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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화

전화를 끊은 강책이 덤덤하게 말했다.

“친구가 10분 이내로 물건을 가지고 온다고 하네요.”

“휴……그래, 계속 그렇게 척을 해라. 거짓말도 정말 능숙하네.”

그러면서 조동석이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만약에 당신이 오늘 다이아몬드 한 바구니를 가지고 온다면, 냐 머리를 꺼내서 네 전용의자를 만들어 줄게. 하지만 구해오지 못한다면, 넌 몽연이를 떠나야 할 거야.”

정몽연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야?”

조동석이 강책을 보며 물었다.

“어때? 남자답게 한 번 붙어보지 그래?”

강책은 침묵했다.

정몽연이 강책의 소매를 잡아 당기며 말했다.

“그냥 무시해버려.”

조동석은 강책이 말이 없는 걸 보자 더욱 거만하게 말했다.

“하하, 거짓말이 들통날까봐 무서운가 보지?”

그러자 강책이 고개를 휘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나는 그저 이런 사소한 일을 가지고 당신의 머리를 박살내 버리는게 좀 안됐다고 생각해서.”

“하 무슨……”

조동석이 벌떡 일어나 말했다.

“강책, 제발 허세 좀 적당히 부리지? 빨리 내기를 받아들일지 말지나 말해.”

“그래, 하겠어.”

그러자 조동석이 웃어 보이며 이미 강책과 정몽연이 이혼하는 장면을 눈 앞에서 본 듯했다.

그 때, 강책의 휴대폰이 울렸다.

“물건이 도착했네요, 몇 분만 기다려 주세요.”

그가 말을 마친 뒤 몸을 일으켜 밖을 나가려고 하자, 조동석이 뒤에서 소리쳤다.

“어이, 우리 다 기다리고 있으니까, 도망갈 생각은 하지 말라고.”

강책의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정몽연과 소청은 손에 땀을 쥐었다.

다이아몬드 한 광주리?

강책은 커녕 근처 보석상에서도 한 순간에 그런 양의 다이아몬드는 구해내지 못할 것이었다.

이번 내기에서 지게 된다면, 정말로 둘은 이혼을 하는 것일까?

얼마 뒤, 강책이 돌아왔다.

그의 오른손에는 광주리가 들려 있었고, 위에는 붉은 천이 덮여 있었다.

강책은 사람들 앞으로 다가가 찻상 위에 광주리를 올려놓고, 붉은 천을 벗기자 거위알 만한 다이아몬드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한 알 한 알들이 모두 눈이 부시게 반짝이며, 하나같이 조동석의 다이아몬드 반지의 알 보다 더욱 컸다.

한 광주리가 다이아몬드로 꽉 채워져 있었고, 어림잡아도 백 개는 되어 보였다.

조명이 다이아몬드에 비쳐, 빛이 굴절을 일으키며 방이 눈이 부시도록 화려하게 변했다.

“이, 이건 불가능해.”

조동석은 밑에는 돌들을 깔아 놨을거란 생각에 손을 뻗어 꼭대기에 깔려져 있는 다이아몬드들을 헤집었고, 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맨 위 뿐만 아니라, 아래에도 모두 다이아몬드였다.

정말로 다이아몬드가 한 광주리를 채웠고, 돌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소청은 몇 알을 집어들고 자세히 관찰했다. 한 여자로서 그녀는 다이아몬드 같은 보석에 비교적 능숙했다. 몇 번의 관찰을 통해 그녀는 이 다이아몬드가 가짜가 아닌, 진짜 다이아몬드라는 걸 확신했다.

“어머 어머, 다이아몬드가 한 광주리면 도대체 얼마야?”

“한 알에 5천 만원이라 치면, 거의 100알이 넘으니 50억은 족히 되겠는걸.”

“책아, 정말 서경에서는 이런 다이아몬드를 사람들이 안 가지고 길에 널려있단 말이야?”

강책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맞아요, 서경에서는 모두 무엇을 먹고, 마시고, 입을지를 걱정하지, 이런 길에 널린 물건은 무용지물이죠.”

소청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근데 왜 아무도 줍지 않는 거야?”

“주울 순 있어도, 살아서 돌아 온다라는 장담이 없어서요. 몸에 이런 걸 지니고 있으면 귀찮을 뿐더러 생존의 욕구가 더 높아지니ㅣ까요.”

“그런 거였구나.”

소청이 탄식하며 만약 강책이 주워서 돌아왔으면 억만장자가 되어 있었을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소청이 강책의 봉호를 알고, 그의 자산이 얼마나 있는지 알았더라면 그녀는 탄식 하지 않았을 것이다.

강책이 현재 가지고 있는 재산과 비교하면, 이 다이아몬드 광주리는 해변의 모래알 수준이었다.

조동석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방금 전에도 그는 강책이 허풍을 떤다며 우쭐댔는데, 그가 이렇게 쉽게 다이아몬드 광주리를 내놓다니.

정몽연이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

“맞다, 방금 전에 누가 다이아몬드 한 광주리를 갖고 오면 머리를 베어서 의자로 만들어 준다고 하지 않았었나?”

조동석이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그게, 그냥 농담인 거지, 어떻게 그걸 진심으로 받아들여?”

하지만 강책은 냉엄하게 대답했다.

“사나이 대장부라면, 한 번 뱉은 말은 지켜야죠?”

조동석이 그를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허허 웃으며 목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래, 지키면 되지, 어디 한 번 베어봐.”

“억지 부리지 마!”

정몽연이 어이가 없다는 듯 한 마디를 내뱉었다.

그러자, 강책이 왼쪽 손으로 조덕성의 머리를 잡고는 거세게 찻상 위로 내리쳤고, 오른 손으로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과도를 잡고 그의 목에 가져다 댔다.

사방이 온통 조용해졌다.

칼을 보자 조덕성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다.

과도는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조덕성의 머리를 스치고 그대로 테이블 위에 꽂혔다.

칼끝이 그의 목을 베고 옅은 상처를 남기며 피가 테이블 위로 흘러내렸다.

조덕성은 책상 위에 시체처럼 엎드려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다음 번에는 칼이 빗나가지 않을거야, 이제 꺼져.”

강책이 냉담하게 말했다.

“꺼질게, 지금 바로 꺼질게.”

조동석은 대꾸할 엄두도 못내며 일어나서 목을 더듬고 문 쪽으로 성큼성큼 뛰어갔고, 허둥지둥 대문을 나오다 야채를 사고 돌아온 정종과 마주쳤다.

“아이고, 조카, 뭘 그렇게 급하게 나가니? 들어 와서 저녁 같이 먹지.”

정종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하지만 조동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문을 박차고 나갔다.

정계산은 느릿느릿 집으로 걸어 들어오며 물었다.

“동석이 왜 저러는 거니?”

소청이 째려보며 대답했다.

“동석이 누구야? 쓰레기 자식. 이젠 그런 인간은 집에도 들이지 마, 보기만 해도 역겨워.”

“흠……”

정계산은 테이블에 놓인 다이아몬드 한 광주리를 발견했고,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건 또 뭐야?”

그러자 소청이 말했다.

“맞다, 책아, 빨리 이 빌려온 다이아몬드 친구한테 돌려주렴.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보상도 못해줘.”

강책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상관 없어요, 어차피 주워 온 것들인데요.”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아무리 그래도 빨리 돌려주고 오렴.”

“그렇다면 알겠어요.”

강책은 다이아몬드 광주리를 들고 나갔고, 몇 분 뒤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소청은 어딘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차리며 물었다.

“책아, 무슨 일이야? 상태가 좋아보이지 않는데, 누가 무슨 말이라도 했니?”

그러자 강책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버님, 어머님, 몽연아, 제가 부탁할 일이 있어요.”

“뭐든 말해보렴.”

“닷새 뒤에, 강모의 생일인데 여러분들을 초대해 같이 제사를 지내고 싶습니다.”

정계산이 대답했다.”너희 아버지와 몇 년 동안 친구로 지내온 사이인데, 또 너는 내 사위이니 당연히 해야 할 도리이지. 강모의 제사에 우리 정 씨네 집안 사람들도 모두 참가할 테니 걱정 마려무나.”

“감사합니다 아버님. 그럼 할아버지께 다시 전화해 모두에게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정계산은 소청과 눈을 맞추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놔두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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