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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5화

Author: 조십일
최연서는 머뭇거리면서 받았다. 그녀는 서류에 적힌 액수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것은 2억 6천만 원이 이체된 영수증이었고 돈을 받은 사람은 바로 그녀의 동생이 찔러 다치게 만든 성추행범이었다.

민경하는 또 다른 한 장의 손으로 쓴 서류를 내밀었다.

“배상금은 이미 저희 대표님께서 청산해 주셨습니다. 앞으로 이 사람이 다시는 최연서 씨를 찾아와 괴롭히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대학원도 다시 다니고 싶으면 다시 신청하셔도 됩니다. 물론 신청하고 싶지 않으면 저희 대표님께선 명성대 학장님과 아는 사이이시니 사정을 말해주면 휴학 처리를 해드릴 겁니다. 그럼 그냥 다시 복학하면 됩니다.”

최연서의 손이 덜덜 떨리더니 두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녀가 유상수의 제안을 받은 후에도 다시 학교 다닐 기회가 생길 줄은 몰랐다.

동생이 다치게 만든 그 사람의 배후엔 세력이 존재했고 당시에 많은 목격자가 있었지만, 그 목격자들은 모두 친구랑 장난치는 것으로 보였다며 말을 바꿨다. 증거 영상도 없어 소송을 걸어도 이길 수가 없었다.

게다가 상대는 오히려 그녀의 동생을 상해죄로 고소를 했고 변호사가 말하길 상대는 6억의 배상금만 내면 바로 고소를 취하해 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바로 감방에 보내겠다고 했었다.

그녀의 동생은 기껏해야 20살이었고 이제야 인생이 시작되는 나이였기에 그녀는 언니로서 절대 감방 가는 꼴을 지켜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6억이라는 돈은 평범한 계층의 사람들이 갚기에는 아주 큰 돈이었다.

그리고 유상수는 마침 이때 나타나 그녀에게 “썩은 동아줄”을 내밀었다. 별다른 선택이 없었던 그녀는 그 썩은 동아줄을 꽉 붙잡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인생이 망가진 줄 알았다. 더는 이런 역겨운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을 줄 알았다.

최연서의 손에 힘이 들어가고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전 확실히 사진이 얼마나 있는지 몰라요. 그 사람은 제 동생이 일하는 가게로 찾아가 뭐 보낼 거 있다면서 휴대폰을 빌렸거든요. 그리고 사진을 몇 장 전송하더라고요. 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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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 [젠장. 어쩐지 그 얼굴에 여자친구가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양다리 걸치는 쓰레기였네.]D: [내 마음을 가지고 놀다니. 그런 인간은 다 죽어버려야 돼요.]F: [역시 잘생긴 것들은 어떻게든 얼굴값을 한다니까요. 너무 잘생긴 남자는 감당할 수 없나 봐요. 대표님, 전 얼굴 안 밝혀요. 책임감 있고 진취적인데다 술, 담배 안 하는 사람이면 돼요. 지인 분 중에 이런 남자 있어요?]A: [흑흑, 전 그래도 잘생긴 남자가 좋아요. 너무 못생기면 키스할 마음이 안 생긴다고요~]B: [여러분, 제 친구 중에 연현 테크에 출근하는 애가 있는데 회사에 고발 메일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쓰레기 같은 인간이 여자친구 몰래 소개팅한 사실을 회사에 알려 이름 좀 나게 해달라고 해볼까요?]B: [찬성이요.]C: [찬성이요.]F: [찬성이요.]...강한서는 처음으로 도끼를 들어 발등을 찍는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체험할 수 있었다. 한현진은 강한서가 자신의 휴대폰을 보는 것에 대해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그녀는 심지어 재밌다는 표정으로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저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요. 여자친구가 있는데도 소개팅을 본 남자는 세상에 알려야 해요.]강한서: ...아무 것도 모르는 민경하는 두 사람의 대화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대화가 끊기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민경하는 한현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그런 인간은 패가망신시켜야 해요.”말을 마친 민경하는 뒤에서 오는 따가운 시선을 느끼고 움찔 몸을 떨었다. ‘실수한 건가?’민경하 앞에서는 차마 애교 섞인 말투로 고개를 숙이기 부끄러웠던 강한서는 휴대폰을 꺼내 한현진에게 달려와 무릎을 꿇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휴대폰 알람에 카톡을 확인한 한현진은 곧 입꼬리를 씩 올리며 강한서에게 [네 죄를 사하노라.]라는 의미의 이모티콘을 전송했다. 한현진이 그룹 채팅방에 공지를 올렸다. [여러분, 그 사람의 개인 정보도 가짜였어요. 연현 테크에 출근하는 지인에게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27화

    강한서는 어쩐지 주혁이 한현진에게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돈이 부족한 상황에 전근까지 당한다면 어느 정도 불평을 늘어놓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었다. 하지만 주혁은 불평은커녕 오히려 한현진에게 아들이 그린 그림을 선물하기까지 한 것은 흔히 볼 수 없는 특이한 케이스였다. 하지만 주혁의 이력은 강한서가 봐도 전혀 이상한 점을 찾아낼 수 없었다. 오히려 굉장히 불운한 일생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주혁의 아들은 선척적으로 청각장애를 가진 것이 아니라 납치사건 때문에 생긴 후유증이었다. 부잣집 아들을 납치하려던 납치범은 실수로 주혁의 아들을 납치했고 납치범은 돈을 요구했지만 부잣집에서는 인질을 구출하려는 경찰에 전혀 협조하지 않았다. 납치범이 납치된 아이를 살해할 것을 고려해 경찰은 그들에게 아이를 잘못 납치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며 돈을 받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한 납치범은 아이를 버리고 도망쳤다. 주혁의 아들은 비록 구조되었지만 의사로부터 청력을 잃었다는 선고를 받아야했다. 정신질환 가족력이 있던 주혁의 아내는 아들이 납치되기 전까진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납치사건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그녀마저도 정신질환을 앓게 되었다. 강한서가 주혁을 한현진 곁에 두고 싶지 않았던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주혁의 과거 때문이었다. 아들이 납치당하기 전의 주혁은 지금처럼 성실하고 자상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도박 전과가 있었다. 매번 월급이 지급되면 주혁은 며칠 동안 사라졌다. 도박장이나 PC방에 파묻혀 가진 돈을 전부 잃고 나서야 다시 출근했다. 집에 있는 아이와 아내는 거의 신경도 쓰지 않았고 아내가 발품 팔아 번 돈으로 겨우 가족의 생활을 유지했다. 주혁의 모든 변화는 그의 집에 사건이 생기면서 시작되었다. 도박이나 하며 빈둥거리던 남자가 하루아침에 모든 과거를 뉘우치고 안정적인 직업을 찾아 가족을 보살폈다. 주혁을 아는 모든 사람들은 그런 주혁을 보며 감개무량한 듯 말했다. “스스로 잘못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26화

    한현진은 순간 주혁에게 말로는 형용하기 어려운 위화감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고등학교도 마치지 못했다던 주혁은 글을 잘 썼다. 정신질환이 있는 아내와 청력장애가 있는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그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유일한 사람이었지만 아들을 국화와 서예 학원을 보낼 수 있었다. 아들의 인공 달팽이관을 마련하기 위해 급히 돈이 필요하다던 그는 한현진 몰래 아르바이트를 하다 걸려 직장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들에게 들어가는 지출을 줄이지는 않았다. 자식의 교육을 위해 본인은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자식에게는 제일 좋은 것만 주길 원하는 부모를 처음 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주혁의 가정형편으론 이 모든 것이 너무나 이상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대체 어떤 면에서 이상하다고 해야 할지, 콕 짚어 얘기하기는 어려웠다. 강한서를 만나고 나서도 한현진의 찌푸린 미간은 펴지지 않았다. 원율이 퇴근하고 민경하가 운전을 인계받았다. 조수석에 외투를 벗어던진 강한서는 뒤로 돌아가 한현진과 함께 뒷좌석에 앉았다. “왜 그래? 고민 있어?”강한서가 안전벨트를 하며 물었다. 한현진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별 일 아냐.”“손에 그건 뭐야?”강한서가 물었다. 한현진이 그림을 강한서에게 펼쳐보였다. “기사님 아드님이 나에게 선물로 준 거야. 초콜릿을 준 적이 있는데 고맙다고 그려줬어.”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또 어린애에게 작업 걸었어?”한현진이 입가를 파르르 떨며 말했다. “기사님 아들은 이제 고작1 4살인데 무슨 작업을 걸어. 게다가 심지어 만난 적도 없다고. 전에 생일이라고 해서 기사님께 초콜릿을 가져가라고 했었어. 인사성이 좋은 아이라 답례를 준 거고.”강한서가 큼, 헛기침을 내뱉었다. “그래?”한현진이 어이없다는 듯 흥, 콧소리를 냈다. 그림을 들고 한참을 자세히 살피던 강한서가 평가했다. “꽤 잘 그렸는데? 14살에 이 정도 수준이면 엄청난 거지.”한현진은 눈앞의 질투쟁이의 말을 무시했다. 강한서가 말을 이었다. “너도 국화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25화

    은서하는 말없이 서류철을 품에 안고 돌아서 자리를 벗어났다. 회사에서 나온 한현진은 주혁과 마주쳤다. 그는 지금 회사의 경비로 일하고 있었다. 평소엔 회사의 보안을 책임졌고 가끔은 고객이나 임원의 주차를 돕기도 했다. 한현진이 주혁을 발견했을 때,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누군가 가까워오자 그는 경계하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곤 한현진의 삭막한 눈빛과 눈이 마주쳤다. 멈칫하던 주혁이 어색하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대표님, 안녕하세요.”한현진이 인사를 받으며 말을 이었다. “인사팀에서 보안팀으로 전근시켜줬어요?”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한현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새로운 업무에 적응은 했는지, 일은 할 만한지도 묻지 않았다. 강한서가 말한 것처럼, 쓸데없는 동정심은 내려놓았다. 모두에겐 각자의 인생이 있었고 그녀는 충분히 최선을 다했다. 한현진은 가방을 메고 두 손은 트렌치코트 주머니에 꽂은 채 원율이 주차장에서 차를 가져와 데리러 오기를 기다렸다. 가만히 옆에 서서 손가락을 꽉 움켜쥐던 주혁이 한참이 지나서야 용기를 내 말을 걸었다. “대표님, 이거 제 아들이 그린 그림이에요. 대표님께 전해드리라고 해서요.”멈칫한 한현진은 고개를 돌리자 주혁이 품에서 깨끗한 편지 봉투를 꺼내 두 손 가지런히 한현진 앞에 내밀었다.입술을 짓이긴 한현진은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한현진은 입을 꾹 닫고 침묵을 지켰다. 그 사이 원율은 정문에 도착해 한현진 앞에 차를 세웠다. 혹여나 한현진이 그림을 받지 않을까, 주혁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대표님, 제가 잘못을 저질렀으니 벌도 달게 받을 거예요. 하지만 이건 아이가 대표님께 전하는 조그만 마음이에요. 대표님께서 생일 선물로 주신 초콜릿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처음으로 받는 생일 선물이었거든요. 생일이 지나도 몇 번이고 그 초콜릿을 곱씹었어요. 그래서 대표님께 그림 선물로 고마움을 표현한 거라면서 저에게 꼭 전해달라고 했어요.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24화

    주현의 손을 잡은 것은 이시연이었다. 일을 마치고 나온 이시연이 마침 그 장면을 목격했다. “회사에서 이게 지금 뭐하는 거예요?”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주현이 이시연을 밀쳤다. “이 팀장님은 상관하지 마세요. 한 대표님을 대신해 이 배은망덕한 X를 혼내고 있는 중이니까.”은서하가 그에 질세라 입을 열었다. “한 대표님 핑계 대지 마세요. 대표님 라인에 붙으려다 대표님께서 선을 그으시니까 저에게 화풀이 하시는 거잖아요.”혹여 그 말이 송가람 귀에 들어가기라도 할까 겁이 난 주현이 당황한 얼굴로 날뛰며 말했다. “누가 대표님 라인에 붙으려 했다는 거예요! 은혜를 갚을 줄도 모르면서 모함 좀 그만해요. 한 대표님께 돈을 받고도 서 대표님에게 붙은 건 은서하 씨 아니었어요?”은서하가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전 한 대표님 돈 받은 적 없어요. 계속 루머를 퍼뜨리시면 경찰에 신고하겠어요.”이시연이 얼른 상황을 수습했다. “됐어요, 그만해요. 두 사람 다 적당히 해요. 매일 얼굴 마주칠 동료끼리,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요?”주현은 고모인 성월이 서해금의 오른팔이라는 것을 등에 업고 평소 회사에서 동료들을 괴롭혔었다. 은서하처럼 나약한 성격의 직원은 전부 주현의 직장 내 괴롭힘이 대상이 되었다. 그러니 그런 은서하가 주현에게 맞서는 것은 주현에겐 모욕을 당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일이었다. 주현이 비꼬며 말했다. “이 팀장님, 말리지 마세요. 신고하라고 해요. 제가 무서워할 것 같아요? 배신이나 때리는 배은망덕한 인간과 대체 누가 친하게 지내려고 하겠어요? 언제 배신당할 지도 모르는데.”분노로 은서하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더는 입씨름을 하지 않고 바로 휴대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했다. 이시연이 곧바로 은서하의 행동을 제지하며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만해요! 회사가 두 사람 소란 피우는 곳인 줄 알아요? 굳이 옳고 그름을 따지고 싶다면 대표님께 찾아가요. 사무실에 계시니까!”그 말에 두 사람은 드디어 흥분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23화

    한현진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전 송 팀장님이 아녜요. 아부 같은 건 저한텐 안 통해요. 그러니 괜히 제 심기를 건드려서 혼났다고 불평하지나 마세요.”주현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녀는 덜덜 떨리는 입술로 한 마디 반박도 하지 못했다. 그 사이, 엘리베이터는 7층에 도착했다. 은서하와 주현을 비롯한 직원들이 엘리베이터를 나서자 한현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닫힘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 문이 완전히 닫히고 나서야 주현은 고개를 들었다. 얼굴에 드리운 증오를 숨기지도 않은 채 입을 열었다. “부모를 잘 만난 것이 전부인 주제에, 다들 대표님이라고 불러주니까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그 말을 듣고 있던 동료가 조용히 눈치를 줬다. “듣겠어요. 그만해요.”주현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말했다. “들으라고 해요. 깔린느 전체가 서 대표님 거라는 걸 회사에 모르는 사람이 있어요? 다들 대표님이라고 부르며 비위나 맞춰주니까 정말 대표라도 된 줄 아나 보죠. 은서하 씨 같은 사람도 상황 파악 할 정도인데, 눈치가 없대요?”서로 눈을 마주친 직원들은 가타부타 말을 하지 않았다. 지난달 급여명세서가 공개되었다. 한현진이 관리하는 부서 직원들의 급여는 평소보다 더 높았다. 심지어 한현진의 부서는 다른 부서보다 늘 더 빨리 퇴근했음에도 말이다. 이건 전부 한현진이 보너스 지급 방식에 변화를 주었기 때문이었다. 예전엔 부서에 지급된 보너스 중 담당 대표의 인센티브를 따로 계산한 후 나머지를 부서 직원들이 균등하게 나누는 방식으로 지급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현진이 본인의 인센티브를 따로 계산하지 않고 보너스 전부를 부서 전 직원에게 균등하게 지급했다. 비록 한현진이 받을 보너스는 줄어들었지만 그 덕에 부서의 전 직원은 더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어떤 큰 포부가 있든, 출근은 결국 돈을 벌어먹고 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니 한현진이 조향에 대해 아는지 모르는지는 그들에게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한현진이 실제로 그들의 월급을 올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22화

    사실 그건 조금은 선을 넘는 질문이었다. 특히 한현진의 등에 칼을 꽂은 이 타이밍엔 더 그랬다. 한현진은 자신이 은서하의 편을 들어주었음에도 그녀가 더 이상 송가람의 죄를 추궁하지 않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아무런 배경도 없이 집엔 아픈 노모까지 있는 여자 아이에게 직장을 잃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서해금이 주는 기회를 잡지 않는다면 그건 은서하가 처사를 제대로 못하는 일이 되었고 어쩌면 회사에서도 점점 더 어려운 처지에 내몰릴 수 있었다. 한현진은 은서하의 고충을 이해했지만 그럼에도 서운한 마음을 어쩔 수는 없었다. “은서하 씨와는 상관없는 일이예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고개를 들어 눈치를 보는 눈빛을 마주한 한현진은 저도 모르게 외할머니의 병원비 때문에 화장실에 몰래 숨죽여 울던 은서하의 모습을 떠올렸다. 한현진 역시 그런 무력한 순간은 경험했었기에 같은 처지에 놓인 은서하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내뱉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쉽게 은서하를 용서할 수도 없었던 그녀는 결국 냉담한 말투로 “네.”라는 짧은 대답을 내놓았다. 은서하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한현진에게 말을 더 붙이고 싶었지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주연과 다른 동료들이 들어오자 은서하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주현이 한현진에게 인사를 건네곤 고개를 돌려 은서하를 보며 장난 섞인 말투로 말했다. “서하 씨, 월급을 추가 지급 받으셨다면서요. 대표님께서도 따로 위로금까지 챙겨주셨다고 하던데, 이 정도면 전화위복 아닌가?”멈칫, 몸을 떤 한현진이 고개를 들어 은서하를 쳐다보았다. 은서하는 창백해진 얼굴로 입술을 꼭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현이 불난 집에 부채질을 이어갔다. “송 팀장님은 그저 서하 씨에게 농담을 좀 한 것뿐인데 하필이면 한 대표님처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분을 만나서 상황이 이상하게 됐네요. 그대로 한 대표님이 진지하게 받아들이신 덕에 서하 씨는 위로금까지 받았잖아요. 서하 씨는 한 대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21화

    “난 없어도 민 실장은 아는 사람이 많잖아. 형님 소개팅도 민 실장이 주선해준 거였어. 교사, 의사, 공무원 할 것 없이 인기가 많은 직종은 민 실장이 다 꾀고 있다고.”한현진이 눈을 반짝였다. “그럼 민 실장님께 부탁 좀 해 봐. 나이는 25살에서 35살 사이, 초혼에 직업은 안정적이고 반듯한 외모를 가진 사람으로. 몇 명이든 상관없이 전부 소개해 달라고 해. 미남계로 혼을 쏙 빼서 전부 내 사람으로 만들고 나면 민 실장님 보너스 두둑이 챙겨줘야지.”강한서가 웃음기 가득한 눈빛으로 한현진을 보며 말했다. “그럼 내가 이따 민 실장한테 얘기할게.”강민서의 보고서를 수정해주며 멘탈이 붕괴된 민경하는 연이어 몇 번이나 재채기를 했다. 이유 모를 불안감에 등골이 오싹해진 민경하는 순간 휴가를 가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시간을 확인한 한현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오늘 퇴근하고 나 좀 기다려. 갈 데가 있어.”강한서가 물었다. “나 생일 파티 해주러 가는 거야?”에이, 감탄사를 내뱉은 한현진이 화난 척 말했다. “사람이 무드 없긴. 알아도 모른 척 해야지. 눈치가 없어. 기대감이 완전 사라졌잖아.”강한서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내가 잘못했어. 처음부터 다시 해. 이번엔 내가 제대로 대답할게.”한현진이 말했다. “오늘 퇴근하고 나 좀 기다려. 갈 데가 있어.”강한서가 말했다. “어딜? 완전 좋아. 너무 기대된다.”한현진: ...“그냥 닥쳐.”강한서가 푸스스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뭘 할지 알아도 기대가 되는 건 똑같아.”말하며 잠시 멈칫하던 강한서가 나지막이 말했다. “이번 생일은 우리 두 사람이 함께 보내는 마지막 생일이야. 다음은 둘이 아니라 넷일 테니까. 마지막이니까 소중하게 여겨야지.”한현진이 눈웃음 지었다. “괜찮아. 내년에도 아이들은 집에 두고 우리 둘이 보내면 돼.”한현진의 말에 웃음을 터뜨린 강한서가 한참만에야 아쉬운 말투로 말했다. “이젠 가서 일 봐. 좀 이따 만나, 여보.”전화를 끊은 한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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