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차설아 씨가 이렇게 모질게 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도윤이는 그녀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남자였는데 아무리 큰 원한이라도 이런 독수를 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안타깝네요... 확실히 차설아 씨가 해친 것이에요. 사랑이라는 것은 매우 아름답기도 하지만 무섭기도 하죠!”서은아는 일부러 차설아에게 모든 잘못을 덮어씌웠다.어차피 사람을 해친 건 차설아의 오빠이니 차설아가 해친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차설아 씨가 저지른 일이니 도윤이는 옛정을 생각해서 가족들께 알리지 않으려 합니다. 충동적으로 그녀에게 복수하지 않도록 말이에요.”서은아는 소영금의 표정을 살피며 계속 기름을 부었다."그뿐만 아니라 제가 도윤이를 구하러 갔을 때도 수모를 겪었어요...”여자는 여기까지 말하고는 금세 눈물이 비 오듯 쏟아지며 무너질 듯이 울었다."슬퍼하지 마. 설아가 어떻게 했는지 나한테 말해봐...”"남자들을 구해서 저한테 그런 짓을 했는데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요!”서은아는 여기까지 말하고 잠옷의 치맛자락을 위로 들어 올렸는데 파릇파릇한 다리의 아찔한 상처가 드러났다."하늘이시여, 이...이거 너무 끔찍하잖니!”소영금은 서은아의 허벅지에 난 흔적들을 보고 여러 사람에게 짓밟힌 뒤에야 생긴 것이라는 것을 알아챘는데 너무 놀라 몸을 떨었다."아주머니, 도윤이의 눈을 멀게 한 게 차설아의 짓이라는 것을 믿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제가 당한 것들은 차설아가 사람을 시켜서 한 짓이에요. 저는 그녀가 저를 그렇게 미워할 줄은 몰랐어요. 저는...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요. 더는 도윤이랑 어울리지 않아요!”"그렇게 말하지 마, 넌 그냥 몸이 더러워졌을 뿐이야. 하지만 어떤 사람은 심장이 더럽지. 그게 정말 더러운 거야!”소영금은 서은아를 껴안고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와 도윤이 너무 고생했어. 내가 너희들의 고생이 헛되지 않게 할게. 차설아... 가만두지 않을 거야!”원래 그녀는 서은아의 말에 의심을 하며 차설아의 인품을 믿었다.하지만 서은아의
"좋은 물건이라는데, 내가 안 보는 건 오빠 체면을 안 세워주는 거 아니겠어? 한 번 봐보지 뭐.”차설아는 포도 스무디 밀크티를 한 모금 빨며 말했다."그럼 마음의 준비 잘해, 이건 좀 보기 버거울 수 있으니까.”차성철은 신비로운 표정으로 뜸을 들였다.차설아는 참지 못하고 눈을 희번덕거렸다.“얼른, 보고 나면 가서 잘 거야.”"이 게으름뱅이, 잠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 네가 본 후에 잠을 못 잘 거라고 장담하는데...”차성철은 차설아의 휴대전화에 동영상을 보내며 말했다.차설아은 처음에는 나른한 표정으로 켜보았는데 점차 표정이 굳어졌고 손가락은 살짝 조여졌다.몇 분 뒤 차성철이 물었다."어때, 다 봤어?”"다 봤어.”"정말 다 봤어?”남자는 얄밉게 물었다.“그럼 어떤 기분이야?”"아무 느낌 안 들어.”차설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낮게 대답했다."그럴 리 없어. 감정이 없는 나도 보고 감개무량했는데 너는 정이 깊었으니 더 감회가 더 많지 않겠어?”차성철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의외였어, 성도윤은 정말 대단해. 서 씨네 아가씨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심장을 기증하는 것은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것과 같잖아. 보아하니 그는 서 씨네 아가씨를 정말 사랑하는 것 같아. 이건 완전 순애보가 다름없잖아? 내가 그 집 사람이라면 그를 때려죽일 거야!”"설마 정말 그 사람 심장을 건드린 건 아니겠지?”차설아는 문득 무언가를 깨닫고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긴장된 표정으로 물었다."그럴 리가, 이 오빠가 그의 목숨을 살려주겠다고 약속했으니 단지 그를 놀라게 했을 뿐이야. 그저 이 녀석의 마음속에 도대체 누가 있는지 테스트했을 뿐이고 결과는 이렇게 나왔네!”차성철은 이를 악물었고 지금 생각해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 자식이 사랑하는 것은 역시 서씨 집안의 아가씨였어, 쓰레기가 따로 없다고. 네가 그를 보호하지 않았다면 나는 벌써 그 자식을 물고기에게 먹였을 거야.”"중요하지 않아.”푸른 바다를 바라보는 차설아는 괜찮다는 듯 어깨를 으
"엄마, 빨리 봐. 오늘 아저씨가 우리를 데리고 보물창고에 갔어. 물고기도 많이 잡았고 불가사리도 잡았어. 엄청 예쁘지 않아!”작은 통을 들고 있는 달이의 작은 얼굴은 태양 아래 붉게 물들어 마치 빨간 사과처럼 귀여웠다."엄마, 봐...칠색 불가사리, 예쁘지?”녀석이 불가사리의 두 뿔을 잡고 차설아를 향해 전리품을 뽐냈다."어어, 예쁘네.”차설아는 애써 싱긋이 웃어 보였는데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엄마, 왜 그래, 기분 나빠? 누가 괴롭혔어?”달이는 칠색 불가사리를 내려놓고 차설아를 안으며 작은 얼굴을 쳐들고 긴장하여 물었다."아니야, 엄마 너무 괜찮아. 우리 달이가 최고인데, 이렇게나 많이 잡은 거야?”차설아는 애써 정신을 차리고 아이들의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함께했다.아쉽게도 그녀의 우울한 기분은 먹구름이 낀 하늘과 같이 너무 선명한 나머지 원이와 사도현, 배경윤 모두 느꼈다."설아야, 왜 그래?”배경윤이 생선이 가득 담긴 통을 내려놓고 차설아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또 그 자식이 그 못된 년이랑 꽁냥대는 거야? 너 핸드폰 줘, 내가 바로 전화해서 혼내줄게!”얼마 전, 성도윤이 서은아가 그의 현 여자친구라고 세상에 알렸다는 소식이 곳곳에 떠돌았는데 그들은 세상과 단절된 해바라기 섬에서도 제일 먼저 알게 되었다.차설아가 얼마나 실망하고 고통스러웠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사도현이 막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벌써 해안으로 돌아가서 그 쓰레기를 호되게 때렸을 것이다!"그 사람 때문 아니야, 나 기분 안 나빠.”차설아는 억지로 웃어 보였는데 우는 것보다 더 보기 안 좋았다."괜찮기는! 분명 그 자식일 거야, 그 자식이 자꾸 너를 마음 아프게 하는 건 네 존엄을 땅에 깔고 밟는 거나 마찬가지야. 네가 만만하다고 생각하는 거라고!”배경윤은 괜찮기는커녕 화가 폭발할 것 같아 아예 차설아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성도윤을 혼내주려 했다.사도현은 보다 못해 말려 나섰다."다른 이유일 수도 있으니 함부로 추측하지 마, 우리 도윤이는 정도 있고
차설아는 농담이 아니었다. 그녀는 오빠 말이 옳으니 다시 해안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렇게 차설아 일행은 비행기에 몸을 싣고 해안으로 돌아갔다.차성철이 일찍 마중 나왔다.그는 오늘 학식이 해박한 학자처럼 점잖게 꾸몄는데 모습만 보면 누구도 그가 눈 깜빡하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자정 살인마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동생, 여기야!”차성철은 검은색 대형 지프에 기대어 줄곧 출구를 뚫어지게 주시하고 있었다.차설아와 두 녀석을 한눈에 알아보고 감격에 겨워 손을 흔들었다."동생?"배경윤과 사도현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은 뒤 차설아를 끌어당기며 물었다."이 사람은 누구야? 왜 대낮에 가면을 쓰고 이렇게 신비한 모습인 거야?”"내 오빠.”차설아는 미소를 지으며 솔직하게 대답했다.그동안 차성철과 자주 통화했지만 배경윤과 사도현은 차성철의 존재를 몰랐다."오빠? 그냥 아는 오빠?”사도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이런 촌스러운 방식으로 여자를 꼬셔?”"땡, 친오빠!”"넌 모든 사람이 너랑 같다고 생각하는구나, 머릿속에 여자 꼬시는 것밖에 없지!”"친오빠? 설마!”배경윤은 충격에 잠겼다."설아야, 너 외동딸 아니었어? 왜 갑자기 친오빠가 생겼지? 이 사람이 너 속이는 거 아니야?”"정말 내 친 오빠야, 너와 배경수처럼!”차설아는 턱을 치켜들며 거만하게 말했다.이런 교만은 가족이 있다는 든든함과 사랑받는다는 안전감에서 온다.“오빠!”그녀는 멀리서 차성철을 부르더니 어리광을 부리는 어린 소녀처럼 남자의 품에 안겼다.오빠의 품은 회화나무 아래 나른하게 누울 수 있는 소파처럼 따뜻하고 든든했다.행복이란 무엇일까?행복이란 비행기에서 내린 후 가족이 당신이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한동안 못 봤더니 왜 이렇게 살이 빠진 것 같지? 매일 밥 잘 안 먹은 거야?”차성철은 차설아를 굳게 안고는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말했잖아, 아무리 기분이 나쁘더라도 자신의 배를 곯아서는 안 돼.
두 남매의 대화에 배경윤이 부러워하며 눈물을 훔치더니 사도현을 팔꿈치로 툭툭 치며 말했다."봐, 얼마나 감동적인 남매의 정이야? 우리 설아가 이렇게 누군가한테 의지하는 게 드문데 오빠가 정말 좋은가 봐, 부럽다.”외동인 사도현은 형제애를 이해하지 못하고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너도 오빠 있잖아, 네 오빠는 안 그래?”"나는 오빠랑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싸웠어. 내 성격이 너무 이상하다느니, 나를 원하는 남자가 없다느니, 평생 시집갈 수 없다느니 매일 헐뜯기만 하지...”"어릴 적에 나에게 용돈을 자기한테 맡기라고 하면서 내가 돌려달라고 하니 보관비를 내라고 하더라. 용돈 만 원에 보관비 5천 원을 줘야 한대, 그러다 내가 오빠한테 되려 빚지게 생겼다? 이런 오빠를 본 적이 있어?”“푸!”사도현은 이를 듣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네가 멍청한 건 아니고?”"야, 내가 어릴 때 오빠한테 어떤 착취를 당했는지 알아!”"하하, 괜찮아. 앞으론 내가 있으니 오빠가 어떻게 하지 못할 거야.”사도현이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웃었다.“...”배경윤의 볼이 확 붉어지며 애틋한 감정이 두 사람 사이에 맴돌았다.해바라기 섬에서 함께 하는 동안 두 사람 모두 서로에게 각별한 애정을 느낀 듯했지만 누구도 그 관계를 더 진일보 발전시키지 않았다.사도현은 애매하게 행동은 했지만 제대로 고백한 적은 없었고 배경윤도 끊임없이 자신에게 성도윤이 쓰레기 같은 놈이니 성도윤의 친구도 당연히 좋은 놈이 아니라고 절대 마음을 움직여서는 안 된다고 자신을 최면시켰다."둘이 우물쭈물 뭐 하는 거야? 이리 와, 내가 소개해 줄게!”차설아는 배경윤과 사도현을 향해 손짓했다."우리 오빠야, 친오빠. 앞으로 너희도 오빠, 형이라고 부르면 돼.”"오빠, 이쪽은 내 유일한 절친 배경윤이야.”"이쪽은...”차설아는 사도현을 보면서 그의 신분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몰랐다.어쨌든 사도현은 성도윤의 친구인데 만약 차성철이 알게 된다면 사도현은 아마 위험할 것이다!"
공기는 순식간에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사도현은 표정이 굳어 한참 후에야 다시 킥킥거리며 차성철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 알고 보니 인연이 깊었네요. 오래전부터 명성은 잘 들었습니다!”“확실히 인연이 깊네요...”차성철은 미소를 지었지만 눈동자는 차갑게 말했다.“저도 도현 도련님을 바다에 던져 버리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거든요.”“하하하, 형님 농담이 심하시네요!”“나는 그때 우리 도윤이때문에 형님이 우울증에 걸려 숨어서 감히 나와 다니지 못하는 줄 알았잖아요.”“도현 도련님도 농담이 심하시네, 우울증에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는 보면 알지 않겠어요.”“그럼요, 보다가 목숨이 날아가겠죠.”둘은 싱글벙글 웃었지만 말에는 가시가 있었다.차설아와 배경윤은 저절로 한쪽으로 물러났다.“자, 두 사람도 그만해. 여기서 길 막지 말고.”차설아는 원이와 달이를 끌어당기며 말을 이었다.“얘들아, 이분은 엄마가 너희한테 말했던 외삼촌이야. 얼른 외삼촌이라고 불러.”“외삼촌!”“응, 원이 달이, 삼촌이 엄청 보고 싶었어. 우리가 드디어 만났네? 삼촌이 안아보자!”차성철은 원래 사도현과 계속 기 싸움을 하고 싶었지만 두 아이를 보자마자 마음속에 큰 화가 이내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고 주저앉아 한 손에 하나씩 아이들을 안았다.“외삼촌도 Q 아빠처럼 가면을 쓰고 다니세요? 혹시 Q 아빠를 아세요?”호기심 많은 원이가 물으며 작은 손으로 차성철의 가면을 벗기려 했다.“어, 원이야, 가면 만지면 안 돼요!”차성철은 심각한 표정으로 제지했다.“왜요?”“외삼촌이 나쁜 놈에 의해 얼굴이 망가져서 큰 흉터가 났는데 너희들을 놀라게 할까 봐 걱정돼서 그래.”차성철이 솔직하게 말했다.그러자 달이가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요, 우리 삼촌이니까 두렵지 않아요. 흉터는 삼촌만의 시그니처잖아요? 다른 사람들은 없는걸요!”“어...”녀석의 말에 차성철의 돌 같이 굳었던 마음이 저절로 부드러워지는 기분이었다.그는 이미 오랫동안 이런 느낌을 받지 못했
“아, 괴물이야!”“깜짝이야, 얼굴이 반 갈린 거야? 너무 무서워!”차성철의 존엄이 짓밟혔고 그는 재빨리 가면을 다시 쓰고는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놀라게 해서 미안하네...”“아니, 아니야...”차설아는 매우 마음이 아팠는데 차성철을 위로에 나섰다.“나는 오빠는 매우 잘생겼다고 생각해. 특히 눈, 엄마의 눈을 많이 닮았어. 부드럽고 확고한걸? 그리고 입은 아버지를 많이 닮았어. 입술 모양은 특히 아름다워. 우리가 혈연관계가 아니었다면 나는 분명히 오빠한테 첫눈에 반했을 거야!”“정말이야?”차성철의 어두운 눈동자가 금세 밝아졌다.친엄마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수없이 그려봤지만 항상 뚜렷하지 못했는데 차설아의 말을 들으니 금세 모습이 상상되었고 마음도 부드러워졌다.“물론이지, 경윤이한테 물어봐. 전에 우리 집에 자주 놀러왔어서 엄마 아빠의 모습도 잘 알고 있어... 그렇지, 경윤아?”“맞아, 맞아!”배경윤은 방금 차성철의 얼굴에 난 상처에 놀랐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남자는 성도윤, 사도현 그들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잘생긴 듯했는데 심지어 성도윤, 사도현 그들보다 더 잘 생겼다고 할 수 있었다.차성철의 눈은 특이하고 많은 사연이 담긴 느낌이었는데 그 특별한 눈은 바로 그의 어머니를 물려받았다.차설아의 어머니는 소영금과 함께 해주시 제일의 미인으로 손꼽혔었다.“오빠의 눈은 정말 엄마랑 똑같아요, 아까 하마터면 엄마를 본 줄 알았다니까요...”배경윤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그럼 다행이네.”차성철의 상처받은 마음은 차설아와 배경윤의 말에서 점차 치유되었고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어올랐다.바로 이 미소가 그를 존귀하고 우아한 왕자처럼 보이게 하고 온몸에서 빛이 나게 했다.그러자 사도현은 갑자기 찬물을 끼얹었다.“쯧쯧, 우리 도윤이도 그땐 너무 지독했어. 단칼에 얼굴을 두 동강 내다니... 이렇게 괴물 같은 얼굴을 하고 있으니 누가 보고 악몽을 꾸지 않겠어?”차설아: “...”배경윤: “...”사도현: “두 사람 왜 날 노려보고 그래
“제가 거짓말을 해서 뭐 해요!”사도현은 직접 차성철의 어깨에 손을 얹고 가슴을 두드리며 맹세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형님. 설아 오빠니 제 형님이나 다름없습니다. 제가 어떻게 당신을 속일 수 있겠어요? 저도 형님이 잘되기를 바라는걸요!”“하지만 넌 성도윤과 한패잖아, 네가 좋은 사람일 리가 있겠어?”차성철은 눈살을 찌푸리며 남자가 자신의 어깨에 걸친 손을 보고 한칼에 베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요 몇 년 동안 그는 사람들을 매우 경계했는데 사람들과 이렇게 가까이 지내는 데 익숙하지 않았다.“이젠 아니에요. 지금부터 전 성정엽의 그 야박하고 냉혈한 놈과 선을 그을 겁니다!”사도현은 과장된 손짓을 하며 말했다“저는 지금부터 형님과 같은 편입니다.”“방금 한 말 농담 아니에요. 형님이 괜찮으면 나중에 그 성형외과 의사 소개해줄게요. 얼굴 잘 고칠 수 있는지 평가나 하라고 하죠.”“그러지 그럼.”차성철은 고개를 끄덕였고 눈빛의 경계는 아까처럼 그리 깊지 않았다.두 사람은 차에 앉아 수다를 늘어놓기 시작했는데 차성철은 심지어 열정적으로 사도현을 성심 전당포에 초대하여 그와 술 한잔하자고 하였다.차설아와 배경윤은 뒷줄에 앉아 의문을 품고 서로를 바라보았다.차설아: “뭐야, 두 사람이 어떻게 호형호제하기 시작했지? 내가 뭘 놓친 거야?”배경윤: “희한할 게 뭐가 있어. 완전 핵인싸가 바로 사도현 같은 사람을 말하는 거야!”차설아: “하지만 너무 빨리 변한 거 아니야? 우리 오빠랑 성도윤은 완전 원수인데?”배경윤: “하긴, 너무 빨리 변하긴 했어, 뭘 하려는 거지?”차설아: “음모가 있어!”배경윤: “어, 분명 음모가 있을 거야!”네 사람은 기분 좋게 성심 전당포로 돌아왔다.차성철은 직접 요리해서 그들을 잘 대접하겠다고 큰소리쳤다.사도현은 그를 졸졸 따라다니며 말했다.“형님, 제가 같이 갈게요. 요리 좀 가르쳐 주세요.”그러다 두 남자는 주방에서 수다를 떨기 시작했는데 마치 커플 같아 너무 이상했다.차설아와 배경윤은 소파에
“위치 추적 장치?”성도윤은 깜짝 놀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대단한데? 내 몸에 추적 장치를 달아놓고도 내가 전혀 몰랐다니. 영화 속 첩보 요원도 너만큼은 못 하겠다.”차설아는 우쭐한 표정으로 말했다.“당연하죠! 난 영화 속 첩보 요원보다 훨씬 대단하거든요. 그러니까 나 잘 모셔야 해요. 괜히 나한테 못되게 굴었다간 아주 끔찍한 최후를 맞이할걸요?”그녀는 자신만만하면서도 살짝 장난스러운 눈빛을 보냈다.“어찌 감히 여왕님께 잘못하겠습니까? 남은 생애, 충성을 다해 모시겠습니다!”“흠, 그거면 됐어요. 아주 착하네!”차설아는 만족스럽다는 듯 성도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러고는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졸리고 추워 죽겠어요! 빨리 이불 속으로 안내해요.”이렇게 지내다 보니, 그녀는 어느새 그와 함께 자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다.오늘 밤,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던 이유를 생각해 보니, 아마도 그가 곁에 없어서일 것이다.그래서 결국 그를 찾아온 것이었다.“어서 와. 이불 속은 이미 따뜻하게 데워놨지.”성도윤은 능청스럽게 ‘충실한 침대 보좌관’처럼 행동하며 그녀를 이불 속으로 이끌었다.차가운 밤, 따뜻한 이불 속에서 서로를 감싸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차설아는 옆으로 돌아누워 다리를 오므린 채 마치 엄마 뱃속에 있는 태아처럼 몸을 웅크렸다.성도윤은 뒤에서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그 온기는 마치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보호막 같았고 덕분에 차설아는 금세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성도윤은 오히려 정신이 말똥말똥해졌다.“여보, 우리 오늘 밤에 그 두 유치한 녀석들 갈라놓은 거... 혹시 너무한 거 아닐까?”그가 말한 ‘두 유치한 녀석’이란 당연히 사도현과 배경윤을 뜻했다.솔직히, 그 둘은 늘 티격태격하는 사이였고 아마 다음 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화해할지도 모른다.하지만 오늘 밤 자신들이 개입하면서 상황은 좀 더 심각해져 이러다가 정말 절교로 이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성도윤의 머리가 아파졌다.“혹시 사도현이 끝
“그게 뭔데?”“두 사람 서로의 감정을 확실히 깨닫고 흔들림 없이 서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줄 그 한 가지.”차설아는 이번만큼은 저 두 사람이 깨닫기를 바랐다.그녀와 성도윤도 그 기나긴 길을 돌아왔기 때문에 그 답답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사람은 함께 많은 일들을 겪어야만 ‘이 사람을 절대로 놓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차설아와 배경윤의 긴 대화가 이어질수록, 밤은 더욱 깊어졌다.배경윤은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다 지쳐 잠들었고 그녀의 뺨에는 여전히 눈물이 맺혀 있었다.하지만 차설아는 도무지 잠이 들지 않았다.지금의 이 고요함이 너무 불안했다. 이렇게 평온할 때일수록 더 큰 위기가 다가오는 법이었다.같은 시각, 성진의 차가 그녀의 집 아래에 멈춰 서 있었다.가로등 불빛이 차 위로 희미하게 드리웠고 차 안의 남자는 어둠과 빛 속에서 조각 같은 얼굴을 드러냈다.그 역시 때로는 빛 속에 머물고 때로는 어둠 속에 숨어 지내면서 가끔은 스스로조차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사실, 그는 이미 한참 전부터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저택 안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대화 소리도 들었고 차설아가 실명한 게 사실이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그렇다면 그녀의 눈을 누구에게 줬을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성진은 차를 몰고 오는 동안 머릿속에 수많은 말들이 떠올랐다. 그는 여자의 어깨를 붙잡고 미친 듯이 소리치고 싶었다.“왜 그렇게 바보 같은 짓을 했어? 왜 네 소중한 눈을 나 같은 인간한테 줬냐고!”하지만 정작 그녀의 집 앞에 도착해 그렇게 따져 묻고 눈을 돌려주려 했던 순간, 그는 망설였다.그는 한때 지옥을 경험한 사람이었다.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것이 얼마나 끔찍한지 그 절망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이 얼마나 처참한지 아직도 잊지 않았다.그리고 한 남자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속옷 하나조차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챙길 수 없는 처지가 되는 것이 얼마나
위층에서도 차설아와 배경윤이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숨죽여 통곡하던 배경윤이 갑자기 흥분해서 소리쳤다.“나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나 말할 수 있다고! 드디어 목소리가 돌아왔어!”배경윤이 눈물을 닦고 기쁨에 겨워 차설아를 와락 끌어안으며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설아야, 나도 목소리 되찾았으니까, 너도 분명 다시 볼 수 있을 거야! 걱정하지 마, 내가 꼭 방법을 찾아볼게!”“잘 됐어! 네 목소리가 돌아온 건 정말 다행이야. 아니면 우리 전투력이 너무 약해질 뻔했잖아. 팬들 상대로 밀려서 너무 힘들었어.”차설아가 진심으로 기뻐하며 웃었다.오늘 오전, 그녀와 배경윤이 무기력하게 몰려다니며 반격조차 못 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배경윤이 목소리를 잃었기 때문이었다.대학교 시절, 차설아, 배경수, 그리고 배경윤은 유명한 삼총사였다.셋이 무적이었던 이유는 각자의 역할이 명확했기 때문이었다.차설아는 ‘물리적 공격’을 담당했고, 배경수는 ‘두뇌 플레이’를 맡았다. 그리고 배경윤은 ‘언어 공격’을 담당했다.하지만 지금 차설아는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의 ‘물리적 공격’ 능력이 반감되었고, 설상가상으로 배경윤마저 목소리를 잃었으니, ‘언어 공격'도 무용지물이 된 셈이었다.그렇다 보니 팬들이 둘을 조롱하며 몰아붙이는 걸 막을 방법이 없었다.“맞아! 만약 내가 오늘 말을 할 수 있었더라면 저 미친 팬들 제대로 박살 냈을 거야! 아까, 정말 속이 터지는 줄 알았어. 내가 제대로 반격도 못 했잖아! 안 되겠어, 사도현 찾아가서 다시 따질 거야!”배경윤이 소매를 걷어 올리며 당장이라도 사도현과 한바탕 말싸움을 벌일 기세였다.차설아는 재빨리 그녀를 붙잡았다.“이기고 싶다면 지금은 절대 그를 찾아가면 안 돼. 그리고 당분간 연락도 하지 마. 만약 그가 진짜 너에게 마음이 있다면 반드시 너에게 만족할 만한 답을 줄 거야.”“그 답을 내가 받을 수나 있을까? 그냥 당장 그랑 싸우는 게 속이 더 후련할 것 같은데.”“어떻게 그렇게 확신해? 왜 네
성도윤이 진심 어린 충고를 건넸다.“???”사도현은 남자의 말을 듣고는 눈살을 찌푸렸다.“형, 이게 정말 형 입에서 나온 말이야? 여자가 원하는 대로 해야 한다고? 그럼 그게 완전 ‘호구’랑 뭐가 달라? 그렇게 냉정하고 도도하던 형이 어쩌다... 이제는 아내가 하라는 대로 한다고? 이건 형답지 않아...”사도현은 여자를 쫓아다니긴 하지만 성도윤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었다.여자에게 돈을 쓰고 달콤한 말을 하긴 해도 어떤 여자도 그의 행동을 통제하거나 그의 사고를 지배할 수 없었다.어떤 여자가 그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순간, 그는 단호하게 다른 여자를 찾았다.배경윤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신의 원칙이 걸린 문제라면 절대 양보하지 않았기에 오늘도 이렇게 끝없는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나도 오랜 시간 고민해서 얻은 결론이야.”성도윤이 드물게 인내심을 가지고 사도현에게 연애 철학을 설파했다.“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많은 사람과 일들을 만나게 되지. 그 중요도를 정하는 객관적인 기준은 없어. 중요한 건, 네 마음속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아는 거야.”“네가 스스로의 자아를 지키는 것이 그 여자와의 관계보다 더 중요하다면, 그 여자를 포기하면 되는 거고.”그는 부드러운 어조로 덧붙였다.“네가 여자를 유혹하는 데 능숙한 건 알지만 결국 진정성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무기야. 나는 아내의 말을 듣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혹시 네가 그렇게 못하는 건, 단순히 네가 상대방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성도윤은 날카롭게 바라보며 정확한 지적을 했다.“나는...”사도현은 그런 게 아니라고 바로 반박하려 했지만 막상 입 밖으로 내뱉으려 하자 말문이 막혔다.그는 다른 사람을 속일 수도 있고 심지어 자기 자신까지 속일 수도 있었다.하지만 성도윤만큼은 속일 수 없었다.성도윤은 누구보다 그를 잘 아는 사람이었다.자신의 마음속 가장 솔직한 감정을 그가 단번에 꿰뚫어 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형은 내가 좀
“내가 왜 경윤이한테 뭐라고 해야 하죠?”차설아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사도현에게 물었다.“만약 내가 도현 씨라면 이 일이 윤설과 관련이 있든 없든, 나는 단번에 배경윤을 위해 나섰을 거예요. 좋아하는 여자가 이렇게 큰 모욕을 당했는데 괴롭힌 사람을 찾아서 따지기는커녕 내 여자에게 참으라고 한다면, 그건 도현 씨가 그 여자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겠죠.”“지금 이간질하려는 건 아니지? 사람마다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무턱대고 화를 내고 일이 커지면 더 큰 소란을 일으킬 수도 있는데, 그게 과연 좋은 방법일까?”사도현은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이 떠받들던 차설아가 자기편을 들지 못할 뿐만 아니라 배경윤과의 관계를 파탄으로 몰고 가려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아직도 이해를 못 하시네요.”차설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 일에서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도현 씨의 태도예요. 그런 태도라면 어떤 여자라도 상처받을 수밖에 없어요.”“그게 아니라...”사도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했다. 좋아하는 감정을 이렇게 표현하는 게 정말 힘들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설아야, 역시 나를 이해하는 사람은 너뿐이구나!]배경윤은 타자한 후, 서러운 마음에 바로 차설아를 껴안았다.[이런 마음은 여자만이 이해할 수 있어! 도현 씨는 그저 내가 징징거린다고만 생각하겠지!]“도현 씨, 3일 안에 경윤이한테 사과할 기회를 줄게요. 하지만 어떻게 사과할지는 도현 씨가 알아서 해야 해요. 경윤아, 우리 오늘 같이 자자. 할 얘기가 정말 많을 것 같아!”차설아의 말에 배경윤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팔을 잡고 계단을 올라갔다.아래층에서는 두 남자가 멍하니 서로를 쳐다보며 어리둥절해 있었다.성도윤은 왜 남의 커플 문제에 자신이 이렇게 끼어들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반대로 사도현은 왜 이해심 많던 차설아가 갑자기 이렇게 고집불통이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형, 우리 커플 일에 형수가 너무 과하게 간섭하는 거 아니야? 원래 하루이틀이면 해
“그때는 그때고, 사람은 성장하는 법이잖아.”샤워를 마친 차설아가 계단을 내려오며 말했다.2층에서 사도현과 배경윤이 성도윤을 둘러싸고 다투는 소리를 듣고 성도윤 대신에 반박하며 나선 것이다.세 사람은 고개를 들어 목욕 가운을 입고 나온 차설아를 보고 급하게 다가갔다.“설아야, 너 혼자 내려왔어? 움직이지 마, 잠깐만.”성도윤이 제일 먼저 달려가 아기를 돌보듯 세심하게 챙기며 말했다.배경윤과 사도현도 마치 공주를 대하듯 신중하게 행동했다.[괜찮아? 기분 나쁘거나 불편한 거 없어?]성도윤이 차설아를 거실 소파에 앉히자 배경윤이 그녀의 옆에 앉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난 괜찮아. 기분도 나쁘지 않고 아픈 곳도 없어. 내가 전에 겪은 일에 비하면 몇 명 애들이 장난친 정도인데 뭐가 대수겠어.”차설아가 배경윤의 손등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안심시키려 했다.“경윤아, 네가 더 걱정이야. 기분 잡치게 하는 사람들을 마음속에 담아두지 마. 그러면 오히려 너 자신이 힘들어져. 그냥 흘려보내. 신경 쓸 필요 없어.”그 말을 들은 배경윤은 그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의미심장하게 한마디 했다.[맞아, 맞아. 어떤 사람은 정말 마음에 두지 않더라고. 그 사람 때문에 화내는 내가 진짜 등신이지.]그녀는 당연히 차설아가 말한 ‘기분을 잡치는 사람’이 사도현이라고 생각했지만, 사도현은 오히려 차설아가 배경윤에게 작은 일로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 더 관대해지라고 충고하는 것으로 이해했다.“들었어? 역시 형수가 마음이 넓어. 미친개한테 물렸다고 너도 같이 물려고?”사도현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사도현은 배경윤이 절대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 고집 센 여자인 걸 잘 알고 있었지만 차설아의 말만큼은 예외라는 걸 알고 있었다.차설아는 배경윤의 정신적 지주이자 인간적 우상이었기 그녀의 말이면 배경윤은 무엇이든 믿었다.[도현 씨가 그 미친개라는 말이지? 그렇게 말하는 거 보니.]배경윤이 분노를 담아 타자기를 두드리며, 마치 사도현을 죽일 듯 차가운 눈빛
사도현은 배경윤이 적은 글을 보고 낮게 한숨을 쉬었다.“윤설 씨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렇게 하면 더 큰 사이버 폭력이 일어날 수도 있어. 난 그냥 소란을 일으킨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 연예인 본인까지 끌어들일 필요는 없어.”[흠, 당연히 연예인 본인까지 끌어들이지 않길 바랄 거야. 그 사람들 도현 씨 팬들이잖아. 게다가 윤설 씨까지 얽혀서 그 여자가 곤란해질까 봐 그런 거지?]배경윤은 그가 누군가에게 이렇게 신경을 쓰는 모습을 처음 봤다. 윤설이 첫 번째이자 아마 유일한 사람일 거라는 생각에 그녀는 눈앞의 이 남자를 더 용서할 수 없었다.‘이런 바람둥이!’“조금만 머리 쓰면 내가 왜 이렇게 하는지 알 텐데.”사도현은 배경윤의 ‘모함’을 듣고 이 오명을 씻을 수 없다는 생각에 더 이상 해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차갑게 말했다.“네가 뭐라고 생각하든, 나는 이 사건에 연예인 본인을 끌어들이는 걸 절대로 허용하지 않아.”그도 어쨌든 윈스 엔터테인먼트의 CEO였고 연예계의 돌아가는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때로는 하나의 루머가 칼날처럼 되어 사람을 죽음의 길로 몰아넣을 수 있다.연예계에서 온라인 폭력에 의해 처참하게 망가진 스타들이 많았고 배경윤과 차설아 같은 일반인은 그 악플의 고통을 더 견디기 힘들 것이다.[헐, 이제 나를 협박하겠다는 거야? 도현 씨가 그렇게 말할수록 난 더 윤설을 찾아갈 거야. 날 어떻게 할 건데?]배경윤은 분노를 담아 빠르게 타자를 했다. 소리 없이 치는 타자 소리만으로도 그녀의 분노가 느껴졌다.성도윤은 그들 옆에서 분위기를 살피며 처음으로 연애 문제가 이렇게 복잡하고 피곤할 수 있다는 걸 실감했다.이 두 사람은 분명 서로에게 감정이 있었지만 계속해서 상처가 되는 말들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망쳐가고 있었다.‘내가 보기엔 차설아와 내 관계가 훨씬 더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 같아. 내가 정말 운이 좋아.’차설아를 떠올리며 성도윤은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지금 2층으로
“오늘 소란을 일으킨 사람 중에 내 팬도 있었던 거 확실해?”사도현은 사실 명성과 노출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배경윤 때문이 아니라면 절대 미디어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을 것이고 그런 어색한 연애 프로그램 같은 것도 참가하지 않았을 것이다.그가 이렇게 많은 팬을 얻게 된 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는 조용한 성격이라 팬들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팬들이... 오물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충격을 받았다.“믿을 수 없지?”배경윤이 오늘 자신과 차설아가 괴롭힘을 당한 영상 파일을 사도현에게 보여주었다.“봐봐, 그 팬이라는 여자들이 뭐라고 말하는지. 도현 씨가 잘생기고, 부유하고, 성격도 좋고, 완벽한 남자라며 윤설과 천생연분이라고 하더라. 도현 씨가 윤설의 왕자인데 내가 그 악녀가 되어 두 사람의 관계를 망쳤다고 하면서, 심지어 설아까지 모욕했어.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뭐, 우리 설아까지 욕했다고?”옆에서 무표정하게 싸움을 구경하던 성도윤은 배경윤의 말을 듣고 나서 차설아에게 더 한없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그는 사도현이 들고 있던 핸드폰을 빼앗 분노에 차서 영상을 확인한 뒤 싸늘하게 말했다.“이 사람들, 이런 짓을 할 용기가 있다면 그 자만과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어떻게 할 건데?”배경윤이 성도윤에게 물었다. 이전과 달리 이제는 거부하는 태도가 없었다.“갖은 방법을 동원해서 이 사람들 다 찾아낸 뒤, 두 사람 앞에서 머리 조아려 사과하게 해야지.”성도윤이 이를 갈며 한 글자씩 뱉어냈다.이 말은 결코 가벼운 말이 아니었다. 마음만 먹으면 끝까지 추궁할 수 있는 말이었다.“그나마 다행이네...”배경윤이 사도현을 보며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저것 봐, 사랑하는 여자가 괴롭힘을 당했으면 정상적인 반응은 저런 건데, 도현 씨는... 아니지. 도현 씨한테는 사랑하는 여자가 괴롭힘을 당한 게 아니라 사랑하는 여자의 팬이 그냥 길 가던 사람을 괴롭힌 정도잖아. 이제야 왜 이렇게 무관심한지 알
[무슨 소리야, 그건 옛날얘기지. 지금은 완전히 아니라고! 나도 한때 도현 씨를 내 ‘남신’이라고 했었잖아? 그런데 그 결과가 어땠어? 겉은 번지르르하지만 속은 형편없더라!]배경윤이 가차 없이 쏘아붙였다.[두 사람, 완전 끼리끼리야. 나랑 설아는 이제 두 사람이랑 거리를 둬야 해. 안 그러면 우리도 불행해질 거야. 봐, 오늘 내가 이렇게 재수 없는 일을 겪은 것도 다 네 탓이야.]“아니, 이게 왜 또 내 탓이야?”사도현은 어이없다는 듯 두 손을 들었다.그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는데 갑자기 죄인처럼 배경윤의 분노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당연히 도현 씨 탓이지! 오늘 나랑 설아에게 똥물을 뿌린 사람들이 누구인 줄 알아?]배경윤이 팔짱을 끼고 사도현을 노려봤다.“누군데?”사도현이 황당한 표정으로 되물었다.‘아무리 세상이 험악해졌다고 해도 앞을 못 보는 여자랑 말을 못 하는 여자를 상대로 그런 짓을 할 정도면 정말 제정신 아닌 인간들 아니야?’[한쪽은 도현 씨 팬들이고, 다른 한쪽은 윤설의 광적인 팬들이야.]“뭐?”사도현의 표정이 얼어붙었다.[내가 도현 씨를 알지 않았으면 윤설이랑 엮일 일도 없었을 거고, 그 여자의 팬들에게 이런 일을 당하지도 않았을 거야. 그리고 당신 팬들도 마찬가지야. 윤설 팬들이랑 다를 게 뭐야? 둘 다 극성맞고 정신 나간 사람들뿐이야. 그러니까 이 모든 게 도현 씨 탓이라고!]배경윤은 흥분해서 글을 계속해서 쳐냈다. 사도현은 그녀가 쓴 긴 글을 읽고 머리가 핑 돌 지경이었다. 글에는 온통 그에 대한 비난이 가득했다.사도현은 억울한 마음이 치밀어 올랐다.“근데 말이야, 팬들이 한 행동을 내가 어떻게 책임져? 사람마다 다 성격이 다르고 수천, 수만 명의 팬을 내가 어떻게 다 통제해?”[핑계 대지 마!]배경윤은 여전히 흥분한 상태였다.[팬들의 행동은 결국 본인이 책임지는 거야. 팬덤 문화 몰라? ‘팬들의 행동은 본인이 책임진다.’ 이게 기본 원칙이야! 팬들이 왜 그렇게 극성인지 알아? 그건 본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