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서윤은 아름다운 눈을 깜빡이면서 윤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윤구주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바보! 내가 바로 구주왕인데 내가 왜 그를 숭배하겠어?’그러나 윤구주는 당연히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비행기는 국경선을 지나 정식으로 부성국의 상공에 진입했다.같은 시각, 부성국의 큰 국제공항. 십여 대의 차가 공항 입구에 멈춰 섰고, 공항 직원들은 그들에게 다가가서 물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차 문이 열리면서 카타나를 들고 신사 옷을 입은 사람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차에서 줄줄이 내렸다.그들은 기타가와 신사의 사람들이었다.“호쿠사이 사형, 저희 도착했습니다.”건장한 체격의 사무라이가 얼굴에 흉터가 있는 남자를 향해 말했다.그 남자의 이름은 호쿠사이였다.그는 귀무인과 다카야처럼 류이치의 제자였다.호쿠사이는 그 말을 듣더니 차갑게 물었다.“노아 씨가 보낸 문자라고 확신하는 거야?”“네, 확실합니다. 노아 씨는 지금 비행기를 타고 화진에서 날아오고 있습니다. 이제 곧 착륙할 겁니다.”건장한 남자가 말했다.“좋아! 내 명령을 전해. 공항을 정리하고 지금부터 관련 없는 자는 아무도 들여보내지 마. 제멋대로 들어오는 사람은 전부 죽인다!”호쿠사이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고 건장한 부하는 곧바로 대답했다.“네!”그는 곧 부하 수십 명을 데리고 공항을 정리하기 시작했다호쿠사이는 싸늘한 눈동자로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노아 씨, 죄송합니다.”시간은 1분 1초 흘렀고, 그렇게 30분 뒤 비행기가 부성국 공항에 착륙했다.“드디어 도착했네!”여행 온 반서윤은 기지개를 켜면서 말했다.“이제 우리 비행기에서 내릴 건데 이름이 뭐예요?”반서윤은 비행이 너무 짧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윤구주와 조금 더 대화를 나누고 싶었는데 말이다.윤구주가 말했다.“윤구주라고 해요.”“아아, 윤구주 씨였군요. 강성으로 돌아가면 밥 사드릴게요!”반서윤은 웃으며 말했다.잠시 뒤 비행기가 무사히 착륙했고 사람들은 비행기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윤구주는 반서윤에게 자신의 번호를 알려주었다.반서윤은 무척 기뻤다.그녀는 윤구주를 향해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잊지 말아요. 강성으로 돌아가면 제가 밥 사드릴게요!”반서윤과 장윤형이 앞으로 걸어갈 때, 갑자기 카타나를 든 검은색 옷의 사무라이들이 로비로 우르르 나왔다.그들은 표정이 아주 험악했고 손에는 날카로운 카타나를 들고 있었다.그들이 나타나자 반서윤과 그녀의 곁에 있던 장윤형은 안색이 돌변했다.주위에 있던 많은 여행객도 전부 당황했다.오직 윤구주만이 평온한 얼굴로 미소를 띤 채 그곳에 서 있을 뿐이었다.“세상에, 저 사람들 뭐지? 왜 칼을 들고 있지?”반서윤이 두려워하면서 말했다.그녀는 부성국의 깡패들이 아주 난폭하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믿지는 않았었다.그런데 갑자기 카타나를 든 검은 옷의 사무라이들이 공항 로비에 몰려들자 곧바로 덜컥 겁이 났다.그런데 검은 옷의 사무라이들은 모습을 드러낸 뒤 일제히 노아를 향해 말했다.“귀국을 축하드립니다, 노아 아가씨!”그 말에 바서윤과 장윤형은 넋이 나갔다.그들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노아를 바라보며 생각했다.‘저... 저 여자 부성국의 아가씨였어? 윤구주 씨의 노예가 아니라?’그들이 그렇게 외치자 노아는 앞으로 나서며 싸늘한 시선으로 그들을 둘러보았다.“누가 날 데리러 오라고 한 거야? 내가 알아서 돌아갈 거라고 했을 텐데.”호쿠사이가 앞으로 나섰다.“야나가와 노아 씨, 스승님께서 보내셨습니다. 노아 씨, 저희와 함께 바로 집으로 돌아가시죠!”“아버지가요?”노아는 그 말을 듣더니 표정이 어두워졌다.“아버지에게 알려주세요. 아직은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요.”노아는 우선 자신의 체내에 있는 악귀 분신에 관한 일부터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직은 아버지를 보고 싶지 않았다.어쩌면 그녀의 체내에 있던 악귀 분신을 넣은 사람이 아버지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그런데 호쿠사이가 말했다.“노아 씨, 가주님께서 오늘 반드시 돌아가셔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희를 난처하게 하
윤구주가 기타가와 신사의 제자를 단숨에 두 명이나 죽이자 호쿠사이의 싸늘한 시선이 윤구주에게로 향했다.“젠장, 너 화진 사람이야?”윤구주는 차갑게 웃으면서 말했다.“그래도 보는 눈은 있네.”“빌어먹을 화진 놈, 감히 우리 부성국에 와서 난동을 부려? 죽으려고!”기타가와 신사의 3대 제자 중 한 명인 호쿠사이는 비록 귀무인이나 다카야만큼 실력이 강하지는 않지만 종합적인 실력이 대가 수준이었다.이때 그는 분노에 찬 고함을 지르면서 카타나를 들고 윤구주를 공격했다.윤구주는 그가 카타나를 휘두르는 걸 보지도 않고 오른손을 움직였다. 그 순간 강기가 호쿠사이의 공격에 닿았다.쿵 소리와 함께 호쿠사이는 입에서 피를 흘리면서 충격 때문에 연신 뒷걸음질 쳤다.그는 공격 한 방에 상처를 입었다.이러한 광경에 가타가와 신사의 제자들은 전부 넋이 나갔다. 아무도 윤구주가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호쿠사이는 입가에 피를 흘리면서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대검사인 호쿠사이는 부성국의 일류 고수였다.그러나 화진의 윤구주 앞에서는 쪽도 쓰지 못했다.“아니, 말도 안 돼!”분노에 찬 고함과 함께 호쿠사이는 펄쩍 뛰어올랐다.“낙영참!”그가 들고 있던 카타나가 움직였다. 그가 뛰어오르는 순간, 그의 몸은 두 개의 허상을 이루었다.두 허상은 아주 빠르게 움직였다. 그것들은 나타나자마자 아주 까다로운 각도에서 윤구주를 공격했다.“흥! 당신 따위가 감히 나랑 싸우려고 해?”윤구주는 다시금 팔을 움직였고, 어마어마한 강기가 모여서 주먹이 되었다. 그 주먹은 나타나자마자 호쿠사이의 두 허상을 공격했다.펑!폭발음과 비슷한 소리가 들려왔고, 기타가와 신사의 세 번째 제자인 호쿠사이는 윤구주에게 맞아서 날아갔다.그는 코와 입에서 피를 줄줄 흘리면서 수십 미터 밖으로 날아간 뒤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넌 누구야... 감히 우리 기타가와 신사를 적으로 돌려?”호쿠사이는 입에 피를 가득 머금은 채로 눈을 부릅뜨고 겁에 질린 표정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호쿠사이가 분노에 찬 고함을 지르자 수십 명의 검은 옷을 입은 사무라이들이 일제히 카타나를 들고 윤구주를 향해 달려들었다.“죽고 싶어? 그렇다면 내가 그 꿈을 이뤄주지!”윤구주는 부성국 사람의 목숨 따위 개의치 않았다.10개국 간의 전쟁에서 윤구주는 부성국의 60만 명에 달하는 병사들을 도륙했었다. 그야말로 시체가 산처럼 쌓이고 피가 강을 이룰 정도였다.그러니 지금은 말할 것도 없었다.손가락을 움직이자 금빛 현기가 긴 칼이 되었고, 긴 칼이 지나가는 곳마다 비명이 터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십여 명의 검은 옷을 입은 사무라이들이 달려들어서 윤구주의 몸을 반으로 갈랐다.잘게 다져진 살과 피가 공항 로비를 순식간에 빨갛게 물들였다.몇 초 사이, 수십 명 되는 기타가와 신사의 제자들이 전부 살해당해서 피바다 위에 쓰러졌다.그 광경에 부성국에 여행을 온 반서윤과 장윤형 두 사람은 겁을 먹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특히 장윤형은 큰 충격을 받았다.그는 윤구주가 잘난 얼굴을 믿고 그가 1년 넘게 짝사랑해 온 반서윤을 꼬시려 한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윤구주에게 모욕을 주기까지 했다. 그런데 지금 떠올려 보니 등골이 오싹해서 오줌까지 지렸다.윤구주는 기타가와 신사의 사무라이들을 눈 깜짝할 사이에 죽이더니, 피범벅이 된 얼굴로 반쯤 넋이 나간 호쿠사이를 덤덤하게 바라보았다.“아직도 날 죽이고 싶어?”호쿠사이는 목에 뭔가 걸린 것처럼 입을 뻐끔거리면서 말했다.“난... 난...”그러나 그가 말을 더 뱉기도 전에 윤구주는 오른손을 움직였다. 그렇게 기타가와 신사의 마지막 제자는 머리가 터져 그 자리에서 죽었다.사람들을 전부 죽인 뒤 윤구주는 그제야 고개를 돌려 노아를 바라보았다.“가자고. 이젠 당신 아버지를 찾아가야지.”노아는 씁쓸한 기분으로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들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윤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지금 바로 우리 기타가와 신사로 가려고요?”“그렇지 않으면?”윤구주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하지만 우리 기타가와 신사는 제
그리고 윤구주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많은 부성국의 사무라이들을 죽였는지도 몰랐다.그녀는 윤구주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녀는 용기를 내어 말했다.“알겠어요. 윤구주 씨 말대로 할게요. 윤구주 씨도 꼭 무사해야 해요!”윤구주는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 인연이 닿으면 또 봐요.”말을 마친 뒤 윤구주는 몸을 돌려 떠났고, 반서윤은 혼자 텅 빈 공항 로비에 서서 넋을 놓고 있었다....부성국 라쿠츠 섬.라쿠츠 섬은 크지 않았다.부성국에 라쿠츠 섬과 같은 곳은 수천 개쯤 될 것이다.그리고 라쿠츠 섬에는 주민이 수만 명쯤 있었다.그리고 라쿠츠 섬의 가장 큰 신사가 바로 기타가와 신사였다.수백 년의 전통이 있는 기타가와 신사는 문도들이 아주 많았고 제자만 해도 수천 명에 달했다.부성국 사람들은 무도를 숭상했고 어떤 아이들은 2, 3살 때부터 검도를 배웠다.라쿠츠 섬에서는 모든 이들이 무술을, 검도를 배웠다.같은 시각.기타가와 신사의 음산한 대전 안, 한 부하가 창백한 얼굴로 밖에서 달려왔다.“큰일이에요. 큰일 났어요!”그 부하는 외치면서 대전 쪽으로 달려왔다.대전 중앙에는 기타가와 신사의 대검사 30여 명이 앉아 있었다.가장 앞에 있는 사람이 바로 기타가와 신사의 현재 가주 야나가와 류이치였다.그 부하가 큰 목청으로 외치며 들어오자 류이치는 음산한 얼굴로 말했다.“이 자식, 무슨 일인데 그렇게 헐레벌떡 뛰어오는 것이냐?”“가주님, 조금 전 공항 쪽에서 소식을 전해 왔는데... 호쿠사이 사형... 호쿠사이 사형과 함께 간 이들이 전부 살해당했다고 합니다.”부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뭐라고?’그 말에 대전 안의 사람들은 전부 깜짝 놀랐다.야나가와 류이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얼굴을 사정없이 일그러뜨렸다.“뭔 헛소리를 하는 거야?”부하는 단단히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제 말은 전부 사실입니다. 믿기지 않으신다면 TV를 틀어서 뉴스를 보세요!”제자가 그렇게 말하자 한
“네, 가주님! 게다가 그 화진 사람이 노아 씨와 함께 있었다고 합니다!”그 부하는 계속해 말했다.그 말을 들은 류이치는 표정이 완전히 일그러졌다.“그럴 리가요.”“노아 씨가 왜 화진 사람과 같이 있단 말입니까? 게다가 호쿠사이를 죽이다뇨.”회색 망토를 입은 대검사가 참지 못하고 의문을 표했다.“맞아요. 노아 씨는 다카야와 함께 있는 것 아니었습니까? 왜 화진 사람을 데리고 온 거죠?”다른 대검사가 말했다.대검사들이 의문을 드러내자 류이치의 표정이 점점 더 안 좋아졌다.그는 이미 이상함을 눈치챘다.예전에 그는 무사시를 죽인 놈을 조사하기 위해 노아와 다카야를 화진에 보낸 적이 있었다.그런데 노아, 다카야와 갑자기 연락이 끊겼고, 노아의 몸에 기생해 있던 주인의 분신이 소멸당했다.그런데 갑자기 화진 사람 한 명이 나타나다니.그는 호쿠사이와 수십 명의 기타가와 제자를 죽였을 뿐만 아니라 부성국에 찾아오기까지 했다.설마 이 모든 짓을 한 사람이 그 화진 사람인 걸까?류이치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얼굴이 더 일그러졌다.“보고드립니다!”이때 또 다른 부하가 밖에서 달려왔다.“무슨 일이냐?”부하가 보고하러 오자 류이치는 화가 난 목소리로 물었다.“가주님, 저희가 심어둔 사람이 전해준 소식에 따르면 노아 아가씨가... 아가씨가...”“노아가 왜?”류이치가 사납게 물었다.“지금 요트를 타고 라쿠츠 섬으로 오고 있답니다. 그리고 노아 씨 곁에 화진 사람 한 명이 있다고 합니다.”부하가 말했다.그 말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 일제히 일어났다.노아가 자발적으로 돌아오다니, 그것도 화진 사람과 함께!이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답은 분명했다.30분 전쯤, 공항에서 호쿠사이와 수십 명의 기타가와 사무라이들을 죽인 뒤 갑자기 기타가와 신사로 찾아오다니.설마 혼자서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기타가와 신사와 싸우려는 걸까?이건 도발이 분명했다.“간이 배 밖으로 나온 화진 놈이군. 몇 명이나 데리고 온 거야?”류이치가 화가 난 목소리
노아는 오랫동안 고민한 뒤 용기를 내어 물었다.윤구주가 말했다.“날 걱정하는 거야?”노아는 침묵했다.“나 말고 너희 기타가와 신사를 걱정해. 오늘이 지나면 기타가와 신사는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될 테니 말이야.”윤구주가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말을 들은 노아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윤구주는 수백 년의 역사가 있는 기타가와 신사를 없애버리겠다고 했다.기타가와 신사는 제자만 해도 수천 명이고 대검사도 백여 명 가까이 있었으며 심지어 그녀의 아버지도 있었다.대체 얼마나 간덩이가 부어야 이런 건방진 말을 할 수 있는 걸까?비록 그렇게 생각했지만 노아는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다.곧 요트는 라쿠츠 섬에 도착했다.두 사람이 라쿠츠 섬에 발을 딛자마자 곧바로 검은색 옷을 입은 사무라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다들 카타나를 들고 있었고 눈빛도 살벌했다.그들은 섬에 도착한 노아와 윤구주를 순식간에 에워쌌다.대충 봐도 백 명은 넘을 듯했다.그들 중에서 가장 앞에 서 있는 남자는 몸이 건장하고 눈이 세모꼴이었다.그는 기타가와 신사의 나가타 겐이치였다.예전이었다면 나가타 겐이치 같은 보잘것없는 인물은 노아 같은 신분의 사람과 대화할 자격조차 없었다.노아는 그를 보고 앞으로 나섰다.“나가타 겐이치, 아버지께 전해줘. 급히 아버지를 만나 뵈어야겠어.”그러나 노아가 말을 마치자마자 나가타 겐이치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노아 씨, 죄송하지만 가주님께서는 노아 씨가 화진 놈과 결탁하여 우리 기타가와 신사의 배신자가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눈치가 있으면 얌전히 따라오시죠. 그리고 우리는 이 화진 놈을 죽일 겁니다. 우리 말에 얌전히 따르지 않는다면 우리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이놈! 난 기타가와 신사의 아가씨야. 감히 나한테 말대꾸를 해? 우리 아버지가 네 두 손과 네 두 발을 자르고 네 혀까지 자를 수도 있어!”노아는 나가타 겐이치가 건방지게 굴자 참지 못하고 화를 내며 말했다.그러나 나가타 겐이치는 전혀 두려워
윤구주는 피식 웃더니 달려드는 부성국 사무라이들을 보고 말했다.“10개국 간의 전쟁에서 난 부성국을 굴복시킨 적이 있어. 오늘 또 한 번 눌러주지!”말을 마친 뒤 그는 기타를 치듯 두 손을 움직였고 지현들이 잇달아 쏘아졌다.윤구주의 지현은 순도 높은 현기로 응화된 것이라 총알보다 더 빨라서 철판도 꿰뚫을 수 있었다.눈앞의 부성국 사무라이들은 다 평범한 몸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윤구주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아아아!”처참한 비명이 연신 터졌다.지현이 지나간 곳마다 앓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윤구주의 지현으로 인해 사람들이 줄줄이 죽었고 참혹한 모습의 시체들이 하나둘 쌓여갔다.그러나 이곳은 기타가와 신사였다.죽이라는 외침과 함께 사방팔방에서 사무라이들이 끝도 없이 몰려들었다.처음에는 100명이었다가 곧 3, 400명이 되었고 잠시 뒤 수가 더 많아져서 1,000명쯤 되었다.가장 두려운 건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끝도 없이 그곳으로 질주하고 있다는 점이었다.그곳은 이미 전쟁터로 변해 있었다.게다가 그중에는 기타가와 신사의 사무라이들뿐만 아니라 곤봉과 목검을 든 라쿠츠 섬의 주민들도 있었다.라쿠츠 섬에서 기타가와 신사는 이곳 원주민들의 신앙이었다.그래서 기타가와 신사의 사무라이들이 나설 때 섬의 원주민들도 하나둘씩 달려들어 그들을 도왔다.끊임없이 많아지는 사람들을 본 노아는 절망했다.그녀는 윤구주가 아무리 강해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미친 듯이 공격하는 걸 전부 막을 수는 없을 거라고 예상했다.하지만 그녀는 틀렸다.그녀는 윤구주가 어떤 사람인지, 그들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사람을 건드렸는지 알지 못했다.쿵!그 소리와 함께 금빛의 칼이 갑자기 나타났다.그 칼은 현기로 응화되어 만들어진, 아주 긴 칼이었다.금빛 칼이 나타나는 순간, 윤구주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검은 옷의 사무라이들에게 칼을 휘둘렀고 그 순간 사람들의 몸이 전부 분해되어 바닥에 떨어졌다.피가 분수처럼 뿜어졌고 시체들은 멀리 날아갔다.“죽여!”
요염한 여자는 윤구주가 검으로 자신의 주사기법을 파괴할 줄은 몰랐는지 눈에 띄게 당황하면서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단번에 제 주사기법을 파괴하다니, 실력이 정말 엄청나네요! 그러면 이번에도 한 번 막아봐요!”요염한 여자는 두 손을 움직였다. 곧 그녀의 미간에 있는 기호는 점점 더 반짝이기 시작했고 그녀의 몸 주변을 둘러싼 핑크색 기운도 점점 짙어졌다.그녀는 손을 움직였고 그 순간 검은색의 사슬이 나타났다.그 사슬은 아주 강렬한 살기 파동을 뿜어댔는데 나타나자마자 음기가 물씬 느껴졌다.“멋진 오빠, 조심해요!”요염한 여자는 매력적인 미소를 짓더니 손목을 움직였다. 검은색 사슬을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윤구주를 향해 날아들었다.눈보라 속에 서 있는 윤구주는 덤덤한 표정으로 꿈쩍하지 않았다.촤라락!살기가 넘실대는 사슬이 윤구주를 묶었다.“너무 방심한 거 아닌가요? 제 거혼사슬에 묶인다면 3품 절정 강자라고 해도 벗어날 수 없거든요!”요염한 여자는 사슬로 윤구주를 옭아맨 뒤 키득거리며 웃었다.옆에 있던 박천후는 요염한 여자가 사슬로 윤구주를 옭아매는 걸 보고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여자를 공격하려고 했다.“바보야, 뭘 하려는 거야?”염수천이 박천후를 말렸다.“뭘 하긴? 저하를 도와야지!”박천후가 대답했다.염수천은 코를 킁킁거리면서 말했다.“멍청하긴. 넌 가만히 있어. 저하가 어떤 분이신데? 네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하지만...”“하지만은 무슨 하지만이야! 넌 그냥 얌전히 있어!”염수천은 욕을 한 뒤 박천후를 무시했다.다른 한편, 요염한 여자는 거혼사슬로 윤구주를 속박한 뒤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러면 이제 순순히 따라오도록 해요. 그렇지 않으면 정말 공격할 거니까요.”거혼사슬에 묶인 윤구주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겨우 이딴 걸로 날 잡으려고?”“흥, 말로 해서는 안 되겠네요! 이젠 절 탓하지 말아요!”요염한 여자는 표정이 차가워지더니 손을 움직여 수인을 맺어 거혼사슬을 가리켰다.“금법, 개시!”촤악!
윤구주는 덤덤하게 말했지만 그 내용은 놀라웠다.화진의 6대종문 중 하나인 칠수방이라니!윤구주가 칠수방을 언급하자 박천후와 염수천의 안색이 순식간에 달라졌다.화진은 무공으로 나라를 세웠다.무도의 3대 서열은 화진에서 오랫동안 전승되었는데 3대 서열은 각기 문벌, 세가, 가장 강력한 종문이었다. 전에 윤구주는 서울에서 문벌과 세가를 처단했고 종문의 자제는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소문에 따르면 종문의 자제들은 아주 엄격한 규칙을 따라야 했기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아주 드물다고 한다.그런데 놀랍게도 이 엄동설한에 종문 출신의 사람이 나타날 줄이야!게다가 다름 아닌 화진의 6대종문 중 하나인 칠수방 출신이라니.윤구주가 단번에 자신의 종문을 알아맞히자 요염한 여자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아름다운 눈을 깜빡이면서 놀란 표정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맞아요. 단번에 제 무공을 알아보고 제 신분을 알아맞히다니, 제가 기다리던 사람은 역시 당신이 맞네요!”윤구주는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소문에 따르면 칠수방은 아름다운 여자만 제자로 삼는다고 하지. 그리고 종문 중에 삼절칠금채가 있다고 하던데 넌 그중 누구지?”윤구주가 칠수방의 상황을 읊자 요염한 여자는 상당히 놀란 듯 보였다.그러나 그녀는 이내 감정을 추스르고 대답했다.“정말 대단하네요! 우리 칠수방에 대해 이렇게나 상세히 알고 있다니, 놀라워요. 저랑 같이 지금 바로 칠수방으로 가는 건 어때요? 그러면 제가 굳이 나설 필요도 없고 당신도 다칠 필요도 없으니까요.”윤구주는 그 말을 듣고 웃었다.“날 잡으려고?”요염한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네!”“말해봐. 누가 날 잡으라고 시킨 거야?”윤구주가 고개를 들며 물었다.요염한 여자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미안하지만 그건 알려줄 수 없어요. 대신 순순히 절 따라온다면 무사할 거라고 장담해요.”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가슴을 툭툭 쳤다.윤구주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칠수방 따위가
지면에 균열이 생겼고 곧 굉음과 함께 땅이 뒤흔들렸다.청색을 띤 무홍의 기운이 엄청난 기세와 함께 하늘로 솟구쳤다. 박천후의 두 주먹은 마치 용과 같았고 그의 주먹에 권의가 모이기 시작했다.“노용권!”마치 푸른 용 같은 권의가 나타나는 순간, 박천후는 마치 하늘까지 부술 듯한 기세로 요염한 여자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응? 정말로 진심을 다해서 싸우려 하네요? 그렇다면 저도 제대로 놀아주죠!”요염한 여자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그녀의 미간에 붉은색의 룬 문자가 나타났다.그 룬 문자가 빛나기 시작하자 여자의 몸 주변에 옅은 핑크색의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곧이어 그녀는 손을 움직였고 거미줄 같아 보이는 기운으로 이루어진 실이 그녀의 손에 나타났다.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아주 많은 양의 실이 마치 거미줄처럼 박천후를 뒤덮었다.박천후는 비록 권법은 대단했지만 요염한 여자의 기괴한 공법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는 빠르게 몸을 뒤로 물렸지만 무시무시한 실들이 그의 두 팔을 꽁꽁 감쌌다.박천후는 벗어나려고 애썼지만 그 실들은 마치 금강석처럼 더없이 단단해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박천후가 여자에게 당하자 검을 빼 드는 소리가 하늘을 갈랐다.“박천후, 조심해!”검을 빼든 사람은 다름 아닌 황성 금위군 통령 염수천이었다.마찬가지로 절정 삼중천의 실력을 갖춘 염수천이 검을 빼 들고 나서면서 박천후의 팔을 묶은 실을 베려고 했다.챙강!실은 염수천에 의해 잘리자 핑크빛 기운이 되어 요염한 여자의 곁으로 돌아갔다.“박천후, 괜찮아?”박천후가 거미줄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준 염수천은 서둘러 고개를 돌려 박천후를 바라보았다.박천후는 코웃음을 쳤다.“괜찮아. 조금 전에는 내가 적을 얕봤어.”그는 그렇게 말한 뒤 고개를 돌려 요염한 여자를 노려보았다.“거기 너, 다시 한번 붙어 보자!”맨발인 요염한 여자는 염수천이 나서자 싱긋 웃으며 말했다.“쯧쯧, 절정 실력의 두 사내들이 연약한 여자 한 명을 괴롭히려고 했으니, 소문이라도 나면 창피하
귀청을 찢는 듯한 목소리에도 맨발로 서 있는 여자는 꿈쩍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매혹적인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전 이곳에서 인연이 있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에요. 그것도 안 되나요?”‘뭐?’“인연이 있는 사람을 기다린다고? 이렇게 추운 날씨에?”박천후는 점점 더 이상함을 느꼈다.맨발의 여성은 계속 웃으면서 윤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럼요. 그거 알아요? 제가 기다리고 있는 그 사람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영웅이에요! 게다가 우리 화진의 왕이라고 해요.”그 말에 박천후의 표정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여자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람은 누가 봐도 윤구주였기 때문이다.“당신은 대체 누구지? 어떤 저의로 이곳에서 우리 저하를 기다린 거야?”박천후의 목소리는 우레와도 같았다.강한 현기가 음파를 통해 맨발의 여자에게 전해졌다.그러나 여자는 박천후의 음파 앞에서 꿈쩍하지 않고 킥킥 웃으며 말했다.“저의라뇨? 솔직하게 얘기해도 믿지를 않네요. 연약한 제가 인연이 있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데 무슨 저의가 있겠어요? 전 그저 단순히 얘기를 나누고 싶을 뿐이에요.”“헛소리! 마지막으로 물을게. 당신은 대체 누구야?”박천후는 화가 난 상태였다.요염한 여자가 말했다.“제 이름을 알고 싶은 건가요? 안타깝게도 당신은 그럴 자격이 없어요. 저와 인연이 있는 사람을 제외하면 아무도 제 이름을 알 자격이 없죠!”“건방지군! 그렇다면 어디 한 번 시험해 봐야겠어!”박천후는 그렇게 말하자마자 곧바로 움직였다.윤구주가 아끼는 10대 장수 중 한 명이었던 박천후는 절정 강자였다.게다가 그는 무려 절정 삼중천이었다.박천후는 여자를 향해 다가가며 주먹을 쥐었다.무시무시한 권의가 강렬한 강풍을 띤 채 여자를 습격했다.박천후의 권법을 본 요염한 여자는 입꼬리를 올리며 하늘로 훌쩍 날아올랐다.그녀는 아주 빠르게 움직였는데 마치 연기 같았다.“제가 당신을 두려워할 것 같나요?”말하는 사이, 요염한 여자는 빠르게 움직이면서 손을 움직였고 곧 그녀의 부드러워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켰다.“세상에... 정말 여자가 있는데요? 이렇게 추운 곳에 왜 여자가 있는 걸까요?”옆에 있던 염수천은 호기심이 들었다.윤구주는 사실 일찌감치 눈보라 속 그녀를 발견했다. 다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뿐이다.그는 덤덤히 고개를 들어 눈보라 속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신경 쓰지 말고 계속 행군해.”“네, 저하!”그렇게 병사들은 계속해 움직였다.대군이 앞에 있는 여자와 점점 가까워지자 드디어 여자의 모습이 똑똑히 보였다.여자는 청색의 긴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예스러운 느낌이 났다.그녀는 폭포수와도 같은 머리를 높이 묶고 있었는데 이목구비는 정교했고 피부는 눈처럼 하얬다. 그녀는 비록 긴 치마를 입고 있었지만 몸 선이 예뻐서 아주 매력적이었다.하지만 이상한 점은 그녀가 눈으로 뒤덮인 이곳에서,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맨발로 서서 눈사람을 만들고 있는 점이었다.예스러운 느낌의 옷을 입고 있는 미녀가 맨발로 인적 드문 곳에서 눈사람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라니, 누가 봐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대군은 여자의 곁을 지나치면서 저도 모르게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박천후, 염수천도 마찬가지였다.얼굴을 보니 화진 사람 같아 보였다.그런데 왜 이 추운 곳에서 이러고 있는 걸까?이곳은 화진과 설국의 접경지역으로 인적이 아주 드문 곳이었다.기괴한 여자는 위풍당당한 대군이 지나가는데도 고개 한 번 들지 않고 계속해 눈사람을 높이 쌓으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녀는 마치 화진의 대군이 보이지 않는 듯했다.“저 여자 정말 너무 이상하지 않아? 이렇게 추운 날에 맨발로 이곳에서 눈사람을 만들다니.”박천후는 궁금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러게. 어디서 온 여자지? 왜 이곳에 잇는 걸까?염수천 또한 궁금했다.오직 윤구주만이 덤덤한 눈빛으로 눈사람을 만드는 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손님이면 대접해 주고 적이라면 내쫓으면 그만이지. 신경 쓰지 말고 계속 움직이도록 해.”윤구주의 말에 염수천과 박천후는 더
“저하, 설국 쪽은 처리하실 겁니까? 젠장, 그 빌어먹을 자식들! 당시 낭파산 전투에서 전부 죽여버려야 했어요!”박천후가 사나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번에 설국이 저지른 일로 화진인들은 모두 분통을 터뜨렸다.수십만 명에 달하는 북방군들은 언제든 설국을 쳐들어갈 수 있게 이미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됐어. 설태현의 목도 베었고 설국의 만 명에 달하는 정예군도 전부 죽였거든. 앞으로 설국은 절대 허튼짓을 하지 못할 거야.”윤구주가 천천히 말했다.“하지만 설국과 다른 아홉 나라들은 아주 탐욕스러운 자들입니다. 이번에 완전히 없애버리지 않는다면 그 빌어먹을 놈들이 또 언제 우리 화진을 건드릴지 모르는 일입니다.”박천후는 설국을 아예 없애버릴 생각인 듯했다.“걱정하지 마. 앞으로는 절대 그럴 일이 없을 테니까. 오늘부터 설국은 우리 화진의 속국이거든.”윤구주가 말했다.‘뭐?’그 말에 박천후는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뿐만 아니라 옆에 있던 염수천 또한 깜짝 놀랐다.“저하, 저하 말씀은 설국이 우리 화진에 굴복했단 말입니까?”박천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한 나라가 다른 나라의 속국이 되는 건 절대 흔한 일이 아니었다.속국이 되었다는 건 앞으로 설국이 화진의 일부라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그래.”윤구주의 말을 들은 박천후는 순간 흥분했다.“역시 저하는 대단하십니다! 당시 10국도 설국을 점령하지 못했는데 겨우 며칠 사이 저하께서는 설국을 화진의 속국으로 만드셨군요. 하하하하, 그러면 앞으로 화진인들은 설국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겠네요. 여권도 필요가 없겠어요.”박천후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저하, 대단하십니다. 정말 훌륭하세요! 저하께서는 우리 화진인들이 줄곧 바라왔던 일을 현실로 만드셨어요!”염수천 또한 옆에서 감탄했다.그렇게 큰 설국이 화진의 속국이 되다니, 평범한 사람들은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심지어 다른 아홉 나라도 마찬가지였다.그러나 윤구주는 겨우 며칠 사이 설국을 화진의 속국으로 만들었다. 심지어
엉엉 우는 박천후를 바라보던 윤구주는 웃으며 말했다.“왜 북방군에 남아있지 않고 이곳으로 온 거야?”“저하, 사실은... 국주님께서 절 보내셨습니다!”박천후는 눈물을 닦으면서 말했다.국주가 박천후를 파견했다고 하자 윤구주는 별말 하지 않았다.“저하, 그런데 왜 이곳에 계시는 겁니까? 왜 저하께서 살아계시는데 다들 저하가 돌아가셨다고 한 겁니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박천후는 눈물을 흘리면서 물었다.“얘기하자면 길어. 앞으로 천천히 얘기해줄게.”윤구주는 덤덤히 말했다.그러나 박천후는 여전히 울먹거리면서 여자처럼 울었다.“그만해. 총사령관이 그렇게 훌쩍거리면서 울면 보기 안 좋아.”윤구주는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한때 자신이 아꼈던 박천후를 바라보며 그를 나무랐다.“하하하하, 이 바보야. 아까는 안 운다면서? 그런데 왜 질질 짜는 거야?”염수천은 박천후의 우는 모습을 보면서 비아냥댔다.박천후는 눈물을 닦으면서 말했다.“넌 꺼져. 이 빌어먹을 자식, 저하께서 살아계신다는 걸 알면서 우리에게 얘기해 주지도 않고. 양심 없는 놈!”박천후가 욕을 하자 염수천이 말했다.“그건 내 잘못이 아니야. 저하께서 비밀로 하라고 하셨다고!”“헛소리하지 마. 네가 얘기 안 한 거잖아!”한때 형제들이었던 두 사람이 싸우는 모습에 윤구주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전우란 무엇인가?생사고락을 함께하는 자, 외적을 물리치고 나라를 지키는 자, 정과 의리를 중시하고 목숨을 걸 수 있는 자들이 전우였다.윤구주가 아끼던 장수들은 하나같이 전쟁의 불길 속에서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함께 성장한 형제들이었다.그들의 감정은 이미 모든 걸 초월했다.그래서 윤구주는 그들이 싸우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윤구주는 박천후에게 말했다.“남태혁, 주인철, 안경식 그 자식들은?”윤구주가 얘기한 사람들은 화진 군대에서 엄청난 지위를 가진 자들이었다.그들 모두 과거 윤구주가 아꼈던 장수들이었다.남태혁은 서부 부대의 일인자이고 주인철과 안경식
세나미의 말에 윤구주는 웃었다.그것은 그가 항상 기다리던 말이었다.설국을 속국으로 만들려면 반드시 세나미를 설득해야 했다.그렇게 해야만 설국은 영원히 화진의 속국이 될 수 있었다.“약속했으니 난 이만 가볼게. 명심해. 지금 이 순간부터 설국은 우리 화진의 속국이야.”윤구주는 우렁찬 목소리로 말을 마친 뒤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그는 곧바로 떠났다.빨간 머리카락의 세나미는 황급히 고개를 들어 윤구주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아쉽게도 윤구주는 아주 빠르게 움직여 눈 깜짝할 사이에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사라졌다.윤구주가 정말로 설국을 떠났다.“저 악마... 드디어 떠났네.”세나미가 중얼거렸다.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세나미는 본인이 기쁜 건지, 실망스러운 건지 알지도 못한 채 계속 눈을 맞으며 그곳에 서 있었다.바람은 점점 강하게 불었고 시야도 점점 흐려졌다.온통 흰 눈으로 뒤덮인 곳에서 새로운 설국의 국주는 그렇게 눈보라 속에 서 있었다....낙일성에서 1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화진의 병사들이 질서 있게 주둔하고 있었다.그들은 박천후가 이끄는 북방군과 염수천이 이끄는 10만 금위군이었다.눈보라 속에서 갑자기 누군가 하늘에서 날아왔다.“강자가 다가오고 있다. 다들 경계해!”하늘 위 강자가 가까워지는 순간, 염수천과 박천후 모두 그의 존재를 감지했다.두 사람은 빠르게 기운을 사용하며 싸늘한 두 눈으로 상공을 바라보았다.하늘 위 그 사람은 아주 빠르게 날았다.쿵!그의 두 발이 땅에 닿는 순간, 대지가 뒤흔들리면서 눈이 사방으로 흩날렸다.윤구주가 온 것이다.“어?”“저하께서 돌아오셨어!”염수천은 눈앞의 남자를 본 순간 곧바로 흥분해서 빠르게 그에게로 달려가며 큰 소리로 외쳤다.“저하!”박천후는 윤구주의 모습을 제대로 보았다. 상대가 자신이 늘 그리워하던 구주왕이라는 걸 알았을 때 그의 두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렀다. 그는 목이 메어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저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염수천은 빠르
“당, 당신 언제쯤 떠날 생각이야?”세나미가 갑자기 용기를 내서 물었다.“왜? 벌써 날 쫓아내고 싶은 거야?”윤구주는 고개를 들더니 미소 띤 얼굴로 세나미를 바라보았다.“쫓아내려는 게 아니라... 당신이 여기 있으면 우리 설국인들이 두려워해서 그래.”세나미는 솔직히 말했다.윤구주는 그 말을 듣더니 크게 웃었다.“걱정하지 마. 난 이미 내 것을 손에 넣었으니 이만 가볼 거야.”손에 넣었다고?세나미는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러나 윤구주의 떠나겠다는 말에 세나미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파란 눈동자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왠지는 모르겠지만 윤구주가 떠나겠다고 하는 순간 그녀는 조금 실망스러우면서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젠장, 나 왜 이러는 거지? 왜 난 이 악마가 이곳에 남아있길 바라는 거야? 저 사람은 악마라고! 우리 설국인들을 얼마나 많이 죽였는데! 심지어 우리 아버지도 저 사람에게 살해당했다고!’세나미는 서둘러 기분을 다스리면서 끊임없이 자신에게 경고를 했다.“난 떠날 거야. 대신 내게 약속 하나 해줘.”윤구주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면서 별처럼 빛나는 두 눈으로 세나미를 바라보았다.“말해.”세나미도 고개를 들었다.“앞으로 설국은 우리 화진의 속국이고 100년간 그걸 유지해야 해.”윤구주가 충격적인 말을 했다.‘뭐라고?’윤구주가 설국이 화진의 속국이라고 하자마자 세나미는 표정이 굳었다.속국이 된다면 설국은 앞으로 화진에 의해 통제당한다는 걸 의미했다.그것은 한 나라에 있어서 엄청난 치욕이었다.“놀랄 필요 없어. 이건 설국을 위한 결정이니까. 설국은 땅도 작고 자원도 적어. 이 일이 있은 뒤로 나머지 아홉 개의 나라에서 과연 설국을 받아줄 것 같아?”윤구주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고 세나미는 침묵했다.나약한 나라에는 외교가 없었다. 그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였다.게다가 이번 일로 설국은 큰 타격을 받았고 아마 다른 아홉 개의 나라에서는 설국을 깔볼 것이다.그래서 다른 아홉 개의 나라에서 설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