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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0화

작가: 류한나
온지유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후 주치의를 불러와 법로의 상태에 관해 자세히 물었다.

“선생님, 아버지가 치료를 받으시겠다고 마음을 바꾸셨어요.”

“정말 대단하세요. 저와 간호사들이 그동안 꾸준히 설득했는데도 치료 안 받으시겠다고 하셨거든요. 역시 이런 문제는 자식들한테 맡기면 되는 거였네요.”

주치의는 온지유를 보며 따라 웃음을 지었다. 사람이 눈앞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것보다 역시나 최선을 다해 살려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어떤 치료를 받게 될지 설명을 들은 후 온지유는 법로와 조금 더 대화를 나누다가 병실을 나섰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바로 신무열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지만 한참 지나서야 연결이 되었다. 화면에 나타난 초췌한 얼굴을 보니 온지유는 순간 걱정되었다.

“요즘 공무가 많은 거예요?”

“그래. 이 자리에 직접 올라와 보니 알겠더라고. 얼마나 부담스럽고 힘든 자리인지를.”

신무열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비록 김혜연의 자연 유산은 배아 상태와 어느 정도 관련이 있었지만 그는 만약 두 사람 모두 바쁜 나날을 보내지 않았더라면 그 아이가 먼저 그들의 곁을 떠날 리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은 아이를 잃었고 김혜연은 계속 병원에서 입원하며 몸조리를 하고 있었으니 그가 가장 바쁠 때였다.

그러나 그는 병원으로 가서 아내의 곁에 오래 있어 줄 수 없었다.

처리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많았고 설령 오늘 할 일을 마친다고 해도 하룻밤만 지나면 또 새로운 일거리가 산처럼 쌓였다. 이 자리에 앉았으면 할 일은 해야 했던지라 그는 쉽사리 공무를 내팽개칠 수 없었다.

“그래도 가끔은 쉬면서 해요. 그러다가 병나면 어떻게 하려고요. 혜연 씨는요?”

김혜연을 찾는 온지유에 신무열은 가슴 아픈 표정을 지었다.

그의 표정을 본 온지유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기우이길 바라면서 그가 말하기를 기다렸다.

“혜연이는 지금 병원에 있어. 우리 아이가 우리 곁을 떠났어.”

이 말을 꺼내는 신무열의 눈가가 촉촉해졌고 온지유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그럴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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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시은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실수를 저질러 부른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긴장이 풀린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주변 식당을 탐색한 후 보여주었다.“그럼 여기로 가자.”나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하민이도 데리고 가자. 오후엔 유치원에 갈 필요 없이 하민이 선생님께 말씀도 드리고. 점심을 먹고 나면 본가로 가야 해.”양시은은 왜 본가로 가야 하는지를 묻지 않았다. 나도현의 표정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이런 표정을 짓게 만드는 사람을 몇 없었기에 나용민에 관한 일로 가는 것임을 대충 눈치채고 있었다.점심을 먹은 후 그들은 나씨 가문 본가로 출발했다.하민이는 본가로 처음 가는 것이 아니었지만 양시은과 함께 가는 것은 처음이었던지라 아주 흥분한 상태였고 차 안에서도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참고 있던 양시은이 결국 장난기 가득한 하민이를 꽉 잡으며 말했다.“하민아, 똑바로 앉아. 움직이지 말고.”하민이는 바로 얌전히 제자리에 앉은 후 초롱초롱한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엄마, 이번에 본가로 하면 할머니 만날 수 있어요?”나도현이 자신의 아빠라는 것을 알게 된 하민이는 자신에게 다정하게 대해주던 박은희가 자신의 친할머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양시은은 그런 아이의 머리를 뒤로 넘겨주다가 머리를 다듬을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래. 할머니를 뵙고 나면 우리 하민이 머리 다듬으러 갈 거야.”하민이는 머리를 자르는 것에 딱히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오로지 박은희를 만나러 간다는 생각에 들떠 있을 뿐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나씨 가문 본가 대문 앞에서 멈춰 섰다. 하지만 분위기는 그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가볍지 않았고 오히려 무거웠다.그들이 들어왔을 때 박은희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나용민의 모습에 양시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아버님은요?”불길한 예감이 들었다.항상 이미지를 신경 쓰던 사람이 그들이 보는 앞에서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하나뿐이었다...박은희는 고개를 들어 그들을 보았다. 그녀의 두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56화

    다음 날이 되자 하민이는 양시은을 빤히 보았다. 너무도 빤히 보고 있어 양시은은 도저히 그 시선을 무시할 수 없었고 행여나 뭔가를 눈치챈 것이라도 아닐까 입을 열었다.“왜 그렇게 엄마를 빤히 보고 있어? 얼른 먹어. 자꾸 안 먹고 빤히 보고 있으면 지각할 거야.”하민이는 만두를 집어 먹으면서 여전히 그녀를 빤히 보더니 웅얼대며 말했다.“유치원 친구들이 저한테 그랬어요. 엄마랑 아빠 사이가 좋으면 하민이 동생이 생길 거라고요. 엄마, 하민이한테 동생이 생겨요?”아이의 말에 양시은은 하마터면 사레가 들뻔했다.가슴을 두드리며 진정한 그녀는 빨개진 얼굴로 순진한 하민이를 슬쩍 째려보았다.“무슨 말을 하는 거야. 얼른 아침이나 먹어.”“네.”하민이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만약 양시은이 아이가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를 전부 알고 있었다면 아마 이렇듯 가볍게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하민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난 그녀는 평소처럼 회사로 출근했다. 그녀를 본 사람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양 비서님, 오늘 왜 회사로 오신 거예요?”기획팀의 직원 장은영이 놀란 얼굴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 장은영의 눈빛은 꼭 눈앞에 나타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을 보는 듯했기에 양시은도 어처구니가 없었다.“여긴 회사고 제가 왜 여길 왔겠어요?”장은영은 우물쭈물하더니 이마를 짚었다.“하지만 양 비서님은 대표님과 이미...”장은영의 머릿속은 사실 아주 단순했다. 출근은 하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함이었고 아무도 출근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었다. 만약 평생을 놀고먹고 살 수 있을 만한 능력이 있다면 누가 이렇듯 매일 회사로 출근하겠는가. 미치지 않고서야 말이다.눈치 빠른 양시은은 그녀의 눈빛에서 생각을 읽어내곤 못 말린다는 듯 말했다.“비록 제가 대표님과 결혼하긴 했으나 아직 회사를 그만둔 건 아니잖아요. 전 여전히 은영 씨에게도 익숙한 양 비서인걸요.”그녀는 그들이 자신을 예전처럼 대해주길 바랐다.양시은의 뜻을 이해한 장은영은 조금 미안한 듯 멋쩍게 미소를 지었다. 양시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55화

    양시은은 순간 감정이 벅차 올라왔고 당장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았다. 오랜만에 보는 양채은을 한참이나 빤히 보았다.그 순간 그녀는 양채은의 이목구비가 예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흔들리는 눈빛으로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얼굴이 왜 그래? 혹시 화재 때문에 그런 거야? 아프지는 않았어...?”양채은은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사실 그녀는 자신의 얼굴이 딱히 신경 쓰이는 것은 아니었다. 얼굴이 예전과 달라졌을 뿐 목숨을 잃을 뻔한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금 이렇게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었으니까.늘 이렇게 생각했던 양채은이었지만 아프지는 않았냐고 물어보는 양시은의 걱정 가득한 목소리에 결국 눈시울이 붉어지고 말았다.“아파. 언니. 나 너무 아팠어.”그녀는 살면서 이렇게 아픈 적은 없었다. 불에 탈 때도 아팠고 침대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누워 있을 때도 아팠다. 그 남자가 자신의 몸에 주입한 약 때문에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할 때도, 폭행을 당할 때도 너무도 아팠다.양채은은 말하고 나니 서러움이 밀려왔다.“정말로 너무 아팠어. 매번 이대로 죽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또 살아 돌아왔...”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양시은이 그녀를 품에 꽉 끌어안았다. 그녀를 안고 있는 양시은의 손이 덜덜 떨렸고 천천히 등을 토닥이며 달래주었다.“괜찮아. 다 지나간 일이야. 돌아온 거로 됐어. 이젠 아무도 널 해코지하지 못할 거야.”양채은은 그녀의 목덜미에 고개를 파묻고 한참 지나서야 웅얼대며 물었다.“언니. 내가 안 미워?”양시은은 그녀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언제 널 미워한 적 있어? 넌 쭉 내 동생이었는걸.”두 사람은 한참 앉아 대화를 나누었고 양채은에게 문해미를 찾았다는 소식도 전하면서 시간이 나면 보러 오라고 했다.양채은은 다소 망설여졌다.“지금은 안 될 것 같아.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거든.”“내가 도와줄 건 없어?”양시은이 묻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양시은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54화

    하지만 자신의 동생이 지금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그녀는 순간 진정해질 수 있었고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도 조금 전처럼 어렵지 않았다.온지유는 양시은과 나도현과 함께 샴페인을 마시다가 제안했다.“두 사람 러브샷 하는 거 어때요? 그렇게 각자 술 마시는 것보단 러브샷 하면서 마시는 게 더 재밌잖아요. 안 그래요?”별이는 입안 가득 음식을 밀어 넣으면서도 온지유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었다.“맞아요!”양시은은 못 말린다는 얼굴로 온지유와 별이를 보았다.“별이가 누굴 닮은 건지 이제야 알겠네요.”온지유는 별이를 안아주더니 입가를 닦아주며 눈썹을 꿈틀댔다.“누굴 닮은 건지 이제야 알겠다니요. 전 그냥 두 사람이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려는 것뿐이라고요.”물론 양시은은 결국에 온지유의 말대로 했다. 그녀는 몸을 돌려 나도현과 함께 술잔을 들었다.“그럼 이번은 러브샷 하는 거로.”조금 전부터 지금까지 나도현은 술을 아주 많이 마셨다. 그녀의 주량이 몇 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앞으로 내민 술은 그가 전부 마셨다.나도현도 새 술잔을 들었다. 별이는 순진무구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보았고 온지유는 그런 아이의 눈을 가려주었다.“어린이는 보면 안 돼요.”양시은은 나도현과 러브샷 한 뒤 술잔을 내려놓았다. 술이 몸으로 들어간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얼굴이 빨개지는 그녀였다. 주위에선 호응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녀의 얼굴이 더 빨갛게 익어버렸다.역시나 그녀의 주량은 약해도 너무 약했다. 고작 한 잔으로 벌써 정신이 해롱해롱해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다만 아직 결혼식은 끝나지 않았고 술잔도 이제야 절반밖에 비우지 못했기에 취기가 오르는 몸으로 버티고 있었다. 물론 나도현의 눈을 속이는 건 불가능했다. 그는 양시은의 손목을 잡으며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그만 마셔.”양시은은 조금 더 마셔보려고 했다.“아니야. 아직 괜찮아...”그녀의 말에 나도현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고 그제야 그녀는 입을 꾹 다물었다. 아직 술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53화

    양시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이는 것 외엔 다른 대답을 할 생각이 없었다.나도현은 그녀의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었고 은빛의 반지가 그녀의 손가락에 딱 맞게 들어갔다. 다음 순서로 그녀가 나도현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었고 그제야 자신의 반지와 그의 반지에 새겨진 이니셜 디자인이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녀의 반지에 새겨진 이니셜은 외관에 도드라지게 새겨져 있었지만 나도현의 반지엔 안에 새겨져 있었고 똑같이 도드라진 디자인이었다. 반지를 손가락에 끼면 그 이니셜이 살을 누르게 될 것이고 아픈 것은 물론이고 불편할 것이다.양시은은 그의 반지를 보곤 한참 멍한 표정을 지었다. 다행히 나도현이 그녀의 정신을 돌아오게 해주었다.“미안해. 잠깐 다른 생각 해버렸어.”양시은은 그에게 가까이 다가간 뒤 작게 사과했다. 나도현은 그녀의 팔을 잡아 자신의 팔에 팔짱 끼게 한 뒤 하객들에게 인사를 했다.“응. 알고 있었어.”그래서 다시 집중할 수 있게 살짝 친 것이었다. 다행히 몇 초간 넋 놓고 있었던 것이었던지라 대부분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했지만 유독 눈치 빠른 사람이 있었다.양채은은 구석에 있는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었다. 창문 쪽은 사각지대였던지라 대부분 사람들이 그녀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고 사람들의 축복을 받고 있는 나도현과 양시은도 그러했다.그녀는 양시은이 잠깐 다른 곳에 정신을 팔고 있었다는 것을 눈치챈 유일한 사람이었다.아무리 먼 곳에 있어도 양채은은 양시은의 표정에서 놀라움을 보아냈다. 왜냐하면 그녀보다 자신의 언니를 더 잘 아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다만 양채은은 양시은이 뭘 보고 놀란 것인지 굳이 짐작하지 않았다. 이미 결혼식을 올리기도 전에 양채은은 나도현이 반지에 이니셜을 새겼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언니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야.”양채은의 눈빛이 어두워지고 아름다운 양시은의 모습을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다만 질투 때문에 한 말은 아니었다. 그저 정말로 부러워서 한 말이었다.그녀는 멀리 떨어진 곳에 앉아 샴페인 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52화

    양시은은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나도현이 지금 그녀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의 손을 꽉 잡으며 주위에서 들리는 축복 소리와 함께 차에 올라탔다.온지유도 뒤에서 대기하던 차에 올라탔다. 몇 대의 차가 긴 줄을 이루며 도로를 달리고 있었고 전부 비싼 자동차였기에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도 했다. 그들은 저마다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은 후 개인 SNS에 올렸다.[어느 집 도련님이 결혼하는 걸까. 이렇게 호화로운 차로 신부를 데리고 가다니. 너무 부럽네.]사진은 어느새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고 각종 언론과 플랫폼에 오르게 되었다. 그제야 사람들은 기사를 보며 그저 평범한 부잣집 도련님이 아니라 그 유명한 나진 그룹의 대표님인 나도현이 결혼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어떤 네티즌은 두 사람이 오랫동안 서로만을 기다리다가 오늘에야 결실을 보게 되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인터넷엔 전부 두 사람의 결혼에 대한 축복과 감탄으로 가득했지만 핸드폰을 볼 시간이 없었던 양시은은 당연히 이 사실을 몰랐다.결혼식장으로 가는 길은 멀지 않았다. 그저 십 분이 좀 넘는 거리였지만 그녀는 유난히도 길게 느껴졌다. 나도현은 그녀가 긴장감이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을 눈치채곤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괜찮아. 내가 있으니까 긴장하지 않아도 돼.”양시은은 심호흡했다.“고마워. 덕분에 좀 나아진 것 같아.”빈말은 아니었다. 확실히 나도현이 손을 꼭 잡아주고 있으니 그녀는 전처럼 긴장하지 않게 되었다.결혼식장에 도착하고 나서도 나도현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차에서 내렸다. 하민이는 별이와 함께 예쁘게 차려입고 꽃바구니를 들었다.두 사람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아이들은 꽃바구니에 있던 꽃을 작은 손으로 뿌려댔다. 꽃잎들이 바닥에 살랑살랑 떨어졌다. 하민이는 어제 여이현에게 배운 대로 말했다.“두 분 축하드려요. 백년해로하시고 자식도 순풍순풍 낳기를 바랄게요.”키가 허리에도 오지 않는 아이들이 귀여운 목소리로 말하고 있으니 양시은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51화

    나도현은 눈앞에 있는 양시은을 보았다.“그리고 줄 게 하나 더 있어.”“뭔데?”나도현이 내민 상자를 열자 안에는 반지가 있었고 그녀는 조금 당황하게 되었다.“지금 껴야 하는 거야? 하지만 이건 내일에...”“일단 먼저 껴봐.”나도현은 오래전부터 그녀를 위해 준비한 반지임을 설명해주었고 다만 그때 그녀가 자신의 곁에 없어서 주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했다.직접 사이즈를 재보고 산 것이 아니었기에 대충 짐작으로 반지를 맞추었고 정말로 그녀의 손가락이 맞는지는 몰랐다.그런 그의 설명을 들은 양시은은 마음이 녹아내릴 것 같았고 나도현이 말한 그때는 아마 그녀가 그를 떠난 그때일 것이다... 그때의 그녀는 이미 그와의 관계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몰래 반지를 준비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그렇게 생각하니 그녀는 더는 나도현을 거절할 수 없었고 눈물을 머금은 두 눈을 하며 손을 내밀었다. 목소리도 어느새 눈물에 젖어 있었다.“그럼 당신이 끼워줘. 그래 줄 거지?”“당연하지.”나도현은 대답한 후 양시은의 손을 잡아 손등에 키스했고 이내 조심스럽게 반지를 끼워주었다.은빛을 내는 반지는 그녀의 손가락에서 반짝이는 빛을 냈다. 반지를 낀 손을 드니 자신의 인생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 같았고 반지에 이니셜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반지에는 대문자로 ‘N&Y'라고 적혀 있었다. 글자를 빤히 보는 양시은의 모습에 나도현이 살풋 웃으며 말했다.“우리의 성에서 하나씩 따온 거야. 마음에 들어?”양시은은 나직하게 대답했다.“응, 마음에 들어. 너무 마음에 들어.”두 사람은 밝은 달빛 아래서 서로 끌어안았다.다음 날 아침이 되자 양시은은 일찍 일어났다.“오늘은 시은 씨가 새신부 되는 날이니까 제가 화장해 드릴게요. 오늘 하루만큼은 세상에서 제일 이쁜 신부가 되어드리게 하죠!”온지유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양시은은 입꼬리를 올렸다.“저도 지유 씨에게 부탁하려고 했었어요.”온지유는 그녀의 제일 친한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50화

    나도현의 태도는 극도로 냉담했다.“전에도 분명히 말씀드렸다고 생각하는데요.”임다혜는 이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는지 그의 옷을 잡아당기는 동시에 자기 옷까지 마구 찢어대기 시작했다.하지만 그녀가 어찌 나도현의 상대가 되겠는가? 나도현은 그녀를 소파에 밀어 넘어뜨린 뒤 문을 열었다.밖에는 경찰들이 도착해 있었다. 동시에 기자들도 사전에 연락이라도 받은 것처럼 준비된 모습으로 대기하고 있었다.“이 여자가 무단으로 들어왔어요.”나도현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말을 이었다.“게다가 제 방 카드까지 갖고 있었어요. 와인은 호텔 직원이 가져다 준 건데 약물이 있는 것 같으니 조사해서 처리해 줘요.”몇몇 경찰은 이런 상황이 처음이었는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감시 카메라 영상을 확인해 보니 지금까지의 정황은 나도현의 말과 일치했다.기자들 역시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나도현은 차가운 눈길로 그들을 흘겨보았다.“아마 기사 제목까지 정해 두셨겠죠? 유명 변호사, 결혼식 전날 밤 내연녀와 밀회 같은 거요.”기자들은 정곡을 찔린 듯 머리를 긁적이며 서로 눈치만 살폈다.“내일 그런 제목을 보게 되면 전부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겁니다.”나도현이 에이스 변호사로서 얼마나 많은 소송을 이겨 왔는지는 모두가 아는 터였다. 기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설마요, 변호사님. 저희도 직업 윤리는 지킵니다.”“그 외에 뭘 어떻게 쓰든 마음대로 하세요.”나도현은 그렇게 말하고는 뒤돌아 주저 없이 자리를 떠났다.그 뒤 밤새 조사가 이뤄졌고, 나도현은 현지의 일을 마무리한 뒤 비행기에 오르려 할 무렵 경찰에게 전화를 받았다.“대략 파악이 끝났습니다. 와인에 최면제 성분이 들어 있었고, 호텔 직원이 매수되어 임다혜 씨에게 방 카드를 넘겼어요. 지금 임다혜 씨는 유치장에 있는데 변호사님을 만나고 싶다고 하네요.”“저는 시간이 없으니 법대로 처리해 줘요. 이후 제가 변호사를 붙여서 고소를 진행할 겁니다.”나도현의 냉정한 응대에 경찰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보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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