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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Author: 송언희
고은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직!”

그녀는 그날 이후로 다시는 그 목걸이를 하지 않았지만 여름이라 그걸 본 직원이 적지 않을 것이다.

나태웅이 회사 직원들에게까지 탐문조사를 할까 봐 걱정이었다.

“그거 주면 안 되지!”

“하지만 나 실장님 태도가 아주 강경했어. 안 가져가면 분명 날 의심할 거야.”

고은영의 말에 안지영은 미칠 것 같았다.

사실 자신의 말이 억지라는 건 알 고 있었다.

나 실장은 자타공인 회사의 2인자였다.

배준우가 조사를 하라고 지시한 일은 전부 나 실장이 도맡아서 했고 한 번도 배준우를 실망시킨 적 없었다.

하지만 그걸 넘기면….

“아, 정말 답 없네!”

안지영은 짜증이 나서 미칠 것 같았다.

고은영도 마찬가지였다. 할 수만 있다면 모두의 기억에서 그날 밤을 지우고 싶었다.

그녀는 머리를 싸매고 있는 안지영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걸 넘겨야겠지?”

“지금 상황에 아무래도 넘길 수밖에 없어!”

만약 그걸 안 넘긴다면 나 실장은 결국 고은영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고은영 위주로 조사를 시작한다면 들통나는 건 시간문제였다.

게다가 고은영은 그와 같이 이 임무에 합류하게 되었다.

안지영은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친구가 사실대로 자백할까 봐 걱정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그들은 어떻게 될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고은영은 고통스럽게 머리카락을 쥐여뜯었다.

“내가 그거 하고 다니는 거 본 동료들이 수두룩할 텐데.”

회사 직원들에게 물어보면 금방 그녀라는 게 들통날 것이다.

안지영은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시고는 다 죽어가는 표정으로 고은영에게 말했다.

“그럼 네가 말해봐.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고은영은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울지 마. 지금 너 달래줄 기분 아니야.”

“하지만 정말 무섭다고!”

“그래, 알아.”

겁 많은 고은영이야 무서운 건 당연하고 안지영도 이제 슬슬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주문한 메뉴가 나왔지만 두 사람 다 입맛이 없었다.

안지영은 착잡한 표정으로 고은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혹시 대표님이 사실은 너라는 걸 알면서 일부러 너랑 장난치는 거 아닐까?”

하지만 그녀는 말을 뱉자마자 후회했다.

그들이 아는 배준우는 장난에 취미가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겁에 질린 고은영의 모습을 보고 재미 있어서 장난을 치고 있는 거라면? 그에게 그런 악취미가 있다면?

고은영은 안지영을 곱지 않게 흘기며 말했다.

“이런 걸로 장난칠 분 아니야!”

학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여러 사장들도 많이 만났지만 배준우는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이 험악한 상사였다.

안지영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긴.”

그렇다는 건 배준우는 아직 범인을 모른다는 것.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범인인 고은영을 시켜 범인을 찾게 지시하다니.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

안지영은 생각할수록 머리가 어지러웠다.

두 사람은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의논했지만 이렇다 할 대책을 생각해 내지 못했다.

회사로 돌아가는 길, 고은영이 자꾸 기숙사 방향으로 힐끔거리자 안지영이 물었다.

“왜 그래?”

“나 퇴사할래!”

고은영은 더이상 회사에 가기가 싫었다.

안지영이 못 말린다는 듯이 한마디 했다.

“집 대출은?”

대출 이야기가 나오자 고은영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빚 내서 집 사지 말걸! 이제 퇴사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몸이 되었다.

결국 고은영은 안지영에게 이끌려 회사로 돌아갔다.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배준우에게서 전화가 왔다. 고은영은 사무적인 어투로 전화를 받았다.

“네, 대표님!”

안지영은 신기한 눈으로 친구를 바라보았다.

‘겁이 많아서 그렇지 연기는 참 잘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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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빛이 창백해진 고은지를 보면서, 고은영은 고은지가 얼마나 힘든지 알 것만 같았다. 그래서 마음이 아팠다.“그래도...”“은영아, 너랑 희주는 나한테 가장 소중한 사람이야. 희주는 그래도 친아빠한테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너도 꼭 아프지 말아야 해. 알았지?”중요한 사람이라는 말에 고은영은 약간 가슴이 아팠다.량천옥은 두 사람 쪽으로 다가오다가 고은지의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고은영과 고희주는 고은지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뜻이다.고은지가 계속해서 말을 붙였다.“물론 어떤 사람들은 자기 자식도 사랑하지 않지. 저 사람처럼 말이야.”그렇게 말하면서 고은지는 량천옥을 쳐다보았다.“...”“...”그 순간 호흡마저 무거워졌다.량천옥은 고은지를 쳐다보면서 바르르 떨었다.고은영도 놀라서 그대로 굳어버렸다.“언니...”량천옥은 그 자리에 굳은 채로 이 상황을 받아들이려고 애썼다.량천옥은 고은지가 본인의 신분을 모르길 바랐다. 고은지가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자신을 어떻게 대할지 두려웠다.그리고 이 순간, 량천옥은 고은지가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러면 량천옥은 고은지의 무슨 사람인가.혈연관계가 있는 사람? 엄마나 어머니 같은 이름은 량천옥에게 어울리지 않았다.량천옥 또한 본인이 자격 미달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 하지만 가슴이 아픈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언니...”고은영이 굳은 채로 입을 열었다.고은영은 고은지가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을 줄은 몰랐다.“맞지?”고은영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고은지의 차갑고 증오 가득한 눈을 바라보며, 고은영은 ‘응’이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그 대답이 목에 턱 막힌 기분이었다.결국 고개만 끄덕였다.고은지는 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작게 웃었다.그 웃음에는 비웃음과 풍자가 가득했다.“...”량천옥은 고은지를 향해 걸어가려고 했지만 두 발이 바닥에 붙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그저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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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량천옥의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이제 고은지에게는 온화한 모습은 사라지고 상대방을 압도하는 차가운 기운만이 남아있었다. 온화한 고은지의 모습을 떠올린 고은영은 이 갑작스러운 변화에 마음이 아팠다.“언니.”고은영이 앞으로 다가가 고은지의 손을 꼭 잡았다.“이 사람이 왜 여기에 있는 거야.”그렇게 말하는 고은지에게서는 차가움만이 느껴졌다.그 말투는 마치 날카로운 침처럼 량천옥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너무 아파서 질식할 것만 같았다.량천옥은 겨우 참느라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서 있었다.가까이 다가가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먼저 희주부터 찾자.”고희주가 이 공항에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고은영의 말에 고은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시선을 돌렸다.고은영이 얼른 고은지를 따라갔다.량천옥은 제 자리에 서서 고은영과 고은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지금 이 순간 량천옥은 절망스러움을 느꼈다.결국 모든 것에는 인과응보가 있는 법이다. 본인이 치러야 하는 대가를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고통스러운 것이다.량천옥은 돌아선 후 고객센터 쪽을 찾아갔다.그들은 빠른 속도로 고희주가 국내에 있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결국 그들은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나태현은 일이 이렇게 될 줄 알고 진작 전용기를 이용해 고희주를 데려갔던 것이다.고은지는 온몸에 맥이 풀려 공항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고은영이 고은지 앞에 쪼그려 앉았다.“언니...”“왜 나한테 일찍 알려주지 않은 거야?”고은지는 고은영을 보면서 겨우 물었다.차가운 시선 아래로 뜨거운 눈물이 차올랐다.만약 진작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나태현이 아이를 데려가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그때는 많은 일들을 확인해야 했었어, 그리고 나태현 씨도...”지신혜와 약혼했으니 말이다.고은지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유는 너무도 많았다. 처음에는 고은지의 건강 때문에, 후에는 나태현의 약혼 때문에.결국 따지고 보면 고은지에게 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48화

    량천옥을 만날 것인지 물으려던 이지훈은 나태현의 태도를 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지훈이 나가고 사무실에는 나태현만이 남았다. 나태현이 내뿜던 차가운 기운은 어느새 무거운 슬픔으로 바뀌어있었다....고은지는 천락그룹에서 나와 바로 공항으로 향했다.그리고 동시에 고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은영은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언니.”“은영아, 마지막으로 나 한 번만 도와줘.”고은영은 마침 량천옥과 같이 있었는데 고은지가 도와달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는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언니, 난 언니가 도와달라고 하면 언제든지 도와줄 거야. 왜 마지막이라고 그래?”마지막이라는 말을 들은 고은영은 마음이 아팠다.고은지가 자꾸만 고은영에게서 멀어지려 하는 것 같아서였다.아무리 홀로서기를 한다고 해도 이렇게 급할 것 없지 않나 생각하던 찰나 고은지가 입을 열었다.“배준우의 사람을 시켜서 공항 이륙을 연착시켜 줘. 가능해?”고은지는 배준우가 강성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것 또한 가능하다고 생각했다.“두 시간이면 돼!”고은영이 대답하기도 전에 고은지가 덧붙였다.“그래.”“빨리. 급해. 희주가 공항에 있을 수도 있어.”“뭐?”놀란 고은영이 좀 큰 목소리로 물었다.고은영은 저도 모르게 맞은편에 앉은 량천옥을 쳐다보았다. 량천옥은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로 고은지의 말을 들었다.고희주가 공항에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은 량천옥은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 “먼저 준우 씨한테 연락해 볼게.”말을 마친 고은영이 전화를 끊었다.‘희주가 공항에 있다고? 나태현 씨가 데려간 거 아니었나? 도대체 뭘 하려고? 해외로 보내는 거지?’거기까지 생각한 고은영은 잠시도 쉴 수 없었다. 얼른 배준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여보, 공항 쪽에 연락해서 모든 비행기를 두 시간 정도 연착시켜 줄 수 있어요?”“무슨 일인데?”“나태현 씨가 희주를 해외로 보내버리려고 하는 것 같아요...”누가 봐도 나태현이 복수를 위해 이런다는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47화

    친모라는 두 글자에 고은지는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메스꺼움을 느꼈다.하지만 더욱 메스꺼운 것은 나태현이 고은지에게 한 모든 행동들이었다.고은지는 핸드폰을 나태현에게 주면서 말했다.“희주를 란완 리조트로 돌려보내요. 거래는 아직 유효해요.”고은지는 아이와 량천옥 사이에서 자기 아이를 선택했다. 량천옥이 자기 친모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결국 량천옥을 떠올리면 남는 것은 증오뿐이었다.나태현은 고개를 들어 고은지의 시선을 마주 보았다.그리고 바로 시선을 내렸다.“너도 알잖아. 선택지가 없다는 걸.”“아이가 없어도 난 당신이랑 계속 거래를 할 거예요.”현재 고은지는 량천옥을 증오할 뿐만이 아니라 나태현도 증오하고 있었다.고은영을 만나고 온 후 고은지는 나태현을 향한 증오심이 점점 커지는 것을 느꼈다.하지만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겉으로 보기에 고은지는 여전히 이성적이고 차가운 사람이었다.그래서 나태현과 담담하게 거래를 할 수 있는 것이었다.“하지만 실수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어.”말을 마친 나태현은 바로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서 꺼버렸다. 불꽃이 물에 닿는 그 순간 불꽃이 꺼지면서 치익 소리가 났다. 나태현의 차가운 말투를 들으면서 고은지는 눈을 천천히 감으며 눈에 넘실대는 증오를 감췄다.“희주, 깨어날 수 있는 거죠?”“당연하지.”“내가 무슨 수로 당신을 믿겠어요?”고은지가 차갑게 물었다.“희주는 내 딸이야. 내가 내 딸을 해칠 것 같아?”그녀가 병원에 있을 때부터 나태현은 희주가 자기 딸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하지만...‘됐어!’고은지는 나태현과 연관된 일에 많은 생각을 덧붙이고 싶지 않았다.그저 나태현의 차가운 말투를 들으면서 나태현을 꺾을 수 없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나태현과 량천옥의 복수에 고은지를 끌어오다니.“그러면 언제 만나게 해줄 거예요?”고은지가 바로 물었다.나태현이 고희주를 란완 리조트에서 데려간 그 순간부터, 고은지는 앞으로 쉽게 고희주를 만날 수 없으리라는 느낌이 들었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46화

    고은지는 아주 빠르게 나태현의 사무실에 도착했다. 이지훈은 좋지 않은 고은지의 표정을 보고 얼른 고은지의 앞을 막아 나섰다.“나 대표님은 곧 회의 때문에 바쁘십니다. 이만하시죠.”이지훈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 그래서 지금 고은지의 표정만 보고도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이지훈은 고은지가 진정한 후 다시 찾아왔으면 했다.하지만 고은지는 그런 이지훈의 말이 들리지 않는 것처럼 이지훈을 피해 바로 나태현의 사무실의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제가 분명...”나태현은 사무실에 앉아 서류를 확인하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미간을 약간 찌푸리고 시선을 들었다.고은지를 마주한 나태현의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생겼다.“뭐 하자는 거지? 아프더니 기본적인 사회생활도 다 까먹은 건가?”나태현이 차갑게 얘기했다.이지훈은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기묘한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가슴을 졸였다.고은지는 나태현의 차가운 말에 동요하지 않고 바로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렸다.나태현은 그런 고은지를 보면서 말했다.“지금은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단계일 텐데. 얼른 돌아가지 못해?”“날 이용한 거예요?”고은지가 바로 얘기했다.여기까지 오는 길, 고은지는 엘리베이터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래서 지금 상황이 어떤지 대략 파악할 수 있었다.고은영이 왜 말을 하다가 만 것인지, 나태현이 왜 자기를 찾아온 것인지.그리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대충 알 것 같았다.고은지는 총명한 사람이니 그 짧은 시간 안에 사건의 자초지종을 다 알 수 있었다. 나태현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서류를 내려놓고는 담뱃갑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 불을 붙이고 차갑게 물었다.“이제야 안 거야?”“나태현! 당신은 정말 나쁜 사람이네요.”고은지는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찾아온 사람이다.나태현은 그런 고은지의 말을 들으면서 고은지가 모든 것을 다 알게 되었구나 짐작하게 되었다.다시 한번 깊이 숨을 들이마신 후 담배 연기를 토해낸 나태현이 물었다.“그럼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45화

    증오를 가득 품고 사는 고은지를 보면서 고은영이 솔직하게 돌직구를 날렸다.고희주가 바로 나태현의 딸이라고 말이다.그리고 그 나태현은 지금 고은지와 음습한 거래를 진행 중이다.밀크티 매장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하지만 고은지의 세계는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고은영의 말을 듣자마자 고은영은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고은영을 쳐다보며 물었다.“뭐, 뭐라고 한 거야?”“나태현 씨가 바로 희주 아빠라고. 그리고 희주가 본인 딸인 것도 알고 있어.”고은영이 더 자세하게 얘기했다.나태현은 이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다.모르고 있었던 건 고은지뿐이었다.나태현은 이 모든 것을 모르는 고은지를 상대로 거래를 했다.그 말인즉슨...고은지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하지만 다시 반복하는 고은영의 말을 듣고 심장이 저렸다. 아니, 수천 개의 바늘이 심장을 콕콕 찌르는 것만 같았다. 다행히도 그 고통 덕분에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알아들었어?”이렇게까지 얘기했는데 못 알아들으면 그게 바보가 아니겠는가.복잡했던 고은지의 세상은 고은영의 말 한마디로 난장판이 되어버렸다.고은지는 떨리는 눈으로 고은영을 보면서 입술을 바르르 떨었다.“왜?”“...”왜 이 일이 이렇게...고은영이 말을 하기 전에 고은지가 물었다.“언제부터 알고 있었던 거야?”“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어. 언니가 병원에 있을 때부터.”고은영은 숨김없이 얘기했다.고은지는 그제야 천락 그룹에 출근한다고 할 때 고은영이 반대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고은지는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고은영은 복잡한 감정이 담긴 고은지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고은지가 심호흡을 하고 물었다.“그 사람은?”그 사람은 바로 혈연관계뿐인 생모를 말하는 것이었다. 고은지의 입에서는 ‘엄마’라는 두 글자가 떨어지지 않았다.조보은과 유전자 검사를 한 후, 고은지는 어릴 때의 악몽을 자주 꿨다.도대체 본인이 왜 조보은의 손에 들어가게 된 건지. 버려진 것인지 아니면...만약 버려진 것이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44화

    하지만 이제는 모두 엎어져 버린 물이었다.“은영아, 제발... 나랑 약속해 줘. 은지한테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겠다고. 나태현의 일은 내가 처리할게.”량천옥은 고은지와 나태현이 이렇게 짧은 시간에 손을 잡았을 줄은 몰랐다.하지만 나태현이 왜 고은지와 손을 잡은 것인지는 잘 알았다.몇 년이 지났지만 이 사건은 결국 밝혀졌다. 나씨 가문의 사람들은 량천옥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그래요. 알겠어요.”고은영이 이를 꽉 깨물고 얘기했다.한편으로는 고은지에게도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량천옥이 계속해서 얘기했다.“네가 뭘 걱정하고 있는지 알아. 걱정하지 마. 내가 잘 처리할 테니까 말이야.”이미 난장판이 된 와중에 량천옥이 그런 말을 해봤자 고은영은 전혀 믿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고은영은 고은지와 량천옥을 존중해야 했다.량천옥이 고은지에게 량천옥의 신분을 알려주지 말라고 했으니 고은영은 말하지 않을 셈이었다.“그럼 잘 생각해 보세요. 언니는 이제 성인이에요. 무슨 짓을 해서 당신을 다치게 만들지도 몰라요.”“그건 인과응보야. 내 업보야! 난 그저 은지가 우리 둘 사이를 몰랐으면 좋겠어.”량천옥이 고통스러워하면서 얘기했다.량천옥은 고은지가 이 사실을 영원히 몰랐으면 한다.물론 고은지가 본인을 ‘엄마’라고 불러준다면 더 바랄 게 없다.하지만 량천옥은 낯이 두꺼운 사람이 아니었다. 고은지에게 그런 짓을 하고도 어떻게 엄마라는 호칭을 바라겠는가.고은지가 이 사실을 알고 아파하게 할 바에는 차라리 모르게 하는 것이 나았다. 량천옥을 향한 복수도 받아들일 것이다. 고은지의 복수는 당연하니까 말이다.고은영은 량천옥의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더니 얘기했다.“그래요. 알겠어요.”고은영은 량천옥이 이 일을 도대체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량천옥이 과연 나태현이 고은지를 이용하는 것을 참을 수 있을까? 아마 그러지 못할 것이다.고은영은 위험을 감지했다. 량천옥은 가끔 미친 사람 같을 때가 있었다.이번에도 고은지를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43화

    고은영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은지가 어떤 마음으로 나태현과 거래를 한 것인지 깨달았기 때문이다.고은지는 그저 고희주가 깨어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고희주를 그렇게 만든 사람에게 복수하려는 것이다.그러니 고은지의 행동은 틀린 것 하나 없었다.다만 이 모든 것이 성공하고 나서 고은지가 후회하지 않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고은영은 고은지가 정신을 차리고 나서 다시 선택을 하길 바랐다.“나 출근해야 해. 저녁에 다시 봐.”“언니, 중요한 일이 두 개 있는데 꼭 지금 들어야 해.”“알고 싶지 않아!”“...”고은지의 말투는 아주 딱딱했다.지금 고은지에게 있어서 고희주가 깨어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었다.고은영이 숨을 고르고 있을 때 고은지가 입을 열었다.“나태현의 사람이 희주를 데려가게 내버려둬. 내가 허락한 일이니까.”“희주 아빠가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아?”두 사람 사이에는 적막만 흘렀다.고은영이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엄마로서, 희주의 아빠가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은 거야?”이 두 사람은 고은지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그러니 알고 싶지 않을 수가 없다.전화기 너머의 고은지는 회사 탕비실에 있었다.고은영이 희주의 아빠를 언급하자 고은지는 핸드폰을 꼭 쥔 채 그 자리에 서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이윽고 눈을 꼭 감고 얘기했다.“관심 없어!”“아니, 언니는 꼭 알아야 해. 언니와 나태현 씨의 거래가 이 두 사람과 관련이 있거든.”조급해진 고은영이 빠르게 말했다.관심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알아야 하는 사실이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니까 말이다.고은지는 심호흡을 한 후 물었다.“어디서 볼래?”“내가 찾아갈게.”고은영이 급하게 말했다.고은영은 고은지에게서 일어나는 일이 너무 빠르다고 생각했다. 잠시 한눈판 사이에 일이 이 지경이 될 줄은 몰랐으니까 말이다.오늘 배준우와 나태현이 얘기를 나눈 후, 고은영은 더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고은지에게 사실을 알려줄 때다.“그래.”전화를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42화

    나태현은 고은영을 보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했다.뒤에 서 있던 배준우가 얘기했다.“이따가 전문가들이 와서 아이를 데려갈 거예요. 고은지는 무조건 순응하게 될 거예요.”아이를 데려간다는 말에 고은영은 멍해져서 배준우를 쳐다보았다가 또 나태현을 쳐다보았다.“먼저 전화를 걸어봐.”말을 마친 나태현은 자리를 떴다.고은영이 얼른 배준우 옆으로 와서 물었다.“무슨 일이에요? 나태현 씨가 희주를 데려가겠대요?”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그래.”“하지만 지신혜 씨랑...”곧 결혼할 사람이 희주를 데려간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게다가 고은지도 모르는 게 많은 것 같았다.배준우는 미간을 확 찌푸렸다.보아하니 서재에서 나태현과 꽤 복잡한 얘기를 나눈 모양이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에요?”“지금 당장 고은지를 만나보는 게 좋을 것 같아.”“일이 그렇게 복잡해요?”“량천옥의 일을 고은지에게 알려줘.”배준우가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그 말을 들은 고은영의 마음은 무거워졌다.명문가의 일에 대해서 잘 모르는 고은영이지만 심상치 않은 표정의 배준우를 보면 사건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나태현이 희주 아빠라는 것도 알려주는 게 좋을 것 같아.”모든 것을 알려주라는 뜻이다.“전부 다 알려주라고요?”“나태현과 고은지의 거래는 바로 량천옥에게 복수라는 거야.”그러니 지금 고은지에게 알려주지 않으면 최적의 타이밍을 놓치게 되는 것이다.고은지는 지금 량천옥을 죽도록 미워하고 있으니까.하지만 량천옥이 한 짓은 다 고은영에게 복수하려고 한 짓이었다. 그때의 량천옥은 자기의 이익에 눈이 멀어 하면 안 될 짓을 저질렀다.고은영은 나태현과 고은지 사이의 거래를 듣고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나태현 씨가 량천옥 씨에게 복수해 준다는 말이에요?”“응.”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고은영은 머리가 멍해졌다.고은지가 량천옥을 증오한 나머지 나태현과 거래를 하고 량천옥에게 복수하려 한다면 고은영은 이해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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