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의 분위기는 우울했다. 예전에 진주는 신광구의 총애를 받았고 잘 돌봐주기도 했다. 신광구는 신남준의 곁에서 효도를 하지 않아도 진주가 살짝 다쳐도 항상 걱정해 주고,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내어 보러 왔다. 3일 동안 연락 없는 건, 과거에는 불가능한 일이다.“광구 오빠.”진주는 허약하게 침대에 기대어 하얗게 바른 입술을 떨며 눈물을 글썽이고 신광구를 바라보았다.“요즘 많이 바쁘지? 그룹 일 때문에 바쁜 거 알아. 난 괜찮아. 고막이 뚫렸을 뿐이야. 괜찮아, 이미 수술도 했어.”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광구는 진주의 말을 끊고 나지막하게 물었다.“진주야, 물어볼 것이 있어서 왔어. 그날 구아람이 한 말, 사실이야?”진주는 멍해지더니 동공이 흔들렸다.“광구 오빠, 지금 날 의심해? 난 오빠의 와이프야. 내가 평소에 어떤지 오빠가 잘 알잖아. 내가 딸 둘을 낳아줬어. 효정을 낳을 때 죽을 뻔했어. 내가 오빠를 위해 얼마나 많은 것들을 희생했는데, 어떻게 살인자와 그런 관계겠어? 광구 오빠,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아? 사랑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의심하고, 모든 것이 잘못으로 보이거든!”화낼수록 가슴이 움찔했다. 모든 분노에 찬 질문은 마음속의 당황함을 숨기기 위해서이다.“홍영이라는 남자를 말하는 게 아니야. 너희들 사이에 뭐가 있으면 내가 알아낼 거야.”신광구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내가 말한 건 초연서야. 초연서를 습격하라고 시킨 사람이 너야?”“아니, 아니야, 나 아니야!”진주는 쉭쉭거리며 미친 듯이 설명했다.“내가 왜 초연서를 해치겠어? 해치면 나한테 무슨 좋은 점이 있어? 내가 왜 위험을 감수하겠어!”신광구는 진주를 바라보며 이미 따뜻하게 데워진 핸드폰을 움켜쥐었다. 이 사흘 동안, 신광구는 비서를 보내 진주와 홍영의 사이를 몰래 조사하라고 했다. 아람의 주장대로 두 사람이 몰래 사랑에 빠지고, 진주가 목걸이를 사랑의 표시로 남자에게 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진주는 홍영을 알고, 두 사람은 TS에 있을 때 모르는 사이는 아
진주는 멍해졌다.‘맑고 순수하다고? 날 말하는 게 맞아? 왜 신경주의 엄마인 정서연을 말하는 것 같지?’들으면 들을수록 가혹한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이제 너는 내 보호가 필요 없는 것 같아. 내가 없더라도 넌 무슨 수를 쓰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고, 싫어하는 사람에게 복수할 수 있어.”신광구는 눈썹을 찌푸리며 안색이 어두워졌다.“이번이 마지막이야. 네가 얌전히 있었으면 좋겠어. 다시는 억울한 사람을 건드리지 마. 신씨 가문에 폐를 끼치지 마. 아니면 널 해외로 보낼 수밖에 없어. 성주를 떠나 숨어 살아야 해.”신광구가 자신을 해외로 보내겠다는 말을 듣자 진주는 화가 나고 소름이 돋았다.“신광구, 무슨 뜻이야? 날 버리겠다는 거야? 날 버림받은 여자로 만들 거야? 구아람의 말 때문에? 아니면 구만복의 여자에게 다른 마음이 있어? 그래서 날 화나게 하고 나와 헤어져서 다른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은 거야?”“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신광구는 화를 내며 눈썹을 찌푸렸다. 목소리도 쉬었다.“허, 내 말이 맞네. 그치? 찔렸지?”진주는 등을 뻣뻣하게 세우고 목이 터질 듯이 소리를 질렀다. 붉은 눈시울로 신광구를 째려보았다.“초연서가 TS 방송국에 있을 때부터 소문이 있었어. 네가 사적에서 챙겨주고 초연서를 키워주려고 했어.”신광구는 눈을 부릅뜨며 주먹을 움켜쥐었다.“초연서가 네 이상형이지? 난 그저 차등일 뿐이야.”이 말은 진주의 가슴에 너무 오랫동안 가슴 끝에 가시처럼 박혀 있었다. 이 순간 뿌리를 뽑아내고 화가 나며 속이 시원했다.“초연서가 마약을 하여 명예를 잃지 않았더라면 신씨 가문의 사모님이 됐겠지? 내 차례가 있겠어?”“말 다 했어?”신광구는 차갑게 물으며 이마에 칫줄이 튀어나왔다.“흥, 초연서를 좋아하니 도와주는 거잖아. 당시 무대에서 실금을 하여 품위를 잃었을 때 너도 있었잖아. 왜 구만복처럼 달려와서 초연서를 보호하지 않았어? 왜 초연서와 결혼하지 않았어? 네가 그럴 용기가 없어서 그래. 그런 여자에게 피해를
“네, 회장님!”명령을 내린 후 신광구는 답답한 듯 고개를 저으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병실을 나갔다. 다시 진주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진주는 입을 반쯤 벌리고 다리를 떨었다. 몸이 쓰러지더니 바닥에 주저앉았다.‘울어도 소용없고, 소란을 피워도 소용이 없네. 눈앞에서 죽겠다고 해도 곁에 있어주지 않아? 날 한 번도 보지 않아? 신광구, 날 사랑하지 않지? 아니면 난 그저 누군가의 대타일 뿐이야? 날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지?’“하, 하하, 하하하하!”진주가 미친 듯이 웃어 경호원들은 겁에 질려 얼굴이 하얘졌다.“사모님, 괜, 괜찮으세요?”“좋아, 이번엔 진자 부부가 됐어.”‘날 사랑한 적이 없어, 나도 널 사랑한 적이 없어. 하지만 신광구. 어떻게 되든 내가 이겼고, 내가 이득을 봤어. 네가 제일 사랑하는 여자가 내 손에 죽었으니까!’...“아, 아파. 너무 아파.”혼미한 상태에서 깨어난 신효린은 축축하고 더러운 곳에 있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자세히 보니 버려진 창고였다.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고 벽 아래에서 쥐 두 마리가 지나갔다.“아!”신효린은 겁에 질려 구르고 기어가면서 더러운 돌을 주어 쥐를 향해 내리쳤다. 쥐들이 도망쳤다. 찍찍거리는 소리는 마치 신효린을 조롱하는 것처럼 더욱 거세졌다.“누, 누구 없어요? 누구 없어요? 살려주세요!”신효린이 두려움에 비명을 지르고 있을 때 창고 문이 서서히 열렸다. 눈부신 빛이 들어온 후 검은색 타이츠를 입고 볼록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가진 사람이 들어왔다. 매력적인 몸매는 모든 남자들을 홀릴 정도였다.“너, 너야. 이 도련님 곁에 있던 여자!”신효린은 바로 알아보았다.“안녕하세요, 신효린 씨. 정말 오랫동안 기적해서 한참을 기다렸어요.”정연은 매력적인 눈웃음을 지으며 손에 끼고 있던 검은 가죽 장갑을 잡아당겼다.“네가 날 납치한 거야? 감히 신씨 가문 아가씨를 납치해? 죽고 싶어?”신효린을 화가 나서 이를 악물며 엄숙하게 말했다.“여긴 어디야? 빨리 풀어줘. 아니면 가만두지 않을
“감히 날 때려? 난 신씨 가문 셋재 아가씨야, 너. 너.”신효린은 아파서 몸을 움츠리고 땀을 뻘뻘 흘렸다. 마치 번데기처럼 신음하며 구르고 있었다. 소리를 지르면 지를수록 목소리는 점점 약해지고 힘이 없었다.‘정말 여자의 발 힘이야? 너무 무서워!’“신씨 가문 셋째 아가씨가 왜? 셋째 아가씨도 아닌데, 왜 때리면 안 돼?”정연은 웃으며 목을 움츠렸다. 차가운 눈빛을 보자 신효린은 소름이 돋았다.“네 목숨은 네 눈에만 가치가 있어. 내 눈에는 저 쥐들과 다를 게 없어.”신효린은 이 말을 듣자 모욕을 당한 느낌이 들어 화가 났다. 이를 악물며 일어서서 정연과 싸우고 싶었다. 그러나 신효린이 일어서기도 전에 또다시 정연의 발에 차여 바닥에 주저앉았다. 방금 발차기보다 더 심했다. “아!”신효린은 추악한 두꺼비처럼 바닥에 주저앉았다. 오장 육부가 움켜준 것처럼 아팠고 눈물과 콧물이 먼지와 섞여 구석에 있는 쥐보다 더 비참했다. 정연은 남자가 아니기에 봐주지 않았다. 한발 더 차려고 할 때 이어폰에서 이유희의 냉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됐어, 연아. 너무 세게 찼어. 저 꼴을 봐봐, 한 번만 더 차면 죽을 거야.”정연은 아름다운 다리를 거두었다.“네.”신효린은 죽을 것처럼 아팠다. 눈앞에서 사나운 여자가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을 어렴풋이 들었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 않았다.“그럼 그냥 놔줄 건가요?”“세게 내려칠 필요는 없어. 정신 차리게 뺨 몇 대만 때려.”이유희는 답답하게 말했다. 그 목소리는 섹시한 무기력함이 드러났다.이 순간, 검은 롤스로이스 뒷줄의 화면에 나온 건 창고 내부의 장면이다. 이유희는 차가운 눈빛으로 신효린의 비참한 모습을 보자 화가 풀리며 웃고 싶었다.‘아니, 화가 다 풀리지 않았어.’신효린이 신효정에게 한 짓을 떠올리면 직접 나서서 신효린의 뼈를 차고, 헛소리를 하는 혀를 뽑고 팔을 자르고 싶었다. 그렇게 하며 신효정에게 복수를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신효정은 신씨 가문의 아가씨이다. 중요한 사람의 체면은
신효정은 부끄러워서 메이크업을 한 것처럼 얼굴이 빨개지며 이유희의 품에 숨었다. 신효린은 이유희의 욕망을 알고 있었다.“움직이지 마, 뽀뽀하자.”이유희는 다정한 눈빛으로 신효정의 턱을 잡았다. 혀끝으로 이를 벌리며 신효정의 입속에서 탐욕스럽게 움직였다. 그 키스에 신효정은 어지러웠다. 거절할 힘이 없이 촉촉한 눈을 가늘게 뜨며 이유희의 괴롭힘을 당했다.차 안의 온도가 점점 더 높아져 곧 터질 것 같은 순간, 갑자기 이유희는 이어폰에서 고막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멈추고 눈썹을 찌푸리며 이어폰을 벗었다.“유, 유희 오빠. 이건 우리 언니예요?”신효정은 이유희의 허리를 안고 놀란 표정으로 정연에게 뺨을 맞고 있는 신효린을 바라보았다.“응, 네 재수 없는 언니 말고, 누가 이렇게 못생겼겠어?”이유희는 정연에게 맞고 있는 신효린의 비참한 모습을 보며 눈을 찔금 했다.신효정은 정연이 무를 뽑는 것처럼 신효린의 머리를 잡고 뺨을 때리는 모습을 보았다. 몇 대 맞고 나서 자만할 정도로 아름다웠던 신효린의 얼굴은 돼지머리처럼 부었다. 입가에 피가 흐르고 코피도 나며 눈을 뜨지 못했다. 정연은 무술가 집안 출신이다. 이유희의 보디가드로서 손이 얼마나 매운지 상상할 수 있다.“잘못했어요. 때리지 마세요. 때리지 마요.”신효린은 아파서 말도 똑바로 하지 못했다. 울며 불며 정연에게 빌었다. 그 비명 소리를 들을수록 이유희는 기분이 좋았다.“왜, 왜 때리는 거예요?”신효정은 눈을 부릅뜨고 이유희의 팔을 흔들었다.“빨리 정연 언니를 멈춰라고 해요!”“여보, 왜 멈춰야 해?”이유희는 신효정의 얼굴을 만졌다.‘여, 여보?’이 호칭을 듣자 신효린은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고 입을 다물었다.“내가 말했잖아. 널 지켜줄 뿐만 아니라 널 괴롭혔던 사람들을 혼내줄 거라고. 그들이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줄 거야.”이유희의 눈에는 차가운 빛이 반짝였다.“신효린이 너에게 한 모든 짓을 용납할 수 없어. 오랫동안 봐준 건 이미 자비를 베푼 거야. 너한테
10년 넘게 이유희를 위해 운전해 온 운전사는 깜짝 놀랐다.‘이 귀여운 소녀가 너무 대단하네, 우리 도련님을 지옥에 보내는 게 아니라, 도련님을 구원하는 거잖아!’이유희의 아버지가 돌아간 후, 이유희는 늘 트라우마에 살고 있었다. 점점 더 폭력적이고 차가워졌으며 삶에 비아냥거리고 사랑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했다. 하지만 신효정의 등장으로 이유희를 변하게 했다. 이유희가 감정이 있는 사람으로 되었다.‘잘 됐어, 정말 잘 됐어.”신효정은 점차 진정되었고 이유희의 품에서 불쌍하게 흐느꼈다. 흐느낄 때마다 이유희의 심장이 세게 아팠다. 활기차고 순진한 소녀는 평범한 소녀가 아니라 자폐증이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이유희는 신효정 몰래 국내외에서 치료법을 찾았지만 좋은 결과가 없었다. 그저 마음의 인도를 받고 오랜 시간 곁에 있어줘야 한다고 했다. 그 과정은 길고 고통스러워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적다. 하지만 이유희는 견뎌내겠다고 결심했다. 신효정은 자신의 여자인 만큼 떠나지 않고 평생 함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유희 오빠, 고마워요. 언니를 안 때려서 고마워요.”신효정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신효린은 널 때리고 욕하고 다치게 했는데, 왜 지켜줘?”이유희는 마음이 아파서 눈썹을 찌푸렸지만 목소리는 다정했다. 신효정은 킁킁거렸다.“우리 언니잖아요. 엄마 아빠가 언니를 좋아해요. 언니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 보여요. 엄마 아빠의 기분을 상하기 싫어요. 언니가 다친 것을 보면 속상할 거예요.”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논리이다. 부모님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신효정은 자신에게 큰 상처를 준 사람을 기꺼이 봐주었다. 이유희는 울컥했다. 가슴은 바늘로 꽉 찬 것 같아 짙은 통증이 온 사지로 퍼져 나갔다.“효정아, 너무 착해.”‘너무 착해서 울고 싶어. 너처럼 착한 여자는 내 어두운 삶을 밝혀주는 빛이야. 너무 어색하지만, 간절히 너를 붙잡고 싶어.’이유희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신효정은 하얀 목을 들어 앵두 같은 입술로 이유희의 떨리는 목젖에 키스했다
늦은 밤, 아람은 뜨거운 욕조에 편안하게 몸을 담그고 복숭아 색의 비단 가운으로 갈아입었다. 수건으로 검은 머리카락을 감싼 후 김이 모락모락 났다. 얼굴이 붉은 아람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계단을 내려갔다.최근에 일어난 모든 일이 짜증 났다. 행복한 일이 없었지만 행운에는 불운이 따르며 사람들이 항상 불행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게다가 아람은 구씨 가문 아가씨이다. 아가씨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못할 일이 없다. 대통령이 되고 싶어도 방법을 찾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남자만이 예외이다.아람은 그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답답했다. 이제 경주가 정말 자신을 사랑하는 줄 알았다. 아람은 심지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미 저도 모르게 경주에게 다가가고 받아주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아람에게 뺨을 날렸다.‘남자는 나쁜 놈들이야, 신경주는 더더욱 제 버릇 남 못 주는 나쁜 놈이야!’아람은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라 입꼬리가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아가씨, 마음을 진정할 수 있는 국을 끓였어요. 조금만 마셔요. 살 안 쪄요.”임수해는 양복 우에 앞치마를 두르고 거실에 서서 미소를 지으며 아람을 바라보았다.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로 바쁜 모습을 본 아람은 왜지 모르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말했다.“수해야, 넌 내 비서야. 가정부가 아니야. 앞으로 이런 일을 하지 마. 해문에서 가정부를 보내서 요리를 해달라고 민지 이모한테 부탁할게. 너도 하루 종일 일하느라 힘들잖아. 마음만 받을게.”“아가씨, 구 사장님은 일을 도와라고 하셨을 뿐만 아니라 의식주를 챙겨달라고 했어요. 이 모든 게 제 몫이에요. 항상 이렇게 했었잖아요.”임수해는 마음이 급했다. 나중에 아람은 자신을 비서로 원하지 않을까 봐 두려웠다. 아람은 고개를 흔들었다.“지난번에 얘기했잖아. 넌 마땅한 사람에게 마음을 써야 해. 아린 같은 사람 말이야.”임수해는 주먹을 움켜쥐며 가슴 끝이 찡해졌다.“이미 내 밑에서 일하느라 충분히 바쁘잖아. 더 이상 신경 쓰지 말고 아린에게만 잘해. 두 가
이때, 초인종이 울렸다.“이렇게 늦었는데, 누구지?”임수해는 당황했다.“수해야, 문 열어. 내가 모셔온 손님이야.”아람은 담담하게 명령했다.‘손님? 아가씨가 오늘 밤 손님이 올 거라고 말하지 않았잖아.’임수해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현관문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아름다운 20대 중반의 소녀가 평범한 트레이닝복에 검은 오리털 모자를 쓰고 서 있었다.“당신은.”임수해는 깜짝 놀라며 소녀를 쳐다보았다.“저, 저는 영이라고 합니다. 강영. 신씨 가문의 가정부예요. 넷째 아가씨 곁에서 돌봐주었어요.”강영은 긴정되어 두리번거리며 자기소개를 했다. 임수해는 신효정 곁의 가정부라는 말을 듣자 바로 깨달았다.“영아, 미안해. 특별한 사정으로 널 데리러 가지 못했어. 네가 직접 오게 했네.”아람은 급히 맞이하며 강영의 손을 잡고 별장 거실로 갔다.“밖에 춥지? 손이 너무 차가워. 택시 타고 오라고 했잖아. 차비를 아끼지 마.”“택시 필요 없어요.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왔어요. 편해요.”강영은 대답을 하며 얼굴을 붉혔다. 고귀한 아가씨가 이렇게 자신을 걱정해 주는 것을 보자 감동하여 말을 못 했다.아람은 지하철역에서 별장까지 걸어오는 모습을 상상하면 마음이 아팠다. 강영이 돈이 아까워서 걸어온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임수해는 영이에게 따뜻한 차 한 잔을 내주었고 자상하게 손난로를 조심스럽게 가져다주었다. 영이는 소파에 앉아 온몸의 한기를 없애는 데 시간이 걸렸다.“사, 아니. 구아람 씨. 고마워요. 우리 넷째 아가씨를 돌봐줘서.”강영은 나지막하게 말했지만 눈빛은 단호했다.“신씨 가문에 있을 때 넷째 아가씨에게 얼마나 잘해줬는지 제가 다 알아요. 넷째 아가씨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아람은 신효정처럼 맑은 영이의 눈을 깊이 바라보다가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것이 맞는 경정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진주의 곁에 믿을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두어야 한다. 하지만 오 씨 아줌마 외에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소연 씨, 오늘 밤 신 사장님과 함께 데리러 갈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을 거예요.”아람의 가슴이 두근거리며 맹새했다.[들키는 게 두렵지 않아요. 그제 그 시간에만 나갈 수 있어요.]만소연은 답답한 듯 한숨을 쉬었다.“데리러 가는 건 소연 씨 안전을 생각해서예요.”경주는 엄숙한 말투로 나지막하게 말했다.“지금 윤씨 가문이 소연 씨의 일거일동을 감시하고 있을 수 있어요. 만약 갑자기 나가서 윤씨 가문 사람에게 들키면 위험해질 수 있어요.”만소연은 깜짝 놀랐다.[구, 구아람 씨, 이 분은.]“소연 씨, 두려워하지 마세요. 신 사장님이에요. 제 곁에 있어요.”아람은 눈웃음을 지으며 얼굴을 들고 경주의 얼굴을 살짝 쳤다. 경주는 바로 몸을 기울리고 여왕을 모시는 우아한 집사처럼 잘생긴 얼굴을 아람에게 들이대며 코끝을 맞댔다. 아람은 멍하니 눈을 깜빡거렸다. 경주는 이때 아람에게 키스를 했다. 혀는 천천히 움직이며 아람을 혼란스럽게 했다. 하지만 이때 경주는 아람의 입술을 떠났다.‘음, 이 나쁜 남자, 정말 나빠. 점점 나쁘네!’[신, 신 사장님? 정말 신 사장님이에요?]만소연의 눈빛이 순간 밝아지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신, 신 사장님. 존경합니다. 제 롤모델이에요!]경주는 누썹을 찌푸렸다. 한참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감사합니다.”[그냥, 잘생겼다고 생각했어요. 연예인보다도 잘생겼어요. 저 신 사장님을 엄청 좋아해요!]“저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바로 구아람 씨예요.”경주는 스님처럼 무심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하며 아람의 어깨를 끌어안았다.[아니에요, 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세요!]만소연은 황급히 해명했다.[저는 그저 신 사장님의 능력과 외모를 존경하는 거예요. 다른 뜻은 없어요. 그리고 저는 구아람 씨와 신 사장님의 팬이예요. 정말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쯧, 신 사장님은 전에 인터넷에서 평판이 엄청 안 좋았는데, 얼굴 빼고 아무것도 없어. 그런데 팬이 있네? 역시 지금 시
아람의 머리를 빗어주던 경주의 손도 순간 멈칫하며 핸드폰을 바라보았다.“아람아, 아는 번호야?”“몰라.”“받을 거야?”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 아람은 낯선 번호를 받지 않는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도 적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대감으로 가득 찬 듯 막연하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전화를 마치지 않으면 많은 것을 놓칠 것 같았다.“여보세요.”아람은 다정하게 전화를 받았다.[여, 여보세요.]전화 반대편에서 소심하고 낮고 부드러운 여자애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뜻 들으면 아린과 비슷하게 들렸다. 아람과 경주는 서로를 쳐다보고는 즉시 스피커폰을 켰다.“죄송하지만, 누구세요?”[구, 구아람 씨 맞아요?]소녀는 나지막하게 말했다.“네, 구아람이에요.”[저, 저는 만소연이에요.]경주와 아람은 순간 긴장했다. 특히 아람의 가슴이 두근거리며 손에 식은땀이 났다. 경주는 숨을 죽이고 아람을 바라보았다. 아람의 손을 잡고 가슴에 대며 안전감을 주었다.“소연 씨, 드디어 전화가 오셨네요.”아람의 목소리는 다정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친근하게 말하기 위해 성을 떼고 불렀다.“매일 소연 씨의 전화를 기다렸어요. 드디어 전화 오셨네요.”경주는 눈을 부릅뜨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람을 바라보았다.‘만소연의 전화를 기다렸다는 건, 만소연을 만나고 얘기를 했다는 건데, 아니면 왜 그렇게 말하겠어. 하지만 언제 만났지? 난 왜 몰랐지?’[매일, 기다렸어요?]만소연은 잠시 침묵하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구아람 씨, 만약 제가 연락하지 않았다면.]“그래도 기다렸을 거예요. 연락하든 안 하든 선택권은 소연 씨에게 있어요. 기다리든 말든 제 선택이에요.”아람은 이글거리는 눈빛에 굳은 의지가 가득했다. 하지만 또 한 번의 긴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아람은 상대방에게 인내심을 가지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경주는 아람의 친착함을 존경했다. 목표을 이루기 위해 억울해하며 참았고 굴욕도 견딜 수 있었다. 고귀한 출생으로 인해 우월감을 느끼지 않았고
윤씨 가문은 라이브 사건을 필사적으로 숨기고 싶었지만, 윤진수의 평판이 너무 않 좋았다. 사람들은 그저 웃음거리를 보고 싶었다. 게다가 윤진수를 지목하는 구씨 가문 아가씨 아린이 나타나 더욱 드라마틱해져 점점 뜨거웠다.열기가 갈아앉지 않으면 윤진수는 경찰의 목표로 될 것이다. 윤정용은 심지어 뻔번하게 경찰 총장에게 가서 사정했지만, 마침 최고의 재벌 구만복이 오랜만에 실검에 올랐다. 사무실의 TV에서 뉴스가 방송되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한 리본 커팅 행사에 참석한 후 기자와 인터뷰하는 구만복의 모습이 보였다. 기자는 바로 물었다.“구만복 씨, 이틀 전 라이브에서 따님이라고 주장한 여성.”“따님이라고 주장한 여자?”구만복의 안색이 순간 차가워지며 반박했다.“어느 언론사 출신이에요? 이렇게 정보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지는데 기자를 해요?”사람들은 구만복의 압박감에 숨도 쉬지 못했다.“제 친딸이에요. 우리 구씨 가문의 막내 공주님. 제 셋째 부인 초연서의 딸이에요.”구만복의 표정은 유난히 차가웠지만, 아린을 언급하자 날카로운 눈빛에 보기 드물게 온기가 돌았다.“제 눈에 아람이든, 아린이든 모두 소중한 딸이에요. 아린을 공개하지 않은 건, 나이도 어리고 확교를 다니고 있고, 모녀가 겸손해서예요. 아이의 학교생활을 방해할까 봐 공개적인 자리에 데리고 다니지 않았어요.”“결국 모두 막내딸을 지키려고 한 거예요. 하지만 내 딸을 보호하는데, 윤진수 그 짐승에게 기회를 주었어요!”‘젠장, 구 회장님의 말이 정말 날카롭네. 구만복과 윤정용이 친하다는 것을 모른느 사람이 없잖아. 하지만 막내딸을 위해 윤씨 가문의 체면을 전혀 봐주지 않네!’“우리 딸은 큰 굴욕을 당했어요. 윤씨 그룹이 사적으로 가고 싶은데, 그럴 일은 없어요. 반드시 끝까지 조사할 거예요!”구만복의 눈시울이 붉히며 하마터면 카메라 앞에서 실례를 할 뻔했다. 겨우 화를 억누르며 카메라를 향해 이를 악물었다.“윤정용, 너 이 자식, 양심이 있으면 네 아들이 대가를 치르고 우리 딸에게
“아람아, 너, 너 왜 들어왔어, 언제 들어왔어.”경주는 여전히 멍했다. 습관적으로 아람의 허리를 잡고 위아래로 부드럽게 문질렀다. 아람은 가슴을 가리고 투덜거렸다.“깜짝이야. 방금 네 눈빛이 엄청 무서웠어. 날 잡아먹을 것 같았어.”“미안해, 아람아. 입대했을 때 생긴 고질병인 것 같아. 불치병 같은 반응이야.”그 말을 듣자 아람은 가슴이 아파 경주의 얼굴을 만졌다. 경주는 죄책감을 느꼈다. 아람의 손을 잡고 손등을 키스했다.“왜 몰래 들어왔어. 들키면 어떡해.”“몰래? 여긴 내 집이야. 왜 몰래 들어와. 난 당당하게 들어온 거야.”아람은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경주의 코끝을 가리켰다.“왜? 신 사장님이 좀 당황한 것 같지?”“정식으로 네 집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이야. 아람아, 네 가족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겨주고 싶어.”경주는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풋, 그거 때문이었어?”아람은 웃음을 떠뜨렸다. 장난스럽게 손가락으로 경주의 셔츠 단추를 풀었다.“우리 가족은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 챙기기 힘들고 잘해주기도 어려운 사람이야. 아니면 윤유성 그 독뱀이 벌써 우리 집에 들어왔겠지. 안 그래?”“아람아.”경주는 씁쓸하게 웃었다.“우리 가족은 널 천천히 받아드리고 있어. 그러니 걱정 마. 너 답게 행동해.”아람은 다정하게 말을 하며 경주의 셔츠 단추를 모두 풀었다.“또 나 몰래 밤새 일했어? 이렇게 앉아서 자면 허리디스크 터져. 잠옷을 갈아입고 편하게 누워.”“응, 알았어.”경주는 얌전히 말을 들었다. 잠옷을 갈아입을 때 기지개를 펴니 허리가 아팠다. ‘설마, 정말 나이가 들어서 그래?’“아람아, 빨리 방으로 가.”경주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아람은 귀여운 토끼처럼 재빨리 이불속으로 들어갔다.“너랑 같이 잘 거야.”“아람아, 말 들어. 이제 성주로 돌아가면.”“싫어. 지금 같이 잘 거야.”아람은 경주의 옷깃을 잠고 놓지 않았다. 경주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는 아람의 매혹적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욕망이 솟
구만복이 말하자 모두가 발걸음을 멈추고 갑자기 조용해졌다. 아람은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입을 크게 벌리며 믿기지 않는 듯 구만복을 바라보았다.“방금, 뭐라고 하셨어요?”경주는 가슴이 떨리며 눈을 부릅뜨고 구만복의 잘생기고 위엄 있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순간 숨이 막히고 가슴이 두근거렸다.“지금 출발하면 새벽에 도착하잖아. 내일 아침 별일 없으면 오늘 여기서 자고 가.”구만복은 눈썹을 찌푸리며 기침을 두 번했다. 이번에는 똑똑히 들었다. 경주도 들었고, 아람도 들었고, 모든 사람이 들었다. 서프라이즈가 경주에게 다가오자 경주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맑은 눈에 감동적인 감정으로 가득 찼고 울컥하며 구만복을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고마워요, 구 회장님. 받아주셔서 고마워요.”받아준다는 말은 대단한 거물이자 성주 제1 재단의 도련님을 비참하게 했다. 아람은 가슴이 아팠다. 경주가 억울한 모습을 보지 못해 급히 다가가 경주를 부축했다.“뭐 하는 거야. 그냥 하룻밤인데, 이럴 필요는 없잖아.”“필요 있어. 아람아.”경주는 누시울을 붉혔다. 눈물을 글썽거리며 가슴 속 설렘이 휘몰아쳤다.“너무 기뻐. 지금까지 이룬 업적들을 모두 모아도 이 순간만큼 행복하지 않았을 거야.”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단순한 하룻밤일 것이다. 그러나 경주에게는 희망이었다. 구만복은 경주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며 먼저 별장으로 들어갔다.“수해 오빠, 아빠가 형부를 용서한 거야? 형부를 받아준 거야?”아린은 수해의 팔짱을 끼고 까치발을 들어 수해의 귀에 속삭였다.“받아주는 거였으면 좋겠어.”아린을 바라보는 수해의 눈빛은 한없이 다정했다. 손을 들어 아린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어제보다 오늘 조금만 더 발전하면 다 좋은 거야.”아람은 감동하여 경주의 얼굴을 잡고 아무도 없는 듯이 키스했다. 처음에 경주는 부끄러워 온몸이 굳어졌다. 하지만 저도 모르게 아람의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고 키스했다. 구씨 가문의 어른들은 보기 부끄러워 모두 황급히 돌아서서 떠났
강소연은 누군가가 아린을 비난하자마자 즉시 키보드를 잡고 네티즌과 맞섰다. 뿐만 아니라 강지구에게도 연락해 라이브 방송 댓글창에 글을 남기도록 지시했다. 순식간에 백여 명이 댓글을 달기 시작하며 논쟁이 격화되었고, 결국 모두 금언 조치가 내려졌다.밖에서 아무리 큰 폭풍이 몰아쳐도 해정원에 들어오면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아람은 가족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따뜻하고 화목한 모습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했다.엄마가 돌아간 후, 아람은 해장원을 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방황의 날이 쓰라리고 힘들어도 그저 탈출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이곳은 점점 집 느낌이 있었다. 아람에게 안식처가 되는 곳은 단 두 곳이다. 해장원과 경주의 따뜻한 품이다.라이브 풍파가 지난 후, 구만복과 초연서는 수해에 대한 태도도 미세산 변화가 있었다. 그날 아린과 수해가 헤어지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자 구만복은 수해를 집에 있게 했다. 그저 각방을 썼을 뿐이다.절대 모두가 잠든 동안 소중한 딸 아린의 방에 몰래 들어가서 이상한 짓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시련과 곤난을 겪어온 수해와 아린에게 이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아린은 엄청 기뻐했다. 수해도 눈물을 흘릴 뻔할 정도로 흥분했지만 그저 묵묵히 구만복에게 인사를 했다.최선을 다해 아린을 챙겨주고 평생 행복을 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맹세했다. 이 기회에 수해는 다시 구만복의 인정을 받았다. 옆에서 화기애애한 가족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경주는 여전히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아람은 아린과 수해의 행복한 분위기에 감염되어 옆에 있는 안색이 어두워진 경주를 신경 쓰지 못했다. 경주는 가슴이 아파나며 씁쓸해졌다. 한참 후, 경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체념을 하듯 씁쓸하게 웃었다.경주의 마음은 여전히 안 좋았지만 솔직하게 받아들였다. 구만복이 평생 경주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아람의 곁에 있고 지켜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다. 죄인은 용서받을 자격이 없다. 이 곳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큰 은혜를
당황한 나머지 윤진수는 부축을 받아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윤성우는 도현을 악의적으로 노려보았다. 입을 열려고 할 때, 계속 침묵하고 있던 유성이 적절한 타이밍에 말을 했다.“진수 형, 그냥 구 팀장님과 함께 가세요. 형은 당당하잖아요. 그냥 수사에 협조하는 거예요. 당황하지 마세요. 금방 끝날 거예요. 끝나면 우리가 데리러 갈게요.”윤성우는 유성을 노려보며 화를 냈다.‘젠장, 또 잘난 척할 기회를 줬네!’유성은 돌아서서 윤정용의 귀에 속삭였다.“아버지, 구도현의 말이 맞아요. 진수 형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제 발이 찔리는 것 같아보여요. 구도현은 더 악랄한 수단으로 형을 상대할 거예요. 그때는 정말 곤란할 거예요.”윤정용은 마음이 흔들려 즉시 태도를 바꾸었다.“진수야, 가.”“아버지!”윤진수의 표정은 마치 절망에 빠진 듯했다. 윤정용은 손을 흔들었다. 원망함과 분노가 뒤섞여 말문이 막혔다. 결국 윤씨 가문 사람들은 두 경찰이 윤진수를 데려가는 것을 보고만 있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도현이 떠나기 전 차갑게 윤유성을 노려보았다. 유성은 날카로운 시선에 움찔했다. 마치 범인을 심문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유성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마음이 불편했다.“구도현, 거기 서!”윤성우가 얼굴을 붉히며 다가갔다. 지금의 윤진수를 도와주기 보다 도현을 이기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도현은 발길을 멈추고 무심하게 바라보았다.“흥, 인정해. 네가 우리를 어떻게든 곤경에 빠뜨리려고 하는 것이잖아. 전혀 정의감에 비롯된 것이 아니야. 그저 개인적인 복수를 하려는 거지. 구아람과 구아린 대신 화풀이하고 싶은 거지?”도현은 날카로운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움직였다.‘그게 왜?’소리없이 입모양만 보여주었지만 윤정용과 윤성우는 화가 나서 머리가 터질 듯했다. 달려가 도현을 때리고 싶었다. 도현이 떠난 직후 윤정용은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윤성우와 유성의 부축에 소파에 앉아 뜨거운 차를 마시며 진정했다.“성우
“경찰서 커피가 맛이 없이 없도 건강에 해롭지 않아요. 윤씨 가문의 음식에 감히 입을 대지 못해요. 배가 썩을 수도 있잖아요. 건강을 다치고 마음을 다치면 너무 소해잖아요.”도현은 차갑게 비웃으며 윤성우의 비아냥거리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구도현 도련님, 내 아들의 사건은 이미 끝났어요. 당신이 직접 풀었줬잖아요. 지금 와서 왜 또 이러는 거예요!”윤정용은 싸울 기분이 없어 눈시울을 붉히며 화를 냈다.“증거도 없이 진수를 그냥 데려갈 수는 없어요. 마음대로 하게 두지 않을 거예요. 우리 윤씨 가문은 구씨 가문의 손에 잡히는 멍청한 놈이 아니에요.”“두 가문이 오랫동안 친구로 지냈고, 구만복의 아들인 것을 봐서 체면을 봐주는 거예요. 선을 넘지 마세요!”‘구만복의 아들? 구 팀장님이 해문 갑무의 아들이야? 구아람의 오빠?’이 충격적인 소식에 두 경찰은 입을 가리며 크게 놀랐다. 수년 동안 경찰로 일하면서 도현은 항상 겸손하고 일에만 집중했다. 자신의 사생활과 가족사에 대하 한 마디도 한 적이 없었다. 전에 도현이 형사 팀장이 되었을 때, 어린 나이에 중요한 임무를 맡아 경찰서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도현은 낙하산이라고 했다. 하지만 유언비어는 순간 사라졌다. 단 3년 동안 도현은 큰 사건을 잇달아 해결하고 여러 차례 공로를 세우며 소문이 점차 사라졌다. 경찰들도 도현의 집안이 대단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도현은 윤정용이 동료들 앞에서 구만복을 언급하는 건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심지어 웃음이 터졌다.“법은 무고한 사람을 잘못 선고하지 않아요. 마찬가지로 단 한 명의 짐승을 놓치지 않을 거예요.”윤씨 가문 사람들의 안색은 10년 넘게 타다 남은 솥바닥처럼 어두웠다. “구도현, 너, 너, 누구보고 짐승이라고 하는 거야!”윤진수는 도현의 잘생긴 얼굴을 가리키며 화를 냈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윤진수 씨, 당신이 강간 미수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니 우리와 함
“경, 결찰? 그 하찮은 놈들이 또 찾아왔어?”윤진수는 구치소에서 사람 같이 않은 삶은 보낸 날들을 생각하자 다시는 돌아가서 악취를 풍기던 그 쓰라린 삶을 살고 싶지 않아 겁에 질렸다.“아버지, 형, 꼭 막아주세요!”윤정용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마음이 급해 걸어다녔다.“진수야, 긴장하지 마.”윤유성이 다가가 진수의 떨고 있는 어깨를 토닥였다.“두 여자애를 면밀히 감시하고 있어. 아직 경찰에 연락하지 않았어. 그건 아직 증언할 의사가 없다는 거야. 경찰도 그냥 온 거야.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잖아. 일단 가 봐.”...윤씨 그룹 사람들이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방문객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거실에 서 있는 도현과 두 경찰이 보였다.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과 훤칠한 키를 가진 도현은 마치 칼을 꽂은 것처럼 앞에 나타났다. 권위적이고 위압적이라 억압감이 느껴졌다.윤정용의 안색이 안좋았다. 심지어 마음속에서 질투까지 했다. 구만복의 자식들은 모두 예쁘고 잘생겼다. 능력도 좋고 그저 경찰인 첩의 막내아들 도현도 카리스마가 넘쳤다. 자기 자식이 제일 소중하다고 하지만, 윤민주와 윤진수가 한 짓을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도현의 앞에 나서기 창패했고 체면이 깎인다고 생각했다. 비교해 보면 그나마 막내아들인 유성이 괜찮았다. 외모, 기질, 능력도 뛰어나 구씨 가문과 경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윤정용은 제일 아이러니한 점을 잊었다. 유성은 한때 윤정용이 가장 싫어하고 경명했던 자식이었다. 심지어 유성 모자를 S국으로 보낸 후 윤씨 가문 전체 앞에서 죽은 사람 취급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린 유성이 무릎을 꿇고 애원하고 나서야 마지못해 유성의 계좌로 매년 일정 생활비를 보내주기로 했다. 그외 가족 재산, 권력, 주식, 윤씨 가문의 모든 것은 유성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이 모든 것은 고상아가 윤정용을 배신해서 시작한 것이다. 고상하는 비천한 경호원과 몰래 만났고, 그 모습을 윤정용이 직접 목격했다. 간통한 경호원은 가혹한 처벌을 받고 외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