용할 수 없는 편안한 느낌이 밀물처럼 한 번 또 한 번 밀려왔는데 점점 참기 힘들었다.결국 그녀는 참지 못하고 지연에게도 잘 들리는 소리를 냈다.사람의 마음을 간질간질 건드리는 그런 소리였다.아직 남자친구를 사귀지 못한 지연은 이 소리를 들은 후 얼굴이 달아올라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하지만 얼음 같은 사장님이 이렇게 낯 뜨거운 소리를 낼 수 있는 걸 보니 도대체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기도 했
진지한 얼굴로 대꾸하는 진서준을 보자 노인은 그 순간 완전히 얼어붙었다.사실 노인은 무도 바닥에서 전해 내려오는 작은 속임수를 썼는데 그 속임수를 쓰면 심장 박동과 맥박은 물론 호흡도 완전히 멈출 수 있었다.30분 동안 숨을 죽이면 누구나 다 노인이 죽었다고 믿게 된다.이 속임수를 이용해서 노인과 아들은 꽤 많은 돈을 뜯어냈는데 이번엔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인 진서준을 잘못 건드린 것이었다.“지금부터 널 절단해서 다시 조립해야겠어.”진서준이 톱을 들고 휙휙 허공을 가르며 말하자 노인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소리쳤다.“나 진짜 아무 병도 없어, 날 놔줘!”“아니야, 넌 병이 있다니까?”“진짜 없어! 방금 그건 전부 연기였어. 너희를 모함하려고 일부러 그런 거라고.”이 말이 떨어지자 현장은 곧바로 발칵 뒤집혔다.“뭐? 국색천향을 모함하려고 그런 거라고? 저 영감 왜 그런 짓을 했지?”“이 늙다리가 내 선한 마음을 이용했다니.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어!”“이런 놈은 진짜 토막을 내야 돼. 그냥 놔주면 또 저런 꾐수로 돈을 뜯어낼 거야.”조금 전까지 동정하던 사람들도 다 등을 돌려 노인을 비난하기 시작했다.노인은 절망적인 상황에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노인은 단지 돈 받고 연기한 것뿐인데 이렇게 최악의 상황에 몰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자기 속임수를 간파당한 것도 모자라 이렇게까지 얻어맞고 사람들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누가 시켜서 우리를 모함하게 한 거야?”진서준이 차가운 눈빛으로 추궁하자 노인은 잔뜩 쫄아서 말했다.“나도 몰라, 우린 그냥 돈 받고 한 거야.”진서준이 머리를 돌려 청년을 바라보자 청년 역시 기겁하며 바로 소리쳤다.“우린 진짜 몰라. 누가 시켰는지 모른다니까.”“도대체 모르는 거야? 아니면 감히 말하지 못하겠다는 거야?”진서준이 싸늘하게 웃으며 추측했다.“장씨 가문 가주 장정범이 너희를 보낸 게 맞아?”그 순간, 현장 사람들도 뭔가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오늘은 마침 장씨 가문의 회연단 발표
“헐? 방금 저 노인 손이 움직인 거 같은데, 내 착각인가?”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이 술렁이기 시작했다.“나도 봤어. 그냥 눈이 피곤해 환각을 본 줄 알았는데?”“설마 저 녀석이 진짜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거야?”“말도 안 돼, 성 신의가 직접 확인하고 가망 없다고 했잖아.”순식간에 온갖 말들이 쏟아졌다.하지만 진서준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느긋하게 노인에게 속삭였다.“이봐, 영감, 숨 참는 기술은 꽤 쓸 만하네? 하지만 아쉽게도 넌 횡련 무인이 아니야. 조금만 더 참아봐. 이제부터는 더 아플 거거든.”진서준의 말에 노인의 눈꺼풀이 다시 한번 미세하게 떨렸다.진서준은 손바닥을 더욱 세게 휘둘러 따귀를 날리기 시작했다.찰싹! 찰싹!매서운 따귀 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졌고 그 섬뜩한 소리에 구경꾼들의 머리카락이 곤두설 정도였다.이건 사람을 살리는 게 아니라 그냥 죽이는 거 아닌가?청년은 화가 치밀어 올라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계속 이러다간 죽은 척 연기하는 아버지가 진짜 죽어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따귀를 날리던 진서준이 갑자기 손을 멈췄다.“생각보다 더 잘 버티는데?”“비켜! 이 미친놈아! 우리 아버지 시체를 이렇게 두들겨 놓고도 부족해?”청년이 분노하며 달려들었지만 진서준은 주먹 한 방으로 청년을 다시 바닥에 때려눕혔다.“뭐가 그렇게 급해? 따귀로 안 깨면 다른 방법을 써야지.”진서준이 천천히 돌아서서 유씨 가문의 경호원들에게 말했다.“톱 하나 가져와 봐. 사지를 잘라낸 다음 다시 조립하면 무조건 살릴 수 있어.”이 말이 떨어지자 구경꾼들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사람을 잘라낸 후에 다시 조립한다고?대체 어느 미친놈이 그런 미친 짓을 한단 말인가?노인은 이미 바닥에서 식은땀을 쏟고 있었다.방금 따귀를 날리던 이놈 성격이라면 정말 그럴지도 몰랐다.“오빠, 그건 제가 난생처음 듣는 치료법인데요?”유정이 의아해하며 묻자 진서준이 웃으며 되물었다.“정말 이 영감이 죽었다고 여기는 거야?”“네? 설마..
“살릴 수 있는지 없는지는 직접 보면 되잖아.”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못 살려내면 네가 원하는 대로 하도록 하지. 그리고 직접 외쳐줄게. 이 약은 독약이라고 말이야.”이 소동은 결국 성동석까지 불러들이게 했다.성동석이 급히 달려와 진서준에게 물었다.“김평안 씨, 무슨 일이죠?”“별일 아니에요. 이 사람 아버지가 국색천향을 먹고 중독돼 죽었다고 주장하더라고요.”진서준이 간단하게 설명했다.“말도 안 돼!”성동석은 단번에 부정했다.“국색천향은 나도 직접 먹어봤고 연구도 했어. 이 약의 성분은 대부분 온화한 약재라서 절대 독성이 있을 리가 없어.”“하지만 우리 아버지는 너희 약을 먹고 죽었어. 팩트 앞에서는 변명이 통하지 않아!”청년은 국색천향 때문이라는 주장에 집착했다.청년의 흥분한 모습을 본 성동석은 아무 말 없이 앉아 노인의 맥을 짚었다.약 30초 후, 성동석은 일그러진 얼굴로 말했다.“맥상으로 보면... 확실히 살 가망이 없어.”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맙소사! 성 신의님도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이 노인은 정말 국색천향을 먹고 죽은 게 틀림없어.”“망했다... 나도 방금 한 알 먹었는데 이제 나도 죽는 거 아냐?”“유씨 가문이 돈에 눈이 멀어서 반쯤 완성된 약을 내놓은 거야.”분노의 소용돌이가 빠르게 퍼져갔다.현장에 있던 박진용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내 회연단... 이거 팔아야 해 말아야 해?’한편, 목적을 달성했다고 판단한 청년은 노인을 업고 떠나려 했다.그때였다.“거기 서, 아직 네 아버지를 살려내지 못했어.”진서준이 길을 막아섰다.“꺼져! 우리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어. 네가 뭐로 살린다는 거야?”청년은 다시 버럭 화를 냈다.‘이놈 머리에 문제 있는 거 아냐? 사람이 이미 죽었다는데 아직도 신선인 척하면서 헛소리하네?’“살릴 수 있는지 없는지 곧 알게 될 거야.”진서준은 대꾸도 없이 청년의 어깨에서 노인을 빼앗아 바닥에 던졌다.쾅!둔탁한 소리와 함께 뼈가 바닥에
주최자로서 유정은 국색천향을 먹고 사람이 죽었다는 말을 듣자마자 바로 다가갔다.“당신 말대로라면 당신 아버지가 우리 약을 먹고 문제가 생겼다는 건가요?” 유정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당연하지!”청년은 유정을 노려보며 큰 소리로 외쳤는데 딱 봐도 감정이 격앙된 모습이었다.“너희 가문에서 불량 약품을 팔아서 우리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거잖아!”“일단 진정하세요.”유정이 달래듯 말했다.“우리 약은 각 부서의 검사를 거쳤기 때문에 절대 문제가 있을 리 없습니다.”이 말은 현장에 모인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만약 사람들이 청년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버린다면 이번 발표회는 완전한 실패로 끝날 게 뻔했고 그렇게 되면 제일 기뻐할 사람은 장씨 가문일 것이다.“헛소리 마! 어쩌면 너희도 그 부패 관리들과 한패일지도 모르지.”청년은 전혀 믿지 않는 태도로 소리쳤다.“정말 약에 문제가 없다면 우리 아버지가 왜 죽었겠어?”“정말 숨이 끊어진 게 맞는지는 좀 더 확인해 봐야겠네요.”유정은 미간을 찌푸린 채 말을 이어갔다.아무리 독약이라고 해도 독이 퍼지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고작 몇 분 만에 노인이 숨을 거둘 수 있을까?“우리 아버지는 이미 숨도 쉬지 않아. 이래도 돌아가신 게 아니라고? 혹시라도 불에 태워서 뼛가루로 만들어야 죽었다고 인정할 거야?”청년이 분노에 차서 고래고래 소리쳤다.“여러분! 절대 이 집 약을 사지 마세요. 정말 사람 죽이는 약입니다. 우리 아버지는 매일 8층까지 가쁜 숨도 안 쉬고 오르내리셨는데, 그런 건강한 몸도 이 약에 중독돼 돌아가셨어요. 난 지금 딱 하나만 묻고 싶어. 도대체 너희들이 파는 게 보약이야? 아니면 독약이야?”손님들 사이에서도 수군거리는 소리가 퍼졌다.“이거 가짜처럼 보이지 않는데? 설마 진짜 약에 문제가 있는 거야?”“내가 듣기로는 장씨 가문에서 발표한 회연단이 본래 유씨 가문 거였대. 그런데 장씨 가문이 훔쳐 가서 유씨 가문이 급하게 새로운 약을 만들어서 내놓은 거래.
“설마 우리 발표회 때문에 너희 귀빈들이 전부 이쪽으로 온 건 아니겠지?”말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처럼 장정범의 가슴을 찔렀다.‘이년, 말하는 거 진짜 독하네.’“유정, 너희 가문은 성 신의를 앞세워 가짜 약을 내놓고 있는데, 성 신의가 이 사실을 알면 너희 가문과 관계를 끊겠다고 하지 않겠어?”장정범의 얼굴이 새파래졌다.성동석이라는 이름은 장정범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그야말로 신출귀몰하는 명성이 자자한 명의였는데 서남 최고의 유씨 가문이라 해도 그런 인물을 함부로 불러들일 수 없을 것이다.“무슨 말이야? 저기 앉아 계신 분이 바로 성 신의님이야.”유정은 자신만만하게 무대 위의 성동석을 가리켰다.성동석의 얼굴을 확인한 장정범의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졌다.“못 믿겠으면 가서 직접 인사라도 해봐. 본인이 맞는지 확인해 보면 되잖아.”유정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제아무리 성 신의라 해도 고작 사흘 만에 회연단보다 더 나은 보약을 만들 수 있을 리 없어.”장정범이 이를 악물었다.“그걸 판단하는 건 우리가 아니라 이 자리의 손님들이 아니겠어?”유정이 여유롭게 웃었다.바로 이때, 유명 인사 한 명이 다가왔다.“유정 씨, 유씨 가문의 국색천향은 정말 대단하더군요. 몇 년 동안 없애지 못한 다크서클이 한 알 먹고 싹 사라졌어요. 피부 미용뿐만 아니라 신장 강화에도 효과가 있대요. 저는 지금 무릎도 안 아프고 허리도 안 뻐근해 계단 열 층도 단숨에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래층의 회연단이랑 비교하면 완전히 하늘과 땅 차이죠. 어라? 장정범 씨, 여기 계셨네요?”이 사람은 장정범을 보자마자 흠칫 놀라더니 황급히 몸을 돌려 달아났다.장정범의 면전에서 이 정도로 회연단을 까는 건 솔직히 좀 심했다.무엇보다 장정범은 본래 지하 세계 출신이었다.괜히 장정범을 기분 나쁘게 했다가는 이후의 삶이 순탄할 리가 없었다.“장정범, 사람들의 반응을 똑똑히 들었어?”유정이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아니면 직접 한 알 먹어볼래?”“필요 없어.”장
“너희들 들었어? 유씨 가문도 발표회를 열었대. 바로 위층에서 말이야. 듣자 하니 성 신의님 도움을 받아서 국색천향이라는 보약을 출시했대. 효과가 장씨 가문 회연단보다 더 무시무시하대.”“진짜야? 회연단도 이미 대박인데 그보다 더 강력한 보약이 있다고?”“당연히 진짜지. 내 친구가 바로 위층에 있어. 나도 곧 올라갈 생각이야.”“좋아, 나도 가서 확인해 봐야겠어. 진짜인지 아닌지.”소식은 빠르게 퍼졌다.발표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몇몇 사람들은 아예 인사도 없이 바로 떠나버렸다.지금은 좋은 시간대도 아니었기에 회연단의 발표회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이 상태로 가다가는 발표회가 시작될 때쯤엔 아예 현장이 텅 비게 될지도 모른다.“도대체 무슨 일인지 빨리 알아봐! 왜 사람들이 다 떠나는 거야?”장정범은 즉시 집사를 호출해 상황을 파악하게 했다.그때 박진용이 다가왔다.“장정범 씨, 이게 무슨 일이죠? 왜 사람들이 점점 더 줄어드는 거죠?” 박진용이 의아해하며 물었다.“모르겠어요, 아마 다들 밖에 나가서 신선한 공기나 마시려고 그러나 봐요. 내가 이미 사람을 보내서 알아보고 있어요.”장정범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곧 집사가 허겁지겁 달려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가주님, 큰일 났습니다! 나간 사람들 전부 위층으로 갔습니다!”“뭐? 위층으로 갔다고?”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에 장정범과 박진용은 모두 깜짝 놀랐다.유씨 가문의 발표회는 바로 위층에서 열리고 있었다.박진용과 장우림이 아까 올라갔을 때 위층은 텅 비어 있었다.그런데 왜 지금 모든 사람이 위로 올라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들이 의아해하는 사이, 또 다른 손님들이 위층으로 향했다.“올라갑시다. 우리가 가서 직접 상황을 확인해 봐야죠.”장정범은 이 상황이 믿어지지 않았다.혹시 위층에 있는 보물이 장씨 가문이 발표하려는 회연단보다 더 대단한 보물인 걸까?그럴 리가 없었다.하지만 장정범 일행이 위층에 도착했을 때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조금
“그래, 바로 우리 위층에서 연다고 해.”“아까 박 도련님이 가봤다는데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하더라. 네가 가서 유정 씨한테 간단히 위로라도 해주고 와.”장정범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하자 장우림은 즉시 아버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다녀오죠.”장우림은 호탕하게 웃으며 부하 몇 명을 이끌고 위층으로 향했다.같은 시각, 유씨 가문의 발표회장은 여전히 한산했고 손님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유정이 의외로 침착하게 기다리는 모습을 보이자 진서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그때였다.“유정! 너희 유씨 가문도 오늘 발표회를 열 줄은 몰랐네.”장우림이 거만한 걸음걸이로 웃으며 들어왔다.장우림을 본 유정의 표정이 불쾌해졌다.“아래층에 있으면 될 텐데 여기엔 왜 왔어?”“당연히 너희 인원수라도 좀 채워주려고 온 거지. 여기 현장이 이렇게 한산한데 내가 손님 몇 명 데려와서 분위기라도 살려줄까?”장우림이 비아냥댔다.“필요 없어.”유정이 냉랭하게 대답했다.“유정, 나 궁금한 게 있는데, 너희 유씨 가문은 회연단도 없이 도대체 뭘 발표하겠다는 거지?”장우림이 미간을 찌푸리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장씨 가문이 이미 중요한 자료를 전부 빼돌렸는데 무슨 발표회를 연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렇게 망신당하고 싶은 건가?“네가 알 필요 없어.”유정이 담담하게 말자 장우림은 콧방귀를 꼈다.“그래, 나야 알 필요 없겠지. 대신 오늘이 지나면 유씨 가문은 금도의 웃음거리가 되겠군.”“누가 웃음거리가 될지는 아직 모르지.”유정이 물러서지 않고 야무지게 맞받아쳤다.“그럼 두고 보자고.”말을 마친 장우림은 부하들을 데리고 떠났다.장우림이 떠나자 유정은 서두르지 않고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몇 곳에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세련된 차림의 여성들이 몇 명 들어왔다.“혹시 성 신의님이 여기 계시는가요?”“성 신의님께서 피부 미용에 좋은 약을 개발하셨다고 들었는데, 정말인가요?” 한 여성이 물었다.“그럼요, 당연히
같은 시각, 장씨 가문의 발표회 현장에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이 몰려와 북적거리고 발 디딜 틈도 없었다.금도의 모든 부자가 한자리에 모인 듯했다.지금 이 상황은 장정범의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었다.머지않아 장씨 가문의 건실 그룹은 서남 전역에서 이름을 날리게 될 것이고 유씨 가문은 서서히 몰락해 그들의 발밑으로 떨어질 터였다.장정범의 야망이 결코 작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장정범은 단순히 제약 산업에만 머물 생각이 아니라 서남 전역을 노리고 있었고 서남 지역의 절대적 패권을 원하고 있었다.“장정범 씨, 신제품 출시 축하합니다.”박진용이 사람들을 데리고 찾아왔다.“박 도련님, 오셨어요? 어서 앉으세요.”장정범은 극진한 태도로 맞이했다.박씨 가문은 서남 지역 출신이 아니지만 현재 그들은 협력 관계였기에 장정범도 박진용에게 충분한 존중을 보였다.“장정범 씨 덕분에 이번에 제대로 한몫 벌게 생겼습니다.”왔다 갔다 하는 손님들을 보며 박진용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고작 발표회 하나 열었을 뿐인데 이 정도라면 약이 정식 출시되는 날에는 서남 전역을 들썩이게 할 것이다.위층에 있는 유씨 가문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아까 유정이 박진용에게 전 재산을 날릴 수 있다고 하던 헛소리를 생각하면 우습기 짝이 없었다.“앞으로 우리 장씨 가문 사업에도 많은 지원 부탁드립니다, 박 도련님.”장정범이 씩 웃었다.박씨 가문은 대한민국 전역에서도 손꼽히는 재력을 자랑하는 가문이었다.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협력한다면 장정범의 건실 그룹에는 엄청난 이득이 될 터였다.사업은 단순히 부동산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되고 돈이 되는 일이라면 모든 분야를 섭렵해야 했다.그 분야에서 정상에 서려면 간단하게 돈을 때려 박으면 된다.이번에 장정범은 제약업계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기 위해 건실 그룹 자금을 전부 회연단에 투자했다.투자한 만큼 수익도 따라오기 때문이었다.“장정범 씨, 오늘 유씨 가문도 발표회를 연다고 하더군요. 알고 계셨습니까?”박진용이 뜬금없이
“혹시 박 도련님이 장씨 가문에서 회연단을 사셨나요?”“그건...”박진용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애초에 이 회연단이라는 약은 본래 유씨 가문에서 개발한 거였는데 장씨 가문이 빼돌린 셈이었다.그러니 이걸 사들였다고 말하는 게 좀 껄끄러웠다.“맞아요, 꽤 많은 양을 샀죠.”박진용은 어차피 숨길 필요가 없었다.박진용이 직접 확인한 결과, 회연단의 효과는 확실했다.그래서 이 회연단으로 시세를 조정해서 큰돈을 벌 생각이었다.박서명이 이제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분명 칭찬해 줄 것이다.“박 도련님, 선의로 한마디 하자면 지금이라도 회연단을 전부 처분하세요. 안 그러면 손해가 어마어마할 겁니다.”“말도 안 되는 소리네요.”박진용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유정 씨, 제가 아까 도와드리려고 했던 거 아시죠?”“알아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충고하는 거예요.”유정의 말에 박진용은 코웃음을 쳤다.“유정 씨, 혹시 질투하는 겁니까?”“질투요?”유정이 피식 웃으며 박진용을 쳐다봤다.“박 도련님께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더 이상 말하지 않을게요.”어차피 할 말은 다 했으니 믿든 말든 그건 상대방의 몫이었다.박진용은 더 이상 대화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박진용이 사라지자 여전히 텅 비어 있는 발표회장을 보며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건데?”“서두를 필요 없어요. 진짜 재미있는 건 이제부터니까요.”유정의 눈빛이 반짝였다.“유정 씨, 제가 뭐 도와드릴 일 있을까요?”조슬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조슬기 씨는 저 자리에 앉아 계시면 됩니다.”유정이 무대 위 한가운데에 놓인 눈에 띄는 좌석을 가리켰다.“네? 그게 다예요?”조슬기가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이제 막 뭔가 중요한 걸 시키는 게 아닐지 긴장하고 있었는데 앉아만 있으라니, 조슬기는 이해할 수 없었다.“네, 그리고 혹시 누군가 조슬기 씨와 신수란 씨를 알아보면 국색천향을 홍보해 주시면 됩니다.”“네, 그 정도야 문제없죠.”조슬기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