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한 번 말해 봐요.”민정은 그제야 황급히 말했다.“선생님, 저희 그룹이 빈까사노 클럽에 투자하는데만 50억이 넘는 돈이 들었고, 사실 저희 측에서는 꽤 큰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는데.. 혹시라도 많은 거물들에게 서비스 등 실수가 있을까 봐 걱정입니다. 그래서 선생님께서 한 번 둘러보시고 확인을 좀 해주시면 좋겠는데요..”민정은 이렇게 말하며,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시후가 허락할 지 긴장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시후는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워낙 저에게도 잘해주시고, 이렇게 직접 찾아오는 등 성의를 보이시는데 제가 가보는 게 좋겠죠?”민정은 서둘러 "선생님 정말 감사드려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선생님이 바쁘신 중에 시간을 내시다니.. 그럼 차가 바로 아래층에 있으니, 지금 바로 출발하실까요?"네 알겠어요. 가시죠.”민정은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다급히 시후를 데리고 출발했다.......곧, 민정의 롤스로이스가 빈까사노 클럽 문 앞에 멈추었다.빈까사노 클럽은 인천 송도에 자리 잡고 있다. 송도는 최근 가장 번화한 지역으로 손 꼽히는 곳이다.몇 년 전에 이룸 그룹은 클럽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가지고 일을 시작했고, 최근에서야 비로소 건축이 완성되었다.이 클럽은, 국내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건축 설계사가 칼을 빼들고 인테리어를 한 곳이라 역시 유행의 끝판왕을 자랑하는 곳이었다.차가 멈추자마자, 곧 복장을 차려입은 사내가 다가와 문을 열었다. 그리고 뒤이어 시후와 민정이 차에서 내렸다.차에서 내린 후, 민정은 공손히 경의를 표했다. "선생님, 그럼 저를 따라오세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전체 입구를 두루 살펴보았다.빈까사노 클럽의 외부 조형은 부귀하고 호화로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으며, 옆면에는 서양에서 볼 법한 고급 석상들이 새겨져 있었고,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경외로움을 느끼게 했다.클럽 안으로 발을 들여놓자 바닥에는 고급 양모 카펫이 깔
빈까사노 클럽은 모두 15층이다.1층 로비를 제외하고 나머지 14층은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그 중에서도, 10층 이하는 모두 크기에 따라 스타일이 다른 룸으로, 일반 회원들도 럭셔리함을 느낄 수 있도록 극대화했다. 고급 VIP 룸은 말할 것도 없고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10층 이상은 수영장, 에어 가든, 헬스장 등의 시설로 가득했다.이 중 꼭대기 층은 15이며, 마지막 층이야말로 가장 럭셔리한 곳이었다.15층에 오니, 엘리베이터를 나오자마자 주변의 럭셔리함이 눈에 띄었다.이곳은 완전히 궁전처럼 으리으리하고 화려하기 짝이 없는 곳으로 가는 곳마다 흠잡을 데가 없었다.민정은 시후의 옆에 서서 "선생님, 이 층은 저희 클럽에서 가장 호화로운 곳입니다. 끝없는 풀장, 프레지던트 스위트룸, 개인 레스토랑까지 갖추고 있고요.. 음악을 듣고 싶다면 작은 콘서트도 열 수 있고, 가수 중 좋아하는 분이 있다면 초대도 가능합니다.”그리고 민정은 다급히 말했다. "참, 요즘 유명한 걸그룹이 서울에서 콘서트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한 멤버가 요즘 잘나가서 저희도 눈 여겨 보고 있었는데 상대편 소속사도 마침 우리 그룹 계열사이지 않겠어요? 만약 관심 있으시면..”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괜찮습니다.”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연예계가 사실 가끔 루머가 많이 돌기는 하지만, 실력 있는 가수들을 좋아하시면 제가 섭외도 해드릴 수 있어요. 정상급 보컬들을 데려올게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만약 필요하면 알려 드리겠습니다.""좋아요.” 민정은 방긋 웃으며 "아무튼 선생님께서는 절대 저에게 사양하지 말고 말씀하세요! 제가 최선을 다해 만족시켜드릴게요!"라고 말했다.이 말을 할 때, 민정의 얼굴이 약간 붉어졌고, 언제나 도도했던 이 아가씨는 모처럼 남자 앞에서 부끄러워하였다.사실, 민정은 줄곧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기억하고 있었다.그 가르침을 생각하며 그녀는 시후에게 늘 관심을 가
빈까사노 클럽의 풍수는 나름대로 신경을 썼지만 시후의 눈에는 그다지 깊고 독특한 점이 없었다.보통 사람들은 이곳의 풍수가 좋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가 보기에 이곳의 풍수는 마치 끓는 물 한 잔과 같았다. 끓인 물은 좋은 점도 없고, 해로운 점도 없으며, 밍밍하고, 평범하다.하지만 민정에게 승락한 만큼 시후도 개의치 않고 풍수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해 자세히 관찰하고 있었다.그는 《구현보감》의 풍수비술과 함께 곧 일련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바로 그때. 그의 뒤에서 갑자기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은시후, 당신이 왜 여기 있어?"이 말을 들은 시후가 얼굴을 찡그리며 돌아섰는데, 김혜빈과 하얀 양복을 입은 남자가 다가왔다.남자는 다름아닌 화신 제약의 이장명이었다.이장명은 김익수로부터 김혜빈을 넘겨 받은 뒤 그녀를 총애하게 되었다.김혜빈에게 꼭 더 나은 삶을 살게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까지 했다.김혜빈은 처음에 노리개처럼 그에게 보내지기 싫었지만, 이장명이 자신에게 확실히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자, 기꺼이 그의 연인이 되었다.김혜빈이 보기에, 화신 그룹의 능력은 비록 김익수의 그룹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적어도 자본은 충분하기에 그녀는 이장명에게 몸을 맡겼다. 그렇기에 예전처럼 건방짐이 다시 되 살아났다.오늘 빈까사노 클럽이 문을 열었다고 해서 이장명은 특별히 천만 원을 들여 고급 회원의 자격을 하나 구매했다. 그리고 김혜빈을 데리고 와서 이곳을 한 번 둘러보기로 했다.김혜빈은 빈까사노 클럽 회관에 들어선 후, 이곳의 호화스러움에 놀라 단번에 이와 같은 상류사회에서 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그러나 그런 느낌에 젖어 있을 때, 그녀는 문득 그녀를 절망으로 끌어내린 시후의 뒷모습을 보았다.이건 갑자기 파리 한 마리가 나타나 기분 좋은 식사를 망쳐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흥이 깨졌다! 정말 흥이 깨져 버렸다.그녀는 흥이 깨져서 빨리 방법을 강구해서 이 파리를 쫓아내고 싶었다.물론 이 파리를 잡아 죽이
시후는 이장명의 말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그는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참을성 있게 그를 보고 미소 지었다. "자, 그럼.. 제게 한 번 말씀해보시죠..? 제가 뭐가 어울리지 않는지?"이장명은 고개를 하늘로 쳐들고 콧방귀를 뀌었다. “아니 뭘 묻고 그래? 창피하게? 딱 보면 모르겠어? 안 어울리는 거?! 네 몸뚱이를 지금 보란 말이야.. 딱 봐봐!! 저기 호텔의 벨 보이 옷차림보다 네가 나은 게 뭐가 있어??”"하하.. 그럼 어떻게 입으면 됩니까? 빈까사노 클럽이 언제부터 회원에게 복장 규정을 하기 시작한 건 지...?""빈까사노 클럽이 어떻게 대놓고 옷차림을 강요하겠어?? 그렇지만 회원제를 하고 있잖아!! 회원제!! 회원제가 아니면 절대 이런 호텔은 들어올 수 없다고! 너 같은 놈은 더 더욱!!"그리고 이장명은 시후를 비꼬아 대며 질문을 했다. “너 지금 여기 일반 회원이야?""아니요?”“그럼 고급?""그것도 아닌데..” 시후는 고개를 저었다.이장명은 피식 웃으며, "아이고.. 설마 네가 여기 VIP 회원은 아니지?""그것도 아닌데..""하하하!!? 설마 나에게 네가 VVIP 회원이라고 하는 거야? 지금 여기 VVIP는 한 명 밖에 없어!! 어디서 구라를 쳐?!”시후는 씨익 웃으며, 두 줄의 흰 치아를 드러냈다. "다 아닌 것 같은데...?"이장명은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쏘아 댔다. “아니 이 자식이 아무 것도 아닌 주제에? 내가 보기니까 딱 너 여기에 몰래 들어와서 먹고 자고 하려고 하는 거지?"그러자 옆에 있던 혜빈도 옳다구나 시후를 비꼬며 말했다. "우리 WS 그룹 집에서 버림받은 놈이 어떻게 이곳 회원이라는 말이야? 저런 쓰레기가? 아니 여기서도 이렇게 공짜로 먹고 자려고 하는 거야?!"말을 마치자, 그녀는 시후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은시후!! 너 오늘 사람 잘못 만났어! 이곳은 이룸 그룹이 투자해서 새로 만든 으리으리한 고급 클럽이라고!! 그런데 오늘 시험 운영을
회원 카드를 받아 든 이장명은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뭐야? 이거 장난 아니잖아?! 내 일반 회원권보다 훨씬 까리한데??! 하지만 여기 VVIP 회원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은 한 번도 들어 본 적은 없고..??’이렇게 생각하자 이장명의 머릿속에는 이미 답이 생겼다. 분명 이 카드는 틀림없이 가짜인 것이다!‘이 더러운 쓰레기 새끼.. 이렇게 간이 큰 놈을 봤나?! 아니 어떻게 이 클럽 회원권까지 위조를 해? 이건 거의 은행 수표를 위조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냐고?’그러자 그는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이, 딱 보니까 이거 각이 나오네.. 당장 내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장 이곳을 운영하는 하 실장님께 연락 드릴 거야! 내가 송 팀장님과 무슨 관계인지 알아?? 우리 아버지와 하 실장님은 완전 친한 호형호제하는 사이라고!"사실, 이장명의 아버지는 하 실장이라고 하는 사람과 별 다른 관계가 없었다.두 사람은 같은 고향 출신이었는데 우연히 회의 뒤풀이에서 만나 이야기를 하다 고향 이야기가 나왔고 그 때문에 개인적으로 친분이 생기게 되었을 뿐이었다.하 실장이라고 하는 사람은 이룸 그룹에서 여러 해 동안 업무를 해왔고, 이번에 빈까사노 클럽이 지어지자 이쪽으로 발령을 받아 실장이 되었다.즉, 이룸 그룹에서 송씨 집안 사람들을 제외하고 가장 실력이 뛰어나고 지위가 가장 높은 외부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지위로 따지면, 하 실장은 이화룡 같은 사람들과는 달랐다. 왜냐하면 이화룡은 조폭이라는 출신 성분 때문에 이처럼 드러나는 자리에는 오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 실장 같은 경우에는 그가 바로 이룸 그룹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등 꽤 높은 자리에 위치해 있었다그래서 이장명은 어디를 갈 때 하 실장을 언급하는 일이 많았다. 그를 언급하는 것 만으로도 호가호위의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시후는 그가 하 실장과 안면이 있다는 말을 듣고 냉소하였다. "아하.. 제가 조금 전에 말씀 드리는 것을 잊었
하진석의 목소리를 듣자 이장명의 얼굴은 웃음으로 가득 찼다.그는 웃으며 시후를 바라보았고, "하하하, 자 이제 하 실장님이 오셨어! 야 이 새끼야, 너 이번엔 죽었어!! 아무도 널 구할 수 없다 이 말이야!”말을 마친 이장명은 하진석을 바라보며 고개를 돌려 시후를 가리켰다."하 실장님, 여기 우리 빈까사노 클럽 회원을 사칭할 뿐만 아니라, 이룸 그룹 송 대표님을 망신시키는 놈이 여기 있습니다! 그러니 실장님께서는 이 놈에게 참교육을 시켜 주셔야 합니다!!"하진석은 눈썹을 찡그렸다.나이가 들어 시력이 그리 좋지 않으니, 좀 멀리 떨어져 있는 시후의 얼굴이 도무지 안 보였다.그래도 그는 조금 가까이에 있는 이장명을 알아봤고, 그에게 말했다.아무래도 그는 고향 친구의 아들이기 때문에, 여러 번 얼굴을 봤기 때문이다."누가 이렇게 간이 배 밖으로 나왔어? 경호원, 저 사람을 끌고 나가세요!"보안 요원 몇몇이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곧 바로 시후의 주변을 에워쌌다.혜빈은 너무 흥분해서 시후를 노려보며 약을 올려 댔다. "어머!! 은시후, 오늘 네가 어떻게 되는지 잘 지켜봐야겠다~~ 우후훗!”"음.. 넌.. 수천 번 죽었다 깨어나도 내가 죽는 건 못 봐~” 시후는 그녀의 말을 듣고 차갑게 비웃었다.혜빈은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 “장명 오빠, 이따가 저 자식 입을 좀 찢어버려요!"하지만 시후는 두 사람을 무시하고 하 실장에게로 다가가 그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저기 하진석 씨, 정신차리세요! 지금 나를 잡으라고 명령해요?”시후의 말을 들은 현장 사람들은 모두 경악했다.‘미친 게 아니고서야.. 감히 하 실장에게 정신 차리라고 욕을 하다니?!’‘아마 하 실장은 저 자식을 죽여버릴 것이다! 듣자 하니 하진석이 빡치면 바로 죽는 거라고 하던데!’‘그러나 하진석 실장은 요 몇 년 동안 정말 분노한 모습을 못 봤는데.. 아마 오늘이 그 날일 것 같은 기분..’그러나 그 누구도 하 실장이 시후의 목소리에 놀라
그는 아무 말도 없이 재빠르게 시후 앞에서 90도로 고개를 숙였다."은 선생님, 제가 잘못 행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잡아주시기를 청합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보더니 옆에 있는 멍한 얼굴의 이장명을 가리키며 물었다. "정말 옆에 있는 이 사람이 하 실장님 부친과 친분이 있으신가요?”하진석은 이장명을 힐끗 쳐다보더니 "아, 선생님. 이장명 씨 아버지와 저는 같은 고향 출신이라서요.. 저희는 그냥 아는 사이지만 그렇게 까지 친한 관계는 아닙니다.."라고 답했다."좋아요.” 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조금 전에 저 두 사람이 저를 협박하고 모욕하면서 날 죽이려고 했습니다만..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하진석은 시후가 이장명에게 불만을 갖고 있음을 순식간에 파악할 수 있었다.그러자 그는 이장명에게 "이 멍청한 놈이?! 감히 은 선생님의 비위를 상하게 해? 어서 와서 무릎을 꿇고 사과하지 않고 뭘 멀뚱히 서 있어?"라고 소리 쳤다.이장명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무슨 은 선생님?? 저 자식이 갑자기 왜 은 선생님이야? 그냥 쓰레기 같은 놈 아닌가? 혹시 하 실장이 노망이 난 건가?’그러자 그는 "하 실장님, 저 자식은 아무런 쓸모 없는 놈인데 왜 저 자식 앞에서 고개를 숙입니까? 이룸 그룹의 그렇게 높으신 양반이요? 저 자식이 계속 이룸 그룹 대표를 안다고 헛소리를 해 대니까 제가 어이가 없어서 말이죠! 이룸 그룹은 쪽팔리지도 않습니까!? 저 자식을 죽여버려야 한다고요!!"하 실장은 눈치 좀 챙기라는 표정으로 이장명을 바라보았다.“은 선생님을 죽이라고? 미친 거 아니야?!”한국의 잘 나간다는 고위층 사람들 중에 은시후를 모르는 사람이 있던가?송 회장은 얼마 전 은 선생님의 침술과 환약으로 인해 예전처럼 건강한 몸을 되찾았다. 그 이후부터 이룸 그룹은 나이를 불문하고 시후를 은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깍듯이 공경하고 거의 신과 같은 존재로 받들고 있었다.그러니 지금 하
이장명은 하 실장의 눈빛과 살기 넘치는 아우라에 온몸이 전기에 감전된 듯 덜덜 떨렸다.그는 놀라서 더없이 무서웠지만, 그래도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감히 입을 열었다."하 실장님, 1층 로비에 전시된 메시지에는 VVIP 회원은 단 한 명만 가능하다고 되어 있었는데요!! 저런 놈이 어떻게 이런 훌륭한 클럽의 VVIP가 되겠습니까? 그건 말도 안 되지요!! 분명히 지어낸 게 틀림없어요. 속아서는 안 된다고요!""맞아요 실장님!!” 혜빈은 자신이 잘못 판단한 것도 모르고 그의 말에 힘을 보태려고 입을 열었다.“저는 이런 뻔뻔한 인간을 여태껏 살면서 본 적이 없어요!! 본인이 회원인 척을 하면서 회원 카드를 위조까지 해대는데!! 이건 너무 졸렬한 방법이잖아요!! 이건 완전 이룸 그룹을 대놓고 무시하는 처사잖아요!”혜빈은 클럽에서 시후를 죽여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룸 그룹이 꺼려할 것 같은 내용을 콕 꼬집어 하진석에게 일러 바쳤다. 분명 이 주제 거리 라면, 은시후를 그냥 놔둘 줄리 없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녀는 시후와 이룸 그룹이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 지를 간과했다.그녀는 시종일관 은시후 같은 인간이 무슨 상류층의 존경을 받을 수 있겠냐며 그를 무시하고 있었다.하지만 하진석은 그들이 시후에 대해 험담하는 것을 듣고 그들을 노려보았다."아니, 지금 이 분이 어떤 사람인 줄 알고 헛소리들이야??!! 은 선생님께서 가지고 계신 VVIP 카드는 송 대표님이 은 선생님을 위해 특별히 만든 등급이야!! 알아? 전 세계에서 오직 한 사람을 위한 등급이라고! 그런데 너희들이 여기서 큰소리를 치면서 선생님의 비위를 거슬리게 하다니!! 오히려 너희들이 우리 그룹의 사람들을 여럿 화나게 만든 것 같은데 말이야?! 아가씨, 당신이 누구인지 잘 모르겠지만 오늘 일은 용서할 수 없어!!""네???” 이장명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 회원 카드가 진짜..라고?! 게다가 이 등급을 송 대표가 은시후를 위해 직접 만든 것이라니..? 내가
윤우선이 반응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홍라연은 벌써 흥분해서 외쳤다. “네?! 내 기억엔 이 매장은 절대 할인을 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렇게 가격이 싸진다고요?”여직원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고객님. 저희 매장은 원래 할인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유일한 예외로, 매장 창립 기념일이라서 딱 오늘만 특별히 진행하는 이벤트입니다!”윤우선의 마음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할인을 절대 하지 않는 브랜드가 한 번에 1천만 원을 깎아 준다니, 이건 진짜 놓칠 수 없는 기회 아닌가?!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은 있어도, 이렇게 큰 할인은 무조건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윤우선은 오늘 이 목걸이를 사지 않으면, 밤에 자다가도 후회하며 깨어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몰래 휴대폰을 꺼내 은행 앱으로 계좌 잔액을 확인했다. 잔고는 7250만 원. 며칠 전부터 시후와 유나가 집을 비운 동안, 윤우선은 미용실에서 VIP 회원권을 충전했고, 홍라연과 함께 몇 번이나 럭셔리한 외식을 즐겼으며, 자신을 위해 새 옷도 여러 벌 샀다. 따라서 그녀가 가진 돈은 분명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그녀가 가진 모든 돈을 쓴다고 해도 여전히 800만 원 정도가 부족했다. 게다가, 더 문제는 가진 돈을 전부 써버리면 앞으로의 생활비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게 될 것이었다. 있는 돈을 다 써버리면, 차에 기름도 넣지 못할 텐데, 설마 가지고 있는 것을 팔아야 하는 것인가? 윤우선은 갑자기 딜레마에 빠졌다. 이때, 눈치 빠른 여직원이 그녀의 표정을 읽고는 공손하게 물었다. “고객님, 혹시 지금 자금 상황이 조금 빠듯하신 건가요?” 그녀는 윤우선이 기분 상하지 않도록 재빨리 덧붙였다. “제가 아는 많은 분들처럼, 고객님도 아마 카드에 큰 돈을 두지 않고 대부분 자금을 투자 상품에 넣어두셨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평소에 사용하실 약간의 유동성 자금만 남겨두시는 거죠.”윤우선은 이 말을 듣고 마음이 한결 놓였다. 이보다 더 좋
하지만 판매원이 분위기를 이렇게까지 띄웠는데, 자신이 "이 목걸이는 너무 비싸서 살 수 없다"라고 말하면 ‘귀부인 중에서 최정상’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 아닌가 싶어 망설였다.윤우선이 속으로 조마조마하고 있을 때, 여직원이 매장의 간판 상품을 그녀 앞에 놓았다.윤우선이 고개를 숙여 가격표를 보자마자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어머나, 세상에! 1, 4, 0, 0, 0... 숫자 4 뒤에 0이 몇 개야...? 이게 14억이라고?!’앞에 있는 여직원은 목걸이를 꺼내 들고 윤우선을 한 번, 목걸이를 한 번 번갈아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손님, 갑자기 드는 생각인데, 이 목걸이조차도 손님 앞에서는 조금 가벼워 보이는 것 같아요.”윤우선은 눈물을 쏟을 뻔했다. ‘지금 14억짜리 목걸이가 내 앞에서 가벼워 보인다고? 내가 뭐 태양이라도 된다는 거야?’뒤에 있던 홍라연도 놀라며 외쳤다. “이 목걸이는 너무 비싸잖아요...! 14억이라니, 세금을 빼도 로또라도 당첨돼야 살 수 있겠네!”이때 여직원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돈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제가 보기에는 사모님의 분위기와 재산이라면 이 정도 목걸이는 충분히 구매 가능하실 거라 믿어요.”그녀가 이렇게 말하자, 윤우선은 조금 전부터 점점 마음이 불편해지고 있었다. 여직원은 분위기를 띄우는 데 정말 능숙했다. 처음엔 윤우선이 꽤나 기분이 좋았지만, 하지만 너무 극단적인 성격이라 지금은 진퇴양난의 상황이 되어버렸다.그때 여직원이 화제를 바꾸며 진지하게 말했다. “사실 제 생각엔, 이런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크기, 화려함에만 치중해서 오히려 너무 촌스러워 보일 수 있어요. 결국 돈 냄새가 너무 진하면 오히려 품격이 없어 보이기도 하죠.”윤우선은 이 말을 듣자 눈이 번쩍 뜨이며 외쳤다. “아, 그렇죠. 아가씨 말이 딱 맞아! 이렇게 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목에 걸면, 그냥 목에 ‘나 돈 많음!’이라는 글자를 단 것 같잖아. 촌스럽고, 그러니까 정말 촌스러운 것 같아!”
여직원이 내뱉은 ‘귀부인 중의 최정상’이라는 한마디는 윤우선의 기분을 하늘 끝까지 띄워버렸다. 윤우선은 여직원의 말이 마치 뭔가 화학적인 에너지를 가지기라도 한 듯, 자신의 고막과 화학 반응을 일으켜 대량의 도파민을 생성해내고, 그 도파민이 혈관을 따라 뇌까지 직행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간단히 말해, 윤우선은 이미 여직원의 말에 너무 취해버렸다.윤우선이 느끼고 있는 이 느낌은 마치 담배를 처음 배운 젊은이가 마을 어르신이 가지고 계시던 오래된 곰방대를 들고 깊게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었다. 단순히 취한 정도가 아니라, 약간 어지러움을 느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윤우선은 너무 행복해서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활짝 웃으며 여직원을 바라보았다. 윤우선은 여직원을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홍라연도 아부를 잘하긴 했다. 수십 년 동안 형수로 살다가 어느 순간 안색 하나 안 바뀌고 자신을 낮추며 비위를 맞춰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여직원과 비교하면 홍라연은 한참 수준이 모자랐고, 어린아이 수준에 불과했다.결국 윤우선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여직원에게 물었다. “아가씨, 내 분위기면 어떤 목걸이가 어울릴 것 같아요?”그러자 여직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사모님 같은 분이라면 저희 매장의 대표 상품, 그러니까 '간판' 상품을 착용하셔야죠!” 그 말을 마친 뒤, 여직원은 재빨리 덧붙였다. “손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매니저님을 찾아가서 금고를 열고 우리 매장의 간판 상품을 가지고 오겠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직원은 급히 사무실로 향했다.사무실에서는 매니저가 매장 CCTV를 통해 실시간으로 여직원과 윤우선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여직원이 들어오자마자 매니저는 다급히 말했다. “아니, 소희 씨 어떻게 우리 매장의 간판 상품을 추천할 수 있어?!”그러자 여직원은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매니저님, 그건 매니저님이 시키신 거잖아요? 가능한 한 저 아줌마를 꼬드겨서 돈을 더 많이 쓰게 하라고
이야기를 끝낸 뒤 전화를 끊은 여직원은 윤우선 앞에 다가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손님, 그럼 제가 악세서리를 착용해 보시도록 도와 드리겠습니다.”윤우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직원의 도움을 받아 목걸이를 착용하고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명품 브랜드의 악세서리는 가성비 면에서는 솔직히 형편없다고 할 수 있다. 18K 골드 체인 자체는 돈으로 바꾸면 얼마 되지 않을 것이고, 잔뜩 박힌 작은 다이아몬드 역시 그다지 비싸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이 둘을 합치더라도 판매 가격의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하지만, 윤우선이 중시하는 것은 가성비가 아니라 제품을 샀을 때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였다.소위 가성비라는 것은 상품의 성능과 가격의 비율을 뜻하는데, 같은 가격일 때 성능이 더 좋으면 제품은 좋은 것이라고 판단된다. 반면 윤우선이 중시하는 비용은 상품이 가지는 이미지와 가격의 비율이다. 따라서 같은 가격일 경우 사람들이 더 인정하고 부를 더 과시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며, 설령 원가가 2만 원 정도 되는 티셔츠가 150만 원에 팔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가슴팍에 찍힌 브랜드 로고가 충분히 과시할 만 하다면, 윤우선의 눈에는 가치 있는 상품이었다.윤우선은 한참 동안 목걸이를 살피며, 이 목걸이가 정말로 반짝거린다는 것을 발견했다. 매장의 조명 아래, 거의 모든 각도에서 눈부신 빛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기에 강렬하게 마음을 사로잡힌 그녀는 곧바로 말했다. “이걸로 할게요. 포장해주세요!”그때 직원이 말을 꺼냈다. “손님, 제가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 목걸이는 손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무슨 뜻이죠?” 윤우선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이런 비싼 목걸이를 할 자격이 없다는 건가요?”여직원은 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니에요, 그런 뜻이 아닙니다! 손님 오해하지 마세요. 처음 손님께서 매장에 들어오셨을 때부터 손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고귀한 분위기를 느꼈거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불
윤우선은 자신이 운전하는 위풍당당한 롤스로이스 컬리넌을 몰고 하버시티에 도착했다. 지하 주차장에서 조심스럽게 차를 여러 번 후진하고 돌리기를 반복해 간신히 주차를 마친 그녀는 홍라연과 함께 1층으로 올라갔다.하버시티의 1층은 대부분 일류 명품 브랜드 매장으로 가득했다. 그중 절반은 의류와 가방 브랜드로, 예를 들어 루이비통이나 구찌 같은 곳들이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악세서리브랜드로, 불가리, 까르띠에와 같은 매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윤우선은 도착하자마자 홍라연을 이끌고 불가리 매장으로 직행했다. 불가리가 다른 브랜드보다 특별히 더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윤우선은 ‘불가리’라는 이름이 듣기만 해도 화려하고 좋은 것 같은 느낌이라 마음에 들어했다.두 사람이 매장에 들어가자마자 윤우선은 곧바로 중앙에 위치한 진열대로 향했다. 그 후, 높은 의자에 턱 하니 앉아 오른손으로는 롤스로이스의 차 키를 진열대 위에 올려놓고, 왼손으로는 예전에 시후가 선물해 준 에르메스 핸드백을 진열대 위에 당당히 올려놓았다.판매사원은 한눈에 큰 손님이 온 것을 알아차리고 재빨리 다가와 매우 공손하게 말했다. “고객님, 안녕하세요. 불가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어떤 상품을 보고 싶으신지 말씀해 주세요.”윤우선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거만한 태도로 말했다. “흠흠, 매장에 괜찮은 목걸이 있으면 다 꺼내 줘요. 내가 골라 볼 테니까.”판매사원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있는 남성 동료에게 말했다. “준기 씨, 고객님께 스페인산 탄산수를 두 병 준비해 드리고, 이번 달에 새로 나온 향수 샘플도 준비해서 고객님께 시향해 드려요.”남성 판매사원은 지시대로 움직였고, 이를 본 윤우선은 마음속으로 감탄했다. ‘역시 명품 브랜드 매장은 서비스가 달라!’홍라연은 윤우선 뒤에 서서 생각했다. ‘예전엔 WS 그룹이 돈 좀 있었을 때 나도 이런 매장에 와서 이런 대접을 받았었지. 하지만 지금은 이런 매장을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긴장될 정도라니... 역시 떨어진 봉황은 닭보다 못
윤우선은 과거 WS 그룹에서 시집살이를 할 때 늘 홍라연에게 괴롭힘을 당해기에 마음속으로 큰 원한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홍라연이 개처럼 그녀에게 아부하며 다가오니, 윤우선의 허영심은 한껏 부풀었고, 그녀에게 완전한 통쾌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매일 홍라연과 어울리는 것이 즐거웠다. 윤우선에게는 홍라연이 자신의 앞에서 아부하며 비위를 맞출 때, 자신이 과거의 윤우선이 아니며 완전히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그 때, 윤우선은 홍라연의 목소리를 듣고 투덜대며 말했다. “아직도 잠이 부족한데. 몇 시죠?” 홍라연은 서둘러 말했다. “벌써 11시 다 돼 가! 어제 말하기를 오늘 쇼핑 간다고 했잖아? 난 다 준비됐어, 지금 동서 집 앞이야. 오늘 가는 거지?”윤우선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아이고! 까먹고 있었네! 오늘 하버시티에 가서 목걸이 하나 살까 했는데, 요즘 자꾸 목이 허전한 느낌이 들어서 말이죠.” 그러자 홍라연은 웃으며 말했다. “동서처럼 컬리넌을 타고 에르메스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목에 좀 화려한 목걸이 없는 게 더 이상하지! 어떤 브랜드로 볼 거야?” 윤우선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뭐 불가리, 티파니, 까르띠에 같은 데면 다 괜찮아요. 안 가리는 편이라, 일류 브랜드면 다 좋지 뭐.” 홍라연은 곧바로 아부를 시작했다. “역시 동서 안목은 최고야! 동서 기질에는 그런 일류 브랜드가 딱 어울리지.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동서랑 비교도 안 돼. 몇 만 원짜리 정도만 해도 충분하지.” 이어 홍라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역시 동서는 복이 많아. 럭셔리한 저택에 살고, 고급 외제차도 타고, 명품을 입으니 확실히 인생 승자지.. 나야 뭐, 어려움을 겪고 나니 악세서리도, 가방도 다 없어졌어. 지금은 명품은 커녕 싼 목걸이 하나 사기도 힘드네... 나중에 혜빈이에게 돈 좀 받아서 상점에서 은목걸이나 하나 사야겠어..”윤우선은 속으로 생각했다. ‘홍라연이 자기가 저렴한 악세서리나 어울리는 수
원래 시후는 이중열이 당분간 한인 타운에서 편히 지내도록 하고, 나중에 시간을 내어 홍콩으로 가서 그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유가휘가 참지 못하고 먼저 문제를 일으키려 하니, 시후도 어쩔 수 없이 홍콩으로 가야만 했다. 홍콩과 미국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반 비행기로 편도만 해도 최소 10시간 이상 걸린다. 게다가 일을 처리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할 테니, 시후는 최소 3~5일, 어쩌면 더 오래 미국을 떠나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 중에서도 시후가 가장 걱정되는 것은 유나였다.비록 시후가 블랙 드래곤의 여자 대원들을 배치해 유나를 몰래 보호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녀가 혼자 미국에서 학업과 생활을 한다고 생각하니 시후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현재 김상곤은 중국에서 문화 교류 활동 중이라, 미국에 와서 유나와 함께 있어줄 수 있는 사람은 장모 윤우선 뿐이었다. 하지만 시후는 직접 유나에게 자신이 홍콩으로 가야 하고, 장모님을 모셔와야 한다고 말하면 조금 어색할 것 같았다. 게다가 유나와 상의한다 해도 그녀는 장모님을 모셔오는 대신, 자신에게 홍콩에 가지 말라고 하거나 혼자 있어도 괜찮으니 자기 걱정은 말라고 할 가능성이 컸다. 또한, 윤우선은 지금 미국에 오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었다. 윤우선은 한국에서 혼자 지내면서 럭셔리 외제차와 저택, 시후가 준 용돈으로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미국으로 오게 한다면 오히려 귀찮아 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시후는 장모 윤우선을 데려오기 위한 핑계를 먼저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뒤 유나에게, 자신은 홍콩에 고객이 있어 가야 하지만 마침 장모가 와 있으니 그녀와 시간을 보내라고 말하는 것이 좋아 보였다.윤우선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데려오는 것은 시후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윤우선의 성격을 너무 잘 알았기 때문에, 약간의 계획 만으로도 그녀를 데려올 자신이 있었다.그래서 시후는 즉시 송민정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송회장님, 부탁할 일이 있어서요.” 송민정은 주저 없이
전화가 연결되자 시후는 물었다. “은서야, 창재 씨 아직 거기 있어?” 고은서는 대답했다. “방금 사람을 보내서 그를 집으로 돌려보냈어. 그런데, 시후 오빠, 오늘 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지우 언니가 말하길 오늘 밤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심지어 제이크 한 경감도 죽었다고 하던데?”시후는 짧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는 고은서에게 상황을 설명해주었다.고은서는 시후의 이야기를 다 듣고 충격을 받아 놀라며 말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잔인한 괴한들이 있을 수 있어...?” 그녀는 이어서 자책하는 말도 했다. “시후 오빠, 혹시 우리 팀에 내부자가 있었던 건 아닐까? 아니면 이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치밀하게 협력할 수 있었겠어..? 배경 음악이 가장 큰 시점에 공격을 시작했다면, 아마 공연 흐름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던 게 분명한데...”“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 확실히 내부자로 의심되는 건 내 셋째 외숙모뿐인데, 그녀는 이미 죽었어. 내 생각엔 괴한들이 네 공연 흐름을 몰랐을 거야. 언제 배경 음악이 가장 큰 시점인지도 몰랐을 것이고.. 그들이 정확히 시간을 맞출 수 있었던 건 내 외숙모가 그 안에서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일 거야. 그녀가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했을 때 괴한들에게 알려 줬을 가능성이 커.”고은서가 말했다. “하지만 오빠가 그러지 않았어? 외숙모가 신호 방해 장치를 몸에 지니고 있었다고. 그런 장비를 가지고 있으면 그녀도 범죄자들과 연락할 수 없을 텐데...”시후는 참지 못하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왜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는 거야? 그녀가 방해 장비를 가지고 있었던 건 맞지만, 그 장비를 계속 켜두는 건 불가능해. 만약 계속 켜뒀다면 다른 사람들이 벌써 이상함을 눈치챘을 걸. 내 생각에는 그녀가 적절한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다가 그 순간이 오자 먼저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곧바로 방해 장치를 켰을 거야. 괴한들은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 안에 들이닥친 걸 보면, 짧은 차단 시
홍콩에서 유성으로 불리는 유가휘에 대해, 시후는 전혀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 이건 그가 이중열에게 한 일 때문만이 아니었다. 시후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사람이라, 비록 이중열이 이 사건에서 약자이기는 하지만 사실 이 사건에서 잘못한 것은 바로 이중열에게 있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유가휘가 자기의 명예와 자존심 때문에 이중열에게 복수하려는 것도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시후가 유가휘에 대해 가장 못 마땅하게 여기고 있는 점은 바로 그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당시 이중열이 식당에서 말한 바에 따르면, 사건이 일어난 직후 이중열은 제일 먼저 시후의 아버지인 은서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했다. 그 때 시후의 아버지는 즉시 홍콩으로 가 유가휘와 합의를 맺어 이중열을 놓아주기로 했고, 그 덕에 이중열은 일시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시후의 부모님이 LCS 그룹에서 나오게 되면서, 시후의 부모님이 사망하게 되었다. 유가휘는 시후의 아버지가 사망한 사실을 알자마자 바로 합의한 내용을 어기고, 이중열을 사냥하기 위해 전 세계에 많은 사람들을 보내 대대적인 추격을 시작했다. 그러다 추적이 잠시 중단된 이유는 바로 고선우가 시후의 아버지를 대신하여 이 일에 개입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고선우가 중병에 걸렸을 때, 고은서가 시후를 찾았다. 그래서 만약 고선우가 병이 낫지 않았다면 유가휘는 또 다시 협정을 어겼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중열은 아마도 상금을 노리는 킬러에게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했을지도 모른다.그런데 유가휘는 이제 ‘우회적으로’ 자신이 고선우와 했던 약속을 회피하려고 하자, 그 행동을 본 시후는 더욱 분노했다. 약속을 지키지 않고 의리를 저버린 유가휘의 품성에 대해 시후는 극도로 불쾌함을 느꼈던 것이다. 그래서 시후는 즉시 고은서에게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고은서는 시후의 메시지를 보고 마음을 놓았다. 그녀는 스마트폰을 창재에게 건네며, 시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