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61화

Author: 온유
“괜찮으십니까? 어디 다치신 데 없으세요? 일단 병원으로 모시겠습니다.”

운전기사가 급히 차에서 내려 응급 전화를 걸었다.

“아니... 아니요.”

그녀는 뒤로 물러나면서 그들이 떠나지 못하게 다리를 차 바퀴 쪽으로 가져다 댔다.

그러고는 차 안을 향해 소리쳤다.

“세은아, 고모야.”

차 안에서 한창 통화 중이던 그녀는 급정거하는 바람에 핸드폰이 매트에 떨어졌다.

허리를 굽히고 핸드폰을 찾고 있는데 진옥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중에 얘기해요. 일이 좀 생겼어요.”

도아린은 전화를 끊고 차에서 내렸다.

아쉬운 소리를 할 때는 진세은이고 쓸모가 없다고 생각할 때는 도아린이라니. 참 뻔뻔스러운 인간이다.

도아린을 보자마자 진옥경은 구세주라도 보듯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세은아, 날 용서해 줘. 다른 사람의 꿍꿍이에 속아서 너한테 편견을 가졌던 거야. 널 제대로 알지 못한 탓이지. 고모가 잘못했다.”

“일단 일어나세요.”

도아린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네가 날 용서하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을 거야.”

진옥경은 대성통곡하며 애원했다.

한편, 도아린의 차가 출입구를 막고 있어 뒤따라오던 차들이 경적을 울리기 시작했다.

차를 옮기고 싶었지만 진옥경의 다리가 바퀴 아래에 있어 운전기사는 어쩔 수 없이 사람들에게 상황에 대해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뒤차에서 내린 주진모가 구경하러 앞으로 다가갔다.

“아린 씨는 일상이 참 바쁘네요. 오전에는 연적을 처리하느라고 바쁘더니 지금은 또 고모라는 사람이 찾아와서 이 소란을 피우고 있으니... 집안일을 깔끔히 처리한 뒤에 회사에 나오는 건 어때요?”

주진모는 말을 하면서 뒤편에 줄지어 서 있는 차량을 가리켰다.

진옥경은 그가 도아린과 어떤 갈등이 있는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도아린을 재촉하여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이게 할 사람이라면 그녀한테는 그저 좋은 사람이었다.

“세은아, 용서해 줘. 네가 이번 한 번만 도와준다면 바로 일어날게.”

담담한 도아린의 눈빛에 진옥경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설마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또 한 번의 거절   제562화

    운전기사한테 차를 옮기라고 한 뒤, 그녀는 주진모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주 이사님, 편히 구경하시게 의자라도 하나 옮겨드릴까요?”주진모는 그녀가 남들 눈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이리 사람을 끌고 가게 할 줄은 전혀 몰랐다. 진씨 가문에 들어간 뒤 오만방자한 것이 고모까지 안중에 두지 않는다는 소문도 두렵지 않은 건지?계속 남아서 구경하고 싶었지만 체면이 체면인지라 도아린이 그리 말하니 어쩔 수 없이 뒤돌아서서 차에 올라탔다. 주진모의 차가 떠나자 막혔던 차들이 줄줄이 떠났다.구경꾼들은 도아린의 정체를 몰랐고 그저 고모와 조카 사이인 것밖에 알지 못하였다. 윗사람은 땅바닥에서 떼를 쓰며 뒹굴고 있고 아랫사람은 횡포하기 그지없다고 생각했다.순식간에 이론이 분분해졌다. “고모와 조카 사이라고? 얼마나 큰 원한이 있어서 저러는 거야? 어른이 잘못했다고 용서를 구하는데도 꿈쩍도 하지 않다니.”“듣기로는 얼마 전에 찾은 딸이라고 하던데. 집안 재산 때문에 저러는 거겠지. 지금은 남녀가 평등하니까 고모도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는 거잖아.”대화의 주제가 점점 산으로 기울어지자 도아린이 목청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다들 선진 투자 회사라고 들어봤죠? 요즘 엄청 잘 나가는 투자회사인데.”이때, 한 사람이 소리쳤다.“알죠. 수익률이 7%나 된다고 들었어요. 우리 친척들도 그 회사 주식 많이 샀거든요. 어제는 차까지 한 대 뽑았다고 하더라고요.”“선진 투자 회사요? 들어봤어요? 난 들어본 적이 없는데.”“들어봤죠. 그런데 2억 이하는 투자를 안 받아준다고 하더라고요. 난 그만한 돈이 없어서 남들이 돈 버는 거 지켜볼 수밖에 없네요.”도아린이 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진옥경은 큰소리로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 “진세은, 그 투자 회사의 수익이 네 말대로 그렇게 좋은 거라면 고모한테 돈 좀 빌려줘. 나도 투자 좀 하게.”선진 투자 회사를 통해 돈을 그렇게 많이 벌 수 있는 거라면 이 소식을 얼른 안민아에게 알려야 한다. 딸과 사위의

  • 또 한 번의 거절   제563화

    나쁜 년.선진 투자 회사는 또 뭐야? 일부러 말을 돌려 날 괴롭히려고 한 거겠지. 그 남자에 의해 회사까지 끌려간 진옥경은 그 회사가 정말 도유준의 회사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도유준은 그녀를 본 순간 당황했고 그녀의 뒤에 서 있는 건장한 남자를 보고는 바로 창문을 넘어 도망쳤다.어안이 벙벙해진 그녀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한편, 도유준은 집으로 달려가 웃는 얼굴로 자신을 맞이하는 안민아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 “네 엄마가 빚쟁이들 데리고 회사까지 찾아왔어. 이제 막 돈을 좀 벌기 시작하는데 너희 엄마 때문에 다 일이 틀어지면 나 정말 가만 안 있을 거야.”...배지유도 구경하는 사람들 속에 서 있었다. 사람들이 도아린을 향해 손가락질할 때, 그녀도 나서서 한마디 보탤 생각이었는데 도아린이 진옥경에게로 화제를 돌리고 그 자리를 쉽게 빠져나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확신이 서지 않는 상황에서 도아린을 건드릴 수는 없었다. 자칫하다가는 자신이 화를 입게 될지도 모르니까.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다가 금은방을 지날 때, 그녀는 김지민이 남동생 내외를 데리고 물건을 사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배석준은 옆에 버려진 지 오래였다. 그녀는 이내 택시에서 내려 그들이 눈치채지 못한 틈을 타 배석준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 배석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침을 흘리다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올케 마음에 들면 그냥 다 사.”남동생이 어렵게 잡은 여자 친구이기 때문에 그녀는 전폭적으로 지지할 생각이었다. 김지민은 두 사람에게 먼저 옷 구경을 하라고 하고는 계산을 하러 갔고 고개를 돌리니 배석준이 보이지 않았다. 도아린이 회사를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강재민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어제는 회사로 데리러 오라고 하던 사람이 오늘은 식당에서 보자고 했고 방금은 통화를 하다가 일이 있다고 먼저 끊어버린 그녀였다. 자신과의 데이트가 부담스러워서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 강재민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나 도착했어

  • 또 한 번의 거절   제564화

    “당신은 최지우가 왜 내 심기를 건드렸는지 그게 궁금한 거예요? 이 일이 당신과 무슨 상관인지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네요.”그 말에 육청아는 순간 멍해졌고 이내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꽉 움켜쥐었다. 자신이 도아린에게 속아 넘어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러나 도아린이 알더라도 상관없었다.배건후가 영화 투자에 손을 떼라고 했기 때문에 도아린이 아무리 조사한다고 하더라도 그녀와 최지우의 관계에 대해서는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 육청아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도아린 씨 참 유머러스하네요. 난 최지우의 팬이에요. 모처럼 컴백했으니 팬으로서 꽃길을 걷길 바라는 마음일 뿐이에요.”“그 꽃이 불꽃은 아니길 바라요.”도아린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경멸이 가득 찬 웃음, 육청아는 그 웃는 모습이 너무 싫었다. 자기한테 자랑하는 것 같아서 정말 꼴불견이었다. 보스가 도아린의 편을 든다고 하더라도 그물을 빠져나간 인신매매범을 찾기만 한다면 결국은 자신의 편에 설 거라고 믿었다. 몇 마디 반박하려는 그때 도아린은 뒤돌아섰고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따라갔다.끼익. 이때, 자동차 한 대가 갑자기 튀어나와 육청아의 길을 막아섰다.화가 나서 운전기사를 노려보는데 배건후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하고는 이내 화를 억누르며 억지웃음을 지었다. “안 오는 줄 알았어요.”배건후는 그녀를 한 번 흘겨보고는 핸들을 돌려 길가에 차를 세웠다.“이렇게 직접 그 여자를 찾아오면 어떡합니까?”남자는 차 문을 세게 닫으며 따져 물었다. 육청아는 어깨를 으쓱하며 담담하게 얘기했다.“이곳에 밥 먹으러 온 모양이에요. 우연히 만났고 인사만 잠깐 나눈 거예요.”미간을 찌푸리던 그가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따로 룸을 예약하지 않은 강재민은 창가에 앉아 있다가 도아린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손을 흔들었다.“이쪽이에요.”그녀가 웃으며 다가가자 강재민은 그녀의 가방을 받아 옆 선반 위에 걸어놓고 의자를 당겨주었다.신사다운 모습이었다.“고마워요.”“당연한 걸요.”자리에 앉

  • 또 한 번의 거절   제565화

    “5분이면 음식도 다 준비될 거예요.”강재민은 괜찮다는 듯 웃으며 한마디 내뱉었다.그러나 냅킨을 쥐고 있던 그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갔고 도아린은 그걸 눈치챘다.분명 내키지 않으면서 너그러운 척하기는...“배 대표님.”이때, 육청아가 앞으로 급히 달려왔다.“우리도 일단 주문부터 해요. 얘기는 나중에 다시 하고요. 강재민 씨가 아린 씨한테 할 얘기가 있는 모양이니까 방해하지 말고요.”그녀는 배건후의 팔짱을 슬쩍 끌어당겼고 그 행동에 배건후가 그녀를 힐끔 쳐다보았다. 살짝 주눅이 들긴 했지만 배건후를 끌고 가지 않으면 보스가 또 무슨 벌을 내릴지 모르니 어쩔 수가 없었다. 용기를 내어 배건후를 잡아당기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일단 진통제부터 먹어요. 도아린 씨가 기회를 주더라도 지금 몸 상태로는 버티기 힘들 거예요.”고개를 돌리고 도아린과 강재민을 쳐다보던 그는 결국 육청아의 손에 끌려 자리로 돌아갔다. 그런데 그 자리가 바로 두 사람의 맞은 편이었다. 잠시 후, 강재민은 종업원에게 도아린의 물컵과 냅킨을 바꿔 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가는 게 싫으면 분명히 말해요. 겉으로만 아닌 척하는 거 나 정말 싫어요.”“속 좁은 남자라고 생각할까 봐 그래요. 아린 씨가 싫어할까 봐...”“내가 싫어하는 일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거예요?”그녀는 고개를 치켜들고 그를 쳐다보았고 피식 웃던 그가 고개를 저었다.“당신한테 상처 주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당신을 괴롭히는 사람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말을 마치고는 일부러 배건후 쪽을 쳐다보았다. 마침 배건후의 날카로운 시선과 눈이 마주쳤다. 예리한 눈빛과 사악한 눈빛, 그 누구도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종업원이 음식들을 내오자 팽팽하던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졌다. 음식이 다 나온 뒤, 강재민은 바이올린 연주자를 불러 테이블 옆에 서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게 하였다. 뭘 연주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배건후의 시선을 가리기 위해서였다. 그의 유치한 행동에 도아린은 미

  • 또 한 번의 거절   제566화

    위가 아픈 것을 참으며 뒤따라간 배건후는 강재민의 벤츠가 어둠 속으로 바람처럼 사라지는 걸 보게 되었다. 급히 자신의 차에 올라탄 그는 육청아가 차에 오르기도 전에 바로 차를 출발시켰다.상영관에 들어가기 전에 강재민은 팝콘과 콜라 두 잔을 샀고 두 사람은 티켓에 적힌 대로 제자리를 찾아가 앉았다.이번 영화는 스릴러 영화로 관객이 많지 않았고 상영관에 관객이 10명 남짓하였다.영화가 시작되자 누군가 허리를 굽힌 채 뒤로 걸어갔다. 도아린과 강재민은 셋째 줄 한가운데에 앉아 있었고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무서워요?”강재민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무서워서 재민 씨 품에 안기는 일은 없을 거예요.”그녀가 팝콘을 내밀자 강재민은 팝콘을 집어 입에 넣으며 말했다.“그런데 난 무서워요.”그 말에 도아린은 그를 힐끔 쳐다보았다.이렇게 덩치가 큰 남자가 귀신을 무서워한다고?강재민은 그녀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갑자기 스크린이 번쩍였다. 스릴러 영화에 꼭 나오는 장면, 조명이 깜빡이면서 배경음악과 함께 귀신이 나타났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그가 한 손으로 자신의 눈을 가린 채 한 손으로 팝콘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찰칵하는 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려왔고 그는 정말 무서운 듯 한껏 긴장한 얼굴이었다. “외국에 뱀파이어 영화들도 많잖아요. 그것도 무서워요?”도아린이 웃으며 그를 향해 물었다.“뱀파이어는 머리가 잘려 나가고 혀를 내두르지는 않아요.”그는 말을 하면서 정신없이 팝콘을 입에 집어넣었다. 아악. 이때 구석에서 누군가 비명을 질렀다. 크게 숨을 들이마시던 그는 팝콘이 목구멍으로 빨려 들어가 미친 듯이 기침을 했다. 그녀는 급히 그의 등을 두드려주며 콜라를 건네주었다.벌컥벌컥 콜라를 마시니 조금은 진정되었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려 콜라를 받침대에 놓는데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그가 방금 마신 건 도아린의 콜라였다. “미안해요. 난...”그는 시한폭탄이라도 들고 있듯 안절부절못하는 얼굴이었다. “미안해요. 내

  • 또 한 번의 거절   제567화

    뒤에 있던 사람이 배건후에게 앉으라고 주의를 줬고 그는 마음속의 화를 억누르며 자리에 앉았다.그러나 강재민이 도아린을 향해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던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영화표를 뭉쳐 있는 힘껏 던져버렸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강재민은 이내 고개를 돌렸고 어두컴컴한 극장 안에는 한 쌍의 커플만 보였다.그 커플은 영화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고 그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이때, 도아린이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왜 그래요?”“아무것도 아니...”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리는 바람에 코끝이 서로 마주쳤다.흠칫하던 그녀는 바로 고개를 돌리고 계속해서 팝콘을 먹었고 강재민은 그 자리에서 얼굴이 빨개지고 미친 듯이 심장이 뛰었다. 카리스마 넘치던 그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꽃가마를 탄 처녀처럼 긴장되고 설렜다. 사실 도아린이 배건후에게 그와 만나보려 한다고 했을 때 기분이 되게 좋았었다. 방금은 그녀의 콜라도 마셨고 지금은 코끝까지 부딪히고... 비록 짙은 스킨십은 아니지만 두 사람 사이가 한결 가까워진 듯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기분이 좋아진 그는 몸을 꼬며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환하게 웃으며 그녀의 어깨에 살포시 머리를 기대었다. “지금 나한테 애교 부리는 거예요?”고개를 돌리던 그녀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푸흡!입안에 있던 팝콘이 그의 얼굴에 뿜어졌고 그는 급히 몸을 일으키고 옷을 털었다.도아린은 웃으며 그의 머리를 정리해 주었다.“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웃음을 참을 수 없었던 그녀는 그를 끌고 먼저 자리를 떴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그도 그녀가 웃는 것을 보고는 덩달아 크게 웃었다.“미안해요.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한참이 지나서야 웃음을 그친 그녀가 그를 향해 물었다.“너무 심하게 웃었죠? 숙녀답지 않아서 내가 싫어진 거 아니에요?”그는 그녀를 마주한 채 길가의 울타리에 걸터앉았다.“나 잘 때 이도 가는데. 아린 씨는 괜찮아요.”“조금

  • 또 한 번의 거절   제568화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간사한 것 같다. 아쉬울 것 없이 잘살 때는 감정이 바위처럼 단단하다가도 일단 저울의 균형이 무너지면 여러 가지 이유에 휩쓸려 원래의 단단함을 순식간에 잃어버리고 만다. 강재민은 두 손을 천천히 가운데로 모으며 그녀와의 거리를 좁혔다. “울고 싶으면 맘껏 울어요. 다 털어버리고 이젠 깨끗이 내려놓아요.”부드러운 그의 목소리가 밤바람과 함께 그녀의 귓속으로 마음속으로 스며들었다.그녀는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배건후는 그녀한테 첫사랑이었다. 그를 보면서 사랑에 대한 모든 환상을 품었고 몇 번이나 그에게 상처를 받아도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어쩌면 그게 자신에게도 기회를 주는 일일지도 모르니까. 그러나 실망이 쌓이다 보니 아무리 깊은 감정도 사라지게 되는 것 같다. 현재 배건후에 대해서는 사랑보다는 가슴속에 맺힌 원망뿐이었다.멋대로 자신을 오라 가라 하는 그의 멸시가 원망스러웠고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자꾸만 다가오는 그가 원망스러웠다.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던 그녀는 목놓아 울기 시작했고 강재민은 그녀의 등에 손을 얹고 다정하게 그녀를 달래주었다. “내가 가서 그 나쁜 놈 혼내줄까요? 감히 내 여자를 이렇게 아프게 하다니.”“아니요.”도아린은 그의 옷을 덥석 잡더니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들었다.“그 사람 때문에 우는 거 아니에요.”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그는 이내 눈 밑에 희망이 차올랐다.“나 때문에 우는 거예요? 내가 아린 씨 괴롭혀서?”그녀는 입술을 오므리며 피식 웃었다. “방금 영화관에서 일부러 그런 거죠?”이전부터 강재민을 알고 있었지만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본격적으로 알고 지내게 된 건 그녀가 진씨 가문으로 돌아온 후부터였다. 강재민의 천성은 뱀파이어처럼 변덕스럽고 악랄하며 때로는 오만방자하고 때로는 사악하고 독단적이었다. 귀신이 무서워서 사레까지 들리고 연약한 척 그녀한테 의지하는 건... 그의 본성이 아니었다.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려

  • 또 한 번의 거절   제569화

    “오랜만이야.”강재민이 앞으로 다가와 인사를 건네며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그런데 손끝이 닿기도 전에 진경수가 그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갑작스럽게 날아온 주먹에 강재민은 비틀거리며 두 걸음 뒤로 물러나더니 겨우 멈춰 섰다. “경고하는데 내 동생 건드리지 마.”진경수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그를 향해 손가락질했다.“또 한 번 내 동생한테 집적거리면 주먹으로 끝나지 않을 거야. 난 눈에 뵈는 게 없는 놈이니까.”“오빠...”“걱정하지 마. 오빠가 네 편이 되어줄 거니까.”진경수는 그녀를 자신의 뒤로 숨겼다. 온화하던 얼굴은 순식간에 차갑게 변하였고 그가 강재민을 죽일 것처럼 노려보았다.“아린이는 우리 진씨 가문의 귀한 딸이야. 강씨 가문이 아무리 명문 가문이라고 하더라도 내 동생이 싫다면 넌 강요할 수 없어.”“오빠...”도아린이 그의 팔뚝을 잡고는 애교 섞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재민 씨는 날 괴롭힌 적 없어요.”“똑바로 말해. 너 아까 울었던 거 아니야? 눈이 이렇게 새빨간데.”“운 건 맞아요. 하지만 화가 나서 운 게 아니라 재민 씨한테 감동받아서 운 거예요.”“들었지? 또 한 번만 괴롭히면 내가 정말 가만두지... 뭐라고?”진경수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감동받았다고? 저놈이 무슨 짓을 했는데?”입가를 닦고 있던 강재민의 눈 밑에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 “내 진심에 감동받은 거지.”그가 앞으로 다가가자 진경수는 도아린을 감싸며 이리저리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나 결국은 강재민에게 도아린의 한쪽 손을 뺏기게 되었다. 두 사람은 깍지를 끼고 진경수에게 보여줬다. “우리 애기가 내 마음 받아줬어.”우리 애기?진경수는 이를 꽉 물었다.그가 시큰둥하게 입을 삐죽거리며 여동생을 돌아보았다.“저 자식이 널 위협한 거라면 눈만 깜빡여 봐.”“오빠, 우리 두 사람 진지하게 만나보기로 했어요.”그녀는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얘기 끝난 일이에요. 만나보다가 안 맞으면 헤어지기로요. 매달리지

Latest chapter

  • 또 한 번의 거절   제600화

    도유준은 도아린의 전화를 받고 바로 옥린 호텔로 갔다.그는 돈을 가지지 않았다.도아린이 만나자고 한 곳은 호텔 객실이었다. 그건 다른 사람들이 그녀와 자신이 연락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게 하려는 의미였고 그렇다면 당연히 경호원을 데리고 오지 않았을 테니 그는 절대적인 주도권을 가질 수 있었다.도아린이 그를 함정에 빠뜨리지 않았더라면 그는 지금 도울 디저트의 사장일 것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가게 두 개를 가지고 돈방석에 앉을 수 있었다.그는 도아린을 얕잡아봤다. 예전에 그녀가 배건후의 앞에서 보여주던 부드럽고 연약한 모습을 보고 그녀가 어리숙한 여자라고 생각했다.그런데 그녀가 도정국까지 함께 함정에 빠트릴 줄은 몰랐다. 도씨 가문의 가게와 부동산은 결국 도지현 그 쓸모없는 자식의 손에 들어가 버렸다.그는 불만이 가득했다.도아린은 자신이 천국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녀를 지옥으로 끌어내려서 제대로 짓밟아줄 것이다.여자는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손해를 봐도 어디 가서 말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면 그녀의 오명이 퍼지게 되면 강씨 가문에 시집가는 것은 말도 안 될 일이고 다른 재벌가들도 다 역겨워할 것이다.도유준의 머릿속에는 도아린이 자신 앞에서 무릎 꿇고 애원하는 장면이 그려졌고 기분이 좋아진 그는 차에 속도를 가했다.위층으로 올라가기 전에 그는 약을 한 알 먹었다.1306번 방의 문은 반쯤 열려있었고 어떤 여자가 그를 등지고 침대에 앉아있었다. 그녀는 민소매에 짧은 치마를 입고 목을 주무르고 있었다.도유준은 살며시 문을 닫고 빠르게 여자의 뒤로 다가갔다.“기다리는 게 지루했어?”“당신...읍!”여자는 피할 새도 없이 당했고 상대방이 누군지 제대로 보기도 전에 옷이 벗겨졌다.“엄마, 삼촌 체력이 정말 대단하네요...”안민아는 곁에서 들려오는 기척에 귀가 무척 빨개졌다.여자의 신음이 전체 복도에 울려 퍼졌다.진옥경은 이마를 짚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이렇게 오빠를 함정에 빠뜨린다면 오빠가 깨어났을 때는

  • 또 한 번의 거절   제599화

    “...응.”진범준은 컵을 들고 있었는데 들고 있는 게, 마치 폭탄 같았다.아들의 말이 맞았다. 진옥경은 돌아올 때 정말 자신에게 마실 것을 사다 주었다.다음으로 동생이 자기한테 할 일을 생각한 진범준은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어서 깊게 숨을 들이쉬고 얘기했다.“옥경아, 우리 어릴 때...”“우리 어릴 때 정말 고생했지.”진옥경은 드디어 화제를 찾았다.“오빠가 입어서 무릎이 해진 바지를 엄마가 잘라 내 바지로 만들어서 내가 입었잖아.”“바지?”“민소매도 있어. 오빠 민소매를 나는 치마로 입을 수 있었어.”“네가 내 민소매도 입었었어?”진범준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는 앞으로 발생할 일을 저지해서 동생이 잘못된 길로 가는 걸 막고 싶었다. 하지만 동생이 그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 본인이 먼저 얘기를 꺼낸다면 만약 동생이 그런 생각이 아니었다면 정말 어색해지는 것이다. 진옥경은 어릴 때 얘기를 할 때 얼굴에 웃음이 피었고 눈도 빛이 났다.추억에 잠긴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진범준은 차를 마시기로 했다. 이따가 동생이 다음 행동을 할 때 바로 제지하면 될 것이다.진범준은 컵을 들고 크게 한 모금 빨고 삼키는 척했다.진옥경은 그의 목젖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마시는 것을 확인했고 그제야 긴장했던 마음이 풀려서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오빠, 그래도 남매로 지내왔는데 결국에는...”“어지러워!”진범준은 눈이 뒤집히더니 침대에 쓰러졌다.“어지러워...”“오빠? 오빠!”진옥경은 다가가서 살짝 그를 밀었다.“오빠? 왜 그래?”아까도 한 모금을 마셨는데 아무 반응이 없다가 이번에도 한 모금을 마셨는데 바로 정신을 잃는다고?“...”진범준은 말이 없었다.자세히 관찰해본다면 그의 호흡이 평소보다 급해서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평소보다 폭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진옥경은 다음으로 넘어가기 급급해서 두 번 정도 부르다가 진범준이 말이 없으니 정신을 잃었다고 확신했다.“민아야, 네 삼촌이 정신을 잃었어! 이제 어떡해야

  • 또 한 번의 거절   제598화

    하나, 둘, 셋...도아린은 입으로 숫자를 셌고 셋까지 셌을 때 도유준에게서 전화가 왔다.도아린은 핸드폰을 미리 무음으로 바꾸었고 바탕화면에서 바로 도유준의 이름이 떴다.그녀는 시간을 계산하면서 자동으로 끊길 때까지 기다렸다가 전화를 받았다.“더 볼일 있어?”“누나가 돈이 충분하다는 거 알아. 근데 돈이 많다고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잖아. 누나가 나 도와서 신분을 바꿔주기만 하면 20억을 줄게! 나랑 아빠는 절대 다시는 누나 앞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지금 계좌가 다 정지당했잖아. 어떻게 줄 건데.”도유준은 웃으면서 자랑스럽게 대답했다.“내가 안민아처럼 멍청한 줄 알아? 자신의 정보로...”문득 말하면 안 될 걸 말했다는 걸 깨달은 건지 도유준은 더 말하지 않으려 했다.“누나가 승낙하기만 하면 돈을 줄 방법은 무조건 있어.”“나는 너 안 믿어.”도아린은 진경수가 자신에게 알려 준 방 번호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화에 대고 말했다.“나는 현금을 받을 거야. 옥린 호텔 1306번 방으로 와. 30분 줄게. 도착 못 하면 앞으로 다시는 나한테 전화하지 마.”도아린은 상대가 협상할 시간을 주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들은 1306방의 옆방에 들었다. 소리를 죽이고 다가갔을 때, 진옥경과 진범준이 얘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진옥경은 초조해서 등에 땀이 났다.그녀는 진범준이 한약에 정신을 잃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그가 바람을 피우는 듯한 장면을 연출하려고 준비했는데 진범준은 하품을 하면서 졸려 할 뿐이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요즘 안민아가 보낸 사람은 다 진범준의 주의를 끌지 못했다. 그가 스스로 넘어오지 않으니 그들이 억지로 그림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진범준에게 약을 더 먹일 생각이었지만 여기 여관에는 티백이 없었고 커피를 주었다.“오빠, 민아가 곧 도착한다고 해. 내가 데리러 내려갈게.”“그래.”진범준은 정신을 똑바로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진옥경이 나간 뒤, 진경수가 그 방으로 들어갔다

  • 또 한 번의 거절   제597화

    “방법은 아까 이미 말했잖아. 애 자수하게 보내!”진옥경은 더 붙잡지 못할 것으로 보이자 버럭 말했다.“좋아! 가서 자수하게 할게! 그런데 어떻게 자수해야 하는지 민아한테 방법을 생각해주자고. 지금 전화해서 바로 여기로 오게 할게. 우리 잘 얘기해보자, 응?”진범준은 다시 의자에 앉았다. 원래는 목이 마르지 않았는데 화가 나서 목구멍이 불타는 것 같아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그런데 캑캑거리며 하마터면 토할 뻔했다.여관의 환경이 엉망이니 티백도 엉망이었다. 시고 떫고 목구멍이 찌릿한 느낌까지 들었다.진범준은 미간을 찡그리고 물을 화장실에 버리고는 주전자에서 생수를 받아먹으려고 했다.힘을 줘서 들었지만, 주전자는 텅 비어있었다.진범준은 살짝 당황했고 짜증이 올라왔다.“다른 곳으로 옮겨.”진옥경은 안민아에게 전화를 하고 있었는데 진범준에게 밖으로 끌려나갔다.“민아야, 네 삼촌이... 네 삼촌이 우리를 도와 방법을 생각해준대. 아, 네 삼촌이 다른 곳으로 옮겨주겠다고 해. 이따가 주소를 보내줄게. 그래, 빨리 와.”전화를 끊고 진옥경은 진범준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오빠, 이 주위에서 찾아. 좋은 곳은 필요 없어. 중심지 쪽에는 사람이 많아서 민아가 가기 불편해.”진범준은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서 전화를 꺼내 찾아보았다.그들이 여관을 떠나자마자 도아린과 진경수가 도착했다.직원은 방 청소를 하고 있었고 그들이 돌아온 것을 보고 투숙객이 뭔가 놓고 간 줄로 생각했다.“이 방의 손님은요?”도아린이 물었다.“체크아웃하시고 금방 나갔어요.”도아린은 방안을 빙 둘러보았고 화장실로 갔을 때 욕실 바닥에서 티백을 보았다.“여기서 투숙객한테 무료로 제공하는 티백은 무슨 차예요?”“저희는 티백을 제공하지 않습니다.”도아린은 진경수에게 눈짓했다. 진경수는 청소차에서 쓰레기 봉지를 하나 꺼내고는 일회용 컵을 접어서 냄새를 맡더니 봉지에 넣었다. 진범준의 차는 원격조종 기능이 있었다. 지금 이 차는 진경수의 이름으로 되어있었기에

  • 또 한 번의 거절   제596화

    진옥경은 티백을 넣은 일회용 종이컵을 둥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진범준은 주위를 둘러보고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아마도 곧 허물 예정이었는지 여관은 오랫동안 리모델링하지 않았다. 화장실에서 지독한 냄새가 나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천장에는 벽지도 한 움큼 떨어져 있었다.다시 진옥경을 보니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그날 진씨 가문을 떠날 때 입었던 옷이었다. 옷걸이에 걸려있는 외투에는 흙이 묻어있을 뿐만 아니라 말라버린 어두운색의 얼룩이 있었다.목과 귀에 있는 상처는 거의 나았는데 손목에는 새로운 상처가 많이 생겼다.어찌 됐든 친동생이고 늘 아끼던 동생이었는데 지금 이렇게 초라한 모습을 보니 마음속이 말이 아니었다.“어떻게 된 거야?”진범준의 말투가 부드러워졌고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진옥경은 고개를 떨구고 그의 맞은편 침대에 앉았다.그녀는 원래도 살집이 없었는데 지금 반팔을 입고 팔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은 무척 불쌍해 보였다.“오빠, 오빠가 나를 도와주기 싫어하는 게 아니란 걸 알아. 돈이 다 올케한테 있으니 올케가 도와주기 싫은 거겠지. 올케를 탓하지 않아. 다른 사람 자식의 빚을 갚으려고 나한테 200억을 내놓으라고 하면 나도 싫다고 할 거야.”그녀는 시선을 들어 진범준의 굳은 얼굴을 보고 찻잔을 앞으로 밀었다.“오빠, 물 마셔. 이렇게 늦은 시간에 내 일로 오빠가 외출해서 올케가 화내지 않겠지?”진범준은 집에서 차화영의 잔소리를 들으면서 차를 두 주전자나 마셔서 더는 마시지 못했다.그는 찻잔을 끌어당기고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민아가 자수하도록 설득해.”진옥경은 등이 굳었고 말하려던 말은 목구멍을 올라왔다가 다시 삼켜졌다.‘자수하라고? 만약 오빠 딸이 사고를 쳤다면 그래도 자수하라고 할 거야?’그때 도아린이 배씨 가문에서 괴롭힘을 당한다고 했을 때 그들 부부는 증거도 없으면서 소문만 듣고 연성으로 가서 도아린의 편을 들어주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도아린은 그렇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고 배건후가 그녀에게 경기용 말을

  • 또 한 번의 거절   제595화

    “잘 봐. 네가 데리고 온 딸이란 게 이런 녀석이야!’차화영은 이를 악물고 도아린을 노려보았다.“배씨 가문에서 네가 가문을 소란스럽게 만드는 요물이라고 하는 이유가 있었어. 네가 온 뒤로...”“짝!”찻잔이 바닥에 던져지고 그 소리에 차화영은 깜짝 놀라 퍼뜩 떨더니 고개 돌려 진경수를 보았다.진경수는 몸을 꼿꼿하게 세우고는 몸을 기울여 도아린을 보호했다. 그의 얼굴은 비웃는 표정이었고 눈빛은 칼처럼 날카로웠다.“배씨 가문이 뭐라고! 제 동생은 천사입니다. 그들이 제대로 대우를 못 해줬으면서 일부러 이름에 먹칠하는 거예요!”둘째 손자는 항상 웃는 얼굴을 한 호랑이였다. 겉으로는 웃는 얼굴을 하고 그 뒤에는 칼을 숨기고 있는 손자였는데 처음으로 얼굴을 붉혔다.“할머니께서 나이가 지긋하신데 외부 사람들과 함께 함부로 혀를 놀린다면 할머니를 치과로 보낼 수 있어요. 가서 수술해야 하면 수술하고 마취해야 하면 마취해야죠. 할머니가 병이 들었는데도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들이 저희를 불효자식이라고 얘기하겠어요.”“...”차화영은 침을 삼켰다.둘째 손자가 지금 자신을 협박하고 있는 건가? 도를 넘었다!그녀는 반박하지 못했지만, 화가 나서 진범준의 손을 잡고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너도 내가 혀를 함부로 놀렸다고 생각해?”“엄마, 애들이랑 뭐하러 따져요.”애들이 자신을 협박하는데 자신은 따질 수도 없단 말인가?차화영이 뭐라 말하려고 하는데 전화가 울렸다. 가정부가 가서 전화를 받더니 곧 돌아왔다.“어르신, 안씨 사모님께서 급한 일이 있으시다고 찾으십니다.”차화영은 소파를 짚고 일어서 곁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다가 다리에 힘이 풀린 그녀는 소파에 주저앉았다.“알겠어. 알겠어. 지금 바로 가라고 할게!”“범준아!”전화가 끊기기도 전에 차화영은 사람을 불렀다.“옥경이 방금 또 협박을 당해서 지금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작은 여관에 숨어있대. 얼른 가서 봐봐. 가서 다친 데 없는지 봐봐!”진범준은 일어서서 외투를 가

  • 또 한 번의 거절   제594화

    “오빠, 손이 불편해요?”“아니.”진수혁은 두 손을 무릎에 놓고 고개 돌려 그녀를 봤다.“피곤해.”“그래요.”도아린은 가족들 앞에서 긴장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한다.그녀는 느긋하게 뒤로 몸을 기댔다.“잠깐 눈 좀 붙일게요. 집에 도착하면 깨워줘요.”그녀는 눈을 감고 최지우의 일에 대해 자세하게 생각했다.가장 가까운 가족과 제일 믿었던 절친이 손을 잡고 함정에 빠뜨리다니, 당시의 심정은 절망적이었을 것이다. 최지우의 몸매가 변하게 된 건 전적으로 폭식 때문이 아니라 약물 과다복용 때문에 호르몬이 불균형적으로 된 이유도 있었다.서대은이 그녀에게 준 자료에 의하면 최지우가 이혼한 뒤 최지우의 어머니는 경찰에 가서 하성태가 실종되었다고 신고하고는 그를 숨겨두었다. 배건후가 하성태로 최지우를 협박한다는 건 그는 이미 하성태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배건후의 자료는 그가 스스로 조사한 것인가 육청아가 건넨 것인가? 여기까지 생각한 도아린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진씨 가문에서는 차화영이 저녁 식사 후 또 눈물을 짜고 있다. 딸이 바닥에 나앉게 되었다고 울고 외손녀의 혼인이 불행하다고 울고 같은 식구끼리 등 돌리면 안 된다고 울었다.“아무리 그래도 네 동생이야! 빚쟁이들한테 쫓겨서 따뜻한 밥도 못 먹는데 내 마음이 정말 괴로워 죽겠어!”차화영은 가슴을 치면서 미간을 단단히 찌푸리고 있었다.“밤에 잠도 못 들겠어. 눈을 감으면 옥경이가 맞고 있는 장면이 보여. 애초에 민아가 강씨 가문의 그 자식이랑 결혼하게 동의한 건 너희들인데 지금 문제가 생기니 어떻게 모른 체할 수 있어! 예전에 너랑 명희가 사업을 시작했을 때 옥경이가 너희의 아이들을 돌봐줬잖아. 지금은 옥경이의 자식한테 문제가 생겼는데 어떻게 보고만 있을 수가 있어!”진범준은 차를 한잔, 또 한잔 마시면서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없었다.진경수는 열심히 듣고 있는 것 같았는데 자세히 보면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차화영은 자신이 울분을 토하듯 한참을 말

  • 또 한 번의 거절   제593화

    최지우는 자신과 결혼한 재벌 청년이 사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가짜인 사기꾼이라는 것을 몰랐다. 그녀는 연예계에서의 친구들을 그에게 투자하도록 소개해주었다. 메이크업 사업은 처음에 돈을 벌었는데 많은 연예인이 광고했기에 팬덤수가 거대했다.최지우 부부는 결혼 전 재산 협의서를 작성했었다. 하여 그녀의 친구들이 투자하고 이익을 받는 통로가 모두 그녀의 계좌에서 진행되었다. 그러므로 사건이 터진 후 그녀도 사기에 참여한 사람이 되어 앞길을 망치고 말았다.다른 사람들은 이 와중에 다른 한 건의 사기 사건이 연루되어 있다는 것을 몰랐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최지우와 스포츠 스타를 초대해 녹화를 진행했다. 그들은 최지우의 매니저를 알게 되었는데 최지우의 친동생인 하성태였다.하성태는 그들에게 매형이 낮은 가격으로 연성의 고급 주택을 살 수 있다고 얘기했다. 그들은 돌아가서 아무 생각 없이 팀 안의 다른 팀원들에게 얘기했고 결국 함께 10개의 대저택을 구매했다.메이크업 제품 사기 사건이 터진 후 저택을 산 사람들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최지우를 찾아가 돈을 돌려달라고 했고 그녀는 그제야 동생이 그녀의 이름을 내세워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때 팀에 있던 그 사람들은 앞으로의 선수 생활을 위해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최지우가 다시 대중들의 앞에 나타난다면 그들은 이제 은퇴한 마당에 반드시 이 일을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낼 것이다.얘기를 마친 최지우는 무척 피곤해 보였다.그녀의 눈물이 조용히 흘러내렸다.“성태가 잘못한 일도 다 제가 감당해야 했어요. 만약 제가 거절하면 엄마는 밖에 나가서 제가 불효자식이라고, 제가 가정폭력범이라고, 제가 약을 먹는다고 얘기했어요. 이 모든 건 제 절친한 친구가 생각해낸 것이라는 걸 알아요. 그 친구만 제 상황을 알고 있었거든요. 그 세 사람은 기생충처럼 제 피를 빨아먹었고 제 기회를 뺏었고 제 커리어를 망쳤어요. 저는 너무 증오해요.”도아린은 최지우의 신상을 찾아본 적이 있어서 그녀가 그때 은퇴하게 된 건

  • 또 한 번의 거절   제592화

    진수혁은 엘리베이터 안에 서서 그녀의 손을 한번 보더니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엘리베이터가 도착했어.”“아.”변슬기는 뒤로 한발 물러섰다. 진수혁이 엘리베이터 문을 닫지 않고 계속 그녀를 보고 있자 의아하게 물었다.“네?”“안 가?”“... 가요.”하지만 이건 대표님 전용 엘리베이터였다.‘나도 함께 탈 수 있는 건가?’변슬기는 잠시 망설이다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진수혁은 엘리베이터 문을 닫았고 엘리베이터는 아래로 내려갔다.“아까 거짓말을 할 때 들통날까 봐 두렵지 않았어?”“...”변슬기는 또 손을 꼬집기 시작해 손톱자국이 흔적을 여러 개 남겼고 한참이 지나서야 대답했다.“그 사람들이 하는 말이 너무 선을 넘은 말들이었어요. 저는 듣고 있을 수가 없어서 때린 거예요. 그러니 그렇게 선을 넘은 말을 그 사람들은 대표님께서 듣기를 원하지 않았을 거로 생각했어요. 그래서...”그녀는 말을 마치고 훈계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지만 오래도록 진수혁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변슬기는 살짝 고개를 들어 진수혁의 시선이 끊임없이 변하는 숫자를 향해 있는 것을 보고 침을 삼키고 계속해서 말했다.“그래서 그들을 자극하려고 했어요. 그들이 떳떳하지 못하니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것입니다.”딩동 소리가 들리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진수혁은 ‘응’이라고 대답하고는 걸어 나갔다.변슬기는 어리둥절해서 따라 나갔는데 지하주차장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다급히 엘리베이터로 되돌아갔다.그녀는 돌아가서 1층을 눌렀는데 대표님 전용 엘리베이터는 카드와 지문 없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나와서 계단으로 올라갔다.진수혁은 안전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 뒤돌아봤지만, 변슬기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도아린이 촬영장에 도착했을 때 최지우는 금방 앞부분의 촬영을 마쳤다.두 사람은 캠핑카에서 휴식을 취했고 최지우는 비서가 준비한 야채즙을 마시고 있었다.“저의 이혼에 관해서는 인터넷에서 다 찾아볼 수 있을 텐데 도 팀장님은 어떤 부분이 알고 싶으세요?”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