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113화

Author: 조십일
주세은이 송가람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가람 언니, 안녕하세요.”

송가람이 주세은의 손을 잡고 캐리어를 가져왔다.

“가자. 일단 차에 타. 가서 짐 풀고 밥 먹으러 가자.”

주세은은 거절하지 않고 송가람을 따라 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한현진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송민준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가자. 그렇게 보지 마. 두 사람 진작부터 알던 사이야. 은이가 국내엔 친구가 없으니 가람이와 가깝게 지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야.”

한현진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웃었다.

“그걸 신경 쓰는 게 아니에요. 넌 그저 생각보다 너무 어려 보여서요. 정말 오빠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실력이 있어요?”

송민준이 한현진을 끌며 말했다.

“지금 어린 애들 우습게 보지 마. 은이의 천부적인 재능은 네 상상을 훨씬 뛰어넘을 거야.”

“그게 아니라. 전 은이가 너무 어려서 걱정이에요. 조향팀엔 전부 여우 같은 사람들뿐이잖아요. 저렇게 순진한 아이를 그곳에 두는 건 너무 모험이 아닌가 싶어요.”

송민준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한현진이 그런 송민준을 쳐다보았다.

“왜요?”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건, 다른 사람도 똑같은 생각을 한다는 거야. 그들이 상상도 못할 수를 써야 손 쓸 틈도 없게 만들 수 있어.”

송민준이 한현진의 머리카락을 쓸며 나지막이 말했다.

“우리 조카들은 어때?”

한현진이 살풋 미소 지었다.

“너무 잘 있어요. 나중에 초음파 사진 보여줄게요.”

잠시 말을 멈춘 한현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오빠도 이젠 서둘러야죠. 조카들이 뛰어다닐 때까지도 혼자면 오빠는 받는 것도 없이 우리 애들한테 세뱃돈만 줘야 할 거예요.”

“내가 그 정도 돈도 없을까 봐?”

“오빠가 돈은 많죠. 하지만 강한서 돈을 굳게 할 순 없어요.”

송민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팔이 안으로 잘도 굽었네. 다음엔 강한서가 있을 때 똑같이 얘기해 봐.”

한현진이 송민준에게 팔짱을 끼며 말했다.

“제가 얼마 전에 친구를 만났었는데 솔로인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14화

    순간 멍해졌던 송민준이 대답했다. “응. 있어.”“어디예요?”송민준이 한 방문을 가리켰다. 주세은이 말했다. “제가 오빠 방에서 지내고 오빠가 동생분 방에서 지내는 건 괜찮아요?”주세은의 말에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송민준이 곧 대답했다. “그래도 되긴 하지. 하지만 내가 방을 자주 쓰지 않아서 일상용품이 부족할 거야. 지내기 조금 불편할 텐데.”한현진이 말했다. “괜찮아요. 좀 이따 은이가 짐을 다 풀면 식사부터 해요. 그리고 방에 뭐가 부족한지 확인하고 사러 가면 되죠.”송가람이 말했다. “사실 그냥 내 방에서 지내면 되는데. 내 방엔 뭐든 다 있어.”주세은이 예의 바르게 말했다. “가람 언니, 제가 몽유병이 있어서요. 자주 증상을 보이는 편이라 혼자 있는 게 편해요.”주세은의 말에 더는 설득할 수 없어진 송가람이 어쩔 수 없이 말했다. “그래, 그럼. 어차피 같은 집에 있을 텐데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나 부르면 돼.”한현진이 눈썹을 씰룩였다. 워낙 다정한 송가람의 모습에 주세은과 친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보니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송가람을 대하는 주세은의 태도는 예의 있게 선을 지키는 편에 가까웠다. 오히려 송민준을 대하는 태도가 더 자연스러워 보였다. 아니면 여자가 남자 침실에서 지내겠다고 할 리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충 짐을 푼 후 송민준은 두 사람을 데리고 밥 먹으러 집을 나섰다. 아직 어색한 탓인지 주세은은 말이 없었다. 쿨해 보이는 외모와는 다르게 순한 사람인 것 같았다. 밥을 먹을 때도 식사 예절이 바른 것이 눈에 보였다. 반찬 투정 없이 집어주는 대로 잘 먹으며 예의 바르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제 막 아버지를 잃은 아이라고 생각하니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송민준은 조세은이 조향 천재라고 했다. 하지만 주세은은 인간관계에는 조금 둔감한 편이었다. 아마 천재는 모두 일반인과는 다른 부분이 있는 듯했다. 주세은의 어머니는 일 때문에 늘 바빴기에 그녀와 지내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러니 주세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15화

    [너 이건 날 벼랑 끝으로 내모는 거야. 내가 어떻게 너한테 뭐라 그래.]한현진이 문자를 작성했다. [넌 아무 말이나 하면 돼. 내가 알아서 할게.]잠시 후, 강한서가 한현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현진은 일부러 송가람 가까이에 다가가서야 통화 버튼을 눌렀다. 진작 한현진의 휴대폰이 울리는 것을 듣고 있던 송가람은 한현진이 휴대폰을 꺼내자 저도 모르게 발신 번호를 확인했다. 송가람의 예상대로 강한서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송가람의 시선을 느낀 한현진이 도도한 눈빛으로 송가람을 쓱 훑더니 그녀가 보는 앞에서 통화 버튼을 눌렀다. “곧 들어간다고 했잖아요. 왜 재촉하는 거예요?”한현진은 일부러 짜증 나는 척 연기했다. 강한서가 말했다. “재밌는 이야기해줄게.”한현진: “할 얘기 있으면 빨리 해요.”강한서: “이탈리아의 날씨는 어떤지 알아?”한현진이 얼굴을 굳혔다. “고작 그 얘기나 하려고 전화한 거예요?”강한서: “습하게띠?”한현진이 냉소 지었다. “그렇게 말한 거 맞아요. 뭐 문제 있어요? 강한서 씨, 지금 그거 따지려고 전화한 거예요?”강한서: “습하게띠? 스파게티.” 한현진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파르르 떨렸다. 손바닥을 꼬집으며 억지로 연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애를 썼다. “그 여자 말이면 뭐든지 다 믿는 거예요? 강한서 씨는 머리가 없어요?”비록 송가람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떨어져 있었지만 수화기 너머의 강한서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버럭 화를 내는 한현진의 모습을 보며 강한서가 좋은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닐 거라고 판단했다. 송가람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씩 올라갔다. 강한서가 웃으며 물었다. “어때? 지난번 그 아재 개그보단 고급스럽지 않아?”한현진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그렇게 말했으면 어쩔 건데? 멍청한 자식! 애초부터 네가 들어와 살라고 한 거잖아. 이제 와서 나더러 나가라고? 꿈 깨는 게 좋을 거야.”말을 마친 한현진이 뚝 전화를 끊었다. 송가람이 걱정하는 척 한현진에게 물었다. “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16화

    두 쌍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 공기 중에는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물론 이 상황이 뻘쭘한 건 한현진이었다. 비록 주세은은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지만 한현진은 그녀가 자신의 통화 내용을 들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들은 건지는 알 길이 없었다. 주세은은 한현진과 짧게 인사를 나눈 후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에서 나온 한현진은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는 송민준에게 다가가 물었다. “가람 언니는요?”“전화를 받더니 친구가 찾는다고 먼저 갔어.”그러내며 대꾸한 한현진이 나지막이 물었다. “오빠, 주세은과는 무슨 사이예요?”송민준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무슨 사이긴? 은이는 기장님 딸이잖아.”“그게 다예요? 방금 주세은이 먹다 남긴 음식을 오빠는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바로 먹어버렸잖아요.”송민준이 말했다. “만약 내가 안 먹으면 은이는 토할 때까지 꾸역꾸역 입에 넣을 거야. 기장님이 항상 먹을 만큼 담아야 한다고 가르치셨거든. 나도 처음 은이와 밥을 먹을 땐 너처럼 계속 음식을 담아줬었다. 주는 대로 잘 먹어서 먹성이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날 바로 소화불량으로 병원에 갔어.”“은이가 어렸을 때 편식을 심하게 해서 기장님이 모셔온 베이비시터가 쉽게 습관을 고치려고 은이를 자주 굶겼었어. 배가 고프면 뭐든지 잘 먹었으니까. 그때 기장님네 부부는 일로 한창 바쁘던 시기라 몇 년 동안 딸이 학대당하는 줄로 몰랐던 거야. 계속 아이가 식욕이 좋은 줄로만 알았지. 하지만 어느 날 베이비시터가 2주일간 휴가를 가고 부부가 직접 아이를 살펴보면서 그제야 이상함을 눈치 챘어.”“은이는 주는 음식은 절대 거절하지 않아. 무조건 전부 깨끗하게 먹어버렸어. 나중에 기장님은 엄청난 노력을 퍼부어 그 버릇을 고쳐야 했어. 그 덕분에 효과도 조금 있었어. 마치 조금 전처럼 말이야. 다 먹을 수 없는 음식은 다른 사람에게 권하는 거야. 하지만 음식을 받은 사람은 전부 먹어야 해. 은이 대신 버리는 게 아니라.”한현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17화

    한현진의 분석에 송민준도 더 신중해졌다. 그는 도일준 본인을 만나본 적이 없었기에 한현진의 판단이 더 신뢰도가 높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 사람이 도일준이 아니라는 거야?”한현진은 어쩐지 점점 더 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흐릿한 막에 가려진 듯 그 정체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미간을 찌푸린 채 한현진은 머릿속으로 그날 본 남자의 모습을 반복해 곱씹었다. 야윈 몸매에 비교적 작은 키, 꽁꽁 싸맨 얼굴. 옷 사이로 보이던 피부는 일반 남자처럼 거칠지는 않고 오히려 부드러운 편이었다...“오빠, 화재 사고로 사망했다던 도일준 씨 약혼녀 이름이 뭐예요? 사진은 있어요?”송민준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사진은 없어. 도일준 씨 아버지의 친구 분 말씀으로는 그 여자는 당시 한주에서 수강하면서 알게 된 여자라고 했어. 그 여자 분도 의...”뚝, 송민준이 말을 멈췄다. 그는 획 고개를 돌려 한현진을 바라보았다. “현진아, 도일준 씨 이름 초성 순서를 거꾸로 해봐.”“ㅈㅇㄷ... 조예단!”한현진이 순간 눈을 커다랗게 떴다. 송민준이 조용히 하라며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댔다. 쉽게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던 한현진이 목소리를 잔뜩 낮추고 입을 열었다. 떨리는 한현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마취사잖아요.”송민준도 흥분된 마음을 쉽게 진정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줄곧 찾던 그 사람이 완전히 다른 모습, 다른 이름으로 이미 주변에서 모습을 보였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한 적 없었다. 만약 우연하게 한현진과 마주쳐 의심을 사지 않았다면 송민준이 아무리 발이 닳도록 돌아쳐도 절대 머리카락 하나도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 사실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송민준이 마음을 진정시키며 속삭였다. “일단 내가 몰래 그 사람이 사는 곳을 알아보고 가까워질 기회를 노려볼게. 만약 그 사람이 정말 조예단이라면 그럼... 당시 그 화재도 어쩌면 사고가 아닐지도 몰라. 먼저 조예단 씨 태도를 떠볼 필요가 있어. 먼저 눈치 채게 해서는 안 돼.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18화

    “경고하는데 차에서 얌전히 있어. 새로 오신 기사님이라 어떤 사람인지 나도 아직 잘 몰라. 겉보기엔 믿을 만한 사람인 것 같긴 하지만 입을 함부로 놀리지 않을 거라 장담할 수는 없어. 그러니까 대외적인 네 모습 그래도 차에서도 연기해야 해. 알겠어?”차가 아직 도착도 하기 전에 한현진은 강한서에게 일렀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기억이 돌아온 사실을 한현진에게 들켰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강한서는 점점 더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예를 들면 식사 자리에서 지인을 만나면 한현진은 여전히 두 사람의 불화를 보여주기 위해 애를 썼지만 강한서는 이미 그녀의 젓가락을 닦아주고 있었다. 그녀가 눈을 부릅뜨고 강한서에게 눈치를 주면 그는 그제야 어색한 변명을 내뱉었다. “위생에 신경 좀 쓰죠. 괜히 저에게 병 옮기지 마시고요. 짜증나니까.”그러면 한현진의 인생 연기를 펼치며 강한서와 대판 “싸움”을 벌이고는 서로 차갑게 식은 얼굴로 밥을 먹었다. 이런 일을 여러 차례 겪고 난 후 한현진은 이젠 강한서와 함께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기억 상실이 실제가 아닌 연기라는 사실은 언젠가 사랑에 눈이 먼 강한서 때문에 들통 날 것이다. 한현진의 말에 강한서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 연기력을 못 믿을 수는 있어도 선생님으로써의 네 자질도 못 믿는 건 아니지?”한현진이 흥, 콧방귀를 뀌었다. “괜히 칭찬하려고 하지마. 난 너 못 믿어. 또 들키는 날엔 각방 쓸 줄 알아.”역시나 각방 협박은 꽤 효과가 있었다. 강한서가 불퉁하게 대답했다. “알았어.”잠시 후, 주혁이 운전한 차가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한현진에게 인사를 건넨 주혁은 함께 서 있는 두 사람을 보고는 그 어떤 호기심 어린 눈빛도 보내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덤덤한 태도로 뒤쪽으로 돌아가 두 사람이 차에 탈 수 있도록 문을 열고 대기했다. 한현진 역시 강한서를 소개할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다만 차에 탄 후 주혁에게 말했다. “이 사람 먼저 데려다줘요. 한성그룹 앞에서 잠깐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19화

    강한서가 보낸 메시지를 보고 멈칫한 한현진이 발을 들어 강한서의 발등을 꾹 딛었다. 강한서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그는 고통을 참으며 발을 빼냈다. 입을 앙다문 강한서가 그 메시지를 삭제하고는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형님은 유전자가 좋으시니까.]강한서를 한성 그룹에 데려다 준 주혁은 한현진을 태우고 깔린느로 향했다. 주차장에 도착한 차가 주차를 하려는데 포르쉐 한 대가 갑자기 반대 방향으로 들어와 같은 자리에 주차하려했다. 한현진의 차는 이제 3분의 1 정도만 들어간 채 더 이상 주차할 수 없었다. 상대방은 깜빡이를 켜고 조금씩 앞으로 움직이며 그들이 후진하도록 했다. 주혁이 막 후진 하려는데 한현진이 태연하게 말했다. “저희가 먼저 온 거예요.”주혁은 어쩔 수 없이 움직임을 멈추고 차를 멈춰세웠다. 한현진의 차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상대방의 차도 주차할 수 없었다. 그렇게 몇 분의 대치 후 상대방의 차문이 열리고 차에서 내린 송가람이 차창을 두드렸다. 주혁이 조금씩 창문을 내렸다. 세련된 메이크업의 송가람은 하늘색의 한복 스타일의 원피스를 입고 긴머리는 비녀로 뒤에 고정했다.송가람은 스스로 골격이 작은 몸매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른 원피스로는 특유의 분위기를 살릴 수 없었다. 하지만 한복 스타일의 원피스는 그녀의 깡마른 몸매에 딱 어울리는 코디였다. 게다가 청아한 분위기를 더해주기도 했다. 다만 청순가련한 얼굴에 드리워진 표정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아저씨, 차 좀 뒤로 빼주실래요? 저 지금 주차하려는 거 안 보여요? 그리고 여긴 저희 회사 전용 주차 공간이에요. 여기에 주차하면 안 돼요.”주혁은 사람과의 소통이 어색한 듯 핸들을 꽉 움켜쥐고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한현진이 안전벨트를 풀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녀는 웃는 얼굴로 송가람을 쳐다보며 말했다. “어느 매너 없는 인간이 이렇게 주차 자리를 뺏나 했더니 같은 회사 식구였네요.”말하며 한현진은 송가람의 포르쉐를 힐끔 쳐다보았다. “새 차 뽑았어요? 멋지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20화

    비록 한현진이 주차 자리를 양보했지만 그녀가 던진 말들은 가시처럼 송가람의 가슴에 콕 박혔다. 경고이자 모욕이었다. 한현진은 단순히 송가람에게 주차 자리를 양보한 것이라 아니었다. 한현진은 송가람에게 똑똑히 알려준 것이다. 송씨 가문의 친딸이 돌아왔으니 송씨 가문의 모든 것은 그녀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가져갈 수 있다고. 한현진이 송가람에게 내어준 것은 단지 은덕을 베푸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라고 말이다. 주혁이 주차를 마치자 한현진이 그에게 말했다. “기사님, 구내식당 담당자 분에게 가셔서 식권 발급받으세요. 아침, 점심 전부 거기서 드시면 돼요. 매달 월급에서 5만 원씩 차감할 거예요. 나머지는 회사에서 부담할 거고요. 제가 이미 식당 담당자님께 얘기해뒀어요.”한현진이 말을 이었다. “도시락 가져오셔도 돼요. 드실만큼 배식하시고 남기지만 않으면 상관없어요.”주혁의 아들은 기숙사 생활을 했다. 그의 집에는 지적장애가 있는 아내뿐이었다. 혼자서는 생활이 불가능한 것일지도 몰랐다. 그게 아니라면 가족을 보살피기 위해 안정적인 직업으로 이직하려고 하지도 않았을 테니 말이다. 구내식당은 퀼리티도 꽤 괜찮은 편이라 집에 가져간다면 아내의 식사 걱정을 덜 수도 있었다. 물론 한현진의 인류애가 넘쳐나서 이런 복지를 주는 건 아니었다. 그녀는 단지 직원의 고민을 해결하면 상대방은 더욱 마음을 놓고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 뿐이었다. 누구든 쉬운 인생을 사는 사람은 없는 법이니까. 감사의 인사를 전하던 주혁이 곧이어 다시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한현진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뭐가요?”주혁이 말을 더듬었다. “그... 조금 전 일 말이예요. 여쭤보지도 않고 마음대로 창문을 열어서 죄송해요.”한현진이 소리 내 웃으며 말했다. “전 또 뭐라고. 괜찮아요.”그럼에도 주혁은 다시 한 번 사과하고는 말을 이었다. “다음에 또 그 분과 마주치면 비켜주어야 하나요, 아니면 비켜주지 말까요?”“양보해줘요.”한현진이 미소 지으며 말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21화

    “어느 쪽으로 가야 하나요?”“그쪽은 입 없어요? 올라가서 물어보면 되잖아요. 얼른 이거 놔요. 더 지체하시면 저희 지각해요.”뻘쭘해진 주혁이 엘리베이터 문을 막고 있던 손을 놓으려는데 송가람이 갑자기 말했다. “아저씨. 타세요. 제가 데려다드릴게요.”주혁이 황망히 감사의 인사를 건네며 엘리베이터로 들어섰다. 2층에 도착하자 송가람은 주혁과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녀는 주혁을 데리고 식권을 발급받고 사용방법까지 가르쳐주었다.. 식권을 손에 꼭 쥔 주혁이 송가람에게 고맙다며 인사했다. 사무실로 돌아가려는 송가람을 주혁이 불렀다. “송가람 씨.”송가람이 고개를 돌렸다. “또 무슨 일이시죠?”주머니에서 비닐봉지를 꺼낸 주혁이 떨리는 손으로 송가람에게 건넸다. “이건 저희 집사람이 삶은 계란이에요. 도와주셔서 고마워요.송가람은 주혁이 건넨 계란을 내려다보았다. 계란을 쥐고 있는 주혁의 손은 거뭇거뭇했고 손톱 틈 사이에는 심지어 검댕이가 희미하게 보이기도 했다. 고된 일을 하는 사람 대부분의 손은 이럴 수밖에 없었다. 깊은 지문 사이에 먼지가 끼고 시간이 오래될수록 씻어내기가 어려워졌다. 시선을 거둔 송가람이 미소 지었다. “아내분이 준비해주신 아침이잖아요. 이걸 저에게 주시면 아저씨는 뭘 드시려고요?”주혁이 어색하게 대답했다. “전, 전 이미 먹었어요. 배고프지 않아요.”말하며 주혁은 또 다시 계란을 송가람 쪽으로 내밀었다. “받으세요. 집에서 기른 닭이 낳은 계란이에요. 토종란이라 영양가가 높아요.”잠시 침묵하던 송가람이 손을 뻗어 계란을 받았다. “고마워요.”손바닥에 올려진 계란은 심지어 아직도 따뜻했다. 아마도 몸에 품고 있었던 것 같았다. 손을 흔들어 인사한 송가람이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밖으로 나온 송가람은 계란을 엘리베이터 입구에 있는 쓰레기통에 던졌다. 작은 도움만 줘도 감격하는 사람은 이용하기 딱 좋았다. 한현진은 사람을 보는 안목이 별로였다. 송가람이 사무실에 도착한지

Latest chapter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67화

    주현의 생각은 성월과 달랐다. 송가람은 사랑에 눈이 멀어 남자의 사랑을 바랐지만 주현은 아니었다. 그녀의 목표를 애초부터 매우 명확했다. 주현은 상대방이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신분과 지위를 노렸다. 그건 20년, 30년을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것들이었다. 지금 주현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지름길이 눈앞에 놓였는데 그 기회를 잡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주현은 성월의 성격을 잘 알았다. 성월은 반평생을 야심으로 가득 찬 서해금 곁을 지키며 진작 서해금의 충직한 개가 되었다. 성월에게 신분은 뛰어넘을 수 없는 벽 같은 거였고 자신의 미래는 스스로 기회를 잡아 개척해 나가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서해금 역시 자신의 두 손으로 그 자리에 오른 것은 아니었다. 송병천과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서민 출신에 남편을 잃고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 무슨 수로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웃기지 말라 그래.’하지만 그 말을 주현은 감히 성월 앞에선 할 수 없었다. 주현은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 “이모, 도와줘요. 신씨 가문으로 돌아가든 아니든 저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송가람 씨와 조금이라도 가까이 할 수 있는 일로 부탁해요. 활동이든 파티든 데리고 다닐 수 있는 자리로요. 그래야 신씨 가문에 호감을 살 수 있죠.”성월의 학창 시절, 그녀의 집안은 그야말로 찢어지게 가난했다. 주현의 부모님이 빌려주신 돈으로 급한 불을 끈 덕에 성월은 늘 주현의 집안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주현의 애교에 견디지 못한 성월이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송가람 씨 비서로 전근 보내볼게. 너, 네 남자친구한테 기본적인 건 잘 가르쳐. 묻는 말에 아무 것도 대답 못하면 안 돼.”주현이 순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성월에게 팔짱을 끼고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요, 이모! 역시 이모가 날 제일 예뻐할 줄 알았어. 주말에 집에 와서 식사해요. 안 가신지 꽤 됐잖아요...”한편, 사무실로 돌아온 한현진의 마음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만약 어제 바로 세정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66화

    서해금이 입술을 짓이기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냉정하다니, 한현진 답지 않아.”성월이 말했다. “사실 전 그렇게 냉담한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오일을 깨뜨린 것도 주혁 씨였고 몰래 부업을 하다 한 대표님 얼굴에 먹칠한 것도 주혁 씨잖아요. 그러니 당연히 원망하는 마음이 있을 거예요.”말이 없던 서해금이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인사팀에 잠깐 다녀와요. 일단 주혁을 가람이 운전기사로 전근시켜요.”성월이 놀란 얼굴로 말했다. “대표님, 가람 아가씨에게 운전기사를 붙일 생각이시면 제가 다른 기사님을 찾을게요. 회사에는 지금 마침 새로 입사한 젊은 신입사원들이 많아요. 어리고 건강하고 운전 경력도 전부 5년이 넘었어요. 주혁 씨는 한현진 곁에서 한동안 일을 하신 분인데, 가람 아가씨 운전기사로는 적합하지 않을 것 같아요.”“전근시키라고 하면 시켜요. 제가 이렇게 하는 덴 이유가 있어요. 그러니 성 비서는 나서지 말아요.”성월이 다급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네.”성월이 사무실을 나서자 주현이 곧바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이모, 어떻게 됐어요? 대표님께 말씀 드렸어요?”성월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대표님께서 이미 송가람 씨에게 다른 운전기사를 붙이셨어. 이미 결정된 일이야.”순간 주현은 조바심이 났다. “왜 갑자기 결정 난 거예요? 회사에서 요즘 새로 신입사원 모집했잖아요. 보안팀은 싫어할 거란 말이에요.”성월이 말했다. “대표님께서 주혁을 송가람 씨 운전기사로 전근시켰어. 지금 인사팀에 가서 그 일부터 처리해야 해.”그 말을 들은 주현이 투덜거렸다. “한현진 밑에 있던 사람이잖아요. 게다가 본인 상사를 배신까지 했고요. 대표님은 무슨 생각으로 그런 사람을 딸 운전기사로 쓰시겠다는 거예요?”순간 얼굴을 일그러뜨린 성월이 주현을 구석진 곳으로 끌고 갔다. 성월은 주변을 확인하고 나서야 주혁의 팔을 내치며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너 미쳤어? 여긴 회사야. 여기서 집인 줄 알고 그렇게 큰 소리로 대표님 뒷담화를 하는 거야?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65화

    직원들은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어떤 직원은 회사의 조치가 꽤 인간적이라며 칭찬했고 또 어떤 직원은 아무리 화장실 청소라도 그렇게 부식성이 강한 세제를 쓰진 말았어야 했다며 안전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 회사의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다. 이번 일은 단순히 청소 직원이 화상을 입은 것으로 그쳤지만 만약 누군가 범행을 저지르려고 한다면 부식성이 강한 세정제는 범죄자에게 칼을 준비해준 것과 다를 것이 없는 꼴이었다. 의문을 제기하던 직원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한현진과 눈을 마주쳤다. 그제야 실언했다는 것을 인지한 직원이 다급하게 말했다. “대표님, 전 회사에서 조치를 제대로 못했다는 뜻이 아니라요. 단지 위험 요소가 될 수도 있는 거니까, 저도 모르게 제일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본 거예요.”한현진이 고개를 들었다. “무슨... 위험 요소요?”그 직원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못... 못 들으셨어요?”“죄송해요.”한현진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전 친구 문자에 답장하느라 못 들었어요.”직원이 입술을 달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옆에 있던 또 다른 직원이 얼른 말을 이었다. “회사에서 며칠 동안 청소하시는 직원분들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잖아요. 그 일 때문에 다들 마음이 뒤숭숭해요.”한현진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 직원이 말을 이었다. “아, 맞다. 대표님. 다치신 분 중에 대표님이 아는 사람도 있어요. 전에 대표님 운전 기사셨던 주혁 기사님이요. 그 분이 제일 심하게 다치셨어요.”한현진이 미간을 찌푸렸다.“기사님이요? 확실해요? 어제 볼 일 보러 갔다가 기사님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멀쩡하셨는데. 언제 다치신 거예요?”한현진의 말에 직원이 멍해졌다.“그럴 리가요. 며칠 전에 이미 다치셨어요. 대표님과 비슷한 시기에 휴가를 내셨어요.”한현진이 곰곰이 생각했다. “그날 제가 급한 일 때문에 길게 얘기를 나누진 못했어요. 손에 붕대 같은 건 본 기억도 없고 기사님께서도 저한테 그런 얘기는 없으셨는데... 심하게 다치셨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64화

    막 전화를 끊으려던 그 순간, 박안수가 다시 불렀다.“아, 그리고...”“뭔데?”“오늘 경찰서에서 한현진과 마주쳤어.”서해금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한현진이 경찰서엔 왜?”“나도 자세한 건 안 물어 봐서 잘 몰라. 하지만 갑자기 일이 생겨서 간 것 같아. 혼자가 아니라 6, 7살 쯤 되는 어린 아이와 함께 왔었어.”미간을 찌푸리며 잠시 생각하던 서해금이 또 물었다. “한현진이랑 얘기했어? 무슨 얘기했는데?”“괜히 의심할까봐 내가 경찰서에 간 이유를 사실대로 얘기했어. 한현진도 더 묻지 않았고.”우물 쭈물거리며 숨기는 것보다는 차라리 당당하게 대답하는 편이 오히려 의심을 덜 사는 방법이었다. “그게 다야?”“응.”생각의 잠겼던 해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경찰한테 손에 상처는 뭐라고 얘기했는데?”“회사에서 청소하다가 부식성 제품에 다친 거라고 했어.”서해금이 원망하듯 말했다. “왜 회사에서 다친 거라고 했어. 회사에서 그렇게 부식성이 강한 제품을 쓸 리가 없잖아.”“그렇다고 내가 집에서 다친 거라고 할 순 없잖아. 집에는 회사에서 다친 거라고 했는데. 조사 협조 요청을 나한테만 하는 게 아니잖아. 게다가 그 두 사람은 거짓말을 아예 못 해. 만약 경찰이 내 손에 관해 묻기라도 한다면 바로 들켜 버리는 거잖아.”서해금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여자는 미쳤고 애는 귀가 먹었는데, 그런 병X도 제대로 통제 못 해?”순간 얼굴을 찡그린 박안수가 말했다. “말 그렇게 하지 마. 두 사람 불쌍한 사람들이야.”“뭐가 불쌍해. 도박쟁이 가정폭력범을 성실하고 부지런한데다 박학다식한 남편으로 바꿔줬는데. 우리한테 고마워해도 모자라.”서해금의 말에 박안수는 왠지 마음이 불편해졌다.너는 대화를 이어 가고 싶지 않았던 서해금이 당부하며 말했다. “이만 끊어. 가람이한테 당신을 기사로 쓰라고 얘기하러 갈 거야. 소식 기다려.”박안수는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을 삼키며 나지막하게 대답했다.“그래.”전화를 끊은 서해금은 아무리 생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63화

    “아니.”서해금이 미간을 찌푸렸다. 도무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경찰에겐 뭐라고 했어?”수화기 너머의 사람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사실대로 얘기했어.”“박안수!”서해금은 참기 힘들 정도로 화가 끓어올랐다. “지금이 농담할 때야?”“농담 아냐.”말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더 가라앉았다. “그럼 내가 뭐라고 말할까? 네가 준 신분이니 난 당연히 주어진 대본대로 연기할 수밖에. 그럼 내가 난 박안수라고 얘기했어야 해? 죽은지 27년도 더 된 사람이야. 박안수가 어떻게 돌아와?”그의 목소리엔 고통과 원망으로 가득 했다. 그 순간, 서해금의 얼굴이 끔찍하게 일그러졌다. “지금 날 탓하는 거야?”말이 없던 상대방은 잠시 후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 적 없어.”“박안수, 지금 날 탓하는 거잖아.”서해금이 공격적인 말투로 말을 이었다. “그때 빚을 진 사람도 당신이고, 그 아이디어를 낸 사람도 당신이었어. 당신이 가람이를 키울 능력이 없었던 거고, 당신이 가람이가 더 좋은 환경에서 살길 바랐고, 그래서 나한테 도와달라고 사정한게 당신이었어.”“내가 당신한테 돈 안 줬어? 지금껏 내가 당신한테 준 돈이 얼만데. 당신은 얼마든지 해외에서 지금보다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었어. 굳이 한주에 남겠다고 한 건 당신이야. 내가 당신에게 그럴 듯한 신분을 만들어주지 않았으면 당신이 무슨 명분으로 가람이 앞에 나타날 건데? 당신이 이렇게 당당하게 가람이를 만날 수나 있었을 것 같아?”목이 메인 남자는 한참만에야 눈을 감으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네 탓한 거 아냐. 난 그저 이렇게 조마조마 마음 졸이는 생활에 지쳤을 뿐이야. 난 집에서도 감히 옷을 못 벗어. 잠도 깊게 잘 수가 없어. 길에서는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그 사람은 날 보면서 반갑게 인사하는데 난 그 사람이 누군지도 몰라. 그러면서도 아는 척, 반가운 척 인사를 해야 해. 심지어 아무리 아파도 검사도 못 해. X발, 병원도 가질 못한다고!”남자가 깊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62화

    “네, 볼 일 봐요. 회사로 복귀하면 다시 얘기하죠.”한현진이 전화를 끊었을 때 차는 이미 회사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한현진은 곧바로 로비로 향했다. 회사의 프런트가 한현진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짧게 인사를 받은 엘리베이터에 탄 한현진은 사무실이 아닌 2층을 눌렀다. 회사 건물은 2층부터 화장실이 있었기에 1층엔 화장실이 없었다. 한현진은 아예 2층부터 일일이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역시 공교롭게도 2층에 도착한 한현진은 마친 청소 중인 직원과 마주쳤다. 근무 시간이 화장실엔 사람이 없었다. 직원은 바닥을 닦고 있었고 세면대와 멀지 않은 곳에 청소차가 세워져 있었다. 그 위엔 청소 용품으로 가득 했다. 한현진은 고개를 숙여 청소 용품을 확인했다. 청소차엔 수많은 플라스틱 통과 병이 있었고 그 안엔 전부 액체가 담겨져 있었다. 굳이 뚜껑을 열지 않아도 소독제의 냄새가 올라왔다. 그러나 그 제품들은 그 어떤 별다른 표시도 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부식성이 그렇게 강한 용액을 플라스틱 병에 담진 않았을 거 아냐.’“누구세요?”청소차를 관찰하는 한현진의 등 뒤로 사투리 억양이 섞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현진이 몸을 돌리니 청소 중이던 직원이 보였다. 그 직원은 아래층 청소를 도맡아 하는 분이라 한현진을 본 적이 없었다. 단순히 한현진이 화장실을 사용하려는 것이라 생각한 직원이 말했다. “아직 소독제를 쓰지 않았으니까 볼 일 보려면 얼른 봐요.”한현진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 청소차의 물건들을 쳐다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여쭤볼게 있어요. 화장실 청소를 하실 때 어느 브랜드의 농도가 얼마인 세정제를 사용하세요?”직원이 말했다. “도매 시장에서 파는 회색통이요. 커다란 거. 엄청 싸요. 이름이 뭔지는 모르겠는데. 사려고요?”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화장실이 항상 깨끗해서요. 저도 집에서 써보려고요.”청소 직원이 얼른 한현진을 말렸다. “절대 사지 마요. 변기의 때는 우리가 항상 솔로 조금씩 닦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61화

    또 다른 경찰이 물었다. “그래서 지장은 찍을 수 있어요?”“손이 그 지경인데 지장을 어떻게 찍어? 손을 보니까 지장은 무리인 것 같아서 포기했지. 어차피 지문도 완전히 회복하긴 힘들 것 같았어. 그래서 애들한테 홍채와 성문을 따라고 했어.”말을 마친 키 큰 형사가 한현진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나중에 회사에 가셔서 얘기 좀 하세요. 그렇게 부식성이 강한 제품은 얼른 교체하라고요. 만약 누가 나쁜 마음이라도 먹고 그 제품으로 가해라도 하면 회사에서도 책임지셔야 해요.”생각에 잠겼던 한현진이 그 말에 얼른 대답했다. “네, 알겠어요. 알려주셔서 고마워요.”경찰서에서 나온 한현진은 내내 미간을 찌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금 전 은서가 본 것은 주혁의 태반이나 점이 아니라 청소 용액에 부식되어 생긴 상처였다. 어차피 납치 사건의 범인은 이미 잡혀 경찰서에 있는데, 대체 뭐가 그렇게 급해서 상처를 치료도 하지 않고 경찰서로 달려온 것일까?한현진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하나 더 있었다. 회사에선 그런 고농도의 부식성 제품을 구매했을 리가 없었다. 형사의 말처럼 그런 제품은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한현진은 이시연의 연락처를 찾아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연결음이 거의 끝나가도록 이시연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전화를 끊은 한현진은 곧이어 강한서에게 연락했다. 몇 초 후 통화가 연결되었지만 전화를 받은 사람은 강한서가 아닌 민경하였다. 강한서는 오늘 중요한 회의가 있어 전화를 받을 상황이 아니었기에 민경하가 그의 휴대폰을 갖고 있었다. “사모님, 저예요. 대표님께서 지금 중요한 회의 중이시라 전화를 받기 힘든 상황이에요. 급한 일이시면 저에게 얘기하셔도 돼요. 급한 일이 아니면 회의가 끝나면 바로 전화 드리라고 대표님께 말씀 드릴게요.”“급한 건 아녜요. 제가 지금 급히 회사에 가봐야 하는데 아직 은서랑 같이 있어서요. 제가 조금 이따가 회사로 가는 길에 은서를 먼저 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60화

    주혁은 한현진보다 조금 더 먼저 경찰서에 도착한 것 같았다. 한현진이 도착했을 땐 주혁은 입구에서 통화 중이었다. 안색이 어두웠지만 그는 목소리를 잔뜩 낮춘 채 대화하고 있었다. 그를 먼저 발견한 한현진이 가까이 다가가려 하자 주혁이 곧 경계하듯 고개를 돌렸다. 한현진을 본 주혁이 멈칫하더니 곧 전화를 끊고 다가왔다. “대표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한현진이 말했다. “일이 좀 있어서요. 기사님도 일 보러 오셨어요?”짧게 대꾸한 주혁이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었다. “8년 전 제 아들을 납치한 마지막 용의자가 잡혔다고 해서요. 조사에 협조해달라는 연락을 받고 왔어요.”한현진이 놀라운 듯 물었다. “아드님이 납치되었었어요?”주혁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8, 9년 전 일이죠. 납치된 동안 납치범에게 맞아 치료 시간을 놓쳐 청력도 잃게 된 거예요. 그 사건을 맡은 형사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사건이 종결되면 배상금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요.”얘기하는 동안 주혁은 아래쪽에서 자신의 손을 지긋이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다. 그는 입술을 짓이기며 조용히 손바닥을 다리에 대고 말을 이었다. “곧 아이에게 인공 달팽이관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주혁의 이야기가 한현진의 호기심을 자극하긴 했지만 그녀는 예의상 더는 그 일에 관해 묻지 않았다. 한현진은 대화주제를 돌리며 주혁에게 물었다. “제가 전에 추천해준 의사 분께 가 보셨어요?”주혁이 멈칫하며 대답했다. “아직이요.”한현진에게는 꽤 의외의 대답이었다. 그녀는 주혁이 최대한 빨리 아이를 데리고 검사를 받으러 가 인공 달팽이관을 제작할 것이라 여겼다. 아무래도 주혁은 규정을 어기고 부업을 할 만큼 누구보다 간절하게 수술을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현진이 그에게 일반 병원보다 더 싼 가격에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의사를 추천해주었음에도 지금까지 검사조차 받지 않았다고 한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요즘 아내가 몸이 안 좋아서요. 전근된 곳이 전처럼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59화

    하온이는 적합한 골수를 기다리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아이에게는 골수를 의식할 수 있는 기회가 두 번이나 있었다. 처음으로 하은이에게 기회가 찾아 왔을 때는 골수 의식의 최적의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하온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그의 집안은 이미 빚더미에 앉은 상황이라 아무리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도 수술비를 모을 수 없었다. 그러니 하온의 부모님은 어쩔 수 없이 마음을 독하게 먹고 수술을 포기한 채 아득바득 돈을 모으며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하지만 곧 있을 줄 알았던 두 번째 기회는 그리 빨리 오지 않았다. 너무 오랜 기다림을 견뎌냈지만 하온의 몸은 이미 수술을 진행 할 수 없을 정도로 허약해져 있었다. 하온은 하루하루 날이 다르게 시들어 가는 꽃 같았다. 은서는 낮엔 하온이와 놀다가도 저녁엔 침대에 누워 눈물을 흘렸다. 하온이가 세상을 떠나기 전날 밤, 은서는 강한서 품에 안겨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은서가 말했다. “삼촌, 저도 죽어요?”“삼촌, 우린 왜 이런 병에 걸린 거예요?”“삼촌 부자잖아요. 하온이 오빠가 수술할 수 있게 돈 빌려주시면 안 돼요? 제가 커서 돈 벌면서 갚을게요. 하온이 오빠 죽는거 싫어요.”강한서는 은서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은서는 아직 너무 어려서, 인생은 가끔 이렇게 운명의 장난 앞에서는 무력하기만 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목숨으로 돈을 맞바꾸기는 쉬운 일이었지만 돈으로 목숨을 살 수는 없었다. 강한서는 은서가 아직까지 그 일을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때의 은서는 고작 5살이었다. 눈시울이 붉어진 한현진은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세상에는 가여운 사람이 너무도 많았다. 그러니 혼자의 힘으로는 고작 얼마의 힘이나 보탤 수 있을까. 그렇다고 세상이 나아질 것이라 기대하는 아이의 기대를 깨트릴 수도 없었다. 한현진은 정중하게 물었다. “정말 이거 전부 기부할 거야? 기부하면 은서에겐 아무 것도 없는 거야.”고개를 끄덕이던 은서가 곧 찬란한 미소를 지었다. “저 나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