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깊은 심호흡을 하고 몸을 움직이던 한지음은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몸이 가벼워졌어. 숨 막히지도 않고 명치가 가라앉는 느낌도 사라졌어. 온몸에 힘이 솟아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야.”이설희는 흥분된 어조로 이도현이 한지음을 구해준 일을 말했다.그 말에 한지음은 무의식적으로 자기 가슴을 더듬더니 이상한 기분에 얼굴이 빨개졌다.“정말 귀인을 만났나 봐. 의술이 정말 놀라울 정도야.만약 그분이 정말 내 병을 고칠 수 있다면, 우리 아빠 병도 치료할 수 있겠지? 이 비서! 그렇게 보내면 어떡해?”“볼 일이 있다고 하셔서요. 하지만 원한다면 이씨 가문 옛 저택으로 찾아오라고 하셨어요.”“이씨 가문 옛 저택?”한지음은 깜짝 놀랐다.‘이씨 가문 옛 저택이라니.’사실 그곳은 사람들이 감히 입에 올리지도 못하는 곳이다.“네, 대표님. 그분이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정말 가요? 아무래도 그곳은......”이설희는 말을 잇지 못했다.“가야지. 하느님이 나에게 귀인을 보냈으니, 당연히 찾아가야지. 지금 당장 출발해.”......곳곳에 무성한 잡초가 자라난 이곳은 낡고 황량했다.전에 따뜻하고 행복했던 집이 지금은 폐허가 되어있었다. 사람들이 부러워했던 화목한 가정이 살고 있던 이 집이, 이제는 도깨비집처럼 변해서 쓸쓸함이 가득하다.허름한 집안에 세 개의 위패가 낡아빠진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위패에는 먼지가 잔뜩 끼고, 먼지 사이로 주홍 글씨가 눈에 띄었다.이경천의 위패.장월영의 위패.그리고 이영현의 위패.“아버지, 어머니, 영현아. 나 왔어!”이도현은 눈물을 흘리며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고 통곡했다.그의 세 혈육은 모두 저세상으로 갔다.‘이 모든 게 모두 나 때문이야. 나만 아니었다면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영현이 이렇게 죽지 않았어.’“아버지, 어머니, 영현아! 걱정하지 마, 나 반드시 복수해 줄게. 관련된 사람은 전부 찾아서 내가 갈기갈기 찢어 죽일 거야!”이도현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큰절을 올리며 눈물을 흘렸
로얄 리조트. 염국 완성에서 가장 호화로운 리조트이다. 이곳은 평소에 고위 관직이나 상위 재벌만 접대한다. 하여 보통 사람은 돈이 있어도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다.전체 리조트는 으리으리하게 꾸며져 있어 마치 궁궐처럼 부족한 것이 없었다. 하여 이곳은 권력과 돈을 가진 자들의 천국이다.오늘, 이곳에는 수많은 사람이 모였다.‘시끌벅적하네.’오늘은 강설 그룹 회장의 손녀 강설미의 결혼식이다. 하여 강씨 가문에서는 오늘 로얄 리조트 전체를 대여했다.지금 이 순간, 강설미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도도한 분위기를 풍겼다. 게다가 예쁜 외모까지 더하니 마치 천사처럼 아름다웠다.강설미의 미모는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여자를 볼품없이 만들었고, 여자들은 그런 그녀의 미모가 부러웠다! 남자들은 더욱 말할 것도 없다. 강설미를 바라보고 있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뜨거워지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강설미와 첫날밤을 보내는 상상을 했다.옛말에 영웅과 재주 있는 자만이 미녀와 어울린다는 말이 있다.그러니 강설미의 마음을 가진 자는 보통 인물이 아닐 것이다.신랑은 진씨 가문의 자제인 진천우로, 진씨 가문은 강씨 가문보다 더 실력이 대단했다.이러고 보니 강씨 가문이 땡을 잡은 거나 마찬가지다.비록 강설미는 두 번째 결혼이지만, 사람들은 그녀가 아직 깨끗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강설미는 대단한 미모의 소유자이니 진천우는 그녀를 꺼리지 않았다.이때,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사회자는 여유롭게 결혼식을 진행했다.“이제 결혼식의 마지막 순서로 행복한 미래를 위한 힘찬 첫발을 내딛는 행진의 순서가 있겠습니다.”“행복한 신랑, 신부의 앞날을 위해 뜨거운 박수로 축복해 주시기를 바랍니다.”“......”“신랑, 신부 행진.”사회자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갑자기 큰 소리와 함께 검은색 정장을 입은 경호원 두 명이 거꾸로 날아 떨어졌다. 그 뒤로는 한 소년이 한 손으로 경호원을 들고 한 걸음 한 걸음 결혼식장으로 들어섰다.그의 등장에 사람들은 모두 한기를 느끼
강설미는 가여운 표정으로 이도현을 위하는 척 말했지만 사실 속셈은 따로 있었다. 바로 사람을 시켜 다시 이도현을 깔끔하게 처리하는 것.그녀는 이도현이 어떻게 아직 살아있었는지, 게다가 장애도 없이 멀쩡하게 서 있는지가 궁금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이도현을 죽이겠다고 다짐했다.“인연이 아니라고? 8년을 순결을 지켰어? 하하하! 강설미, 네가 나라면 그 가식적인 말을 믿을 수 있겠어?”이도현이 쌀쌀하게 웃으며 말했다.“너 이 자식. 비아냥거리지 마! 너랑 설미가 과거에 어떤 사이였든 상관없어. 하지만 지금 강설미는 내 여자야. 그러니 너 같은 자식이 내 여자에게 함부로 말한다면 난 참지 않아.”진천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도현의 등장은 확실히 진천우를 역겹게 했다. 비록 강설미와 이도현은 깨끗한 사이지만, 강설미의 순결을 가진 자는 진천우지만, 명목상으로 그는 중고를 물려받은 셈이다.“하하! 넌 여자 처음 봤어? 닳아빠진 중고도 이렇게 귀하게 생각하다니. 아주 대단해.”이도현은 일부러 도발했다.“개자식, 너 뭐라고 했어? 설미는 순결을 지키고 나한테 왔어. 또 한번 내 여자에게 모욕을 준다면 가만두지 않아!”정곡을 찔린 진천우는 도끼눈을 뜨며 소리를 질렀다.“순결을 지켰다고? 강씨 가문의 사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네 신분도 만만치 않다는 걸 설명하는 데, 너 설마 몇 만원이면 처녀막 재생 시술 할 수 있는 거 모르는 거야?”이도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진천우에게 애송이를 보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너 이 자식, 너... 너 말도 안 되는 소리......”이도현의 말에 진천우는 몸 둘 바를 몰랐다.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은 모두 그의 친척과 완성, 진성에서 내놓으라 하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도현의 등장과 이도현의 말은 그의 체면을 완전히 구겨버리고 말았다.분노와 동시에 진천우는 강설미를 의심하기 시작했다.진천우도 남자다 보니 남녀가 결혼해서 한 지붕 아래서 살면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게다가 강설미처럼 예
“네!”명령을 받은 강씨 가문의 경호원들이 예식장 사방에서 뛰쳐나와 이도현을 포위했다.“미친놈,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소란을 피워. 너 오늘 여기서 살아서는 못 나갈 거야!”강설미의 오빠인 강호천은 흉악한 얼굴로 이도현을 노려보았다.“그래?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강호천의 말에 쌀쌀하게 맞받아친 뒤 이도현은 강호천을 향해 손을 휘둘렀고, 이내 부러진 젓가락 하나가 쏜살같이 강호천을 향해 날아갔다.“으악!”비명과 함께 강호천은 두 손으로 눈을 부여잡고 바닥에 쓰러졌고, 손가락 사이로 빨간 피가 흘러나왔다.“호천아!”강한림이 놀라서 소리쳤다. 그는 황급히 달려가 아들을 부축하고 상태를 살폈다. 강호천의 왼쪽 눈에는 부러진 젓가락이 그대로 관통했다.“당장 구급차 불러!”“구급차 필요 없어! 바로 관을 준비하는 게 더 빠를 거야. 아, 몇 개 더 준비해 둬. 당신 강씨 가문 사람들 전체가 다 쓸 거니까.”이도현의 차가운 말투와 웃음은 마치 악마의 속삭임처럼 온 예식장에 퍼졌다.이도현을 둘러싼 경호원들은 그의 기세에 눌려 쉽게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하지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몇 명의 경호원이 이도현을 향해 공격했고, 결국 이도현의 발길질에 바닥에 쓰러져 생사도 모를 지경이 돼버렸다.이도현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 살벌했다.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은 그의 모습에 오싹함과 두려움을 느꼈다.“오 통령, 또 폐를 끼치게 되었군, 잘 부탁하네.”말없이 앉아있던 강 회장, 강학연이 옆에 앉은 중년 남성을 향해 말했다.“염려마세요. 쓰레기일 뿐입니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오 통령이라고 불리는 남자가 거만하게 대답했다.오 통령, 오천협! 서북후 이 장군 산하의 팔만 신병을 거느린 통령으로 무예가 아주 뛰어난 사람이다.오천협이 이도현을 향해 말했다.“네 이놈! 당장 꺼지거라. 이곳은 네가 행패를 부릴 곳이 아니야!”“난 오늘 강씨 가문 사람만 죽이려고 했는데. 강씨 가문을 위해 나선다면 당신도 죽을 각오를 해야 할 거야.”이도현이 오천
이 세상은 무사를 인, 지, 천, 종 네 개의 경계로 나눈다. 인급이 가장 낮고, 종급이 가장 높다.종급의 경지를 넘어서면 무사의 범위를 넘어서 무도라고 불린다.무도는 일반인의 경기를 초월했으며 전 염국에도 몇 명 존재하지 않으니, 완성은 말할 것도 없다.완성에서 가장 강한 무사는 천급 무사이고, 그중 세 명은 서북후 이 장군 진영에 속해 있다.이도현에게 맞아 죽은 오천협은 바로 지급 무사로 전체 서북에서도 고수라고 할 수 있다.“말도 안 돼. 넌 폐물이야. 이렇게 강할 수 없어. 그럴 리가 없어!” 강씨 가문 사람들은 완전히 당황했다.진천우는 악랄한 눈빛으로 강설미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는 이도현을 바라보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아저씨, 저 자식 죽여버려.”“네, 도련님.”진천우 옆에 있던 노인이 대답했다.장명공! 진씨 가문에서 채용한 지급 하이클라스 무사로 진천우의 신변을 지키는 인물이다.이런 무사를 채용하는 데는 매년 수십억 원이라는 비용이 들어간다. 조상님을 모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영감님도 죽고 싶어?”이도현은 장명공에게도 여전히 차갑게 말했다.“네 이놈, 죽어야 할 사람은 바로 너야! 당장 우리 도련님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빈다면......”장명공은 오만한 표정으로 이도현에게 말했다.하지만 장명공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이도현은 이미 장명공 앞에 나타나 손바닥을 휘둘렀고, 장명공은 그대로 날아갔다.“말이 너무 많네......”이도현은 손을 거둬 몸에 쓱쓱 닦았다. 지급 무사를 상대하는 건, 마치 날파리를 때려잡는 것과 같았다.이를 본 사람들은 또 한 번 경악했다.지급 고수가 뺨을 맞고 저렇게 날아가다니. 그들은 감히 이도현의 진짜 실력을 상상도 할 수 없었다.강씨 가문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들은 정말 두려움의 맛을 느꼈다.이도현은 살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강설미를 향해 다가갔다. 강력한 기세에 강설미와 진천우는 저도 몰래 뒷걸음을 쳤다.“너...... 너 뭐 하는 짓이야? 이도현,
한 노인이 문을 박차고 들어와 이도현을 제지했다.“영감님도 이 일에 개입할 생각인가?”이도현은 고개를 들었고, 노인은 이미 이도현 눈앞까지 와있었다.“난 항패다. 서북후의 힘이지. 서북후를 대표해 왔어. 다들 알다시피 로얄 리조트는 우리 서북후의 구역이야. 그런데 감히 이곳에서 사람을 죽이다니, 우리 서북후를 우습게 여기는 건가?”항패가 쌀쌀하게 말했다.“서북후는 뭐야? 내가 사람을 죽인다는 데 감히 막아선다면 서북후도 함께 죽인다.”이도현은 시큰둥하게 말했다.“건방지군......”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건방지다’ 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들은 이도현의 건방진 말에 깜짝 놀랐다.이곳은 서북완성으로 서북후 이 장군의 구역이다. 전체 서북은 서북후 이 장군의 관할하에 있으며 수중에 20만 신군을 거느리고 있다. 이 세상 누구도 감히 그를 죽인다고 말할 수 없다.“뭐라?”항패는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서북후 이 장군을 섬긴 후로 건방진 사람을 많이 보았지만, 이도현처럼 건방진 상대는 처음 본다.“영감도 빨리 꺼져! 아니면 다 같이 죽일 거야.”이도현은 더는 쓸데없는 말을 하기 싫었다.“네 이놈!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기나 하는 거야? 이곳은 서북완성이고, 서북후의 세상이다!”항패가 분노하며 소리를 질렀다.“아, 말 진짜 더럽게 많아! 서북후가 뭐? 꺼져.”인내심을 잃은 이도현은 바로 노인을 향해 공격했다.그러자 항패도 급히 이도현을 향해 공격을 개시했다.“펑!”두 손바닥이 맞붙으며 거대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거대한 힘이 두 손바닥 주위로 흩어졌다.손을 거둔 이도현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제자리에 서 있었지만, 항패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뒤로 수십 걸음 물러서다가 겨우 멈춰서더니 안색이 창백해지며 끓어오르는 기혈을 억눌렀다.이도현과 손바닥을 마주한 순간, 그는 강력한 힘이 그의 몸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꼈고 그 힘은 항패의 몸속에서 강한 파문을 일으키며 기혈을 끓어올렸다.만약 그 기혈을 억누르지 않았더라면 폐에서
하지만 서북후의 체면은 절대 잃어서는 안 된다.“영감님 사람 다 데리고 물러서. 아니면 다 죽는 거야.”이도현은 더 많은 사람의 목숨을 거둘 생각이 없다. 그의 타깃은 오직 강씨 가문이다.“건방지게 굴지 마. 서북후의 존엄은 너 같은 놈이 짓밟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죽어라!”항패는 다시 일어섰다. 짐승의 발톱 같은 그의 두 손은 이도현을 향해 정면으로 덮쳤다.이도현은 더는 할 말이 없었다. 굳이 더 많은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았지만 그들은 저절로 지옥에 가려고 자초했으니, 어쩔 수 없다.항패의 강력한 공격에도 이도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항패가 그의 목덜미를 잡으려고 하는 순간, 이도현은 기이한 동작으로 치명적인 일격을 피했다.이도현의 일련의 동작은 빠르고 기이했다! 항패가 반응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이도현은 이미 항패의 목을 움켜쥔 채 허공으로 번쩍 들어 올렸다.항패는 반항하려고 했지만 그의 체내 기력은 도저히 움직이지 않았다.“기회를 줬지만 영감이 죽음을 자초했으니 나도 어쩔 수 없어. 기억해, 다음 생엔 절대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마!”이도현의 쌀쌀한 목소리에 항패는 깊은 지옥 같은 공포를 느꼈다.“가...... 감히 날 건드리기만 해 봐. 서북후가...... 널 가만두지 않아......”항패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건드려 보지 뭐.”이도현은 콧방귀를 뀌며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부득!”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항패의 목은 완전히 으스러졌고 입에서는 빨간 선혈이 쏟아져나왔다.이도현이 손에 힘을 풀자 시신은 바닥에 축 늘어져 숨을 멈췄다.방근 전까지도 자신만만하던 항패가! 그는 죽기 직전까지도 이도현이 자기를 감히 죽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은 또 한 번 오싹함을 느꼈다. 그들은 마치 악마라도 본 듯이 두려움에 가득 찬 눈빛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항패.그는 서북후 이 장군 산하의 고수 중 한 명으로 오천협보다 더 강한 사람이다. 이런 강자가 이도현의 손에
비명과 함께 강설미의 허리에서 붉고 하얀 액체가 흘러나왔다. 그것은 피가 섞인 골수이다.이것은 8년 전 이도현이 그녀에게 이식해 준 골수이다. 이도현은 이런 방식으로 골수를 도로 빼냈다.“내가 준 건 돌려받아야지. 아, 네가 가져간 것도 난 돌려받을 거야.”이도현은 고통스러움에 울부짖는 강설미에게 한 치의 연민도 느끼지 못했다.말을 끝낸 이도현이 손짓을 하자 은침 몇 개가 날아가 강설미의 허리에 꽂혔다. 그 순간, 강설미는 날카롭고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사람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이내 강설미의 허리의 척추가 기이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더니 “부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부러졌고 강철못으로 고정했던 척추는 그대로 파열되어 피부를 찢고 나왔다.“으아아악......”강설미의 처절한 비명에 사람들은 머리털이 곤두섰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그녀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이도현은 바닥에 떨어진 피로 물든 척추를 집어 들었다.이것은 바로 미얀마에서 강씨 가문에게 도둑질당한 그의 척추이다. 그는 자기 것을 도로 가져왔을 뿐이다.“받은 건 도로 갚아줘야지.”이도현의 안색은 섬뜩하리만큼 차가웠다.그는 척추를 들고 있는 손에 힘을 주었고, 척추는 그대로 부서져 가루가 되었다.이도현은 마치 죽은 개처럼 바닥에 늘어진 강설미를 죽이지 않았다. 8년 전 목숨이 붙어있는 그를 황야에 던졌던 것처럼 말이다. 이도현은 마치 저승사자처럼 몸을 돌려 강한림의 품에 안겨 두 눈을 부둥켜 잡은 강호천을 바라보았다.“이젠 네 차례야, 강씨 가문 도련님.”“너...... 뭐하는 짓이야...... 내 아들을 건드리면 강씨 가문은 절대 널 용서하지 않아. 오...... 오지 마......”강한림은 강호천을 품에 안고 지키려고 했다.“내 가족을 죽일 때부터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어야지. 그냥 죽어.”이도현의 손짓과 함께, 손에서 반짝이는 은침 하나가 강호천을 향해 날아가더니 마침 그의 미간에 꽂혀버렸다.“호천아......”강
“세상에. 무려 수백 평에 달하는 공간이라니. 이건 신물이야, 신물. 아이를 몇 명 낳아준다고 해서 될 게 아니야. 이 보물에 보답하려면 적어도 한 개 축구단은 낳아야 하잖아... 헐...”양주희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큰 공간의 공간 반지를 보고 감격에 겨워 몸 둘 바를 몰랐다.그녀는 공간 반지의 거대한 공간을 보더니 말을 바꿨다. 이도현에게 아이 몇 명이 아니라 한 개 축구단을 낳아주겠다고 했다.이도현은 여섯째 선배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아이 열 몇 명으로 공간 반지 하나를 바꾸겠다니, 이게 무슨 말이지? 가축도 아니고 어떻게 아이로 값을 때려?’다른 여자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면 이도현은 그 사람을 혼냈을 것이다. 그런데 여섯째 선배의 말에 이도현은 감히 토를 달지 못했다.“뭐라고? 몇백 평의 공간이라고? 그럴 리가 없어.”줄곧 침착하던 인무쌍은 양주희의 파격적인 말을 듣고 더는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 그녀는 한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공간 반지에 몇 벽 평의 공간이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그녀는 비록 공간 반지를 갖고 있지 않지만 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무계에서 몇 평에 달하는 공간 반지는 더할 나위 없이 귀한 보물이었다. 대종파의 장로들은 몇 평짜리 공간 반지를 얻어도 엄청 득의양양했다. 만약 몇십 평의 공간 반지가 있다면 그건 매우 진귀한 보물이었다.그런데 이도현은 지금 몇백 평의 공간 반지를 열 개나 갖고 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신기로 공간 반지를 살펴본 후, 인무쌍은 더 이상 침착할 수 없었다. 그녀는 앵두 같은 입술을 쩍 벌리고 반나절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이... 정말이었어. 이건... 너무 불가사의한 일이야. 이 세상에 이렇게 큰 공간의 공간 반지가 있다니. 이... 이건 정말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보물이야. 이건...”인무쌍은 오랫동안 놀라움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녀는 산전수전 다 겪어봤지만, 이 공간 반지의 크기는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후배. 이... 이 공간 반지를
“와. 공간 반지다. 둘째 선배에게 하나 있는 것만 알고 나도 갖고 싶었는데 계속 얻지 못하고 있었어. 이놈아, 네가 어떻게 이렇게 많은 공간 반지를 갖고 있어? 어디서 난 거야?”양주희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도현의 손에 든 공간 반지 열 개를 바라보며 물었다.“제가 그...”“됐어. 너만 알고 있어. 선배가 전에 말했지. 어떤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선배에게도 말하지 마.”“여섯째 후배도 캐묻지 마.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후배의 일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면 큰 후환만 남긴다는 거 명심해.”“후배도 두려울 게 없고 우리도 두려울 게 없다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 없잖아. 천하에 무예보다 무서운 것이 얼마나 많은데. 그중에서도 사람 마음이 제일 무서운 거야. 어떤 일은 영원히 묻지 않는 것이 좋아.”인무쌍은 엄숙한 말투로 말했다.“알겠어요. 공간 반지를 보니까 너무 설레서 한마디 물어본 거예요. 전에 둘째 선배의 공간 반지를 보았는데 너무 부러웠어요. 이 공간 반지가 있으면 얼마나 편리한데요. 앞으로 작은 물건과 옷들은 전부 이 안에 넣으면 되니까 어디 다녀도 짐을 들지 않아도 되잖아요. 편리할 뿐만 아니라 겉멋도 부릴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양주희는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말했다.“호호호. 여섯째 선배도 앞으로 공간 반지가 있으니까 이제 부러워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도 전에 둘째 선배의 공간 반지를 본 적이 있는데 지금 받은 이 공간 반지는 그것보다 훨씬 좋아요.”“다른 것은 몰라도 지금이 공간 반지들은 제가 지금까지 본 것 중에 제일 좋은 거예요. 선배들, 먼저 하나씩 고르세요.”이도현이 웃으며 말했다.“이놈아, 너 우리에게 너무 잘해주는 거 아니야? 이 선배가 앞으로 너와 아들을 많이 낳아서 너의 재산을 물려받아야겠어.”양주희는 거리낌 없이 말하며 이도현의 손에서 공간 반지 하나를 집어 들고 유심히 살폈다.“셋째 선배도 하나 고르세요. 이 열 개의 공간 반지는 저장 공간과 외형이 완전히 같아요. 마
그녀는 후배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평소에 털털하면서도 한번 파고들면 끝까지 따지는 성격이었다.그렇기에 외모로 사람을 따지면 안 된다.“선배, 저 드릴 게 더 있어요.”이도현은 급히 말길을 돌렸다.“더 있다고? 어머나, 이 녀석아. 담약 세 알도 감지덕지한 데 선물이 더 있어? 그러면 나도 셋째 선배처럼 너와 혼약을 맺을 수밖에 없어. 그렇지 않고서 보답할 길이 없잖아.”양주희는 이도현을 계속 놀렸다.“아... 아니에요, 선배. 저는 보답을 바라지 않아요...”이도현은 어안이 벙벙했다.“보답을 바라지 않아? 왜? 이 선배가 못나서 눈에 차지 않는 거야?”“아... 아니에요. 그 뜻이 아니었어요. 여섯째 선배는 물론, 저의 선배는 모두 선녀보다 더 아름다운 미인들이에요. 저는 그저 저의 물건이 곧 선배의 것이니 당연히 보답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어요.”이도현은 조금이라도 망설이었다가 목숨을 잃을 것 같아 얼른 설명했다. 그의 선배 중에서 셋째 선배, 다섯째 선배 그리고 대선배가 듬직하고 나머지 선배들은 모두 장난기가 많아 감당하기 힘들었다.“알겠어. 그래도 나는 너와 결혼하기로 마음먹었어. 너는 내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고전에 비책도 줬는데 이번에 또 담약과 보물도 선물했으니, 너와 결혼해야 할 것 같아. 어서 말해 봐. 무슨 보물이야?”양주희는 양아치같이 말했다.“콜록콜록... 이... 이거요. 방금 선배에게 드린 세 가지 담약이 각각 30알 있어요. 이 세 병에 각각 8알 들어있으니 다른 선배들에게 전달해 주세요.”이도현은 두 선배가 담약을 정제하는 시간에 이미 담약을 나누어 놓았다.인무쌍은 담약을 정중하게 건네받았다.“우리에게 이렇게 언제든 선배를 생각하는 후배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인무쌍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 이도현이 지금까지 그녀들에게 주었던 비책과 담약은 모두 더할 나위 없이 값진 보물이었다.가족에게도 나누기 힘든 보물을 이도현은 주저하지 않고 선배들에게 나누어 주었으며 심지어 편애하는 사람 없이 번마다 모든
줄곧 선배들의 내공을 몰랐던 이도현은 강력한 기운에 살짝 놀랐다. 왜냐하면, 선배들은 모두 스승이 전수한 기운을 숨기는 공법이 있기에 이도현은 줄곧 선배들의 내공을 모르고 있었다.물론 이도현이 알아내고 싶었다면 얼마든지 감지할 수 있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는 두 개의 강력한 기운에서 선배들의 내공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셋째 선배 인무쌍의 돌파 후 실력은 자미각 각주보다 한 수 위인 영급 정상이었다.여섯째 선배 양주희의 돌파 후 내공은 셋째 선배만큼 강하지는 않지만, 마찬가지로 영급 경지였다.영급 경지의 내공은 고무계 전체를 놓고 보아도 최정상의 수준이었다.담약 하나로 두 명의 고수가 나타났으니 그 효과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만약 지금의 인무쌍과 양주희가 비경의 장선과 한씨 영감을 만났다면 인무쌍은 한 방에 그들을 죽였을 것이다.또 한 시간이 지나자, 샤워를 마친 두 선배는 젖은 머리 채로 가운을 입고 나왔다. 주안단을 복용한 효과까지 더해지니 정말 청순하고 영롱하기 그지없었다. 이도현은 그녀들을 보며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심장이 두근거렸다.‘예뻐. 어쩜 이렇게 예쁠까.’“선배, 어때요?”이도현은 심호흡을 한번 하고 머릿속의 이상한 생각들을 정리하고 나서 물었다.“좋아. 아주 좋아. 나 지금 몸에 힘이 넘쳐나는 것 같아. 당장 사람 찾아 한바탕 싸우고 싶네.”양주희는 주먹을 치켜들고 한바탕 휘둘렀다.안 그래도 가운 하나만 입은 상태인데 과하게 움직이니 가슴이 심하게 출렁이었다. 이도현은 넋을 놓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이전에 별로 주의하지 않았는데 인제 보니 여섯 번째 선배도 가슴이 어마어마하네. 크기가 열째 선배보다 더 큰 것 같기도 한데... 이 정도면 거의 우리 집의 으뜸인 지음이랑 비슷하겠어.’꿀꺽.이도현은 참지 못하고 군침을 삼켰다.“이 나쁜 놈아, 눈이 빠지겠다.”양주희는 살포시 웃으며 말했다.그녀는 화를 내지 않고 심지어 말할 때 일부러 몸을 몇 번 더 비틀거려 몸
성숙한 성년 남성으로서 여자들 사이의 농담을 알아들어도 모른 체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렇지 않으면 심한 후과를 책임져야 한다.이도현은 머리를 탁 치며 정신을 차리고는 냄새를 맡아보니 과연 자신의 몸에서 고약한 냄새가 났다.이는 내공이 또 한층 돌파한 것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내공을 돌파할 때마다 환골탈태하면서 체내의 이물을 배출해내기 때문에 냄새가 나가 마련이다.이도현은 방에 돌아와 목욕물을 준비하고 샤워하는 데 한참이 걸렸다.한지음이 있을 때 이도현의 목욕물을 준비하고 몸을 씻는 일은 모두 그녀가 도맡아 했다. 샤워도 하고 애정도 나누기에 이 시간은 두 사람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기도 했다.시간이 지나면서 이도현은 이미 한지음과 함께 샤워하는 것이 매우 익숙해졌다. 그런데 갑자기 한지음이 없으니까 그녀의 빈자리가 꽤 크게 느껴졌다.샤워를 끝내니 두 선배는 이미 밥상을 다 차려 놓았다. 세 사람은 웃고 떠들면서 밥을 먹었고 이도현은 두 선배에게 대선배를 만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식사가 끝난 후 이도현은 구현단, 주안단, 영모단을 꺼내 두 선배에게 주면서 각 담약의 효과를 소개했다. 두 선배는 작지 않은 충격을 받았지만 거의 동시에 주안단을 삼켰다.이도현은 말문이 막혔다. 남은 두 가지 담약 중 하나는 백 년의 수련을 얻고, 하나는 수련 속도를 세 배로 늘릴 수 있는 담약인데 두 선배는 이 두 가지를 선택하지 않고 모두 먼저 주안단을 선택했으니 말이다.'여자들은 역시 외모를 가장 신경 쓰네.'“선배들, 이 구현단을 먹으면 백 년의 수련을 얻을 수 있고 이 영모단을 먹으면 수련 속도가 세 배로 빨라져요. 그리고 효과도 모두 영구적인데 어쩜 거들떠보지도 않으세요? 다들 무슨 생각이신 거예요?”이도현은 너무 어이가 없어 물었다. 그는 두 선배의 행동에 어리둥절했다.“이놈아, 네가 뭘 알아? 내공이 줄어들면 천천히 쌓을 수 있지만, 한번 늙으면 다시 젊어지기 얼마나 힘든데. 이런 신단이 있을 때 당연히 제일 먼저 선택해야지.”“맞아. 여자는 모두
이도현은 이 음양천지를 샅샅이 훑어보았다. 비록 면적이 크지는 않지만, 신선이 사는 동부 같았다.이곳의 공기 또는 영기는 외계에서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맑고 신선하며 고무계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그리고 경치는 정말 선경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이도현은 이 천지에서 마음의 평온을 되찾았다. 그는 자신을 이 세계에 융합하여 자연과 사이좋게 지내며 물아일체가 되었다. 요구와 보상이 필요 없이 천지와 하나가 되었다.자연의 도리!이도현은 머릿속에 별안간 이 단어가 떠올랐다.“아주 좋은 곳이네. 선배들을 이곳에 데리고 와서 수련할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다른 사람을 데려올 수 있나 모르겠네.”“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 시도해 봐야겠다.”이도현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음양천지에서 한참 머무른 후에야 나갔다.지금 그는 이곳에 머물러 수련할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을 마친 후 반드시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 선경에 사는 듯한 느낌을 체험할 생각이었다.음양탑에서 나와 현실로 돌아온 이도현은 지하실 문을 열고 진법을 거두었다.거실로 돌아오자 그는 셋째 선배 인무쌍과 여섯째 선배 양주희가 와있는 것을 보았다.이도현은 두 선배를 보고 크게 기뻐하며 반갑게 맞이했다.“선배들, 언제 오셨어요? 저는 선배들이 오실 줄 모르고 선학신침을 정제하러 갔어요. 오실 줄 알았으면 마중하러 갔을 거예요.”“히히. 후배가 말을 참 이쁘게 하네. 그런데 선후배 사이에 그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어. 특히 너의 셋째 선배는 집에 돌아오는 것과 같은데 뭐하러 마중 나와. 아무래도... 두 사람...”양주희는 조롱하는 말투로 말하다가 인무쌍이 건네는 눈빛 암시를 받고 뒷말을 삼켰다.“헤헤. 그럼요. 여기가 곧 선배들 집이죠. 다들 식사하셨어요? 제가 밥해드릴게요.”이도현은 아주 살갑게 굴었다.그는 산에서 내려온 이후로 요리를 해먹은 적이 없지만, 집에 선배가 왔으니 선뜻 나서서 요리하겠다고 했다.“에잇. 선배가 있는데 왜 네가 밥을 해? 넌 얼른 가서 샤워
별안간 이도현은 보탑의 지면에 검은색의 팔괘 태극도가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보탑의 기타 층들에는 이 도안이 없었는데 하필 9층에만 있었다.9층의 비밀이 무조건 이 팔괘 태극도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이도현은 생각하지 않아도 확신할 수 있었다.하지만 한참 동안 연구해 보았지만 아무리 보아도 특별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심지어 각종 방법을 시도해보았지만, 이 태극도의 용도를 알아내지 못했다.“설마 이 위에서 좌선해야 하는 건가?”이도현은 중얼중얼하면서 털썩 태극도 위에 주저앉았다.하지만 위에 앉아보았지만, 엉덩이가 조금 차가운 것 빼고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아무것도 없네? 앉아도 별 소용이 없네. 설마 누워야 하는 건가? 그럼 누워 보지 뭐. 이 9층에 아무런 서프라이즈가 없다는 게 정말 믿어지지 않아.”이도현은 혼잣말하면서 바닥에 드러누웠다.드러누운 순간, 그는 마치 무슨 자극을 받기라도 한 것처럼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대박. 절대 이렇게 간단할 리 없다고 했지. 역시나. 역시나. 알고 보니 비밀이 바로 여기에 숨겨져 있었네. 참말로. 이렇게 간단한 걸 한참이나 찾아 헤맸네.”이도현은 흥분한 나머지 와와 소리를 지르면서 탑의 꼭대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그러자 지면의 검은색 팔괘 태극도랑 대응되게 9층의 탑 꼭대기에 붉은색 팔괘 태극도가 있는 것을 보았다.두 태극도는 천지 상응하는 것이 마치 모종의 진법과 같았다.이도현은 잠시 생각하더니 또다시 태극도 위에 앉았다. 오심조천하면서 체내의 원력을 끌어올려, 하나는 쭉 위로 뻗어내고 다른 하나는 아래로 뻗어내 두 개의 팔괘 태극도에 주입하였다.그의 진원이 태극도에 주입된 순간, 두 개의 태극도에서 순식간에 빛이 크게 번쩍이었다.그러더니 검은색의 팔괘 태극도가 천천히 지면에서 떠오르더니 차근차근 올라왔고, 천장에 있던 붉은색 팔괘 태극도가 천천히 꼭대기에서 내려와 이도현의 머리 위에서 검은색과 붉은색 두 개의 태극도가 한데 어울려졌다.두 태극도가 한데 융합한 순간, 9층의 공
팔층에도 마찬가지로 책상이 하나 놓여있었고 그 위에 상자가 하나 있었다.“또 하나밖에 없네. 왜 위로 갈수록 점점 적어지는 거야?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 보물이 없나?”이도현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상자를 열어보니 안에 옥합이 하나 들어있었다.“오! 좋은 물건이네?”이렇게 장중한 포장을 보고 안에 무조건 좋은 물건이 들어있을 거라고 이도현은 생각했다.지체없이 열어보자 옥합 안에는 은침같이 생긴 물건이 9개나 들어있었다.하지만 은침이라고 말하기에는 은침 같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은침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소털처럼 가늘었다.“이건 무슨 물건이야? 이상하게 생겼네.”이도현은 중얼중얼하면서 안에서 하나를 꺼내 자세하게 관찰하였다.그의 손이 은침에 닿은 순간, 그는 자신의 신혼이 무언가에 세게 부딪친 것처럼 부르르 떠는 것만 같이 느껴졌고 눈앞이 핑 돌았다.지금 그의 내공 도행에 있어서 전혀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작은 은침을 그저 만지기만 했는데 이런 느낌을 받다니.곧이어 그의 머릿속에는 또 일련의 정보가 떠올랐다.‘멸신침. 전문 사람의 신기를 파괴함. 멸신침을 맞는 순간 신기가 부서지고 신혼이 타격을 입게 되며 심각할 경우 죽을 수 있음.’“대박... 이렇게 세다고? 전문 사람의 신기를 파괴한다니. 이것이 정말인가? 신기는 원래 형태도 그림자도 없는 것인데 어떻게 파괴한다는 거지? 장난치는 거 아니야?”천지에 이런 물건이 있다는 것을 이도현은 믿을 수 없었다. 신기라는 것은 사람의 의식처럼 형태도 없고 그림자도 없는 것이고 마치 감지력 같은 것이다. 신기를 써서 감지하는 방법 외에는 전혀 걷잡을 수 없는 것인데 파괴를 어떻게 한다는 것이지?멸신침이 신기를 파괴할 수 있다니. 그것도 전문 신기를 파괴하는 데 쓰인다니. 말하고 다녀도 믿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이도현은 믿지 않았다. 하지만 믿지 않으면 안 되었다. 왜냐하면 이건 음양탑이 준 보물이기 때문이다. 만약 멸신침이 쓸모없는 것이라면 이곳 음양탑 안에 놓여있을 리 없다. 게다가
머릿속에 떠오른 정보에 이도현은 또 한 번 크게 놀랐다.“대박... 이건... 이건 너무 말이 안 되게 대단하잖아.”보물을 처음 본 것처럼 이도현은 눈이 전보다 더 휘둥그레졌다.수련 속도를 세배나 올린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었다. 게다가 영구적이라니. 이건 마치 예전에 혼자서 수련하던 것이 지금은 똑같은 사람 세 명이 함께 수련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비유하자면 남은 혼자서 일하는데 나는 세 개의 분신과 함께 일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면 아무리 돼지라고 할지라도 남들보다 더 빨리 저팔계로 될 수 있다.영모단의 대단한 정도는 정말 구현단보다 더했다. 어찌 됐든 구현단은 일회적이고 매 사람은 평생 한 알밖에 못 먹지만 영모단은 영구적이다. 게다가 사람의 수련 재능을 높인 것과 마찬가지다.“이것도 30개네! 대박이야. 정말 너무 소름이다.”이도현은 옥병을 열어 담약의 수량을 확인하고는 다시 한번 놀랐다.세 번째 상자를 열어보니 안에도 담약이 한 병 놓여있었다. 이름은 주안단. 역시 성급 담약. 한 알을 복용하면 미모가 청춘으로 회복할 수 있고 늙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다시 말해서 늙는 속도를 남보다 몇십 배 늦춘다는 것이다.다른 사람이 80세에 할머니가 되었을 때, 80세의 당신은 여전히 30대의 여인과 같다는 거다.이 담약은 이도현에게 별 쓸모가 없었다. 하지만 그의 선배와 아내에게는 절대적인 보물이었다. 세상 그 어떤 여자든지 모두 자기가 영원히 젊고 아름답기를 바랄 것이다.선배와 아내에게 선물로 준다면 무척 기뻐할 것이 뻔하다. 기쁜 나머지 이도현에게 잘 보일지도 모른다.담약을 넣어둔 뒤 이도현은 무척 만족하였다. 구현단과 영모단이 있으니 그는 이미 만족하였지만, 주안단까지 있으니 더욱 금상첨화였다.이어서 그는 칠층으로 걸어갔다. 칠층 탑 안에도 여전히 책상이 하나 놓여있었지만 의외로 위에는 상자가 하나밖에 없었다.“하나? 왜 적어졌지? 세 개가 아니고 왜 한 개가 되었지? 인색하기는.”이도현은 불만을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