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디작은 오군 주군 본부의 총지휘관이 사령관급이 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그렇다고 자신을 건드려?죽으려고 환장한 것이다.거의 동시에 박흥길의 발이 한지훈에게 향했다.그의 뒤에 있던 병사들도 냉소를 터뜨리고 있었다.하지만 곧이어 모두를 놀라게 하는 장면이 벌어졌다.“퍽!”하나의 실루엣이 뒤로 날아가 지프에 크게 부딪혀 유리가 깨지는 것을 목격했다.그들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날아간 사람은 박흥길이었다.“헉!”모두 그 자리에 벙졌다.특히 그의 부하 병사들이 더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그들의 장군은 신급의 강자였다.그것은 남령구가 인정하는 사실이다.그런 박흥길이 상대의 한방에 저 모양이 되었다.박흥길은 배를 끌어안고 피를 토했다.이럴 수가!그가 졌다.진짜로 졌다.자신은 무신급 강자인데 말이다.지역 수비대 사령관에게 무릎을 꿇었다고?상대는 자신보다 훨씬 강했다.너무 터무니없다.남자는 고개를 들고 공포에 질린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봤다.“당신, 도대체 누구야?”한지훈은 한 걸음 한 걸음 그에게로 다가왔다.가로등과 달빛이 동시에 한지훈의 얼굴에 떨어졌다. 박흥길은 마침내 남자의 얼굴을 똑똑히 보게 되었다.그때!그의 머릿속이 윙윙거렸다.너무 익숙한 얼굴이다.만난 적 있는 것 같았다.잠깐!박흥길은 전에 흑용 총사령관을 따라 한 무리의 사람들을 접대했던 기억이 떠올랐다.그들은 용국 전력의 끝판왕들이었다.그리고 그때 그 무리를 이끌었던 사람이 바로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이다.북양구 총사령관!“철렁!”박흥길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겁에 질린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북약구 총사령관님인가요?”
한지훈은 바닥에 쓰러진 박흥길을 내려다보며 섬뜩하게 말했다.“날 알아?”“!”한지훈의 물음에 박흥길은 벌벌 떨며 식은땀을 흘렸다.북양구 총사령관이 맞았다.박흥길은 재빨리 바닥에서 일어나 가슴의 통증을 삼키며 경례했다.“하찮은 존재 박흥길이 사령관님을 뵌 적 있습니다.”한지훈의 날카로운 시선이 박흥길을 응시했다.“나는 이미 사임했고, 지금은 오군 수비대의 작은 지휘관에 불과해.”박흥길의 언행을 일침하는 말이었다.박흥길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닙니다. 제가 병신이라 미처 알아보지 못해 사령관님의 심기르 건드리고 말았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이 순간, 박흥길의 뒤에 있던 20명 남짓한 병사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눈앞의 남자는 용국의 대단한 인물, 명망이 하늘을 찌르는 북양구 총사령관이다.또한 모든 병사들 마음속의 유일한 우상이기도 했다.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박흥길에게 말했다.“아직도 내가 풀어줘야 하나?”잠깐 생각하던 박흥길은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사람을 체포한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신중하게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총사령관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박흥길은 너무 혼란스러웠다.한지훈이 책임을 물어 흑용의 귀에 들어가면 자신은 나가리다.더 이상 이 일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섰다.한지훈은 더 이상 이 일에 대해 말을 잇지 않았다.그는 그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당장 부하를 데리고 오군을 떠나!”“네!”박흥길은 예의를 갖추며 급히 차에 올랐다.교외로 빠져나온 그는 즉시 명령했다.“즉시 철수한다.”돌아가는 길에 박흥길은 또다시 박창식의 전화를 받았다.“일은 어떻게 됐어? 사람을 풀어 준 거야?”박흥길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형! 나한테 뭘 숨기고 있는 거야! 한준이가 무슨 사고를 쳤어!”박흥길의 반응에 박창식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무슨 소리야? 한준이는 누명을 쓴 거야. 네가 오군 주분 본부에 압력을 살짝 가하기만 하면 될 거야. 나머지 일
뭇사람들이 수군거릴 때, 박창식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주저앉았다. "망했어, 망했어, 우리 박씨 가문은 이제 망했다고. 사람을 잘못 건드렸어."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어리둥절해졌다."가주님, 무슨 일입니까?"박창식은 창백한 낯빛으로 걱정스럽게 말했다. "방금 전에 둘째 나으리께서 넷째 나으리를 잡아간 게 전임 북양구 총사령관이라고 하시더군."쿠궁!이 말은 그들에게 날벼락과도 같았다.전... 전임 북양구 총사령관?순식간에 박씨 가문의 거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모든 사람들이 멍해졌다!십여 분 동안의 침묵 후, 한 사람이 겨우 말문을 떼었다. "그럼, 저흰 이제 어떡합니까?"이 말이 나오자마자, 박씨 가문의 사람들이 거의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오군에 가서 북양구 총사령관에게 사과해야지!"오후, 박창식은 박걸과 박씨 가문의 몇십 명을 데리고 서둘러 M시를 떠나 오군으로 갔다.4, 50명의 사람들이 모두 오군 주군 본부의 입구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박창식은 제일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는데, 너무 외친 나머지 입술도 바싹 말라있었다.박걸은 몸을 떨며 몇번이나 기절했다.그는 그가 건드린 것이 전임 북양구 총사령관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비록 전임이기는 하나, 북양구 총사령관의 명성은 이미 널려퍼져 있었다!두 시간을 꿇어앉아 있어서야 그들은 오군 주군 본부에서 나온 한지훈을 볼 수 있었다.한지훈이 나온걸 본 순간, 박창식은 바닥에 머리를 박고 큰소리로 외쳤다. "총사령관님, 한번만 저희 박씨 가문을 봐주신다면, 저희 가문은 총사령관님께 충성하겠습니다!"박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도 무릎을 꿇고 벌벌 떨고 있었다. 한지훈은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박씨 가문의 사람들을 보면서 싸늘하게 말했다. "박창식, 난 이미 너에게 기회를 줬었다. 너희가 기회를 잡지 않았던 것 뿐. 사형은 면했으나 처벌은 불가피해. 오늘부터 너희 박씨 가문은 M시에 발도 붙이지마. 뿐만 아니라, 박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다 조사 받아야 할거야, 법
갑자기 나타난 남자에 한지훈은 잠시 어리둥절해졌다가 곧 눈썹을 치켜들었다."날 알아요?"한지훈은 예리한 눈빛으로 이 연미복을 입은 남자를 보면서 눈썹을 찌푸리고 말했다.대방은 웃으며 자연스럽게 앉아서 다리를 꼬곤 말했다. "한 선생은 이번에 흑뢰를 가시는게 아닌가요?"이 말을 들은 한지훈, 용일과 용린의 안색은 신속히 어두워졌다.용일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반응하려 했다.그러나 한지훈이 손을 들어 그의 행동을 제지한 다음 옅은 미소를 띠고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아 반문했다. "흑기?"대방은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흑기 제13번째 기사, 챨리스 입니다, 심여운이라고 부르셔도 되고요."한지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용국인?"대방은 대범하게 "맞아요." 라고 대답했다. "어떻게 우리를 발견한 거죠?" 한지훈이 물었다.심여운은 웃으며 대답했다. "저희 흑기한테는 저희만의 방법이 있죠. 하지만 이건 저희만의 방법이라 한 선생을 알려줄 수는 없을 것 같네요."한지훈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심 선생은 왜 갑자기 나타난 거죠?""거래 하나 하죠."심여운은 커피를 한모금 마시며 덤덤하게 말했다. "무슨 거래요?" 한지훈이 물었다."제가 당신들을 흑뢰가 있는 섬까지 데려다 줄게요. 대신 당신들은 저를 도와 흑뢰에서 사람 한명만 꺼내줘요."심여운은 웃으며 말했다. 동시에 그에게서 강박감이 느껴졌다. 이 말을 들은 한지훈은 굳어진 표정으로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심여운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제가 왜 당신이랑 거래할 거라고 생각하죠? 그리고 제가 흑뢰에서 사람을 구할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어떻게 확신하죠?"심여운은 웃으며 말했다. "용국의 전임 북양구 총사령관이자 오성 용수, 용국에서 공인한 최강의 사령관. 당신 같은 무적의 강자도 흑뢰에서 못 나온다면 이 세상에 그곳에서 사람을 구해낼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겠죠."말을 들은 한지훈은 안색을 살짝 굳히며 그에게 계속 말하라고 했다.심여운이 이어 말했다. "한 선생, 흑기
"그 일을 계획한게 한용이란 소문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사령관 급 강자들 네명이 그 폭동을 진압하였다고 합니다.""후에는 한용이 흑뢰에서 죽었다는 소문도 돌더군요. 그러나 그게 정확한지는 고증해봐야 알수있어요."심여운의 말을 들은 뒤, 한지훈의 안색은 매우 보기 흉해졌다.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한지훈의 얼굴색이 변하자 심여운이 재빨리 말했다. "한 선생, 구체적인 상황은 더 고찰해봐야 합니다. 이 모든게 다 소문일 수도 있으니까요."심여운의 말 뜻을 알아들은 한지훈은 더 말하지 않고 물었다. "언제 섬을 오르죠?"심여운이 대답했다. "급하지 않습니다. 먼저 라스베이거스에 가서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요.""누구죠?" 한지훈이 물었다."섬 길잡이 입니다." 심여운은 옅게 웃으며 대답했다.그들은 곧 헤어졌다.한지훈과 용일, 용린은 스위트룸으로 돌아갔다.세 사람은 엄숙한 얼굴로 서로 마주 앉았다. "사령관님, 저는 심여운을 좀 믿을 수 없습니다." 용일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용린도 따라서 말했다. "맞아요. 저도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전 아직 그 흑기도 의심스럽습니다."한지훈은 어두운 표정으로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즉시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신룡전 사무소에 연락해서 미리 준비하라고 해.""예!" 용린은 짧게 대답한 다음 신속하게 안배했다. 한지훈은 스위트룸을 나와 하늘이 보이는 갑판 위에 서서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았다.할아버지, 제발 무사하세요.제가 반드시 찾으러 갈 테니까!저녁에 요트에서 환영 만찬이 열렸다.요트에는 수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모두 4층의 연회장에 모였다.연회장은 북적했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세계각지에서 온 부자들이었다. 선장은 연설을 마친 뒤 무대에서 내려와 주변 손님들과 술을 나누며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눴다.한지훈, 용일, 용린 세 사람은 구석의 쉼터에 앉아 술을 마시고 디저트를 먹으며 사람들을 바라보았다."용왕님, 라스베이거스 쪽에 있는 사람들은 준비가 다
한지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왜요? 전 나와서 놀면 안 되나요?"도설현은 웃으며 말했다. "그건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요."말을 마친 뒤, 두 사람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그러다 도설현이 일어나자 한지훈이 물었다. "어디 가세요?"도설현은 잠시 멈칫하다가 곧 귀 옆의 머리를 꼬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별거 아니고,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말을 마친 도설현은 드레스를 살짝 들고 화장실로 갔다.한지훈은 크게 신경쓰지 않고 한눈 힐끗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 한눈에 그는 사람들 속에 있던 한 남자가 도설현이 화장실을 간 지 얼마 안 돼서 그녀를 따라 화장실로 가는 것을 발견했다.별로 이상한 일은 아니었으나 한지훈은 계속 불안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술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한지훈은 그 수상한 남자를 따라 화장실에 갔다. 아니나 다를까, 그 남자는 주위를 몇 번 둘러본 후 바로 여자 화장실로 들어갔다.같은 시각, 도설현은 화장실의 거울 앞에 서서 거울에 비친 정교한 화장을 한 여자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약간 흐트러져 있었으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이번 합작에 문제가 없기를."도설현은 혼자 힘 내자고 중얼거린 다음, 도리머리를 치고 허리를 굽혀 손을 씻고 나서야 나갈 준비를 했다.그러나 갑자기, 여자 화장실 입구에서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들어와 싸늘한 표정으로 도설현을 쳐다보았다."누구세요?!"도설현은 놀라서 비틀거리며 세면대에 몸을 바짝 붙였다. 그녀는 남자가 화장실 문을 잠그는 것을 보고 나서 식은땀을 흘렸다. 여자 화장실에 나타난 남자는 도설현을 차갑게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네 목숨을 앗아갈 사람!"말을 마치자마자 그의 소매에선 은색의 칼이 차가운 빛을 뿌리며 미끄러져 나왔다.도설현은 놀라서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그녀는 한 손으로 세면대를 꼭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주먹을 쥐며 살짝 떨리는 입술로 힘을 다해 물었다. "누가 보냈지?"그녀는 결코 바보가 아니었다. 상대방이
"괜찮아, 괜찮아, 나머지는 내가 처리할게."도설현은 눈물을 글썽이며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한지훈이 무너진 화장실 칸에 다가가자 안에 쓰러져 있던 남자가 갑자기 칼을 들고 그를 향해 달려갔다."조심해요!"뒤에서 상황을 본 도설현이 놀라서 입을 가리고 소리쳤다!한지훈은 전혀 개의치 않고 옆으로 몸을 살짝 비튼 뒤 발로 차버렸다.퍽!남자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른 채 다시 차여서 화장실 칸에 들어갔다. 그는 무릎을 꿇고 심하게 떨리는 배를 부여잡으며 참지 못하고 위 안에 있던 것들을 모두 토해냈다.한지훈은 멈추지 않고 걸어가서 남자에게 숨 돌릴 기회도 주지 않고 바로 그의 머리를 잡고 변기에 쑤셔 넣은 뒤 물내림 버튼을 눌렀다.콰르륵!매우 큰 물내림 소리가 남자의 고막을 진동했다!그는 머리 전체가 물에 잠겨 전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숨을 들이마시면 소독액 냄새가 물씬 풍기는 물이 폐로 들어갔다."말해! 누가 보냈어?"한지훈은 남자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변기에서 끌어내며 사납게 물었다.남자는 지금 동서남북도 구별할수 없을 정도로 어지러웠다. 귀도 웅웅 울려서 한지훈이 뭘 말하는지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한지훈은 그가 입을 열지 않는 것을 보고 다시 그의 머리를 변기에 누른 뒤, 물내림 버튼을 눌렀다. 이렇게 격렬한 고문을 몇번 반복해서 당하고 나서야 남자는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말해! 네 뒤에 있는 사람이 누구야? 누가 너더러 저 여자를 암살하라고 했어?"한지훈이 강압적으로 물었다."허허... 그, 그건 절대로 알려줄수 없어, 차라리 날 죽여!"남자는 비참하게 웃었다. 그는 입이 무거운 사람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를 꽉 악문 것을 보면."그럼 우리는 더 이상 이야기할게 없겠네."한지훈은 고개를 저으며 동정하는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마지막에 너처럼 멍청해서 죽었어. 네 배후의 고용주가 중요할까, 아니면 네 목숨이 더 중요할까? 의심할 필요 없어. 네 목숨은 내 눈에 한 푼의 가치도 없으니
화장실에서 나올 때, 도설현과 한지훈의 얼굴에는 당황하고 무거운 표정으로 가득했다.한지훈은 바로 그녀의 곁을 따라다니며 물었다. "이번에 뭐하러 온 거예요?"도설현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말했다. "외국에 가서 비지니스 좀 할게 있어서요.""누가 안배했죠?" 한지훈이 다시 물었다.도설현의 얼굴은 순식간에 보기 흉해졌다. 그녀는 한참이 지나서야 대답했다. "조해란."한지훈은 그녀의 말을 듣고나서 모두 이해가 되었다. 조해란, 정말 악랄한 사람이구나. 사람을 보내서 도설현을 죽이려 하다니."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잠시 침묵한 후에 한지훈이 물었다.도설현은 지금 머릿속이 매우 복잡했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도 모르겠어요. 지금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요. 그 분이 왜 이렇게까지 했을까요?"한지훈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익 때문일 수도 있죠. 돌아가서 푹 쉬어요. 고민 있으시면 저 찾아와도 돼요."도설현은 눈물을 글썽이며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붉은 입술은 살짝 떨렸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먼저 저녁 파티장을 떠났다.도설현이 떠난 후에야 용일과 용린이 다가왔다.용린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용왕님, 저 여자는 누구예요? 둘이 친한 것 같아 보이던데, 형수님은 아세요?"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용린을 노려보았다. "멋대로 생각하지 마. 그냥 친구 사이일 뿐이야. 정확히 말하면 상하급 관계고."용린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눈썹을 치켜들고 한쪽에 서있는 용일을 바라보았다.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로를 보며 웃었다.곧 이브닝 파티가 막바지에 이르렀다.한지훈 등은 각자 스위트룸으로 돌아갔다.세수를 마친 후 한지훈은 탁 트인 베란다에 앉아 저녁의 바닷바람을 느끼면서 《천생서문》의 잔권을 꺼내 계속 연구하기 시작했다.요 며칠, 한지훈은 매일 시간을 내여 이 잔권의 내용을 보며 끊임없이 이해하고 학습했다.끊임없는 학습을 거쳐 한지훈은 자신의 의술이 계속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깨달았다.그는 또 잔권을 통하여 적지 않은 암
장월동은 자신의 진법이 정말 효과를 거두고, 게다가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까지 쉽게 튕겨낸 걸 보고는 갑자기 신심이 크게 높아졌다. 그동안 집안의 어른들이 줄곧 이 진법을 열심히 연습해라고 충고를 한 이유를 그제야 깨닫게 됐다. 사실 장 씨 집안이 세속 사람들로부터 지금까지 존경을 받게 된 것은 단지 수천 년간 줄곧 조룡 묘지를 수호해 온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장 씨 집안은, 조룡부터 시작하여 모든 오묘한 진법들을 수련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룡이 남긴 진법은 그 위력을 가히 짐작하기도 어려웠다. 심지어 5대 명산도 쉽게 등한시할 수가 없었다. “하하하!”그제야 장월동은 득의양양하게 크게 웃기 시작했다. 5성 룡급 천왕계와의 맞대결이 뜻밖에도 이렇게나 쉬울 줄은 몰랐다. 그동안 자신이 한지훈을 정말 과대평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 다시 한지훈의 손아귀로 돌아온 오릉군 가시는, 알 수 없는 강한 위력과 함께 다시 돌아오게 됐다. 예상치 못한 기운에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뒤로 몇 걸음 물러서고 나서야 비로소 몸을 굳힐 수 있었다. “한지훈, 지금 기분이 어때?”장월동의 얼굴에는 방금 전까지의 당황함은 전혀 없고, 오히려 여유롭게 한지훈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었다. “한 선생님, 괜찮으세요?”겨우 한 라운드밖에 안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밀려나게 된 한지훈의 모습에, 담효운은 다소 걱정되는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한지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비록 현재로선 불리한 상황이긴 하지만 이제 겨우 대결이 시작되었기에 아직 승패를 말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했다. “천산 장 씨 집안, 역시 내 예상 밖 실력이었어!”한지훈도 결코 이 강한 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약 장월동 또한 동방 오우만큼 5성 용급 천왕계 경지까지 도달했다면, 오늘 정녕 누가 죽게 될지는 정말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다행히 장월동의 실력은 동방 오우에 비해 하늘땅만큼의 차이가 났다. 어쩐지 천생 서문의 기록에 따르면, 천산 장 씨 집안
“너 죽고 싶어 환장한 거야?”한지훈이 갑자기 흥분하기 시작하자, 이내 한 그림자가 급히 달려와 한지훈의 팔을 꽉 잡았다. “한 선생님! 제발 화를 푸세요. 오늘 이 일은 오해일 수도 있잖아요. 괜히 손댔다가는 상상치도 못할 후과를 초래할 수 있어요!”깜짝 놀란 여시수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의 말대로 장월동과 한지훈 두 사람은, 그 어느 누구도 건드리기 쉬운 사람은 아니었다. 강릉에서 둘 중 한 명이라도 사고가 나게 되면 그 후과는 여시수가 책임져야 했다. “오해?”한지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장월동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 이름을 사칭하고 사방을 돌아다니면서 돈 빼앗은 것도 모자라, 이젠 아무런 죄 없는 여자까지 창녀로 몰아넣으려 하잖아. 그런데 이것도 오해라고 할 수 있어?”이내 한지훈의 몸에서 기운이 갑자기 폭발하기 시작하더니, 5성 용급 천왕계의 기세가 순식간에 전부 열리게 됐다. 한지훈의 팔을 잡고 있던 여시수의 몸은 이리저리 흔들리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은 상황에 여시수는 더 이상 한마디도 내뱉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목숨만 지킬 수 있다면, 감옥에 가는 것도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생각에 잠긴 여시수는 이내 두말없이 땅에서 일어나 방을 벗어났다. 곧 전쟁터가 될 이곳에서 그는 죽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 마찬가지로 구경하고 있던 한 무리의 부자 상인들도 잇달아 입구로 피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멀리 가지는 않고 복도나 룸 입구에 선 채 두리번거리기만 했다. 다들 과연 장 씨 집안 후계자가 더 대단한지, 아니면 한지훈이 한 수 위인지 보고 싶었다. 한편 한지훈의 몸에서 폭발한 5성 용급 천왕계의 기운을 느끼게 된 장월동은, 어느새 안색이 어두워졌다. 한때는 4성 천급 천왕계였던 한지훈이 어느새 5성 용급 천왕계의 존재가 될 줄은 몰랐다. 그 말은 즉, 천신의 경지까지 단 한 발자국 남았다는 것이다. 든든한 믿는 구석 덕분에 두려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던 장월동의 모습과 달리, 그의 실력은 사실 그리
이내 한지훈과 담효운이 한걸음 한걸음 룸 안으로 들어섰고, 사람들은 일제히 머리를 돌려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응?”영문을 알 리 없는 사람들은 그저 멍해졌다. 왜냐하면 그들의 눈앞에 똑같게 생긴 한지훈 두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담효운 또한 마찬가지로 멍해졌다. 여태 한 번도 마주 선 적 없었던 두 사람은 그동안 단지 서로에게 약간의 공통점이 있다고만 여겼다. 그러나 정작 마주한 순간, 그들은 비로소 서로의 깊은 유사성과 차이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기운 그리고 기세조차도 매우 닮아있다는 것을. 그러나 장월동의 몸에 있는 기세는 더욱 도도하고 위엄감이 있는 반면, 한지훈은 다소 평화로워 보였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여시수는 손에 술잔을 든 채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한지훈을 마주한 장월동 또한 깜짝 놀랐지만,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흥! 한지훈!”진짜 한지훈이 모습을 드러내게 된 이상, 장월동도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었다. 그는 술잔을 들고 와인 한 모금을 마시고는 얼굴에 득의양양한 기색을 드러냈다. 한지훈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거짓말일 테지만, 장월동은 결코 평범한 명문가 도련님이 아니었다. 필경 그는 천산 장 씨 집안의 후계자이기 때문에 아무리 약하다 하더라도 그의 실력은 평균 이상일게 뻔했다. 게다가 장월동은 장 씨 집안의 서열 2위의 후계자로서, 가문에서 중점적인 교육을 받은 적도 있었다. 그렇기에 장월동 역시 심상치 않은 저력을 품고 있었다. “너 대체 누구야? 뭔데 나로 위장하고 다니는 건데!”한지훈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 말을 들은 장월동은 담담하게 웃기만 하다가 이내 술잔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는, 드디어 가면을 벗어냈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장월동은 그렇게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냈다. “헉!”장월동의 진짜 얼굴을 똑똑히 보아낸 여시수는 깊게 숨을 한 모금 들이마셨다. 이 얼굴, 그는 결코 낯설지 않았다. 천산 장 씨 집안은 비
한지훈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스... 스카이 호텔에 있어. 하지만 네 마음은 잘 알겠는데, 이렇게 네가 허무하게 죽게 놔둘 수는 없어!”담창운은 머리를 돌리고는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옆에 서있던 담효령도 간곡히 권고했다. “우연이나 지금 한창 임신 중인데 너한테 절대 사고가 나서는 안되지. 괜히 무슨 일이 생겼다가는 내가 대체 무슨 체면으로 우연이 얼굴을 봐!”“내가 말했지. 나 한지훈이라고!”그러자 한지훈이 정색하고 말했다. 그는 다시 한번 자신의 신분을 밝히면서 그동안 그들이 만난 한지훈은 가짜라고 강조했다. 사실 담씨 집안사람들은 거의 모두 장월동을 한 번씩 본 적이 있다. 장월동의 기세, 그리고 각 방면의 기품으로 보아도 그는 한지훈과 같은 차원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눈앞의 이 젊은이가 바로 명성이 자자한 북양 왕 한지훈이라는 것은 감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효령아, 나도 데리고 가!” 한지훈은 병상에 누운 담효운이 더 이상 아무런 큰 문제가 없고 안정까지 되찾은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몸을 돌려 담효령에게 말했다. “그게...”담효령이 한창 난처해하고 있을 무렵, 담효운이 병상에서 겨우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래! 내가 너를 데리고 갈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너랑 같이 죽으면 되지!”“효운아!”담효령은 당장이라도 말리고 싶었지만, 담효운은 이미 한지훈과 함께 아래층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담창운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막으려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설령 막는다고 해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뒤이어 담효령이 아래층까지 쫓아갔을 무렵, 한지훈은 이미 담효운을 데리고 스카이호텔로 향하고 있었다. 떠나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담효령은 급한 나머지 발까지 동동 굴렀고, 이내 급히 비서를 소환하여 차를 타고 다짜고짜 쫓아갔다. 한편 그 시각, 스카이 호텔 천자 1호의 대통령 스위트룸에서는 강릉의 고위 간부들이 차례대로 장월동에게
그 말을 들은 집사는 급히 몇 사람을 데리고 빠른 걸음으로 2층으로 뛰어올랐다. “둘째 아가씨! 아가씨 얼른 문 열어요!” 곧이어 위층에서는 다급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주인님, 둘째 아가씨 방문이 열리지 않는데요!”집사는 이마에 식은땀까지 흘리며 뛰어 내려와 초조하게 말했다. “그럼 뭘 기다려, 얼른 문을 부수고 열어야지!”담창운은 급해난 나머지 눈시울까지 붉어졌다. 지금 이 순간, 그는 비할 데 없이 후회하며 가슴을 치게 됐다. 사실 담효령이든 담효운이든 그에게 있어 매우 소중한 손녀들이었다. 다만 애정 표현에 서툴렀던 그였기에 그동안 항상 투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손녀가 정말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담창운은 크게 후회됐다. 한지훈은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2층으로 올라가, 담씨 집안 하인 몇 명을 한꺼번에 밀치고는 방문을 걷어찼다. 방안은 칠흑같이 어두운 가운데, 담효운의 목에는 천이 묶인 채 몸은 공중에 높이 걸려있었다. “어? 둘째 아가씨...”집사가 막 나서려 하자, 한지훈이 먼저 방으로 뛰여 들어 손을 들어 담효운을 풀어주었다. 어느새 담효운의 몸은 좀 차가워졌다. 한지훈은 급히 손을 뻗어 담효운의 맥박을 살폈다. 담효운의 맥상은 이미 매우 미약하게 뛰고 있어 10분만 늦었더라도 저승길을 갈 뻔했다. “아가씨! 둘째 아가씨!”이내 하녀 몇 명이 급히 달려와 담효운을 침대에 눕혔지만, 그들이 어떻게 불러도 담효운은 여전히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곧이어 담창운과 두 중년 남자도 방문에 다가섰다. 그중 한 중년 남자는 쏜살같이 담효운의 침대 앞에 달려들어 초조하게 소리쳤다. “효운아! 담효운! 너 이렇게 죽으면 안 돼! 나한테 딸은 너 한 명뿐인데!”“효운아!”담창운은 눈물을 훔치며 천천히 침대 앞으로 다가와, 침대에 누워 겨우 숨을 쉬고 있는 담효운을 보면서 통곡하고 말았다. “만약 이대로 정말 죽게 된다면, 당신들 모두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한지훈은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이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이어 입구에 서있던 하인을 밀치고는 담효령을 데리고 별장으로 직접 들어섰다. 그들은 문에 들어서자마자, 담창운이 2층 방향을 가리키며 소리 지르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무리 혈육의 정을 생각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정말 너 때문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되는 꼴을 보고 싶은 거야?”그의 곁에 서있는 십여 명의 하인들은 모두 입을 다문 채 고개를 숙이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두 중년 남자는 잘못을 저지른 두 초등학생처럼 담창운 앞에 풀이 죽은 채 서서, 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러던 중, 발자국 소리를 듣게 된 담창운은 입구에 선 담효령을 발견하였고 그녀와 함께 온 한지훈은 아예 외면했다. 그의 시선 속 한지훈은 정말 너무나도 평범해서 굳이 여겨 볼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다. “효령이야?”담창운은 눈살을 찌푸린 채 담효령을 바라보았다. “너 마침 잘 돌아왔어. 얼른 가서 네 여동생 좀 설득해 봐. 오늘 저녁 한 선생과 잠자리를 가지지 않으면 우리 담씨 집안에 큰 화가 닥치게 될 거야!” “우리가 20여 년동안 깨 키워준 은혜를 봐서라도, 이번만큼은 우리를 위해 나서줘야 되지 않겠어!”그러나 담효령이 입을 열기도 전에 한지훈이 먼저 앞으로 나아갔다. “어르신, 안심하세요. 손녀 분을 그곳에 보낼 필요가 없습니다. 저랑 효령이가 이곳까지 찾아온 건 바로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그 말을 들은 담창운은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흘깃 보고는 더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했다. “흥, 말 참 쉽게 하네. 어떻게 이걸 해결할 건데? 뭔 자신감으로 그렇게 장담을 하는 거야? 너 그 사람이 누군지 알기나 해?”“한지훈이죠!”한지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상대가 한 선생이란 걸 잘 알면서도 네가 어떻게 해결한다는 거야? 설마 고작 네 혀로?”담창운은 화가 난 나머지 웃음을 터뜨렸다. 어린놈이 이렇게나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줄은 몰랐다. 감히 넘볼 수도 없는 일에
“허허, 아가씨,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나의 감시 하에 있어. 당신이 언제 강중에 갔는지 언제 강중을 떠났는지 등등... 난 전부 상세한 보고를 받고 있다고!”이내 낙소종은 휴대폰을 꺼내, 문자 메시지를 클릭하고는 담효령의 앞에서 건들거렸다. “당장 차 치워. 우리 지금 바쁘거든!”한지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뭐라고?”낙소종은 그런 한지훈을 힐끗 훑어보고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네 까짓게 뭔데? 난 한 선생을 대신해서 여기서 저 여자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한 선생을 불쾌하게 만들면, 그 후과를 네가 감당할 수 있기나 해!”역시나 담효령이 예상한 바와 같이, 그는 자기가 담효령을 얻을 수 없는 이상 그 누구도 얻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낙소종은 장월동과 함께 식사를 할 당시, 이미 담효령을 깨끗하게 팔아넘긴 상황이었다. 담씨 집안 자매들은 하나하나 모두 아릿 다운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고, 그중에서도 담효령이 가장 예뻤다. 다만 얼마 전 그녀는 강중으로 돌아간 후 줄곧 소식이 없었다. 그리하여 장월동이 직접 사람을 파견하여 그녀를 강제로 강릉으로 데려오려고 계획할 무렵, 낙소종은 부하들로부터 담효령이 강중으로 달려오고 있다는 보고를 받게 된 것이다. 그렇게 낙소종은 일단 급히 장월동에게 보고를 올리고는, 담효령이 향하는 길로 직접 달려와 그녀를 막은 것이다. 가짜 한지훈이 든든한 빽으로 있는 이상, 낙소종은 차에 탄 눈앞의 진짜 한지훈은 안중에 두지도 않았고, 더욱이는 담씨 집안을 더욱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했다. 지금으로서 그가 해야 할 일은 바로 담효령을 강제로 호텔로 데려가 자칭 “한 선생”의 쾌락을 만족시키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말할게. 차 치워, 지금 이럴 시간 없다고!”눈빛에 이미 살기가 배어 있었던 한지훈은 차갑게 말했다. “그렇게 바빠? 죽고 싶어 환장했나!”낙소종이 차문을 열려는 순간, 한지훈이 그의 뺨을 후려쳤고 쾅하는 소리와 함께 낙소종의 몸은 끊어진 연처럼
강우연은 한껏 어두워진 담효령의 표정에 답답한 듯 물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담효령은 겨우 침을 삼키고 작은 손을 벌벌 떨며 전화를 받았지만, 당황스러운 표정은 감출 수가 없었다. “효령아,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데 그래? 너 나 못 믿어?”평소와는 다른 담효령의 이상한 모습을, 강우연이 전혀 못 알아챌 리는 없었다. 이내 담효령은 고개를 돌려 강우연과 한지훈을 흘깃 보고는 난색을 표하였다. “이... 이번 사건은 한 씨 집안이랑 연관되는 일이야. 하도 무서운 일이라 난 굳이 너를 이번에 연루시키고 싶지는 않아!”뭐라고? 그 말을 들은 강우연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한지훈은 처음에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지만, 한 씨 집안사람과 연관된 일이라는 말을 듣고는 순간 눈이 번쩍였다. “한 씨 집안사람이라고? 효령아, 나한테 자초지종을 얘기해주지 않을래?”담효령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여동생이 보낸 작별 문자를 한지훈에게 건네주었다. 메시지를 확인한 한지훈의 눈에는 순간 한기가 스쳐 지나갔다. “도청!”자신을 부르는 한지훈의 목소리에 도청 전인은 급히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주상!”“이것 봐봐!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한지훈은 그 문자를 도청 전인 앞에 내밀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헉!”도청 전인 또한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메시지 속에서 가리키는 한 선생은, 바로 한지훈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문제는 여태 강중에 이런 소문이 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지훈은 줄곧 해외에 지내다가는, 돌아오자마자 동방 오우와 백일봉에서 약전을 펼쳤었다. 그런데 대체 강릉에 갈 시간이 어디 있단 말인가? 강릉에서 떠돌아다니는 이 한지훈은 필연적으로 짝퉁이었다. “저... 저는 전혀 모르는 일입니다. 제가 바로 사람을 보내 조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도청 전인은 두 손으로 다시 휴대폰을 건네며 말했다. 조사? 한지훈은 눈을 가늘게 뜬 채 말했다. “필요 없어. 시
바로 여시수 뒤에 서있었던 담창운은, 그들의 얘기를 들은 후 가슴이 저절로 가라앉았다. 자신의 두 손녀는 그 누구 하나 고집이 세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만약 담효운이 고집부리고 죽을지 언정 따라가지 않으려 한다면 담씨 집안에도 큰 화를 초래할게 뻔했다. 게다가 지금 이 상황은, 전에 이 씨 집안이나 낙씨 집안을 마주할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지금 한지훈이 용국에서의 지위가 하늘을 찌를 듯하니까. 이내 여시수가 허리 굽히고 한지훈을 차에 태우는 것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담창운은 손수건을 꺼내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닦아냈다. 다만 애석하게도 그가 지금까지도 모르고 있는 사실은, 눈앞의 한지훈은 가짜 인물이라는 것이다. “효운아, 방금 한 선생의 말도 들었다시피 네가...”담효운은 이빨을 악 문채, 울먹이긴 하지만 단호한 눈빛으로 담창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심상치 않은 표정에 담창운은 불길한 마음이 들어, 급히 담효운을 끌고 차에 올라탔다. 만약 담효운의 언짢은 표정을 한지훈이 보기라도 한다면, 담씨 집안은 필연적으로 큰 재난이 닥치게 될 거라 믿었다. 현재 한지훈의 명망으로는 얼마든지 담씨 집안을 쉽게 멸망시킬 수 있긴 하다. “효운아, 사실 할아버지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 선생은 우리 담씨 집안이 절대 미움을 사면 안 되는 거물이야! 그의 한마디로 우리 담씨 집안 수십 명의 식구들 목숨이 좌지우지될 수 있어!”담창운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담효운은 억울함을 토로하며 말했다. “할아버지! 다들 한지훈이 대영웅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아내한테도 잘해주는 사람이라면서요? 설마 그 모든 소문들이 거짓말이라는 거예요!”사실 담효운의 마음속에는 줄곧 짝사랑하고 있는 대상이 있었다. 두 사람의 감정은 줄곧 아주 안정적이었다. 다만 지금까지도 그 창호지를 뚫지는 못했다. 그 어떤 여자라도 자신의 가장 귀한 첫 경험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남자에게 남기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이니까. 설령 상대의 지위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