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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6화

작가: 이한나
윤아름은 통증을 잊기 위해 진우희와 다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대화 방식은 아주 특별했다.

서로 종이에 한 마디씩 적는 방식이었고 그 종이는 물에 닿으면 바로 불타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원진우가 눈치채지 못하게 하기 위해 윤아름이 고안한 방법이었다.

윤아름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선생님, 어쩌다 원씨 가문의 주치의를 하게 됐어요?]

그러자 진우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인 채 글을 적었다.

[제가 오지 않으면 아버지가 오셔야 해서요. 아버지는 나이가 많으셔서 실수하실까 봐요.]

진우희의 아버지는 북안도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의술을 배웠고 어머니는 한국 사람이었다.

아버지가 한국으로 의학 공부를 하러 갔을 때 어머니와 만나게 되어 그녀가 태어나게 된 것이다.

결혼 후, 아버지는 아내와 진우희를 데리고 자신의 고향인 북안도로 돌아왔다.

이곳은 정치적으로 복잡한 상황이었고 각 재벌 가문이 자신들의 영역을 나누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잘못된 편에 서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서로를 사랑하는 그들에게는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이었다.

진우희의 아버지는 무법천지인 북안도에 지쳐 할아버지를 봉양한 후 한국으로 돌아가 살기로 결심했다.

한국은 북안도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살기 좋은 천국 같은 곳이었다.

얼마나 늦은 시간에 나가더라도 총알에 맞을 걱정이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원씨 가문의 전 주치의가 의문사한 후, 진우희의 아버지는 한의학과 서양의학을 겸비한 의사로 추천받아 원진우의 호출을 받게 되었다.

차마 거절할 수 없었던 진우희의 아버지는 그녀의 어머니에게 미리 유언 같은 말을 남기기까지 했다.

진우희는 아버지의 그 말을 듣고 가슴이 오랫동안 먹먹했다.

그래서 일찍 아침부터 용기를 내어 원진우의 저택으로 가서 스스로를 추천하게 되었다.

그녀는 뛰어난 침술 솜씨로 원진우를 만족시켰고 그곳에 남는 것이 확정된 후에는 부모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부모는 화를 내며 진우희를 한국으로 돌려보내려 했지만 진우희는 도망자가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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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한아... 억울해서 죽을 것 같구나. 쟤가 어떻게 했는지 아니? 날 욕하고 때리고...”이지애는 모든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소원은 어이가 없는 상황에 헛웃음만 나왔고 한편으로는 육경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육경한은 이 일에 엮이고 싶은 생각조차 없는지 차가운 표정으로 옆에 서 있는 경호원을 바라봤다.“가만히 서서 뭐 하는 거야? 빨리 데려가.”육경한의 싸늘한 눈빛을 마주한 경호원들은 두피가 저릿하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죄송합니다. 대표님. 지금 바로 데려가겠습니다.”이지애는 육경한이 자신의 편을 들 거라고 생각해 재빨리 다각 그의 손목을 잡았다.“역시 경한이가 최고야. 우린 가족이라는 걸 잊으면 안 돼. 저 여자가 우리 남매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거야. 드디어 정신을 차렸구나. 연주가 안에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니? 살도 많이 빠졌어. 삼촌이 무시한다며 얼마나 울었는지...”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지애는 뭔가 잘못됐음을 알아챘다.‘경호원이 왜 나한테 오지?’‘저 천박한 계집애를 끌어내지 않고 뭐 하는 거야.’“잠깐만... 지금 착각하는 모양인데 경한이는 저 여자를 끌어내라고 한 거야. 옆에 있는 변호사까지 묶어서 밖으로 쫓아내.”경호원들은 이지애처럼 눈치가 없고 멍청하지 않았다.아무리 생각해 봐도 육경한이 말하는 사람은 자신의 명성을 더럽히는 이지애였다.‘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빽이 있다며 대표님과 미우 그룹을 언급하는지...’‘대표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인데, 이 사람은 도대체 왜 이런 거지?’경호원들은 이지애의 헛소리를 무시하고 그녀를 끌고 나갔다.현실 부정 중인 이지애는 육경한의 팔을 꽉 잡고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경한아, 말 좀 해봐. 저 여자 쫓아내려고 했잖아. 나는 네 누나야. 어떻게 가족을 버리고 외부인 편을 들 수 있어? 경한아...”이지애는 눈물을 쏟았다.“말 좀 해봐.”“누나.”육경한은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진지하게 말했다.“여러 번 말했잖아요. 소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94화

    주변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대뜸 욕을 바가지째로 먹었다.그럼에도 이지애는 좀처럼 멈추지 못했다.“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야. X신들. 멍청하기는.”방금까지 동정심을 느끼던 여자에게 심한 욕을 먹었으니 다들 어이가 없었고 이러쿵저러쿵 수군거리는 소리가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그 엄마에 그 딸이라는 말을 지껄일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저렇게 추잡스러운 엄마 밑에서 자란 딸이 뭘 보고 배우겠어요.”“그러니까요. 좋은 사람이었다면 구치소에 수감되었겠어요?”이지애는 여론이 이렇게 빨리 바뀔 줄 몰랐는지 더욱 흥분했다.“너희들이 뭘 알아. 이 여자가 내 딸을 해쳤고 내 딸은 피해자야. 이 여자가 헛소리를 하지 않았더라면 수감될 일도 없었어.”사람들은 더 이상 이지애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가 소리 지르며 욕하는 모습은 정말 품위가 없어 보였다.“그쪽이 돈 많고 대단한 사람이라면서요? 딸이 억울하게 누명을 썼으면 당연히 빼냈겠죠.”이때 한 아주머니가 일침을 놓았다.“맞는 말이에요.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을 잡았겠어요? 다 이유가 있는 거지.”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맞장구를 쳤다.“이유 없이 사람을 잡았다면 돈도 없고 인맥도 없는 우리가 일 순위이겠죠.”“됐어요. 됐어요. 이만하고 다들 들어갑시다. 구경났어요?”아파트 단지 관리자가 달려와 구경 중인 사람들을 돌려보냈다.그 시각.육경한은 고위급 회의에 참석 중이었고 황진수는 전화를 받고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육경한은 해외의 유명 대기업과 협상하는 회의에 참석했다. 중요한 회의인 만큼 그 어떤 상황에서도 그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하지만 소원에 관한 일은 한 글자도 빠짐없이 보고하라는 명령을 받았기에 황진수는 몇초간 망설이다가 결국 회의실로 들어갔다.사람들의 의아한 시선을 받으며 그는 육경한에게 다가가 보고 했다.그러자 육경한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더니 옆에 있던 황진수를 회의석으로 끌어당겼다.“네가 해.”‘지금 나한테 이 중요한 회의를 떠맡기고 간 거야? 내가 이런 걸 할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93화

    소원은 비명을 지르며 손으로 허리를 짚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나타난 누군가가 그녀를 부축했다.“소원 씨, 괜찮아요?”말을 건넨 사람은 주석훈이었다.오늘 아침 두 사람은 합의 사항을 만들기 위해 만나기로 약속했다.그러다가 미친 사람처럼 소원에게 달려드는 이지애를 목격했고 소원이 중심을 못 잡고 뒤로 넘어지려던 찰나에 타이밍 좋게 나타나서 부축했다.옆에서 발악하던 이지애는 어디선가 나타난 경호원에게 제압되었다.“너 누구야? 감히 날 막아?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경호원에게 꽉 붙잡힌 상황에서 필사적으로 앞으로 나가려는 모습은 정말 우스꽝스럽다.이지애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당장 놔. 이거 놓으란 말이야. 내가 누군지 알아? 미우 그룹 대표가 내 동생이야.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돼? 다들 죽고 싶어서 환장하는구나. 내 동생이 오면 너희는 하나도 빠짐없이 서울에서 쫓겨날 거야.” 이지애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소리쳤다.반응을 보니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들이 육경한이 보낸 사람이라는 걸 모르는 눈치다.경호원들은 육경한과의 관계를 듣고 쉽게 손을 쓰지 못했다. 그들의 임무는 소원을 다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기에 이지애가 해치지 못하게 손을 묶어두었다.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이지애와 소원이 다투고 있을 때 곧바로 육경한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물었다.이지애는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녀는 소원을 부축하는 주석훈을 보며 막말을 퍼부었다.“내가 이럴 줄 알았어. 내 동생이랑 헤어진 지 며칠 됐다고 또 다른 남자를 만나? 너는 남자를 꼬시는 게 취미야?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하여튼 개 버릇 남 못 준다니까.”이지애의 말은 듣기 굉장히 거북했고 소원은 방금 한 대만 때리고 멈춘 자신을 원망했다.그 시각 주석훈은 단호한 표정으로 이지애를 바라봤다.“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것도 처벌 대상입니다. 제 의뢰인이 내연녀라는 증거가 있나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일방적인 모함에 속하고 법에 의거하여 충분히 고소할 수 있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92화

    이지애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생트집을 잡았다.그러나 사건의 경과를 모르는 동네 사람들은 무작정 소원을 내연녀라고 생각했다.하필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서 수다를 떠는 시간이라 하나둘씩 밖으로 나와 수군거리기 시작하더니 소원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이를 본 이지애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오늘 기필코 소원을 짓밟으리라 다짐했다.그녀는 계속하여 소리쳤다.“빈말이 아니라 여러분은 남편 간수 잘해요. 한동네 살다가는 이 여자한테 홀랑 넘어갈 수도 있다니까요?”소원은 분노로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말조심하세요. 계속 이런 허위 사실을 퍼뜨리면 고소할 겁니다.”소원이 경찰에게 신고하려고 핸드폰을 꺼내자 이지애는 단번에 핸드폰을 쳐냈다. 소원을 모욕하려고 찾아온 만큼 절대 경찰에 신고하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핸드폰이 쿵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너무 화가 났던 소원은 맞서 싸우려고 했지만 그 타이밍에 이지애가 손을 들어 그녀를 밀었다.계단에 서 있던 소원은 이지애가 손을 뻗는 걸 보고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서며 허리를 짚었다.그러고선 자신의 본능적인 행동에 깜짝 놀랐다,‘내가 왜... 이 아이를 신경 쓰는 거지...’그녀의 몸은 이미 아이를 지켜야 한다고 스스로 결정한 것 같다.비록 소원은 결정을 내린 상태가 아니지만 본능이 이렇게 행동하게끔 그녀를 이끌었다.이런 제스처를 취하는 건 타고난 모성애일까?이지애는 죄책감을 느낀 소원이 겁을 먹고 그런 행동을 했다고 착각했다.아니나 다를까 더욱 뻔뻔하고 오만한 태도로 욕설을 퍼부었다.“다들 봤죠? 겁먹었잖아요. 잘못한 게 있으니까 죄책감을 느끼는 거예요. 끝까지 아니라고 잡아뗄 수 있겠어요?”“이 여우 같은 계집애 얼굴을 똑똑히 기억하세요. 남자에 환장한 X이에요. 천박한 것.”주변 사람들은 이지애의 말을 듣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우리 동네에 이런 여자가 살고 있었다니. 정말 몰랐네요.”“이래서 사람은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되는 거야. 저 예쁜 얼굴로 이런 짓을 할 줄 누가 알았겠어? 남의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91화

    “우리 연주를 그렇게 괴롭혀놓고 뻔뻔스럽게 무슨 일로 왔냐는 말이 나와요?”이지애의 눈에는 원망이 담겨 있었다.밝은 미래를 가진 그녀의 딸은 구타 사건으로 인해 30일간의 구속 처분을 받았고 석방된 후에는 정신 상태에 큰 타격을 입었다.소문에 의하면 구치소 동기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한다.늘 부잣집 아가씨로만 살아왔던 육연주는 구치소에 들어가도 모든 사람이 자기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거만한 태도로 구치소에 수감됐던 사람들을 무시했고 그러다가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말았다.머리카락이 한 움큼 뽑혔다는 소문도 있다. 밖에서는 경호원들이 지켜주니 제멋대로 행동해도 아무 일 없었지만 그 버릇을 구치소에서 똑같이 하는 건 죽자고 덤비는 거나 다름없다.게다가 이미 구치소에 갇힌 사람들인데 누굴 무서워하겠는가?육경한은 이것만으로도 부족한지 기어코 육연주를 해외로 보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만들었다.이지애는 모든 자원이 국내에 있다. 해외로 나간다해서 돈이 부족한 건 아니지만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세상에 그녀보다 잘나가고 부유한 사람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해외로 나가면 횡포를 부릴 수 없을 텐데, 엄마와 딸이 억울함을 당하고만 있겠는가?하지만 육경한은 그녀의 하소연을 듣지 않았고 이혼도 혼자서 처리했다. 서한 그룹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적어도 양심의 가책을 느꼈는지 곧바로 두 사람의 이혼을 결정지었다.게다가 이혼했음에도 육연주를 해외로 보냈기에 이지애는 분노와 원망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모든 걸 알게 된 소원은 그저 이 상황이 우스웠다.그녀는 차갑고 단호하게 말했다.“말은 똑바로 하세요. 그쪽 따님이 저를 때렸습니다. 제가 괴롭혔다면 구치소에 들어간 사람은 저였겠죠.”이지애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뻔뻔한 것도 유분수지. 우리 사위한테 치근덕거리지 않았다면 연주가 때렸겠어요? 당신 같은 인간은 맞아도 싸죠. 얌치도 모르는 천박한 주제에.”소원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증거 있으세요? 제가 서현재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90화

    소원이 이야기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건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뜻이기도 하다.육경한은 요양원에 전화를 걸어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고 요양원 사람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그에게 자세히 말해줬다.전화를 끊은 그는 잠시 말이 없더니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지난 며칠 동안 얼마나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임신중절 약은 소원의 손에 있었기에 그녀가 약을 먹는 순간 정말 돌이킬 수 없게 될까 봐 걱정하고 불안했다.비록 위협을 한 거나 다름없지만 그 속에 섞인 두려움을 소원이 알아채지 못할 리가 없고 고작 이런 협박으로 겁을 먹을 사람이 아니다.어쩌면 더욱 고집을 부리며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을 수 있다.이러한 끈기가 보통 사람에게 나타난다면 분명 빛날 테지만, 소원은 육경한에 의해 거듭 억압당해 모든 자존심이 닳아 없어졌다.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오래전에 시들었을 텐데도 소원은 여전히 끝없는 황야에서 스스로 꽃을 피우기 위해 애를 썼다.육경한에게 과거의 일에 대해 후회하냐고 물으면 당연하다고 대답할 것이다.그러니 지금 그가 해야 할 일은 아이를 지키는것 뿐이다.한편으로는 전미영이 빨리 호전되길 원했다. 어머님의 호전이 소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마음을 약하게 하고 이로부터 순진한 아이를 지켜내길 바랐다....소원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전화 한 통을 받았다.지난번 진찰받았던 의사였다.“선생님, 안녕하세요.”“소원 씨, 오늘 병원에 안 오셔서 연락드린 거예요. 3일 동안 약 다 먹으면 병원에 검사받으러 오셔야 해요. 안 그러면 위험할 거예요.”의사의 말은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수많은 환자를 마주하는데 약을 먹은 후에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집에서 출혈이 발생하고서야 병원으로 찾아온 환자들이 많았다.“아직 약을 안 먹었어요.”소원이 말했다.“안 먹었다면 다행이네요. 아이를 지키기로 결정하셨나요?”의사가 물었다.“아직 고민 중이에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고민 중이라면 검사를 받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89화

    전미영은 소원의 행동에 이끌려 고개를 돌려야만 했다. 그녀는 소원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점점 멍한 시선을 아래로 옮겼다.그러고는 손을 들어 소원의 복부를 가리키며 여전히 더듬거리는 어조로 말했다.“꽃이야... 꽃이 피었어...”소원은 회색의 셔츠를 입고 있었고 셔츠 단추에는 하얀 데이지 한송이가 있었다.전미영은 복부 쪽 단추에 달린 작은 데이지 꽃을 가리키며 말했다.“꽃...”소원의 외침은 간병인의 주의를 끌었고, 부랴부랴 달려온 간병인은 말하는 진미영을 보고선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그들은 재빨리 달려가 요양원의 의사를 모셔 왔다.소원은 의사가 살펴볼 수 있도록 잠시 자리를 피했고 진찰을 마친 의사가 다가와 소식을 전했다.“검사를 해보니 어머니는 여전히 과거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방금 그런 반응은 우연일 수도 있지만 좋은 징조이기도 합니다. 만약 간단한 요구를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말한다면 점점 더 좋아질 겁니다.”“다만 기억 회복에 대해서는 강요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때때로 많은 기억이 환자의 뇌에 부담을 주어 과부하를 일으킬 수도 있거든요. 그러면 환자는 더욱 혼란스러워지겠죠?”의사는 전미영을 자신의 가족처럼 생각해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나이가 많은 사람에게는 남아있는 기억 또한 부담일 수 있으니 간단하게 사는 게 최고다.소원은 검사 결과에 실망하지 않았고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지금 이 상태가 만신창이된 그들에게는 최고의 결과일지도 모른다.전미영이 간단한 말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만족했다.병실로 돌아온 소원은 전미영의 곁을 지켰지만 처음 몇 마디를 제외하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곧 점심시간이 되었다. 소원은 전미영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고 병실에서 나왔다.밖으로 나온 그녀는 택시를 잡는 게 아니라 주차된 은색의 승용차로 향했다.창문을 두드리자 차장이 내려가며 잘생긴 얼굴이 드러났는데 다름 아닌 육경한이다.육경한은 놀라지 않은듯하다. 비서의 차를 타고 있다 한들 예민하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88화

    택시의 이동 동선만 봐도 육경한은 소원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아챘다.그는 소원이 발견하지 못하도록 거리를 앞차와의 거리를 넓혔다.역시나 택시는 소원의 어머니가 계신 요양원 앞에 멈췄고 소원은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안으로 들어갔다.자주 온 덕분에 간병인들은 소원을 알아봤다.“소원 씨, 오셨어요?”소원은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네며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엄마 요즘 달라진 건 없죠?”이건 소원이 매번 묻는 말인데, 그녀는 자신이 오지 않은 2, 3일 동안 엄마한테 일어난 일들을 놓칠까 봐 조마조마했다.하지만 다른 일을 전부 다 제쳐두고 요양원에서 매일 엄마를 지킬 수는 없는 노릇이니 참 답답했다.엄마를 집으로 모셔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육경한이 절대 동의할 리가 없다. 게다가 요양원은 의료기기가 잘 갖춰져 있어 치료에 굉장히 도움이 됐기에 집에 이런 걸 놓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간병인이 입을 열었다.“전이랑 비슷해요. 달라진 건 없어요.”매번 똑같은 답이 돌아왔지만 소원은 듣고도 실망하지 않았다. 사실 변화가 없다는 게 좋은 소식일지도 모른다.차라리 지금처럼 아무것도 모른 채 살고 있는 게 행복일 수도 있다. 만약 깨어난다면 무너져가는 이 현실을 직면할 수 있을까?가능하다면 그녀는 혼자서 이 고통을 감당하고 싶었다.소원은 간병인에게 물었다.“엄마랑 단둘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가능할까요?”“당연하죠. 전 밖에 있을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벨 눌러요.”“알겠습니다.”간병인이 나간 후 소원은 침대에 앉아 창틀에 놓인 꽃들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엄마를 보고선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엄마...”전미영은 아무런 반응 없이 그저 눈을 깜빡이며 꽃들을 바라봤다.소원은 더 가까이 다가가 앉아 전미영을 껴안았다.“엄마...”하고 싶은 말이 수천 개가 있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이곳에서 모든 감정과 스트레스를 쏟아내는 게 소원에게는 일종의 해방이었다.“엄마... 엄마...”소원은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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