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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2화

작가: 재인
얼마 후 경호원은 링 위에 쓰러진 채 꼼짝하지 않았지만 구승훈의 주먹은 멈출 기미가 없었다.

말하지 않으면 이대로 죽일 기세였다.

“형!”

링 밖에 있던 구승재의 얼굴이 점점 하얗게 질렸다.

“그만해, 형! 그러다 죽어!”

하지만 구승훈에게는 들리지 않는 듯했다.

마침내 경호원이 입을 열었다.

“정서원 씨를 통제하라고 했습니다.”

그의 얼굴로 날아들던 주먹이 코앞에서 멈추며 구승훈이 피식 웃었다.

“그러면 누가 정서원을 건드리라고 시켰어?”

그가 말하면서 손목의 관절을 돌렸다.

경호원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소리쳤다.

“정양철, 정양철이요!”

구승재는 멈칫하며 같이 온 사람들에게 황급히 그를 데려가라고 말했다.

구승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링 아래를 바라보았다.

“다음.”

오전 내내 한 명씩 차례로 링에 올라갔다가 들려서 내려갔다.

구승훈은 지치지도 않고 내내 링 위에 있었다.

땀은 뺨을 타고 턱까지 흘러내렸고 셔츠에 가려진 가슴으로 떨어졌다.

얼굴에 상처가 생기긴 했어도 여전히 감출 수 없는 분노가 느껴졌다.

“형, 그만해.”

구승재가 링 위로 올라갔다.

구승훈은 이미 구승재만 남은 장내를 바라보다가 글러브를 벗어 옆으로 던졌다.

옆에서 물 한 병을 집어 얼굴에 들이붓는 구승훈 옆에서 구승재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서 있었다.

“형...”

“괜찮아.”

그는 물 한 모금을 들이켰다.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 이미 충분히 봐주지 않았나.

“가서 다친 데 치료해.”

구승훈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강하리 씨에게 무슨 일 있었어? 아니면 연정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야?”

구승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가서 저 사람들 잘 감시하고 진술서 받아서 최대한 빨리 심준호한테 전해줘.”

구승재의 입꼬리가 움찔거리며 다른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결국 포기했다.

형이 먼저 말하기 전엔 물어봐도 답이 돌아오지 않을 거다.

하지만 잠시 후, 그의 눈빛이 반짝이더니 휴대폰을 꺼내 강하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정이와 놀고 있던 강하리는 구승재의 전화를 확인하고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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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씨 가문 사람들이 다시 심씨 가문 저택으로 돌아왔을 때는 날이 이미 어두워져 있었고 구동근은 정말로 비틀거리고 있었다.토해낸 피에 모든 힘을 담은 듯 그의 얼굴은 늙고 초췌해 보였다.구승훈은 차에 오른 뒤 뒤따라오던 의사에게 구동근의 상태를 물어보았고 다행히 큰 문제 없이 홧김에 피를 토한 거다.구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은 구승훈을 무슨 악마를 보듯이 쳐다봤다.구승훈이 정말 노인을 이 지경까지 몰아붙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듯했다.하지만 구승훈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가 냉정하고 차가운 성격이라는 것을 알았고 구씨 가문 전체에서 구승재를 다소 특별하게 대하는 것 말고는 친어머니한테도 살갑게 군 적이 없었다.그래도 겉으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켰는데 이젠...구승훈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강하리의 허리를 팔로 감싸며 조용히 저택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이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기껏해야 무례하고 자비 없는 냉혈한이라고 생각하면서 이 사건을 이용해 그를 또다시 곤경에 빠뜨릴 궁리나 하겠지.그런데 조금 전 소리 지르는 사람이 있으면 같이 와서 머리를 조아리라는 그의 말이 먹혔는지, 아니면 어르신에게 강요하는 모습에 겁을 먹었는지 다들 화가 나지만 아무 말도 못 하는 모습이었다.강하리는 그런 사람들의 생각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묘지에 도착하는 순간 진씨 가문 사람들이 다시 심씨 가문으로 찾아왔다는 연락을 받았다.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선 그녀는 집안 분위기가 생각만큼 살벌하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고 거실에는 백아영이 침울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 있고 그 옆에서 심준호가 차분하게 차를 끓이고 있었다.진시연은 눈이 충혈된 채 거실에 서 있었고 이정숙도 평소처럼 건방지게 굴지 않았다.이 모습은...강하리가 살짝 미간을 찌푸리는데 옆에서 남자의 비웃음 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돌려 구승훈을 바라보았다.남자의 얼굴엔 싸늘함이 사라지지 않은 채 조롱까지 섞여 있었다.“무슨 짓을 한 거야?”구승훈은 눈썹을 치켜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40화

    그렇게 말한 뒤 그는 뒤돌아 걸어 나갔고 구동근은 구승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씩씩거리느라 가슴에 찌릿한 통증까지 느껴졌지만 더 이상 몸부림치지 않았다.구동근은 가는 내내 아무 말이 없다가 비행기 탑승 직전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너 대단한 놈이잖아. 네가 결혼하는데 내가 굳이 가야 할 필요가 있어?”구승훈은 창밖의 구름을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난 하리가 구씨 가문의 당당한 안주인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 구승훈이 원해서 결혼하는 여자는 한명 뿐이라는 걸 모두에게 보여주고 구씨 가문에서 조금의 괴롭힘도 당하지 않게 할 거예요.”그가 곁에 없더라도 말이다.“그래서 B시에 도착하면 둘째 삼촌과 다른 사람들에게 보러 오라고 연락하세요. 하리는 할아버지가 인정한 손자며느리라는 걸.”“너...”구동근은 문득 구승훈이 미쳤나 싶었다.그 여자한테 이렇게까지 미친 걸까.하지만 이제 그는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자신은 이 망할 손자를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걸.구승훈은 연성에 다녀온다는 걸 강하리에게 말하지 않았고 당일 일정이라 강하리는 구승훈이 출근한 것으로만 생각했다.그런데 병원에서 돌아왔을 때 심씨 가문 저택 마당에서 구동근을 비롯한 구씨 가문 일가 10여 명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강하리의 표정이 확 바뀌며 저도 모르게 이 사람들이 소란을 피우러 찾아왔다고 생각하는데 그녀가 아무 말도 하기 전에 구승훈이 안에서 걸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어떻게 된 거야? 이 사람들 소란 피우려고 찾아온 거야?”강하리가 깊은 목소리로 묻자 구승훈은 강하리에게 다가가 허리를 낚아챘다.“좋은 쪽으로 생각할 수는 없어?”강하리는 구씨 가문 사람들이 던지는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은 눈빛을 보며 도저히 좋은 쪽으로 생각할 수가 없었다.게다가 구씨 가문 사람들에 대해선 구승훈과 구승재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좋게 보이지 않았다.구승훈은 잠시 침묵했다.“어머니 뵈러 가자.”강하리는 당황했고 구승훈은 진지한 표정으로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39화

    늙은 집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잠시 후 이렇게 물었다.“사모님, 여씨 가문의 조상 묘에 대해서...”휴대폰을 잡은 여초연의 손에 힘이 들어가더니 얼굴에 분노가 서린 듯했지만 잠시 후 그녀는 차가운 웃음을 내뱉었다.“걔가 서두르고 있다는 뜻 아니겠어?”집사는 침묵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여초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을 향해 걸어갔다.추운 겨울날이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깔끔한 개량한복을 입고 있었고 집사가 그녀의 어깨에 숄을 둘러주자 여초연은 자연스럽게 숄로 몸을 감쌌다.나이를 지긋하게 먹었지만 여전히 40대처럼 보이는 그녀는 우아한 걸음걸이로 테이블로 걸어갔고 테이블 위에는 매화로 만든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여초연이 가위를 들고 조심스럽게 다듬자 집사는 다소 초조한 듯 말했다.“그래도 조상님 묘를 그대로 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여초연은 멈칫하다가 이내 차갑게 웃었다.“우리가 가서 구씨 가문의 조상 무덤도 같이 파면 되잖아.”그렇게 말하던 중 갑자기 가위를 꽉 쥐었다.“그리고 구동근 그 늙은이도 언젠가 가루로 만들어 버릴 거야.”...구동근은 구승훈의 전화를 받고 또 한 번 분노에 휩싸여 쓰러질 뻔했다.살면서 이렇게 화가 났던 적이 또 있을까.지난번엔 심문석의 체면 때문에 심씨 가문으로 갔고 당시 구승훈과는 물과 불같은 사이라 그와의 관계를 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찾아갔는데 백아영에게 뺨을 맞을 줄이야.그런데 이젠 심미현의 무덤에 찾아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라니.아무리 그래도 그가 웃어른인데 자존심을 굽힌다고 한들 심미현이 그걸 받을 자격이 있을까.구동근은 기가 막혀 무슨 일이 있어도 B시에 가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구승훈이 자신을 데리러 사람을 보낼 줄은 몰랐다.데리러 오는 것이라기엔 사실 납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경호원 몇 명이 아무렇지도 않게 구동근의 앞으로 다가와 순식간에 그를 둘러쌌고 그 순간 방 안은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았다.구동근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내가 죽기 전까지 구씨 가문은 내 말에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38화

    강하리가 무심코 흘깃 쳐다보니 임희주였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거두며 심문석 쪽으로 다가갔다.구승훈이 슬쩍 강하리를 돌아보자 그녀는 이미 심문석 옆에 자리를 잡고 웨딩 촬영 계획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그는 시선을 내린 채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어젯밤 두 시 넘어서 임희주가 보낸 메시지도 그제야 눈앞에 나타났고 구승훈은 조금의 표정 변화도 없이 메시지를 읽은 후 휴대폰을 도로 넣었다.강하리는 그의 행동을 못 본 척 심문석 옆에 앉아 애교를 부렸고 구승훈은 오래 머물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구승훈이 떠나서야 강하리의 얼굴에 머금었던 미소가 옅어졌고 백아영은 강하리의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알아차리고 몇 번이나 그녀를 불러서야 강하리는 마침내 다시 정신을 차렸다.“할머니, 왜 그래요?”백아영은 눈가에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건 내가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 안색이 왜 이렇게 안 좋아?”강하리는 입술을 다물며 웃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하지만 백아영은 그녀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침묵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증조할아버지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라면 그럴 필요 없어. 그렇게 심각한 상태 아니야. 근데... 승훈이랑 싸웠니?”강하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단지 구승훈을 걱정하는 것뿐이었지만 그가 얘기하지 않는다면 그녀도 물어볼 생각이 없었다.굳이 끝까지 파고들 필요가 없으니까.한편 병원 밖으로 나온 구승훈의 표정도 살짝 어두워졌고 준봉이 병원 앞에 차를 세우자 구승훈은 곧바로 차에 올랐다.“대표님, 회사로 갈까요?”“정신과로 가.”임희주는 구승훈을 보자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아무런 다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기분은 좀 어때요?”구승훈은 문 앞에 서서 선을 긋는 듯 차가운 아우라를 풍겼다.“사람이라도 보내 임 선생한테 적당한 거리가 뭔지 가르쳐 드려야 할까요?”임희주는 멈칫하다가 정신을 차렸다.“메시지 말하는 거예요? 죄송해요. 어젯밤 노민준 씨랑 두시까지 그쪽 병에 대해 연구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37화

    이정숙은 강하리의 갑작스러운 분노에 당황한 듯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 강하리는 이미 의사 진료실로 걸어가고 있었다.진시연의 얼굴은 뺨을 맞아 두 개의 손자국이 남았고 창백한 얼굴에 유난히 선명하게 보였다.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강하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에 담긴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강하리가 그런 말을 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저 협박이라는 건 알지만 괜스레 겁이 났다.이정숙과 진강석이 지켜주기에 그동안 선 넘는 짓을 수없이 했었다.진태형이 없어도 이정숙과 진강석은 그녀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해줄 테니까.하지만 이 또한 그녀가 감옥에 가지 않게 하거나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게 하는 것뿐이며 강하리를 막을 순 없었다.지금의 강하리는 심씨 가문을 등에 업고 곁엔 구승훈이 지키고 있으니 만약 정말로 그녀에게 어떠한 고통을 선사하려고 들면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였다.그동안 강하리가 나서지 않고 반격하지 않은 건 전부 진태형 때문이란 걸 안다.하지만 지금은...강하리가 떠난 것을 확인한 이정숙이 병동으로 들어가 따지려고 하는데 진시연이 갑자기 그녀를 끌어당겼다.“할머니, 가지 마세요.”여전히 내키지 않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일을 더 엉망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이정숙을 말린 진시연은 고개를 돌려 구승훈을 바라봤다.“구승훈 씨, 이걸로 나도 오늘 벌을 받은 거니까 강하리 씨한테 나 좀 내버려두라고 할 수 있어요? 지금 내가 강하리 씨와 싸워서 이길 수 없다는 거 알아요. 강하리 씨 곁엔 지켜주는 사람이 많고 난 할머니와 할아버지밖에 없는데...”“진시연.”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구승훈이 가로챘다.“그쪽이랑 하리를 비교하지 마. 그럴 자격도 없으니까.”진시연의 얼굴이 또다시 하얗게 질리며 뭐라고 말하려던 찰나 구승훈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그리고 고작 뺨 두 대 맞은 걸로 벌을 받았다는 거야? 진시연, 세상에 그렇게 쉬운 일이 어디 있어?”진시연의 입꼬리가 파들거렸다.“구승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36화

    강하리의 표정이 싸늘해지며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알겠어요. 금방 갈게요.”전화를 끊은 강하리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으러 갔다.차 안에서 구승훈은 고개를 돌려 창백한 얼굴의 강하리를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걱정하지 마, 할아버지 괜찮을 거야.”강하리는 낮게 대답했지만 증조할아버지의 연세가 적은 것도 아니라 마음은 여전히 불안했다.두 사람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심문석은 이미 병동에 입원한 뒤였고 노인의 초췌한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지만 강하리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자연스럽게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할아버지.”강하리가 달려가 그의 손을 잡자 심문석이 웃으며 답했다.“울지 마. 할아버지 멀쩡하잖아.”하지만 강하리는 눈시울이 시큰거렸다.진시연의 일은 결국 그녀 때문에 벌어진 것이었다.“죄송해요. 할아버지.”심문석은 그녀의 손을 토닥였다.“네가 할아버지한테 미안할 게 뭐가 있어? 사실 할아버지는 이미 오래 살았어. 네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뿐이지. 그래도 네 엄마 때처럼 네가 웨딩드레스 입은 걸 보고 싶었는데.”강하리의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꼭 볼 수 있을 거예요.”심문석은 여전히 기운이 없었는지 몇 마디를 하고는 다시 잠이 들었고 강하리는 눈시울이 붉게 물든 채 병실에서 나왔다.백아영이 그녀를 토닥이며 구승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12월 초에 좋은 날이 있다니까 별문제 없으면 그때 식을 올려.”구승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강하리를 바라보았다.“하리만 괜찮다면 전 상관없어요.”강하리도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백아영은 별다른 말 없이 곧장 병동으로 들어갔고 진시연도 소식을 듣고 서둘러 달려온 모양이었다.“증조할아버지는 좀 어떠세요?”그녀가 말하며 문을 열고 심문석의 병실로 들어가려는데 문을 열기도 전에 강하리가 그녀를 끌어당겼다.“강하리, 뭐 하는 거야? 시연이 놔줘!” 이정숙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강하리는 시뻘게진 눈으로 기세등등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35화

    욕실에서 자정까지 구승훈에게 괴롭힘을 당한 강하리는 갑자기 후회가 밀려왔다.이 개자식을 유혹하는 게 아닌데.평소였다면 그래도 자제를 했을 텐데 오늘은 정말 한계까지 몰아붙여 구승훈이 강하리를 안고 욕실 밖으로 나왔을 때 강하리는 이미 지쳐 있었다.그녀의 몸 위를 덮치고 있는 구승훈은 아직도 만족하지 못한 모습이었다.강하리가 발로 차고 싶어도 다리를 들지 못하자 구승훈은 낮은 웃음을 내뱉었다.“다리 주물러줄까?”말하며 그의 커다란 손이 강하리의 종아리를 잡았고 발목의 이빨 자국이 그의 손가락에 눌려 살짝 붉어졌다.구승훈이 이빨 자국에 입을 맞추더니 그대로 종아리를 따라 연이어 입술을 갖다 대자 강하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구승훈!”구승훈은 부드럽게 웃으며 허벅지 안쪽에 또 다른 이빨 자국을 남겼다.“내가 원하는 건 다 들어준다며? 강 대표님은 약속 안 지킬 건가?”강하리는 화를 내며 그를 발로 찼고 구승훈은 웃으며 그녀를 품에 안더니 큰 손이 작은 배로 향했다.“그렇게 내걸 많이 먹었는데 왜 아직도 이렇게 납작해?”말하지 않으면 모를까, 그 말에 강하리는 또다시 밖으로 무언가 흐르는 것을 느꼈다.“이제부터 콘돔 써!”강하리가 손을 아래로 내렸다.“흘렀어? 내가 닦아줄게.”강하리는 그를 발로 차며 무시했지만 구승훈은 휴지를 뽑아 정말로 닦아주었다.다행히 닦아주는 것 말고는 다른 짓을 하지 않았고 다 닦은 뒤 화장실로 가서 손을 씻었다.그가 화장실에 들어서자마자 구승훈의 휴대폰에 메시지가 도착해 강하리는 미간을 찌푸리며 휴대폰을 들어 확인했다.[미안해요. 앞으로는 사모님 만나지 않을게요. 하지만 정말 대표님을 위해서 그런 거였어요.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 대표님이 원하는 대로 하면 되니까 이런 일로 얼굴 붉힐 필요는 없어요.]메시지를 읽은 후 강하리는 졸음이 단번에 사라지는 느낌에 시간을 보니 새벽 2시가 넘은 뒤였다.구승훈의 휴대폰을 원래 자리에 돌려놓고 강하리는 몸을 일으켜 침대에 기대었다.욕실에서 나온 구승훈은 침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34화

    하지만 오늘은 특별히 마트까지 다녀와 한 상 가득 차렸는데 모두 구승훈이 평소 좋아하던 음식들이었다.구승훈은 다소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최후의 만찬은 아니지?”강하리가 눈을 흘겼다.“먹든 말든 맘대로 해.”가정부가 어쩔 수 없이 옆에서 해명했다.“사모님이 대표님께서 그동안 많이 야위었다고 영양 보충을 위해 특별히 만드신 거예요. 대표님 입맛을 잘 아니까 앞으로 자주 요리하겠다는 말씀까지 하셨어요.”구승훈은 주방에서 음식을 나르고 있는 강하리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은 채 다가갔고 어느 틈에 그의 품에 안긴 강하리의 귓가에 한 마디가 들렸다.“강 대표님이 이러면 난 밥 먹을 생각도 없어지는데.”말하며 남자가 뒤에서 두 번 허리 짓까지 해대자 강하는 저도 모르게 옆을 돌아보았고 가정부는 웃으며 연정이를 안은 채 다른 곳으로 가고 있었다.강하리는 얼굴이 화끈거려 구승훈을 홱 노려보았다.“좀 점잖게 굴 수 없어?”구승훈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목덜미에 자잘한 입맞춤을 남겼다.“지금 충분히 점잖은 거야. 아주머니와 연정이가 없었으면 넌 지금 여기서 덮쳐졌어.”구승훈은 그 말을 하고 나면 강하리가 화를 낼 거라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강하리가 뒤돌아서서 그의 입술에 입맞춤했다.“조금만 참아. 오늘 밤엔 뭘 하든 다 들어줄게.”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문밖으로 걸어 나갔고 당황한 구승훈의 목울대가 꿈틀거렸다.젠장, 이젠 정말 밥 생각이 사라졌다.손연지는 저녁 식사가 시작되기 전에 서둘러 돌아왔고 밥을 먹으며 강하리에게 일 얘기를 했다.그러다 문득 말을 멈추고 강하리와 구승훈을 번갈아 바라보는데 두 사람이 어딘가 이상해 보였다.왠지 모르게 자신이 더더욱 여기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손연지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려 어린이 의자에 앉아 밥을 집어 먹는 연정이를 바라보았다.“이모는 아무것도 모르는 네가 참 부럽다.”연정이가 숟가락을 들고 밥 한 숟가락을 떠서 손연지에게 건네며 입으로는 엄마라고 불렀다.손연지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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