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자현 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얼굴이 어두워졌다.특별히 소초연은 이마에 덩그러니 “다가오지 마”라는 문구가 쓰여 있는 듯했다.당호천은 어쩔 수가 없다는 듯 체념한 표정이었다.이때, 소초연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서 소리쳤다.“안 돼. 내 조카는 이미 죽었고 더 이상 우리 딸까지 불구덩이에 뛰어들게 할 수 없어! 자현이 데리고 당장 떠날 거야! 아무도 날 막을 생각 하지 마!”이는 옆에 있는 당호천이 들어라고 하는 말이다.그녀의 말에 당호천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근데, 우리 당문은...... .”그러자 소초연은 그를 노려보며 언성을 더 높였다.“당문이든 뭐든 나랑 상관없어! 자현이는 내가 10달 동안 품고 배 아파 낳은 내 새끼야! 지금에 와서 우리 딸을 희생시켜 그딴 놈이랑 결혼하게 하려고? 꿈도 꾸지 마! 당호천, 넌 어떻게 네 딸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해? 네가 그러고도 아빠야? 남자야? 나 너랑 더는 같이 못 살아! 이혼해!”말을 마치고 그녀는 당자현을 끌고 문밖으로 나갔다.당호천은 깊은 고민에 빠져 머리가 아프고 난처하기만 했다.한편은 전반 가족의 운명이고 다른 한편은 딸의 미래가 걸려있는 일이다.과연 어떻게 선택하는 것이 맞을까?이는 너무 잔혹하고 어려운 선택이다.그러나 소초연과 당자현은 아직 대문을 나서지도 못했는데, 누군가가 두 모녀의 앞길을 가로막았다.“사모님, 아가씨, 그만 돌아가시죠!”말하는 사람은 첫째 당진천의 밀착호위이자 현자급 후기 고수다.이 밖에도 이 작은 방 주변에는 50명의 무자가 지키고 있었다.당자현이 날개를 달고 도망가기라도 할까 봐 두려워서 일까?하지만 소초연은 물러서지 않고 냉담한 표정을 지으며 엄숙하게 말했다.“어디 감히 내 앞길을 막아! 당장 비켜 서지 못해!”그러나 호위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사모님은 나가셔도 됩니다. 하지만 아가씨는 절대 나갈 수 없습니다.”그의 말에 소초연은 크게 노하며 당자현을 데리고 강제로 돌격할 준비를 하였다.그러자 누군가가 쏜살같이
수십억에 달하는 최고급 스포츠카로 널려있다.마치 고급 차 전시회가 열린 듯했다.멀지 않은 곳에는 십여 대의 헬리콥터가 멈춰 섰는데, 그중 한 대에서 어느 일행이 내려왔다.당나라 복장을 한 노인을 우두로 하고 위풍당다하게 다가왔다.이때, 옆에 있는 정교한 메이크업을 받은 스물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여인이 노인의 팔짱을 끼고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역시 중해당문이네요! 고급 차며, 헬리콥터며 줄 서 있는 거 봐요. 주차장이 우리 송씨 가문보다 더 크네요!”이 헬리콥터에서 내린 사람은 바로 상경에서 온 송씨 가문이다.당나라 복장을 차려입은 노인은 바로 송나라 가문의 현대 주인 송우종이다.그리고 그 옆에 여인은 바로 그녀의 손녀 송안나이다.옆에는 송씨 가문의 무자 몇 명이 있는데, 그들의 수위도 모두 평범하지 않다.손녀의 말을 듣고 송우종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안나야, 네가 잘못 알고 있는 게 있어. 오늘 이곳에 온 이유는 약혼식에 참여하기 위해서지 저 당씨 가문의 여 가수 때문에 온 건 아니다. 8대 왕족은 모두 금릉 진씨 가문의 진선체를 보고 온 거야. 진선체가 아니었다면 중해당문이 어느 구석에 틀어박혀 있는지 아무도 몰랐을 거야.”그의 말에 송안나는 눈을 반짝였다.“그 진선체라는 사람이 정말로 그렇게 대단한가요?”송우종은 고개를 끄덕였다.“29살밖에 되지 않은 나이에 이미 지 등급에 들어섰어. 내가 듣기로는 진선체가 지등급에 들어 설 때 천지에 이상이 생기고 풍운도 변화무쌍하며 동쪽에는 금광이 일고 구름도 수두룩 떴다고 그랬어. 마치 만용이 그를 참배하러 나온 것처럼 말이야.”“세간에는 진선체를 진용성자라고 부르고 있어.”“진용성자요?”송안나는 이 말들을 들은 후, 아름다운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났다.얼굴에는 그를 숭배하는 빛이 가득했으며, 또 다른 무언가도 함께 반짝였다.“할아버지, 그럼, 저 꼭 진용성자의 아내가 되겠습니다. 그럼, 진정한 용의 부인이 되는 거겠죠?”그녀는 동경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말했다.“걱정하지
임건우와 진남아는 그의 말에 발걸음을 멈추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러자 진남아는 즉시 눈을 부릅뜨고 언성을 높였다.“왜요? 왜요? 초대카드 한 장에 세 사람을 데리고 갈 수 있잖아요? 한 사람 밖에 데리고 오지 않았는데, 왜 못 들어 가게 해요?”그러자 남자는 차가운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셋째 어르신의 명령이십니다! 들어갈 수 없습니다!”남자의 말에 임건우는 단번에 자기가 들어 갈 수 없는 이유를 알아차렸다.당자현의 아버지가 명을 내린거다.그러나 진남아는 임건우와 당씨 가문의 일들을 상관하지 않고 노하며 말했다.“그딴 거 상관없으니 비키시죠! 난 당신네 셋째 어르신이 누군지도 모릅니다! 근데 너 나 누군지 알아?”그녀는 두 손을 허리에 대고 으쓱거렸다.그러자 남자는 입을 삐죽거리며 대꾸했다.“여기서 함부로 소리 지르지 마세요! 오늘 이곳으로 오신 손님은 모두 귀하신 분이니,계속 소란 피우면 밖으로 모시겠습니다! 셋째 어르신이 직접 명을 내리신 일인데, 가짜일 리가 있겠습니까? 누굴 바보로 여기고 있어!”남자의 말에 진남아는 화가 나서 염장이 터질 것 같았다.만약 지금 진남아의 수염이 있다면, 틀림없이 콧바람에 의해 펄렁 거렸을 것이다.“잘 들어, 딱 한 번만 말한다! 내 이름은 진남아야! 이제 기억 나?”“금릉 진씨 가문에서 오셨습니까?”“아니.”“그럼, 당장 꺼져!”“너 지금 뭐라고 했어?”진남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화가 치밀어 올라 심장 박동수가 올라갔다.임건우는 옆에서 자기와는 상관이 없다는 듯이 좋은 구경을 하면서 웃음을 참고 있었다.“너도 이렇게 어색할 때가 있구나.”진남아는 화가 나서 그를 발로 힘차게 차고 싶었다.그러나 문뜩 예측할 수 없는 그의 실력이 떠올라 억지로 멈추었다.“그 당호천은 어떻게 된 거야? 네가 자현이를 몇 번이나 구해줬는데, 무릎 꿇고 고맙다고 할 판에 지금 들어가지도 못하게 막고 있다는 게 말이 돼?”그러자 임건우가 담담하게 대답했다.“내가 자기 딸 빼앗으러 온 거 알고
임건우는 간단히 고개를 끄덕이고 진남아의 뒤를 따라갔다.당화청은 앞에서 길을 안내하면서 몹시 자랑스러워하며 진남아에게 이것저것 소개해 주었다.오늘 온 사람은 누구인데, 지위가 얼마나 높고 세력이 얼마나 강하며 두루두루 말하였다.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문의 비범함을 드러내려고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는 입이 바싹 마르고 혀가 건조해질 정도로 말을 쉬지 않았다.이때, 뒤를 돌아보았는데 화들짝 놀라며 숨까지 턱 막혔다.진남아가 임건우의 손을 다정하게 잡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두 사람의 두 손이 꼭 붙어있었다.그것도 다정한 사람끼리만 한다는 깍지였다.“지금 뭐하는 거야? 이게 무슨 상황이야?”당화청은 놀라서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제자리에 몸이 굳어버려 입술도 파르르 떨면서 손발도 갑자기 차가워졌다.이건 당연히 두 사람만의 연기다!오는 길에 진남아는 임건우에게 당씨 가문에 성가시게 하는 놈이 있는데, 껌딱지 처럼 매달려 그녀를 귀찮게 할 것이라고 미리 말했었다.하여 진남아는 지금 임건우를 방패막이로 여기고 데리고 온 것이다.그러나 임건우의 진정한 목적은 신부를 빼앗으러 온 것이고 진남아는 그것을 꿈에도 모르고 있다.당화청은 놀라서 두 사람의 손을 가리키며 버벅거렸다.“남아야......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진남아는 바로 이런 그의 표정을 원했었다.그래서 더욱 가깝게 임건우에게 다가가 거의 안기다시피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더없이 달콤하게 웃으며 그에게 소개했다.“내가 소개를 하지 않았구나! 여긴 내 남친 임건우라고 해, 우린 내년에 결혼할거야.어때? 너무 멋있지? 내가 천 눈에 반했잖아. 우리 자기 너무 멋있지?”순간.당화청은 무수한 칼이 심장으로 내리 꽂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그리고 진남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 상처에 소금까지 왕창 뿌리고 있다.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아팠다.임건우는 절망에 가까운 그의 표정을 보고 측은한 마음도 들었다.그러나 이미
중해당문과 금릉 진씨 가문의 이번 약혼식에 모두가 떠들썩하였다.염황 8대 왕족들 속에서도 큰 파도를 일으켰다.물론 그들이 속히 말하는 일개 여가수 당자현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무도 절세의 천재인 진선체이 그들의 목표다.많은 최상층 거물들의 눈에는 당자현은 보잘것없는 개미나 다름이 없다.당자현이 전생에 나라를 구해서 이번 생에 보상을 받는 듯했다. 이건 복권에 당첨되는 것 보다 더욱 확률이 작은 일인데, 당자현은 운수가 좋은 팔자다.마찬가지로 중해당문도 이 사람들의 눈에는 운수가 좋은 사람들다.그러나 일반 대중의 눈에는 나라를 구한 사람이 당자현이 아니라 진선체다.당자현은 지금 가장 핫한 가수고 외모도 출중하고 노래도 달콤하며 아우라도 장난이아닌 여신이다.근데 갑자기 어디서 이상 한 사람이 나타나서 그들의 여신을 앗아가는 느낌이 들었다.당자현이 갑자기 연예계를 은퇴한 것도 그 사람 때문이라는 생각에 더욱 화가 났다.지금, 이 순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진선체를 욕하고 있는지 모른다.예를 들면, 강주대학에서는 이미 난리가 났다.방금 수업이 끝난 유지연은 친구들과 한자리에 모였다.“그 진선체 도대체 누구야? 감히 우리 여신님을 빼앗아 가다니! 노래도 못하게 하고 말이야! 아! 짜증 나!”버섯 머리 여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그러니깐! 너무 짜증 나! 앞으로 우리 자현 언니 노래도 못 듣고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싶다!”“…… .”서로 한 마디씩 주고받았다.그리고 유지연의 생각은 그날 동림도에서 발생한 모든 것에 떠내려갔다.그녀는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그때 그런 일이 있었는데, 만약 옛 시절이었다면 이미 함께하지 않았을까?’그리고 이때 어떤 사람이 유지연에게 물었다.“지연아, 너 당자현 팬클럽 회장이잖아. 뭐 아는 거 없어?”유지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진선체는 금릉 진씨 가문의 사람으로서 왕족천재라고 불리고 무도도 최고여서 최연소 종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들었어...... .”모
임건우는 진남아와 팔짱을 끼고 사람들 속을 누비고 다녔다.중해당문의 이번 결혼식은 개방식이고 개최 장소는 바로 연못옆의 한 골프장이다.그렇다, 중해당문의 정원 안에 작은 골프장이 건설되어 있다.당문은 입구에 드넓은 주차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사치스럽게 골프장도 있다.그야말로 지주 중의 지주이다.그리고 지금 불쾌한 사람이 있는데, 바로 진남아다.그녀는 이미 임건우의 신분을 밝히고 내년에 결혼까지 한다고 말했는데, 당화청은 여전히 껌처럼 자신에게 달라붙어 있다.구구절절 임건우의 정보를 캐물어 보면서 말이다.진남아는 직설적인 성격이라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갑자기 멈춰서더니, 몸을 돌려 다가오는 당화청에게 말했다.“부탁 하나 해도 될까?”그러자 당화청은 환하게 웃었다.“우리 사이에 부탁할 게 뭐가 있어! 네가 원한다면 하늘의 별도 따 줄 수 있어!”진남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럼, 들어줄거 지?”“말해봐, 무슨 일이야?”“좀 멀리 꺼져줘. 우리 남친이랑 단둘이 있고 싶어.”윙-순간 당화청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가슴이 미어지는 걸 넘어서 갈기갈기 찢기는 듯했다.그는 늘 두 사람 사이에 뭔가가 존재한다고 여겼었다.근데 갑자기 남자친구라는 사람이 등장해 버리자, 버림받고 여친이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지금의 결과를 받아 들일 수 없었다.“남아야, 거짓말 그만 해. 남자 친구 아니잖아.”당화청은 얼굴색이 변했다.“우리 손도 잡았는데, 아직도 믿지 않아? 그럼 어떻게 해야 네가 믿겠어? 이 정도면 충분해?”진남아는 말을 마치고 직접 임건우의 입에 뽀뽀했다.돌발 행동에 임건우도 놀랐다.당화청은 어안이 벙벙하여 눈무이 왈칵 쏟아져 내릴 것 같아서 결국 도망치듯 가버렸다.바로 이때 진선체가 걸어 나왔다.그는 아르마니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단정히 하고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내뿜으며 걸어 나왔다.다만 눈에 가득 찬 붉은 핏줄기를 보면 몸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고 눈빛에 피곤함을 띠고 있다는
임건우 옆에 있는 진남아도 힘차게 박수를 쳤다.진선체를 바라보는 아름다운 눈동자에는 일종의 빛이 나타났다.임건우는 입을 삐죽거리며 작은 소리로 진남아에게 말했다.“네 눈에서 뭘 좀 봤어.”진남아는 박수를 멈추고 고개를 돌려 물었다.“뭔데?”“좋아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 .”잠시 후, 그녀는 흥얼거리며 말했다.“너 질투하는 거야? 저기요 임건우씨, 너 당자현한테 마음 있지? 지금 저 두 사람이 결혼한다고 하니깐 셈나지?”임건우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전혀.”그는 그저께도 당자현과 함께 있었다.“진선체는 최연소 지급 무자야. 5년 안에 종사를 이룰 수도 있어! 저 사람 뒤에 있는 사람이 바로 종사야, 금릉 진씨 가문의 어르신이자 유명해진 지 오래된 대종사야. 왕족 안의 종사는 밖으로 별로 나오시지 않아. 근데 여기까지 온 걸 오면 진선체를 엄청나게 중시하고 있다는 말이지.”“종사?”임건우도 그 노인을 보고 있었다.그는 눈을 반쯤 뜨고 반쯤 감고 그곳에 서서 마치 잠들어 있는 것 처럼 보였다.그러나 임건우는 그의 몸에 한 줄기 기세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마치 잠든 거대한 용이 일단 발작하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며 폭풍해일이 번지게 될 것이다.그는 가슴이 철렁 거렸다.오늘 당자현을 데려가려는 것은 난도가 상당히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이것은 활활 타오르는 지옥의 큰 관문이다.그러나 진남아는 임건우의 목적을 모르고 계속 말했다.“자현이가 저런 사람이랑 결혼 할 수 있다는 건 타고난 복이야! 앞으로 진씨 가문은 두 명의 대종사가 있는 거고 자현이는 종사 사모님으로 지위가 엄청 높아질 거야.”임건우는 가볍게 흥얼거렸다.“자현이가 원하지 않는다면?”“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네 말을 들어보니 자현이가 엄청 부러운가 봐? 아니면 바꿔서 네가 진선체랑 결혼할래?”“어? 흥흥, 또 질투하는구나! 됐어, 됐어, 너도 참 대단해.”임건우는 입을 오므리고 말을 하지 않았다.이때 무대에 사회자가 나
그가 보고 싶고 그의 얼굴을 보아야 만이 비로소 마음이 안정되고 의지할 곳이 생기게 된다.그러나 보고싶지 않은 마음도 강한다.그가 이 자리에 오지 않으면 그는 안전할 것이다.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진남아의 곁에 서 있는 임건우를 보게 된다.두 사람은 마치 흡인력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수많은 하객 속에서 단 번에 서로를 알아봤으니 말이다.두 사람은 묵묵히 서로를 지그시 바라보았다.그녀는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그리고 임건우는 그녀에게 확고한 눈빛을 주었다.그러자 그녀는 오히려 그에게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당자현은 입 모양으로 가볍게 말했다.“그만해.”임건우는 가슴이 철렁이며 그녀가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어, 자현이 왜 울어? 나 보고 있는 거 같은데? 무슨 말 하고 있는 거지?”진남아는 마침내 어디가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작은 소리로 옆에 있는 임건우에게 말했다.이와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다시 한번 들끓었다.당중양도 등장했기 때문이다.“세상에, 대종사가 한 자리에 모이다니!”“헛된 걸음 하지 않았어! 금릉 진씨 가문과 상경 당씨 가문의 대종사들도 다 보고!”“진선체는 미래의 종사야. 앞으로 저런 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거야. 그러니 당연히 중시를 받아서 저분들이 직접 나온 게 아니겠어?”“너도 종사면 저런 대우 받을 수 있을 거야.”“종사? 평생 꿈도 꾸지 마. 지 등급만 돌파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해!”두 명의 종사가 등장하였는데, 어떤 사람은 기뻐하고 어떤 사람은 근심하였다.임건우의 눈빛은 심연처럼 깊어져 주머니 속의 강마추를 손가락으로 어루만지며 대응 전략을 생각하고 있었다.두 종사가 손을 잡은 데다가 당, 진 두 가문의 고수도 널려있다.기이한 수법까지 있어서 그는 성공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만약 안 된다면 더없이 곤란해진다.다른 한편, 8대 왕족 가운데서 몇 가문은 진선체를 암산하려고 준비했었는데, 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그들은 이쯤에서 포기하려고
그 화살은 온몸이 새까맸다.그리고 화살 끝에는 붉은 깃털들이 박혀 있었다.화살이 백천웅의 검에 부딪히자 강렬한 기운이 폭발하며 백천웅은 다섯 걸음이나 뒤로 물러섰다.그는 가까스로 균형을 잡았지만, 땅바닥에는 깊고 선명한 다섯 개의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발자국 하나하나가 수십 센티미터나 깊었으며 주위의 특수한 석재들마저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홍우흑심검!”백천웅은 몸을 가누고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았다.그의 얼굴은 경악으로 굳어 있었으며 눈빛에는 깊은 경계심이 서려 있었다.“성주부의 대공양이 움직였군. 도련님, 어서 가셔야 합니다!”그때 멀리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겠다고? 천성성 안에서 월야파의 오장로를 살해하고 제자 서른 명을 죽여 놓고도 도망칠 생각을 하다니! 정말 내 성주부를 허수아비로 보았단 말인가?”목소리가 처음 들렸을 때는 성 동쪽 멀리에서 울렸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사람이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회색 로브를 입은 중년 남자가 나타났다.나이는 사십 대 초반쯤으로 보였다.하지만 그의 수련 경지는 임건우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분신도 아니고, 도겁도 아니야. 설마... 화선 이상인가?’임건우는 그를 바라보며 속으로 깊은 충격을 받았다.연호에 있을 때 그의 스승 백옥이 말했었다.지구의 천지 법칙은 결함이 있어 화선 경지에 오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단, 대도단을 복용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하지만 대도단을 제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주재료인 증도과는 구하려고 해서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설마 이 자가 대도단을 복용해 화선을 이룬 것인가?’임건우가 이런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윤문용은 땅에서 허둥지둥 일어나 회색 로브의 남자 뒤로 숨었다.그리고 긴장한 나머지 목소리를 떨며 말했다.“수야 선생님, 살려주십시오! 우리 윤씨 가문을 구해주세요! 제 손녀 윤보라는 지금 월야파의 핵심 제자로 신녀의 전승을 받았습니다. 월야파의 장문인이 윤보라를 제자로 삼으려 하며 앞으로 윤보라는 월야
백천웅이 급히 몸을 돌려 임건우에게 달려갔다.“도련님...!”그가 보니 임건우는 눈을 감은 채 무언가를 깨우치는 듯한 모습이었다.한참을 지나서야 임건우가 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았다.그는 마음 한구석에서 묘한 느낌을 받았다.‘내가 반년 동안 멈춰 있던 수련 경지... 드디어 돌파할 때가 된 건가?’이 생각이 떠오르자, 그는 가슴이 벅차올라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수련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후 임건우는 한 번도 큰 좌절을 겪지 않았다.원기를 연마하는 단계에서 금단을 이루기까지 단 몇 달밖에 걸리지 않았던 것이다.하지만 고대 금술, 자부위잉망요강음항곤초앵을 손에 넣은 이후로 그는 이 금술에 발목을 잡혀버렸다.그의 수련은 금단의 절정에서 멈춰버렸고 아무리 애를 써도 한계를 넘지 못했다.심지어 지금은 나지선의 수련 경지조차도 자신을 앞질러 버렸다.“드디어... 이제야 돌파할 수 있는 건가?”“아마 며칠 안에 될 것 같은데!”임건우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백천웅이 급히 말했다.“도련님, 월야파에 보낸 구원의 비검이 이미 돌아왔습니다. 그들의 고수들이 곧 도착할 겁니다. 천성성은 더는 있을 곳이 아닙니다. 당장 떠나야 합니다!”임건우는 바닥에 흩어진 시체들과 피범벅이 된 현장을 둘러보았다.그의 가슴에는 깊은 미안함이 차올랐다.‘내가 아니었다면 윤씨 가문이 월야파 사람들을 끌어들여 이런 대학살을 벌이 진 않았을 텐데...’“떠나도 좋아. 하지만 몇몇 원한은 반드시 갚아야겠어.”임건우의 마음속에서 피비린내 나는 살기가 치솟았다.그는 본래 강제로 고향을 떠나 죽을 고비를 넘기며 불사족의 영토를 헤맸다.이제 갓 돌이 지난 딸까지 데리고 고생했건만, 여기서는 윤씨 가문에게 핍박을 받아야 했다.‘나를 만만히 본 건가?’백천웅은 임건우의 뜻을 곧바로 알아챘다.그 역시 윤씨 가문을 향한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백리 가문이 천성성에서 오랜 세월 동안 쌓아 올린 기반을 포기해야 한다니! 월야파를 적으로 돌린 이상 어쩔 수 없지만... 그
임건우의 이번 검은 특별히 빠르지 않았다.아래에서 위로 뻗어 나가는 검의 궤적이 너무 선명해 많은 이들이 그 흐름을 포착할 수 있을 정도였다.곧이어 여기저기서 실망의 탄식이 터져 나왔다.‘아까 그 검을 삼키던 위풍당당한 모습은 뭐였지? 대단한 고수라도 된 것처럼 굴더니 지금은 이게 뭐야? 마치 칠십 줄 노인의 늙은 손놀림 같은데? 우리를 뭐로 보는 거야?’만약 월야파의 장로가 이런 느릿느릿한 검조차 피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할 판이었다.백천웅과 그의 아들들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그들도 임건우의 검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할 거라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오장로의 보물이 임건우 때문에 잠시 모습을 감춘 틈에 백리 가문에게는 반격의 절호 기회가 찾아왔다.“공격하라!”“월야파의 졸개들부터 제거한다!”백천웅은 힘찬 목소리로 외쳤다.지금 백리 가문은 막대한 희생을 치렀고 월야파과는 더는 화해할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이젠 너 죽고 나 사는 싸움, 적의를 가릴 필요 따윈 없었다.“흥!”이때 금색 독수리 위에 서 있던 오장로가 냉소를 흘렸다.임건우의 검을 아예 신경 쓰지 않는 태도였다.그는 임건우의 공격을 피하려고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순간 이상한 사실을 깨달았다.‘움직일 수가 없어?!’그는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이 타고 있는 금색 독수리까지 공중에 박제된 듯 꼼짝하지 못하고 있었다.손발은 완전히 말을 듣지 않았고 몸 주위의 공간이 점점 더 강하게 자신을 짓누르는 느낌이었다.“이건... 공간 결계인가?”오장로는 경악하며 눈을 부릅떴다.임건우의 검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오장로는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입으로 천지를 울릴 듯한 함성을 내질렀다.슛!임건우의 검이 하늘을 가르며 내리쳤다.그 검은 단순히 날카로운 칼날이 아니었다.거대한 검기가 내뿜는 전진의 기세와 함께 신비로운 고대 금술의 힘을 품고 있었다.하지만 이 검의 진짜 강점은 따로 있었다.그것은 바로 검이 휘둘러질 때 함께 펼쳐진 금지된 영역
백의설의 뒤편, 세 개의 꼬리가 희미하게 드러난다.구미호는 고대의 신수 종족으로 모든 구미호가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것은 아니다. 최고 경지에 오른 구미호만이 아홉 개의 꼬리를 지닐 수 있다.백의설의 구미호 혈맥도 지금의 수련 경지로는 아직 아홉 개의 꼬리에 이르기엔 멀었지만, 세 개의 꼬리가 드러난 것만으로도 그녀의 능력은 상당했다.백의설은 망설임 없이 앞으로 뛰쳐나가려 했다.그러나 그녀의 동작이 갑자기 멈췄다.임건우가 쓰러지기는커녕, 조금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여전히 앞으로 돌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방금 받은 치명적인 검격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은 듯 보였다.“이게... 이게 말이 돼?”“자복궁이 검에 관통됐는데도 살아 있다니. 대낮에 귀신이라도 본 거 아니야?”윤문용, 윤중위, 그리고 윤서희가 모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심지어 오장로마저도 감탄하듯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어떻게 안 죽을 수 있단 말인가?그의 손에 들려 있는 조롱박은 장검박이라 불리는 보물이었고, 그 안에는 365개의 비검이 들어 있었다.그 위력은 실로 어마어마했다.오장로의 현재 수련 경지로도 365개 전부를 구사할 수는 없었지만, 108개의 비검을 다루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강력했다.특히 방금 임건우를 향해 날아간 검은 경홍이라는 이름을 가진 검으로 108검 중에서도 살상력이 세 번째로 강한 검이었다.그 검이 자복궁을 관통했다면 임건우는 당연히 혼이 사라져야 했다.그런데도 그는 멀쩡했다.“흥, 한 번으로 안 되면 두 번이다!”오장로는 조롱박을 세게 두드리며 다시 검 두 개를 날렸다.이번에도 비검은 임건우의 자복궁으로 파고들었다.슛!검광이 그의 미간을 관통했다.그리고는... 또다시 사라졌다.그런데도 임건우는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와, 세 개나 쏜 건데!”“뭐야, 이게?”공중에 떠 있던 구경꾼 중 누군가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이렇게 기이한 상황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미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운 가문 사람들은 물론,
백의설은 임건우가 문을 열고 나오는 것을 보자마자 그를 붙잡았다.“건우야, 빨리 나랑 가자! 누나가 널 지켜줄게! 어서 가자고!”“아... 그리고 하나도!”그녀는 급히 안으로 들어가 임하나를 품에 안았다.하지만 자신의 조카에게는 시선을 주지 않았다.차마 볼 수 없었고, 그럴 여유도 없었다.시간이 너무 촉박했다.그리고 자신이 방해를 주기도 했다.그녀는 자신의 조카가 분명 살아남지 못했을 거라 생각했다.그때였다.그녀의 귀에 임건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내 딸을 잘 부탁해요!”“뭐라고?”“건우야...”백의설이 뛰어나와 보니 임건우가 조롱박에서 쏟아지는 검광이 가장 빽빽한 곳으로 달려가고 있었다.임건우가 거기로 왜 가는 거지?설마 죽으려고...?“건우야! 돌아와! 거긴 위험해!”“가지 마! 당장 이리 와!”백의설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그녀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렸고 등 뒤는 이미 축축히 젖어버렸다.임하나를 안은 채 따라가려 했지만, 검광의 위력을 눈앞에서 보자 그녀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눈앞에서 수없이 스러져가는 백리 가문의 사람들.그녀는 자신이 올라갈 수는 있었다.하지만 임건우의 딸을 데리고는 절대 안 됐다.백천웅과 백야를 비롯한 백리 가문의 사람들도 임건우가 빠르게 달려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백천웅이 큰 소리로 외쳤다.“도련님! 돌아가시오! 돌아가! 어서 달아나라!”백야도 소리쳤다.“어서 도망쳐! 최대한 멀리 가! 백리 가문이 희생한 걸 헛되이 하지 말라고!”임건우는 상황을 깨달았다.백리 가문은 자신 한 사람을 위해 전력을 다해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고 있었다.정의롭고 의리가 넘치는 사람들이구나!연호에서 수많은 배신과 배신의 칼날을 겪어온 임건우에게 백리 가문은 너무도 소중한 충성과 의리를 보여주었다.그들은 가문이 멸문당할지언정, 그를 살리겠다고 결단했다.‘그렇다면 내가 더더욱 이들을 지켜야 한다!’임건우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오히려 더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달리는 길목에서 그는
육태환은 손에서 조롱박을 꺼내더니 힘차게 흔들었다.순간, 수백 개의 검광이 조롱박에서 쏟아져 나왔다.검광은 순식간에 백리 가문의 사람들 사이로 파고들었고 검광이 닿는 곳마다 살기를 뿜어내며 적들을 쓸어버렸다.백리 가문의 암위는 무참히 쓰러졌고,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가문을 위해서!”“백리를 끝까지 지켜라!”백리 가문의 사람들은 이 엄청난 광경을 보고 놀라움에 휩싸였다.“아아악!”“어떻게 이런 일이... 저건 도대체 무슨 보물이야?”심지어 백천조차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육태환의 조롱박은 너무나도 강력했다.만약 단순히 월야파의 50명 정도 되는 제자들만 상대하는 것이라면 백리 가문의 3000명 암위가 압도적인 우세를 차지할 수 있었다.그러나 그 조롱박에서 나온 검광은 백 개가 넘었고, 각각의 위력은 월야파 제자 한 명에 맞먹을 정도로 강력했다.이 압도적인 힘 앞에서 백리 가문은 속수무책이었다.“아버지! 저자의 보물은 너무 강합니다! 버틸 수가 없습니다!”백야가 크게 소리쳤다.백천은 눈이 충혈된 채로 포효했다.“버틸 수 없더라도 버텨야 한다! 도련님이 아직 안에 계신다! 도련님께 무슨 일이 생겨선 절대 안 된다!”그 역시 보물을 갖고 있었지만, 육태환의 조롱박에 비하면 하찮은 수준이었다.그의 보물은 검광에 산산이 조각났고, 그는 피를 한 모금 토해내며 휘청거렸다.“의설아, 당장 도련님을 데리고 뒷문으로 빠져나가! 한순간도 지체해서는 안 된다!”백의설은 육태환이 그녀의 가족과 부하들을 학살하는 광경을 보고마음이 찢어지는 듯했다.검광은 밀처럼 사람들을 쓰러뜨렸고 주위엔 비명소리와 피 냄새로 가득했다.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이곳에서 임건우를 데리고 도망치는 것이라는 사실을.그녀는 이를 악물고 곧장 임건우가 있는 방으로 달려갔다.한편, 임건우는 방 안에서 소년을 치료하느라 밖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그가 시도한 치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비술이었다.이 비술
임건우의 한마디가 여자의 분노를 단숨에 식혀버렸다.그녀는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임건우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애원했다.“정말인가요? 제발 제 아들을 살려주세요. 제 아들이 살아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조용히 쓸 수 있는 방 하나를 준비해 주세요. 치료하는 동안 아무도 방해해서는 안 됩니다.”그리고 그는 백의설과 백천에게 시선을 돌렸다.“누나, 어르신. 윤씨 가문이 데려온 월야파 사람들에는 고수가 상당한 것 같은데, 이 많은 인원을 버틸 수 있겠어요?”백천은 힘주어 말했다.“15분 정도는 문제없습니다.”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15분이면 충분합니다. 버틸 수 있는 만큼 버텨주세요.”그는 피투성이가 된 소년을 안고 임하나도 품에 꼭 안은 채 백의설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백의설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건우야, 하나를 데리고 치료해도 괜찮은 거야? 내가 대신 안아줄게.”임건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저 아이를 살리려면 하나가 필요해요.”백의설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임건우는 더 많이 설명하지 않았다.“밖에서 지켜주세요. 누구도 이 방에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문이 닫히자, 백의설은 방 안의 상황을 볼 수 없게 되었다.그녀는 임건우에 대해 아직 잘 알지 못했지만, 그가 짧은 시간 안에 그녀의 단전을 회복시켜 준 일을 떠올리며 거의 맹목적으로 그를 신뢰하고 있었다.심지어, 그를 아끼고 보호하고 싶은 감정마저 생겨나고 있었다.옆에 있던 여자는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저... 정말 내 아들을 살릴 수 있는 거니?”백의설은 단호히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반드시 살릴 겁니다.”그 시각, 대문 앞에서.윤씨 가문의 사람들은 백천이 나오지 않자, 분노를 폭발시켰다.윤문용은 목소리를 높이며 외쳤다.“백천! 이 거북아, 고개를 처박고 나오지 않겠다는 거냐? 내가 셋을 셀 동안 나오지 않으면 우리가 직접 쳐들어갈 것이다. 그때는 피바다가 되어도 네가 자초한 일이야!”
백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번엔 그렇게 쉬울 것 같지 않습니다.”그 말이 끝나자마자,쿵!굉음이 울려 퍼지며 백리 가문의 상공에는 길고 거대한 검기가 하늘을 가르며 떨어졌다.그 검기는 백리 가문의 본관에 직격으로 꽂혀 건물의 절반을 산산이 조각내버렸다.“백천! 이 늙은 거북이 같으니라고, 당장 나와!”“오늘 네놈 목숨은 내가 가져간다!”하늘에서 한 노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임건우는 목소리의 주인이 윤씨 가문의 가주, 윤문용임을 단번에 알아차렸다.이 순간, 백리 가문의 대문 앞은 더욱 소란스러워졌다.조금 전까지는 백리 가문이 도련님을 맞이하는 장면을 구경하던 사람들은, 차가 식기도 전에 월야파가 백리 가문을 공격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너무 빠르게 전개된 상황은 모든 이들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게다가, 이번 월야파의 공격에 참여한 이들은 평범한 제자들이 아니었다.대문 앞 광장의 상공에는 거대한 금색 독수리가 떠 있었고, 그 날개는 수십 미터에 이를 만큼 커다랐다.그 독수리 위에는 한 노인이 앉아 있었는데, 그는 윤보라의 스승이자 월야파의 전공 장로, 육태환이었다.그리고 그 금색 독수리 뒤에는 50여 명의 월야파 고수들이 비검 위에 올라탄 채 따라오고 있었다.이 엄청난 진용은 천성성 주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윤씨 가문이 월야파의 고수들을 이렇게 많이 불러들일 수 있다니,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듯한 권세였다.“가주님! 가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제 아이를 구해주세요!”임건우가 머물던 방으로 한 여자가 뛰어 들어왔다. 그녀는 서른쯤 되어 보였으며, 팔에는 빨간 예복을 입고 목에 꽃장식을 두른 작은 남자아이를 안고 있었다.임건우는 그 아이를 기억하고 있다. 조금 전, 대문 앞에서 그를 맞이했던 아이들 중 하나였는데, 겨우 여섯이나 일곱 살 정도로 보였다.하지만 지금 그 아이는 온몸이 피투성이였다.어깨에서 복부까지 뼈가 보일 만큼 깊은 상처가 나 있었다.조금 전에 날아온 검기에 맞아 이렇게 중상을 입은 것이
“하하하...”백의설은 임건우를 바라보며 신비한 미소를 지었다. “한번 맞혀 봐!”임건우는 눈을 굴리며 어이없어했다.‘내가 뭘 맞혀? 난 백리 가문의 가주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게다가 여기 늙은이들만 해도 수십 명은 될 것 같은데.’그러나 이내 정답이 눈앞에 나타났다.머리가 은발로 빛나는 노인이 무리와 함께 다가오더니, 10미터쯤 남기고는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그는 공손히 몸을 숙이며 말했다. “노비가 도련님의 성스러운 행차를 맞이합니다!”윙...이를 지켜보던 천성성 주민들은 일시에 머릿속이 멍해졌다. 모두 임건우를 바라보며 믿기 힘든 표정을 지었고 머릿속엔 수많은 물음표가 떠다녔다.“대체 저 사람은 누구지?”“백리 가주의 무릎을 꿇게 만들다니, 설마 어느 고문파에서 나온 성자 아니야?”“전에 들은 소문에 따르면 누가 이 남자를 취보재에서 본 적이 있다는데 다리 없는 불구자라고 그 과부가 밖에서 데려온 내연남이라고 했잖아. 근데 봐봐, 다리는 멀쩡하고 백리 가문의 도련님이라는데 무슨 내연남이야? 말도 안 돼!”사람들의 표정은 각양각색이었다.한편, 백리 가문 사람들과 함께 있던 주연우는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있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남편에게 사정을 하며 강여진의 복수를 도와달라고 애원했었다.그런데 오늘 아침, 가주가 직접 나서서 도련님을 맞이하라고 선포했을 때 그녀는 그 정체를 알 수 없어 무척이나 놀랐었다. 그러나 이제야 깨달았다. 그 도련님이 바로 이 남자였다는 것을.‘우리 시아버지의 무릎도 꿇게 만드는 사람인데 강여진은 감히 이런 남자를 건드려? 목숨이 아깝지 않은 건가?’주연우는 그 자리에서 무릎이라도 꿇을 뻔했다.‘강여진, 넌 정말 원수야!’곧이어 임건우는 백리 가문의 환영을 받으며 안으로 들어갔다.그는 임하나를 안은 채 강제로 가장 상석에 앉혀졌다. 아래엔 사람들이 빙 둘러앉아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고, 그들의 시선에 임건우는 괜히 민망해졌다. 하지만 임하나는 반짝이는 큰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