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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작가: 꽃길
진정우는 내 손을 더 꽉 잡았고 그의 눈빛이 잠시 흔들린 뒤 힘을 빼며 내 손을 천천히 놓아주었다. 나는 손을 살짝 문지르며 서둘러 옆으로 물러섰다.

“정우 씨가 표시해 둔 부분은 다 수정했어요. 지금 확인해 보시겠어요?”

하지만 진정우는 그대로 눈을 감은 채 의자에 기대어 있었다.

“괜찮아요. 가서 쉬세요.”

“아... 그럼 좋은 밤 되세요.”

나는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바로 그때 진정우가 내 이름을 불렀다.

“지원아.”

순간 깜짝 놀랐다. 방금 뭐라고 했지? 지원아...

나를 이렇게 부르는 사람은 부모님뿐이었고 친구인 안리영조차도 이런 식으로 부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진정우가 나를 지원아라고 부른 것이다.

놀라서 뒤돌아보았지만 그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는 눈을 감은 채 대답했다.

“문 좀 닫아 주시겠어요?”

나는 잠시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문을 닫고 나왔다. 그리고 진정우의 방에서 나오자마자 숨을 고르며 복도 벽에 잠시 기대었다.

시간이 지나도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자꾸만 방금 진정우와의 눈 맞춤과 그가 내 손을 잡고 파일을 열어주던 순간이 떠올라서 마음이 복잡해졌다.

결국 나는 스스로 머리를 가볍게 치며 정신을 차리고 방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눕고도 잡생각을 지우려고 휴대폰을 켜 보니 읽지 않은 메시지가 몇 개 와 있었다.

먼저 안리영에게서 온 메시지가 보였다.

[그 자식은 아직 무사해. 피를 꽤 많이 흘렸어.]

그 말에 웃음이 나서 답장을 보냈다.

[다음엔 더 세게 때려야지.]

안리영은 답이 없었다. 아마 이미 잠들었거나 관리를 받고 있는 중일 것이다.

그녀와의 대화창을 닫고 이번엔 신지태에게서 온 메시지들을 확인했다. 전부 강유형과 관련된 얘기였다.

메시지 1: [전 남친 머리통을 가격하다니. 멋있는데?]

메시지 2: [몰래 말하는 건데, 잘했어.]

메시지 3: [예전에 이 정도 배짱이 있었으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겠지.]

메시지 4: [유형이는 맞아야 정신 차릴 사람이지. 뭔가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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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 모델? 아니, 윤지원 씨, 요즘 무슨 일 꾸미고 계신 거예요? 술집을 사더니 이제는 남자 모델 쇼까지 연다고요?”허진호는 내 말을 듣고 완전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냥 재미로요.”그는 내 얼굴을 유심히 살피며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파악하려는 듯했다.나는 신경 쓰지 않고 내가 구상한 계획을 설명했다.“우리 회사에서 조명 음악 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잖아요. 거기에‘바디 라이트 쇼’ 를 추가하려고 해요. 남자 모델들이 조명을 의상처럼 입고 런웨이를 걷는 형식으로요.”“바디 라이트 쇼?”허진호는 말을 되풀이하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와, 윤지원 씨 아이디어 하나는 기가 막히네요.”그 반응을 보자 나는 빙긋 웃으며 바로 응수했다.“허 대표님도 괜찮다고 보시는 거죠? 그럼 바로 진행해 주세요.”하지만 그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이게 시장에서 옷 한 벌 사 오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에요. 디자인도 해야 하고 제작 과정도 필요한데 시간이 너무 부족해요.”나는 아무렇지 않게 두 손을 모아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래서 허 대표님이 필요한 거잖아요?”그는 피식 웃으며 단칼에 거절했다.“그렇게 애교 부려도 안 돼요. 이건 현실적으로 힘들어요. 솔직히 진정우 씨가 여기 있었으면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네요.‘지금 내 심장을 후벼 파겠다는 건가?’나는 표정을 관리하며 단호하게 말했다.“제가 방법을 찾아볼게요.”그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대로 나가버렸다.“지원 씨! 잠깐만요!”허진호가 다급히 뒤에서 나를 불렀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그러자 그가 헐레벌떡 따라와 내 앞을 막아섰다.“죄송해요. 괜히 농담했네요. 기분 상하게 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지원 씨가 진짜 하겠다면 제가 도울게요.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가능한 방향으로 알아볼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허진호가 진심으로 사과하자 나도 웃으며 말했다.“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허 대표님.”사무실로 돌아온 나는 쌓인 업무를 처리하려 했지만 책상 앞에 앉은 지 얼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663화

    강진혁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지원아, 네가 아직 진정우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걸 알아.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이렇게 망가뜨리지는 마. 정말 외롭고 힘들다면 날 찾아오면 되잖아.”그의 눈빛은 깊고 표정은 진지했다. 그 감정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더 위험하게 느껴졌다.나는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리며 조용히 말했다.“진혁 오빠, 저는 오빠랑 강유형이 갈등을 빚는 걸 원하지 않아요. 유형이가 저를 찾아왔어요...”“그 일은 신경 쓰지 마. 내가 알아서 해결할 거니까.”그는 단호하게 말을 끊으며 내 손을 부드럽게 감쌌다.그러나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긴장시켰다. 손을 빼내려 했지만 억지로 참아내며 불안한 눈빛을 띄웠다.“오빠도 알잖아요. 부모님도 반대하실 거예요. 그분들도 우리가 이렇게 가까워지는 걸 원하지 않아요.”하지만 그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난 이미 한 번 널 놓쳤어. 두 번 다시 그런 실수를 하진 않을 거야. 설령 온 세상이 반대하더라도, 넌 내 사람이 될 거야.”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속에 감춰진 집착과 고집은 너무나도 명확했다.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나는 손을 빼내어 테이블 아래에서 옷에 슬쩍 문질렀다.“하지만 나는 원하지 않아요.”그러자 강진혁이 나지막이 물었다.“정말 원하지 않는 거야? 아니면 그냥 날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거야?”나는 그를 바라보며 대답하지 않았다. 침묵은 때로 가장 명확한 답변이 된다.강진혁은 몇 초 동안 나를 바라보다가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그래... 내가 너무 조급했나 보네. 네가 날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릴게.”그는 차분하게 젓가락을 들어 반찬을 내 접시에 올려주며 말했다.“지원아, 부담 가질 필요 없어. 난 오랫동안 기다렸어. 조금 더 기다리는 건 아무것도 아니야. 네가 모든 걸 내려놓고 날 온전히 받아들이는 날까지.”그가 말하는 '기다림' 이라는 단어가 왠지 모르게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그가 내게 주는 사랑이 깊어질수록, 그 감정이 불안과 공포로 변하는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662화

    조나연이 내 덫에 걸려들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움직일 차례였다. 하지만 술집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사들일 수 있는 건 아니었다.이곳은 정상 영업을 하고 있고 매출도 꽤 좋은 편이었다. 그런 곳을 누가 쉽게 넘기겠는가?즉,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강씨 가문의 힘을 빌린다면 그럼 이 일은 아주 간단할 것이지만 지금 나는 강씨 가문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고민 끝에, 나는 허진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원 씨가 사장이 되고 싶으면 제 자리 넘겨줄까요?”이렇게 가볍게 말할 수 있는 걸 보면 허진호가 얼마나 속세에 무심한 사람인지 다시금 실감했다.나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저 한테 사장 자리는 필요 없어요. 그냥 술 마실 때 돈 안 내고 마시고 싶을 뿐이에요.”그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 돈으로 술을 사 마시면 다음 생까지 마셔도 못 마실걸요?”그는 농담을 던지면서도 진지하게 충고했다.“지원 씨, 충동하지 마세요. 술집을 사는 건 장난이 아니에요.”나는 단호하게 말했다.“장난이 아닌데요. 술집 주인과 연락이 닿을 수 있는지만 알려줘요. 안 되면 다른 사람을 찾을 테니까.”내가 술집을 사려는 건 단순한 충동이 아니고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하지만 허진호에게 자세한 설명을 할 수는 없었다.용씨 가문을 조사하는 일은 알면 알수록 위험해지는 일이니까.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알았어요. 제가 한 번 시도해 볼게요.”“고마워요, 허 대표님.”그는 피식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잠이 오지 않는 두 번째 날이다. 사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심각한 불면증을 겪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야 불면증을 앓는 사람들의 고통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았다.그렇게 잠들지 못한 채, 나는 많은 생각을 했고 해야 할 일들도 정리했다.그중 하나는 강진혁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었다.우아한 분위기의 레스토랑.강진혁은 내가 건넨 넥타이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오늘이 내 생일도 아니고 특별한 날도 아닌데?”나는 그의 손에 들린 넥타이를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661화

    조나연은 늘 나와 경쟁하려 했고 나를 뛰어넘고 싶어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녀는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이건 전적으로 그녀 스스로 자초한 일이지만 그녀는 절대 자신을 탓하지 않고 오히려 나를 원망할 것이다.나는 그녀가 나를 증오하게 만들고 싶었다.나는 한참 동안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조나연은 단 한 번도 나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러나 자리를 뜨기 전에, 나는 일부러 그녀를 불렀다.조나연은 차가운 시선으로 나를 째려보며 말했다.“난 너 같은 손님 안 받아.”그녀는 돈을 벌 기회조차 뿌리칠 정도로 자존심을 세웠다.“난 VIP 멤버십을 만들고 싶은데? 연간 회원권으로. 그럼 다른 직원 불러와.”여기서 VIP 연간 회원권을 개설하면 그녀는 그 금액의 25%를 커미션으로 받는다.내가 6천만 원을 충전하면 그녀는 두 달 치 월급을 단번에 벌 수 있는 셈이었다.“윤지원, 돈 좀 있다고 잘난 척하지 마.”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가볍게 웃었다.“난 원래 잘난 척하는 걸 좋아해. 너도 하고 싶으면 해 봐. 근데 그럴 돈이 있어야겠지?”그녀는 얼굴을 굳히고 돌아섰다. 그러나 몇 걸음 가던 그녀는 다시 나를 향해 돌아섰다.“그렇게 돈이 많으면 최고 등급 VIP로 하지 그래? 1년에 2억짜리 말이야.”자존심으로는 돈을 못 버린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드디어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 모양이다.나는 피식 웃었다.“2억이라 해도, 너한테 들어오는 돈은 얼마 안 될 텐데. 차라리...”나는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며 천천히 말했다.“이 술집을 아예 사 버릴까? 그럼 너는 사장이 될 수 있잖아. 어때? 사장님 되는 거, 탐나지 않아?”그녀는 순간 멍해지더니 몇 초 후, 비웃듯이 코웃음을 쳤다.“웃기지 마. 누가 그딴 걸 원한다고.”나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진심이야. 네가 관심 없다면 다른 사람을 고용하지. 연봉 2억짜리 직업 꽤 인기 있을걸?”내 말에 조나연의 입술이 살짝 들썩였지만 이번에는 나를 반박하지 않았다.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태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660화

    화장을 해도 다 가려지지 않은 다크서클을 보자 안리영이 나를 보자 깜짝 놀라며 말했다.“너 어젯밤에 뭐 했냐?”나는 그녀에게 숨길 필요가 없었다.“잠을 못 잤어.”그 말을 듣자 안리영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아마도 또다시 진정우를 떠올리느라 밤을 새웠다고 생각할 것이다.나는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구 교수님은? 왜 안 왔어?”오늘 구안석을 부른 이유는 진소영 때문이었다.“왜? 갑자기 그 사람이 보고 싶어졌어?”안리영이 장난스레 물었다.“응, 오랜만에 보고 싶더라.”나도 가볍게 농담을 받아쳤다. 그녀는 물을 따라 내 앞에 밀어주며 말했다.“오늘 지인이 부탁해서 어떤 환자를 보러 갔대. 진료 끝나면 바로 올 거라고 했어.”나는 물을 한 모금 마시며 말을 이었다.“그래서 부모님은 잘 만나고 왔어? 순조로웠어?”“응. 부모님 두 분 다 오빠를 마음에 들어 하셨어. 오히려 빨리 결혼하라고 재촉하시더라.”그녀의 말에는 특별한 감정이 담겨 있지 않았다. 나는 그녀를 오래 알아 왔기에 바로 이상한 점을 감지했다.“근데... 왜 그렇게 기뻐 보이지는 않지?”안리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야, 그냥... 너무 빠른 것 같아서. 우린 아직 서로를 충분히 알아가기도 전에 결혼을 생각해야 하는 게 좀 부담스러워.”나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솔직하게 말했다.“솔직히 좀 그렇긴 해. 네가 얼마나 오래 선배를 좋아했는데.”“그러니까. 선배를 오래 좋아하긴 했지만 정작 제대로 연애다운 연애를 해본 적도 없어. 그런데 갑자기 결혼이라니...”나는 그녀의 속마음을 알 것 같았다.“장거리 연애하는 게 싫은 거지?”그녀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 고민이 깊은 걸 보니 당장 해결책이 없는 문제였다.나는 현실적인 조언을 했다.“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해. 아니면 그냥 장거리 연애를 감수하는 수밖에 없지.”그녀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사랑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걸, 그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너, 요즘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659화

    그렇다면 용씨 가문의 불법 사업을 조사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문득 떠오른 사람이 용설아였지만 그녀는 용씨 가문의 사람이었다.아무리 정의롭고 진정우와 같은 편에 서 있었다고 해도 진정우가 사라진 지금 나를 도울 이유가 없었다.게다가, 용씨 가문은 그녀의 뿌리다. 아무리 대의를 중요하게 여긴다 해도, 가족을 배신할 만큼은 아닐 것이다.그렇다면 또 다른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한 명은 함소은이다. 그녀는 예전에 용진표를 증오한다고 말한 적이 있지만 문제는, 그녀가 한때 나를 배신했다는 점이다.그녀를 찾았다가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내 정보를 팔아넘길 가능성이 컸다.이리저리 생각해 보았지만 마땅한 대안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용씨 가문의 불법 사업을 밝혀야만 그들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그렇게 해야만 부모님의 복수를 할 수 있고 또한, 용씨 가문에게 희생당한 수많은 여자를 구할 수 있었다.이소희가 구체적인 정보를 주진 않았지만 그녀가 겪은 일들만 봐도 하나의 그림이 그려졌다.용씨 가문은 이소희의 남자 친구 같은 사람들을 키워 여자들에게 접근해 연애 감정을 이용한 뒤 고리대금이나 인터넷 대출을 유도했다. 그리고 빚을 갚지 못하면 강제로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했다.그리고 이것이 전부가 아닐 것이다. 용씨 가문의 불법 사업은 단순히 성매매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실했다.그렇게 생각을 거듭하다 보니 어느새 밤을 새우고 말았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이라고들 해서 나는 아침 일찍 조깅을 나섰다.그런데 아파트 1층에서 뜻밖의 사람을 마주쳤다. 강유형의 차 앞에는 수북이 쌓인 담배꽁초들이 보였다. 그의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눈빛은 초점을 잃고 있었다.‘설마... 여기서 밤을 샌 걸까?’그가 날 지켜보며 밤을 지새웠다면 이유는 두 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첫째, 강진혁이 다시 나를 데려갈까 봐. 둘째, 내가 또 무슨 일을 벌일까 봐.그가 감기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658화

    곧이어 강유형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그는 거침없이 침실로 향했지만 소파에 누워 있는 나를 보지 못했다.강진혁은 입가를 닦으며 고개를 들었고 그 손끝에 묻은 붉은 흔적이 희미하게 보였다.잠시 후, 강유형이 침실에서 나왔고 강진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너, 내가 그렇게 더러운 놈이라고 생각하지 마.”그제야 강유형의 시선이 소파 위의 나에게 향했다. 그리고 내가 옷매무새조차 흐트러지지 않은 걸 확인하자 그의 분노가 조금 누그러진 듯했다.“그럼 처음부터 건드리지 말았어야지.”강진혁은 입가를 닦은 휴지를 쓰레기통에 던지며 조용히 술잔을 들었다.“건드린 건 나야. 하지만 먼저 다가온 건 쟤라고.”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강진혁이 내가 일부러 접근했다는 걸 눈치챈 건가?“네가 처음부터 탐내지 않았어?”강유형도 강진혁의 속내를 꿰뚫어 보고 있었다.강진혁은 술잔을 기울이며 한쪽 다리를 살짝 꼬았다. 하얀 셔츠의 단추 두 개가 풀어진 그의 모습은 평소보다 한층 나른하면서도 거친 느낌을 풍겼다.“유형아, 네가 잊지 말아야 할 게 하나 있어. 넌 이제 지원이와 아무 관계도 아니야. 지원이는 지금 자유로운 몸이고 새 사랑을 시작할 권리도 있어. 내가 그녀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게 윤리적으로 문제 될 게 뭐가 있겠어?”강진혁은 늘 침착했고 그의 말에는 한 치의 틀림도 없었다.반면 강유형은 전혀 달랐다. 그는 조급했고 감정을 숨기지도 않았다.“누구를 좋아하든 네 자유지만 지원이만큼은 안 돼.”“왜?”강진혁이 비웃듯이 물었다.“한때 네 여자였기 때문이야? 난 신경 안 쓰는데?”그 말을 듣는 순간 예전에 강진혁이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내 과거 따윈 상관없고 '나'이기만 하면 된다고 했던 그 말 말이다.“하지만 난 상관있어.”강유형은 더 이상 화를 참을 수 없었다.“지원이만큼은 안 돼. 누구라도 상관없지만 지원이는 안 돼.”강진혁은 짧게 웃었다.“왜지? 혹시 나와 함께 있는 게 두려워서야? 아니면... 아직도 지원이를 사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657화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강진혁의 옷깃을 잡아끌며 그를 내 눈앞으로 바짝 당겼다.“진정우, 드디어 왔네... 이 개자식아, 왜 이제야 온 거야?”강진혁의 표정이 단단히 굳어 있었다. 그는 내 손목을 눌러 잡으며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윤지원, 너 술 너무 많이 마셨어. 나는 진정우가 아니야.”“아니야, 너 진정우 맞아.”나는 그의 눈가를 손으로 더듬으며 나직이 속삭였다.“내 진정우야. 너 변했어. 이제 나 안 사랑하지? 나 버린 거야?”남자들은 대체로 다른 사람의 대체품 취급받는 걸 가장 싫어한다. 게다가 강진혁은 나를 좋아하는데 이런 말이 그에게는 더 큰 상처일 것이 분명했다.내 말이 그의 심장을 정통으로 찌른 것이었을까. 그는 갑자기 내 어깨를 강하게 움켜쥐며 흔들었다.“정신 차려. 내가 누군지 똑똑히 봐.”나는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몇 초 후 입술을 삐죽이며 울음을 터뜨렸다.“진정우, 너 나한테 이럴 거야? 너 진짜 나쁜 놈이야!”여자가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눈물이다. 내가 눈물을 흘리자 강진혁도 결국 내 손목을 서서히 놓았다.나는 틈을 타 그의 가슴을 밀치고 주먹으로 툭툭 쳤다. 그러나 그는 한순간에 나를 번쩍 안아 들고 방을 나섰다.방을 막 나서자 용준호가 걸어오더니 싱글거리며 말했다.“스코틀랜드산 위스키 한 병이면 남자라도 누구든 정신 못 차릴 정도라고 하던데?”그 말을 듣자 나는 속으로 이를 꽉 깨물었다. 다행히도, 나는 미리 대비를 해뒀다.강진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나를 품에 안고 빠르게 걸어갔다. 용준호는 강진혁의 뒷모습을 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강 대표님, 오늘 밤 즐겁게 보내시길. 나한테도 공 좀 돌려줘야 해.”이 둘의 관계, 절대 단순하지 않았다.나는 강진혁에게 이끌려 그의 차에 올랐다. 호랑이 굴에 직접 들어가는 격이었지만 나는 가야만 했다.강진혁이 날 데려간 곳은 그의 개인 거처였다. 이곳은 내가 알지 못했던 장소였고 처음 와보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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