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혁은 그 말을 듣고 가볍게 웃었다. 그리고 나른한 호흡을 내뱉으며 말했다. “송유나 씨, 이미 인터넷으로 질문을 했는데 거절을 당하면 그건 네티즌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는 겁니다. 그러니 제 가족 앞에서 망신을 당하는 것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죠.”송유나는 그의 미소를 보면서 같이 입술을 끌어올렸다.“그럼 제가 승낙한다면요?”단오혁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공손한 말투로 얘기했다.“송유나 씨가 승낙한다면 제 영광이죠. 그리고 이들도...”그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의 강하랑을 보면서 겨우 웃음이 터질뻔한 것을 참았다.“저와 마
강하랑의 말은 송유나의 마음을 확실하게 돌렸다.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밥부터 먹고 가도 되지 않는가.송유나가 강하랑의 말에 어떻게 대답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옆의 단오혁이 장난스레 말했다.“두 사람 호칭부터 고치는 건 어때? 예를 들면 새언니라던가.”“...”송유나는 아직 생각에 빠져있다가 단오혁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맞은 편의 강하랑이 얘기했다.“우리가 알아서 할 건데요?”단오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너 맞고 싶어?”단유혁도 강하랑의 편을 들면서 웃었다.“난 막내의 말에 찬성.”두 사람
“...”“...”송유나와 강하랑은 그만 할 말을 잃었다.단오혁이 사람을 눈앞에 두고 대놓고 그런 말을 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송유나가 여전히 충격에 휩싸이고 있을 때 강하랑은 창피함이 밀려왔다.그녀의 전남편이 바로 그녀 옆에 있는데 그런 말을 하다니, 무례한 발언이 아니겠는가?물론 그녀의 전남편이었던 연유성이 이 일에 무관심한 탓도 있었다.그녀가 예전의 일을 조금이라도 기억하고 있어도 절대 연유성이 태연하게 자신의 곁에 앉아 그들과 함께 밥을 먹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강아지처럼 졸졸 따라다닌다.'라는 단오혁의 말
연유성은 살짝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단유혁이 이런 행동을 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다른 사람들 눈에는 도씨 집안 도련님이었기에 이런 모습은 너무도 어색할 것이다. 평소에도 차가운 이미지였을 뿐만 아니라 유적지에 있는 돌상 같은 성격이라 조금의 무례를 무릅쓰고 연유성이 가져오려던 그릇을 빼앗아 올 줄은 몰랐다.다행히 연유성은 살면서 이런저런 사람을 많이 만나 당연히 사람은 겉모습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았다.그는 피식 웃으며 태연하게 말했다.“그럼 도 대표님만 괜찮으시다면 드세요.”단유혁은 사양하지
“하랑 씨는...”송유나는 도망치듯 나가버린 그녀의 모습을 보곤 의아하면서도 조금 걱정되었다.“전화나 문자를 보내서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만약 배탈이 난 거면 어떡해요. 우리가 약이라도 사서 찾아가야 하지 않겠어요?”그녀는 강하랑이 정말로 속이 안 좋은 줄 알았다.단오혁은 단유혁처럼 강하랑과 시간을 오래 함께 보낸 것은 아니었지만 도망치듯 나가버릴 때 뭐 씹은 듯한 그녀의 표정을 발견하곤 대충 상황을 눈치챘다.그는 담담하게 다른 한쪽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아뇨, 괜찮아요.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해도 유혁이가
들리는 그의 목소리에 그녀도 그제야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그녀는 단오혁을 째려보았다. 전혀 공격력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눈빛이었다.단오혁의 미소는 더 짙어졌다.“일단 타요. 조수석은 우리 막내 빼고는 누구도 탄 적 없으니까요. 날 이렇게 계속 세워둘 생각인 건 아니죠? 송유나 씨, 내 체면을 봐서라도 얼른 타줘요.”송유나는 살짝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하는 수 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그럼 사양하지 않고 탈게요, 도오혁 씨.”그녀는 조수석으로 올라탔다.단오혁은 멈칫하다가 웃으면서 말했다.“도오혁이란 호칭과 송유나란
송유나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예전의 그녀는 돈 많고 든든한 집안을 믿고 하늘을 손에 쥔 것처럼 거만한 태도로 여자를 존중하지 않던 그런 인간을 혐오했다.눈앞에 있는 단오혁의 기세는 확실히 부잣집 철부지들과 비슷했다.만약 저 기다란 손가락 사이로 담배가 있었다면 그야말로 송유나가 극혐하는 것만 골라 한 것이다.그러나 이상하게도 단오혁에겐 별다른 혐오의 감정이 생기지 않았고 오히려 그의 말을 귀담아듣고 있었다.잠깐 생각에 빠진 그녀는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솔직히 도도신 씨 이미지는 제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많이 달랐
그때 그렇게 당하고도 포기할 마음이 드는가?이런 생각을 하고 나니 다시 고통과 역겨움을 참아가며 훈련하러 갔었다.그 탓에 그의 손목 부상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팀에서도 실력이 점점 달리는 선수가 되어가고 있었다.그야말로 악순환이었다.그날은 왜 그랬는지 모른다. 한때 팀원이었던, 그러니까 이미 은퇴한 선수인 밤하늘이 그를 찾아왔었다. 훈련 정도 하루쯤 미뤄두고 자신과 함께 하루를 보내지 않겠냐고 말이다.단오혁은 바로 응했다. 그러나 밤하늘이 여자를 데리고 올 줄은 몰랐다. 그들과 갈라지고 나서야 그는 그 여자가 밤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