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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9화

Author: 윤지
밤이 되었다.

추경은은 침대에 누워 잠들었는데 갑자기 방 안에서 ‘따르릉’ 소리가 울렸다.

깜짝 놀라 잠에서 깬 그녀는 불을 켰는데 그 소리는 다시 사라졌다.

“이상하다. 꿈인가?”

추경은은 불을 끈 후 다시 잠들었다.

그런데 한 시간쯤 지나서 다시 막 잠들려는 순간 ‘따르릉’ 소리가 또다시 울렸다.

이번엔 꿈이 아닌 게 확실했다.

“어디서 난 소리지? 설마 휴대폰에서 나는 소리인가?”

추경은은 휴대폰 전원을 끈 후 다시 잠을 청했다.

하지만 얼마 있지 않아 갑자기 귓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우우...”

비몽사몽한 추경은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놀라서 깨어난 그녀는 더 이상 잠들지 못하고 이불 속에서 몸을 움츠렸다.

“설마 귀신이라도 있는 거 아니야?”

추경은은 결국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 날, 박민정이 아침을 다 먹고 출근 준비를 할 때까지도 추경은은 깨어나지 못했다.

박민정은 똑같이 되갚아주기 위해 혼자 회사로 가는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경은 씨가 너무 깊이 자서 깨우기가 미안하네. 오늘도 혼자 출근하는 날이네요.]

박민정은 고영란이 한가할 때 SNS를 자주 확인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고자질은 그녀도 할 수 있었다.

박민정은 이 게시물을 고영란에게만 보이도록 설정했다.

추경은은 고영란의 연이은 전화벨 소리에 겨우 깨어났다.

전화를 받자마자 그녀의 본성이 드러났다.

“누구야? 왜 자는데 방해를 해?”

“10시인데 아직도 자고 있어?”

고영란은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영란이 추경은더러 박민정과 함께 회사로 출근하라고 한 이유는 임신한 박민정을 잘 돌보라는 뜻이었지, 두원 별장에서 편하게 지내게 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추경은 고영란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휴대폰을 보니 정말로 10시가 넘었다.

어젯밤 방 안에서 계속 소리가 나서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이모, 죄송해요. 지금 바로 일어날게요.”

추경은은 급히 일어나 방 안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이상한 소리가 어디서 났는지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무리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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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식은 당연히 최현아와 유성혁의 귀에도 들어갔다.유성혁은 초조하게 방 안을 서성였다. “당신, 유남준이 혹시 뭔가 눈치챈 거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왜 갑자기 박민정과 함께 사라진 거지?”최현아는 그의 두려움을 눈치채고는 능숙하게 부추겼다.“여보, 당신과 박민정의 일이 언젠가는 유남준에게 들킬 거예요. 그게 오늘이든 내일이든 결과는 똑같지 않아요?”“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유성혁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최현아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방법은 하나뿐이에요.”“무슨 방법인데?”“유남준을 무너뜨리는 거죠.”“그게 가능해?” 유성혁은 황당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예전에 유남준이 눈이 보이지 않았을 때조차 자신은 그를 당해낼 수 없었다. 지금은 권력을 손에 쥐고 건강까지 회복한 유남준을 상대로 감히 함부로 움직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최현아는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여보, 왜 그렇게 자신이 없어요? 우리 같은 집안에서는 먼저 치지 않으면 상대가 먼저 덤벼드는 법이에요.”“우리 지훈이는 결국 박예찬의 밑에서 일해야 하는 운명이에요. 박예찬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 우린 목숨도 장담 못 한다고요.”최현아는 부드럽게 속삭이며 유혹했다. “이제 아버님도 돌아왔으니 우린 혼자가 아니에요. 유남준을 직접 건드릴 수 없다면 그 네 아이를 노리면 되잖아요?”“어떻게든 그 네 아이를 없애야 해요. 그러면 앞으로 유씨 가문은 지훈이 하나만의 것이 되는 거죠.”이 말을 들은 유성혁은 충격을 받아 말문이 막혔다.“장난치지 마. 네 아이를 건드리다 들키면 난 목숨도 없어.”최현아는 그런 그를 보며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당신이 오늘 한 일, 유남준이 알게 되면 결과는 똑같아요. 죽음뿐이라고요. 얼른 선택해요.”그 말을 남기고 최현아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고 유성혁은 혼자 거실에 남겨져 혼란에 빠졌다.무슨 뜻이지?그가 한 일이 유남준에게 들키면 죽는다고?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그는 완전히 갈피를 잡지 못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64화

    유남준은 혹시라도 회사 사람들과 연락이 끊겨 업무에 지장을 줄까 봐 핸드폰을 꺼두는 일이 거의 없었다.“할머니, 얼른 사람을 보내서 엄마를 찾아주세요.” 박윤우가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말했다.“알았어, 알았어.”고영란은 즉시 사람들을 불러 밤새 유남준과 박민정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다.이 모습을 본 유남우도 나서며 말했다.“저도 사람들을 데리고 나가볼게요.”“그래, 부탁하마.” 고영란이 고개를 끄덕였다.그제야 박윤우와 박예찬이 조금 안심하는 듯했다....한편, 호텔 안.박민정은 침대에 누워 욕실에서 들려오는 물소리를 들으며 온몸이 마치 차에 치인 것처럼 쑤시고 아팠다.조금 전 벌어진 일을 떠올리자 얼굴이 화끈거리고 땅속으로라도 들어가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때, 욕실의 물소리가 갑자기 멈췄고 유남준의 발소리가 점점 다가왔다.박민정은 재빨리 눈을 감고 자는 척했다.유남준은 그녀 앞에 다가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아직 깨어나지 않은 듯한 모습에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스쳤다.그는 지금 밖에서 자신을 찾느라 난리가 났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유씨 가문의 움직임은 빨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남준과 박민정이 호텔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호텔 밖은 금세 소란스러워졌다.유남준이 문 앞에 다가가자마자 여러 사람이 연달아 문을 두드리는 모습이 보였다.그는 핸드폰을 들어 프런트에 전화를 걸었다.“무슨 일입니까?”프런트에서 대답이 오기도 전에 익숙한 실루엣이 무리 속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유남우는 한눈에 호텔 스위트룸 앞에 서 있는 유남준을 발견하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걸어왔다.“형, 괜찮아?”유남준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무슨 일이야?”“윤우랑 예찬이가 형이랑 형수가 연락이 안 된다고 해서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어머니랑 사람들을 데리고 왔어.” 유남우는 말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방 안쪽으로 시선을 보냈다.방 안에는 아무렇게나 흩어진 옷가지들이 널려 있었고 더 볼 것도 없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63화

    “너희들 봐줄 시간 없어.”유남준은 그렇게 말하고는 박민정을 안아 들고 곧장 밖으로 나섰다.두 아이는 따라가려 했지만 가정부가 막아섰다.“도련님들, 집에서 얌전히 기다리세요. 대표님을 곤란하게 하지 마시고요.”박윤우는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았다.“싫어요! 엄마랑 같이 갈 거예요! 걱정돼서 못 기다리겠어요!”하지만 박예찬은 침착하게 동생의 손을 잡아끌었다.“이제 너무 늦었어. 그냥 집에서 소식 기다리자. 우린 괜히 짐만 될 거야.”형의 말에 박윤우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유남준은 박민정을 차에 태우고는 운전사에게 병원으로 가라고 지시했다.가는 길, 박민정은 그의 가슴팍에 손을 올리더니 문득 톡톡 두드렸다.“우와, 단단하네.”그러곤 이유도 없이 침을 삼켰다.유남준은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졌다. 그녀의 작은 손길이 닿는 순간, 온몸의 혈류가 솟구치는 기분이었다. 그는 단숨에 박민정의 손을 붙잡았다.“장난치지 마.”그러나 박민정은 자신의 행동을 멈출 수 없었다. 그녀는 손이 막히자 이번에는 얼굴을 그의 목덜미에 비볐다.유남준의 몸이 마치 수많은 개미가 기어오르는 듯한 감각에 휩싸였고 그의 목젖이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민정아, 너 오늘 왜 이래?”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도 자신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고 그냥 몸을 제어할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우리 어디 가는 거예요?” 그녀가 겨우 입을 열었다.“병원. 네 상태를 검사해 봐야겠어.” 그러자 박민정은 고개를 저었다.“병원 안 갈래요. 나 정말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요.”그녀는 유남준의 품에 기댄 채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고 그녀의 숨결이 그의 얼굴을 스쳤다.그는 순간적으로 그녀를 제압하듯 품 안에 가두었다.“그만해. 계속 이러면 나도 못 참아.”박민정은 천진하게 물었다.“뭘 못 참는데요?”그녀의 손이 다시 자유로워지자마자 이번에는 더욱 거침없이 움직였다.유남준은 결국 더 이상 자제하지 못하고 운전사에게 말했다.“차 세워.”운전사는 즉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62화

    방 안에서는 이미 유성혁이 상의를 벗은 채 박민정에게 다가가려 하고 있었다. 그때, 최현아가 갑자기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여보!”“뭐야?” 유성혁은 갑작스러운 방해에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되물었다.“유남준이 돌아왔어요. 이쪽으로 오고 있으니까 얼른 옷부터 입어요!” 최현아가 다급하게 외쳤다.유성혁은 순간적으로 놀랐지만 곧바로 상황을 파악하고 서둘러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어떡하지? 어떡하지? 유남준이 내가 박민정과 함께 있는 걸 알게 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지금 그런 말 할 때가 아니에요. 얼른 옷 다 입고 숨어요. 여기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요.” 최현아가 단호하게 말하자 유성혁은 허겁지겁 옷을 걸쳐 입으며 당부했다.“꼭 나랑 관련 없는 일처럼 해줘. 아직 아무것도 못 했다고!”“알았어.” 최현아는 그의 초라한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그를 방에서 밀어내고 나서야 최현아는 박민정 쪽으로 다가가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다.“동서.” 그녀는 살며시 불렀다.박민정은 의식이 흐릿한 상태였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최현아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 간절히 바랐다. 유남준이 조금이라도 늦게 도착하기를.그녀는 박민정의 몸을 가볍게 감싸 이불을 덮어준 후, 소파에 앉아 초조하게 기다렸다.잠시 후, 약효가 다소 풀렸는지 박민정은 흐릿한 눈빛으로 천천히 눈을 떴는데 머리가 심하게 어지러웠다.그때였다.쿵!문이 거칠게 열리며 유남준이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왔다.“민정이는 어디 있어요?”최현아는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 앞을 막아섰다.“남준 씨! 갑자기 웬일이에요? 마침 남준 씨한테 전화하려던 참이었어요.”유남준의 얼굴은 싸늘하기만 했다.“민정이는요?”“아마 술을 잘 못 마셔서 그런가 봐요. 지금 쉬고 있어요. 원래 남준 씨 방으로 데려다주려고 했는데 전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최현아가 태연한 척 대답했다.분명 박민정은 오늘 칵테일을 한 모금 정도 마셨을 뿐이었다. 그마저도 그냥 음료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61화

    박민정은 홀로 홀 대각에 앉아 있다가 어딘가 불편한 기운이 스쳐 지나가는 걸 느꼈다.이 감각... 낯설지 않았다.순간적으로 불길한 예감이 들어 그녀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최현아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동서, 벌써 가려고?”“네. 몸이 좀 안 좋아서 먼저 가볼게요.”최현아는 주변을 둘러보며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내가 바래다줄까? 어차피 나도 딱히 할 일 없는데.”“아니에요, 괜찮아요.”박민정이 정중히 거절하자 최현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문득 물었다.“그런데 남준 씨는? 어디 갔어?”“일이 있어서 나갔어요.”그 말을 듣자 최현아의 눈빛이 살짝 누그러졌다.“그래? 그럼 다행이네. 내가 데려다줄게, 길을 잃으면 곤란하잖아.”“괜찮아요. 길은 기억하고 있어요.”설령 잊는다 해도 하인들에게 물으면 될 일이었다.박민정은 가볍게 웃으며 발걸음을 서둘렀다. 그런데 걸음을 옮길수록 몸이 이상했는데 발이 휘청이고 머리가 묘하게 어지러웠다.최현아는 그녀의 상태를 눈치채고도 모르는 척 다가왔다. 이대로 그녀를 그냥 보낼 리 없었으니까.“괜히 사양하지 마. 우리는 한 가족이잖아.”최현아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박민정은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그녀가 따라오든 말든 지금은 어서 이곳을 벗어나는 게 우선이었다.하지만 점점 시야가 흐릿해졌다.혹시 몸에 다시 문제가 생긴 걸까? 머릿속이 어지럽고 다리가 힘없이 풀렸다.마지막 남은 의식으로 박민정은 힘겹게 입을 뗐다.“...구급... 구급차를 불러줘요...”그러나 그녀가 완전히 쓰러지기 직전, 최현아가 그녀를 붙잡았는데 그녀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구급차? 정말 순진하기도 하지.”최현아는 비웃듯 말하며 박민정을 외딴 곳으로 끌고 갔다. 곧 어둠 속에서 몇 명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고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최현아가 지시한 대로 움직였다.박민정은 서쪽에 있는 빈집으로 실려 갔다.최현아는 남자들을 향해 싸늘하게 경고했다.“오늘 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60화

    박민정이 고개를 들자 날카로운 기색이 어린 최현아의 시선과 마주쳤다.“여기서 혼자 뭐 하고 있어? 저쪽에서 사촌 언니들이 모여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같이 갈래?”최현아가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아요, 전 혼자가 좋아서요.”박민정은 조용히 거절했다.최현아는 입가에 엷은 미소를 걸었지만 그 눈빛은 싸늘했다.“그래? 알겠어.”박민정은 그녀가 이대로 물러설 줄 알았지만 예상외로 최현아는 곁에 앉았다.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자 최현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사실 나도 시끄러운 분위기는 별로야. 어차피 동서도 혼자고, 나도 혼잔데, 같이 있어도 괜찮잖아?”이렇게 나오니 박민정은 거절하기도 애매했다. 게다가 여기는 유씨 가문 안이었기에 자신이 뭐라고 그녀를 내쫓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박민정은 시선을 돌려 멀리 있는 유씨 가문의 젊은 친척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서로 어울려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그 사이, 최현아는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더니 슬쩍 박민정의 잔을 힐끔거렸다. 그녀의 눈동자에 교활한 빛이 스쳤고 이내 일부러 놀란 척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동서, 이것 좀 봐.”그녀가 화면을 내밀자 박민정은 의아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받아 들었다.화면에는 에릭에 대한 연예 뉴스가 떠 있었다.박민정이 그 기사를 읽는 사이, 최현아는 잽싸게 손을 뻗어 박민정의 잔을 건드렸다. 긴장한 듯한 그녀의 손길이 빠르게 움직였다.그녀는 태연한 얼굴로 다시 말을 이었다.“에릭 씨, 동서네 회사 직원 맞지? 설마 남자를 좋아하는 줄은 몰랐네.”“가십 뉴스잖아요. 아마 거짓일걸요.”박민정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에릭이 그런 취향이라면 연지석과 그렇게 티격태격할 리가 없었다. 연지석처럼 잘생긴 남자가 앞에 있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다면 그건 정말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증거였다.“그렇지? 요즘 매체들은 자극적인 소문을 너무 많이 퍼뜨려.”최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폰을 거두었다. 그러더니 문득 박민정에게 물었다.“오늘 밤엔 안 돌아가겠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59화

    “뭐?”유성혁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고 곧이어 바닥에 침을 뱉으며 비웃었다.“그 여자, 가식 떨기는 끝내주더니. 진짜 정절을 지키는 여자인 줄 알았잖아. 그리고 유남준, 그렇게 대단하다면서? 어째서 자기 동생 하나 제대로 손보지도 못하는 거야?”유성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다른 사람이 손에 넣었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이 불쾌했다.최현아는 그의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았는데 그가 무슨 더러운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훤히 꿰뚫고 있었다.그러나 이제 와서 신경 쓸 가치도 없었다.“여보, 당신이 예전부터 그 여자를 원했던 거, 난 다 알고 있어요. 내가 도와줄게요.”유성혁은 깜짝 놀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치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듯 시치미를 떼며 말했다.“당신은 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난 당신밖에 없어.”최현아는 그가 뻔뻔하게 거짓말하는 모습에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당신이 날 사랑하는 건 알지만 동시에 여전히 민정 씨를 갖고 싶어 한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난 다른 여자들처럼 질투하고 싸우고 싶지 않아요. 그저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그녀의 눈빛에는 진심이 담긴 듯했다.유성혁은 원래부터 올바른 길을 걷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순간적으로 그의 흥미가 자극되었다.“당신 정말 최고야. 하지만 박민정은 너무 고고한 척하는 년이잖아. 절대 동의하지 않을걸? 그리고 유남준이 알면 난 팔다리가 부러질 거라고.”최현아는 그가 결국 겁쟁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여보, 당신은 참 어리석어요. 민정 씨가 거절하는 건 당신이 어디 가서 이 사실을 떠벌릴까 봐 그런 거죠. 내가 잘 설득하면 오늘 밤엔 당신 것이 될 거예요.”“정말이야?” 유성혁의 눈빛이 반짝였다.“당연하죠. 그러니까 깨끗하게 씻고 기다리고 있어요.” 최현아는 자신만만하게 말했고 유성혁은 기뻐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좋아! 약속한 거다!”그는 들뜬 표정으로 손을 비비며 자리를 떠났다.최현아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58화

    박민정은 유남준을 따라 밖으로 나섰다.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자 마치 새롭게 태어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남준 씨, 도와줘서 고마워요.” 그녀가 감사 인사를 건넸다.하지만 유남준은 그녀의 손을 놓으며 말했다. “앞으로 나한테 고맙다는 말 하지 마.”둘은 부부였으나 박민정은 늘 그에게 예의를 차렸다.이 말에 박민정은 약간 당황하며 말했다. “아, 미안해요, 깜빡했어요.”“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마.” 유남준이 덧붙이자 박민정은 말문이 막혔고 무슨 말을 해도 틀린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알겠어요.” 그녀는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고개를 숙였다.그 모습을 본 유남준은 다시금 마음이 아려왔다. “가자, 좀 쉬어야지.”“네.”박민정은 그의 뒤를 따라 두 사람이 머무는 곳으로 향했다.그곳에 도착하자 유남준은 하인들을 모두 내보냈고 집 안에는 오직 두 사람만 남았다.이제야 긴장을 풀 수 있었던 박민정은 소파에 앉았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듯 말했다. “맞다, 아이들은요?”컴퓨터를 켜고 업무를 처리하던 유남준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아이들은 본가에서 안전해. 게다가 오늘 가문의 여러 친척들도 모일 건데 아이들이 그 사람들과 친해지면 나중에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거야.”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우리가 자리를 비우는 게 실례가 되진 않을까요?”“아니.” 유남준은 그녀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누구에게도 의지할 필요가 없어.”그의 말에는 어떠한 허세도 섞여 있지 않았고 박민정은 그의 능력을 믿었기에 더 이상 묻지 않았다.어젯밤 잠을 설친 탓인지 그녀는 소파에 몸을 기댄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업무를 처리하던 유남준은 가끔씩 시선을 들어 그녀의 조용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았다. 순간, 그의 목젖이 미세하게 움직였다.예전에는 일할 때 누구도 그의 집중을 방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단지 박민정이 그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자꾸만 시선이 가는 것이었다.그가 얼마나 그녀를 바라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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