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가장 정겨운 고백이자 가장 냉철한 거절이었다. 그녀의 삶에는 오직 어린 구준오빠만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의 아내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손가을뿐이다!“신주야.”청룡전존이 전왕들을 데리고 떠날 때까지 관박은 아무 말 없이 동생을 바라보았다. 한참이 지난 후 관박은 혼잣말하듯, 죽은 관원과 말하듯이 입을 열었다.“틀렸어, 우리가 다 틀렸어. 신주가 맞았어.”“북방의 형세가 바뀐 게 아니었어. 북방은 줄곧 그의 것이었어!”관박의 말이 맞았다. 북방의 왕은 한 명밖에 없었다.그게 바로 전신전 전주, 염구준이다!그날 밤, 전신전과 동북 삼성의 순무 고청전이 손을 잡고 3대 가문에서부터 남방 청해까지, 북에서 남으로의 모든 관문을 거쳐 여러 도시의 악세력을 모두 뿌리째 뽑아버렸다.특히 청해시 향산 산기슭은 그야말로 인간 지옥이 되어버렸다.시체가 널려 있고 사람들의 팔다리가 다 부러져 피가 철철 흘러넘쳤다.“하하, 통쾌하구나!”키가 거의 2미터 되는 백호전존의 호랑이 무늬 갑옷도 이미 피로 붉게 물들었다. 그는 머리가 잘려 나간 전일준의 시체를 밟고 있었다. 두 손에 찬 합금의 호랑이 갈퀴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졌다. 백호전존의 몸에서 말이 안 되는 살기가 뿜어져 나왔는데 그야말로 먼 옛날의 절세 맹수 같아 보였다. 형세는 이미 완전히 정해졌다.반 시간도 안 되는 시간, 전일준과 그가 데려온 3명의 최강 종사, 27명의 내진 무인은 모두 백호전존의 손에 죽었다. 용준영과 정경림은 싸울 기회조차 없었다. 전세는 이미 기울었다!백호전존은 당당한 전존이다. 이런 오합지졸보다 실력이 훨씬 뛰어났다!“이, 이분은...”전투가 완전히 끝난 후, 손태석, 진숙영, 손가을과 염희주는 모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을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전씨 가문에서 보낸 사람들인가?”“당신은, 구준의 친구인가? 이번에는 정말 고맙네!”친구?백호전존은 가슴이 움찔했다. 그는 손가을 가족을 향해 허리 굽혀 인사했다.“천만의
손가을이 중얼거리며 멀리 떠나는 전투기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염구준이 점심이면 청해로 돌아온다고?그때면 북방의 혼란도 완전히 진압됐겠지? 당신이 누구든, 나의 남편이고 희주의 아빠면 된다. 아무 일 없이 안전하게 돌아오면 된다!...그날 오전, 북방의 정세는 이미 정해졌다!한씨 가문, 관씨 가문과 염씨 가문은 모두 해방됐다. 장원 밖의 시신과 핏자국도 모두 정리됐다. 소식은 빠르게 북방 전역에 퍼졌다. 삽시간에 큰 파문이 일어났다.전씨 가문이 망했다!10대 일류가문의 수장, 오랜 시간 동안 외부와 관계를 단절한 전장웅이 흑풍조직의 핵심 멤버였고 존주의 대역까지 맡고 있었다. 그는 최강 무성의 실력을 갖췄지만 전신전 손에 죽었다...소식은 거센 파도처럼 북방 각 세력의 민감한 신경을 건드렸다!“3대 가문에서 손씨 그룹과 밀접한 협력관계를 맺는다는 공동성명을 냈다.” “정씨 가문을 대표로 수많은 이류와 삼류가문에서도 주동적으로 손씨 그룹 밑으로 들어가겠다고 공개 성명을 발표했어. 오직 손씨 그룹의 명을 따를 것이라고 태도를 밝혔고!”“가주님들, 더 이상 손씨그룹의 지위를 흔들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졌습니다!”이런 전화, 문자가 북방 각 세력 사이에서 빠르게 퍼졌다. 갈수록 많은 세력의 수령, 가주와 상업연맹이 반 시간 내로 모두 의견을 모았다.북방 시장을 철저하게 개방시키고 손씨 그룹에 타협하겠다. 그리고 암암리에 배치한 가족 무력과 상업 장애들을 모두 제거하고 손씨 그룹의 입주를 열렬히 환영하자!그리고 그날 오전, 여러 개인 별장과 은밀한 장소에서 총 40여 명의 그림자가 몰래 개인 비행기에 탔다. 그들은 모두 다른 도시로 날아갔다.그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아무도 몰랐다. 그들의 심복도 오직 그들 등 중심에 핏빛 단풍 문신이 새겨져있다는 것만 알았다.흑풍조직은 발이 백개인 벌레 같았다. 죽어도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다.그날 점심, 전신전 본부 비행장.“주군!”평상복 차림의 주작전존이 고개를 숙여 문자를 확인
염구준은 멀리 서북 방향을 본 후 다시 주작전존을 향해 웃었다.“이제부터는 네가 북방을 맡아라. 잘 지켜봐. 당분간 다시 돌아오지는 못할 것 같아.”주군이 서북으로 간다...주작전존이 숨을 들이쉬고 염구준을 향해 절을 했다.“주군, 걱정 마십시오. 절대 주군에게 피해가 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쏴!2분 후, 붉은색의 거룡 전투기가 하늘로 솟아오르더니 청해시로 달려갔다. 염구준이 다시 청해로 돌아갔다!...그날 오후 3시, 청해시, 손씨 그룹 본부 빌딩.직원들이 다 모여서 기뻐했다!북방의 전쟁이 끝난 후 손씨 그룹은 북방 시장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2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이는 청해 상업계에서도 절대 없었던 업적이고 청해 상업계의 기적을 창조했다!손가을의 말에 의하면 이렇게 큰 업적을 거둔 것은 어느 한 사람의 공로가 아니라 그룹 전체 직원이 함께 이뤄낸 것이다. 그룹 전체가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한 결과다!“가을 언니!”대표 사무실 밖, 홍천기가 헐떡이며 문을 열었다. 그는 흥분한 채 말했다.“용하국 중남구 은행 총책임자, 청해은행의 은행장 허한이 돈을 들고 왔어. 그것도 현금으로 차 두 대 가득 채웠어!”돈을 들고 왔다고? 게다가 현금으로?책상 뒤에 있던 손가을이 약간 놀란 얼굴을 한 채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의심스럽다는 듯 말했다.“허 은행장이 왜 돈을 들고 와? 우리 지금 현금 필요 없잖아. 자금 유통에도 불편하고...”“어, 그리고 구준 씨 소식은 없어? 전화 연결이 되지 않네.”염 부장? 구준 오빠? 허 은행장이랑 같이 왔어!“가을 언니, 가자, 빨리 가자!”홍천기는 다짜고짜 기쁜 얼굴로 손가을을 데리고 사무실을 나섰다.“구준 오빠가 그러는데 이 돈으로 직원들 보너스 주래. 북방 시장에서 승리를 거뒀으니 직원들을 격려해야 한대!”현금 보너스...손가을은 홍천기를 따라 몇 걸음 달렸다. 그녀는 마음이 움찔하더니 바로 염구준의 뜻을 알아차렸다.손씨 그룹이 빠르게 성장하고 북방 시장에서 빠르게 확장
돌아왔다!나의 좋은 남편, 희주의 좋은 아빠, 손씨 그룹의 정신적 지주, 청해의 무관의 왕, 손씨 가문의 자랑인 그가 돌아왔다!“다들 나를 기다렸구나!”염구준은 웃으며 성큼성큼 손가을 곁으로 다가갔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는 아내를 꼭 품에 안고 소리내어 웃었다.“손씨 그룹의 축하 행사를 시작한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직접 모두 가장 기대하는 것부터 진행합시다.”“직원들에게 보너스부터 나눠줍시다!”손씨 그룹에서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보너스는 다른 보통 기업 직원들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양성하, 양 교수는 ‘북국가인’화장품을 개발해 기업에 크게 이바지했다. 하여 그에게 상금 1000억 원을 지급한다.”“전지봉, 북방지사를 책임지며 여러 차례 좋은 계책을 세웠다. 그는 그룹을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았고 이번 북방의 승리에도 그의 공로가 크다. 하여 그에게 상금 900억 원을 지급한다.”“진종강, 경호원 부부장, 용준영을 협조하여 그룹의 안전을 지켰다. 그는 목숨을 걸고 그룹에 충성했다. 하여 그에게 상금 800억 원을 지급한다.”수십억, 수백억, 천억...허한이 사람을 시켜 끌고 온 차 두 대를 꽉 채운 현금은 빠르게 직원들에게 나눠졌다. 그룹 직원들은 환호했고 현장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염 부장님 만세, 손 대표님 만세, 손씨 그룹 만세!”“어, 저기, 상금 받았으면 그만 자리 비켜, 이제 내 차례야!”“서두르지 말게, 염 부장님이 말씀하셨어. 우리 모두 상금 받을 수 있대...”로비 밖, 직원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누군가는 현금 한 자루를 메고 즐겁게 로비를 나섰다. 또 누군가는 캐리어에 돈을 담고 사람들을 비집고 입구로 걸어갔다.첫 차에 실린 돈이 거의 다 나눠졌을 때...“들여보내 줘, 들여보내달라고!”로비와 멀지 않은 곳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환호 소리 속에 섞인 울부짖음은 유난히 거슬리게 들렸다. 현장의 분위기도 많이 다운됐다.가슴에 신주라는 글자가 찍힌 옷을 입은 마른
“저희가 피땀 흘려 가며 번 돈입니다. 그 돈으로 목숨을 구해야 하는 동료도 많습니다. 사람은 양심이 있어야하지 않습니까? 저희는 광산에서 목숨 걸고 일했습니다. 밥도 배불리 먹지 못하게 하면 안되죠!”뭐라고?염구준은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안색이 바로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는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다들 계속하세요. 계속 보너스를 나눠주세요.”그러고는 손가을의 손을 잡은 채 그 세 남자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이 있어도 나랑 가을이는 당신들에게 미안한 일은 하지 않을 겁니다.”“따라오세요!”그렇게 말하고 염구준은 손가을과 같이 멀지 않은 엘리베이터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약 2분 후, 그룹의 가장 위층, 대표 사무실.“자, 앉으세요.”염구준은 한 번도 자신의 신분을 내세운 적이 없었다. 세 남자의 옷이 더러웠지만 개의치 않았다. 심지어 직접 그들에게 차를 대접하며 상냥하게 말했다.“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말해봐요. 다들 신주그룹의 광부인데 월급을 못 받았다고요?”세 남자는 감히 소파에 앉지 못하고 서로 눈치를 봤다. 그들은 차를 따르는 염구준과 과일을 씻는 손가을을 지켜보다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쿵, 쿵, 쿵!셋 모두 그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아,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빨리 일어나세요!”갑작스럽게 무릎을 꿇어 손가을이 많이 놀랐다. 그녀는 손에 든 과일을 버리고 황급히 앞으로 다가가 사람들을 부축했다.“이러지 않아도 됩니다. 할 말이 있으면 말로 해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나랑 구준 씨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우리는...”손가을의 말이 끝나기도 전, 세 남자는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염 부장님, 대표님. 저희도 다 알아봤어요. 당신들 좋은 사람이에요! 하지만... 저희 월급부터 먼저 주면 안 될까요? 저희 이미 반년동안 월급을 받지 못했어요!”반년동안 월급을 받지 못했다고?염구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세 사람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그리고 그들의 호주머니에 눈빛이 머물렀다.그들의 상의 호주머니는 납작했다
손씨 그룹이 신주그룹을 합병시킨 후부터 내부 지시가 전달되어 모든 산하 기업 부서에서 직원을 우대할 뿐만 아니라, 모든 월급을 20% 인상하고, 즉시 관련 자금을 지불하라고 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서북의 항도광산은 여전히 제멋대로여서 복리대우를 높이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심해졌고 모든 광부들의 연말보너스까지 취소했다. 그리고 월급은 6개월치 지급하지 않고 있었다. 한 달만 더 있으면 구정인데 불쌍한 광부들은 겨울을 나는 따뜻한 복장 한 벌 없이 아직도 1년 전의 여름 복장을 입고 있었다! “우리가 항도광산에서 일한 지도 벌써 5, 6년이 되었어요!” 세 명의 광부 중에 얼굴이 먼지투성이가 된 마른 남자 한 명이 소매를 걷어 올려 수십 개의 멍자국을 드러내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염 부장님, 이것 보세요. 모두 그 공사를 감독하는 사람들이 때린 것입니다. 월급 말만 하면 때려요. 저만 해도 벌써 열 번 넘게 맞았어요.” “이 5, 6년 동안 광산의 월급 지급은 한 번도 제대로 준 적이 없어요. 최근 반년을 포함해서 적어도 10개월은 밀렸어요. 저희도 일을 그만두기 싫어서 계속 여기에 있는 게 아니라 공사 감독들의 세력이 너무 높아 그만두고 싶어도 감히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 중이에요.” “감히 사직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월급도 주지 않고. 가족들이 모두 배를 굶고 있어요. 그래서 신주그룹의 지도자가 바뀌었다는 말을 듣고 몰래 뛰쳐나와 구조를 요청하는 거예요. 염 부장님, 저희는 월급 전액은 바라지도 않아요. 절반만 줘도 괜찮으니 제발…….” 대서북은 염진과 어머니가 처음 만난 곳이었다! 염구준은 주먹을 꽉 쥐고 광부의 팔에 난 상처를 주시하면서 낮은 소리로 물었다. “당신 이름이 뭡니까?” “당신에게 무슨 짓 하지 않을 거니까 겁내지 마요. 다만 당신의 신분을 확인해야 당신이 항도광산의 직원이라는 걸 알 수 있으니까요.” 그러자 광부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무의식적으로 주머니를 만졌다. 하지만 주머니에 다가간 손이 단번에 굳었다.
‘강직, 정직, 벌봉, 사퇴까지? 그게 이렇게 심각한 일이야?’ 광부들은 온몸을 떨며 서로 마주 보며 상대방의 눈 속의 공포를 보았다. ‘일이 커진 것 같은데!’ 그들이 몰래 청해로 온 것은 월급을 받으려고 한 것뿐. 눈앞의 염구준이 하층 직원을 이렇게 중시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 나쁜 놈들에게 처벌까지 내리겠다니. 지금의 항도광산이 손씨 그룹의 휘하에 속하지만, 실제로는 대서북쪽은 청해에서 2000여 리 떨어져 있었다. 그 공사 감독들은 현지에서 세력이 방대하고 모든 책임자가 지분이 있어 서북황제라고 불리기도 한다. 더 무서운 건 항도광산의 책임자인 이엄웅의 배후엔 깡패와 경찰들이 있을 뿐만 아니라, 든든한 뒷배가 있어 예전의 신주그룹도 그를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그런 인물을 염구준이 강직이나 사퇴시킬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불가능한 일인 것 같았다. ‘대표님이 직접 나선다고 해도 가능석이 희박한데, 부장님이 어떡해…’“구준 씨. 나 왔어!” 바로 이때 손가을이 다시 돌아왔는데 뒤에는 트렁크를 들고 있는 두 명의 재무직원이 있었고 또 그 뒤에는 두 명의 배달원이 있었다. 그들은 음식을 들고 대표님 사무실로 들어갔다. 트렁크를 열자 지폐는 가득 차 있었는데, 적어도 4억 원은 되는 것 같았다. 그 안에는 세 벌의 깔끔한 직원 복장과 세 켤레의 작업화도 있었다. 눈앞의 광부들이 모두 너무 말라서 좀 작은 사이즈로 준비했다. “일단 밥 먹고, 그리고 호텔에 가서 샤워하고 하룻밤 쉬고 내일 대서북으로 돌아가요.” 염구준은 두 명의 재무직원과 배달원에게 가라고 손짓한 뒤 부드럽게 말했다. “멍하니 있지 말고 얼른 먹어요.” ‘밥 먹으라고? 이 와중에 월급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어?’ 임영철과 두 광부는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며 지폐를 담은 트렁크를 안고 여러 번 점검한 후에야 염구준과 손가을을 향해 연신 고개를 저었다. “염 부장님, 손 대표님, 돈이 너무 많아요. 저희의 월급은 40만 원 밖에 안 돼요.
“알았어!” ……. 이번에 대서북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았다. 당일 오후, 손가을과 염구준은 향산 로열 저택으로 가서 짐을 싸고 만단의 준비를 했다. 손태석과 진숙영은 직접 푸짐한 만찬을 준비했다. 특히 방금 염구준을 만난 염희주는 엄마 아빠가 출장 간다는 말을 듣고 눈물투성이가 되었다. “희주야, 그만 울어!” 진숙영은 희주를 껴안고 허둥지둥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사위와 딸을 보더니 긴 숨을 내쉬며 말했다. “구준아, 넌 염씨 가문의 아이야. 네가 말하지 않아도 나와 네 아버지는 이 일을 알고 있었어. 염씨 가문의 가주인 염진이 오래전에 우리를 찾아왔었는데 그땐 그냥 네 친척이라며 너와 가을이의 사진을 봤었어. 우리도 나중에야 그 사람이 네 아버지이고 우리의 사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하지만 안타깝게도 너의 어머니는……아이고, 내가 왜 이 얘기를 꺼내가지고. 아무튼 사돈이 젊었을 때 대서북에서 살았다고 하니 가서 확인해 보아도 괜찮은 선택인 것 같아. 청해는 나와 네 장인어른이 돌보고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염구준은 밥 먹는 동작을 잠깐 멈추었다. ‘염진…… 벌써 청해에 왔었구나!’ 잠깐 침묵한 후 염구준은 웃는 얼굴로 손을 들어 희주의 머리를 만지며 반짝이는 눈빛으로 서북쪽을 바라보았다. ‘대서북, 어머니가 살던 곳, 아들이 가요.’ 용하국 대서북 평정시. 이곳은 서북 4개 성의 30여개 지급 시 중의 하나로서 사방 천리가 광야이고 산천과 하류가 밀포되어 있으며 지하와 산간 지대에는 수만억 톤에 달하는 방대한 광산자원이 내포되어 있어 해마다 생산되는 광물이 전국 총생산량의 26%에 달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평정시는 공통적인 호칭이 있었는데 바로 ‘보물단지’였다. 개혁개방 이후 전국, 심지어 국외자본까지 평정시로 몰려들어 크고 작은 광산을 하나 또 하나 세웠고, 20년 전부터 신주그룹도 평정시에 진출하기 시작해 각 가문들과 함께 투자해서 방대한 광업공사 연맹을 맺었다. “월급, 우리의 월
염구준은 주먹으로 용을 내리치면서 적지 않은 에너지를 소진시켰다.쿵!용은 힘이 빠졌는지 더는 난폭하게 굴지 않아, 일단 체내에 흡수시켜 저장하려고 했다.슝!염구준은 엄청난 흡입력을 발산하면서 황금색 용의 기운을 본인의 단전에 흡수시켰다.지금 이 기운을 융합할 시기가 아니었다.“저놈을 죽이면 용의 기운은 우리 몫이 됩니다.”문수찬이 제일 먼저 대검을 들고 공격했다.나머지 네 사람도 뒤처지지 않고 바짝 따랐다.모두 무기를 들고 강력하게 염구준을 공격했다.각 가문의 부하들은 자신이 나서도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멀리서 기운으로 습격했다.스스슥!염구준은 그들이 이렇게 나올 줄 알고 용의 기운을 흡수한 순간, 점프하여 멀리 떨어져 있었다.“포위하세요. 저놈을 놓치면 5대 가문에서 20년 동안 공들인 계획이 물거품이 됩니다.”문수찬은 마치 자신의 물건이 빼앗긴 것처럼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실제로 그는 강도나 다름없었다.애초에 용의 기운을 위해 진씨 가문을 멸망시킨 것이었다.“우리가 막았습니다.”누군가 미리 앞에서 염구준의 앞을 가로막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염구준이 용과 싸우느라 체력을 많이 소모한 이 기회를 노린 것이다.쿵!염구준이 손으로 검결을 펼치자 한 줄기 검기를 발사되며 상대방을 살해했다.이 사람들의 작전은 인정하지만 실력은 여전히 형편없었다.“겁먹지 마세요. 이미 체력이 떨어져서 방금 같은 공격은 더는 할 수 없습니다.”문수찬은 일행을 격려하며 염구준의 체력을 소모시키려고 작정했다.하지만 일행은 그 말을 믿고 목숨을 걸고 돌진했다.동시에 쇄룡산맥에 그림자 하나가 등에 검을 메고 빠른 속도로 지나고 있었다.“호랑이가 평지에 가도 놀림을 당할 수 없는 법이지.”염구준은 왼쪽 주먹을 쥐고 앞을 가로막는 놈들을 가차 없이 살해했다.전신지상 실력이라도 몇 초식도 버티지 못했다.문수찬을 포함한 다섯 반보천인은 걸음을 멈추고 서로 쳐다보았다.지금 염구준은 한창 전의를 불사르고 있어 누구도 먼저 공격하려고 하
문수찬은 재빨리 머리를 굴려 다른 대책을 마련했다.“여러분, 돌아왔으니 우리 작전을 상의합시다.”그가 간사한 웃음을 지으며 상대방을 쳐다봤다.“작전?”4대 가문의 가주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할 뿐, 무슨 작전인지 알지 못했다.전에도 작전에 관해 들은 적이 없었다.“문 영감, 할 말이 있으면 바로 하고 얼버무리지 마.”왕 영감이 툭 까놓고 말했다.“이따가 염구준의 힘이 빠지면 우리 함께 공격해서 그자를 죽이고 용의 기운을 나눕시다. 제가 치밀하게 계획하고 있었어요. 저놈이 함정에 빠지길 기다리고 있어요. 하지만 기밀 유지를 위해서 방금 말하지 않았죠.”문수찬이 전혀 흠을 찾을 수 없게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네 가주와 한 편이 되었다.정말 치밀한 모략이었다.방금 염구준이 용과 싸우다 양쪽 모두 죽는다면 문수찬이 혼자서 용의 기운을 손에 넣고 도망칠 생각이었다.하지만 실패한 이상, 지금 상황에서 네 가문과 연합하여 염구준을 상대해야 했다.어찌 됐든, 여기서 절대 질 수 없었다.용의 기운을 얼마나 가질지 모르겠지만 패배하면 아무도 차려지지 않기 때문이다.“참말로 치밀한 작전이군. 방금은 우리가 오해했어.”왕 영감이 공수하며 말했다.솔직히 문수찬의 말을 믿는 것은 별개의 일이었다.이어서 5대 가문은 주변을 포위하여 염구준과 용이 싸우는 것을 지켜보았다.염구준의 힘이 다하면 전부 공격하여 포위할 작정이었다.그러나 염구준은 진작에 그 작전을 눈치챘다.다시 유인하려면 쉽게 허점이 들어나서 모두의 공격을 받을 것이다.지금 상황은 변했다.다섯 명의 반보천인 고수가 호시탐탐 공격할 기회를 노리니 기습 공격을 대비해야 했다.중요한 순간에 공격해 오면 버틸 수 있을지 아직은 자신이 없었다.염구준은 공격을 피하면서 위성 전화를 꺼내 번호를 눌렀다.주변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의아했다.위험한 상황에서 전화로 유언이라도 남기는 줄 알았다.“초상비, 어디까지 왔어?”염구준이 큰소리로 물었다.“미안, 숲이 어두워서 방금 길을 잃었어.”“아
재난을 당한 문씨 가문은 용의 기운에 휩쓸리기만 하면 사상자가 나타났다.열받은 문수찬은 씩씩거리며 고함을 질렀다.“염구준, 이 개자식아! 후배들을 죽이다니 넌 사람도 아니야!”무술인이 말하는 후배는 실력이 약한 사람을 가리켰다.나이를 따지자면 어떤 무술인은 염구준의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았다.“여우 같은 영감탱이, 나를 함정에 빠트린 대가야. 이제 와서 손해를 보니까 억지를 부리는 건가? 낯짝이 아주 대영보다 더 두껍네.”염구준은 멈추지 않고 계속 문씨 가문을 향해 돌진했다.얼마지나지 않아 20명이 넘던 일행이 5명밖에 남지 않았다.그들은 전부 문수찬 옆에 서 있었다.정말 완벽한 작전이었는데 결국 문씨 가문에서 참담한 피해를 입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예상치 못한 상황이지만 문수찬은 그래도 통제 범위내에 있다고 생각했다.마지막에 용의 기운을 얻는다면 부하들이 다 죽어도 가치가 있다고 여겼다.그때 염구준은 계속 용과 싸우면서 빈틈을 발견했다.용은 머리도 없고 감정도 없어서 공격할 때마다 간격이 일정하고 위력도 점점 약해졌다.하지만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았다.“전력으로 염구준을 공격해라!”상황이 심상치 않자 문수찬은 몇 명밖에 안 되는 정예병에게 명령을 내렸다.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염구준과 용이 함께 죽고 문수찬이 힘을 들이지 않고 용의 기운을 흡수하는 것이었다.하지만 그런 좋은 일은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었다.쿵!문씨 가문에서 힘을 합쳐 염구준을 공격했다.약한 공격은 아니지만 이것으로 염구준을 죽일 생각은 하지 않았다.용이 공격할 때 습격하여 상대방을 죽이려는 속셈이었다.이번에 용을 공격했지만 용의 기운은 크게 소진되지 않았다.무술인이 흡수할 정도로 용의 기운을 약하게 만들려면 균등한 에너지가 필요했다.“멈춰라!”그때 왠지 이용당한 느낌이 들어서 문수찬이 저지시켰다.염구준이 여유있게 용과 싸우는 것을 보고 상대방의 실력이 자신보다 높다는 것을 알아챘다.“공격하지 않으면 내가 할게.”염구준은 뒤에 바짝
시간이 긴박하여 문수찬은 말을 아꼈다.언뜻 들어보면 상대방 수가 많지만 염구준이 더 우위를 차지했다.“그럼 시작합시다. 비열한 수작은 부리지 마세요.”염구준은 몸에 기운을 끌어내면서 한마디 경고했다.용의 기운은 점점 난폭해지면서 땅밑에서 빠르게 올라왔다.그 기운은 엄청 강했다.“크아앙!”포효하는 소리와 함께 황금빛이 나타나더니 강력한 에너지가 땅을 뚫고 나왔다.공포스러운 위압감으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억눌려 움직이지 못했다.전신 경지에 도달한 무술인만 전투에 참여할 자격이 있었다.용은 위천인경 힘을 갖고 있었다.그 기운이 일렁거리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황지열과 청목 존주가 발산하는 기운과 같은 레벨이었다.지금 힘의 강도와 난폭한 정도를 보면 체내에 흡수할 수 없었다.“왔어요.”“크아앙!”용이 낮게 포효하더니 황금색 용으로 변해 염구준에게 돌진했다.기운은 형태가 없는 것인데 여러 형태로 변할 수 있었다.“응?”그때 염구준은 본인만 공격하는 것을 알아챘다.문수찬은 진작에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상대방 계략에 넘어간 것 같았다.“크아앙!”용은 커다란 입을 벌이고 황금빛을 발사했다.바로 체내에서 나오는 에너지였다.염구준은 오른 주먹을 무찌르며 공격을 막았다.바로 그때 용이 공격을 한 후, 몸의 에너지가 조금은 약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에너지가 있는 생물은 종종 목숨을 걸고 싸우기 때문이다.그래서 힘이 덜 드는 방법으로 싸우려고 마음먹었다.천천히 용의 기운을 소모시키고 손아귀에 넣을 생각이었다.이어서 염구준은 선공격하지 않고 피해서 다녔다.용은 강하지만 머리가 아둔했다.진씨 가문 고택의 광장에서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는데 염구준의 개인쇼가 되어버렸다.문수찬이 뒤로 물러서니 부하들도 나서지 않고 구경만 했다.그 모습은 어부지리를 챙기겠다는 뜻이었다.쿵!염구준은 위로 번쩍 뛰며 용의 맹렬한 공격을 피했다.용의 기운에 함유한 에너지가 너무 방대하여 짧은 시간에 소진하기 어려웠다.만약 전력으로 맞선다면 더
고요한 밤, 갑자기 굉장한 소리가 정적을 깼다.“보물이 나타났어. 저택 남쪽 방향이야.”멀리서 천둥이 치는 소리가 모든 사람들의 신경을 자극했다.각 가문의 책임자들이 문수찬을 돌아봤다.염구준은 상대방의 유인 작전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아챘다.하지만 5대 가문에서 남은 4대 가문은 버럭 화를 내며 따졌다.“문수찬, 우리를 속였어? 보물을 찾으면 균등하게 나눈다고 했잖아.”“문씨 가문이 이렇게 처사하는 것은 공공의 적이 되겠다는 것인가?”“왕 영감, 가지 마.”방금까지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가 누가 돌진하자 4대 은세가문에서 전부 뒤를 따라갔다.남은 사람은 문씨 가문밖에 없었다.문수찬 계획대로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그는 염구준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염 선생님, 우리 약속을 지켰으니 이제 시작하세요.”“알았어요. 열쇠는 어디 있어요?”염구준이 가운데로 가면서 물었다.“바로 저기 있습니다.”문수찬이 일장을 날려 청석판을 부수자 네모난 구멍이 나타났다.잘도 숨겨 놓았다.염구준이 앞으로 다가가 석판을 구멍에 정확하게 집어넣었다.끼이익!하지만 거슬리는 소리가 날 뿐,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분위기가 갑자기 어색해졌다.염구준은 물론 문수찬마저도 어리둥절했다.“문 장로님, 이게 무슨 상황인지 설명해 주세요.”염구준이 나지막하게 물었다.지금 상황을 보면 왠지 놀림을 당한 느낌이 들었다.“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보가 틀릴 리는 없어요. 석판도 진짜여서 이럴 리가 없어요.”문수찬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지 못했다.엄청 많은 힘을 소모하고 4대 가문에게 밉보이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런 성과가 없으니 마음이 괴로웠다.그 표정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염구준은 어쩔 수 없이 스스로 방법을 찾기로 했다.이번에 석판을 뒤집어서 넣자 홈에 완벽하게 들어맞았다.“드르륵!”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바닥이 진동하면서 광장 가운데가 열리기 시작했다.이 석판 아래는 토지층이라 지하 공간도 없었다.모두 이 기관의 용도
간단명료한 말이었다.상대방의 목표는 염구준의 손에 있는 석판이었다.“열쇠요?”얼떨결에 찾은 석판을 연구하려고 가져왔는데 보물을 여는 열쇠라니 참 흥미로웠다.문수찬이 말하지 않았다면 열쇠 구멍이 어디에 있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그렇군요. 내게 열쇠가 있으니 보물은 내가 가지면 되겠네요.”염구준이 조롱하듯 말했다.“장난하지 마세요. 우리 5대 가문에서 오랫동안 이곳을 지킨 것은 보물을 위해서예요. 이렇게 쉽게 포기하지 않습니다. 만약 염 선생이 열쇠를 내준다면 후한 사례금을 드릴게요.”문수찬은 공수하면서 공손하게 말했다.그의 눈은 석판에서 떠나지 않았다.염구준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여기 온 목적은 거록 존주를 끌어내기 위함이지 진씨 가문의 보물을 찾는 것은 아니었다.“안 될 것도 없습니다. 거록 존주를 넘기면 석판을 줄게요. 일대일 교환 공평하게요.”문수찬은 고개를 저으며 내놓으려 하지 않았다.“그렇다면 더는 말할 필요가 없네요.”염구준은 석판을 뽑고 떠나려 했다.대놓고 밀당을 하자는 것이었다.실은 문수찬의 정보가 너무 적어서 유혹의 한계가 있었다.“염 선생, 잠시만요. 저한테 방법이 있습니다.”문수찬은 솔직해지기로 했다.“말을 끊지 말고 확실하게 말하세요.”염구준은 발걸음을 멈추고 속으로 기뻐했다.이 기회에 거록 존주에 대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캐낼 것이다.“이따가 네 사람을 따돌릴 테니 보물을 얻으면 절반씩 나눕시다. 이러면 빼앗지 않아도 되잖아요. 어차피 석판이 열쇠라는 사실은 저들도 몰라요. 어떻습니까?”문수찬이 씨익 웃었다.말은 그렇게 하지만 속으로 무슨 꿍꿍이인지 알 수 없었다.“좋습니다. 거록의 모든 것을 말하면 협력하죠.”염구준이 통쾌하게 대답했다.두 사람이 협력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각자 원하는 것이 있었다.누가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는지는 실력에 달려 있으니까.“좋아요. 알고 있는 것을 전부 말할게요.”문수찬은 얘기가 잘 진행되어서 속으로 기쁘기 그지없었다.그는 거록 존주에
일행이 앉아서 간식을 먹을 때 대영이 주춤거리며 말을 걸었다.“방금 듣자니 여기 보물이 있다면서요?”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염구준에게 쏠렸다.정말 보물이 있는지 궁금했다.“보물이 있어. 게다가 돈으로 값을 매길 수 없는 정도야.”염구준은 살짝 정보를 흘리고 화제를 바꾸며 엄숙하게 쳐다보았다.“보물은 좋은 물건이지만 너희들과 관련 없는 물건이야. 오늘은 얌전히 여기 있어. 내일 아침에 너희는 숲에서 나갈 수 있어.”오늘 저녁에 보물을 찾지 못해도 이곳을 떠날 것이다.세상에 강요할 수 없는 물건도 있었다.“그 보물, 대체 어떤 물건이길래 돈으로 값을 매길 수 없어요?”대영이 흥분하며 계속 질문했다.결국 거절을 당하고 말았다.염구준은 힐끗 노려보며 짜증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말이 많아. 더 처 맞고 싶어?”염구준의 기분이 심상치 않자 대영은 고개를 숙이고 간식만 먹었다.숲에 들어와서부터 대영은 대단한 사람들만 만났다.그들은 쩍하면 주먹다짐을 해서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간식을 다 먹은 염구준은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었다.곁에서 혹시나 방해될까 봐 작은 소리로 대화를 나누었다.시간이 계속 흐르고 이연 일행은 계속 태양만 쳐다보았다.빨리 해가 져서 내일 아침이 오기를 바랬다.지금 상황을 보면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지 모험 같은 것은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슈우웅!조용한 분위기에 갑작스러운 소리가 귀를 찢었다.염구준이 번쩍 눈을 뜨더니 손을 들어 화살을 받았다.거기에 쪽지가 달려 있었다.쪽지를 열어 보니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석판을 갖고 따라오세요. 상의할 것이 있습니다.”먼 곳에서 한 그림자가 지켜보는 것을 이미 눈치챘었다.‘근데 돌은 왜 달라고 하는 거야?’염구준은 천천히 일어섰다이해되지 않았지만 이연 일행에게 당부했다.“잠깐 볼일이 있어. 너희들이 말썽을 피우지 않으면 방금 무술인들도 난처하게 굴지 않을 거야.”염구준은 말을 마치고 석판을 메고 그림자에게 돌진했다.방금
말이 통하지 않자 분위기가 썰렁해졌다.“이봐요. 당신이 비록 반보천인 고수지만 우리도 다섯 반보천인이 있어요. 그러니까 잘 생각해 보고 말하세요.”문수찬과 나머지 넷은 갑자기 체내의 기운을 폭증시켰다.대놓고 시위하는 것이었다.5대 은세가문이 연합하면 최고 가문은 아니더라도 실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다섯 명이 합치면 싸울만하겠네요. 하지만 그 전에 애들을 풀어주시죠.”상대방의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조금 진지한 태도로 이연 일행을 가리켰다.정말 재수없는 아이들이었다.다른 무술인들이 들어오자마자 잡혔으니 말이다.하지만 얼마나 건방진 말투인가.5대 가문은 분위기가 조금 이상했다.만약 모두의 실력이 상당했다면 진작에 맞섰을 것이다.문수찬은 반응이 이상하자 본인도 당황해하며 먼저 들어온 두 부하를 쳐다봤다.“저 녀석이 누군지 확실히 알아냈어?”문호는 재빨리 앞으로 다가가 대답했다.“아니요. 저희는 이름이 염구준이란 것만 알아냈습니다.”“염구준!”다섯 반보천인 고수는 그 이름을 듣고 속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들은 안색을 굳히며 서로를 마주보았다.염구준을 본 적은 없지만 강호에서 관련된 전설은 많이 들었었다.그래도 5 대 1이라면 어느 정도 승산이 있었다.하지만 상대방은 반보천인 고수를 죽일 수 있는 실력이 있으니 누구도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뭐하는 거냐? 풀어줘!”문수찬이 부하에게 지시하며 후퇴하기로 결정했다.진씨 가문의 보물에 관한 정보는 몇몇 가문에서 다 알고 있지만 매달 보름에 이곳에 왔어도 쥐뿔도 건진 것이 없었다.허무맹랑한 물건 때문에 한 고수에게 찍힌다면 현명하지 못한 처사나 다름없다.네 명의 반보천인 고수도 별다른 말이 없어서 묵인한 것으로 쳤다.그래도 다들 호흡이 잘 맞았다.드디어 풀려난 이연 일행은 빠른 걸음으로 염구준의 곁으로 가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대영은 아침에 겨우 가라앉은 멍이 또 생겼다.생각하지 않아도 싸가지없는 주둥아리 때문에 또 얻어터진 것 같았다.“저들이 널 때리지 않았
염구준이 돌아서면서 여광으로 벽에 새겨진 은은한 도안을 보았다.오랜 세월이 흘러 도안이 희미해졌기에 눈이 밝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았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자세히 보이지 않지만 윤곽으로 보아 아마도 몸을 들어올린 용의 모습 같았다.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용이 진씨 가문의 토템이었다.쿵, 쿵!염구준이 석벽을 가볍게 쳤다.소리만 들어도 반대편에 공간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솔직히, 각 가문에서 이곳을 점령했으니 모든 땅을 조사했을 것이다.그때 한 방법이 떠올랐다.염구준은 기운을 손가락에 모아 도안 옆으로 천천히 석벽을 뚫고 들어갔다.쌍벽이라니 정말 이상했다.두 층의 벽이 단단히 붙어 있어서 열지 않으면 아예 발견할 수 없었다.그는 천천히 힘을 주어 위쪽 벽을 제거하고 다음 석벽의 정보를 보았다.“보름이면 보물인 용이 나타난다. 석 중에 나타날 것이다.”앞에 말은 들었지만 뒤에 말은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대략 생각해 보면 몇몇 가문에서 곧 도착할 것 같으니 여기서 머물면 안 되었다.그는 석벽을 깨끗하게 제거하고는 어깨에 메고 밖으로 가져갔다.진씨 가문의 저택에 각 세력들이 모여 이미 이연 일행을 체포했다.그리고 기절했던 전신경 고수 두 명도 정신을 차리고 팀으로 돌아갔다.“문호, 문주. 너희 둘 살아 있었으면서 왜 보고하러 오지 않았어?”문수찬이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질문했다.“대장로님, 저희 고수를 만나서 보고하러 갈 기회가 없었습니다.”문호는 설명하면서 책임을 회피했다.임무를 실패하면 돌아가서 엄벌을 받기 때문이다.“고수? 은세가문이 있는데 얼마나 강하다고 그러냐? 남을 추켜세워서 자신의 기세를 꺽지 말아라.”문수찬과 적대 관계인 누군가가 문씨 가문이 실패한 것을 꼬투리 삼아 공격했다.“왕 영감, 이상한 소리 하지 마세요. 불만이 있으면 이 자리에서 해결합시다.”오는 내내 잘 참다가 결국은 폭발하고야 말았다.문수찬이 버럭 화를 내자 누구도 건드리지 않았다.터벅터벅!분위기가 썰렁할 때 한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