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잘못 말한 거죠?”한참 동안 침묵이 흐르고 강유빈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어떻게 쟤일 수 있어!”“혹시 그쪽이 강서연 아가씨이신가요?”남성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눈빛은 차가웠다.“강서연 아가씨가 아니시면 뒤로 물러나 주세요!”“당신...”“이곳은 명황세가입니다. 최씨 가문에서 주최한 연회장입니다.”남성은 덤덤하게 말했다.“누구를 들이고 누구를 들이지 않을지는 제가 맡은 일입니다. 아가씨께서 알려주실 필요 없습니다!”강유빈의 얼굴은 분노로 하얗게 변했고 입꼬리가 떨렸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양연과 강명원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며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그녀는 강서연이었다! 촌스러운 옷차림의 사생아가 무슨 자격으로 이 자리에 나타난다는 말인가!“강서연 씨.”남성은 강서연에게 다가가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따라오세요.”강서연의 심장은 하늘에서 벼락이 내리치는 것처럼 쿵쾅거렸고, 혼란스러웠던 머릿속은 텅 비어버렸다.“선생님... 착각하신 거죠?”그녀는 아주 조용히 말했다.“저는 초대장도 없고, 연회에 참석하러 온 것도 아니고, 그냥 기획안을 전달하러 왔어요...”“강서연 씨, 저를 난감하게 만드시지 말고 따라오는 것이 좋을 거예요.”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이봐요!”양연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남자를 잡아당겨 물었다.“그럼 우리는 어떡해요?”남자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초대장이 있으신지 여쭤봐도 될까요?”“무슨 초대장이요!”양연은 팔짱을 끼고 무지막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들어가서 물어봐요. 오성에 있는 임씨 집안의 막내 할머니가 내... 내 사촌 이모의 조카예요! 할머니 말 한마디면 우리는 들어갈 수 있어요! 당신이 뭔데 감히 나한테 초대장을 내놓으라고 해요!”“임씨 집안?”남성은 입꼬리를 올리며 부드럽게 웃었다.“이보세요. 저는 명황세가의 총지배인이고 사대 가문만 섬기고 있습니다. 지금 말씀하시는 임씨 가문은 리스트에서 본 적이 없는데,
구현수도 잠시 굳어있었다.그가 그렇게 뻔히 보이는 행동을 한건가...어떻게 아무 이유 없이 배경원을 질투할 수 있을까? 어렸을 때부터 그를 따라다닌 건 분명 배경원이었다.구현수는 가볍게 기침을 두 번 하고 컵을 집어 들고 물을 마시고 말하지 않았다.대신 작고 부드러운 손이 뒤에서 그를 껴안았다.그러자 강서연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은은한 향기가 다시 불안하게 그의 코를 뚫고 들어갔다.“여보.”강서연의 목소리는 솜사탕같이 달콤하고 부드러웠다. 그녀는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제 일에 대해 듣고 싶지 않다면 말하지 않을게요.”구현수는 움직이지 않고 입꼬리를 당겼다. 그제야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듣고 싶지 않은 건 아니야.”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당신이 배경원 이름을 여러 번 말해서 그랬을 뿐이야. 온밤 말했는데 이제 바꾸면 안 돼?”강서연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뭐로 바꿔요?”“예를 들면...”그는 잠시 멈칫했다. “그 파티가 최씨 가문에서 주최한 거 아니었어? 그럼 최씨 셋째 도련님에 대해 들어본 적 있지?”강서연은 잠시 생각하더니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구현수의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최씨 셋째 도련님 몰라?”구현수는 굴하지 않고 물었다.“그 사람 얘기는 왜 하는 거예요?”그녀는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일어나서 베란다로 나가 빨래를 꺼내 하나씩 개었다.“전 그 사람을 모르고 만난 적도 없는데, 그 사람이 파티를 주최한 게 나와 무슨 상관이에요?”구현수는 가까이 다가와 흥미진진해하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렇지만 그 사람은 엄청 힘이 있다고 들었어. 최씨 가문이 또 오성의 경제를 꽉 잡고 있으니 그 사람이 파티를 열었으면 많은 유명 인사들이 참석했을 거야. 너 그때 호텔에 갔는데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지 않았어? 연회장에 들어가서 보고 싶지는 않았어?”“미쳤어요?”강서연은 가볍게 웃었다.“제가 왜 그 사람을 궁금해야 하죠?”“그 연회가 그 사람 아내를 고르는 자리잖아
제인 호텔의 맨 위층 테라스.구현수는 넓은 안락의자에 반쯤 기대어 있다. 오늘은 좋은 날이 아니었고, 먼바다 위에는 안개가 자욱했는데 풀리지 않는 마음의 매듭처럼 두꺼워 보였다.“최 씨 도련님한테 관심 없어?”“그 사람의 마음에 들게 되면 벼락출세하는 거잖아!”......구현수는 조용히 잔을 들고 있는 손가락을 조였고 관절 마디가 하얘졌다.분명히 그는 그녀와 농담을 하고 싶었지만 강서연이 그렇게 강하게 반응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요즘은 그를 침실에 들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와 냉전을 펼치고 있다. 평소와 같이 식사를 하고 집 청소를 하지만 그와 차갑고 정중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이 분위기는 항상 침착했던 구현수를 거의 질식할 듯 미치게 만들었다.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헛소리한 자신의 목을 졸랐을 것이다!멀지 않은 곳에 헬리콥터가 천천히 활주로에 착륙했고, 프로펠러가 돌면서 일으킨 기류가 구현수의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렸고 그의 셔츠 한 모퉁이도 들어 올렸다.배경원은 기쁜 마음으로 비행기에서 내렸고 테라스에 있는 구현수를 보자마자 그를 향해 달려갔다.그러나 가까이 다가갈수록 구현수의 안색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그가 호텔에 특별히 흰 트러플과 캐비아를 준비시켰지만 구현수는 조금도 먹지 않았다.배경원은 이번에 교훈을 얻은 듯 아무 말 없이 반대편 의자에 앉아 두 눈은 유찬혁을 계속 바라보며 그에게서 힌트나 무언가를 얻으려 했다. 그러나 유찬혁도 구현수의 생각을 알아낼 수 없었고 그저 커피를 마시고 조용히 서류를 보고 있었다.결국 배경원이 이 지루하고 이상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살살 웃으며 아무 말이나 뱉었다. “저기, 셋째 형... 형수님의 기획안은 내가 몇몇 총괄 담당자들한테 보여줬어요. 담당자들이 전부 좋고 프로페셔널하다고 칭찬했어요. 그리고 기획안을 만든 사람이 인재라고 우리 회사에 들여오고 싶다고도 했어요!”원래 이런 말로 구현수의 기분이 나아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그러나 셋째 형님의 안
강서연은 순간 얼어붙었다.방진영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온몸의 세포가 자동으로 긴장 상태에 놓여있게 되고 두 눈은 그녀를 경계하며 응시했다.방진영이 다가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먼저 안이수에게 시선을 돌려 말했다.“넌 퇴근해도 돼. 강서연은 남아있어.”안이수는 걸으면서도 불안한 표정으로 그녀를 뒤돌아보며 먼저 떠날 수밖에 없었다.강서연을 향한 방진영의 고약한 마음은 모두에게 잘 알려져 있다.이렇게 내버려 뒀다가 또 다른 음모가 일어나지는 않겠지?안이수는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갔다가 걸음을 멈췄다.회사 관행에 따르면 직원들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회사와 파트너에게 비상연락처를 보고해야 한다. 그녀는 강서연이 보고한 것이 남편 구현수의 번호인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안이수는 휴대폰 연락처에서 구현수의 전화번호를 찾아내고 잠시 망설이다가 문자를 보냈다.......사무실에서 방진영은 강서연을 향해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정말 내 후배다워.”그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봤다.“회사가 몇 년 동안 추적해도 못 접근했던 오성의 배씨 가문인데, 네가 오자마자 기획안을 전달했네! 정말 대단해!”강서연은 무관심한 표정으로 물었다.“방 주관님, 이 말씀 하시려고 저보고 남으라고 하셨나요?”“물론 아니지.”방진영은 목청을 가다듬었다.“저녁에 식사 자리가 있어. 너도 같이 가!”강서연은 역겨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방진영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장난스럽게 웃었다.그는 강서연이 이런 자리를 가장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런 자리를 이용해 그녀를 괴롭혀야 했다.그녀를 얻을 수 없지만 그녀를 디딤돌로 삼아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어 괜찮았다.“사실 너를 부르고 싶지는 않았어.”방진영은 사악하게 웃었다.“그런데 회사에 미녀가 너뿐인 걸 어쩌겠어? 여자가 예쁜 것도 가끔은 참 귀찮은 일이야!”“죄송하지만 저는 못 가요.”강서연은 냉정하게 거절했다.“제 남편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저는...”“집에 가서 밥 차
“배경원 이상하지 않아요?”“아이참, 뭐가 이상하다고 그래요!”방진영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예쁜 여자를 보면 남자들이 다 그렇잖아요!”“맞아요... 그런데 배경원의 행동은 예쁜 여자를 본 것이 아니라 마치 어려운 조상님을 보는 것 같았어요!”방진영은 하마터면 큰 소리로 웃을 뻔했다.그는 입을 가리고 도둑 같은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낮은 목소리로 손지창에게 말했다.“이사님, 제가 모든 것을 다 준비했어요. 방은...”강서연은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들었다.그 호텔은 여기서 멀리 떨어져 있고 도시 외곽에 있어 깊은 밤 중에는 개미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고 가슴에 분노의 물결이 일으켰다.방진영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아주 외진 데 있어서 강서연이 목이 터져라 외쳐도 소용없는 곳이에요! 배경원이 충분히 즐기고 나서 기분이 좋아지면 뭐든 좋다고 서명할 거예요! 그리고 손 이사님, 제가 그 방 안에 미리 카메라도 설치해뒀어요... 배경원이 부인하면 영상을 공개할 겁니다!”“자네!” 손지창은 그를 가리키며 웃었다.“자네 정말 일을 잘해! 강서연이 좀 억울하게 되겠지만!”“예쁜 여자가 뭘 하겠어요? 침대 위에서 제 역할을 해야죠!”“일이 잘 성사되면 내가 기회를 봐서 영업부 이사들을 다 내보낼 테니 자네가 그 자리를 대신 앉도록 해!방진영은 그 말을 듣자 곧바로 손지창에게 허리를 숙이고 고개를 끄덕였다.강서연은 기둥 뒤에 숨어서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고 이를 악물었다.그녀는 술로 인한 불편함을 억지로 견디고 최선을 다해 깨어 있으려고 노력했지만 방진영과 손지창의 비열하고 불쾌한 얼굴이 계속 눈앞에 보여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살을 깊숙이 파고들었고 몸이 쉬지 않고 떨렸다.악한 사람들은 천천히 정리할 수 있어서 이제 긴급한 임무는 서둘러 이 곤경에서 벗어나는 것이다.그녀는 진정하고 휴대폰 위치 추적 기능은 켠 다음 구현수에게 문자를 보내 자신의 위치를
“강서연 씨, 긴장하지 마세요.”배경원은 그녀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다.“지금 집으로 보내줄 거예요.”강서연이 고개를 돌려 밖을 내다봤다. 이게 어디 집으로 가는 길이란 말인가!사실 배경원은 손지창과 방진영의 음모를 잘 알고 있었고, 차가 호텔을 떠날 때 연기를 해야 했기 때문에 바로 강서연 집으로 향할 수 없어 조금 돌아가는 먼 길을 택했다.그러나 강서연은 알지 못했다!그녀는 몸이 약간 떨리면서 더 경계하는 것처럼 보였다.가방끈은 이제 풀렸고 그녀는 가방을 손에 꽉 쥐고 있었다.이때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그녀가 보았던 여성 호신술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였다. 그녀는 진정하고 신중하게 생각했다. 이 좁은 공간에는 운전사와 그녀를 제외한 나머지 두 명은 몸집이 크고 힘이 센 남자들이었다.그녀는 그들과 직접 맞설 수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운전사의 바로 뒤에 앉아있다...그녀는 입술을 약간 오므리고 차가운 빛이 반짝이는 큰 눈으로 배경원의 다음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구현수는 회의실에서 걸어 나와 그제야 휴대폰을 켰다.방한서는 그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둘째 어르신께서 눈치채시지 못하게 하려면 오늘 밤 서둘러 오성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도련님...”“가서 일 봐.”구현수는 눈을 살짝 감았다..“그냥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해.”방한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본 뒤 서둘러 밤 속으로 사라졌다.구현수는 방금 방한서가 보여준 자료들을 꺼내 찢어서 근처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렸다.전부 몇 년 동안 최진혁의 의심스러운 장부에 관한 내용이었다.하지만 이런 자료들은 보고 나서 바로 파기해야 하고 흔적을 남기면 안 된다.구현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서둘러 집으로 가려고 할 때 갑자기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여러 번 연속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 그가 휴대폰을 꺼내 살펴보니 먼저 안이수라는 낯선 이름으로 온 문자였다.강서연의 동료가 바로 이 이름이었던 것 같았다.아래로 내리자 이어서 강
강서연은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온몸의 뼈가 마치 다시 자리 배치를 한 것처럼 견딜 수 없게 아팠다.그녀는 주변에 온통 하얀 벽으로 막혀있는 것을 보았다. 코끝에서 소독약 냄새가 진동했으며 온몸과 얼굴에 붕대를 감싸고 있었다.더욱 끔찍한 것은 한쪽 다리가 공중에 높이 매달려 있었다.그녀는 깜짝 놀랐다. 커다란 손이 그녀를 움켜쥐었고 손바닥의 온기가 그녀의 가슴으로 스며들었다.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남자의 깊은 눈빛을 마주했다.그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눈빛에서 복잡한 감정이 솟구쳤다.걱정, 분노, 관심, 연민...그리고 자책.그는 애써 미소를 짓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문지르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드디어 깨어났네.”강서연은 몸을 움직여 보았다. 머릿속이 윙윙거렸고 온몸에 통증 외에는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기억 안 나?”구현수는 그녀의 작은 손을 잡고 부드럽게 문질렀다.강서연은 입술이 말랐고 목구멍은 불에 타는 것 같았다.그녀는 의식이 서서히 돌아오면서 그날 밤의 모든 일이 기억났다.손지창과 방진영이 나쁜 마음으로 그녀에게 술을 권하고, 배경원에게 밀었고, 배경원은 그녀를 데리고 차에 올라탔었다. 그녀는 괴롭힘을 당하고 싶지 않았기에 가방끈을 찢어서 운전사의 목을 졸랐고 다음에...강서연은 갑자기 흥분하면서 주먹을 세게 움켜쥐었다.“이젠 괜찮아.”구현수는 부드럽게 말하며 그녀를 달래주었다.“모두 끝났어. 네가 무사하면 됐어.”“여보.”그녀는 그를 바라보고 부드럽게 부르면서 안아달라고 손을 뻗었다.구현수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옆에 앉아 천천히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조심스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강서연은 다시 이 따뜻하고 두꺼운 가슴에 기대어 익숙한 심장 박동 소리를 들었다. 오랫동안 참고 있던 억울함과 두려움이 마침내 눈물과 함께 쏟아져 내렸다.구현수는 가슴이 조여왔고 그녀의 작은 머리를 만졌다.“미안해. 내가 늦었지.”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구현수는 그녀가 약간 침울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왜 그래?”강서연은 조용히 한숨을 쉬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지금으로서는 그들에게 복수할 좋은 방법이 없네요.”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좋은 일도 아니니까 알리고 싶지 않아요... 그런 사람들은 나쁜 일을 저지르고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갈 수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들은 흔들리지 않을 거예요. 전 당분간은 아무 일도 없었던 척하며 견딜 수밖에 없고, 그들과 싸울 수 있을 만큼 강해지는 날에 복수할 거예요!”구현수는 그녀를 바라보며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강서연은 결코 괴롭힐 수 있는 약한 여자가 아니었다.그녀는 약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좋고 싫음이 분명하고 강인하고 인내심이 강하며 원한은 반드시 갚는 성격이었다. 또한 결정적인 순간에 침착하게 자신을 보호할 줄 알고, 물 불 가리지 않는 결단력과 용기도 갖고 있다.완전히 그를 복제한 것 같았다.그의 입꼬리는 높이 올라갔다. 생각할수록 자랑스러웠다. 그의 여자라면 반드시 이런 모습이어야지!음모를 당한 후 구현수도 계속 참고 있었다. 언젠가 최진혁 무리를 일망타진하기 위해 이름까지 바꾸고 강주에서 숨어 살아왔다.그는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여인도 그렇게 힘들게 견디게 할 수는 없었다.“여보, 물어볼게 있어.”그는 가볍게 웃었다.“만약 당신이 지금 초능력이 있다면 당신을 해친 사람들을 어떻게 처리하고 싶어?”“뭐요?”강서연은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그냥 우리끼리 얘기를 나누는 건데 솔직하게 맘껏 말해봐.”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상상해봐. 당신은 그 사라들을 어떻게 벌을 주고 싶어?”강서연은 큰 눈을 굴리더니 어리바리하게 웃었다.“벌이라고 할 것도 없고요. 그냥 나쁜 짓을 저지른 대가를 치렀으면 좋겠어요! 제가 겪은 고통을 다 느껴보고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구현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웃으면
“현진 씨, 제발 내 말 좀 들어봐!”소피아는 두려움에 질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이렇게 한 건... 다 우리 미래를 위해서였어. 당신 부모님은 모든 걸 여동생에게 넘겼잖아.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나랑 제임스는? 당신이 제임스를 친아들처럼 여기겠다고 했잖아. 그런데 우리에게 아무것도 없다면, 제임스를 어떻게 키우겠어?”“그만해!”배현진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며 소리쳤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소피아는 오직 자신과 제임스의 미래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었다.소피아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배현진이 제임스를 친아들처럼 대하려 했던 건 소피아를 사랑해서지, 빚진 마음 때문이 아니었다.“현진 씨...”소피아는 눈물을 흘리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내가 잘못한 거 알아. 하지만 정말 우리 미래를 위해서였어. 당신 부모님이 나를 인정해 주길 바랐고 우리가 순조롭게 결혼하길 원했을 뿐이야. 그래서 내가...”“네가 원하는 건, 배씨 가문을 차지하는 거잖아?”“당신...”“윤아는 내 친동생이야! 그런데 네가 어떻게 내 등 뒤에서 이런 짓을 벌일 수 있어?”배현진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소피아는 배현진의 외침에 놀라 멍하니 서 있다가 이내 소리쳤다.“배현진! 앞으로 네 여동생이랑 살 거야? 아니면 나랑 살 거야?”그 말에 배현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배현진은 소피아의 뺨을 세게 때리며 속에 쌓여 있던 모든 후회와 분노를 폭발시켰다.소피아는 비명을 지르며 배현진의 얼굴을 긁으려 달려들었다. 두 사람은 몸싸움을 벌이며 뒤엉켰고 배현진의 얼굴에는 소피아에게 긁힌 상처가 선명하게 남았다.그때, 경찰이 방으로 들이닥쳐 두 사람을 강제로 떼어놓았다. 차가운 수갑이 소피아의 손목에 채워졌다.배현진은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소피아가 경찰에게 끌려 나가는 순간, 그의 마음속에서 어떤 감정도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다.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듯, 그의 존재는 산산이 흩어져 버렸다. 온몸이 퍼즐 조각처럼 부서져 다시는 하나로
임지강은 대출 증명서를 꺼내 들었다. 서류에 선명한 배현진의 서명과 붉게 찍힌 도장은 마치 피로 얼룩진 조롱처럼 그의 어리석음을 비웃는 듯했다.“제 생각엔, 이 일은 이렇게 마무리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조 회장이 말했다.“지강아, 빨리 돈을 배 도련님 계좌로 송금하고 그 두 광산을 사들여라. 그리고 배 도련님, 빚을 갚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임 선생님이 이렇게까지 너그럽게 대해주고 있는데, 도련님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건 말도 안 되죠. 흥! 약속을 어기는 일은 배씨 가문의 품격에도 맞지 않잖아요, 안 그래요?”배현진은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였다. 후회와 절망이 그의 마음을 홍수처럼 휩쓸고 있었다.“배씨 가문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임지강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오늘 제가 데려온 사람이 있습니다. 아마 배 도련님도 보고 싶었을 겁니다.”임지강이 손뼉을 두 번 치자 룸의 문이 열리며 배윤아가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배현진은 배윤아를 보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의 놀라움은 곧 걱정과 초조함으로 변했다. 배현진은 재빨리 배윤아에게 다가가 손을 꽉 잡으며 물었다.“윤아야, 괜찮아?”“나 괜찮아.”배윤아는 눈가가 붉어졌다. 가족과 떨어져 지낸 시간이 고작 사흘뿐이었지만, 그 시간은 마치 몇 세기가 흐른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그러나 배윤아의 시선이 소피아를 향하는 순간, 증오가 담긴 눈빛이 소피아를 사로잡았다. 배윤아는 이를 악물며 소피아를 가리켰다.“오빠, 바로 저 여자가 사람을 시켜 날 해친 거야!”“뭐라고?”배현진은 몸을 떨며 경악했다.소피아는 그제야 충격에서 벗어나 발악하듯 배현진 곁으로 뛰어들며 변명했다.“아니야! 내가 아니야! 윤아야, 너 그렇게 말하면 안 돼! 네가 사라진 동안, 난 네 소식을 찾으려고 정말 애를 썼어. 난 정말로...”“거짓말하지 마세요!”배윤아는 울부짖으며 소리쳤다.“소피아 씨가 사람을 시켜 날 폭행하고 내 물건을 훔쳐 간 건 분명해요! 그리고 소피아 씨가 가장 원했던 게 배씨
“조 회장님, 이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요!”소피아가 단호한 목소리로 항의했다.“우리가 그 광산을 사느라 얼마나 많은 돈을 들였는지 아시잖아요. 대박을 기대했는데, 지금 헐값에 팔면 원금도 못 건질 뿐만 아니라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다고요. 게다가 그 돈은 전부 은행 대출입니다.”“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있나요?”조 회장은 다 피운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비벼 끄며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그런데 이건 아가씨가 주도한 일 아닌가요? 제 기억으로는 배 도련님이 처음엔 그 두 광산에 별 관심이 없으셨던 걸로 압니다만.”“조 회장님...”“배 도련님.”조 회장은 표정을 진지하게 바꾸며 말했다.“자신의 판단을 믿지 않고 오히려 추악한 수단으로 올라선 여자의 말을 믿었으니, 그 손해는 당연히 본인이 책임져야죠.”“지금 말 다했어요?”소피아는 벌떡 일어나며 격분해 외쳤다.조 회장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소피아를 짓누르듯 바라보았다. 그때 주변에 있던 부하들이 한 발 앞으로 다가섰고 소피아의 기세는 단숨에 꺾였다.“배 도련님, 매입자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배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조 회장은 부하에게 매입자를 데려오라고 지시했다. 잠시 뒤 문이 열리며 모습을 드러낸 사람을 본 배현진은 그만 충격에 말을 잃고 말았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바로 임지강과 송윤지였다.배현진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서다 테이블을 건드렸고 접시와 그릇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임지강은 송윤지의 손을 잡고 미소를 지으며 송윤지를 위해 의자를 빼주고 임지강도 옆에 나란히 앉았다.“배 도련님, 아는 분이시죠?”조 회장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제가 따로 소개해 드려야 할까요?”배현진과 소피아는 그 자리에 굳어버린 듯 움직이지 못했다.“배 도련님.”임지강은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제가 듣기론 도련님이 투자하신 두 광산이 이제 3200억밖에 안 한다고 하더군요. 제가 3400억에 사들이겠습니다. 도련님이 이 위기를 넘길 수 있도
화면에 띄워진 데이터는 충격 그 자체였다.두 사람은 멍하니 눈을 크게 뜬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마치 머릿속에 벼락이 내리친 듯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배현진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소피아를 바라보며 물었다.소피아 역시 어찌 된 일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소피아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제대로 된 말을 꺼내지도 못했다.“우리가 1조를 들여 산 두 광산이라고! 무려 1조라고!”배현진이 소리쳤다.“가격이 분명 오를 거라고 했잖아! 그런데 왜 지금 3200억으로 폭락한 거냐고!”“나도... 나도 모르겠어...”소피아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럴 리가 없어! 광산의 시장 가격을 철저히 조사했었단 말이야. 그 두 광산은 운산시에 있는데, 지금 운산시 광산 가격이 상승세잖아. 분명 손해 볼 투자가 아니었어.”“하지만 지금 상황 좀 봐.”배현진은 입술을 떨며 소리쳤다. 그의 이마에서는 굵은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소피아, 그 1조는 전부 은행 대출금이야. 지금 난 은행에 수천억 빚을 졌고 이자도 엄청나다고.”“현진 씨, 진정해.”소피아는 급히 배현진을 달래며 말했다.“이 일은 조 회장이 중간에서 소개한 거래잖아. 조 회장에게 물어보면 모든 게 밝혀질 거야. 내가 직접 물어볼게.”...배현진과 소피아는 약속된 시간보다 훨씬 일찍 호텔 룸에서 조 회장을 기다리고 있었다.배현진은 오늘의 만남을 위해 호텔 매니저에게 최고의 음식을 준비하도록 특별히 부탁했다. 테이블 위에는 호텔의 대표 메뉴들이 가지런히 차려져 있었다.조 회장이 방에 들어서자, 배현진은 그가 풍기는 차가운 기운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조 회장의 눈빛은 마치 코너에 몰린 쥐를 노리는 고양이 같았고 배현진과 소피아는 그 쥐가 된 듯한 압박감에 사로잡혔다.“두 분이 너무 과하게 준비하셨네요.”조 회장은 자리에 앉으며 테이블 위의 술잔을 힐끗 보더니 살짝 미소를 지었다.“이렇게까지 준비하실 필요는 없었어요. 나이
이른 아침, 소피아는 천천히 눈을 뜨며 옆에 누운 남자의 맨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배현진의 입술에 살며시 입맞춤했다.배현진은 그녀의 키스에 미소로 답하며 부드럽게 눈을 떴다.하룻밤의 열정에 지친 두 사람의 얼굴에는 희미한 피곤함이 배어 있었다.“제임스는 아직 안 깨어났어?”“이 시간엔 절대 안 일어나요.”소피아는 부드럽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 위를 장난스럽게 쓰다듬었다.“그럼... 우리 한 번 더?”“아니.”배현진은 소피아의 손을 잡아 입술에 가져다 댄 뒤 가볍게 입맞춤하며 말했다.그는 정말로 피곤했다. 소피아는 도대체 어떻게 매일 밤 이렇게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는 걸까?소피아는 송윤지와 완전히 달랐다. 송윤지는 늘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그가 바라볼 때만 순수한 미소를 띠곤 했다.배현진은 문득 송윤지를 떠올린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그는 고개를 저으며 스스로 미쳤다고 생각했다.“자기야, 무슨 일이야?”“아, 별거 아니야.”배현진은 억지로 웃어 보였다.“맞다, 나 현진 씨랑 상의할 게 있어.”소피아는 배현진의 얼굴을 자신을 향해 돌리며 말했다.“제임스도 점점 크고 있어. 가정교사를 불러서 집에서만 공부시키는 건 이제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아. 또래 아이들과 학교에서 어울리는 게 필요하지 않겠어? 어쨌든 앞으로는 제임스가 배씨 가문의 사업을 물려받을 사람이 될 테니까, 그렇지?”“음...”배현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다소 난처한 표정으로 소피아를 바라보았다.“그런데 장래의 일은 어떻게 될지 몰라... 부모님이 이미 가업을 전부 윤아에게 넘겼잖아.”소피아는 미소를 띠며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흡족해했다.배윤아 같은 풋내기는 소피아와 겨룰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미 배윤아를 기절시켜 조 회장의 카지노 앞에 던져 놓았기 때문이다.조 회장이 배윤아를 데려갔으니, 모두가 배씨 가문의 딸을 납치한 범인이 조 회장과 임지강이라고 믿을 것이다.혹시 조 회장이 색욕에 휘둘리는 사람이라면 더없이
“어떻게 소피아라는 걸 확신하죠?”배윤아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말했다.“부모님이 회사의 핵심 자료를 제게 모두 맡기셨어요. 그런데 그걸 받은 지 이틀 만에 공격을 당했죠. 이게 단순한 우연일까요?”임지강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고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그 자료들은 어디 있어요?”“아마 소피아가 가지고 있을 거예요. 그 자료들은 너무 중요해서 항상 제 곁에 두고 다녔거든요. 하지만 그날 제가 기절하고 다시 깨어났을 때, 가방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다만...”“다만 뭐요?”“법인 도장은 가방 안에 없었어요.”배윤아는 미소를 지으며 약간 능글맞은 표정을 지었다.“법인 도장은 본사가 모든 자원을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이에요. 엄마가 제게 주자마자 저는 바로 군성이에게 맡겼어요. 지금 법인 도장은 최씨 가문에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어요.”“그렇다면 소피아가 자료를 손에 넣더라도 아무 쓸모가 없겠군요?”배윤아는 확신에 차서 고개를 끄덕였다.“똑똑하네요!”임지강은 미소를 지었다.“배씨 가문 사람들도 다 무능하진 않나 보네요.”“임 선생님...”배윤아는 고개를 약간 숙이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오빠가 송윤지에게 잘못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저는 임 선생님이 우리 가문에 복수하려고 저를 납치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선생님은 그런 수준 낮은 사람이 아니니까요.”임지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확실히 똑똑한 사람이네요.”그러나 배윤아의 눈빛은 점점 어두워졌다.“그런데... 정말 우리 오빠에게 복수하고 있는 건가요?”임지강은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후, 임지강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가족들에게 안부 전화라도 주세요. 걱정을 많이 하고 계실 거예요.”“이미 군성이에게 연락을 했어요.”배윤아가 말했다.“군성이에게 조용히 아빠에게 알려 드리라고 했어요. 엄마는 충격을 받으시면 안 되니까요... 하지만 제 상황을 오빠에겐 비밀로 해야 해요. 오빠와 소피아는 제가 조 회장님에게 잡혀 있고 선생님이 일부러 복수를 위해 조 회장님을
“설마...”“소피아!”두 사람이 동시에 말했다.이름을 입에 올린 뒤,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정말 소피아일 줄이야.”임지강이 담배를 꺼내 들었다. 조 회장이 눈짓을 하자 부하가 공손히 불을 붙였다.방 안은 금세 니코틴 냄새로 가득 찼고 임지강은 잠시 침묵하며 담배 재를 털어냈다.“아마... 조 회장님도 지금 저와 같은 처지겠죠. 배씨 가문의 딸을 납치했다는 누명을 쓰게 됐으니 말이에요.”“그러게 말이야.”조 회장은 차갑게 웃었다.“겉으로는 온갖 아부를 떨면서도 뒤에서는 이런 음모를 꾸미고 내가 배윤아를 납치했다고 소문까지 퍼뜨리고 있더군.”“회장님과 제가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은 의심의 화살을 제게도 돌리겠죠.”임지강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런 식으로 일이 진행되면, 연루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겁니다. 저 때문에 저의 매형까지 연루되면, 배씨 가문과 육씨 가문의 사이도 틀어질 거고요.”“그 여자는 이런 식으로 우리 모두를 자기 손바닥 위에서 가지고 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조 회장님 생각은 어떻습니까?”“웃기지 말라 그래.”조 회장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임지강은 조 회장의 꽉 쥐어진 주먹을 발견했다. 그의 손등에는 화가 잔뜩 난 핏줄이 도드라져 있었다.“조 회장님.”임지강은 잠시 침묵한 뒤 부드럽게 말했다.“운산시 광산의 가격을 조작하도록 제가 이미 사람을 보냈습니다. 그 두 광산은 이제 그렇게 가치 있는 자산이 아닙니다.”“알고 있어.”조 회장은 임지강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이 일은 원래 자네 복수를 위해 시작한 일이야. 자네의 화가 조금이라도 풀린다면 내 수고도 헛된 게 아니야. 하지만 문제는...”조 회장은 손짓으로 방 안을 가리켰다.그때 방 안에서 배윤아가 몸을 뒤척이며 눈을 몇 번 깜빡이고는 천천히 일어나 앉았다.임지강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배윤아와 단둘이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조 회장은 잠시 망
임지강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차가운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그를 철저히 파산시키고 싶습니다.”“배씨 가문 전체를 함께 무너뜨리겠다는 뜻인가?”조 회장이 묻자, 임지강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저었다.“솔직히 말하면, 예전의 저라면 그렇게 했겠죠. 하지만 지금은...”“지금은 마음이 약해졌다는 건가?”조 회장이 비웃듯 웃으며 말했다.“내가 알던 임지강은 그런 자비를 베풀 인물이 아닌데?”임지강도 미소를 지었다.그 웃음 뒤로 누군가의 맑은 눈빛과 깨끗한 얼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이번 일은 송윤지가 부탁해서 오게 된 것이었다.송윤지는 배윤아의 실종 소식을 듣고 매우 걱정하고 있었다. 비록 배현진과 부부의 연을 맺지 못했지만, 배윤아와는 과거에 친하게 지냈던 사이였기에 친구로서 걱정되었기 때문이다.임지강 자신도 이곳에 올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송윤지의 부탁 때문이고 또 하나는 배윤아의 납치 사건이 왜 갑자기 자신에게 덮어씌워졌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임지강은 배윤아와 거의 만난 적이 없었다. 두 사람은 사실상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조 회장님, 전 자비를 베푸는 게 아닙니다.”임지강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단지 이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이미 많은데 한낱 파리 한 마리와 얽혀서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서입니다. 그 녀석에게 적당히 벌을 주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게다가 저는 배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과는 아무런 원한도 없으니, 배씨 가문을 완전히 망가뜨릴 필요는 없습니다.”“흠...”조 회장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1조라... 적지 않은 금액이지. 배현진은 은행에서 전 재산을 담보로 대출받았다고 하더군. 이 일이 발각되면 한동안 꽤 고생하겠지.”“조 회장님, 사실 오늘 제가 온 이유는 다른 목적도 있어서입니다.”임지강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약간 굽히며 공손히 말했다. 그러나 조 회장은 손짓으로 그를 제지하며 미소를 지었다.조 회장은 아무 말 없이 손짓으로 따라오라는
배현진은 병원 복도에 있는 긴 의자에 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잡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완전히 무너진 모습이었다.“그럴 리가 없어...”한참 동안 앉아 있던 배현진은 갑자기 고개를 들며 말했다.“연준 아저씨와 서연 이모는 소피아와 함께 지낸 적이 없잖아요. 소피아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니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소피아는 절대 저를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이 녀석아,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고집을 부릴 거야.”최연준이 엄하게 꾸짖었다.배경원은 아무 말 없이 아들의 손을 잡았다. 그의 눈에는 깊은 절망이 서려 있었다.“그만해요, 셋째 형님...”배경원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수정이가 응급실에 있는데, 이 아이와 더 이상 다투고 싶지 않아요. 그냥 없는 아들이라고 생각하려 합니다.”“아버지!”“꺼져버려!”배경원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눈빛 너머에는 모든 걸 놓아버린 듯한 깊은 허무가 스며 있었다.배현진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돌아섰다. 떠나기 전, 그는 다시 돌아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윤아를 반드시 무사히 데려올게요. 엄마도 무사할 거예요. 우리 가족은... 예전처럼 다시 행복해질 거예요.”배경원은 아들에게 단 한 번도 시선을 주지 않은 채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잠시 후, 응급실의 불이 꺼졌다. 배경원은 화살처럼 뛰어가며 아내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의사가 땀으로 흠뻑 젖은 마스크를 벗으며 가까스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배 선생님, 사모님께서는 일단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뭐라고요?”강서연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일단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건, 앞으로 위험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다들 진정하세요.”의사는 부드럽게 설명했다.“사모님의 상태가 많이 복잡합니다. 곧바로 특수 병동으로 옮길 예정이라 당분간 면회는 어려울 겁니다. 이번 주가 아주 중요한 시기이긴 하지만, 제 판단으로는 이 고비를 무사히 넘기실 가능성이 큽니다.”세 사람은 안도의 숨을 쉬며 그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