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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야릇한 분위기가 점차 무르익으면서 여자는 더욱 애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하리는 그저 힐끗 보기만 하고 바로 시선을 돌렸다.

강하리가 들어온 것을 발견한 구승훈은 눈썹을 치켜올리기만 할 뿐 딱히 움직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의 곁에 앉아 있던 동생 구승재가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그는 구승훈의 눈치를 힐끗 보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먼저 말을 꺼냈다.

“강 부장도 술 마시러 왔어요?”

“네, 안 대표님과 계약을 성사한 기념으로요.”

강하리는 그들 속에 끼어들지 않고 구석 자리를 골라 앉았다.

“왜 그렇게 멀리 앉았어요? 가까이 와 봐요!”

구승재는 겁도 없이 강하리를 부추겼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는 구승훈과 그녀의 관계를 알았기 때문이다.

구승훈은 누가 봐도 곁에 있는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강하리가 들어온 후로부터 그 여자를 대하는 태도도 더욱 차가워졌다.

강하리는 아주 예쁘게 생겼다. 분명히 청순한 인상이지만 묘하게 매혹적인 것이, 고리타분한 정장에 비즈니스적인 미소만 지어도 사람의 마음을 홀리기에 충분했다.

‘역시 우리 형님 안목이란.’

강하리와 같은 여자가 연예계에 진출한다면 거물들과 술자리 몇 번 가지는 것으로 톱스타가 되고도 남을 것이다.

강하리는 구승재의 말을 듣고서도 구석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다. 룸 안의 사람들 속에 섞일 마음은 전혀 없었다. 어차피 구승훈 곁에는 다른 여자가 있으니, 그녀가 다가갈 필요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안현우는 어느샌가 술 한잔 들고 강하리의 곁에 가서 물었다.

“강 부장, 한잔할까요?”

“아뇨, 저는 몸이 불편해서 물로 대신할게요.”

술잔을 받지 않는 강하리에 안현우는 기분이 상했다. 힘들게 만든 자리에서 그녀가 술 한 잔 마셔주지 않으니 말이다.

안현우의 머릿속에는 온통 그녀가 취한 틈을 타 무언가 해보려는 생각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시크하게 한 모금도 마셔주지 않을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구 대표님, 우리 강 부장 참 시크하죠? 이런 자리에서도 술 한 잔 안 마셔주네요.”

구승훈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안현우와 붙어 있는 강하리의 팔을 바라봤다. 강하리는 곧바로 몸을 틀어서 그와 거리를 벌렸다.

“강 부장한테 술을 먹이고 싶으면, 저한테 고자질하지 말고 직접 머리를 굴려요. 제가 아무리 상사라고 해도 사석에서까지 이래라저래라할 수는 없잖아요?”

“하하, 그렇다면 제가 강 부장을 울릴 일이 생긴다고 해도 신경 안 쓰겠네요?”

아무리 완곡한 표현이라고 해도 같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그의 뜻을 알아차렸다.

강하리는 무의식적으로 구승훈을 힐끗 봤다. 이미 시선을 거둔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도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애써 슬픔을 억누르면서 아무렇지 않은 듯 시선을 돌렸다.

구승재는 구승훈과 강하리를 번갈아 쳐다봤다. 두 사람 다 참 가식적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피식 웃더니 괜히 불난 집에 부채질하기 시작했다.

“안 대표님이 강 부장한테 관심 있는 줄은 또 몰랐네요?”

“정말 몰랐어요? 저 강 부장을 좋아한 지 꽤 됐거든요.”

이렇게 말한 안현우는 갑자기 강하리에게 가까이 다가가면서 물었다.

“그러니 강 부장도 나한테 기회를 좀 주면 안 될까요?”

“대박! 안 대표님 설마 우리 형 앞에서 강 부장을 스카우트하려는 건 아니죠?”

구승재는 신이 난 듯 상기된 말투로 물었다. 그러자 안현우도 아주 당당하게 구승현을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그럴 마음이야 당연히 있죠. 강 부장 업무 능력이라면 제가 제일 잘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하지만 구 대표님이 쉽게 놓아줄지가 의문이네요.”

구승훈은 어두운 눈빛으로 안현우를 힐끗 봤다.

“제 의견이 뭐 그리 중요하나요? 선택은 강 부장 몫이에요. 떠난다는 사람을 제가 무슨 수로 붙잡겠어요.”

말하다 말고 잠깐 멈춘 구승훈은 강하리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말을 이었다.

“강 부장, 어떻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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