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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강세윤은 경호원에 의해 VIP룸으로 안내되었다.

가죽 소파에 카리스마가 넘치는 남자가 기대앉아 있었다.

검은 양복에 차가운 눈빛을 한 그는 입을 열지 않아도 몸에 배 있는 왕의 기운으로 모든 것을 압도했다.

독수리처럼 매서운 눈빛이 네 살 된 강세윤에게 향했다.

"허락 없이 뛰쳐나가면 안 된다고 내가 말하지 않았어?"

강세윤은 고집스럽게 등을 꼿꼿이 세우며 말했다. "그냥 구경만 했는데도 안 돼요?"

"안 돼."

강현석의 목소리는 아주 차가웠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얼음으로 변해버릴 것만 같은 냉혹한 시선.

그는 몸을 일으키더니 한 걸음 한 걸음 강세윤을 향해 다가갔다. "밖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너 노리고 있는지 알아? 이렇게 경솔하게 뛰어다니다가 무슨 일을 당하려고!"

"몰라요!"

강세윤은 작은 머리를 휙 돌렸다.

그는 또 방금 만난 여자를 떠올렸다.

'그 여자에 관한 소식을 알아내면, 또 몰래 빠져나가려고 했는데…….'

"현석 씨, 화내지 마세요."

이때, 소파에 앉아 있던 여인이 몸을 일으키고 다가와 부드럽게 말했다.

붉은색 슬림한 롱드레스는 아름다운 그녀의 몸매를 전부 드러냈고 정교한 메이크업은 그녀의 얼굴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여인은 강세윤의 앞에 쪼그리고 앉더니 말했다. "세윤아, 아빠는 세윤이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하셔서 화내는 거야. 이제부터 아빠가 하시는 말씀 잘 듣고 제멋대로 밖으로 뛰쳐나가 놀면 안 돼, 알았지?"

"아니요! 내가 왜 당신의 말을 들어야 하는데요?"

강세윤은 매우 불쾌하게 여인의 손을 휙 쳐냈다.

이 여인은 다름 아닌 도설혜다.

그녀의 손은 허공에서 뻣뻣하게 굳었고 갑자기 두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세윤아, 난 네 엄마야. 근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내가 널 8개월 동안 임신하고 낳느라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데, 제발 엄마한테 그렇게 말하지 말아 줄래……."

"흥!"

강세윤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아직 어려서 8개월 임신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른다.

그러나 그는 자기가 도설혜를 전혀 좋아하지 않고 자기를 엄마라고 자칭하는 이 여인을 매우 싫어한다는 것만은 똑똑히 알고 있었다.

"강세윤, 어서 엄마한테 사과해!"

강현석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일촉즉발의 상황.

강씨 가문의 아이들은 냉담하고 무자비해도 되지만 반드시 연장자를 존경해야 한다.

자기 어머니마저 안중에 없는 사람은 강씨 가문에서 쫓겨나야 함이 마땅했다.

"됐어요, 현석 씨......" 도설혜는 울먹거리며 말했다. "비록 내가 아이들의 엄마지만……. 난 하루도 아이를 키우는 책임을 다한 적이 없어요. 세윤이가 날 몰라주는 것도 당연해요. 아이를 놀라게 하지 마세요."

그녀는 뜸을 들이더니 말을 이었다. "현석 씨, 우리는 부부가 아니에요. 아이들한테 나는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사람인데, 어떻게 아이들이 나를 존경하겠어요? 앞으로 나는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강씨 가문에 자주 나타나지 않겠어요……."

그녀는 가련한 모습으로 눈물을 닦았다.

그녀는 강현석이 자기의 어떤 모습을 불쌍히 여기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고 그에 대응하는 가장 적합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4년 전, 그녀는 아이들을 데리고 강씨 가문에 나타났고, 그 여세를 몰아 강씨 가문의 작은 사모님으로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강현석은 아이만 원했지 그녀와 결혼하려 하지 않았고 갖은 애를 다 써봤지만 그녀는 결국 강씨 가문에 시집가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강씨 가문 작은 도련님의 친어머니라는 신분을 내세워서 강씨 가문에서 한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 4년간의 노력도 보답이 있었으니.

강세윤는 그녀를 전혀 좋아하지 않았지만 큰 도련님 강세훈은 그녀의 말을 아주 잘 들었다.

강세훈은 1년 전에 강씨 가문의 다음 후계자로 지목되었는데, 강세훈만 손에 꽉 쥐고 있으면 반드시 강씨 가문에 들어가 살 수 있을 거라고 그녀는 자신했다.

강세윤에 관해서는…….

그녀를 대하는 강세윤의 태도가 나쁠수록 강현석은 더욱 그녀를 불쌍히 여겼으니.

언젠가 그녀는 강혁석을 자기의 남자로 만들고 말 것이다!

…….

도예나가 두 아이를 데리고 공항을 나서자 차 한 대가 벌써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아가씨, 어서 타세요. 큰 사모님께서 애타게 기다리고 계셔요."

도예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아이들과 함께 차에 올랐다.

차는 서씨 가문의 별장으로 향했다.

서씨 가문은 바로 그녀 어머니의 가문이다. 당시 도씨 그룹이 창립될 수 있었던 건 그녀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직접 나서서 도와줬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도씨 그룹 설립 초기에 그녀의 어머니는 회사 주식 50%를 보유하고 있었고 사망하고 난 뒤로 주식은 그녀의 손으로 넘어왔다. 가문의 절반 되는 주식을 손에 쥐고 도씨 가문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그녀는 18세 성년의 날에 도씨 가문의 후계자로 지목됐었다.

그런데 이튿날, 그녀는 기자들한테 불미스러운 사진을 찍혔고…….

그날 이후, 그녀는 창고 안에 갇힌 채 인생이 완전히 망가져 갔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도설혜의 음모였다.

그해 그녀가 화재 현장에서 탈출한 후, 원래는 서씨 가문에 찾아가 외할머니의 도움을 받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도설혜가 일부러 기자회견을 열어 그녀가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았다고 소문을 퍼뜨렸고 그녀가 죽은 아기를 낳은 후 도씨 가문의 별장에 불을 질러 수백억 원의 손해를 보아 죄를 두려워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발표했다. 그 며칠 그녀는 누리꾼들의 규탄과 비난을 받는 '죽은 사람'으로 되었다.

그녀는 서씨 가문의 외손녀로, 서씨 가문도 똑같이 기자들에게 포위당했었다.

서씨 가문에까지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녀는 바로 이곳을 떠났다.

어쨌든 많은 사람의 눈에 그녀는 이미 죽은 사람이니, 말썽만 많은 이곳을 떠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두 아이를 데리고 4년 동안 해외에서 생활했다.

4년 동안 죽은 듯이…….

그녀는 더 이상 예전의 순진한 천방지축의 도씨 가문의 큰 아가씨가 아니다. 과거의 도예나는 이미 죽었다.

차는 곧 서씨 가문의 집 앞에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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