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631화

Author: 이한나
“언니, 정말 너무 예쁘다. 연예인이에요?”

여자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말했다.

소원은 살짝 난감했다. 얼굴에 아직 상처가 있었지만 벙거지 모자와 마스크에 가려져 두눈만 보였다. 그래도 눈이 예쁘고 아우라가 남달랐기에 살짝만 꾸미자 연예인이 몰래 산부인과에 들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 연예인 아니야. 그저 일반인이야.”

소원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딱 봐도 일반인이 아닌데. 남편이 너무 잘생겼잖아요. 대박. 나 현실에서 이렇게 잘생긴 남자 본 건 처음이에요.”

칭찬을 아끼지 않는 여자를 보며 얼음 같던 남자의 얼굴이 사르르 녹았다. 육경한은 보기 드물게 여자에게 먼저 인사했다.

“안녕.”

잘생겼다고 칭찬해서가 아니라 남편이라는 말이 너무 듣기 좋았기 때문이다. 여자가 잘생긴 남자를 보며 어쩔 바를 몰라 얼굴을 빨개지자 여자의 남편이 바로 질투했다.

“작작 해. 외모지상주의야. 침 나오겠다.”

하지만 청년은 여자를 욕하는 게 아니라 그저 비아냥댈 뿐이었다. 여자는 남자의 귀띔에 정신을 차리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내가 잘생긴 남자만 보면 얼굴 빨개지는 거 알잖아.”

여자가 고개를 돌려 소원에게 웃었다.

“언니, 화내지 마요. 그저 남편이 너무 잘생겨서 그랬을 뿐이지 다른 뜻은 없어요.”

여자의 남편도 따라서 해명했다.

“맞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와이프가 외모지상주의인데 가끔 티브이에 잘생긴 남자가 나오면 침도 흘리고 그래요. 오랜만에 옆에서 이렇게 잘생긴 남자를 보니까 감정 조절을 잘못했네요.”

“아니요. 화 안 났어요. 게다가 이 사람은 내 남편이 아니에요.”

그러니 소원이 화날 것도 없었다. 소원은 원래도 다른 사람이 육경한을 보든지 말든지 상관없었지만 이 말에 분위기가 딱딱해지고 말았다.

여기에 줄까지 섰으면서 남편인지 아닌지 다투는 건 별로 의미가 없었다. 아무튼 이따가 다 남편이 될 것이니 말이다. 다만 소원이 강조하자 어딘가 살짝 이상했다.

육경한의 안색이 굳어졌지만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기에 설명할 리도 없었다.

“여자가 웃으며 말했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32화

    여자가 손바닥을 내밀며 말했다.“언니, 남자 친구 하나 골라줘 봐요.”소원은 성화에 못 이겨 아무거나 육경한에게 집어줬다. 육경한은 사탕을 받자마자 껍질을 까서 입에 넣었고 소원도 여자가 보는 앞에서 초콜릿을 까서 입에 넣었다.초콜릿은 그렇게 달지 않고 살짝 썼지만 천천히 달아지면서 고소해지는 게 맛있긴 했다.여자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소원을 바라봤다.“어때요? 맛있죠?”“네. 맛있어요.”소원이 말했다.“내 말이 맞죠?”여자가 웃으며 말했다.“맛을 몰라도 공부를 했으니 잘못 고르진 않았을 거예요.”소원은 여자의 말에 호기심이 생겼다.“미각에 무슨 문제가 있어요?”여자가 입을 열었다.“아파서 항암 치료를 여러 번 했더니 뭘 먹어도 맛이 안 느껴지네요.”이 말에 옆에서 지켜보던 남자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항암 치료를 한다는 건 불치병에 걸렸다는 말과 다름없었기에 소원이 멈칫하더니 말했다.“미안해요. 몰랐어요...”여자가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언니. 아픈지 너무 오래돼서 이미 적응했어요. 남편과 등기하고 세계 일주할 생각만 하면 너무 들뜨는데요?”남자도 한마디 거들었다.“말 잘 듣고 약 제때 챙겨 먹어야 데리고 갈 거야. 아니면 아무 데도 못 가.”여자가 입을 삐쭉거리며 말했다.“흥. 내가 언제 약 빼먹은 적 있어?”남자가 말했다.“전에 몰래 던지는 거 봤거든?”“그건 예전이잖아. 지금은 미각을 잃어서 매번 꼬박꼬박 먹어도 맛을 몰라서 딱히 쓰지도 않아.”여자의 말에 남자가 대꾸 대신 씁쓸한 표정을 짓자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벌써 깨갱이야? 말발 다 떨어졌네.”소원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즐거움을 잃지 않는 여자의 성격에 깊이 끌렸다. 이렇게 낙관적인 사람은 처음이었다.두 사람은 고개를 숙인 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서로를 만난 게 제일 큰 행운인 두 사람은 앞으로 그 어떤 역경이 있든 꿋꿋이 헤쳐나갈 용기가 있어 보였다.그때 육경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가자. 이제 우리 차례야.”소원은 그제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33화

    통화를 마친 여자가 갑자기 남자를 끌어안고 뽀뽀하더니 흥분하며 말했다.“여보, 아까 어떤 사람이 전화해서 우리가 대상에 당첨됐다며 세계 일주 비용을 협찬해 주겠대.”“정말?”“정말이야. 미우 그룹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검색해 봤더니 정규적인 대기업이더라고.”소원이 놀란 표정으로 옆에 선 육경한을 바라보자 육경한은 그런 소원을 힐끔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잘생겼다고 칭찬해 주는데 어떡해.”소원은 할 말을 잃었다. 서늘하던 아까와는 달리 딴사람이 된 육경한은 어딘가 오만해 보이기도 했다.운전기사가 시동을 걸자 소원은 이 차가 어디로 가는지 몰라 대뜸 이렇게 물었다.“이제 유진이 보러 가도 돼요?”육경한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앞으로 거기가 우리 집이 될 거야.”말 한마디에 육경한은 소원의 향후 생활을 결정해 버렸다. 그는 여전히 다른 사람을 조종하기 좋아했고 아까 봤던 모습은 그저 착각이었다.소원은 곧 유진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줌마가 왜 병에 들었는지도 알아내야 했다.차 안.육경한이 입을 열었다.“백업 동영상은 내게 맡겨.”육경한이 토론이 아닌 명령을 내리자 소원이 멈칫했다.“왜 너한테 맡겨야 하는데?”소원은 꿍꿍이 많은 방민아가 아줌마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내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쉽게 빠져나가게 둘 리가 없었다. 일단 착한 척하기 좋아하는 방민아의 모든 이가 보는 앞에서 벗겨내 더는 착한 척할 수 없게 만들어줄 생각이었다.육경한이 말했다.“방씨 가문을 상대하는 데 영상을 쓸 필요는 없어. 아직 육씨 가문과 협력한 프로젝트도 있고. 이때 영상을 터트리면 다 같이 죽는 거나 마찬가지야. 그러니 그 동영상은 절대 유포할 수 없어.”육경한은 야심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여전히 잇속만 챙기는 약삭빠른 장사꾼이었다.소원은 두 사람이 비록 거래했지만 그녀가 방씨 가문에 해를 입히는 건 육경한도 두고 보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방민아는 결국 육경한의 아내가 되지 못했지만 뼈는 끊어져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34화

    방민아는 소원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당신이 왜 여기에.”어젯밤 방민기에게 호되게 당했을 사람이 멀쩡하게 이곳에 서 있는 게 이상했다.방민아가 상황을 전해 듣지 못한 건 방민기가 아직 깨어나지 못해 방민아의 꼬투리를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원이 아무리 모자와 마스크로 가려도 어젯밤 방민기에게 당한 흔적은 지울 수 없었다.멍이 든 걸 봐서는 당해도 호되게 당했을 거라는 생각에 방민아의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방민아 씨.”소원이 덤덤하게 말했다. 방민아를 또 만나고 싶지는 않기에 또 만났네요 같은 인사말은 생략하고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방민아가 소원의 팔목을 덥석 잡았다.“어딜 들어가요.”방민아도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대문을 여는 카드가 먹통이라 들어가지 못하고 서 있었다. 육경한에게 전화하려는데 미처 전화하기도 전에 소원을 발견한 방민아는 마치 이곳의 여주인이라도 된 것처럼 기세등등해서 말했다.“들어가서 유진이 좀 보고 올게요.”소원이 미간을 찌푸리며 방민아의 손을 뿌리쳤다.“누가 보여준대요?”방민아가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지만 한편으로는 오늘따라 갑자기 이상하게 나오는 소원이 신기했다.‘여기가 언제 소원이 들어가고 싶으면 들어가는 곳이 됐지?’소원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어제 하라는 대로 하면 유진이 보여준다면서요.”방민아가 그런 소원을 째려보며 말했다.“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요?”소원이 말했다.“네. 했어요. 그 어떤 일을 당해도 가만히만 있으면 유진이 보여준다고요.”방민아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소원 씨, 어디 아픈 거 아니죠? 왜 갑자기 헛소리하고 그래요?”소원이 대꾸했다.“열은 안 나는데? 정말 모르겠어요?”방민아의 태도는 소원이 예상했던 것과 똑같았다. 방민아는 애초부터 아이를 보여줄 생각이 없었고 그저 소원을 모욕하고 망가트리기 위해 유진을 앞세웠을 뿐이다.분명 방민아에게 피해 가는 일이 없었고 육경한을 보면 멀리 피해 다녔지만 방민아는 그래도 소원을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단순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35화

    “당연하죠. 잘만 하면 꼭 만나게 해줄게요.”방민아가 말했다.소원이 망가질 거라는 희열에 잠겨있는 방민아가 느긋하게 보충했다.“어차피 망가질 몸 차리리 우리 오빠에게 망가지는 게 낫지 않아요? 남자구실을 못 하니 사실 잤다고 해도 실질적인 관계가 이루어진 건 아니니까.”‘허...’방민기는 남자구실을 못 하긴 했지만 변태 성욕이 강한 사람이라 몸을 쓰지 못할수록 사람을 더 집요하게 괴롭혔다. 일반인도 견뎌내지 못하는 걸 소원이 버텨낸다는 건 말도 안 되었기에 채 보름도 지나지 않아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 방민아가 바라는 것도 딱 그거였다.“방민아 씨는 언제 보나 말을 참 잘해요.”소원이 촘촘한 치아를 들어내고 웃었다.“하지만... 애석하게도 전혀 믿기지 않는데요? 어떡하죠?”“못 믿을 게 뭐가 있어요.”방민아는 그런 소원이 그저 우습다고 생각했다.“내 말 듣는 거 말고 다른 방법 있어요?”소원이 미간을 찌푸렸다.“지금 바로 아이를 볼 수 있는 방법은요?”“지금은 안 돼요.”방민아가 단칼에 거절했다.“일단 오빠 달래주고 3달 뒤에 다시 보여줄게요.”“3달이요?”소원이 잠깐 고민하는 듯싶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내가 그 석 달을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방민아를 속내를 들켜도 전혀 난감한 기색이 없었고 그저 귀를 만지작거리며 이렇게 말했다.“왜 못 버텨요? 버텨야죠.”“사실 남자는 달래기 쉬워요. 오빠는 조금만 잘해주고 약한 모습을 보이면 난폭하게 구는 일 없을 거예요.”소원이 고개를 저었다.“됐어요. 방민기 씨든 방민아 씨든 더는 못 믿겠어요. 꿍꿍이가 좀 많아야 믿죠.”“당신 정말...”방민아는가 욕설을 퍼부으려다 매서운 눈빛으로 이렇게 말했다.“평생 아이 볼 생각하지 마요.”“오늘 꼭 아이를 봐야겠다면요?”소원이 말했다.“웃겨라. 무슨 자격으로요?”방민아는 소원이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그게 그저 우스울 뿐이었다. 여기서 아이를 만나고 싶다고 아우성이라니, 꿈꾸는 게 아닌지 의심 갈 정도였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36화

    방민아의 안색이 변했다.‘어젯밤이랑 오늘이랑 어떻게 같아?’여긴 육경한의 집이라 곳곳에 CCTV와 보이지 않는 눈들도 가득했기에 방민아의 말투도 다소 딱딱했고 무슨 말을 하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무슨 헛소리에요? 나 유진이 친자식처럼 대했는데. 모함할 생각하지 마요.”“허허...”소원이 차갑게 웃으며 대꾸도 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아니. 어딜 들어가요.”방민아가 계속 질척거리는데 잠금장치까지 걸어간 소원이 띡 하는 소리와 함께 잠금장치를 열더니 자동문이 스륵 열렸다.“소원 씨가 어떻게... 어떻게 여길 들어갈 수 있지?”방만아가 넋을 잃고 묻자 소원이 고개를 돌렸다.“이제 세상이 변했거든요. 방민아 씨.”“그게... 무슨 말이에요?”방민아의 마음속에 무수히 많은 무서운 생각이 스쳤지만 지금으로서는 애써 그 생각들을 꾹꾹 눌러 담을 수밖에 없었다.‘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방민아는 철저한 사람이라 흔적을 남긴 적이 없었다.“내 뜻은 이따 유진이랑 아주머니가 괴롭힘을 받았다는 게 밝혀지면 내가 당신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뜻이에요.”소원이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아이와 노인에게 손댈 정도로 극악무도한 사람이었기에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되레 당하기 일쑤였다. 이런 사람에게 도망과 인내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고 맞서서 싸우는 게 제일 빠른 효과적이었다.방민아는 소원이 뭘 믿고 설치는지 몰라 넋을 잃었다.‘뭔데 이렇게 당당해? 여기 경한 씨 집 앞인데. 내 미래 남편 집 앞이잖아. 어떻게 감히.’방민아는 소원을 얕잡아보며 이렇게 말했다.“당신이 무슨 수로 나를 처단해요? 자기 몸 하나 지키기도 힘들 텐데?”방민아가 콧방귀를 뀌었다.“그렇게 허세 부리다가 혀가 쥐 날까 무섭지도 않아요?”“두고 봐요.”“뭘 두고 본다는 거예요...”소원의 말은 너무 의미심장해서 방민아는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기 힘들었다.“방민아 씨, 곧 후회한다에 한표 걸려는데 믿어볼래요?”소원이 웃으며 말했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37화

    “누가 그만둔다는 거예요?”그때 남자 목소리 하나가 끼어들었다.고개를 돌린 방민아는 육경한을 발견하고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경한 씨, 소원 씨가 아이를 만나겠다고 난리인데 유진이 오늘 몸 상태가 별로라 거절했거든요. 그러니까 가지 않고 여기서 이렇게 버티면서 손찌검까지 하려 해요. 얼른 경비에게 끌어내라고 해요.”방민아가 억울한 표정으로 육경한의 팔을 잡으며 위안을 얻으려 했지만 육경한이 티 나지 않게 팔을 거두는 바람에 실패하고 말았다.넋을 잃은 방민아가 난감한 표정으로 손을 거두더니 원망스러운 눈빛을 지었지만 이내 정상으로 돌아왔다.‘내가 오늘 본때를 보여준다.’“멀쩡해 보이는 데 왜 때린대요?”육경한이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지만 상황 파악이 안 된 방민아가 여전히 이간질했다.“맞아요. 나 때리려 들면서 아이는 보고 싶을 때 얼마든지 볼 수 있다고 당신이 뭔데 막아서냐고, 경한 씨가 있어도 막지 못할 거라고 하더라고요.”육경한은 소원에게 묻는 대신 경비에게 물었다.“소원이 방민아 씨 때리려 했다는데 너희들도 봤어?”방민아가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들어 경비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이곳의 여주인이 누군지 안다면 경비도 그렇게 눈치 없이 굴진 않을 것이다.게다가 방민아가 서 있는 곳은 육경한 뒤였기에 경비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함부로 그런 적 없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보안 팀장을 매수했으니 다른 경비들에게도 지시를 내렸을 거라고 생각한 방민아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아니요. 사모님은 방민아 씨 때리려고 한 적 없습니다. 방민아 씨가 사모님 못 들어가게 막고 있었어요.”경비가 대답했다.방민아는 이 모든 게 환청이라고 생각했다.‘이 경비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호칭이 틀렸잖아. 소원 씨랑 사모님이어야지.’사모님이라고 부르기엔 살짝 이른 감이 있었지만 듣는 사람은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는 호칭이었다. 정신 승리를 마친 방민아가 약간 멍한 표정의 경비를 바라봤다. 그래도 눈치는 있다는 생각에 마른기침하며 경비에게 당부했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38화

    시터가 퉁명하게 쏘아붙이며 유진을 뺏어가려는데 갑자기 날아든 발차기에 그대로 나동그라지고 말았다.“아악.”힘이 잔뜩 들어간 발차기에 시터는 비명을 내지르며 그 자리에서 두 번 뒹굴더니 배를 부여잡고 곡소리를 냈다.“누가 나를...”원망하던 시터가 남자의 얼굴을 알아보고는 한마디도 꺼내지 못했다.‘대표님이 나를 왜.’켕기는 게 많은 시터는 너무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도 까먹었다.“대표님...”육경한이 오만하게 내려다보며 매섭게 쏘아붙였다.“누가 도련님 쫓으라 했어. 도련님을 돌볼 때 어떤 수칙을 지켜야 하는지 잊었어?”유진은 체질이 별로 좋지 않아 노트에 명확하게 달리거나 흥분해서는 안 된다고 적혀 있으니 추격전을 벌이는 건 더더욱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그게 아니라...”시터가 화들짝 놀라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자기도 모르게 옆에 선 방민아를 바라봤다. 해명을 들어줄 마음이 없었던 육경한이 매섭게 말했다.“물건 정리해서 꺼져요.”이 말에 시터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시급을 이렇게 많이 주는 일이 없었기에 자기도 모르게 방민아를 바라봤지만 방민아는 그저 화가 치밀어오를 뿐이었다.‘멍청하긴. 나는 왜 보는 거야. 내가 언제 사람들 앞에서 유진이 데리고 뛰라고 했나?’방민아는 시터의 눈알이라도 파내고 싶었지만 얼르 이렇게 암시했다.“경한 씨 더 화내기 전에 얼른 가요.방민아가 이렇게 말하며 시터에게 눈빛을 보내자 시터가 바로 알아들었다. 따로 두둑이 챙겨주겠다는 약속이었다.시터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렇게 말했다.“대표님, 죄송합니다. 아까는 너무 급해서 그랬어요 지금 당장 짐 싸서 갈게요...”그때 유진이 큰 소리로 말했다.“안 돼요. 아빠. 아줌마 이렇게 보내면 안 돼요.”육경한이 유진에게 물었다.“왜?”유진이 시터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나쁜 아줌마가 두유에 뭘 섞었어요. 할머니한테 준 약이랑 같은 건데 두유에 섞어서 유진이 먹이려는 거 내가 몰래 토했어요.”이 말에 시터와 방민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39화

    방민아가 설득했다.“유진아. 이모랑 했던 약속 잊었어? 말 잘 듣고 거짓말하면 안 된다고 했잖아.”사실 방민아는 유진에게 두 사람이 한 약속을 잊지 말라고 귀띔하고 있었다. 만약 유진이 말을 듣지 않으면 더는 엄마를 만나지 못할 거라는 약속 말이다.‘어린아이가 알면 뭘 안다고. 겁만 줘도 고분고분해질 텐데.’방민아가 말했다.“거짓말하면 코 길어지는 거 알지? 그러니까 얼른 이모한테 와.”하지만 유진은 들으려 하지 않을뿐더러 겁에 질린 표정으로 점점 더 거세게 울었다.“왜 또 째려봐요...”유진이 소원의 품에 파고들며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엄마, 저 여자 나 째려보기만 한 게 아니라 꼬집기도 하면서... 시켜준 대로 아빠한테 말하지 않으면 영원히 엄마 못 만날 거라고 했어요...”유진이 육경한을 바라보며 물었다.“아빠, 이모가 한 말 사실이에요? 엄마 못 만날까 봐 하라는 대로 하긴 했는데 정말 너무 무서워요... 저 나쁜 아줌마가 그러는데 두유에 약 타라고 한 것도 이모가 시킨 거래요. 나 죽이려 드는데 고분고분 말 들어야죠...”이 말에 분위기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방민아는 목덜미에 칼이라도 들어온 것처럼 온몸에 오한이 몰려왔다.‘짐승 같은 놈이 다 연기한 거야? 이렇게 큰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방민아는 이렇게 어린아이가 이런 꿍꿍이를 꾸몄다는 게 그저 무서울 뿐이었다.육경한은 싸늘하게 식은 얼굴로 앞으로 다가가 쪼그리고 앉더니 유진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이렇게 말했다.“아니야. 엄마 언제든지 만날 수 있어. 아빠가 있는데 감히 누가 엄마를 건드리겠어.”“아빤 절대 그 누구든 너에게 손대지 못하게 할 거야.”유진이 초롱초롱한 눈빛을 깜빡이며 물었다.“아빠, 정말 저 나쁜 이모가 유진이랑 엄마 해치지 못하게 지켜줄 거예요?”육경한이 대답했다.“너랑 엄마 다 무사할 거야. 아빠가 약속해.”유진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는지 다시 고개를 돌려 소원의 품에 머리를 파묻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 의미심장한 눈빛으

Latest chapter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41화

    육경한의 여자 친구에게 이런 선물을 하는 건 배경 조사를 거쳐 소원이 그냥 평범한 여자 친구가 아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두 사람이 미래에 헤어지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헛수고가 될 테니까.소원이 거절하려고 입을 열려던 찰나 육경한이 먼저 말을 했다.“비취 좋아해?”육경한이 소원에게 물었다.남자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하고 즉시 칭찬을 퍼부었다.“아가씨, 저희 가게의 그 비취는 천 년에 한번 나올법한 아주 진귀한 것인데 고급스러운 제왕록이라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져요. 이런 비취는 여성분들에게 정말 좋죠.”소원은 육경한이 분명 남자의 의도를 알고 있었고 그와 일을 함께할 마음으로 이 말을 꺼낸 것으로 생각했다.하지만 그녀는 이런 사람들과 엮이고 싶지 않았기에 거절하려 입을 열었다.“감사하지만 저는 액세서리를 착용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그녀의 말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었다 오늘 밤 소원은 반짝이는 아름다운 드레스 외에 어떤 보석도 착용하지 않았고 머리도 간단히 묶었으며 머리 액세서리도 없었다.아주 간단한 스타일이었지만 오히려 이런 꾸밈없는 모습이 그녀를 더욱 특별하고 아름답게 만들었다.남자는 소원이 이렇게 눈치 없이 행동할 줄은 몰랐기에 잠시 표정이 굳어졌다. 분명히 육경한은 그 비취를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소원이 거절하자 그는 불만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아가씨, 먼저 한번 보시는 게 어때요? 그래도 마음에 안 드시면 그때 다시 돌려주셔도 돼요.”육경한의 사람에게 전달만 할 수 있다면 그가 원하지 않더라도 그와 엮일 수 있었기에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소원은 계속해서 거절했다.“죄송하지만 전 정말 보석을 착용하지 않아요.”더 설득해 보려던 남자가 뭐라 말하기 전에 육경한이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이분이 좋아하지 않으면 억지로 가져올 필요도 없겠네요. 다른 사람에게 한번 물어보세요. 아마 누군가는 좋아할지도 모르겠네요.”남자의 표정이 많이 굳어졌다.‘다른 사람이 좋아할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40화

    육연주는 겉으로 대충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으로는 소원에게 깊은 원한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머리가 나쁜 바보였기에 소원을 대처할 방법은 방민아에게 물어봐야 했다.이지애는 자신의 딸이 방민아에게 한번 당한 적이 있음에도 방민아를 다시 찾을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정말 방민아 때문에 죽지 않으면 달갑지 않은 모양이었다.다른 한편,육씨 가문 별장.소원은 육경한이 그날 밤 이후 며칠 동안이나 돌아오지 않을 줄 몰랐다. 날짜를 세어보니 열흘 정도 돌아오지 않았다.이건 정말 희한한 일이었다.비록 그녀도 육경한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가 오지 않아 마음이 불안했다. 그뿐만 아니라 외부의 소식을 전혀 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더 불안했다.그녀는 별장에서 나갈 수 없었지만 유진이와는 만날 수 있었기에 두 사람은 집에서 매일 바둑을 두고 책을 읽으며 어느 정도 여유 있는 생활을 보냈다.사실 소원은 육경한이 그녀를 언제까지 가둘 생각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매일 매일을 초조한 마음으로 보내고 있었다.이렇게 계속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으니 그녀는 반드시 외부와 연락할 방법을 찾아봐야 했다.그녀가 한창 고민에 빠져있을 때 육경한에게서 새로운 비서를 통해 소식이 전해졌다.“소원 씨, 대표님께서 준비를 마친 뒤 함께 나가서 식사하자고 하셨습니다.”비서는 은색 보석이 달린 피시테일 드레스를 소원에게 전해주었다. 소원은 이렇게 눈에 띄는 드레스를 입고 싶지 않았지만 비서가 고집스럽게 말했다.“대표님께서 만약 입지 않으시면 나가지 말라고 하셨습니다.”소원은 나갈 기회를 놓칠 수 없었기 때문에 눈 깜짝할 사이에 드레스를 갈아입었다.드레스는 허리를 돋보이게 하는 디자인이었기에 섹시하면서도 요염한 느낌을 주었고 소원의 외모와도 잘 어울렸다.육경한이 갑자기 그녀더러 꾸미라고 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소원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 식사 장소로 향했다.목적지에 도착한 그녀는 눈앞의 연회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육경한이 그녀를 사람 많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39화

    육연주는 방민아와 거의 같은 시각에 풀려났다.이지애가 마중을 나와 있었는데 그녀는 육연주를 보자마자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연주야, 고생했어. 너무 많이 야윈 거 아니야? 걱정돼서 잠도 잘 못 잤어.”“엄마...”육연주는 서러움이 북받쳐 올라서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뜨릴 것만 같았다. 그곳에서 보낸 보름 동안, 먹을 것도 제대로 먹지 못했고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처음에 아가씨 행세를 했다가 같은 방 사람들에게 맞기까지 했다. 그들은 경험이 많았기에 CCTV에 찍히지 않는 곳만 골라서 그녀를 때렸고 겉으로 보면 큰 상처가 보이지 않았지만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거기서는 아무리 울부짖어도 소용이 없었고 소리를 지르며 원망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삼촌 너무한 거 아니에요? 어떻게 절 저런 곳에 가둬두고 구해주지 않을 수 있어요?”육연주는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지애는 더욱 속상해져서 그녀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네 삼촌 많이 변했어. 다 그 여자 때문이야. 게다가 너 나올 때쯤 되면 해외로 유학 보내겠다고 하더라고.”“뭐라고요?”육연주는 깜짝 놀라서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엄마, 전 해외로 가고 싶지 않아요!”여행을 가는 것과 유학을 하러 가는 건 완전히 달랐다. 육경한이 보내주는 유학이라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철저히 감시당할 게 뻔했다. 그렇게 되면 자유라고는 조금도 없을 터였다.“엄마도 어쩔 수 없어. 네 삼촌도 내 말도 들으려 하지 않거든. 네 삼촌 눈에는 그 여우 같은 년이랑 사생아밖에 안 보이나 봐.”이지애는 짜증을 내며 말했다.그녀는 끝까지 유진이가 육씨 가문의 핏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이지애는 소원을 싫어했기 때문에 그 여자의 아이도 미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항상 유진이를 사생아라고 부르며 경멸했다.육연주는 그 말을 듣고 더욱 불안해졌다.“엄마, 유학은 안 돼요. 저 해외 안 갈래요. 그건 저더러 죽으라는 거나 마찬가지라고요!”“너무 조급해하지 마. 엄마가 방법을 생각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38화

    기사는 방민아가 구치소에 구속되어 있을 때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 현재 방씨 가문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아가씨, 아직 모르실 겁니다만 방씨 가문의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겼어요. 그래서 차를 팔아서 그 프로젝트의 구멍을 메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회장님께서는 몸이 매우 편찮으셔서 요즘 계속 병원에 계세요.”방민아는 자신이 구치소에 있을 때 방씨 가문에 이렇게 큰 재난이 닥쳤다는 소식에 많이 놀랐다. 사실 그녀는 구치소에서 나오면 소원에게 복수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이제는 먼저 방씨 가문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조사해 봐야 했다.방민아는 방현수를 만나러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병원에서 방현수를 만난 방민아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방현수는 예전보다 안색이 아주 나빠 있었고 얼굴에 주름도 많아져서 이전보다 훨씬 늙어 보였다. 방민아를 보자마자 방현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민아야, 우리 집은 육경한때문에 이젠 망했어...”방민아가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어떻게 그럴 수가...”방현수는 방민아가 구치소에 갇혀 있을 동안 방씨 가문에 일어난 일을 전부 이야기한 뒤 한숨을 쉬며 말했다.“육경한이 너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내가 틀렸구나. 정말로 감정이 없나 보네. 육경한은 우리 방씨 가문을 다 이용한 후 버린 거야. 나는 이제 나이도 많아서 방씨 가문을 지킬 수 없을 걸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구나. 내가 죽고 나면 조상님들 얼굴을 어떻게 보겠어...”방민아는 손에 힘을 주며 주먹을 쥐고 방현수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럴 리 없어요. 제가 육경한 뜻대로 되지 못하게 만들 거예요.”“그만두렴. 네가 무슨 방법이 있겠니? 그 사람은 너를 사랑하지 않잖아. 지금 육경한이 신경 쓰는 건 그 여자랑 병든 아들뿐이야.”방현수가 머리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웃기고 있네. 그는 병든 아이를 위해서 더는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정관 절제술을 하겠다니. 그 아이가 그에게 그렇게 중요하다고? 하지만 심장병은 기증자를 기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37화

    ...소원이 별장에 갇히게 된 당일 저녁 육경한이 돌아왔다.그는 침대 옆에 서서 말 한마디도 하지 않고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차가운 기운이 방안을 감돌며 무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소원은 눈을 감고 잠을 자는척하며 마음속으로 그가 자신에게 나쁜 짓을 할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한참을 조용히 서 있던 육경한은 침대에 올라가 그녀 옆자리를 차지했다. 그의 몸에서 바디워시의 상쾌한 박하 향이 풍겨왔다.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있는 것이 마치 그냥 잠을 자러 온 것처럼 보였다.소원은 잠시 혼란스러웠던 마음을 정리하고 한순간도 긴장을 풀지 않았지만 피로가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바람에 결국 잠이 들고 말았다.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보니 침대 옆자리는 이미 비어 있었다. 그녀는 육경한이 언제 떠났는지 몰랐다. 소원은 잠시 어리둥절하며 마치 모든 것이 처음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녀의 조사는 다시 중단된 상태였고 강민혜에게 새로운 소식이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서현재가 서씨 가문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는지 몸이 잘 회복되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육경한은 차 안에서 비서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그날 서현재를 호송한 경호원이 규정을 어겼어. 얼른 처리해.”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서현재을 호송하는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경호원은 위기를 만났을 때 제 혼자 살려고 임무 대상을 버리고 줄행랑을 놓았는데 그는 신뢰할 수 없는 쓸모없는 사람이었다. 육경한은 그런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이때 비서가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대표님, 방씨 가문 쪽에서 기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대표님을 배신자라고 비난하면서 소원 씨가 질투심 때문에 그의 딸을 모함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육경한은 방현수가 얼마나 교활한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이런 날이 올 것을 이미 예상하였다. 그 노인네는 나이가 많았지만 여전히 교묘한 수작을 부리고 있었다. 방현수가 이렇게 나온다면 육경한도 가만히 있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36화

    소원은 얼굴에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우리 사이에 있었던 많은 일과 두 가문의 원한이 아마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걸 알고 있어.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오해라도 과거의 상처는 사실이잖아.”그녀는 육경한이 조금이라도 변했다고 해서 과거의 고통을 잊을 수는 없었다. 자기 자신이 더욱 비참해지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과거의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그 상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육경한, 내가 쉽게 잊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정말로 우리 두 사람을 위한 거라면 날 그만 보내주고 다시는 만나지 말아야 해. 지금처럼 나를 네 곁에 가두려 하지 말고.”소원이 아주 직설적으로 말했다.“널 이대로 놓아달라고?”육경한의 표정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기에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그다음엔? 네가 내 아들을 데리고 다른 남자랑 같이 떠나는 걸 보고만 있으라고?”“그만해. 난 결혼할 마음 없어.”소원이 정중한 태도로 약속했다.그녀는 육경한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버리려 했던 물건이라도 그것이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녀의 말에 육경한은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내가 널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해?”현재 두 사람 사이에는 믿음이 존재하지 않았다. 육경한은 소원이 아버지와 서현재의 일을 조사하려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자신의 곁에 남아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유진이 때문에 참는 것도 이유였지만 그 무엇도 육경한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그는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거짓으로 자기 자신을 속이려 했지만 소원이 서현재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는 순간부터 더는 자기 자신을 속일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계속 현실을 회피하기만 한다면 결국 모든 것을 잃을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소원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육경한의 눈동자는 밤하늘의 바다처럼 깊고 어두웠다.“소원아, 앞으로 내 앞에서 그 남자 얘기 꺼내지 말고 그 남자랑 접촉하지도 마. 그렇지 않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35화

    육경한은 그날 산에서부터 지금까지 억눌러왔던 분노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내 생각은 안 해? 서현재 편을 들 때마다 네가 나한테는 얼마나 함부로 대하는지 생각 안 해봤냐고.”침대 머리맡에 밀쳐진 채 그에게 잡힌 턱에 고통이 밀려왔다.“육경한, 이것 좀 놓고... 얘기해...”하지만 육경한은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서현재를 언급할 때마다 온몸에 화가 솟구치며 당장이라도 달려가 그 남자를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 싶었다.“육경한...”소원이 몸부림치며 해명했다.“그날 당신 경호원이 서현재를 갑자기 밀쳐서 내가 어쩔 수 없이 밀어낸 거야. 약을 먹어서 온몸에 힘이 없는 사람이 죽는 걸 보고만 있으라고? 맹세코 당신이 죽길 바란 건 아니야. 그 순간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뿐이야. 적어도 당신은 그 사람보다 몸이 멀쩡하니까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소원의 해명을 듣고 육경한의 폭풍처럼 휘몰아치던 분노가 조금은 사그라들었지만 오랫동안 그녀에게 냉대받고, 몇 번이고 상처받은 마음이 한 번에 치유될 수는 없었다.육경한이 조롱하듯 말했다.“그 자식 때문에 나한테 거짓말까지 해?”“거짓말 아니야...”소원이 반박했다.“아니라고?” 육경한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내가 죽길 바라지 않았다지만 진아연이 준 미션은 수행하지 않았어?”소원은 당황했다.다 알고 있었구나.진아연과의 거래에 대해서 그는 이미 알고 있었고 진아연이 얼굴을 바꾸고 아직 살아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속으로 삭이며 그녀를 지켜보기만 했다.소원은 소름이 돋았다. 상대는 여전히 모든 걸 손에 쥐고 들여다보는 육경한이었다.“아니야. 그 약을 당신에게 먹이지 않았어. 진아연이 준 약은 내가 침실 세 번째 서랍에 넣어뒀어. 가서 확인해 봐.”소원은 처음부터 육경한에게 약을 먹일 생각은 없었지만 순전히 진아연이라는 사람을 믿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진아연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건 너무 잘 알고 있었다.진아연의 배후에 있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34화

    육경한은 생각에 잠겼다.“죽이지 마.”소종은 깜짝 놀랐다.“형님, 그 자식까지 지켜줄 거예요?”“약속했어.” 육경한이 말하자 소종은 이를 악물었다.“죽이지만 않을게요.”사실 그는 지금 당장이라도 서현재를 죽이고 싶었다. 사지만 발달하고 생각은 단순했던 그는 서현재가 죽으면 그 여자가 착해져서 형님을 더 이상 화나게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두 사람을 갈라놓는 건 서현재 한 명이 아니라는 걸 잊고 있었다.두 사람 사이에는 서현재보다 더 심각한 일들이 있었고 그중에는 많은 오해도 섞여 있지만 오해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사람의 마음에 균열을 자아내 예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게 만든다.육경한은 묵인했다. 그 또한 서현재를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했을 뿐 그가 전혀 다 치지 않게 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소종이 없었으면 팔을 잃은 사람은 그가 됐을 텐데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이었다.독한 그 여자와는 팔 하나로도 눈물 한 방울을 바꾸지 못할 거다.육경한은 냉정하게 말했다.“나도 목숨을 살려주겠다는 약속만 했어.”소종은 금방 알아들었고 육경한의 의미심장한 말에 다시 살아갈 희망까지 타올랐다.“형님, 걱정하지 마세요. 빨리 나을 거예요.”그래서 서현재 그 자식을 혼내줄 거다.형님을 위해 장애물을 제거할 수 있다면 아직 살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육경한은 소종의 눈에서 타오르는 야망을 보며 옳은 결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소종에게 서현재를 상대하게 시키면 그는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할 것이다.이 순간 그는 소종의 이기심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누군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사람이 죽든 살든 상관이 없다는걸.살게 내버려두어도 반드시 고통을 동반한 삶이 지속되길....소원은 진료실에서 상처를 치료했고 상처를 감싼 뒤 간호사가 나가자 그녀도 나가려는데 육경한이 들어왔다.그의 깊은 시선이 만두처럼 감싸진 소원의 손으로 향하며 이렇게 물었다.“더 불편한 데는 없는지 이참에 검사해 봐.”“아니, 방금 다 검사했어.”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33화

    소종의 말은 독사처럼 치명적인 곳을 제대로 공격했다.“소 비서님!” 소원은 소종이 이처럼 도발할 줄은 몰랐다.“그만해!” 육경한이 갑자기 입을 열더니 피가 흐르는 그녀의 손을 내려다보며 경호원에게 말했다.“데려가서 치료해.”소원은 할 말이 남았지만 육경한은 경호원에게 그녀를 데리고 나가라며 명령했다.문이 닫히고 소종은 조금 전 막무가내로 몰아붙인 것과 달리 단번에 화가 사그라들었다.“네 뜻은 잘 알아.”육경한은 창밖을 내다보며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전 그냥 형님이 제대로 알았으면...”“알아. 나도 똑똑히 보고 있어. 그런데...”육경한은 쓴웃음을 지었다.“난 못 하겠어.”“형님, 여자는 마음만 먹으면 만나는데 왜 꼭 그 여자한테 매달리는 거예요?”소종은 무척 이해되지 않았다..매달려도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이어야 할 텐데, 저런 양심 없는 여자는 그럴 가치가 전혀 없었다.“소종, 넌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나본 적 있어?” 육경한이 갑자기 물었다.“아니요.”사실이었다. 소종은 사랑에 마음을 돌린 적도 없고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난 적도 없었다.눈이 높은 건 아니지만 천성적으로 거친 그에게 접근하는 여자들은 그의 돈을 바라거나 다른 목적이 있을 뿐, 그라는 사람 자체를 좋아하진 않았다.예전에도 없었는데 지금은 장애인까지 됐으니 더 그럴 일이 없을 거다.하지만 그는 이런 상황에서 결혼해 아이를 낳는 건 원하지도 않았다. 적이 그렇게 많은데 다른 사람까지 끌어들일 필요가 없고 아이가 생기면 약점이 되는 데 그건 원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혈혈단신으로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게 제일 편하고 자유로웠다.육경한이 깊은 눈빛으로 말했다.“만나면 알게 될 거야. 호랑이가 있다는 걸 알고도 제 발로 호랑이 굴에 뛰어드는걸. 앞에 큰길이 있는데도 굳이 진흙탕으로 발을 내딛는걸. 넌 이번 생에 생사를 함께할 형제고 그 여자는 내가 평생 놓지 못할 사람이야.”육경한은 한 마디로 자신의 태도를 분명하게 밝혔다.소종은 자신이 어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