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만식의 뻔뻔한 제안에 임완유의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렸다.‘그 아비에 그 아들이네. 어쩜 저딴 제안을...’사진호가 그런 쓰레기로 자라는 것에는 어머니의 영향만은 아님을 그제야 깨달은 임완유였다.“회장님, 솔직히 회장님이 원하신다면 저보다 훨씬 더 젊고 예쁜 여자들이 알아서 몰려들 텐데... 왜 굳이...”“아, 결국 내 제안을 거절하겠다는 거로군. 그럼 더 이상 얘기할 필요도 없겠어.”어차피 담판은 엎질러진 것 같고... 더 이상 여기 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임완유는 홱 돌아섰다.“거기 서.”사만식 회장의 차가운 호통에 본능적으로 멈춰 선 임완유는 마음 속 한켠에서 슬슬 불안함이 밀려들기 시작했다.“여기가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는 그런 곳인 줄 아셨습니까?”‘제 발로 호랑이굴에 들어오고선 무사히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역시... 순진하군.’한편, 임완유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 마음을 다잡았다.“솔직히 이러실 줄 알고 여기 들어오기 전에 조치를 취해 뒀습니다. 30분 안에 제가 여기서 나가지 않으면 바로 경찰에 신고가 들어갈 거에요. 이 저택에 경찰들이 들이닥치는 상황은 회장님도 원하지 않으시잖아요?”“하하, 지금 날 협박하는 겁니까? 신고전화를 받고 경찰이 정말 여기까지 달려와줄 거라고 생각해요? 아니, 오히려 임 대표가 절 유혹하기 위해 여기까지 찾아왔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임 대표가 말했다시피 난 그 대단한 영사그룹 사만식 회장이니까요.”네까짓 게 아무리 날뛰어봤자 결국 내 손바닥 안이라는 듯한 사마식의 표정, 마지막 카드까지 무참히 짓밟혀버린 임완유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하게 질렸다.“그리고... 임 대표가 여기 들어오기 전에 누구와 무슨 얘기를 했는지 내가 정말 모를 거라 생각했습니까? 데리고 들어와.”사만식의 목소리에 정장을 입은 남자가 소정을 제압한 채 거실로 들어섰다.솔직히 30분이 지나도 경찰에 신고할 생각 따위 없었던 소정이었는데 경호원들이 그녀의 정체를 눈치채고 잡혀들어온 것이었다.
섹시한 소정의 몸매를 훑어보던 사만식의 혼탁한 눈동자가 더러운 욕망으로 물들었다.“좋네. 이런 미인이 또 한 명 굴러들어오다니. 난 두 명도 나쁘지 않은데 말이야.’절망과 분노가 밀려오며 임완유는 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대외적으로는 누구보다 정의로운 사만식이 사실 짐승보다 못한 자식일 줄이야. 사회적으로 나름 지위가 있으니 적어도 그 아들보다는 정상일 줄 알았는데 회사 대표라기 보단 동네 양아치에 가까운 모습에 임완유는 치가 떨렸다.‘사실은 지금까지 권력으로 자신의 더러운 악행들을 지워오고 있었던 거야?’“자, 그럼 이쯤에서 결정하시죠. 제가 강압적으로 나갈까요 아니면 알아서 들어오시겠습니까?”“저리 비켜!”자리에서 일어선 사만식 회장이 다가오자 임완유는 기겁하며 뒤로 물러섰다.“당신 뜻대로 움직이느니 차라리 여기서 죽을 거야!”“죽어?”사만식이 차갑게 웃었다.“설령 죽는다 해도 넌 나한테서 벗어날 수 없을 거야.”사만식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다.“당... 당신이 그러고도 인간이야?”“그래. 네 말이 맞아. 난 평범한 인간이 아니야. 내가 가진 돈과 권력으로는 이 세상에 신처럼 군림할 수 있지. 내가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 있다는 소리야. 그리고 네가 여기서 죽어버리면 네 친구는 어떡할 거지? 수많은 남자들에게 유린당하며 차라리 죽여달라고 애원하게 될 거야.”“미쳤어... 정말 미쳤어.”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임완유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그리고 어느새 그녀의 앞으로 다가온 사만식은 임완유의 손목을 덥썩 잡고 소파로 휙 던져버린 뒤 바로 윗옷을 벗기기 시작했다.“싫어...”“크큭, 결국 너도 원하게 될 거야.”인간의 존엄을 짓밟는 이 기분이 사만식의 마음을 짜릿하게 달구었다.쾅!그리고 그 순간,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남자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오더니 두 장정이 거의 튕겨나가다시피 거실로 픽 쓰러졌다.“뭐야?”흥이 깨진 사만식이 일그러진 얼굴로 벌떡 일어섰다.한편, 역시나 절망하던 소정의 눈동자가 순간 반짝였다.‘설마
‘임완유가 뭐가 그렇게 대단한데? 맨날 틱틱대기만 하고 트집만 잡잖아. 그런데 왜... 왜 쟤한테만 저렇게 잘해 주는 건데! 내가 쟤보다 훨씬 더 잘해 줄 수 있는데. 왜...!’한편, 차가운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예천우를 바라보고 있자니 사만식은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조폭 출신 대기업 회장인 그에게 이렇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너무나 오랜만인지라 화를 넘어 묘한 흥분감까지 느껴질 정도였다.“사만식 회장님 되시죠? 예천우라고 합니다.”예천우가 최대한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하, 네가 내 아들을 그렇게 만든 자였군. 그렇게 찾아헤맸는데 스스로 여기까지 찾아올 줄이야. 좋아. 오늘 넌 살아서 여기 나갈 생각하지 마.”예천우의 자기소개에 사만식의 눈이 순간 살기로 반뜩였다.“하, 글쎄요. 회장님 본인 걱정부터 하셔야 할 것 같은데...”짝!그리고 순식간에 다가간 예천우가 사만식의 따귀를 거칠게 내리쳤다.“이게 죽으려고!”사만식 역시 폼으로 조폭 두목을 지냈던 것이 아니었으므로 바로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으나 그의 예상과 달리 아무리 애를 써도 예천우의 거센 펀체를 피할 수 없었고 극심한 고통과 함께 그대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그만!”다음 순간, 지금까지 여유롭게 앉아만 있던 남자도 예천우를 향해 달려들었다.하지만 상대의 기습에도 여전히 피식 웃던 예천우는 여유롭게 펀치를 피한 뒤 그의 가슴을 내리쳤다.어마무시한 충격과 함께 남자가 쓰러지자 방금 전까지 자신만만하던 사만식 역시 조금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싸움을 잘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 실력자일 줄이야.“오늘 당신은 내 손에 죽을 거야. 각오해.”살기등등한 예천우의 눈빛에 사만식은 순간 움찔 뒤로 물러섰다.자기 아들뻘인 애송이의 기세에 이렇게까지 공포를 느낀다는 이 사실이 믿지지 않을 따름이었다.“경호원! 경호원!”분노한 사만식의 호통에 30명은 족히 되는 경호원들이 우르르 거실로 몰려들었다.“하, 겨우 이 정도로 날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예천우의 코웃
여전히 사만식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만 있으면서 경호원들의 공격을 자유자재로 피하는 것도 모자라 손을 뻗는 족족 치명타를 안기니 처음에는 기세 좋게 달려들던 경호원들도 움찔거리며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놀란 건 임완유와 소정도 마찬가지였다.예천우가 싸움을 잘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이 정도일 줄이야.“왜? 왜 가만히 있어? 계속해.”예천우가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경호원들을 도발했다.“쪽수 앞에서는 장사없어! 한번에! 한번에 덤비란 말이야! 한 대라도 때리는 놈에게는 천만원, 완전히 때려눕히는 놈에게는 1억 준다. 어서 덤벼!”겁에 질린 사만식의 호통에 예천우의 공격에 나가떨어졌던 이들마저 일어나 달려들기 시작했다.하지만 압도적인 실력 차이 앞에 수적 우세 따위는 아무 의미도 없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경호원들이 쓰러진 채 얕은 신음소리만 뱉어내기 시작했다.사만식 회장을 지키던 경호팀장마저도 가슴을 움켜쥔 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예천우의 모습을 다시 훑어보기 시작했다.‘이게 정말... 한 인간의 힘이란 말인가.’어느새 혼자 남은 사만식은 오랜만에 진정한 공포를 느끼는 중이었다.“이... 이 정도 하면 됐잖아. 그, 그만해.”“그만하라고? 말했잖아. 내가 당신 죽여버릴 거라고.”예천우가 한 발 앞으로 다가서자 사만식이 기겁하며 뒤로 물러섰다.“죽, 죽이다니. 날 죽이고 그 뒷감당을 할 수 있을 것 같아?”“그 뒷감당은 말 그대로 내가 하는 거고.”“그만! 여기서 그만두면 내 아들을 때린 일, 오늘 내 집에 쳐들어온 일까지 전부 다 없었던 일로 해줄게.”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사만식이 다급하게 손을 내저었다.조직 그룹의 피 튀기는 암투, 그리고 총알 없는 전쟁이나 다름없는 경영권 쟁탈전에서도 한치의 두려움 없이 맞섰던 그였지만 지금 이 상황만큼은 진심으로 공포를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이미 늦었어. 감히 내 여자에게 불순한 생각을 품는 순간, 넌 이미 죽은 목숨이었던 거야.”솔직히 예천우가 이렇게까지
어느새 다가온 소정 역시 예천우를 말리기 시작했다.‘뭐지?’너무나 친절한 말투에 임완유는 언제 두 사람이 이렇게 친해졌나 싶었지만 나름 생명의 은인이니 그만큼 고맙겠거니라고 생각할 뿐 더 신경 쓰지 않았다.한편, 애원 어린 눈으로 예천우를 바라보는 사만식은 속으로 복수의 칼을 갈고 있었다.‘예천우... 내가 널 너무 과소평가했네. 실력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이번 위기만 넘기면... 총을 다룰 수 있는 애들로 준비해야겠어. 네가 아무리 대단해 봤자 총알을 피할 수 있을까?’하지만 예천우는 순간 스치고 지난 사만식의 표독스러운 표정을 그대로 캐치했다.순진한 임완유와 소정은 아마 모르겠지만 사만식 같은 사람을 지금 살려준다면 감격하긴커녕 오히려 후환을 남겨두는 것임을 예천우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날 공격하는 건 상관없지만 아마... 더 약한 완유를 노리겠지.’“아니. 난 정말 저 자식 죽이려고 온 거야. 장난으로 여기까지 온 거 아니야.”차가운 표정의 예천우가 죄 많은 사만식의 목숨을 끊어놓으려던 순간.경찰차 사이렌 소리와 함께 50명쯤 되는 경찰특공대가 실탄까지 장착한 채 저택에 들이닥쳤다.그리고 그들의 선두에 선 건 바로 천해시 경찰청 장한식이었다.갑자기 경찰들이 들이닥치니 임완유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뭐지? 소정이가 신고한 건가? 아니야. 바로 잡혀들어와서 그럴 새도 없었을 텐데...’어안이 벙벙한 건 경찰들도 마찬가지였다.바닥에 잔뜩 드러누운 경호원들을 쭉 훑어보던 장한식 청장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다가가 사만식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사만식 씨, 당신을 살인혐의, 횡령 등 혐의로 긴급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습니다.”‘뭐, 뭐지?’경찰 측에서 은밀하게 그를 파고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확신했고 영사그룹의 권력에 결국 겁 먹고 물러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긴급 체포라니...하지만 지금 이 순간 사만식은 차라리 경찰에 체포되는 게 나을
“천우야, 경찰에 신고... 네가 한 거야?”임완유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아니.”“그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아까 청장님이라는 그분 반응을 보니까... 뭔가 이상해서. 마치 우리가 그곳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듯한 눈치였어.”임완유의 분석에 소정 역시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천우가 신고한 게 아니었어? 아니. 설령 아니라고 해도 완유가 알면 안돼. 그럼 천우한테 더 빠질지도 모르니까. 지금 중요한 건 어떻게든 완유랑 유걸 씨를 엮어주는 거야.’“아, 알겠다. 유걸이가 했나 보다!”“유걸이가?”임완유가 미간을 찌푸렸다.저번에 보아하니 사진호의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던데 영사그룹 사 회장에게 반기를 드는 행동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넌 유걸이 별로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더라고. 내가 유걸한테 전화해서 상황을 대충 설명했더니 일단 진정하라고 하더라. 그리고 자기 삼촌이 지금 사 회장을 조사하고 있다고까지 했다니까. 솔직히 경찰청 청장 되는 짬밥이 체포 작전에 직접 투입된다는 게 말이 돼? 분명 유걸이 개입해서 그런 걸 거야.”소정이 되는대로 말을 지어내기 시작했다.‘유걸이 삼촌 유용진이 경찰청 2인자라고 했던가... 그럼 가능할 수도?’되는대로 이야기를 지어낸 소정은 대충 화장실을 가겠다는 핑계로 자리를 뜬 뒤 바로 유걸에게 전화를 걸어 알리바이를 맞추기 시작했다.“소정아, 정말 고마워. 내가 이 은혜는 무조건 갚을게.”통화를 마치고 소정이 일부러 시간을 끄는 사이, 어느새 달려온 유걸이 임완유를 향해 부랴부랴 달려왔다.“완유야, 괜찮아?”“유걸? 너가 여기까진 무슨 일로...”“소정이한테 얘기듣고 너무 걱정이 돼서... 그래서 바로 삼촌한테 전화했던 거거든. 사만식 회장 체포됐다면서?”유걸이 느끼한 미소와 함께 말을 이어갔다.“솔직히... 삼촌한테 거의 무릎 꿇고 빌다시피 해서 출동한 거야. 경찰 측에선 증거가 확실하게 잡히면 일망타진하려고 했던 건데 어떻게 보면 좀 경솔하게
“아, 나도 따로 볼일이 있어서 두 사람 먼저 집으로 가.”먼저 차에 탄 예천우는 집이 아닌 병원으로 향했다.‘감히 내 여자를 때려? 절대 용서 못해...’한편, 체포 작전을 무사히 마친 장한식은 천해시 시장 황근호에게 전화를 걸었다.“작전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예천우 씨는 무사히 저택을 나섰고 사만식 대표는 지금 경찰서로 압송하는 중입니다.”“좋습니다. 이제... 국회에서 뵐 날이 머지 않을 것 같군요.”천해시의 종양덩어리나 마찬가지인 사만식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에 황근호가 호탕하게 웃었다.“감사합니다. 시장님.”국회 진출을 약속받으니 장 청장의 입꼬리 역시 귀에 걸렸다.영사그룹 사만식 회장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조사를 하고 있었지만 직접적인 증거를 찾기 어려워 실질적인 작전을 펼치지 못하고 있었다.사실 이번 체포작전의 숨은 공신은 바로 양대복이었다.양대복이 직접 황 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예천우와 사만식의 아들 사이에 충돌이 일어 상황이 점점 위험해지고 있다는 정보를 흘렸고 양대복은 만식파와 경쟁 관계인 조폭 두목으로서 상대방의 범죄 증거를 꽉 잡고 있었기에 경찰 측에서 고민이던 직접적인 증거 문제까지 한번에 해결될 수 있었던 것이다.한편, 이 모든 상황을 보고받던 양대복 역시 그제야 묘한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드디어 끝이다.’지금까지 사만식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지만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던 건 사만식이나 영사그룹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종사급 고수인 사만식의 아버지 사태수 때문이었다.하지만 지금 겉으로 드러나있는 상대는 예천우이니 설령 사태수가 돌아온다 해도 예천우를 타깃으로 삼을 것이다.‘물론 이건 천우 님께서 아시면 안 되겠지만...’같은 시각, 임완유 대신 운전대를 잡은 소정이 또 넌지시 한 마디 던졌다.“완유야, 이번에 유걸이 진짜 큰 도움 준 거 알지. 그 사람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날 뻔했어.”“그러게. 유걸이 아니었으면 천우... 정말 사만식 회장 죽였을지도 몰라.”“그러니까. 너뿐만 아니라 천우도 이번에
한편, 역시 예천우가 어디 있는지 궁금해진 소정은 몰래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천우야. 아, 완유가 전화해 보라고 해서. 어디까지 왔어?”“지금 병원이야. 볼일만 마치고 바로 갈 거라고 전해 줘.”전화를 끊은 예천우는 성큼성큼 병실로 향했다.‘병원?’살짝 갸웃하던 소정은 바로 예천우가 임완유의 복수를 하러 간 것임을 직감했다.‘뭐야. 임완유가 해준 게 뭐가 있다고...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데!’같은 시각. 임완유의 휴대폰이 울리고 당연히 예천우인 줄 알고 발신인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받은 그녀의 귓가에 표독스러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완유, 마지막 경고야. 지금 당장 우리 진호 앞에 무릎 꿇고 싹싹 빌어. 안 그럼 너네 집안 전부 밀어버릴 거니까.”김혜정이 자기 할 말만 쏟아내고 전화를 끊어버리자 임완유는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뭐야...’“누구야?”소정의 질문에 임완유가 대답했다.“사진호 어머니.”자초지종을 들은 소정이 펄쩍 뛰었다.“하, 뭐야. 자기 남편이 경찰에 체포된 건 모르는 건가? 뭘 믿고 그렇게까지 하는 거래?”“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잖아. 뭐 믿고 있는 게 또 있나 보지.”“그러게. 뭔가 대책을 강구해야겠어.”한편, 엄마의 통화를 듣고 있던 사진호는 왠지 모를 찜찜함을 감출 수 없었다.임완유 성격에 이런 협박 통화 한 통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임완유의 아름다운 얼굴이 떠오르며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엄마, 진짜 병실로 올까요?”“그럼. 안 오면 자기 가족 다들 길바닥에 나앉을 텐데 안 오면 어쩔 거야. 아들, 넌 이번 기회에 걔 기부터 확 잡는 거야. 알겠지?”“네, 엄마!”임완유가 그에게 용서를 구걸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바보처럼 헤실거리던 사진호의 표정이 확 굳었다.‘설... 설마 예천우?’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아들을 바라보던 김혜정이 이상하다는 얼굴로 물었다.“진호야, 왜 그래?”그리고 아들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병실
“알겠어.”유은수는 그 말을 남기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그러나 속으로는 이를 갈며 생각했다.‘누가 너더러 다시 오라고 했어? 돌아와서 뭘 하겠다는 거야. 내 회사를 빼앗으려고? 꿈도 꾸지 마. 임연 그룹은 절대 네 것이 될 수 없다고.’하지만 유은수는 임완유가 머지않아 천풍 그룹의 글로벌 대표 자리에 오르게 될 것이며 조만간 조 단위 자산을 가진 대기업을 이끄는 인물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다.임강은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그는 유은수의 태도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예전부터 집안의 모든 결정권은 유은수에게 있었고, 이제는 거의 여황제 수준이었다.그녀가 말하면 곧 법이 되는 상황이었기에 그도 별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한편, 예천우는 용미소를 찾아갔다.그녀는 예천우를 보자마자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따졌다.“예천우, 도대체 무슨 속셈이야? 지난번에 왜 날 속였어?”“내가 널 속였다고?”예천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모르는 척하지 마. 넌 분명 용문의 용왕이면서도 나한테 특수 요원이라고 했잖아!”“아, 그거 말이야.”예천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내가 분명히 용왕이라고 말했는데 네가 안 믿었잖아. 그래서 그냥 네가 듣고 싶은 대로 맞춰준 거지.”“흥! 그런 말장난으로 넘어가려 하지 마. 덕분에 내가 얼마나 창피를 당한 줄 알아?”용미소는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은 듯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무심하게 말했다.“그래. 다 내 잘못이야. 미안해. 사과할게.”그녀가 지난번 자신이 예씨 가문과 대립할 때까지도 도와주려고 했던 모습을 떠올리자 예천우는 더 이상 장난칠 기분이 들지 않았다.그녀는 충분히 존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용미소는 가볍게 사과로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사과만으로는 부족해. 하나 약속해 줘.”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예천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는 거겠지?’“뭘 약속해 달라는 건데?”“아직 정하지 않았어. 하지만 걱정하
예천우는 이 광경을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저었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완유야, 여기 일은 끝난것 같으니 난 먼저 가볼게. 아까 용 형사가 나를 찾더라고. 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봐야겠어.”임완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다녀와. 난 여기 마무리하고 있을게.”그녀는 아까 용미소가 예천우를 따로 부른 걸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묻지 않았고 예천우는 그렇게 자리를 떠났다.그가 나가고 난 뒤 임완유와 가족들은 담당 경찰과 대화를 나눴고 마침내 임완유는 서류에 서명했다.배상 문제에 대해서는 임완유가 단호하게 거절했고 한 푼도 받지 않겠다는 뜻이었다.이 모든 일이 마무리되자 유은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임완유를 꼭 끌어안았다.“완유야, 정말 고맙구나!”그녀는 감격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잘못을 했는데도 넌 여전히 날 이렇게 감싸주다니... 넌 정말 이 세상에서 가장 착한 딸이야. 엄마는 너를 사랑해.”너무나도 감성적인 말이었기에 임완유는 순간 멈칫했다.솔직히 이런 말은 오랜만이라 어색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어머니가 마음을 표현해 주는 것이 기뻤다.그래서 그녀는 살짝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완유야, 이제 엄마는 정말로 정신 차렸어. 앞으로는 절대 함부로 행동하지 않을 거야. 회사를 잘 이끌고 우리 임씨 가문을 더욱 성장시켜야지.”“네, 믿어요. 엄마가 회사를 잘 운영하면 분명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거예요.”임완유는 괜한 경쟁심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어머니를 칭찬했다.유은수는 그 말을 듣자 기뻐하며 자신감을 보였다.“그래, 그렇지? 엄마를 믿어. 난 절대 널 실망하게 하지 않을 거야.”하지만 바로 그때 유은수가 말을 이어갔다.“그런데 말이야. 그 루루 화장품의 레시피 말인데...”임완유는 순간 굳어졌다.‘결국 여기까지 왔네. 모든 대화가 돌고 돌아 다시 원점으로 말이야.’그녀는 짧은 순간 고민했다.이 레시피가 그녀의 것이었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바로 넘겨줬을 것이다.하지만
경찰서 안으로 조금 들어서자마자 임강이 급히 다가왔다.“완유야. 드디어 왔구나. 네가 안 왔으면 네 엄마가 정말 못 버텼을 거야.” 그가 다급한 얼굴로 외쳤지만 린완유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고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고 예천우 역시 냉담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두 사람의 차가운 반응에 임강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도 그동안 자신들이 한 짓이 너무 심했기에 무슨 말을 해도 변명이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예천우와 임완유가 온 덕분에 그도 함께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원래는 단순히 아내의 상태를 확인하러 온 것뿐이었다.경찰의 안내를 받아 임완유와 예천우는 마침내 그녀의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갔다.유은수는 이미 임완유가 온다는 소식을 들은 상태였기에 딸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벌떡 일어나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그녀는 눈가가 붉어진 채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완유야! 내 사랑하는 딸아, 네가 왔구나!”유은수의 얼굴은 창백하고 지쳐 있었으며 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있었고 전체적으로 초췌한 모습이었고 그 모습이 한층 더 그녀를 안쓰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유은수가 말했던 사랑하는 딸이라는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그동안 가슴속 깊이 쌓아두었던 분노가 터지려 했지만 그 말 한마디에 힘이 빠졌고 대신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그녀의 마음을 뒤흔들었다.유은수는 평생 편안하게 살아왔고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갑작스러운 상황에 불안과 두려움이 밀려왔을 테니 당연히 저렇게 지쳐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그녀가 이번 일을 통해 뭔가 깨달았기를 바랄 뿐이었다.예천우는 그런 임완유 옆에서 유은수를 바라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그런데 뭔가 어색했다.‘흠... 너무 작위적이야.’눈물에 젖은 듯한 눈동자, 흔들리는 어깨, 절박하게 보이는 표정은 전형적인 감성 자극 연기였다.하지만 굳이 나서서 뭐라고 할 필요는 없었다. 진실이든 거짓이든 상관없었고 그저 임완유가 이걸로 마음을 정리할 수
김희자는 백강호의 싸늘한 시선을 받자 얼굴이 굳어졌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오, 오빠... 왜 그래?”백강호는 이를 악물며 낮게 으르렁거렸다.“왜 그러냐고? 이 지경까지 온 게 다 누구 때문인데!”그의 얼굴은 어둡게 일그러져 있었다.“이게 다 네가 저 자식한테 괜한 짓을 부추겼기 때문이야! 네가 아니었으면 내가 이런 꼴을 당했겠어?”김희자는 당황한 얼굴로 변명했다.“그, 그게 왜 내 잘못이야? 게다가 어차피 절정종이 나서면 저놈은 끝장난다고 했잖아.”“원래는 그랬지. 하지만 방금 흑호한테서 연락이 왔어. 그놈은... 용문의 용왕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어.”“뭐?”김희자는 경악했다.“그럴 리가 없어! 흑호가 잘못 들은 거 아니야?”“흑호가 나한테 거짓말할 리 없어.”백강호는 한숨을 내쉬면서 생각에 잠겼다.‘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놈이 처음부터 얼마나 당당했는지 이해가 가네. 애초부터 난 희자 때문에 실수를 저질렀어. 그런데 지금 알아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지금 그가 가장 걱정하는 건 예천우를 어떻게 상대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자기의 단전이었다.‘정말로 회복할 수 있을까. 지난번에 절정종의 종주께서 누군가가 단전 회복에 성공했다는 자가 있다고 들었어. 그런데 어떻게 하면 회복할 수 있을까? 어찌 됐든 단전이 부서졌으니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절대 회복할 수 없을 거야.’“그, 그러면 이제 돈은 어떻게 해야 해? 줘야 하는 거야?”김희자가 조심스럽게 물었고 그녀도 이번에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걸 깨달은 것 같았다.‘흑호, 도훈이 그리고 이제는 오빠도 모두 나 때문에 망했어.’“... 돈은 줘야겠지. 만약 우리가 버티면... 백씨 가문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어.”백강호는 땅이 꺼지듯 한숨을 쉬었고 순식간에 많이 늙은 것 같았다. 한평생 쌓아온 모든 것이 단 한 순간에 무너지는 느낌이었다.예천우의 신분을 알아버린 이상 이제는 돈을 안 줄 수가 없었다.‘그래. 일단 돈을 주고 이후에 절정종에 이 일을 넘겨 다시 찾아오면 돼. 나도
백강호는 천천히 몸을 숙이더니 조심스럽게 정교한 작은 상자를 꺼냈다.그는 이 보물을 항상 몸에 지니고 있었다.그리고 마치 손에서 놓기 싫다는 듯 아쉬운 눈빛을 띠며 예천우에게 상자를 건넸다.이건 단순한 보물이 아니었다.칠색연꽃을 재료로 약을 잘 만들면 곧바로 종사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알려진 귀중한 보물이었다.백강호 역시 이걸 보고 한동안 마음이 흔들렸지만 절정종의 압박이 너무나도 무거웠다.그들에게 이 보물을 바치는 게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는 유일한 길이었다.그는 절정종의 강자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종사급 고수를 단숨에 살해하는 모습을 분명히 보았다.그렇다면 저 자식이 절정종을 건드렸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운명은 이미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이 자식이 감히 절정종을 건드려? 이번에는 반드시 죽을 거야.’예천우는 천천히 상자를 받아 들었다.뚜껑을 열어 확인하자 과연 예상했던 대로 칠색연꽃이 들어 있었다.이 정도의 보물이 그의 손에 들어온 것은 그야말로 뜻밖의 행운이었다.이걸 제대로 활용하면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예천우는 가볍게 웃으며 상자를 닫아 그대로 챙겼다.“이걸 봐서라도 이번 한 번은 그냥 넘어가 주지.”그는 나지막이 말하며 백강호를 내려다봤다.“하지만 기억해 둬. 1조 8,000억은... 하루 안에 입금해. 그렇지 않으면 네가 감당하지 못할 일이 생길 거야.”그 말을 남긴 채 예천우는 차에 올라탔고 그대로 시동을 걸어 유유히 사라졌다.그들이 완전히 떠난 후에야 남아 있던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방금 전까지 예천우가 내뿜던 살기는 도저히 견디기 어려운 수준이었다.김희자는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헐떡이며 말했다.“오빠, 이제 어쩌면 좋아? 이대로 당할 순 없잖아.”백강호는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 채 이를 갈았다.“걱정 마. 당장 위에 보고할 거야.”그의 눈빛에는 강한 살기가 서려 있었다.“절정종의 것을 건드린 놈이 멀쩡할 것 같아? 이번엔 확실히 죽을 거야.”김희자는 여전히 불안한
김희자는 흥분한 나머지 곧바로 반박했다.“평범한 보물이라면 당연히 신경 쓰지 않겠지만 이건 칠색연...”“그만해!”그때 백강호가 재빨리 김희자의 말을 끊었다.백강호는 아까 김희자를 미처 제지하지 못했지만 더 이상은 안 된다고 생각했다.그는 눈을 번뜩이며 예천우를 향해 단호하게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워. 지금 당장 우리를 풀어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그 결과는 네가 감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네 마누라보다는 똑똑하네. 적어도 너는 당장 나한테 사죄하고 빌라고는 하지 않잖아.”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백강호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하지만, 똑똑해도 소용없어. 절정종이든 그보다 더 강한 세력이든... 오늘 네가 돈을 내놓지 않으면 그 누구도 너를 살릴 수 없어.”그 말을 들은 백강호는 얼굴이 굳어졌고 그의 눈에는 경악과 분노가 뒤섞였다.“너... 감히 절정종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거냐? 아니면 절정종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모르는 거냐?”“그게 그렇게 중요해?”예천우는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마지막 기회를 주지. 1조 8,000억... 낼 거야 말 거야?”예천우가 차가운 시선으로 백강호를 노려보자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는 듯했고 그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가 모두를 압박했다.백강호의 얼굴이 굳어졌고 주변 사람들 역시 숨을 삼켰다.김희자는 아예 식은땀을 흘리며 백강호를 붙잡았다.“오빠, 오빠... 그냥 줘요. 돈은 다시 벌면 되잖아요. 지만 목숨을 잃으면 끝이라고요!”백강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는 그간 수많은 사람을 죽여왔기에 지금 이 순간 눈앞의 남자가 진심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이 자식 정말로 진심이네...’결국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좋아. 돈을 줄게.”그러나 그는 곧바로 덧붙였다.“하지만 1조 8,000억을 한 번에 줄 순 없어.”예천우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네 사정이지.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이제는 더 이상 부정할 수도 없이 백강호는 완전히 폐인이 되었다.김희자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고 눈에는 공포와 충격이 가득 차 있었다.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고 그제야 뭔가 깨달았다.자신이 그토록 믿었던 전신이고 누구도 당해낼 수 없을 것 같던 남편이 이제는 완전히 무너졌다는 사실을.그리고 그 모든 건 바로 그녀 자신이 부추긴 결과였다.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백강호가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너... 대체 누구냐...?”예천우는 무심하게 웃으며 가볍게 대답했다.“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아.”그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냉혹했다.“중요한 건, 지금 당장 1조 8천억이 내 계좌로 들어와야 한다는 거지.”예천우는 김희자를 흘끗 보며 덧붙였다.“네 마누라는 돈이 없다고 하던데 너는 문제없겠지?”백강호는 치를 떨며 이를 악물었다.그는 몸속의 진기가 완전히 사라진 걸 느끼며 더 깊은 절망에 빠졌다.분노로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 돈은 절대 줄 생각 없어.”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네 아내의 목숨도 별로 소중하지 않은 모양이군.”“오, 오빠...”김희자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백강호를 붙잡았다.“돈은 다시 벌면 되지만 목숨은 한 번 잃으면 끝이라고요!”백강호는 이를 악물었고 이 상황에서도 그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겁먹지 마. 내가 있으면 저놈이 우리한테 함부로 못 해.”예천우는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이 정도로 당하고도 아직도 자신만만하네.”백강호는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너도 네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를 건드렸는지 모르는 모양이군.”그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그래, 넌 강해. 인정하지. 넌 아마도 종사 경지의 고수겠지. 하지만 알아둬.”백강호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이 세상에는 종사가 너뿐인 게 아니야.”예천우는 그의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그야 당연하지. 그런데 그래서 뭐?”
그러나 모두가 백강호의 승리를 확신하던 순간 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그리고 아주 가볍게 아무런 힘을 쓰는 것 같지도 않은 동작으로 손을 뻗었다.그런데 그 순간 백강호의 손목이 그대로 붙잡혔다.“뭐지?”백강호는 아직도 승리에 취해 있었지만 다음 순간 자신이 공격하던 손이 상대에게 완전히 제압당했음을 깨달았다.그리고 더 놀라운 건 그 순간부터 손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고 마치 힘이 뿌리째 뽑힌 듯 완전히 무력해졌다.‘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그러나 그의 충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예천우는 손을 잡은 채 가볍게 당겼을 뿐인데 백강호의 몸은 순식간에 균형을 잃고 바닥으로 강하게 내동댕이쳐졌다.“크아악!”백강호는 온몸에 전해지는 극심한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그는 지금까지 수도 없이 싸워왔고 웬만한 통증은 견딜 수 있는 강자였다.하지만 이번만큼은 참을 수가 없었다. 온몸을 관통하는 고통이 그의 신경을 마비시킬 정도였다.김희자는 완전히 얼어붙었다.“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그녀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입을 벌린 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백강호의 부하들 또한 충격에 빠졌다.그들에게 백강호는 절대적인 존재였다.그는 언제나 압도적인 힘을 보여줬고 이번 칠색연꽃을 차지하는 과정에서도 그들의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실력을 보여줬다.그런 백강호가 단 몇 초 만에 그토록 처참하게 쓰러지다니.그러나 예천우의 공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그는 한 발 앞으로 나서더니 가볍게 발을 들어 백강호의 오른쪽 다리를 밟았다.“우드둑!”순식간에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으아악!”백강호의 비명은 더욱 처절해졌지만 예천우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이번엔 왼쪽 다리까지 짓밟아 버렸다.“우드둑!”또 한 번 끔찍한 소리가 울렸고 백강호는 바닥을 기어가며 몸부림쳤다.그의 고통은 끝이 아니었고 예천우는 마지막으로 가볍게 발을 들어 올리더니 백강호의 가슴을 세게 걷어찼다.
예천우는 사실 별다른 대단한 기술도 쓰지 않았다.고작 명경 절정의 경지였던 세 명이었고 암경조차 돌파하지 못한 약골들이었으니 예천우가 상대하기엔 너무 쉬운 상대였다.몇 초도 지나지 않아, 세 명은 바닥에 쓰러져 비명을 질렀다.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고 김희자는 얼굴이 잔뜩 굳었다.‘아까부터 봐서 알았지만 저 셋으로는 애초에 안 되는 상대였어!’그녀는 서둘러 백강호를 보며 말했다.“오빠, 저놈이 오빠만큼은 아니지만 실력은 꽤 되는 것 같아. 오빠가 직접 나서야 할 것 같아.”백강호는 눈썹을 찌푸리며 짧게 대답했다.“알고 있어.”그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방금 전 싸움으로 예천우의 실력을 어느 정도 가늠하려 했으나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때, 예천우가 피식 웃으며 비아냥거렸다. “왜? 아직 준비가 덜 됐나? 아니면 전화라도 해서 더 많은 놈들을 불러야겠어?”“건방진 녀석!”백강호는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너 같은 애송이를 상대로 무슨 준비가 필요하겠어?”그는 코를 들이켜며 침착하게 말했다.“방금까지는 네 따위를 상대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해서 직접 나설 필요가 없다고 봤다. 하지만... 이제 보니 손 좀 봐줄 필요가 있겠군.”예천우는 한층 더 비웃는 눈빛을 보냈다.“그럼 말이 길어질 필요 없겠네. 얼른 덤벼봐.”그의 도발적인 태도에 백강호는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좋아. 그렇게 죽고 싶다면 내가 직접 너를 보내주지.”그는 즉시 자신의 진기를 끌어올렸고 이내 그의 온몸에서 강력한 살기가 퍼져나갔다.그리고 순간, 그는 예천우를 향해 전력을 다해 덮쳤다.그가 쓰는 기술은 평범한 무공이 아니었고 한 번에 상대를 끝장낼 수 있도록 가장 강한 필살기였다.그는 상대가 흑호와 백도훈을 가볍게 쓰러뜨렸다는 점을 고려했고 비록 자신보다는 약하겠지만 그래도 절대 가볍게 볼 상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백강호는 처음부터 전력을 다했다.바로 그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하지만 지금 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