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 다짐서일은 화가 치밀어 올라오면서 원래 이번에 그를 만나 다시 돌아오게끔 설득하려 했으나 방금 얘기를 듣고 나서 가망이 없는 걸 알아챘다.이어서 화를 냈다.“그래, 기다려봐,내가 내쫓기는지 남기는지 탕양 너 언젠가는 네가 틀렸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서일,너 나랑 같이 왕부를 떠나자,그. 사람 곁에 머물지 말고. ”탕양은 손을 내밀어 그를 당겼다. 취한 얼굴은 왠지 괴이해 보였다. “우리 말이야,안왕의 곁에서 목숨을 걸고 지내왔는데 그 사람 비밀 알대로 다 알잖아, 이걸로. 부귀를 쉽게 누릴 수 있어, 우리 그 사람 곁을 떠나자. ”서일은 버럭하더니 그의 머리로 주먹을 날렸다. 눈은 점차 빨개져 터질 것만 같았다. “더 말해봐,내가 널 죽여버릴 테니. ”탕양도 악을 쓰고 그와 부둥켜 때리기 시작했다. 얼마 안 되어 얼굴 곳곳에 붓고 청색으로 되었다.서일은 그를 싫어하긴 하지만 죽도록 패진 않았고 홧김에 문을 박차 나가더니 소리를 내어 울기 시작했다. 그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생사를 함께 하던 형제들이 오늘 이 시각 탕양 이 꼴이 되다니... 탕양은 지쳐 바닥에 쓰러져 누웠다. 밖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웃으면서 일어났다.“바보,멍청이,나중에 꼭 후회할 일이 있을거야, 그때 가서 쫓기더라도 이 형이 안 봐줬단 얘기 꺼내기만 해봐. ”서일은 탕양을 찾아 겨루었다. 무공을 따지면 탕양은 서일의 상대가 아니다. 게다가 내쫓기던 그날 그는 술에 마취된 상태라 서일이 찾아와서 한 손에 목덜미를 잡아 한 주먹을 그의 얼굴에 퍼부었다.“너 이 꼬락서니가 뭐야? 그동안 태자마마께서 얼마나 잘해줬는데 자택도 선물해 주고 네가 꼼꼼하지 못해서 신변에 간첩이 있는 줄도 몰라서 30대를 맞아 내쫓긴 거잖아! 따지면 그 간첩이랑 동죄인데, 알아? 배은망덕한 자식, 함부로 입을 나불대고 태자와 태자 왕비 얼굴에 먹칠을 해? 내가 예전에 눈이 돌았지, 미쳤으니, 형으로 모시고 말이다.”탕양은 취기에 억울하게 한 대를 맞았다. 갑자기 화가
안왕과 우문호문지기에서 발을 퉁퉁 치더니 호위를 불러냈다. “이 사람을 데리고 가게, 이 늦은 밤 사방이 조용한데 누구라도 알게 되면 왕은 입이 두 개라도 할 말이 없어. ”몇몇 호위들이 그를 치켜들었다. 입에선 안왕 전하와의 계략을 맺자고 투덜대는데 거리 한복판에 던져도 하책이었다. 하는 수 없이 뒤통수를 때려서 의식을 잃게 해야 했다. 그들은 그를 객전으로 모시고 잘 챙겨서 큰 소리 못 치게끔 당부했다. 거리에서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간 또 잡소리 칠 수 있으니, 그때는 거둬가는 사람도 없다.탕양이 객전으로 버려진 뒤 머리가 어지러워 아예 땅바닥에 드러누웠다. 의외로 큰소리는 치지 않지만 토를 하고 나서 투덜댄다.“전하, 우리 같이 대사를 꾸며 우문호를 치워요......”이때 누군가 방문을 밀어 차분히 걸어들어온다.“누구야!”탕양은 구름무늬 비단으로 된 장화를 보며 시선이 점점 위로 향하는데 취김에 몇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취김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그는 껄껄 웃어댄다,“안왕 전하시군요?드디여 왔군요,자,자,신이 바로 일어나서 상세 내용을 말씀드리겠사옵니다......”그는 애써 일어나 비틀거리며 앞으로 달려들었다. “전하......”한 손으로 그의 팔뚝을 안으면서 말했다.“탕 나으리,똑바로 봐주시죠! ”오늘 밤 안왕은 너무 화가 났다. 탕양 그 주정뱅이가 왔으면 왔지 이 정도로 시끄럽게 굴고 갈 줄 몰랐다. 주변 몇몇 부저에서 아마 어느 정도 귀가 솔깃해 들었을 것이다. 안 그래도 사람들의 말거리로 되는 마당에 탕양을 치워도 어느 정도 주변 의심을 삼을 것 같다.안 왕비는 딸 안지를 안으며 안달나는 그의 얼굴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내일 일찍이 가는 거예요?궁에 들어가 어마마마한테 인사하고 오시지 그랬어요?”안왕은 눈썹을 찡그리며 어두운 낯빛으로 말했다.“입궁하면 정오가 되어서야 출발할 수 있어요. ”“그럼, 정오에 출발하죠. 뭐. ”안 왕비는 가볍게 품에 둔 아기를 흔들면서 말했다.“이번에
안왕의 걱정안왕은 아침 일찍이 궁에 들어갔다.떠나기 전 안왕비에 물건을 잘 정리해 두고 누가 와서 말려도 만나주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왕비가 마음이 약해질 거라는 걱정이 앞섰다.안 왕비는 내심 몹시 슬펐다. 원래 동서들이랑 이별 인사도 하고 싶은데 천성이 마음이 약한지라 작별 인사할 때 왠지 펑펑 울 것만 같았다.궁중 금군은 그를 말리지 않았고 순리롭게 입궁하였다.적귀비는 면전에 꿇어있는 아들을 보더니 한마디 말을 안 해도 모자는 한마음으로 무엇을 얘기하려는지를 다 꿰뚫고 있었다. 너무 비통했다.“이제 온 지 얼마 됐다고? 너 부왕이 내쫓지도 않았는데 왜 그리 급해? 안지 책봉도 아직인데, 더 있다가 가면 안 되더냐?”안왕은 모비가 슬프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똑같이 비통해하며 울먹였다. “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 경성에서는 더 이상 머물지 못해요. 마마 몸 건강 잘 챙기시고 아들이 달마다 서한을 보내 안부를 묻겠습니다. ”“백봉투를 보내봐라? 너희 보고 싶어도 못 보는데. ”적귀비는 울면서 말했다.“어머님, 이러지 마세요,아들도 사정이 있습니다,용서해 주세요.”“너 부황의 뜻이더냐?”적귀비는 눈물을 머금고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안왕은 머리를 저으면서 말했다. “아니에요, 어마마마는 더 이상 묻지 마세요, 아무튼 안 돌아가면 안 되니까 몸 잘 챙기고 있으세요!”그는 절을 세 번 치르고 나서 곧바로 돌아섰다.“황조부께 절 인사하러 가야 하니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잠깐!”안왕이 다급한 걸음을 보고 적귀비는 놀래서 마음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 와중에도 아드님 미래가 걱정되어 사람을 불러 은표를 안왕한테 건네주었다. “난 알지, 너 자산 모두 다 털렸잖아! 강북부에 가서라도 일계 왕이라도 돈이 부족해서 삶을 헤매는 경우가 많을 거야, 이 은표들 가지고 가….”“전 싫습니다......”적귀비는 발을 동동 구르며 엄하게 말한다.“뭘 자꾸 미는데?너 이걸 안 가져가면 내가 어떻게 시름을 놓으란 말
작별“무슨 일 있느냐?”안 왕비가 놀란듯 물었다.그러자 집사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왕비 마마, 너무 많은 걸 물어보시면 곤란하옵니다. 왕야께서 서둘러 가야 한다고 하셨습니다.”안 왕비는 속으로는 의심이 갔지만 모비가 보낸 사람이니 자신을 해칠 일은 없고, 아마도 왕야 쪽에 무슨 일이 생겼을 거라 생각했다. 집사의 말에 안 왕비는 그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마차에 올라탔다. 물건도 모두 뒤에 있는 마차로 옮겼다.안 왕비는 가는 내내 마음이 불안했다. 자기 자신이 아니라 왕야에게 무슨 일이 생갈까 두려웠다.그녀는 커튼을 젖히고 집사가 직접 마차를 모는 것을 보고는 말했다.“누가 와서 보고한 것이냐? 오늘 왕야께서 혼자 나가시지 않았느냐?”집사는 채찍을 휘두르며 고개를 돌려 말했다.“궁중의 구사대인께서 친히 오셔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 왕비 마마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구사대인께서 왕야를 대신해 기꺼이 심부름까지 하시는 걸 보면 분명히 잘 돌봐 주실 것입니다. 금군 안에서 왕야의 말은 큰 힘이 있을 것입니다.”안 왕비는 가슴이 떨렸다.“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구대인의 돌봄을 받아야 한단 말이냐?”“왕야께서 황제께 몇 마디 말대꾸하셔서 황제께서 노하셨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왕야께 명덕전에서 무릎을 꿇고 있으라는 벌을 내렸다고 하십니다. 왕야께서 왕비 마마와 군주께 누를 끼칠까 봐. 왕비 마마를 성밖으로 모시라고 하셨습니다. 성 밖에서 기다리시면 왕야께서도 금방 왕비 마마를 찾으러 오실 것입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집사가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안 왕비는 오히려 뭔가 잘못된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왕야가 부황에 대들었다고? 부황은 지금 병중에 있고, 그가 전에 비록 불효한 짓을 많이 저질렀었어도 나름 자기만의 원칙은 있었다. 게다가 부황이 쓰러졌을 때 그는 죄책감에 그동안 자신이 한 행동을 반성했다. 오늘 궁에 작별 인사를 하러 갔고, 또 일찍이 부황의 동의도 구했는데, 이 상황에서
의기투합원래는 안왕 부부가 이대로 떠났다고 생각했는데, 밤이 되어 원경릉 부부가 잠자리에 들었을 때 안 왕이 왔다는 말을 들었다.원경릉은 매우 이상했다. 자시가 다 되어 가는데, 안 왕이 아직 안 떠났다니! 안 왕비는 아침 일찍 이미 떠났는데 말이다.“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까요?”원경릉이 말했다.우문호가 옷을 걸치고 일어나며 말했다.“내가 나가 볼 테니. 얼른 자.”"네!”원경릉이 대답했다.서일은 이미 자러 갔으니, 우문호는 혼자 초롱을 들고 나갔다. 문지기가 이미 안 왕을 들여보냈다.안왕은 수행원 한 명을 데리고 왔다. 이 수행원은 우문호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안왕의 곁에 공손히 서 있었다. 하지만 우문호는 그가 간단한 인물이 아니라 생각했다.아무리 숨겨도 그가 숨 쉬는 소리만 들어도 고수라는 걸 알 수 있었다.안왕은 무뚝뚝한 얼굴로 입술을 약간 떨며 허리를 꼿꼿이 펴고 의자에 앉았다. 위엄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우문호는 한눈에 그의 이상함을 알아차렸다.“형님, 오늘 떠난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우문호는 들어가자마자 먼저 물었다.안왕은 희미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우문호, 짐이 떠나기를 그토록 바르느냐?”우문호가 웃으며 대답했다.“형님이 가시든 안 가시든 저에겐 아무런 영향이 없습니다.”“오늘 밤 짐이 찾아온 건 너에게 알려주기 위해서다. 짐은 절대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너와 정정당당히 싸울 것이다.”안왕이 말했다.우문호는 의아함의 눈빛을 보냈다.“싸운다고요? 뭘 위해 싸운다는 겁니까? 태자 자리를 위해서 말입니까? 하지만 그 자리는 이미 제 것입니다.”“네가 감당 못 할 자리야.”안왕은 콧방귀를 뀌며, 날카로운 그를 쳐다보았다.“네가 처음으로 전쟁에 나갔을 때, 짐이 했던 말을 기억하느냐?”우문호는 기억하지 못했다. 그날 처음 전장에 나갈 때 그는 매우 긴장했고, 많은 사람들이 모두 그에게 비슷한 격려의 말을 했던 터라 그날, 정확히 무슨 말
사면초가본관에 도착하자마자 우문호가 물었다.“짐과 함께 처음으로 출정을 나갔을 때, 넷째 형님이 무장 한 명에게 쓸모없는 겁쟁이라고 꾸짖었던 일이 생각이 나느냐?”서일은 곰곰이 생각해 봤다.“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그 무장이 어떤 말을 했었던 것 같은데, 정확히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마 우리와 북막병의 군사력 차이가 매우 크니, 싸움에서 이길 수 없으면.....뭐 대략 이런 말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당시 그 무장이 첫날밤부터 술에 취해, 출발 직전에 이런 말을 하여 사기를 떨어뜨리니, 안 왕이 크게 노하여 그 자리에서 그에게 군용 곤장 서른 대와 추방 명령을 내렸습니다.”우문호도 대충 생각났다.“그래,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구나. 그때 넷째 형님은 이미 전쟁터에 몇 번 나갔고, 몇 차례 군공을 세워서 보주를 하사받고, 보주 친왕의 존호를 받았으니. 젊고 기세도 왕성한 데다 군공까지 세웠으니, 군의 원수 허락 없이 스스로 그 무장을 처리했어.”서일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나리, 그런데 왜 갑자기 몇 년 전의 일을 물어보시는 것입니까?”“그 무장의 이름이 무엇인지 기억하느냐?”우문호가 물었다.서일은 고개를 저었다.“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들과 접촉한 적이 없어서요. 아니면 전진 장군에게 물어보십시오. 전진 장군은 기억하고 있을 수도요.”“네가 가서 모셔 오너라.”우문호가 말했다.“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모시는 게 어떨까요?”우문호는 고개를 저었다.“아니다. 지금 당장 모셔 오너라.”서일은 분명 급한 있다고 생각하고, 바로 몸을 돌려 전진 장군을 모시러 갔다.우문호는 소월각으로 돌아가서 원경릉에게 알렸다. 그녀도 안왕이 온 걸 알고 있으니 분명히 자지 못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원경릉은 일어나 등불을 켜고 책을 읽다가 우문호가 들어온 걸 보고는 그에게 다가가서 물었다.“무슨 일로 오셨어요? 왜 아직 안 가신 거예요?”그녀의 우문호가 대답했다.“나한테 모진 말을 퍼붓고 갔어. 나에게 전하
조사서일은 밤을 새워 전진 장군을 모셔 왔다. 전진 장군이 아직 군대에 있기 때문에 아무리 빨리 서두른다 해도 전진 장군이 왕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우문호가 처음 전쟁에 나갔을 때 전진 장군이 옆에 동행했다. 그래서 당시의 상황을 그도 기억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 무장은 그가 책임지고 추방했기 때문이다.“그 무장은 조홍방이 틀림없습니다. 그날 전선에서 병사 소집을 하는데, 그는 전날 밤 술에 취해 다음 날 소집할 때까지 술을 깨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쓸데없는 얘기로 사기를 떨어뜨리는 바람에, 곤장 서른 대를 맞은 후 소인이 그를 압송했습니다. 그리고 안왕께서 그를 내보낸 후 먼저 경조부에 감금하고, 전투가 끝나길 기다렸다가, 패배하면 그를 죽이고, 승리한다면 그를 풀어주라고 명령하셨습니다.”“그래서 그는 나중에는 어디로 갔느냐?”우문호가 물었다.“전투에서 승리하여 조정에 돌아간 다음 안 왕께서 감옥에 가서 한바탕 그를 꾸짖은 후에야 풀어주었는데, 후에 어디로 갔는지는 소인도 모릅니다. 하지만 군기를 어기고 안 왕의 미움을 산 자를 누가 보병으로 삼으려 하겠습니까?”우문호는 이 사람이 군대의 장군이었고 북당군의 훈련과 배열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어려울 때 누군가 그를 도와줬다면 독고의 밀정이 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그가 안 왕비와 안지를 납치한 것일까?그는 눈동자를 번쩍이며 말했다.“전진 장군, 경조부에 가서 제나라 왕을 찾아, 이 조홍방이 지금 어디에 살고 있는지 호적을 조사해 보아라. 비록 그가 살던 곳에 살고 있을 거란 보장은 없겠지만 우선 거기부터 조사해 보아라. 네가 짐을 대신해 방문하는 것이니 몰래 행해야 한다. 기억하거라. 절대 경솔하게 행동해서는 안 된다.“네, 알겠습니다.”전진 장군이 대답했다.“서일아,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가니, 짐은 궁의 의정에 참여해야 하니, 너는 먼저 가서 좀 자라, 끝나고 짐이 궁 밖으로 나오면 짐과 함께 안왕부에 다녀와야 한다.”우문호가 말했다
우문호와 안왕의 결투우문호는 그를 보며 가볍게 웃었다.“두렵다고요? 지난날에는 조금 두려웠었죠. 하지만 문무가 가득한 이곳에서 누가 형님을 지지한단 말입니까? 형님은 정말 약을 나눠 주고 명성을 얻어서 저에게 맞서겠다는 허황한 꿈을 꾸고 계신 겁니까?”“그럼 닥치고 지켜 보아라.”안왕의 위풍은 어젯밤보다 훨씬 못했다. 약간 풀이 죽은 듯했다.우문호는 코웃음을 치더니 분노가 가득한 눈으로 그에게 말했다.“형님이 전에 몇 번이고 저를 해쳤지만, 전 그거에 개의치도 않아 했습니다. 안 왕비가 일이 생겼을 때 원 선생도 여러 번 도와줬고요. 안 왕비에게 한번 물어보고 싶습니다. 원 선생에게 떳떳한지.”그는 말하면서 밖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이리 오너라. 안 왕비를 모셔 오거라.”“지금 여기에 없다.”안왕이 차갑게 말했다.“안 계신다고요? 그렇다면, 제가 직접 찾아보죠.”우문호가 말을 마치고 성큼성큼 밖으로 나가자안왕은 그에게 소리 질렀다.“거기 서!”순순히 말을 들을 우문호가 아니다. 오히려 그의 발걸음이 더 빨라지자 안왕은 재빨리 일어나 뒤쫓아 나갔다. 경공 몇 번으로 우문호 앞을 막아섰고, 그의 곁에 있던 사람도 빠른 걸음으로 걸어와서 우문호의 뒤를 막았다.우문호는 안 왕을 걷어차면서 입으로 소리 지르며 말했다.“이 배은망덕한 놈, 짐이 애초에 너를 위해 사정하지 말았어야 했다. 부황에게 말해서 너를 강북부에 보내 평생 돌아오지 못하게 해야 했는데. 네가 몇 번이나 나를 해쳐도, 늘 형제간의 정을 생각하여 너를 봐주었다. 그런데 너는 내가 나랏일에 바쁠 때, 일부러 약초를 쌓아놓고 내가 백성들의 비난을 받게 했지.”안왕도 분노가 극에 달해 우문호가 발로 차자 그도 바로 반격했고, 두 사람은 마당으로 뛰어들어 서로 얽혀 치열하게 싸웠다.두 형제의 원한은 이미 너무 깊었다. 그동안은 신분 때문에 서로에게 잔인하게 하지 못했지만, 오늘 싸움은 매우 잔인했다. 단 50수 만에 안왕은 피를 토할 때까지 걷어차이고, 우문호
이처럼 독산은 마치 진실한 사람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처럼 가장 진솔한 생각을 감출 수 없게 만들었다.일곱째 아가씨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탕양을 바라보며 말했다."저를 배신한 것을 아직 기억하고 계십니까?"탕양은 그동안 일곱째 아가씨와 이 일을 얘기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항상 담담한 태도로 과거 이야기를 피하며 언급하지 않았었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이 말을 꺼내니, 탕양은 잠시 멍해졌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연히 기억하고 있지요..."일곱째 아가씨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기억하고 있다면, 제가 독산을 얻을 수 있게 잘 도우십시오. 독산을 개발할 수 있다면 앞으로 15년간의 수익은 전부 제 것이 될 겁니다. 그리고 15년 뒤에는 이익을 반으로 나누겠습니다. 절대 3할만 받을 수는 없습니다."탕양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폐하께 이미 3할이라고 말씀드렸는 걸요.""그건 대인의 일이지요. 폐하를 오랫동안 모셔 왔으니, 대인의 공로를 인정하고 배려해 주실 것입니다. 이건 대인께서 누구의 이익을 우선시할지에 달린 것 아닙니까?"그러자 탕양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가씨, 3할이라도 충분히 좋은 제안이지 않습니까? 그저 길만 새로 만들면 되고, 심지어는 조정에서 나서서 도와줄 것이니, 초반 투자 비용도 그렇게 많이 들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하면, 놀러 오는 자들에게 먹거리와 즐길 거리로 돈을 적잖이 벌 수 있습니다.""반으로 나누는 것까지만 양보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익을 중시하는 상인인 것을 잘 알지 않습니까."탕양은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예. 폐하께 돌아가 말씀은 드리겠지만… 무조건 그 조건을 따내겠다고 장담할 순 없습니다.""못 따내도 그만입니다."일곱째 아가씨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앞으로 제가 독산에 몇 번이나 올 수 있겠습니까? 어차피 조정에서 독산을 얻는다고 해도, 굳이 그렇게 많은 돈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탕양이 웃으며 답했다."이곳에서 지내면서 머물어도 되지 않습니까? 늘
일곱째 아가씨는 산 입구에서 지옥의 불꽃을 보자마자 순간 홀린 듯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꿈속에서 본 그 꽃이 눈앞에 펼쳐지니,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는 것 같았다.탕양이 손을 뻗어 꽃을 따려 하자, 일곱째 아가씨가 급히 소리쳤다."지금 뭐 하는 것입니까? 당장 멈추십시오!"하지만 탕양은 이미 지옥의 불꽃을 손에 쥔 채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이것이 바로 해독제입니다."그는 손바닥에서 꽃을 비벼 즙을 내고는 일곱째 아가씨의 손을 잡아 즙을 그녀의 손등에 묻혔다. 즙은 선혈처럼 선명한 붉은빛을 띠고 있어, 일곱째 아가씨의 손등에 피가 묻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자 그녀가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며 물었다."정말입니까? 이렇게 신기하단 말입니까…?"그제야 그녀는 과거 산속에서 넘어졌을 때, 얼굴이 지옥의 불꽃에 닿아 꽃 즙이 묻고 나니, 정신이 돌아왔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녀는 그때 자신의 강한 의지로 깨어난 것인줄 알고 있었다."이걸 어떻게 알게 되신 겁니까?"일곱째 아가씨가 호기심 어린 눈길로 묻자, 탕양은 숨기지 않고 답했다."안풍친왕이 말해준 것입니다. 예전에 독산에 와서 방 장군의 유해를 찾을 때 산을 드나든 적이 있었는데, 이 비밀을 알고 있었기에 독산을 드나드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합니다. 지금 손등에 지옥의 불꽃 즙을 바른 이상, 산에 들어가도 환각에 휘말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독산의 절경을 마음껏 감상하실 수 있다는 말입니다!""그렇습니까? 독산의 비밀을 푸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고 여겼는데, 이렇게 쉽게 지옥의 불꽃으로 독성을 없앨 수 있었다니요…!"일곱째 아가씨가 중얼거리며 탄식하자, 탕양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예. 겉보기엔 어려운 일도, 걷기 힘든 길도, 내리기 힘든 결정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의외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답니다.""어찌 말 속에 다른 뜻이 있는 것 같습니다?"일곱째 아가씨가 담담한 눈빛으로 그를 힐끗 바라봤다.그러자 탕양이 당황한듯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독산은 약도성에서 ‘귀역’이라고도 불린다.약도성 백성들은 거의 독산에 들어가지 않는다. 해마다 보물을 찾아 벼락부자가 되길 꿈꾸며 산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무사히 나오는 사람은 극소수였기 때문이다.심지어 살아서 나온 사람 중에서도 정신이 나가거나 미쳐버린 자들이 적지 않다.그래서 조정 신하가 독산에 들어가겠다는 소식은 백성들의 큰 주목을 받았고, 심지어 일부는 관저로 직접 찾아와 독산이 위험하다고 경고하며 요괴와 귀신이 들끓으니 절대 들어가지 말라며 충고까지 했다.그러자 탕양은 그들에게 독산에 요괴나 귀신이 있는 곳이 아닌, 신령과 신선들이 지내는 신성한 곳이라 말했다. 그동안 산에 들어갔던 백성들이 그만 욕심에 사로잡혀 신령을 거슬렀기에 독산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경외심을 품고 신앙심을 가지고 들어가면 무사히 나올 수 있다며 설명까지 덧붙였다. 그리고 이 말은 당대 국사가 직접 언급한 것이라며, 이를 검증하기 위해 자신이 파견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탕양 또한 이 말을 하면서도 내심 불안했다. 사실은 이 이야기 모두 황제가 부유한 이들과 이웃 나라의 신도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근거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다.하지만 독산의 풍경은 북당에서의 유일무이한 절경이었기에 탕양은 결국 독산의 모습을 드러내고 개방하자는 제안에 동의했던 것이다. 탕양의 말을 믿는 사람은 그저 소수에 불과했고, 믿지 않는 사람, 의심하거나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저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산에 들어가기 전, 탕양이 일곱째 아가씨에게 물었다.“정말 나와 함께 들어갈 셈입니까?”일곱째 아가씨는 젊은 시절 한 번 독산에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멀리 가기도 전, 산속에서 만난 지옥의 불꽃에 매료되었다. 그렇게 꽃밭에서 넘어진 후, 정신을 차리자마자 황급히 산을 빠져나왔던 것이다.하지만 산을 떠난 후에도 그 붉은 색의 꽃은 그녀의 마음속에 잊히지 않았고, 마치 주문에 걸린 듯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다.다시 독산에 오자, 과거의
“그렇다면 아버지 말씀을 잘 듣거라. 네 양아버지께서는 아바마마처럼 늘 칭찬하고 좋은 말만 해주시지 않느냐? 집안에서 누군가는 엄격하고 누군가는 따뜻한 법이다. 애정 어린 따스함을 즐겨도 되지만, 엄격한 가르침 또한 잘 따라야 한다.”하지만 냉명여는 아직 어려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대충 끄덕이며 말했다.“열심히 무술을 연마하여, 나중에 꼭 누나를 도와드리러 오겠습니다.”택란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좋다. 그럼, 너를 기다리마!”냉명여는 뜨거워진 자신의 얼굴이 부끄러워져 고개를 돌리고 싶었지만, 그녀가 머리를 쓰다듬는 것이 못내 편안하게 느껴졌다.다른 한편, 탕 대인과 일곱째 아가씨도 약도성에 도착해, 약도성의 관저는 순식간에 북적이기 시작했다.호명은 이제 조정의 명을 받고 약도성의 관리로 임명되었는데, 조정에서 약도성을 시찰하러 온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약도성에서 장사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기에 의부인 탕양과 일곱째 아가씨를 극진히 모셨다.일곱째 아가씨는 재력이 뛰어나니, 그녀가 약도성에서 장사를 시작한다면, 도성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독산이요?”이때, 그녀가 갑자기 독산에 관심을 보이자, 호명이 멈칫했다.“독산은 굉장히 위험한 곳입니다. 이곳 백성들조차 들어가기를 꺼리지요. 안에 미혼진이 있어,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고 합니다.”탕 대인이 말했다.“그건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 이틀 후, 우리는 독산에 따로 갈 계획이다. 그러니 그 전에 일곱째 아가씨를 잘 모시고, 도성 곳곳과 약도성을 보여주도록 하거라. 아가씨가 독산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50만 냥을 투자할 것이고, 그중 30만 냥은 약도성의 길을 만들고 발전을 위해 쓰이게 할 것이다.”그러자 호명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30만 냥이라니요! 정말 단비 같은 소식입니다! 지진으로 인해 많은 길이 끊기고, 집들이 무너졌습니다. 인근 주부에서 도움을 주고, 조정에서도 예산을 지원해 주었지만, 아직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만약
택란은 금나라 어린 황제의 의도를 들은 후 화들짝 놀랐다. 그는 택란이 금나라에서 죽었다고 생각해 시신을 찾을 수 없으니, 그녀의 가족에게 묘를 만들게 시켜 혼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전하러 왔던 것이었다.또한, 택란은 어린 황제가 정말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꽤 의외였다. 게다가 충직하게 그녀의 가족을 찾아다니며 길을 잃은 원혼이 되지 않도록 도와주려 했으니 말이다.“그가 실망하겠소. 이 도성에 다섯째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어도, 딸 이름이 택란인 자는 없을 테니.”그러자 주 아가씨가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정말 찾았지 뭡니까? 서자림 근처 마을에 다섯째라 불리는 자가 있었습니다. 마침 집안에 란이라는 딸아이가 6개월 전부터 종적을 감추었지요. 게다가 다섯째라는 사람은 지진으로 두 다리를 잃은 상태였고, 집안에 란이의 언니도 있어서 금나라 어린 황제가 사람을 보내 그들을 데려갔다고 합니다.”“정말 그런 우연이 있단 말이오?”택란이 놀라며 말했다.“예. 그 다섯째 사람도 딸이 죽은 줄 알고 슬피 울면서 상을 치렀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후에 딸과 함께 황제의 사람들을 따라갔습니다.”택란이 피식 웃었다. 정말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었다. 다만 그의 딸의 이름은 란이인데, 그녀는 금나라 어린 황제에게 자신의 이름이 택란이라고 했다.한 글자 차이로 생긴 오해였다. 어쨌든 금나라 어린 황제가 은혜를 갚기 위해 한 일이니,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었지만, 어린 황제가 이런 일까지 신경을 쓸 겨를이 있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설마 금나라에 무슨 변화가 생기기라도 한 걸까?해가 바뀌며 어린 황제도 이제 14살이 되었기에, 만약 조정 대신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권력을 되찾을 가능성도 있었다.그와의 짧은 인연을 생각하며, 택란은 그가 권력을 되찾기를 바랐다. 물론, 그가 권력을 잡으면 약도성에도 좋은 일일 것이기에, 만약 실현이 된다면, 택란은 금나라에 가서 두 나라 간 자원 채굴을 논의할 계획이었다.한편, 서일이 떠난 지
택란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마도 아닐 것이오. 아마 금나라 어린 황제가 보낸 사람일 것이오.”“그가 어찌 마마를 찾는 것입니까?”주 아가씨는 몹시 놀랐다. 금나라는 늘 진국왕이 주도하고 있어, 그 어린 황제는 존재감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건 나도 모르겠소.”그 어린 황제가 왜 갑자기 자신을 찾는 것인지 택란 또한 이해할 수 없었다. 전에 알아본 바로는 자기가 죽은 줄 알고, 어빙술을 사용해 진국왕을 공격했다고 했기에, 택란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들이 다섯째를 어찌 찾는 것인지 알아보시오.”“알겠습니다. 사람을 보내 알아보겠습니다. 이제 막 돌아오셨으니, 먼저 들어가서 쉬시지요. 오시느라 고되었을 것입니다.”주 아가씨는 밖에 서 있는 키 큰 남자를 힐끗 보더니 바로 알아차리곤 말했다.“저분이 바로 서 대인입니까? 그가 마마를 호위한 것입니까?”“맞소. 서일 삼촌이네. 거처를 마련하여 머물게 해주시게. 절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 누군가가 나를 찾아다닌다는 사실을 모르게 해야 하오. 이틀 후, 이곳을 떠나게 할 것이오.”서일은 입이 무거운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가 금나라 어린 황제가 자신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아마 북당 전체가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금나라의 어린 황제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그가 이를 알게 해서는 절대로 안 되었다.주 아가씨가 호명에게 가서 서일을 잘 안배하라는 공주의 명을 전하자, 호명이 웃으며 말했다.“서 대인께서 오셨군요. 제가 술을 준비하여 잘 대접해야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제게 맡기십시오. 절대 밖으로 나가지 못할 것입니다.”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사람을 보내 약도성에서 가장 좋은 술을 사 오게 하고는, 일단 서일을 취하게 하기로 계획했다.서일은 오느라 고생을 많이 했지만, 강북부에 도착해 황자들과 헤어지자마자 특별히 택란을 약도성까지 데려다주었다. 택란과 작별 인사를 나눈 후, 약도성의 상황을 살폈다.처음에 그는 거처에 정착한
우문호는 즉시 얼굴에 기쁨을 띠며 종이를 구겼다.“뭘 가져왔는가? 한 잔 마시겠네. 지금 목이 말라 죽을 지경이네!”목여 태감이 바로 들어와 차를 올리며 말했다.“어의가 처방한 화기와 열을 내려주는 약입니다. 약간 달면서도 쓴맛이 나는데, 등심초와 하기초, 그리고 연심을 조금 넣어, 열을 내리기에 제일 맞을 겁니다. 폐하께서 쓴맛을 싫어하실까 봐 꿀대추도 하나 넣었습니다!”그는 약을 탁자 위에 놓고 부채를 찾아 부쳐주려 했지만, 우문호는 이미 손으로 약그릇을 들어 가까이 가져가 불며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날씨가 조금 추운 탓에 약이 미지근한 상태로 전달되어, 몇 번 불어 마시기에 딱 적당했다.그는 약을 단번에 마시고 그릇을 내려놓은 후, 목여 태감을 바라보며 말했다.“역시 자네가 세심하군. 앞으로 짐의 기거와 음식은 자네가 더 신경 쓰게.”“이것은 소신의 본분입니다!”목여 태감은 다소 감격하며 말했다.“자네는 짐이 원로 신하들과 얼마나 격하게 싸웠는지 모르네. 앞으로 자네가 옆에 있으면서 짐을 도와 몇 마디 해주시게. 도통 그들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으니.”목여 태감이 안쓰럽게 말했다.“폐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앞으로 폐하가 계신 곳에는 항상 제가 함께하며 결코 폐하 홀로 싸우지 않게 하겠습니다.”우문호의 침울했던 눈빛이 갑자기 생기를 띠기 시작했다. 원 선생이 언제나 그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었기에 큰 감사함을 느꼈다. 심지어 그녀는 늘 그의 삶에 후회가 남지 않게 하려 노력하고 있었다.우문호 부모님의 생신도 잊지 않았고 숙왕부의 어르신들도 그녀는 최선을 다해 돌보며 곁을 함께 했다. 그와 동시에 원경릉은 자기 일도 바쁘게 처리하고 있었다.가끔 피곤하다고 느낄 때 그녀를 떠올리면 모든 피로가 사라지곤 했다.“폐하? 지금 황후마마를 그리워하시는 것입니까?”목여 태감은 바로 그의 마음을 알아채고 웃으며 말했다.“시간도 조금 있으니, 소월궁으로 돌아가 황후마마와 함께 식사하시는 것은 어떻습니까?”“좋네. 어서 돌아가세!”
목여 태감은 필요에 대한 결핍을 느꼈다.사실 우문호는 그가 힘들까 봐 걱정되어 그를 배려하는 것이었다. 어쨌든 태상황을 그렇게 오랜 세월 모셨으니 그의 노고가 매우 컸고, 그가 편안한 노년을 보내기를 바랐던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계속 바쁘게 지내던 사람이 갑자기 한가해지게 된 것이다. 게다가 그의 나이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무공도 뛰어난 데다 신체 능력도 젊은이들보다 크게 뒤떨어지지도 않았다.갑자기 그를 쉬게 하면 그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그리고 현재 어서방이든 소월궁이든, 그가 비록 그곳에 있긴 했지만 우문호가 사람을 시켜 일을 처리할 때 그를 시키는 일은 전혀 없었다. 매번 그 스스로 나서서 하려고 했다. 어쩌면 우문호가 그를 늙어서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태감!” 원경릉이 그를 불렀다. 그러고는 약간 걱정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폐하께서 요즘 늦게 주무시고 신경이 조금 날카로워지셨네. 몸에 열이 많은 것 같은데, 태감이 보기에 어의를 불러 몇 해열탕을 몇 첩 지어야 할 것 같소?”목여 태감은 긴장하며 말했다. “폐하께서 열이 오르셨다고요? 그렇다면 어의를 불러 맥을 짚어 봐야 합니다.”“맥을 짚을 필요는 없네. 내가 보아하니 열이 오른 것 같네. 태감이 약 몇 첩을 지어 잘 달인 뒤 어서방으로 보내 주시게.” 목여 태감이 다급히 말했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소인이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문을 나섰다. 아주 바빠 보였다. 다시 활력이 생긴 것 같았다.원경릉은 몇 자 적고는 녹주를 시켜 어서방으로 보내 우문호에게 전달하게 하였다. 의정 논의가 잠시 쉬어가는 시기에 들여보냈고, 그의 공무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일러두었다.녹주는 쪽지를 받아 어서방 밖에서 기다리다가, 잠시 틈이 생기자 어전 시위에게 전달하며 황제께 전해 드리라고 했다. 이어서 황후 마마께서 보내신 것이라고 덧붙였다.우문호는 오늘 대신들과 아주 격렬하게 논쟁을 벌였다. 그가 이전에 발탁했던 한
원경릉은 그에게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잘 생각 하셨소, 내 사람을 시켜 전골을 내오라 하겠소.”우문호는 고개를 돌려 아내가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턱을 괴었다. 그는 스스로가 귀찮은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한평생을 되돌아보면 가장 큰 행운은 그녀를 만난 것이었고, 그녀와 함께하는 매일매일이 가슴 벅찼다.그는 그저 아톰도 그러기를 바랄 뿐이었다.만약 아톰의 마음속에 일곱째 아가씨가 없다면, 아톰이 평생 장가를 가지 않는다 해도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껏해야 몇 마디 잔소리를 하는 정도일 것이다. 그럼에도 너무나 좋은 사람이었기에 그는 안타까웠다.둘은 전골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아이들이 곁에 없는 날들이 다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우문호는 최근 공무가 바빠 식사 후에 보고를 가져와 검토하였고 원경릉은 옆에서 그를 보필하며 이따금 몇 마디 말을 건넸다. 밤은 고요했지만 아주 평화로웠다.보고를 다 읽었을 때는 이미 자시가 되어 있었다. 목여 태감이 이미 여러 차례 들어와 이제 잠자리에 들 시간이라고 재촉했었다.우문호는 아직 잠이 오지 않았지만 원 선생이 그 때문에 밤을 새우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그는 그녀를 껴안고 잠에 들었다.다음 날 아침, 원경릉은 그에게 며칠 후에 어딘가에 다녀와야 한다고 말했다. 겸사겸사 양여혜가 이끄는 다른 팀의 신약 데이터도 살펴보고, 추 상궁의 피를 조금 뽑고 돌아가 검사해서 약의 억제 효과를 확인하려 했다. 그 결과에 따라 다시 돌아와 조정을 해야 했다.“얼마나 가 있는 것이오?” 우문호가 물었다.“일주일 정도. 나도 너무 오래 있을 수는 없소. 추 상궁 쪽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되오.” 원경릉이 답했다.“그럼 좋소. 내 경호까지 바래다 드리겠소.”“필요 없소. 그렇게 멀지도 않은데, 왔다 갔다 하는 게 너무 번거롭지 않소!”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우문호가 말했다. “알겠소. 아이들도 가고, 냉정언이랑 홍엽도 떠나고, 서일도 가고, 탕양도 가고, 이제 당신까지 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